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되지! 대체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두고 볼 거야.”정현수는 씩씩거리며 뒤돌아서 지하실로 걸어갔다.난 영혼이 되어 그의 뒤에 떠다니며 발걸음을 따라 움직였다.어둡고 축축한 방에 돌아오자 나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설령 목숨을 잃었을지언정 한정된 공간에 갇혀 있는 공포감은 뼛속 깊이 새겨졌다.정현수는 역겨운 듯 코를 막고 악취에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했다.이내 나무 상자를 발로 툭툭 걷어차더니 화가 치밀어올라 욕설을 퍼부었다.“소지혜, 당장 기어 나와! 감히 나한테 심술을 부려? 만에 하나 아리에게 사과할 타이밍을 놓친다고 할 때 처참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셋 세기 전까지 나타나지 않으면 가중 처벌해도 내 탓 하지 마.”나는 쓴웃음을 지었다.“이미 죽은 사람을 어떻게 벌할 건데? 고작 아리한테 잘 보이려고 시체를 끌어내 채찍질이라도 하게?”하지만 비참한 웃음소리와 처절한 울부짖음은 정현수에게 전혀 닿지 않았다.이내 그는 카운트다운하기 시작했다.“하나, 둘, 셋!”상자는 꿈쩍도 안 했고, 일주일 전에 흘린 피마저 굳어 있었다.정현수는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고래고래 외쳤다.“소지혜, 내 말을 귓등으로 들어?! 죽여버릴 거야.”말을 마치고 나서 참다못해 나무 상자 뚜껑을 열려고 했다.이때, 민아리가 갑자기 걸어 들어왔다.“오빠.”그녀의 목소리에 정현수는 손을 다시 아래로 내렸다.“아리야, 여긴 왜 왔어?”그리고 허리를 껴안더니 문밖으로 끌고 갔다.“더럽고 냄새나는 방에 들어오면 머리가 아플지도 몰라.”민아리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괜찮다는 듯 말했다.“오빠가 너무 험상궂게 구니까 지혜 언니가 나오기 싫어하는 거예요. 오빠는 일단 거실에 가서 손님을 접대하고 있어요. 제가 지혜 언니랑 얘기를 나눠볼게요.”정현수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막아섰다.“안돼, 만약 이 질투심 많은 여자가 또 널 괴롭히면 어떡해? 지난번의 일을 반복하고 싶지 않아.”민아리가 손을 휘휘 저었다.“그럴 리 없어요. 언니도 지금까지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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