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진혁은 모든 사람을 내보내고 혼자 집 안의 잡동사니 방에 숨어들었다.그 방은 먼지가 잔뜩 쌓여 있었다. 그는 구석에서 상자를 하나 꺼냈다.상자 안에는 물건이 많지 않았는데 모두 내가 구진혁에게 준 것들이었다.맨 위에는 옥 팔찌가 있었다.이 팔찌는 구진혁의 어머니가 임종 전에 내 손목에 직접 끼워주신 것이었다.“해월아. 나는 이제 가야겠구나. 앞으로 우리 진혁이랑 잘 살아야 한다!”그때 나는 뭐라고 했더라?“아주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앞으로 저 진혁이랑 오래오래 함께 잘 살 테니 안심하세요!”나는 이렇게 대답한 것 같다.그러나 나는 결국 구진혁과 함께하지 못했고 아주머니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팔찌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구진혁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그는 떨리는 손으로 그 팔찌를 집으려 했지만, 손이 갈수록 더 심하게 떨렸다.결국, 팔찌는 그의 손에서 빠져나가 바닥에 떨어져 산산이 부서졌다.그 금 간 자국은 마치 내 몸에 얼기설기 남은 상처들처럼 보였다.“해월아...”구진혁은 오랫동안 참고 있던 눈물을 터뜨리듯 무릎을 꿇고 울기 시작했다.나는 차갑게 그 옆에 앉아 나 때문에 울고 있는 그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하지만 진혁아, 너야말로 나를 죽인 진짜 범인이었어. 네가 온갖 방법을 동원해 백윤아를 탐사대에 보냈지 않았다면, 네가 백윤아 때문에 우리 사이에서 흔들리지 않았다면, 네가 그때 단호하게 결단을 내렸다면, 우리는 이런 결말을 맞지 않았을 거야.’상자 안에는 내 사진도 한 장 있었는데 그것은 나와 구진혁이 찍은 몇 안 되는 사진 중 하나였다.구진혁은 그 사진을 집어 들고 가슴에 꼭 끌어안았다.“해월아, 내가 잘못했어... 해월아.”‘진혁아, 너도 아프냐? 하지만 네가 이렇게 고통스러워해도 난 이제 돌아갈 수 없어. 그 차가운 설원에서, 난 진작에 돌아갈 수 없는 몸이 되었어. 너의 이런 모습, 도대체 누구에게 보여주려는 거니?’구진혁은 온종일 잡동사니 방에 틀어박혀,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않으며, 마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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