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은 팔에 힘이 들어가더니 후회하는 눈빛을 보였다.“현영아, 내 말 좀 들어봐. 나랑 최진영은 어릴 때부터 같이 자라서 걔를 친동생처럼 생각해. 그래서 돌보는 게 습관이 돼서 그래. 그날 진영이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걔는 좋을 때가 있었어?”나는 성현의 눈을 바라보며 한 글자씩 얘기했다.“내 생일일 때, 최진영이 아프다고 해서 네가 친구들 다 버리고 갔잖아. 친구들이 다 나 비웃고.”“내가 아팠을 때, 최진영이 자기 집에 먼지가 너무 많아 숨을 쉬기 어렵다고 해서 날 병원에 혼자 두고 갔잖아. 나 링거 때문에 화장실 가기도 힘들었는데.”“이런 일 너무 많았어, 조성현, 네가 얘기해 봐. 최진영이 건강했을 때가 언제였는지, 우리 생활에 영향을 안 줬을 때가 있는지.”내가 말을 마구 쏟아내자, 성현은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숙였다.나는 성현의 모습에 쾌감을 느꼈다. 그러나 그 쾌감은 그저 한순간이었다.서러움이 몰려왔다.‘난 도대체 어떻게 버텨온 거지? 어떻게 내 감정을 조절한 거야?”“기억났다. 최진영이 상태가 가장 좋았을 때는 우리가 싸웠을 때. 우리 중간에서 우리 사이를 틀어지게 하려고. 조성현, 넌 이 일들을 모르는 척할 거야?”조성현이 말하려고 하는데, 핸드폰이 울리고 나는 누구한테서 온 전화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이것은 성현이 진영만을 위해 설정한 벨 소리였다. 성현이 다급히 전화를 껐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울렸다.성현은 구걸하듯 나한테 말했다.“현영아, 얘한테 무슨 일 있을까 봐...!”나는 차갑게 웃으며 반대쪽으로 돌아누웠다.성현이 전화를 받자, 진영의 연약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성현아, 여기로 좀 올 수 있어? 나 심장이 아파, 너무 빨리 뛰어, 죽을 거 같아.”“미안해, 이런 일로 자꾸 힘들게 해서. 근데 우리 부모님 다 외국에 있어서 너랑 수혁밖에 없어. 수혁이 전화를 안 받아서 혼자 죽을까 봐 무서워.”‘또 시작이네.’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진영은 계속 두 사람을 불러냈다.그러나
Last Updated : 2024-10-3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