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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9화

작가: 진헤이
그 후로, 소은지는 이유영이 약을 마실 때마다 곁을 지켰다.

“어제도 아무런 느낌 없었어?”

“...”

이유영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더니, 소은지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눈살을 찌푸렸다.

“너 왜 박연준처럼 그래?”

“...”

박연준?

박연준은 이유영이 약을 다 마시고 나서 매번 이 질문을 했었다.

박연준이 돌아왔다.

소은지는 박연준과 함께 서재로 향했다. 연서에 대해 알게 된 후로, 소은지는 박연준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물론 강이한도 마찬가지였다.

박연준은 소은지의 얼굴에 드리운 그림자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소은지 씨, 무슨 일이세요?”

“강이한 씨와 무슨 거래를 한 거예요?”

소은지도 두 사람 사이에 거래가 오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계산과 거래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봤어요?”

박연준의 목소리는 깊고도 차가웠다.

“이유영은 강이한 씨에게 이런 식으로 빚지고 싶어 하지 않을 거예요.”

이유영이 강이한을 얼마나 증오하는지 소은지는 알고 있었다. 만약 이유영이 알게 된다면, 절대 강이한의 각막을 받지 않으려 할 것이다.

차라리 평생 눈이 멀더라도 말이다.

“...”

빚?

“은지 씨가 잘못 생각했어요. 빚진 사람은 우리예요!”

박연준은 '우리'라는 단어를 강조하며 말했다.

“...”

박연준의 말이 맞았다.

빚진 사람은 이유영이 아니였다. 만약 강이한이 이유영에게 다가가지 않았다면, 그리고 만약 박연준이 강이한을 이용하지만 않았다면, 이유영은 정국진과 임소미의 사랑을 받으며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밝은 미래는 박연준과 강이한에 의해 깨졌다.

언제부터였을까? 계산을 일삼던 박연준도 그 덫에 걸려들고 말았다. 결국 사람은 나쁜 짓을 해서는 안 된다. 결국 자신까지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유영은 원하지 않을 거예요!”

소은지는 이유영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박연준의 말처럼 그들이 이유영에게 빚을 졌지만, 강이한이 각막을 제공하고 나서 그 모든 것이 ‘빚 청산’으로 간단히 끝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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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들어 무엇 때문인지 통화를 할 때마다 임소미가 자꾸 강이한을 입에 올렸기에 이유영은 매번 그녀의 말을 단호하게 끊어버렸다.그 남자는 그녀에게 있어 마치 금기와도 같은 존재였기에 친어머니인 임소미가 이야기해도 그 이름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녀의 감정이 심하게 요동쳤다.전화기 너머의 임소미도 그런 변화를 감지한 듯 더는 그 말을 꺼내지 않았다.“다른 일 없으면 저 먼저 끊을게요.”“그래, 몸조심해.”“알겠어요.”이유영은 임소미가 그녀의 복잡한 감정을 눈치챌까 두려워 서둘리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고 혼자 어둠 속에 조용히 앉아 있는 이유영의 표정이 점점 차가워졌다. 며칠 전 여진우로부터 전화가 와서 강이한이 파리로 왔기에 정씨 가문이 그를 철저히 경계하고 있으니 월이를 데려갈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유영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분노가 끓어올랐다.‘그 남자가 무슨 자격으로 우리 월이를 보러 간단 말이야?’...저녁때가 되자 박연준이 돌아왔다.그가 염 선생님을 만나고 온 이후로 아무리 바빠도 거의 모든 식사를 이유영과 함께했다. 두 사람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한순간이라도 이유영 곁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사실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박연준은 고집을 세우며 끝까지 버티려 하고 있다.우지가 이유영에게 조심스레 약을 건네며 입을 열었다.“아가씨, 약입니다.”이유영은 말없이 그녀 앞에 놓인 약 그릇을 집어 들더니 박연준이 입을 열기도 전에 들이켰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설탕과 함께 그대로 삼켜버렸다. 그리고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빈 그릇이 탁자 위에 세기 내리박혔다. 맑은소리가 울려 퍼지며 비수처럼 박연준의 가슴 한가운데를 깊숙이 찔렀다.“저녁은 됐어.”사실 번마다 이렇게 많은 약을 마시고 나면 이유영은 더는 음식을 넘길 수가 없었다. 항상 밥을 먹어야 한다고 고집하던 박연준도 오늘만큼은 아무 말 없이 보내주었다.우지는 조심스레 이유영을 씻기고 그녀를 부축해서 침대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91화

    박연준은 강이한처럼 이유영이 파리 쪽과 연락하는 것을 금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설령 연락된다고 하더라도 이유영은 우지에게 지금 그녀의 상황을 말하지 못하게 했다.현재 엔데스 가문과 서주 쪽은 이미 커다란 혼란에 빠져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국진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이유영은 자신의 가족들이 그녀를 너무 걱정하지 않길 바랐기 때문에 지금 이 상황에서도 “필요 없어요.”라고 대답을 했다.그녀는 박연준이 대체 무슨 일을 벌이려 하는지 끝까지 지켜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박연준이 또다시 자신을 이용하려 든다면 그녀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과거 이유영은 강이한과 박연준 사이에서 벌어진 다툼 때문에 큰 상처를 입었었다. 그 트라우마 때문에 현재 그들을 대하는 태도가 얼음처럼 차가울 수밖에 없었다....이때 임소미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통화 내내 임소미는 이유영을 걱정하는 말뿐이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사실 요즘 느낌이 좀 와요.”“정말이야? 이젠 보여?”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임소미의 목소리는 잔뜩 긴장해 있었고 그 말을 들은 이유영은 말없이 침묵을 지켰다.‘저도 보였으면 좋겠어요.’사실, 완전히 시력을 잃게 된 순간부터 이유영은 알고 있었다. 이젠 다시 빛을 되찾는 것이 사치스러운 꿈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이다. 대체 언제부터 광명을 되찾으려 하는 마음조차 사치가 되어버렸을까?가슴 깊숙한 곳으로부터 답답함이 밀려오며 숨이 막힐 듯한 고통이 온몸을 옭아맸다.“엄마, 곧 괜찮아질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이유영은 그저 이런 말로 임소미를 안심시키는 것 외엔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우천에 머무르는 동안 그녀는 언제나 온몸에 날을 세우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도 몰랐다.깜깜한 밤마다 이유영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눈으로 필사적으로 빛을 되찾으려 노력했다. 그녀는 이 어둠 속에서도 뭔가를 볼 수 있다면 언젠가 다시 빛을 되찾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지만 틀렸다. 결국은 다시 한번 절망할 뿐이었다. 빛을 되찾는다는 것은 그렇게 쉬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90화

    이유영이 발을 떼려던 순간, 허리 쪽에서 힘이 느껴졌다. 남자의 차가운 향기가 이유영에게 스며들었다.“...”박연준이었다.방금 서재에 있지 않았던가?박연준은 이유영을 안아 품에 안고 방으로 들어갔다.방 안으로 들어온 박연준은 이유영을 의자에 앉혔다. 우현은 이유영이 좋아하는 과일차를 끓이러 갔고 이유영은 어둠 속에서 조용히 앉아 있었다.박연준에게서 흘러나오는 무거운 기운이 느껴졌다.이유영은 짜증이 난 듯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박연준도 이유영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도대체 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그 말에는 답답함과 씁쓸함이 담겨 있었다.이유영은 보이지 않지만 사람의 감정과 기운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아무 말도 하지 마!”“우리 결혼하자.”“...”박연준의 갑작스러운 말에 이유영의 머릿속은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게 되었다.결혼?사실 청하시를 떠난 후, 파리에서 보낸 매일 그들은 결혼할지 말지 이야기를 끊임없이 나누었다.만약 이유영이 정국진의 서재에서 그 사진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들은 아마 이미 결혼했을 것이다.정국진과 강이한의 사진 때문에 이유영과 박연준의 결혼 이야기는 의심의 씨앗을 뿌리게 되었다.박연준은 우천시에 처음 왔을 때, 결혼을 이야기했었다.그때 이유영은 우천시 쪽에서 아버지에게 무언가 필요한 것이 있는지 물었었다.박연준은 이유영의 마음속에서 계산적인 사람이었다. 수년간 강이한을 위해 계획을 세우고 이유영을 그 계획에 끌어들였다.이유영은 박연준이 진정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고 결혼하고 싶어 할 것이라고 믿지 못했다.결혼은 박연준에게 그저 이익을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또한 이유영은 정씨 가문의 외동딸이었다. 정국진을 등에 업고 있으니 박연준이 이용할 대상이었을 것이다.“흥!”이유영은 비웃음에 박연준의 마음은 점점 가라앉았다.결국 그는 폭발하고 말았다.“이유영, 넌 왜 항상 의심만 하는 거야?”그렇다. 이유영은 의심하고 있었다.정국진이 자신에게 유용하기 때문에 계속 청혼하는 것이라고 의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89화

    도대체 언제부터였을까? 두 사람은 이유영에게 연서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박연준은 이미 알고 있었다. 강이한이 이유영에게 품고 있는 감정을. 그리고 그는 수년간 그 감정을 이용해왔다.과거, 강이한은 그를 얼마나 괴롭게 만들었던가!그리고 이제 그는 강이한에게 그 감정을 온전히 느끼게 해줄 것이다.지금 강이한은 그 감정을 제대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박연준의 마음은 여전히 불편했다.“강이한은 알고 있었어?”박연준은 강이한이 연서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물었다.문기원은 이마를 찌푸리며 잠시 생각하더니 조용히 대답했다.“아마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만약 몰랐다면 어떻게 이유영에게 그렇게 깊이 빠져들 수 있었을까?박연준은 처음에는 이유영에게 마음이 있었지만 마음속 깊은 집착 때문에 그 감정을 숨겨왔다. 그 집착은 박연준의 눈을 가려 버렸다.이제 모든 것이 드러났다.그는 분노를 넘어 마음속에 폭풍이 몰아쳤고 결국 그 폭풍은 이유영이라는 이름에 잠잠해졌다.“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니...”박연준은 작게 되뇌었다.그 순간, 아무도 그의 마음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었다.강이한... 알고 있었으면서 왜?의심할 여지 없이 과거 그 사건이 그들 사이에 큰 영향을 미쳤고 박연준에게도 큰 타격을 주었다.그 일은 박연준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큰 영향을 받은 상황에서 만약 강이한이 연서와 회장 사이의 계약과 약속을 박연준에게 말했더라면...박연준은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하기조차 싫었다.“일단 나가 있어.”순간적으로 박연준은 모든 상황을 정리했다.눈을 감는 순간, 날카롭고 차가운 눈빛이 스쳤다.문기원은 알고 있었다.박연준은 이미 의심하고 있었지만 진실이 드러나자 그 충격은 엄청났다.“그럼 저는 이만 나가겠습니다.”문기원은 눈을 감고 있는 박연준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문기원이 나가자, 서재에는 박연준만 남았다.박연준은 눈을 뜨자 눈빛은 차가운 얼음처럼 빛났다.그의 온몸에서 말없는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88화

    “그래.”이유영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사실 그녀는 이미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었다.두 사람이 뭔가 더 말하려던 순간, 문기원이 방으로 들어왔다.“선생님.”문기원은 박연준을 굳은 표정으로 바라보며 무의식적으로 이유영을 한 번 더 살펴보았다.박연준은 문기원이 어떤 소식을 가지고 왔는지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서재로 가자.”“네.”박연준은 이유영의 작은 손을 놓으며 일어서서 이유영의 몸에 덮인 담요를 정성스럽게 정리해 주었다. 그의 부드럽고 다정한 행동에 문기원은 마음이 아팠다.둘은 서재로 향했다.이유영은 어둠 속에 조용히 누워 있었다. 눈을 뜨든 감든 온통 어둠뿐이었고 이제는 그녀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서재 안.분위기는 매우 무거웠고 긴장감이 감돌았다.박연준은 손에 담배를 끼고 연기를 깊게 들이켰지만 가슴속의 답답함은 가라앉지 않았다.문기원은 관련 자료를 박연준에게 건넸고 박연준은 자료를 훑어보았다.“모두, 진짜야?”박연준의 목소리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함과 무게감이 묻어났다.문기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모두 사실입니다.”정말 대단한 연서로군!박연준의 마음은 이 자료를 보는 순간 무너져 내렸다.연서.박연준과 강이한의 세계에서 연서는 숨 막힐 듯 완벽한 존재였다.연서와 얽힌 과거의 일은 그들이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던 일들이었고 그 사건은 박연준과 강이한 사이가 틀어지게 만든 주요한 이유였다.“늙은이가 정말 잔인하군!”박연준의 말에는 분노가 가득했다.그의 마음속 고통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는 이마를 찌푸렸다. 박연준이 예상하지 못하던 일이었다.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강이한은 지금 어때?”최근 박연준은 이유영에게 약의 효과가 있는지 끊임없이 물어보았다. 그것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강이한과의 우정 때문이었다.하지만 지금, 연서가 이런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이 사실을 강이한에게 더는 말할 필요가 없는 듯했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87화

    그날 오후에 박연준은 염 선생을 찾아왔다. 두 사람은 마주 앉아 서로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최근 박연준도 그렇고 강이한도 그렇고 거의 모든 희망을 염 선생에게 걸고 있었다.박연준의 의도를 이해한 염 선생은 박연준을 깊은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이 정도까지 와서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면, 더 이상 약을 먹을 필요가 없어요.”“...”굳어 있던 박연준의 얼굴은 염 선생의 말을 듣고 더욱 어두운 표정으로 바뀌었다.“염명훈을 이용해서 저를 협박하지 마세요. 이유영 씨는 너무 심하게 다쳤어요. 실명을 어떻게든 막는다고 해도 결국에는 실명할 거예요. 빨리 와서 치료를 받았다면 희망이 남아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에요.”빨리 치료를 받았다면 정말 희망이 있었을까? 이전에 성공한 사례들의 환자들은 눈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을 알고 바로 염 선생을 찾아왔던 경우였다.하지만 이유영은?무려 2년이 흘렀다.그 2년 동안 이유영은 정 의사의 지시를 받아 주변의 조명을 조절하고 실명을 억제하는 약을 먹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이유영의 눈은 2년 동안 빛을 잃어가고 있었고 지금은 치료하기에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박연준의 온몸에 냉기가 흘렀다.“수술 준비해요.”노인은 매서운 눈빛으로 박연준을 바라보았다.“...”수술이라니!‘수술’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박연준의 얼굴은 더욱 심각하게 일그러져갔다. ‘수술’이라는 단어는 그에게 너무나 무겁게 다가왔다.박연준은 눈을 감고 숨을 깊게 들이쉬며 염 선생에게 물었다.“다른 방법은 없어요?”예를 들면 약을 바꾼다든지.하지만 염 선생은 약을 바꾸는 것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유영의 눈은 이제 약으로는 더 이상 치료할 수 없는 상태였다.“이유영 씨는 지난 2년 동안 다른 약을 너무 많이 먹었고, 약물 조절 상태에서 실명이 되었기 때문에 약으로는 회복하기 어려워요.”“그럼, 방법이 있긴 한 거예요?”어렵다고 했으니 희망이 있다는 뜻이 아닌가?하지만 염 선생의 다음 말은 박연준에게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86화

    “유영아?”박연준이 한숨을 쉬었다.“...”그 말에 이유영은 미세하게 움직였다.“언제 돌아온 거야?”“...”그 순간, 박연준의 머릿속은 그만 멈춰버렸다. 아무런 반응도,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벌써 석 달이 지났다.석 달 동안 고생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는 건가?“아직도 아무런 느낌도 없어?”박연준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박연준의 마음속이 얼마나 복잡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그와 강이한은 수년간 서로 앙숙의 관계였다.수년간 싸웠고 서로를 계략으로 이용했다.하지만 그들은 결코 서로를 진정으로 다치게 하진 않았다. 단지 외부적인 이익을 놓고 다툴 뿐이었다.하지만 지금은...박연준은 누구보다도 지금 상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이유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없어!”‘없어’라는 두 글자가 박연준의 가슴에 무겁게 내려앉았다. 박연준은 숨을 깊게 들이쉬며 가슴속의 답답함을 가라앉혔다. “괜찮아, 아직 5일이나 남았잖아.”석 달이 되려면 아직 5일이 남아 있었다. 어쩌면 그 5일 내에 효과가 나타날지도 모른다.이유영은 이 약이 자신에게 전혀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고 이미 마음속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하지만 정말 이 지경에 이르자,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사람은 박연준이었다.“우리 좀 더 기다려보자.”박연준은 그 말이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이 약에 아직 희망이 있다고 믿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그래서 밤에도, 밥을 먹을 때도, 그는 이유영이 약을 먹는 것을 직접 지켜보며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그는 비록 몸이 이곳에 있으면서도 사실상 항상 밖에 있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처럼 영향력 있는 사람이 우천시에 있다면 분명 서주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그러니 이 사람이 정말로 어떤 오점을 가지고 있다면 그가 무엇을 하든 그 오점과 연결될 것이 분명했다.“한 모금만 더.”이유영이 약 그릇을 내려놓는 순간, 박연준은 눈살을 찌푸렸다.“...”한 모금? 옆에 있던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85화

    전화기 너머의 신지수는 이유영의 말을 듣고도 아무런 반박을 하지 않았다.결국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주변도 복잡하고 속마음도 쉽게 읽히지 않는 법이다.“어쩌면 유영 씨 말이 맞을지도 몰라요.”“네.”신지수와의 전화를 끊고 이유영은 어둠 속에 앉아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었다.박연준이 돌아왔을 때도 이유영은 여전히 자리를 지킨 채 미동도 없었다. 박연준이 다가오자 그에게서 풍기는 차가운 향이 이유영을 감쌌다.그는 몸을 낮춰 손을 뻗어 이유영의 손을 감싸 쥐었다.“여전히 차갑네.”박연준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이유영은 망설임 없이 자기 손을 빼냈다.“...”이유영의 이런 차가운 태도에 박연준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이렇게 거리를 두는 이유영의 모습에 아프지 않다면 거짓말이었다.강이한을 그녀 곁에서 떼어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작 그녀 곁에 남은 자신 역시 결코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박연준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유영의 마음속 경계를 지울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유영아.”그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말을 꺼내려 했지만 이유영의 무표정한 얼굴을 보고는 결국 입을 다물었다.시간은 계속 흘렀고 이유영의 눈은 여전히 아무 반응도 없었다.염 선생은 뛰어난 의사였고 그의 처방도 최선이었지만 약은 이유영에게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그렇다면 결국 수술밖에 방법이 없는 걸까?“밖에 또 비가 오나 봐?”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이유영이 물었다. 이곳에서 오래 머물다 보니 이제는 빗소리에도 익숙해져 있었다.“응.”“우천시 날씨, 정말 지긋지긋해.”비는 끊임없이 내렸다.이곳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이런 날씨에 익숙해질 수 있는 걸까?“비 오는 게 싫어?”예전에 이유영이 가장 가고 싶어 했던 곳이 우천시이라고 했던 걸 박연준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풍경이 아름답기 때문이었다.하지만 막상 와보니, 모든 곳이 그렇듯 이곳에도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그리고 이유영은 이곳의 단점을 이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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