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걸까? 아니면 이하린과 함께 날 죽였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걸까? 아직 양심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우리 아이의 시신을 스스로 훼손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지도 모른다.임수혁은 여전히 그 시신이 나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내 머리카락을 잡고 검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갑자기 멈추더니 땅바닥에 웅크리고 앉은 채 머리를 파묻고 오열하기 시작했다.‘그래, 누구의 유전자와 검사해서 확인할 수 있을까? 난 이미 고아인데.’어머니가 자살하던 날, 폭력적인 아버지마저 함께 떠나버렸다. 그녀는 내게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남겼다. “민아야, 이제 너는 행복한 인생을 살게 될 거야!”어렸을 때부터 부모의 실패한 결혼생활을 지켜보며 나는 연애와 결혼에 대해 트라우마가 있었다. 그러나 임수혁이 내게 다가오더니 세상에는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사는 부부도 많다고 했다. 그의 부모님처럼 말이다. 단지 내 어머니가 운 나쁘게 폭력적인 아버지를 만났을 뿐이라고 했다.그는 자주 나한테 연락했고 둔감한 나조차 그를 신경 쓰기 시작했다.“수혁아, 나 좋아해?”두려운 마음에 떨리는 손을 꽉 움켜쥔 채 용기 내어 그에게 물었다.“민아야, 나 너 좋아해. 너랑 배신이라고 없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어.”나는 그를 믿었다. 그리고 여러 번 그에게 말했다.“수혁아, 나한텐 너밖에 없어.”그와 했던 약속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게 울려 퍼지는 듯했지만 임수혁은 이미 그 약속을 저버렸다.“수혁아, 민아는 어찌 된 거야? 집도 안 치우니? 꼴 좀 봐라.”“처음부터 난 걔가 마음에 안 들었어. 부모가 돌아갔는데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더니, 어찌나 소름 돋던지.”“역시 내 감이 맞았어. 결혼한 지 몇 년인데 애도 못 낳고.”“엄마는 그 하린이라는 애가 마음에 드는데. 성격도 좋고 민아처럼 어둡지도 않잖아.”“무엇보다 하린이는 아이도 잘 낳을 것 같아.”임수혁이 문을 열자마자 시어머니가 거실에서 끊임없이 나를 비난
최신 업데이트 : 2024-11-15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