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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4화

작가: 진헤이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정국진은 임소미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은 정말...”

정국진은 지금 임소미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비록 말투는 단호했지만 여린 마음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실 그들은 강이한이 이유영의 눈을 위해 그런 결정을 내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고 그저 수술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강이한이 나선 것이다.

여진우가 돌아왔을 때, 정국진과 임소미는 무거운 표정을 서로 마주 보았고 결국 정국진은 임소미에게 말했다.

“제가 진우랑 서재에서 얘기할게요.”

“그래요.”

임소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던 임소미의 표정은 여전히 무거웠다. 누구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정국진과 여진우가 위층으로 올라갔고 때마침 월이가 밖에서 놀다가 들어왔다.

“할머니.”

작은 아이는 부드러운 몸으로 임소미에게 안겼다.

임소미는 아이를 꼭 껴안고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왜 이렇게 빨리 뛰어다녀. 여자아이는 넘어져서 흉터가 생기면 안 돼.”

흉터라는 말이 나오자 임소미는 이유영의 온몸에 있는 상처들을 떠올렸다. 그 상처들은 모두 강이한이 이유영에게 남긴 상처였고 그녀를 얼마나 아프게 했는지의 증거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임소미는 강이한이 각막 수술에 대해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 그건 강이한이 이유영에게 빚진 것이다.

그들의 관계에서 누가 누구를 이용했든, 감정은 결국 그들만의 것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유영은 항상 강이한을 믿었지만 강이한은 결국 그녀의 믿음을 저버렸다.

그래서 그들은 지금 이런 사이가 되어 버린 것이다.

“할머니.”

“응?”

“엄마는 언제 돌아와요?”

작은 아이는 임소미를 애처롭게 바라봤다.

임소미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엄마가 보고 싶어?”

“네, 너무 보고 싶어요.”

강이한에 대한 감정과 달리 아이는 이유영을 매우 좋아했는데 석 달을 보지 못했으니 너무 보고 싶어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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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행기가 구름을 뚫고 하늘로 치솟는 순간, 이유영이 박연준에게 물었다.“우리 파리로 돌아가는 거야?”박연준은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걱정 마, 널 어디에 넘기려는 건 아니니까.”이유영은 눈살을 찌푸렸다.이 비행기가 파리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이유영은 찌푸렸던 미간이 더욱 깊어졌고 불쾌함이 스멀스멀 올라왔다.“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수술하러 가는 거야.”“...”수술?파리로 돌아온 이후, 이유영은 피부든 눈이든, 끊임없이 수술이라는 단어와 마주해야 했다.그러나 막상 수술이 현실이 되자, 그녀의 마음속은 누구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복잡했다.공기는 정적에 휩싸였다.이유영은 손에 들고 있던 빨대 컵을 힘껏 들이켜고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있어?”그녀는 각막에 관해 묻고 있었다.어둠 속에서 살아본 사람만이 그 희망이 얼마나 희박한지, 세상에 정상적인 시력을 가진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그 시력이 얼마나 소중한지 절실히 깨닫는다.세상에는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이 다시 눈을 뜨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까?아버지는 여러 번 이유영에게 수술을 제안했지만 이유영은 매번 거절했다. 그녀는 자신의 신분 때문에 특별 대우를 받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고 가장 평범한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싶었다.기다리는 것, 그것이 그녀의 유일한 기준이었다.“응.”박연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이유영은 박연준의 목소리에서 묵직한 기운을 감지하고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살아 있는 사람의 장기를 이식받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그건 알고 있지?”“알아.”박연준은 이유영의 신분이 어떻게 변하든 그녀의 입장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강이한과의 감정 외에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그럼...”이유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두 사람 사이에는 긴 침묵이 흘렀고 박연준은 이유영의 텅 비어 있는 눈을 보며 그녀의 감정을 읽기 어려웠다.박연준은 이유영을 한참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12화

    우천시의 추위는 뼛속까지 스며들었고 이유영은 몸을 움츠리며 떨었다.박연준은 이유영의 작은 몸짓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았다.언제부터 이유영의 작은 변화에도 이렇게 민감해졌을까? 누군가를 깊이 관심하게 되면 다 이렇게 되는 걸까?박연준은 누군가에게 마음이 흔들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리고 그 감정은 예상보다 훨씬 견디기 어려웠다.연서를 향했던 감정보다 더 깊고 복잡했다. 분노와 좌절은 전혀 다른 감정이었고 그가 이유영에게 느끼는 것은 오직 좌절과 안타까움뿐이었다.박연준은 목에 두르고 있던 회색 목도리를 풀어 이유영의 목에 감아주었다.그 목도리는 옥색 전통 복장과 어우러져 한층 더 부드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박연준의 온기가 스며들자 이유영이 느끼던 추위도 서서히 사그라졌다.박연준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조금은 따뜻해졌어?”“이러지 않아도 돼.”“...”이유영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다. 예전 같았으면 이유영의 이런 차가운 태도에 상처를 받았겠지만 지금은 이미 익숙해진 듯했다.이건 그와 강이한이 이유영에게 빚진 것이니 어떤 태도로 그들을 대해도 당연한 일이었다.“지금은 춥지 않은 것 같네.”박연준의 목소리에는 씁쓸함이 묻어났다.“...”청석판 길은 매끈하지 않았고 휠체어를 밀 때마다 돌출된 부분이 울퉁불퉁하게 전해졌다. 마치 공예품처럼 정교하게 만들어진 돌이었지만 이유영은 불편함을 느꼈다.청석판에서는 특유의 은은한 향이 풍겼다.“여기서 사는 사람들은 행복할 것 같아.”“왜 그렇게 생각해?”“여기가 도심 한가운데잖아? 그런데도 자연의 향기가 가득해.”이유영은 이곳의 향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박연준은 말없이 이유영을 바라보았고 눈빛에는 씁쓸함이 더욱 짙어졌다.냄새에 대한 감각이 더욱 예민해졌고 눈이 보이는 사람조차도 쉽게 느낄 수 없는 감각이 있었다.이유영은 어둠 속에서 세상을 특별한 방식으로 인지하고 있었다.“유영아, 더 이상 애쓰지 마. 응?”박연준의 목소리에는 깊은 슬픔이 묻어났다.이유영이 애써 괜찮은 척할수록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11화

    연서가 없었다면 그때 일어났던 모든 일은 그녀가 스스로 감당해야 할 상처였을 것이다. 그러나 연서가 있었기에 모든 것이 달랐다.결국, 그녀는 연서로 인해 박연준과 강이한 사이에 휘말렸고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용서할 수 없었다.“내 인생을 엉망으로 만든 게 누구인데, 이제 와서 나 자신을 용서하라고?”“...”“그게 그렇게 말처럼 쉬워?”자신을 용서하고 모든 걸 내려놓으라는 건 이유영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한 일이었다.그들의 단순한 생각이 너무 우스웠고 증오스러웠다.“...”이미 창백했던 박연준의 얼굴이 한층 더 창백해졌다.이유영과 강이한, 두 사람 모두 자신을 용서하고 모든 걸 놓아버리기엔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기다림은 언제나 잔인한 법이었다.박연준은 이유영에게 파리로 돌아가겠다는 말을 꺼내지 않았고 대신 꼬박 이틀 동안 강이한의 연락만을 기다렸다.하지만 강이한은 아무런 소식이 없었고 한참 후에야 박연준은 문자를 받게 되었다.[예약한 병원으로 데려와.]전에 서재에서 박연준과 함께 예약한 병원이었다.결국 이런 결정을 내렸단 말인가?휴대전화를 들고 있던 박연준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문기원이 방으로 들어왔고 그가 본 박연준은 검은색 긴 코트에 회색 머플러를 두르고 여전히 깔끔하고 고고한 기품을 풍겼지만 온몸에서 스며 나오는 상실감은 감취지지가 않았다.그동안 벌어진 일들이 박연준의 마음에 이토록 많은 변화를 일으킨 것이다.“선생님.”박연준은 정신을 차리고 문기원을 바라보았다.그의 눈동자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서려 있었다.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입술을 떼었음에도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박연준도 아마 느꼈을 것이다. 그와 이유영 사이에 벌어진 일들이 이제는 영원히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그렇기에 그는 자신을 모든 것을 이유영에게 주기로 한 것이다.“기원아.”박연준이 한동안 침묵하다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네.”“용성시로 갈 준비해.”“...”용성시로 가다니, 결국 상황이 이 지경까지 오고 만 것인가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10화

    그 아이가 자신의 아이인지 몰랐다고는 해도, 그래도 이유영의 딸이었다. 그런데도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었을까?박연준이 침묵하자 이유영은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내뱉었다.“너와 그 사람, 둘 다 내 인생에서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야!”이미 숨 막힐 듯한 답답함이 가득한 가슴에 이유영의 말은 더욱 깊은 상처를 남겼다. 사람은 감정에 휩쓸릴 때 가장 위험한 존재가 된다. 과거 연서 사건으로 분노했던 것처럼 지금은 이유영 앞에서 속수무책이 되었다.“사실 네가 가장 증오해야 할 사람은 나야.”박연준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가장 증오해야 할 사람이 박연준이라고? 그는 자신이 증오스러운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사실 박연준은 강이한과 마찬가지로 증오스러운 존재였다.“날 알프산에 데려갔을 때, 네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해?”“유영아.”“지금 와서 착한 척하며 모든 잘못을 뒤집어쓰려고 하네.”이유영의 말에는 냉소가 섞여 있었고 박연준은 그 냉소를 느끼며 가슴이 더욱 아팠다.“넌 그저 한지음을 그 사람 곁에 보냈을 뿐이라고 하며 누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는 그 사람의 마음의 저울이 결정할 거라고 했어.”답답했던 가슴은 이유영의 말에 더욱 아픔으로 퍼져 나갔다.맞다. 박연준은 한지음을 강이한 곁에 보냈을 뿐이었다. 강이한이 왜 한지음을 이유영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심지어 한지음의 딸을 이유영보다 더 소중하게 여겼는지, 박연준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박연준도 이유영도 강이한의 마음속에서 한지음이 가장 중요한 존재라고 믿었다.“박연준.”“응?”“네가 아버지라면, 과연 누가 네 아이보다 더 소중할까?”박연준은 말이 없었다.누가 자기 자식보다 더 중요할까? 마음속에는 단 하나의 답만 존재했다. 누구도 자기 자식을 능가할 수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이유영에게 그 말을 할 수 없었다. 이유영은 이미 화가 난 상태였고 그러니 그녀를…“유영아, 너도 한 번쯤은 스스로를 용서해 줘. 응?”“이온유는 아직도 그 사람 곁에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09화

    어둠 속에서 박연준은 담배를 연거푸 피웠지만 가슴속 답답함이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휴대폰 화면에 강이한의 번호가 떠올랐다. 곧 신호음이 울리더니 전화가 연결되었다.“여보세요.”“시간이 됐어.”“언제 돌아올 거야?”두 사람의 목소리는 놀랍도록 평온했다.참으로 아이러니했다.지난 몇 년 동안, 박연준과 강이한 사이엔 언제나 칼날 같은 긴장감이 감돌았고 두 사람 사이에 평화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모든 것은 연서 때문에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이유영 때문에 잠잠해졌다.하지만 그 평온함은 마음을 더욱 불안하게 했다.“네가 와서 데려가.”박연준의 말이 끝나자, 공기는 순간 얼어붙었고 두 사람의 숨소리만이 무겁게 울려 퍼졌다.강이한에게 이유영을 데려가라고? 박연준은 무슨 일을 꾸미는 걸까?“수술은 내가 할게.”박연준은 전화 너머의 강이한에게 말했다.강이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공기는 다시 정적에 휩싸였고 박연준은 그 말을 하는 데 온 힘을 다 쓴 듯 강이한이 대답하기도 전에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어둠 속에서 박연준은 차갑고 외로운 기운을 내뿜었다.그는 모든 것을 잘못했다. 단 한 가지, 서주에 대한 인식만은 옳았다.서주는 마치 늪과 같았다. 하지만 그 늪은 결국 그와 강이한을 삼켜버렸고 그는 이유영까지 그 늪으로 끌어들였다.만약 빚을 따진다면… 그와 강이한 중, 더 큰 죄를 지은 사람은 박연준이었다.만약 그 음모와 계략이 없었다면 이유영과 강이한은 원래대로 행복했을 거지만 결국 박연준이 상황을 이렇게까지 몰아넣은 것이다그날 밤, 누구도 쉽게 잠들지 못했다.다음 날 아침.아침 식탁에는 이유영을 떨리게 했던 쓴 약이 사라졌다.“내가 먹여줄게.”“싫어.”“유영아, 나에게 그렇게 냉정하지 마.”이유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박연준의 감정은 분명히 이상했지만 어디가 이상한지는 이유영도 알 수 없었다.박연준이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이유영은 아직 어둠에 익숙하지 않았다.그때 박연준은 이유영을 도와주려고 했고 이유영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08화

    이유영의 차가운 떨림이 전해지는 순간, 박연준의 마음속을 지배하던 집착이 산산이 무너졌다.“네 말이 맞아. 만약 그 약이 효과가 없다면 넌 괜히 3일 동안 고생하는 거잖아.”그러나 그는 그런 말을 할 자격조차 없었다.결국 그 약이 이유영에게 효과가 없다면 그녀는 수술의 고통을 겪어야 했다.그와 강이한은 자신들의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만 했고 강이한은...강이한의 얼굴이 떠오르자, 박연준의 심장은 거칠게 요동쳤다.이유영은 박연준의 말에 온몸의 긴장이 풀린 듯했다.박연준은 그 약이 이유영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안겨주었는지 또다시 깨닫게 되었다.밤이 깊어지자 이유영은 이른 잠자리에 들었다.박연준은 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언제 파리로 돌아갈지는 말하지 않았다.우지가 이유영에게 담요를 하나 더 덮어주며 말했다.“아가씨, 이렇게 하면 좀 따뜻해질 거예요.”“네.”그러나 이유영은 아무런 온기도 느낄 수 없었고 여전히 싸늘했다.우천시의 추위는 뼛속까지 스며드는 한기였다. 이곳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결코 견뎌내기 힘든 혹독한 추위였다.“빨리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여기 너무 추워요.”이곳의 추위는 그녀가 알프산에서 느꼈던 한기보다 더 혹독했다. 알프산은 눈이 전부 덮여 있었지만 바람이 불지 않을 때는 이렇게 춥지 않았다.그러나 이곳은 햇살이 내리쬐는 날에도 서늘했고 비가 내리면 뼈마저 얼어붙을 만큼 냉혹했다.“우지 씨.”“네, 아가씨.”“아니네요, 나가 보세요. 자야겠어요.”이유영은 무언가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우지는 이유영의 텅 빈 눈동자를 바라보며 속으로 깊이 탄식했다.“그럼 아가씨, 푹 주무세요.”우지는 그 말을 남기고 방을 나섰다. 방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이유영은 발소리가 멀어지는 것을 듣고 눈을 떴다.그녀의 눈동자에는 깊은 공허와 끝없는 슬픔이 서려 있었다. 이유영은 손을 들어 눈앞에서 흔들어 보았지만 세상은 여전히 암흑이었고 이유영의 얼굴은 더욱 창백해졌다....서재에서.희미한 조명 아래,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07화

    이유영이 어떻게 버텨왔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박연준도 강이한도 그녀가 그 약 때문에 온몸을 떨며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똑똑히 지켜보았다.석 달 동안 끼니마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견뎌야만 했다.“이제 며칠 안 남았어.”박연준은 한 글자 한 글자 힘겹게 말했다.마지막 3일이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이제 3일밖에 남지 않았다.“앞으로 내가 어떤 고통을 감당해야 할지, 네가 알기나 해?”이유영은 박연준을 향해 물었다.보이지 않았지만 이유영의 그 텅 빈 눈동자에서 박연준은 고통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수술이 사람에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무슨 의미일까? 너무도 많았다.이유영은 박연준과 강이한 사이에서 너무나 많은 고통을 겪었다.하지만 어떤 고통이든, 그녀는 빛을 되찾아야 했다. 마음속의 증오가 아무리 크더라도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된 후에 그 감정을 표출하기로 했다.잘못에 대한 사과나 돈으로도 결코 해결되지 않는 일이 있다는걸, 박연준은 처음 깨달았다.그는 자신의 잘못이 상대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안겨주는지 몰랐고 이제야 그 고통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어떤 고통이든, 내가 함께 견딜게.”오랜 침묵 끝에, 박연준이 말했다.이유영은 대답하지 않았다.이유영이 반응할 틈도 없이 박연준은 그녀의 입술에 조용히 입을 맞추며 쓴 약을 삼키게 했다.한 모금, 또 한 모금.이유영은 자신을 꽉 잡고 있는 박연준의 떨리는 손을 느꼈다.박연준 역시 이유영이 그 쓴맛을 들이킬 때의 고통스러운 떨림을 느낄 수 있었다.박연준에게는 약의 쓴맛보다 이유영이 느낄 고통이 훨씬 더 쓰라렸다.약 한 그릇은 금세 바닥을 보였다.약 한 그릇이 사람을 얼마나 무너뜨릴 수 있는지, 박연준은 뼈저리게 깨달았다.단순히 한 모금 맛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한 그릇의 약은 세상에서 가장 쓴 맛이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박연준은 이유영을 꼭 안고 그녀의 작은 코끝에 입술을 부드럽게 댔다.두 사람의 숨결이 뒤섞였고 박연준은 하고 싶었던 말을 삼켰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06화

    박연준은 손끝이 허전해지는 순간, 마음까지 텅 빈 듯 가라앉았다.“네 말이 맞아. 우리는 자격이 없어.”“포기해!”“뭐?”“저녁 약은 가져오지 마.”“유영아.”이유영이 약을 거부하자 박연준의 가슴이 더욱 세차게 조여왔다.이제 모든 희망은 염 선생에게 걸려 있었다. 그는 오전에 염 선생을 찾아가 약을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실제로 약이 바뀌었고 마지막 3일 치는 이전과 달랐다.박연준은 약이 바뀌었으니 희망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이제 와서 이유영이 저녁 약을 가져오지 말라고 하다니.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이대로 포기하려는 건가?어떻게 이렇게 쉽게 포기할 수 있단 말인가?“유영아, 포기하지 마!”박연준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이유영은 침묵했고 박연준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박연준은 이유영의 텅 빈 눈동자를 바라보며 그녀의 침묵 속에 결연함을 읽고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손을 붙잡았다.오랫동안 한약을 먹어서 그런지 이유영의 몸은 항상 차가웠다.아무리 두꺼운 옷을 껴입어도 차가운 마음까지 덥힐 수는 없었다.이유영은 손을 빼내려 하자 박연준은 더욱 세게 잡았다.“유영아...”박연준의 가슴이 답답해졌다.이유영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의 침묵은 이미 결정을 내린 듯했다.“안 돼!”그의 목소리는 단호했지만 허무함이 스며 있었다.그는 절대 여기서 포기할 수가 없었다.하지만 과거에 그가 이유영에게 저지른 일들을 떠올리면, 안 된다고 말할 자격조차 없었다.저녁.우지와 우현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다가 결국 박연준의 말을 따라 온몸을 떨리게 만드는 쓴 약을 가져왔다.3일!마지막 3일이었다.사실 그들도 약이 이유영에게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박연준은 마지막 3일까지 희망을 놓지 않고 약을 먹였다.“아가씨?”우지가 이유영 앞으로 다가와 약을 가져다 놓았다.“치워요.”박연준은 말없이 이유영을 바라보았다.오후에 이유영에게 했던 말들이 모두 헛된 것이었을까? 그녀는 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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