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모진은 소만리의 눈에 담긴 풍자와 거부감에 불안했다.그는 얇은 입술을 꽉 깨물며 소만리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러니 기 대표님, 다시는 저 찾아오지 마세요, 저 더 이상 죽은 사람으로 취급받고 싶지 않아요.” 소만리는 차갑게 거절했다.잠시 말이 없던 기모진이 입을 열었다.그는 소만리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라고 약속할게요.”소만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기 대표님, 그날 저를 시험했던 거 인정하시는 거예요?”소만리의 질문에 기모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과거에 소만리가 수치스러운지 모르고 기모진을 사랑했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기모진이 소만리를 사랑했다는 사실은 기모진 혼자만 알고 있을 것이다. 그날도 소만리를 떠본 게 아니라, 정말 술에 취해 정신을 잃어서 그녀가 살아있다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환상은 어디까지나 환상일 뿐이었다. 기모진이 정신을 차리니, 눈앞에 있는 여자가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여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기모진이 말을 하지 않자 소만리도 가만히 있었다. 소만리는 낮은 목소리로 차갑게 말했다. "기 대표님 초대에 응할게요. 기 대표님에게 잘못 보이면 앞으로 경도에서 지내기가 힘들 것 같아서요."소만리는 마지못한 듯 초대에 응했다. 하지만 사실 그녀는 기가 50주년 축하식은 반드시 참석할 계획이었다. 유명인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소만영의 또 다른 얼굴을 모두에게 보여주겠다는 의도가 있었다. 소만리는 기모진에게 초대장을 받았다. 그리고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익명의 이름으로 초대장을 보냈다. 그녀는 초대장을 보내고 백화점에 가서 인터넷에서 미리 봐 둔 드레스를 찾았다.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소만리가 백화점에 들어서자마자 매장 안에 있는 소만영을 봤다. 몇 명의 직원들이 열정적으로 소만영을 접대하고 있어 소만리가 들어온 것을 모르고 있었다. "아가씨, 이것들은 모두 지난주에 막 들어온 신상이에요. 특히 이 스타일들은 아가씨
소만리는 자신을 무시하는 직원들과 기고만장한 소만영을 보며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경호원을 부른다는 직원 얼굴에 던졌다. “주워서 잘 보세요. 제가 이 치마를 가질 수 있는지 없는지.”소만리의 기세에 놀란 직원은 얼른 명함을 주워 보자마자 안색이 달라졌다. 직원들은 당황하며 빨개진 얼굴로 얼른 소만리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천미랍 고객님 이였군요! 정말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세요."다른 점원들도 이를 보고는 소만리가 던진 명함을 보더니 안색이 달라져 급히 소만리에게 사과했다.소만영은 직원들이 갑자기 소만리에게 공손한 태도로 사과하자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렸다. "이게 뭐 하는 거예요?” 왜 갑자기 저 여자한테 공손하게 대하는 거죠?" 소만영이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저 여자 명함이 뭐 그리 대단한데 이렇게 놀라요?"소만영은 시큰둥하게 점원이 들고 있던 명함을 빼앗아 보았다. "흥, 결국 액세서리 파는 거 아니야, 뭐 별거 있..." 비아냥거리며 말하던 소만영의 안색이 갑자기 바뀌었다. 그녀의 눈에는 의심스럽고 받아들이기 싫은 듯 소만리를 노려봤다. “네가 이 브랜드 글로벌 명예회원이라고?”보라색 명함을 손에 쥔 소만영의 눈에는 질투와 의심이 가득했다. 하지만 명함에는 ‘천미랍’이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소만영은 모 가 집안 아가씨가 된 후, 그녀의 이름으로 많은 명품 브랜드의 명예회원 카드를 가졌다. 소만영도 글로벌 명예회원 신청을 해 자신의 품격을 높이고 싶었지만 아직 신청 조건에 미치지 못했다. 소만영이 그토록 싫어하는 천미랍이 글로벌 명예 회원일 줄이야! 소만리가 화난 얼굴로 소만영을 노려보며 말했다. "액세서리 파는 제가 이제 이 치마를 가져가도 되겠죠?" 그는 소만영의 손에서 명함을 가져오며 이내 우아하게 돌아섰다. "거기 서!" 소만영이 소만리를 막아섰다. "천미랍, 네가 이 명함을 가지고 있으면 뭐? 이 치마는 이미 다른 사람이 예약했어.” 소만영은 팔짱을 끼고 차갑게 웃었다.
소만영은 화가 잔뜩 난 상태로 모가 집으로 돌아갔다. 여집사는 소만영이 돌아오자 차를 따라주며 과자를 건넸다."만영 아가씨, 왜 그렇게 화났어요? 과일 주스 좀 마시고 화 푸세요." 여 집사가 활짝 웃으며 소만영의 비위를 맞췄다. “제 일에 무슨 상관이에요? 소만영은 불만스럽게 눈을 부릅떴다. "엄마는요?"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문 앞에서 차 소리가 들렸다. 여집사는 밖을 내다보며 소만영에게 말했다. "사모님 오셨나 봐요.” 소만영이 여집사의 말을 듣고 벌떡 일어났다. "엄마가 저 찾으면 방에 있다고 하세요.”소만영은 여집사에게 명령을 하고 가방을 챙겨 위층으로 재빨리 올라갔다.여집사는 연신 대답하며 증오의 눈빛으로 소만영의 뒷모습을 노려봤다."소만영, 너도 간접적으로 보아를 죽인 살인범이야, 만약 네가 갑자기 나타나 보아의 자리를 빼앗지 않았더라면, 보아는 여전히 풍족한 아가씨의 삶을 누리고 있을 텐데!”그녀가 울분을 토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갑자기 사화정의 발걸음이 가까워지는 것을 느꼈다."이모, 만영이 집에 왔어요?" 사화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여집사의 나이는 사화정과 비슷하지만 외모와 품격은 사화정과 비교할 수 없었다. 여집사는 사화정에게 공손에게 대답했다. "아가씨가 방금 들어왔어요. 방 안에 계실 거예요."사화정은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지으며 위층으로 올라갔다."만영아, 엄마가 뭘 사왔는지 봐봐, 경도에서 이 액세서리가 어울리는 사람은 우리 딸밖에 없어, 기가 그룹 50주년 파티에서 네가 가장 빛날 거야.”사화정이 혼잣말을 하며 소만영의 방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사화정은 방안에 있는 소만영을 보고 깜짝 놀라 액세서리 상자를 떨어뜨렸다. “만영아!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사화정이 쏜살같이 달려가 소만영이 들고 있던 과도 칼을 빼앗았다. "만영아, 무슨 일 있었니? 누가 널 괴롭혔어? 엄마한테 말해봐, 우리 딸에게 상처 주는 사람은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사화정은 손목을 그어 자살하려던 소만영을 품에 안았다.
기가 그룹의 50주년 축하식이 다가왔다.소만리는 여유롭게 스파를 끝내고 화장대에 앉아 화장을 했다. 그녀는 화장을 마치고 소만영이 구하지 못한 치마를 입고 명품 가방을 챙겨 차를 타고 경도 제일의 호화로운 6성급 호텔로 향했다.어두운 밤이 되자 가로등이 켜졌다. 소만리는 창문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며 이마의 잔머리를 정리하며 미소를 지었다. 운전을 하던 기사가 백미러로 아름답게 미소 짓는 소만리를 보다 신호위반을 할 뻔했다.그는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를 처음 봤다. 이때, 6성급의 호텔 정문 앞에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찼다. 언론사 기자들이 앞다퉈 사진을 찍으며, 많은 행인들이 선물을 받으러 왔다.초대장을 받고 온 손님들은 하나같이 호텔로 들어가 연회장으로 향했다. 기가 그룹 50주년 축제에는 경도의 모든 유명 인사들이 참석해 연회장 분위기는 남달랐다.소만영은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입지 못했지만, 고급스러우면서도 단아함을 잃지 않게 단장했다. 소만영은 결국 기씨네 미래 며느리 신분으로 파티에 참석했다. 게다가, 오늘 밤 파티는 그녀에게 매우 중요했기 때문에 의상에 더욱 신경을 썼다. 오늘 밤 기모진은 제작한 검은색 슈트를 입고 품위 있게 파티장으로 들어왔다. 몸에 꼭 맞는 슈트가 기모진의 균형 잡힌 몸매를 완벽하게 보여줬다. 샹들리에 따뜻한 빛이 그의 남성적인 얼굴에 떨어지며 고귀한 왕의 기질을 풍겼다. 많은 부유층 여자들이 기모진에게 다가가 말을 걸려고 했지만 기모진의 차가운 눈빛에 모두 물러났다.소만영은 기모진의 옆에서 걸으며 기가 집안 며느리 신분으로 사람들과 인사했다. 그때마다 소만영은 특히 그녀를 부러워하는 여자들의 시선을 즐겼다. 그녀가 기모진의 곁에 설 수 있다는 것은 명예와 지위의 상징이었다. 반면 기모진은 주위를 둘러보며 언짢은 듯 말했다. "무슨 기자들이 이렇게 많이 왔어?”소만영은 반짝이는 눈빛으로 웃으며 대답했다. "오늘은 기가 그룹 50주년 축하식이니까 기자들이 인터뷰하러 오는 건 당연하지.”"
소만리가 차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그녀의 아름다운 미모에 놀란 사람들의 눈길이 쏟아졌다.기모진은 소만리가 전화를 받지 않자 눈살을 찌푸렸다.기모진은 갑자기 누군가가 그의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기는 것을 느껴 바라보자 무표정인 기란군의 얼굴이 보였다. "미랍 누나는요? 아직 안 왔어요?" 기란군은 소만리가 오기를 매우 기대하고 있었다. 기모진은 아들을 보니 심리적으로 소외된 느낌이 들었다. 그는 기란군을 보자 그와 소만리의 아이가 생각났다. 자신의 손으로 재가 된 아이.소만리가 마지막으로 그의 옷깃을 붙잡고 한 유언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매우 심란했다."란군아." 소만영의 목소리가 조금씩 가까워왔다.기란군은 기모진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있던 작은 손을 더 꽉 잡으며 맑은 두 눈이 또다시 어두움으로 번졌다. 기란군은 손을 놓고 도망가려고 했으나 소만영에게 붙잡혔다. "란군아, 어디 가려고?"소만영은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기란군의 가녀린 손목을 잡고 기모진을 향해 부드럽게 웃었다."모진아, 어머니께서 여기서 중요한 일을 발표한다고 너랑 같이 가보라고 하셨어."기모진이 그녀를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 "발표? 무슨 발표를 해?"소만영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나도 모르겠어, 아마 기가 그룹에 관련된 일인가 봐, 우리가 먼저 가 있자.” 기모진은 이미 단상에 올라선 어머니를 의아하게 바라보며 걸음을 옮겼다. 기모진이 속아 넘어간 것을 보고 소만영은 기란군을 잡아당겼다. ”빨리 걸어!”기란군은 빠져나가고 싶었지만 힘이 없어 소만영이 자신을 이용하게 내버려뒀다.이때 기모진의 어머니가 단상에 올라 소만영이 기모진과 기란군을 데리고 오는 것을 보고 마이크를 들었다. "손님 여러분과 기자 여러분, 오늘 밤 파티에 참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기모진의 어머니입니다. 오늘 이자리를 빌어 여러분들께 기쁜 일을 발표하려고 합니다. 오늘 여러분 모두가 증인이 되길 바랍니다. “기쁜 일?”"기 도련님과 소만영 씨의 결혼이 아닐까요?"
기모진의 이상한 반응을 보더니 소만리는 더욱 생긋 웃었다.“왜 그러죠? 나…… 만리인데.”“……”만리라고!이름 두 글자가 비수마냥 날카롭게 모진의 심장에 꽂혔다. 이런 강렬한 충격이라니!소만리는 당황한 기모진의 표정을 보더니 슬그머니 입 꼬리를 올리고는 다소곳이 그에게 다가갔다. “왜 그래요? 잊어버렸어요? 전처 역할로 오늘 행사에 참석해달라고 했잖아요?”그녀의 다정한 목소리가 흡사 촘촘한 그물인양 기모진의 두근대는 심장을 조여오는 듯 했다.대답을 듣고 나서야 기모진의 미친 듯 뛰어대던 심장은 서서히 평온을 찾았다.아, 그랬었지.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얼굴을 보고 나니 마음이 온통 함락될 것 같았다.기모진은 그런 감정은 한 치도 드러내지 않고 섹시한 입술꼬리를 올리며 씩 웃더니 말했다. “왔어요?”소만리는 살짝 웃었다.“네. 왔네요.”소만영은 그 꼴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소만리가 기모진과 바짝 붙어서 이야기를 나누는 꼴이 특히 눈꼴 시었다. “난 또 누구시라고, 미랍 씨잖아?”가식적인 웃음을 띠고 다가오며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는 고개를 갸우뚱 하고는 호기심에 찬 얼굴로 눈을 깜빡였다.“미랍 씨랑 무슨 얘기를 그렇게 해? 나도 좀 끼워줘.”“만영 씨는 모르는 게 낫겠는데, 나랑 모진 씨 사이의 비밀이거든. 그렇지?”소만리가 의미심장한 웃음을 띠고 말했다.“…..”가식적인 웃음을 짓고 있던 소만영의 입꼬리가 서서히 내려가려 했으나 사람들 앞에서 추태를 보이고 싶지는 않았으므로 다시 억지 웃음을 띠며 말했다.“기왕 왔으니 재미있게 놀다가요. 기모진 씨의 약혼녀로서 환영할게요!”“……”말을 마치더니 소만영이 기모진에게 돌아서며 말했다.“자기, 어머님께서 발표할 게 있다시더니 아직 말씀이 없으시네. 아무래도 어머님 말씀하실 때까지 기다려 봐야 할 것 같아!”그녀는 무대에서 멍하니 있는 기모진의 어머니를 올려다 보며 급히 눈짓을 해 보였다.소만리는 웃음 띤 눈으로 아무 말 없는 기모진의 얼굴을 흘끗 보더니 말했다
소만리는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사모님께서 직접 보셨나요? 소만리 씨가 정말 그렇게 뻔뻔한 여자라는 게 확실한 거예요?”“당연하지! 소만리가 얼마나 뻔뻔한지 내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요! 번번이 우리 딸을 괴롭히고 내 외손주까지 다치게 했어. 그런 여자는 죽어도 싸지!”이를 갈며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에 소만리에 대한 증오와 한이 서려있다. 소만리를 아주 갈갈이 찢어 죽였어야 한다는 느낌이었다.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소만리는 다시 사화정의 비꼬는 소리를 들었다.“천미랍 씨, 생긴 건 소만리랑 똑같이 생겼더라도 그렇게 뻔뻔하고 후안무치한 짓은 안 했으면 좋겠네요!”사화정은 소만리를 경멸하는 시선으로 노려보더니 소만영 쪽으로 걸어갔다.두 모녀가 팔짱을 끼고 있는 모양이 비할 데 없이 친밀해 보였다.천만리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 이 눈꼴신 광경을 바라보았다.‘엄마, 날 낳아준 우리 엄마.나중에 엄마 입으로 말한 그 뻔뻔하고 후안무치한 여자가 진짜 엄마 딸이라는 걸 알게 되면 엄마 어쩌실 거예요?그 못된 소만영의 중상모략만 믿고 진짜 엄마 딸이 천박한 여자라고 믿으실 건가요, 아니면…… 아니면 날 꼭 안아주고 ‘우리 딸’이라고 불러주실 건가요……?’갑자기 심장이 찢어질 듯 아팠다.자조적으로 웃으며 막 술을 마시려는데 누군가가 그녀의 치맛자락을 잡아당겼다.“누나.”기란군의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소만리는 그 잘생긴 조그만 얼굴을 내려다 보았다. 마음 속 상처가 순식간에 치유되는 것 같았다.“란군이 안녕~”그녀는 부드럽게 기란군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었다.“미랍이 누나, 염염은 왜 같이 놀러 안 왔어?” 기란군은 기대에 찬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소만리가 막 입을 떼려는데 무대에서 기모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혼인식 날짜를 발표하려던 기모진의 어머니는 떠밀려 내려가고 기모진이 무대에 올라서 공식 환영사를 하고 있었다.스포트라이트 아래 딱 떨어지는 정장을 입고 선 그는 온 몸에서 카리스마를 풍기며 일거수일투족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하얗게 질린 육정은 손을 씻는 손만리를 가리키며 당황해서 벽을 잡고 일어섰다. 다리가 덜덜 떨리고 있었다.이런 고급스러운 파티가 처음이다 보니 신이 나서 술을 꽤나 퍼먹고 난 그였다.그 바람에 그녀의 매력적인 웃는 얼굴이 흔들려 보였다. 그 얼굴이 수백 개로 쪼개져 서서히 그에게 다가오는 듯 했다. 숨이 막혔다!그는 놀란 나머지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면서 횡설수설했다.“소, 소만리! 왜 나한테 들러붙어서 그래! 소, 소만영한테나 갈 것이지! 왜 나한테 이래!”두려움에 떠는 육정을 보며 소만리는 또각또각 다가가더니 한쪽 입 꼬리를 씩 올렸다.“왜 소만리의 귀신이 들러붙냐고 물어보는 건가? 본인이 제일 잘 아실 텐데?”“으악! 난 몰라! 아무것도 모른다고! 복수를 하려거든 소만영을 찾아가란 말이야! 나한테 이러지 말고!”육정은 남자화장실로 도망쳤다.공포가 극에 달해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한참을 기다려도 밖이 조용하자 조심스럽게 머리를 내밀어 보았다. 아무도 없었다.더 무서워졌다. 정신을 차리려고 물을 틀어 세수를 했다. 그러나 아무리 찬물로 씻어봐도 머릿속에서 소만리의 웃는 얼굴이 씻겨나가지 않았다.소만리는 파티장으로 돌아왔다. 이쪽은 분위기가 좋았다. 귀빈들은 먹고 마시며 즐겁게 환담을 나누고 있었다.소만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기모진의 할아버지를 찾아냈다. 그러나 함부로 움직일 수는 없었다.초조한 나머지 모든 걸 확 밝혀버리고 싶은 마음을 다시 다잡았다. 지금 이 상황을 제대로 다루려면 계속 가면을 쓰고 있어야 했다.소만영은 소만리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 그녀를 괴롭힐만한 말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수상쩍게도 기모진이 소만리의 곁으로 가서 머리를 숙여 그녀의 귀에 대고 귀엣말을 속삭이는 것을 보았다.그러더니 기모진이 먼저 팔을 뻗어 소만리에게 팔짱을 끼도록 하는 게 아닌가!소만영은 주먹을 확 움켜쥐었다. 얼마나 힘을 주었던지 들고 있던 와인 잔을 거의 깨트릴 뻔했다.그녀는 기모진이 소만리를 데리고 할아버지에게 가는 것을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