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지존 사위: Chapter 121 - Chapter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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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화

”하 비서님, 오셨군요.”그때 흰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회사에서 걸어나왔다. 아마 회사 안에서 기다리다 밖에 나는 소리 때문에 뛰어나온 듯하다.하은혜가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이 남자는 바로 엊저녁 송문영에게 프로포즈 했다가 실패한 정지용이다. 왜 여기에 정지용이 나타났는지 대개 알 것 같다. “정지용 씨, 여기는 우리 회사라 로맨스를 즐기기엔 적합하지 않으니 난감하게 하지 말고 가세요.”“아니 잠깐만요.”정지용이 배시시 웃으면서 입을 열려고 할 때 입꼬리가 실룩거렸다.‘아씨, 김예훈 저 새끼는 왜 왔어? 왜 어디에도 저 새끼가 나타나지? 징그럽게.”“너 미쳤어? 김예훈, 너 스토커야? 왜 나를 따라와?”정지용은 김예훈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삿대질하면서 욕을 해댔다.욕을 하면서도 속으로 걱정했다. 엊저녁 일은 모두 김예훈 때문에 파토 났는데 이 자식 지금 나타나서 또 방해하는 건 아닌지. 그렇다면 진짜 일을 망친다.김예훈은 정지용이 있는 줄도 몰랐다. 정지용을 보는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저 자식은 왜 또 회사에 온 거야?’“정지용 씨, 여긴 우리 YE 투자 회사예요. 당신 집이 아니라고요. 행패는 딴 데 가서 하세요.”하은혜는 정지용이 욕하는 걸 보고 나서서 말렸다. 비록 지금도 김예훈에게 화가 났지만.“와우~!”갑자기 주변 사람들이 하은혜와 김예훈을 번갈아 봤다. 이 미녀와 저 찌질이 남자는 대체 무슨 관계인지 궁금했다. 미녀가 저 남자를 대신해 나선 게 분명했다.정지용은 속에서 불이 났다. 자신이 좋아하는 하은혜가 김예훈 같은 청소부를 대신해 나서다니!“정지용 씨, 왜 또 왔어요? 내가 그랬죠? 당신한테 관심 없다고.”그때 송문영이 포르쉐를 몰고 나타났다.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 짜증스럽게 말을 던졌다.오늘 저녁 송문영은 하얀색 셔츠에 캐주얼한 청바지를 입었다. 늘씬한 각선미가 그대로 드러났다.또 한 미녀가 나타나자 주변에서 환성을 질렀다.적지 않는 남자들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침까지 흘렸다.YE 투자 회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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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김예훈은 말을 섞는 것도 귀찮아 바로 돌아서 회사로 들어갔다.“정지용이 말로는 저 남자가 자기 집 데릴사위라는 것 같은데. 왜 바로 회사에 들어간 거지? 그것도 출입카드를 찍었어.”“혹시 다른 신분 있는 게 아닐까요?”주변에 몰린 사람들이 김예훈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했다.그 말에 정지용이 냉소를 지었다. “무슨 신분까지. 우리 집 데릴사위가 YE 투자 회사의 청소부에 근무하고 있거든요.”“청소부였구나!”적지 않은 사람이 갑자기 깨달은 척 감탄했다. 가난한 주제 어떻게 이런 회사에 출근하나 했더니 청소부였네. 어쩐지.정지용이 다시 배시시 웃으며 하은혜를 봤다. “하은혜 씨, 저 병신은 상관 말아요. 우리 시간을 빼앗았다고 기분 상해하지도 말고요. 우리 저녁에 어디 자리 잡고 천천히 얘기해 볼까요?”그 순간 하은혜는 엊저녁 송문영이 어떤 심정이었을 지 이해됐다. 어이없어 한참을 말을 잇지 못하다 다시 입을 열었다.“정지용 씨, 잘 들어요. 첫째, 당신에게 관심 없고 둘째, 우리 아는 사이도 아니고 셋째, 우리 회사 내부 규정에 따르면 이건 다 쓰레기로 분류해야 돼요. 체면을 생각해 줄 때 가세요. 아니면 보안원 부를 테니까.”정지용이 웃었다. “하 비서님,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지금 남해시 사람들 다 알아요. 엊저녁 우리 별장에 와서 꽤 질투를 받았다는 사실을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우리 둘 모두가 인정한 한 쌍이니 저한테 어울리지 않을까 그런 걱정 안 해도 돼요.”“너…”하은혜는 두통이 왔다. 더는 정지용을 보지 않고 손호남에게 말했다.“여기 정리해 주세요. 그리고 저 자식이 가지 않으면 사람 불러서 끌어내요.”“넵!”손호남이 신나게 다가왔다. 하은혜는 나도 품에 안아보지 못했는데 정지용 같은 놈이 감히 낚아채? 오늘 잘 걸렸다!…대표 사무실에서 김예훈이 사람을 불러 로비 cctv를 보더니 긴 한숨을 내쉬었다. 정지용 또라이 새끼를 계속 저렇게 행패를 부리게 내버려두는 것도 방법이 아니었다.잠시 생각을 하던 김예훈이 휴대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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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정지용 이 또라이가 하은혜에게 달려가 프로포즈 했다가 YE 투자 회사 앞에서 쫓겨난 것도 모자라 이 때문에 투자금이 파토 났다는 사실이 몇 시간도 안 되는 사이에 남해시에 쫙 퍼졌다.…정씨 별장에 가족들이 다 모였다. 어르신은 잔뜩 인상을 쓰면서 테이블 중앙에 앉아 있다. 분위기가 썰렁했다.정지용은 두 팔을 출 늘어뜨린 채 두려움과 부끄러움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 옆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흉한 표정으로 정지용을 놓고 한마디씩 했다.“정지용, 너 바보니?”“하은혜가 너에게 애정이 깊어? 그런데 아무도 아니잖아!”“역시 너를 믿는 게 아니었어. 역시!”“오늘 저녁 어찌 되었든 우리에게 설명해. 우리 정씨 사업뿐만 아니라 우리 가문의 신용도 너 때문에 다 망가졌어!”말할수록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와 눈에 쌍불을 켜고 잡아먹을 듯이 이글거렸다.“조급해 마요. 이 일은 반드시 해결될 거니까. 두 사람 사이에 말다툼이 있었거나 토라지거나 그랬을 수도 있잖아요. 지용을 믿어줘요.”초조하게 앉아 있던 정민택이 입을 열었다.어떻게 조급하지 않을 수가 있지? 어제 저녁만 해도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말하더니. 몇 시간만에 일이 이 지경이 됐다는 건 자칫하다 가문이 정지용 때문에 망할 수도 있다는 걸 의미한다.그러니 평소에 존경을 받던 정민택도 모든 이익 앞에서는 아무도 아니었다.그때 어르신이 실망한 눈길로 정지용을 봤다.“지용, 나는 네가 우리 가문을 이끌어 줄 사람이라 믿었는데 너무 실망했다.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할 거냐? 말해 봐.”정지용은 울상을 하며 말했다. “할아버지, 진짜 태도가 그렇게 빨리 바뀔지 생각도 못했어요. 너무 잔인해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제가 꼭 해결할 게요.”말을 하다 감정에 북받친 정지용이 당장 울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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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네가? 어떻게? 이번에는 또 누구한테 프로포즈 하려고? 설마 대표? 대표가 남자라던데.”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두 정지용을 향해 별의별 욕설을 다 퍼부었다.원래 정민아가 나서서 계약을 성사시키면 이익이 얼마가 되든 만족하려고 했다. 한데 하필이면 정지용 이 녀석이 나타나서 일을 그르치는 바람에 이익이고 나발이고 다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좀 더 심각한 상황이라면 집안이 망할 수도 있다.어르신이 아니라면 모두 달려들어 정지용의 목을 졸라 죽여버렸을 지도 모른다.“맞아! 정민아가 계약서를 가져가는 게 더 나았어!”“지만 대단한 척 우쭐대더니 어떻게 됐어? 쓸모 없는 놈!”“정지용! 너 설마 다른 가문이 우리 집에 심은 스파이 아니야?”정지용은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전에는 그렇게 말씀하지 않으셨잖아요. 다 저를 지지해 줬잖아요. 게다가 저도 피해자라고요. 걱정 마세요. 내가 있는 한 이 일은 꼭 해결할 테니까!”“뭘로?”“그 기생오라비 같은 낯짝으로?”가족들은 모두 외면한 채 믿어주지 않았다. 말도 점점 격하게 하다 하마터면 손까지 댈 뻔했다.그때 한 목소리가 들려오면서 모두가 당황했다.“어르신, 큰일 났어요. 손씨 손영준 회장님이 오셨어요. 그리고 우리와 협력관계인 고객도 함께요.”기세가 당당한 모습을 봐도 비즈니스계의 큰 인물들이라는 것이 느껴졌다.앞장선 사람은 손씨 가문 손영준이다.“정 회장, 보아하니 엊저녁에 우리 두 집안이 맺은 계약은 취소해야 할 것 같네요.”손영준은 다가오면서 당당하게 말을 했다. 전혀 어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어르신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손 회장, 그 계약은 당신이 나한테 부탁한 거잖아요. 왜 갑자기 취소해요?”그때 백기철도 등장하더니 비소를 던졌다. “정 회장, 우리 모두 사업하는 사람들이라 솔직하게 말할게요. 어제 우리가 맺은 계약도 취소합시다.”“모르는 척하지 마세요. 우리가 정 회장과 계약한 것도 YE 투자 회사와 관련이 있어서 그런 거지. 방금 소식을 전해는데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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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손 회장, 우리가 망하는 꼴을 보려고 그러십니까?”“맞아요. 사람이 그러는 거 아니죠!”“어제는 우리가 초청하지 않았는데 당신들이 제발로 걸어서 왔어요. 선물까지 내놓으면서 계약을 하자고 한 것도 당신들이라고요! 하루 멀다 하고 이렇게 변덕을 부리면 우리도 곤란해요!”정씨 가족들이 나서서 비난하자 손영준 회장 일행이 질세라 저마다 반박해 나섰다.어르신은 화가 치밀어 올라 뒷골이 뻐근했다. 그러다 갑자기 테이블을 치며 소리쳤다.“그만들 싸워!”쌍방이 흥분을 가라앉힌 후에야 어르신이 손영준을 보며 정중하게 말했다.“손 회장, 백 회장, 말이 이 정도로 나온 이상 나도 할 말이 없네요. 하지만 우리가 몇 년 동안 알고 지낸 정을 봐서라도 체면을 주세요. 3일, 3일 내에 꼭 YE 투자 회사의 계약을 받아낼 거예요. 그러니 계약은 취소하지 맙시다. 어때요?”손영준을 비록한 회장들이 서로 얼굴을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그동안 정을 봐서라고 3일만 줄게요. 만약 3일 뒤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그 땅을 내놔요!”“당신들…”어르신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눈앞의 사람들이 여기 온 이유가 그 땅 때문이다. 정지용이 일을 그르치는 바람에 3일 내에 투자금을 받아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럴 수밖에 없었다. 아니면 정씨 가문이 숨을 돌릴 시간 마저도 없을 테니까.그제야 화기애애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갔다. 어르신 눈에 그 사람들은 웃는 가면을 쓴 호랑이 같았다.그때 축 늘어진 정지용이 갑자기 얼굴을 쳐들었다. “할아버지, 이 문제를 해결할 사람 있어요.”“누가?”어르신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물었다.정지용이 가장 뒤에 선 정민아를 쳐다보는 눈에 음흉한 빛이 스쳤다. 비록 자신이 계약을 받아내지 못했지만 다른 사람도 실패하게 되면 자신의 책임이 다른 사람에게 돌릴 수 있다.“할아버지, 민아가 전에 두번이나 YE 투자 회사에 갔잖아요? 만약 누나가 허락하면 YE 투자 회사에서도 다시 계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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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어르신이 눈을 번뜩이더니 웃으면서 말했다.“민아, 할아버지한테 화 난 거 알아. 전에는 너를 진심으로 믿어주지 않았어. 지금 이 자리에서 사과할게. 정민택, 지용도 민아한테 사과해!”정민택과 정지용이 서로 쳐다보더니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줄곧 강세를 부리던 사람들이 다들 보는 앞에서 정민아에게 사과를 하라니 절대 할 수 없었다.하지만 이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다. 정지용은 심호흡을 하더니 천천히 정민아를 향해 몸을 살짝 숙였다. “민아 누나, 내가 잘못했어요. 제발 용서해주세요.”고개를 숙인 정지용의 얼굴에 음흉한 기색이 스쳐갔다. 잘 감춘 덕에 누구도 그 눈빛을 보지 못했다.정민택도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민아, 지용이 사과했으니 큰아버지도 사과하마. 앞으로 더는 일을 만들지 않을게. 그러니 큰아버지 체면을 봐서라도 다시 한번 YE 투자 회사에 갈 수 있겠니?”“체면? 당신 부자에게도 체면이 있었어요? 일이 생기면 정민아고 일이 없으면 옆으로 툭 차버리고 대체 자기가 뭐라고 된 줄 알아? 하고 싶은 대로 막 부려먹어?”그때 임은숙이 벌떡 일어서더니 큰소리로 말했다. 원래 기 센 임은숙은 딸이 가져온 투자금이 뺏겼을 때 화를 참느라 힘들었다. 그런데 또 정민아를 찾으니 자연스럽게 폭발했다.“제수씨, 다 정씨 가문을 위해서야. 그까짓 일로 정씨 가문이 파산하면 좋겠어?”정민택이 싸늘하게 내뱉었다.파산이라는 말에 임은숙은 생각만해도 싫은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지금까지 부귀영화를 누리면서 살았는데 어떻게 돈 없이 구질구질하게 살 수 있지? 진짜 그렇게 되면 차라리 죽는 게 더 나을 것이다.임은숙이 갑자기 태도를 바뀌었다.“민아, 아니면 네가 마지못해 승낙하면 안 되겠어?”“엄마, 내가 승낙하지 않는 게 아니라 할 수 없으니까 그래.”정민아는 급한 나머지 발을 동동 굴렀다. 원래 귀찮은 일인데 만약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또 자기 탓이 되어버린다. 정지용은 그렇게 좋은 마음으로 시킨 게 아니다. 틀림없이 책임을 전가할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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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대표님, 사모님께서 또 회사에 오셨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송문영은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만약 정지용이 왔다면 욕을 하고 쫓아내면 그만인데 정민아의 신분이 특별해서 무례하게 대하지 못한다.“어? 민아가 또 왔다고?”김예훈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어르신도 여우처럼 영리해 분명 이 방법을 생각해냈을 것이다. 투자금이 없다면 강씨 가문은 진짜 망하게 되니까.김예훈은 정민아 얼굴이 떠오르면서 또 마음이 약해졌다.“이번에도 550억 줘.”“네?” 송문영이 놀랐다.“계약서는 저번과 똑같게 작성하고. 만약 또 행패를 부리면 그 자산을 바로 손에 넣어.”김예훈은 그 말만 했다.송문영은 이제야 알았다. ‘역시 대표님야. 한 손에 사탕 들고 다른 손엔 몽둥이를 들면서 정씨 가문을 갖고 놀고 있어.’“대표님, 그럼 계약서 작성하러 가보겠습니다.”송문영이 조심스럽게 말하자 김예훈이 담담하게 한마디 붙였다.“아직도 내가 가르쳐야 돼? 잠시 거절하는 척 하다가 미룬 뒤 마지막 날에 계약서를 어쩔 수 없이 하는 척 하라고. 나가봐.”“네, 한수 배웠습니다.”송문영이 인사를 하고 재빨리 사무실에서 나갔다. 정민아를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할 수 없었다.“정민아 씨 오셨네요. 이번엔 무슨 일로?”송문영은 활짝 웃으며 회의실로 들어갔다.생각보다 빨리 나타난 송문영을 보고 정민아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송 부장님, 투자금 말인데요. 전에 제가 정씨 사업부에 대한 계약 건에 대해 말씀드렸죠? 그게…”송문영이 바로 말을 잘랐다. “정민아 씨, 도와주기 싫다는 게 아니라 당신 가문에서 어떤 짓을 했는지는 나보다 더 잘 알 거예요. 우리 회사 프런트 직원에 이어 감히 하 비서까지 희롱을 하다니 무슨 말로 형용해야 되는지 모르겠네요. 그냥 생각이라는 게 없는 거 같아요.”정민아가 탄식했다. “송 부장님, 그냥 재벌 도련님들 코스프레 한다고 생각하고 무시하세요.”송문영이 담담하게 말했다. “무시? 솔직히 나도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온 사람이에요. 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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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대표 사무실에서 김예훈은 뒷짐을 지고 창밖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송문영 일 처리 잘 하네. 시기가 되면 총지배인 자리에 앉혀야겠네.”김예훈 뒤에 서 있던 하은혜가 어깨에 드린 머릿결을 쓸어 넘겼다. 오늘은 묶지 않고 긴 머리를 드리웠다.“알겠습니다. 송 부장 대신해 미리 감사하다는 말 드려요.”김예훈이 피식 웃었다. “송문영에게 전달해. 연기할 때 리얼하게 하라고. 내 아내라고 해서 봐주거나 예의를 차릴 필요 없어. 부부 사이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말을 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정민아에게 진심이었지만…하은혜가 앞에 한 말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대표님, 혹시…이혼해요?”“내가 이혼하면 이상하나?”김예훈이 창 밖을 보면서 탄식했다.“인정해. 나 3년 동안 진짜 진심으로 좋아했어. 하지만 민아는…”더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정민아가 자신에게 어느 정도 호감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민아는 자신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가족애 같은 혹은 강아지를 오래 키우면 정드는 그런 의미일 것이다. 정말로 그걸 확실히 알게 되는 날이 온다면 이런 결심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김예훈이 탄식하며 씁쓸해하는 모습을 본 하은혜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대표님, 사람을 불러서 거실 가구를 들였어요. 욕실은 아직 며칠 걸려야 인테리어를 완성할 수 있다네요. 오늘 저녁 잠시 우리 집에 와서 묵으시겠어요?”“그러지.”김예훈이 휴대폰을 꺼내서 한 번 보았다. 지금은 휴대폰 2 대를 갖고 있다. 신형 휴드폰은 사업용으로 사용하고 폴더폰은 정민아가 사준 유일한 선물이다. 그 안엔 정민아 번호만 저장했다. 그러나 오래기다려도 정민아는 전화를 주거나 문자도 보내지 않았다.“시간 되면 은행 좀 데려다 줘. 블랙카드 이용한도를 올려야겠어. 또 한도 초과하면 곤란하니까.”김예훈은 문득 다른 일이 생각났다. 어제 휴드폰을 사면서 진짜 창피해 죽는 줄 알았다. 그러니 은행에 가서 한도를 더 늘리려 했다.곧 하은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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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블랙카드!이건 전설의 블랙카드다! 이 카드는 현재 남해시에 5장밖에 없다. 이 카드를 소유한 사람의 신분은 상상을 초월하는데.이주아가 겨우 냉정을 되찾았다. 블랙카드를 소유한 고객은 몇 사람밖에 안되니 본사에 모두 개인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텐데. ‘왜 이 고객은 전문 직원을 찾지 않고 한도 변경을 하기 위해 직접 찾아온 거지?’갑자기 이주아의 머리속에 무시무시한 생각이 스쳐지났다. ‘이 자식 블랙카드는 가짜이거나 훔친 거다!’퍼런 대낮에 사람이 어떻게 그런 양심 없는 짓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런 생각에 이주아가 과감히 경보 버튼을 눌렀다. 이내 경보음이 크게 울리며 총을 든 몇몇경비원이 비상입구에서 들어왔다.그 장면을 본 김예훈이 어리둥절했다.‘이건 또 무슨 상황이야? 설마 이 은행에서는 돈을 꺼내도 안 돼? 돈을 꺼내면 총으로 쏘는 건가?’김예훈의 표정을 본 이주아는 드디어 진실이 들어난 것에 희열을 느꼈다. 그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 김예훈을 내려다봤다.“느낌이 왔어! 너 도둑이지? 어디서 이 카드를 훔쳐왔는지 모르겠지만, 남해시에 이 카드가 5장밖에 없거든? 다 내노라 하는 큰 인물들이지 너 같은 거지는 아니야!”이주아는 득의양양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도둑을 잡는 날도 오다니. 블랙카드를 주인에서 돌려줄 때면 무조건 호감을 살 것이다. 그러면 내 인생이 꽃밭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그 생각에 이주아는 저도 모르게 흥분했다. 자신이 이렇게 운이 좋다니 꿈에도 생각 못한 일이었다.그때 업무를 보던 고객들이 모두 뒤로 물러나면서 김예훈을 경계하듯이 보고 있었다.온 몸에 반짝이는 보석을 걸친 여자 한 명이 소리질렀다. “이 은행 뭐야? 남해시에서 가장 안전한 은행이라고 자부하지 않았어? 이런 곳에 왜 도둑이 와?”“맞아. 만약 손해라도 나면 어떻게 보상하려고? 그 책임을 질 수 있어?”“어서 파출소에 보내!!”주변 사람들은 손가락질하며 김예훈을 나쁜 도둑으로 몰았다. 어쨌든 도둑이라는 것은 모두가 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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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이주아는 말을 하면서 속으로 웃었다. 하은혜가 자신보다 더 예뻐서 조금은 질투했다. 성격이 삐뚤어져 인정하는 걸 싫어하니 어쨌든 상당히 불쾌했다.이 도둑놈도 대단했다. 블랙카드로 자신이 대표라고 사기를 치고 다니다니 진짜 뻔뻔하기 짝이 없다.하은혜는 이주아를 보면서 진지하게 말했다.“이봐요. 말을 가려서 하세요. 우리 회사 대표님한테 예의를 갖추지 않으면 우리도 다른 은행으로 갈아탈 거예요. 비록 상업은행이 잘 나간다고 하지만 남해시에 다른 은행도 많으니까요.”대표님은 200억도 눈 깜짝하지 않고 투자하는 사람인데 도둑이라고? 진짜 웃기고 자빠질 노릇이다.이주아가 하은혜를 위아래로 훑더니 비웃었다.“도둑이 아니라고? 그럼 이 블랙카드가 뭔지는 알아요? 우리 은행에서 유동자금 2000억 재테크 상품 2조 안 되면 이 블랙카드를 가질 자격도 없어! 거지 꼴을 해 갖고는 어디가 돈 있어 보이지? 블랙카드를 훔친 게 아니라면 어떻게 생겨났는데?”하은혜가 눈살을 찌푸렸다.“무례하게 굴지 말고 우리 대표님 카드 맞는지 아닌지는 비밀번호 확인하면 되잖아요.”그 말에 이주아는 더 노골적으로 비아냥거리며 반말을 해댔다.“비밀번호를 확인해? 이 카드는 휴대폰 번호로 인증하는 거 몰라? 카드를 긁으면 비밀번호가 맞든 틀리든 모두 카드 주인 휴대폰에 문자 뜰 텐데. 그때 카드 주인이 우리 은행을 고소하기라도 하면 어떡할 거야? 말이 쉽지 누구를 골탕 먹이려고 그래? 다 아는 척 잘난 척을 하지 마!”주변에서도 귓속말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이 여자는 얼굴만 예쁘지 머리는 텅 비었다고. ‘거지 꼴인 남자를 대표님이라고 부르다니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니냐?’그때 술배가 튀어나온 중년 남자가 뒷짐을 쥐고 내부에서 걸어 나왔다. 시끌벅적한 장면을 보고 잔뜩 인상을 구겼다.“무슨 일이야?”이주아가 재빠르게 답했다. “행장님, 이 도둑이 우리 고객의 블랙카드를 훔치고 돈을 이체하려고 해요.”뭐? 블랙카드?그 말에 은행장이 갑자기 당황해 식은땀을 흘렸다. 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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