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방법이 없었던 나는 다시 병원으로 돌아갔다. 너무 다급했던 나머지 가는 길에 몇 번이나 넘어지고 말았다.허원혁은 나를 보자마자 물었다.“형수님, 태훈이 형은요?”“제가 아무리 말을 해도 오려고 하지 않아요. 어머님은 어떻게 됐어요?”허원혁은 고개를 돌렸다. 내 두 눈을 마주 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형수님, 아무래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아요.”그 순간 나의 안색이 창백해지고 얼른 응급실로 달려갔다.혈색이라곤 하나도 없는 어머님의 얼굴을 보니 나는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어머님, 죄송해요. 태훈 씨를 찾지 못했어요.”나는 차마 어머님에게 오태훈이 병원으로 오는 걸 거부했다는 걸 그대로 말할 수 없었다.“서영아, 나한테 숨길 필요 없단다. 태훈이는 내가 낳은 아이야. 내가 누구보다 잘 알지. 분명 그 여자랑 시간을 보내느라 오지 않은 게야. 그 여자한테 홀랑 빠져서 제 어미도 나 몰라라 하는 불효자식 놈! 나는 서영이 널 처음 보자마자 착한 아이라는 걸 알고 있었단다. 그동안 태훈이가 그 여자 집 들락날락하면서 많이 맘고생 많이 했지? 나한테 말할 수도 없어서 혼자 속으로 많이 끙끙 앓고 있었겠구나. 내가 미안하구나. 다 내가 자식 잘못 키운 탓이야.”나는 소리 없이 울었다.“어머님, 그건 어머님 잘못이 아니에요. 그러니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어머님은 기침을 두어 번 했다. 나는 순간 불안해졌다.“어머님, 말씀 그만 하세요. 푹 쉬면 괜찮으실 거예요.”어머님의 두 눈에 반짝이는 눈물이 맺혔다.“지금 말하지 않으면 기회가 없을 것 같구나.”나는 가슴이 너무도 아파 말도 나오지 않았다.어머님은 나를 보며 말했다.“서영아, 앞으로 내가 곁에 없어도 네 한 몸 잘 챙겨야 한단다. 절대 너 자신을 고생시키지 마. 이혼해. 나는 네가 앞으로 행복했으면 좋겠구나...”말을 마친 후 어머님의 두 눈은 굳게 감겼다.“어머님!”나는 침대에 엎드려 통곡했다.어머님은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허원혁이 옆에 있었다. 그는
Last Updated : 2024-11-1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