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내가 10년 동안 사랑했던 사람이다.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 졸업하고 나서 연애 그리고 결혼까지 3년.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오점으로 여겼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그동안 껌딱지처럼 꼬박 7년 동안 졸졸 따라다니면서 진심만 다 하면 아무리 차가운 남자의 마음도 사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사랑 고백을 받아준 날, 너무 기쁜 나머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그러나 결혼을 승낙한 이유가 단지 회사의 자금줄이 끊겨서 재정적 지원이 필요했기 때문일 줄이야.나는 결혼하고 나서 구호준의 사업을 도와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동시에 시중들고 비위를 맞춰주려고 갖은 애를 썼다.덕분에 본인도 조금씩 변해갔고, 내가 집에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거나 아침을 준비하고 배가 아플 때 부드럽게 마사지도 해주었다.심지어 비로소 그의 사랑을 얻었다고 생각할 정도였다.그리고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날,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방방 뛰면서 그의 주위를 맴돌았다.하지만 싸늘하기 그지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손가영, 임신한 게 사실이야?”나는 의혹이 담긴 말투를 눈치채지 못하고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다.“훗, 하지만 난 정자가 워낙 적어서 임신이 불가능해. 누구의 아이인지는 아마도 본인이 제일 잘 알겠지?”비록 서툴지만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했고, 의사의 말을 곧이곧대로 전달해주었다.“9주가 지나서 안정기에 들어서면 확인이 가능해. 널 배신하는 일은 절대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그러나 임신이 확정된 날 이세라가 마침 귀국할 줄은 몰랐다.구호준은 우스갯소리로 이세라에게 이 소식을 알렸다.10년 동안 노력한 끝에 어렵게 얻은 사랑이 이세라의 귀국과 함께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었다.영혼도 고통이 느껴지는 건가?나는 갑자기 숨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캐리어에 갇혀 있을 때 느꼈던 절망적인 질식감이 다시 나를 덮쳤다.이세라를 안고 있던 구호준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왜 이렇게 안 오지? 며칠 동안 반성하고도 아직 교훈을 얻지 못했나? 설마 나랑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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