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의 모든 챕터: 챕터 61 - 챕터 70

1669 챕터

제61화

강서연이 멍한 얼굴로 자리에 굳어버렸다. 너무나도 억울한 나머지 그녀의 몸은 부르르 떨려오기까지 했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녀가 입술을 꽉 깨물고 두 글자 내뱉었다.“안 돼.”강유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강서연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았다.“여긴 우리 집이야. 아빠가 우리 엄마한테 준 거라고! 우린 이미 이곳에서 수년을 살았어. 그러니까 어림도 없는 말 하지 마!”“하하. 너 그 말을 하는 게 얼굴이 뜨겁지도 않아?”강유빈이 표독스럽게 비웃으며 소리쳤다.“네 엄마라는 그 하찮은 작자를 들먹여? 그 여자가 우리 아빠한테 집을 받을 자격이나 돼? 우리 아빠는 그저 너희들이 하도 불쌍해서 잠시 등 붙일 곳을 마련해준 것뿐이야. 그래. 백번 양보해서 너희 엄마가 우리 아빠를 한동안 보살펴준 공이 있다고 하자고. 그렇게 널 낳았고. 하지만 쟨 도대체 뭔데!”강유빈이 윤찬을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저 정체불명의 잡종은 대체 무슨 자격으로 우리 강씨 가문의 집에 사는 거야!”윤찬은 자존심이 아주 강한 사람이었다. 이 복잡하고 괴이한 가정 관계는 늘상 그로 하여금 친구들 사이에서 당당히 고개를 들지 못하게 만들었다.조금 전 강유빈이 하필이면 그가 가장 아파하는 곳을 바늘로 찌른 것이다. 순간 그동안 꾹꾹 놀러 오던 감정이 폭발해버릴 것 같았다.“그 입 다물어!”그는 강유빈을 쏘아보며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시퍼런 핏줄이 툭툭 튀어 올랐고 손톱이 손바닥으로 파고들었다. 당장이라도 팔만 뻗으면 강유빈을 날려버릴 것 같았다.강서연은 그가 사고를 칠까 봐 두려워 다급히 달려나가 그를 막아 세웠다.강유빈은 처음엔 깜짝 놀라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섰지만 이내 강서연과 윤찬이 정말 자신에게 손을 대지는 못하겠다는 생각에 더더욱 그들을 몰아붙였다.“내 말이 틀려? 이 집안엔 정상적인 사람 하나 없어! 다 쓰레기들이야!”“강유빈, 선 넘지 마!”“선 넘으면 어찌할 건데?”강유빈이 강서연을 확 밀치며 말했다.“하찮은 년, 빨리 네 잡종 동생을 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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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당신들 죽었어?”강유빈이 주위에 서 있던 몇 명의 운반공들을 향해 소리쳤다.“당신들한테 구경이나 하라고 내가 돈을 준 줄 알아? 빨리 와서 날 도와!”하지만 그들은 구현수의 날카로운 눈빛에 겁을 먹고 선뜻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강유빈은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그녀는 눈앞의 남자를 독기 어린 눈빛으로 쏘아보았다. 그 순간 자신을 짓누르는 것 같은 남자의 기세에 압도당해 간담이 서늘해졌다.“강... 강서연!”그제야 덜컥 겁이 난 그녀가 소리쳤다.“빨리 네 남편을 막지 않고 뭐 하는 거야! 똑똑히 일러두는데 오늘 감히 날 건드린다면 곧장 경찰에 신고해 다시 콩밥을 먹게 할 거야!”그녀의 말을 들은 구현수가 자신의 손에 힘을 더 거세게 가했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그의 미소는 사람으로 하여금 오금이 저려오게 만들었다.강유빈은 다리에 힘이 풀려 고통스럽게 울부짖으며 그의 눈앞에 꿇어앉았다.“강씨 집안 아가씨라는 사람이 말끝마다 욕설을 지껄이다니, 입이 너무 천박하고 더러운 거 아니에요?”구현수가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왜 그런 거예요? 설마 강씨 집안이 당신에게 치약 하나 사주지 못할 정도로 타락한 건가요?”말을 마친 그가 힘껏 팔을 휘두르자 강유빈의 몸 전체가 벽에 강하게 부딪혔다.강서연이 다급히 달려가 그를 막아 세우고는 그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구현수가 길게 한 숨을 내쉬었다.그는 종래로 여자에게 손을 대지 않았다. 하지만 강유빈이 끝을 모르고 도발을 해대니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그는 물은 이미 엎질러졌으니 차라리 이 지독한 여자를 끝장내 버리리라 생각했었다.하지만 강서연의 눈동자에 비친 걱정스러움과 간절함을 보고 나니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강서연은 강유빈이 아닌 그를 위해 막은 것이라는 걸 그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그가 정말 강유빈에게 상처를 입히기라도 한다면 정말 경찰서에 잡혀가 감옥 생활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구현수는 빙그레 미소지으며 그녀에게 안심해도 된다는 눈빛을 보냈다. 이어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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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고기를 썰던 강서연의 손이 멈췄다. 얇은 입술을 꽉 깨문 그녀의 얼굴에 복잡함이 피어올랐다.그녀의 눈시울이 또다시 붉어졌다. 이어 진주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미안해요... 제가 현수 씨를 속였어요. 난 강유빈이 아니라 강서연이에요. 난 강씨 집안 아가씨가 아니라 세상에 내놓을 수 없는 사생아일 뿐이에요. 그래서 돈도 없어요... 화가 난다면 어떻게든 보상해 줄게요. 어떻게 보상할지는 현수 씨 뜻에 따를게요. 그러니까 엄마와 찬이에겐 아무 말도 하지 말아주세요. 두 사람은 이 일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으니까요. 난...”“정말 내 뜻에 따를 거야?”구현수가 입꼬리를 슥 올리고 그녀의 옆으로 다가갔다.“네?”그가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요구하는 보상은 아주 비싸.”강서연은 살짝 겁을 먹었지만 단호히 말했다.“괜찮아요. 그게 무엇이든 꼭 현수 씨를 만족시켜 줄게요.”구현수는 돌연 그녀의 가는 허리를 감싸 안고는 초롱초롱한 눈과 시선을 마주했다.그가 진지한 얼굴로 한 글자 한 글자 내뱉었다.“넌 나와 한평생 함께 사는 거로 보상해야 해.”강서연은 의외라는 듯 눈이 휘둥그레 졌다.“왜 그래? 한평생이 짧아?”그가 빙그레 웃음 지었다.“그럼 다음 생에도, 다음다음 생에도 함께 있어 줘.”그녀가 멍한 얼굴로 한동안 그를 바라보다가 드디어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홀가분한 얼굴로 그의 가슴에 기대고는 그를 꼭 껴안았다.구현수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다정히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원하는 건 강씨 집안 아가씨가 아니라 너라는 사람 자체야. 그리고... 내 출신 또한 별 볼 것 없잖아. 그런데도 넌 날 밀어내거나 싫어하지 않았어. 널 얻은 건 내 인생에 가장 큰 행운이야.”“현수 씨는 내 남편인데 왜 밀어내겠어요?”“그러니까.”그가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넌 내 아내인데 왜 내가 너한테 화를 내겠어?”강서연이 그제야 환한 웃음을 지었다. 두 볼에 사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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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강서연이 잠시 멈칫하고는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실은 저도 찬이의 아빠가 누구인지 몰라요. 제가 기억하는 건 7살이 되던 해 어느 날 엄마가 저를 이웃 사람에게 맡겨두고 예쁘게 꾸민 채 나갔다는 거예요. 그로부터 한 달 뒤에야 돌아오셨어요.”“제가 엄마한테 버려진 거로 여겨 절망하려고 할 때 엄마가 돌아왔어요. 떠나기 전처럼 여전히 아름다웠어요. 다만 두 눈엔 광채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어요. 마치... 마치 살아있는 송장 같은... 제가 무슨 말을 해도 반응해주지 않더라고요.”“그 뒤로 얼마 후 엄마는 찬이를 낳았어요.”강서연의 목소리는 점점 더 작아졌다.“그 사실을 알게 된 아빠는 엄마에게 불같이 화를 내며 온갖 욕설을 다 퍼부었죠. 두 사람이 싸우던 그 날, 전 엄마가 아빠를 보며 지은 웃음을 봤어요. 정말 무서웠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등골이 서늘해져요.”“그날 아빠는 수표 하나를 던져놓고 떠났어요. 그 뒤론 다시 돌아오지 않았죠. 제가 결혼하기 전까지 말이에요.”강서연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아마 그 돈으로 저랑 엄마와의 관계를 끊어낸 거겠죠.”구현수는 그녀의 옆으로 다가가 그녀의 가냘픈 어깨를 꼭 끌어안았다.그는 지나간 그녀의 삶에서는 함께하지 못했다. 하지만 앞으론 절대 그녀가 괴롭힘을 당하지 않게 할 것이다....구현수가 유찬혁의 사무실에 앉아있었다.그곳에 들락거리던 사람들은 모두 그를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유찬혁은 명실공히 능력 있는 변호사이다. 때문에 그곳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 사회에서 한자리하는 거물들이다.하지만 구현수는 후줄근한 차림에 모자까지 푹 눌러쓰고 있었다. 거기에 무표정하게 굳은 얼굴과 냉랭한 분위기까지 더해지니 사람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그의 신분을 유추하게 만들었다.“유 변호사가 어떻게 저런 사람을 아는 거죠?”“요즘 형사 안건 몇 개를 맡았다고 하던데... 설마 범죄 용의자가 찾아온 걸까요?”구현수가 웅성거리는 사람들을 향해 힐끗 시선을 돌리자 그들은 흠칫 놀라며 자리를 떴다.유찬혁의 다급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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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구현수를 배웅하고 난 뒤 유찬혁은 사무실에 앉아 홀로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최연준은 그 누구에게도 온정 한 점 베풀지 않는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던 냉혈인이었다.하지만 강서연을 위해 소송을 맡기를 강요하고 있는 이 구현수에게선 최씨 가문 셋째 도련님의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다.변호사로서의 그는 구현수가 강서연에게 정을 주기를 바라지 않았다. 필경 그들은 언젠가 헤어질 것이니 말이다. 오성 최씨 가문에서 어떻게 강서연을 받아들일 수가 있겠는가.하지만 우애 좋은 형제로서는...유찬혁은 길게 한숨을 내쉰 뒤 하는 수 없이 자세히 자료를 살펴보기 시작했다.며칠 후 그는 연구 결과를 구현수에게 알려주었다.“제 견해는 저번과 다르지 않아요. 이 서류들은 강서연 씨에게 조금의 도움도 안 돼요.”구현수가 못마땅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하지만...”유찬혁이 두 번 헛기침을 하고 난 뒤 말을 이어갔다.“다른 루트로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말해.”“강서연 씨의 모친이 살고 있는 그 아파트 단지 말이에요. 예전엔 작은 마을이었는데 도시화 정책이 실행되어 아파트 구역으로 개조됐다고 해요.”구현수가 그를 쳐다보았다.“그래서?”“그 집은 사면 안되는 집이었어요.”유찬혁이 설명했다.“당시 법률상 매매를 금지한 시기가 잠깐 있었는데 시간이 급했는지 하필이면 그사이에 샀더라고요.”“그러니까, 강명원이 매매를 진행한 자체가 위법이라는 거지?”유찬혁이 익살스런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엄지를 세워 보였다.구현수는 진지한 얼굴로 한참 생각하다가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아주 좋아.”그가 유찬혁을 보며 말했다.“그쪽으로 공략해.”“하지만...”유찬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소송을 진행할 때 그는 항상 깔끔하고 간단하게 정면으로 부딪쳤었다. 이런 비겁하게 빙빙 돌아가는 건 그가 선호하는 방식이 아니었다.더욱이 이런 어린아이들 말싸움같이 사소한 사건이라니.“형, 저같이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이 일을 맡기에 적합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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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구현수의 입꼬리가 살짝 경련했다.강서연은 걱정스런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구현수가 또다시 예전처럼 망나니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부정당한 수단으로 협박해 강명원으로부터 집을 얻어냈을까 봐 걱정이 태산이었다.일시적으론 성공으로 보이겠지만 앞으로 어떤 고난이 찾아올지 모른다.그녀는 정말이지 구현수가 다시 불필요한 일에 휘말리는 걸 원하지 않았다.“지금 날 걱정하는 거야?”구현수가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걱정하지 마. 정당한 방법으로 한 거니까. 내가 다시는 나쁜 일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잖아. 난 내가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야.”“하지만 우리 아빠는...”“나 변호사한테 부탁했었어.”그가 덤덤히 말했다.“그 변호사는 내가 예전... 구치소에 있을 때 알게 되었는데 안타까운 상황에 처한 범죄자들을 돕는 좋은 사람이야. 내가 구치소에서 나온 이후에도 많은 도움을 주셨어.”“그랬었군요.”강서연은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그럼 그분한테 감사 인사를 해야겠네요. 우리 집에 초대해 밥 한 끼 대접하는 거 어때요?”“지금은 그럴 필요 없어. 변호사님 요즘 바빠. 기회가 생기면 다시 얘기하자.”강서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집문서를 잘 보관해두었다.구현수가 그녀의 등 뒤에서 허리를 꼭 끌어안았다.며칠 동안 그녀의 가족 일 때문에 바삐 돌아치느라 뜨겁게 키스를 나눈 지도 꽤 오래되었다.마침 달빛이 은은하게 비추고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와 분위기를 후끈 달아 올렸다. 거기에 그녀의 몸에서 풍겨오는 향긋한 향까지 코끝을 간지럽혔다.구현수는 더는 참지 못하고 자신의 얼굴을 그녀의 목덜미에 파묻고는 아래위로 얼굴을 비비며 그녀를 탐했다.그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고 할 때 강서연이 작은 손을 뻗어 그를 막고는 미안한 듯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저기... 오늘은 좀 불편해요.”“뭐가 불편한데?”“그...”강서연의 작은 얼굴이 발그레해졌다.“배가 아파요.”그 말은 뜨거워진 구현수의 몸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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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구현수가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고는 편한 자세로 고쳐 눕고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첫째, 자신에게 너무 큰 부담을 주면 안 돼요. 난 부귀영화를 바라는 사람이 아니에요. 돈이야 얼마를 벌든 상관없어요. 살 수 있을 만큼 벌면 되는 거죠. 가장 중요한 건 당신이 편히 일하는 거예요. 알겠죠?”그가 고개를 끄덕였다.“둘째, 위험한 일을 하면 안 돼요.”강서연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경기에서 너무 안간힘을 쓰지 말라는 얘기예요. 우린 상금 같은 거 필요 없어요. 항상 당신의 안전이 보장된 조건에서만 백 프로 당신을 지지할 수 있어요.”“셋째는...”그녀가 고개를 들고 그를 쳐다보다가 한참을 망설인 다음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여자 학생에게 당신의 근육을 만지게 하면 안 돼요!”구현수는 참지 못하고 하하 웃음을 터뜨렸다.강서연은 새빨개진 얼굴을 그의 가슴팍에 파묻고는 그를 톡톡 두드렸다.“정말이에요!”그녀가 말했다.“저도 여자라 여자들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알아요! 아무튼... 아무튼 절대 만지게 하면 안 돼요. 정상적인 접촉은 괜찮지만 선을 넘는 행동은 절대 용납할 수 없어요!”“당신이 약속해주지 않으면 나가지 못하게 할 거예요! 어디도 가지 말고 그냥 얌전히 집에만 있어요!”씩씩거리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순간 구현수의 마음에 연민의 감정도 피어올랐다.그는 그녀를 꼭 껴안고 작은 목소리로 그녀의 귀에 대고 맹세했다.“알았어. 뭐든 네 말대로 할게.”강서연의 팽팽했던 긴장감이 그제야 가라앉았다. 그녀는 빙그레 웃음 짓고는 얼마 되지 않아 그의 품에서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오색찬란하게 빛나는 꿈나라를 거닐면서 말이다....다음날은 주말이었다.강서연은 구현수의 팔짱을 끼고 나가 쇼핑을 했다.그는 쇼핑엔 조금의 흥미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꼭 그에게 그럴듯한 옷을 사주어야 한다는 그녀의 성화에 못 이겨 이곳저곳 바삐 돌아쳐야 했다. 한동안 떠돌아다니다 드디어 남성복 브랜드숍을 찾아낸 강서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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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구현수는 의아한 얼굴로 강서연의 시선을 따라가 보았다.어느새 강유빈이 매장으로 들어와 조롱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그들을 쳐다보며 피식거리고 있었다.강서연이 구현수의 손을 잡고 자리를 뜨려고 한 순간, 강유빈이 한 발자국 나서며 그들의 앞을 막아섰다.“이런 우연이 있나!”강유빈이 아니꼬운 표정으로 말했다.“보아하니 우리 동생 꽤 잘나가나 본데? 승진하고 월급도 올랐다며? 이제 남편을 데리고 이런 브랜드숍에도 오고 말이야!”“아참, 새로 산 아파트는 어때? 반드시 깨끗이 잘 써야 할 거야! 그 집은 아빠가 고뇌에 고뇌를 다 한 끝에 고른 거니까!”강서연은 그녀의 말에 뼈가 있음을 눈치채고는 고개를 들어 강유빈과 시선을 맞추었다. 강유빈 눈 속의 분노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처럼 날카로웠다.“맞아요. 장인어른이 우릴 위해 애써주셨어요.”구현수가 담담히 웃으며 강서연을 자신의 등 뒤로 끌어당겼다.“좋은 집을 골라주셨을 뿐만 아니라 집문서에 우리 서연이의 이름까지 넣었다니까요! 안타깝게도 누구는 이제 작업실을 다시 찾아야 할 것 같네요. 젊고 창창한 나이에 문제 있는 집에 들어갔다가 콩밥을 먹으면 안 되잖아요?”“당신...”강유빈이 씩씩거리며 그를 노려보았다.반면 구현수는 한없이 평온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강유빈 따위가 뭘 하든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말이다.“당신 둘 과하게 나대지는 않는 게 좋을 거야!”강유빈이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우리 강씨 가문이 아량을 베풀어 거지한테 남는 집 하나 던져준 것뿐이니까!”“강씨 가문 큰 아가씨가 그렇게 생각하신다니, 더할 나위 없이 좋네요!”구현수는 그녀와 더는 말을 섞기 싫어 강서연의 어깨를 감싸 안고 자리를 뜨려 했다. 그때 등 뒤에서 강유빈이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강서연, 거기 서!”강서연이 뒤돌아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무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나 요즘 너희 회사와 프로젝트 하나를 하고 있어.”강서연의 표정에 미세한 변화가 일었다.강유빈이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말을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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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강서연이 귀를 쫑긋 올리고 신경을 곤두세웠다.뒤돌아 살펴보니 야한 차림의 여자가 구현수에게 매혹적인 웃음을 짓고 있었다. 한 손으론 와인잔을 살랑살랑 흔들었고 다른 한 손으론 치마 아래 자락을 확 찢어 새하얀 다리가 드러나게 했다.강서연은 돌연 그 목소리가 어딘가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었다.“서빈?”그녀의 동공이 확장되었다. 강유빈은 어디든 저 친구와 함께 다니는구나...예전 학창시절 서빈은 늘 강유빈과 함께 강서연을 괴롭혔었다. 그 후 성적이 바닥을 치는 데다, 술집을 드나드는 것까지 밝혀져 퇴학을 당했다.서빈은 강주시에서 평판도 그리 좋지 않았는데도 강유빈이라는 뒷배를 등에 업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으스대고 있었다.강서연은 답답함에 견딜 수가 없었다.그녀는 고객 접대고 뭐고 다 내팽개치고 단호히 방향을 돌려 구현수에게로 걸어갔다.“혼자 술 마시면 재미없잖아요?”서빈이 얇은 허리를 흔들며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갔다.“우리 같이...”“나랑 같이 마시는 게 어때?”돌연 한기가 가득 실린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들려왔다.서빈이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자 강서연의 날카로운 눈매가 눈에 들어왔다.구현수는 잠시 어리둥절했다가 이어 흥미롭다는 듯 씩 웃음을 지었다.강서연은 등으로 구현수를 막아서고는 정면으로 서빈의 도발적인 얼굴과 마주하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나 기억 안 나? 학창시절엔 매일 내 숙제를 빼앗아 베끼더니 이젠 내 남자까지 빼앗으려고?”“어머, 강서연 동생이네!”서빈이 손으로 입을 막고 쿡쿡 웃어댔다.“그게 무슨 말이야? 난 그냥 이 멋진 남자분이 알고 싶었을 뿐인데 네 남자를 빼앗으려 한다니. 거기다 조금 전 넌 여기에 없었잖아. 내가 두 사람이 어떤 관계인지 어떻게 알겠어!”“그럼 이젠 알겠지?”강서연이 그녀를 노려보았다.“알았으면 얼른 가!”구현수는 얌전히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있었다.눈앞의 이 여자는 작은 주먹을 꼭 움켜쥐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하지만 여전히 의연한 표정과 단호한 태도로 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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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그녀는 구현수가 넓고 따뜻한 품에 자신을 껴안아 줄 거라 여겼다. 하지만 일분일초가 속절없이 흘러감에도 그녀가 기대하는 안정감은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구현수를 쳐다본 순간, 구현수는 서빈을 향해 걸어가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강서연의 심장이 제멋대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녀는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아오르는 듯한 기분까지 들었다!“봤죠? 남자는 역시 현실적이라니까요.”누군가 피식 웃으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서빈 씨가 평판이 좋지 않긴 하지만 강서연 씨와는 비교도 안 되는 엄청난 부자잖아요.”“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눈앞에서 다른 여자에게 유혹당하는 남편을 지켜만 보고 있다니... 강서연 씨 너무 불쌍해요. 평소 남편을 그토록 소중하게 생각하더니 지금은...”“이래서 남자들을 너무 오냐오냐해주면 안 된다니까요!”강서연은 순간 머리가 새하얘졌다. 그저 멍한 얼굴로 제자리에 굳어있을 뿐이었다.“현수 씨, 당신...”“여보, 하마터면 서빈 씨를 다치게 할 뻔했잖아.”구현수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고는 서빈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괜찮아요?”그 말에 서빈은 환희와 불안감이 섞인 얼굴로 구현수의 손을 덥석 잡았다.“이토록 멋진 분이 걱정해주는데 당연히 괜찮죠!”서빈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랑 춤 한 번 추실래요? 손을 잡아보니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아요...”“구현수!”강서연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구현수는 그런 강서연을 전혀 개의치 않은 듯 서빈을 밀어내기는커녕 도리어 그녀의 손을 더욱 꽉 잡았다.이에 강서연을 보는 서빈의 눈동자엔 득의양양함이 한층 더 짙어졌다.“서빈 씨, 제 손이 좋아요?”구현수가 여자를 설레게 만들기에 충분한 감미로운 목소리로 물었다.서빈은 이미 그에게 푹 빠져버린 듯했다.“당연하죠!”“예전 이 손으로 누군가를 죽였다 해도요?”순간 서빈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버렸다.구현수가 씩 웃으며 말했다.“하늘 높은 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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