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만리가 웃으면서 나가려고 하자 기모진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 “ 와서 밥 먹어.”뭐라고?소만리는 믿기지 않다는 듯이 발걸음을 멈췄다.그가 언제 이런 따뜻한 말로 그녀랑 말을 하고 언제 단둘이 같이 밥을 먹은적이 있지? 따뜻한 아침밥은 더 없었다.“사모님, 사모님의 아침 밥도 준비했습니다. ”이모님은 그녀를 향해 상냥하게 웃었다.소만리는 잠시 고민을 했지만 결국엔 걸어갔다.그녀는 식당위를 보며 모닝 빵, 갖 구운 베이컨에 계란프라이랑 우유였다. 아주 평범한 밥상이였지만 그녀는 맘에 들었다.“여기 앉아.” 그는 옆자리로 옮기며 그녀를 옆에 앉힐려고 하였다.소만리는 보고는 “ 아니요, 괜찮습니다. 너무 가까이 앉으면 기 사장님을 더럽힐거 같네요.” 라고 말 했다.그녀는 말을 하고 기의 반대편 자리에 앉았다.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먹구름이 찬듯이 어두워졌다. 소만리는 불안해서 그저 고개를 숙여 빵만 먹고 말을 하지 않았다.기모진은 그녀가 급하게 먹는 모습을 보고 차갑게 웃으면서 말했다. “ 남편이랑 같이 있는게 그렇게 싫어? 그렇게 빨리 그 남자를 만나러 가고 싶어?”그 남자?소만리는 밥 먹는 동작을 멈추고 의혹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자 그의 차가운 눈이랑 마주쳤다.“소만리, 너는 한 평생 나만 사랑한다고 하지 않았었나? 너의 한 평생은 끝난거야?”그는 그녀를 비꼬려고 했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맞아 떨어졌다.소만리는 빵을 먹고 놀리는 말투로 답했다. “맞아, 나의 한 평생이 곧 끝나.”이 말을 듣자 기모진은 비웃고 있는 표정도 사라지며 말했다. “지금 다른 남자 사랑한다고 인정하는거냐.” 그는 차갑게 물었다.소만리는 입술을 만지고는 말했다. “글쎄.”“소만리! 너…”소만리는 기모진이 곧 화를 낼거 같았는데 운 좋고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이모님은 나가 문을 열자 소만영이 터벅터벅 걸어오고 있었다.“모진아, 어제 왜 나 안찾아 왔어…?” 소만영은 애교 섞인 말투로 말을 하는데 갑자기
이 말을 듣자 소만영은 더이상 앉아 있을수 없었다. “ 모진아, 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너 찾으러 오느라 밥도 못 먹었는데 이렇게 가버리면 어떻게..”기모진은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 그래 지금 가서 밥 먹어.”라고 말했다.“……” 소만영은 놀라서 멍하니 제자리에 서있었다. 기모진이 자신을 보지도 않고 소만리랑 같이 나가는 모습을 바라만 보자 그녀는 가방 끈을 꽉 잡으면서 화가 나서 터질려고 하였다.기모진의 이 행동에 대한 소만리도 의아했다. 하지만 진심인거 같았다. 소만리의 옆을 지나갈때 그는 일부러 발걸음 속도를 낮춰 의미심장하게 쳐다보고 “따라와”라고 했다.소만리는 기모진이 왜 이러는지는 도무지 알수가 없지만 소만영의 빡친 모습을 보자 상냥하게 웃으며 기모진을 따라갔다.불필요한 싸움을 피하기 위해 그녀는 차안에서 한마디로 하지 않았고 기모진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만리는 몰래 그의 모습을 봤다. 그의 옆라인은 여전히 섹시해 보이고 잘생겨 보였지만 차가웠다.기억을 되살려 보니까 대학교시절에도 그녀가 이렇게 그를 힐끔힐끔 많이 쳐다봤다. 짝사랑하던 시절은 외롭고 쓸쓸하지만 아름다웠다.그때로 다시 돌아갈수만 있다면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었다.소만리가 잠시 멍을 때리자 차가 멈춰 있었다. 창 밖을 바라보니 회사가 아닌 기씨그룹의 회사였다.이유를 모른 채 그녀가 기모진을 보자 그는 더 빨리 내려 옆좌석으로 가서 문을 열어줬다.이 남자는 그냥 착한 마음으로 그녀를 데려다 준다고 한줄 알았는데.. 그래도 다행히 회사가 바로 반대편에 있어서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소만리는 가방을 챙겨 내리고 “감사합니다, 기모진씨.”라고 말했다.“어딜 갈려고?” 그는 동굴같이 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부터 여기로 출근해.”소만리는 자신의 귀가 문제 생긴 줄 알고 차가운 표정인 기모진을 바라봤다. “기모진씨의 회사가 사람이 부족하면 구인사이트에서 공고만 올리면 되지 않나요?”“소만리, 똑같은 말을 두번씩이나 하게 하지마.” 기
소만리는 슬퍼했다. 기모진이 후회한다고? 후회한다고 하여도 이미 늦었다……소만리는 새로운 직장에 점점 익숙해지고 직장 동료들도 다 친절하게 그녀의 입사 축하기념으로 뭘 시키는지를 고민하고 있었다.점심시간이 다 되가자 다들 뭘 먹을지 고민하고 있을때 팀장님이 들어오셨다.이설만은 젊고 이쁘고 심지어 옷도 잘 입는다. 그녀가 들어오자 박수를 치고 진지하게 말했다.”큰 프로젝트가 들어왔어요. 핫한 인싸 락탑탑이 남자친구란 약혼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부러 기 사장님을 찾아봐서 반지 한쌍, 목걸이랑 팔찌를 주문제작한다고 합니다. 제작비는 총 20억 예정이고 만약에 계약이 성사된다면 우리 부서는 제작비의 십분의 일늘 보너스로 받을수 있게 됐어요.”“와!!”“대박, 그러면 우리 인당 보너스가 몇백만원이 되겠네요.!”동료들음 모두 신이 났고 만리도 살짝 흥분 되었다.그녀는 주얼리 디자인을 하는걸 너무 좋아한다. 비록 시작은 기모진을 위한거지만.“프로젝트 준비 기간이 한달 밖에 주어지지 않았으니까 다들 점심은 간단히 먹고 빨리 투입합시다.” 이설만은 시간이 촉박하게 느껴지며 말 했다.”다들 메일 한번 확인합시다. 프로젝트에 관한 요구사항을 작성했습니다.”다들 이해 한다는 듯이 빠르게 자리로 돌아갔다. 프로젝트이 걸린 보너스가 아주 크기 때문이다.소만리도 배고픔을 못 느끼고 메일함을 열어 확인하려고 하자 이설만이 그의 자리에 왔다.“너가 소만리냐.” 라고 팀장님이 물으셨다.소만리는 다급하게 일어나 웃으면서 인사를 했다.” 이팀장님, 안녕하세요. 제가 소만리입니다.”“너구나…” 이설만은 의미심장하게 그녀를 훑어보았다.소만리는 뭔가 불펴했지만 그래도 미소를 유지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설만은 의혹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너 전에 표절해서 고소 당해 3년동안 감옥에 있었다고 들었는데, 진짜야?”말이 끝나자 사무실은 온통 적막뿐이었다.열 몇명의 직원들이 전부 소만리를 바라 보고 있었다.디자인 회사에서 제일 싫어하는
소만리 뺨을 맞은 외쪽볼을 감싸며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이해를 못했다.“소만리 이 독한 년!” 사화정은 소만리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욕했다.소만리 왜 사화정의 따갑고 혐오로 가득 찬 눈빛을 보면 가슴이 먹먹하고 슬픈 이유를 몰랐다.“사모님, 왜 저를 때리셨나요?” 소만리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했지만 그녀의 마음은 계속 떨려왔다.“왜 때렸나고 묻는 자격이 있긴 해?”사화정은 화가 참을수 없을 정도로 나서 그녀에게 손가락질을 계속 했다. “너가 다른 사람이 짜서 내 외손자를 납치하고 우리집 귀한 딸 만영이를 괴롭히고 이젠 다른 남자 꼬셔서 만영이한테 고소장을 보내?”그녀는 말을 하고 고소장을 소만리의 얼굴로 향해 던졌다.“소만리, 너 진짜 악독한 년이다. 너네 아버지, 어머니가 일찍 죽어서 다행이지, 아니면 화병이 나서 죽겠다. 너가 내 딸이면 벌써 너의 호적을 팠어!”소만리는 사화정을 욕을 들으면 한 글자 한 글자가 그의 마음에 비수처럼 꽂혔다.소만리는 이제사야 이해됐다. 사화정은 귀한 딸 만영이의 분풀이를 하러 회사까지 온거 였다.허.정말 착한 어머니를 두셨네. 시비도 구분하지 못하고 근데 원래 어머님들은 다 무조건 자식의 편을 들고 믿고…소만리는 갑자기 눈시울이 빨개지고 심장이 누구한테 잡혀있는듯이 숨을 쉬는거 조차 힘들게 느껴졌다.“소만리 마지막으로 경고할게. 누가 빽이 되준다고 해서 막나가도 된다고 생각하나 본데. 너가 우리 만영이랑 외손자한테 했던 짓은 내가 배로 돌려줄게.”사화정은 소만리를 향해 경고만 하고 바로 뒤 돌아 나갔다.“난 그냥 동명이인인줄 알았는데, 쟤가 그 소만리야?”“언니의 남자친구까지 뺏고 그 언니 유산시킨 그 여자야?”“쩝, 우리 앞으로 이런사람이랑 같이 일해야 되는거야?”소만리는 뒤에서 동료들이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사무실에 입구에 서있어 민망함에 들어가지도 나가지도 못했다.그녀의 인생은 왜 이리도 험난할가.진짜 지친다.그녀는 제일 힘들고 기댈곳이
소만리는 순간 이설만이라는 사람이 두가지 인격이 있는거 처럼 느꼈다. 그러지 않고서야 왜 착하게 대하다가 다시 나쁘게 대하는지를 설명할수 없었다.이때 사무실에 길쭉한 기럭지의 사람이 들어왔다.이설만은 눈이 밝아지면서 “기 사장님이 여기에 무슨 일이세요?”라고 물었다.그녀는 태도를 돌변하고 친근한 말투로 말을 했다.다른 동료들도 손에 있는 가방을 놓고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웃으며 인사를 하였다.”기 사장님, 안녕하세요.”소만리는 이제서야 반응을 했지만 다들 이미 인사를 끝난 상태라 혼자 하기 민망하여 그냥 고개로 인사를 하고 웃었다.기묵비도 소만리를 향해 웃었다. 그가 걸어가자 잘생김과 고귀함의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다.“다들 고생이 많아요. 새로운 프로젝트도 화이팅합시다.” 그는 따듯한 말투로 직원들을 격려했다.이설만이 빠르게 직원들에게 눈치를 주자 다들 “기 사장님의 배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말 했다.“그래요” 기묵비는 만족하듯이 답했다.이설만은 그녀의 찰랑거리는 웨이브머리를 만지며 기대를 하고 기묵비를 향해 걸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기묵비는 그녀를 지나치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소만리를 향해 다가갔다.이설만의 미소는 거의 깨져가기 직전이었다. 다른 동료들도 궁금해서 다가가 구경했다.“만리야.” 그는 친근하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괜찮아? 좀 익숙해졌어?”라고 물었다.소만리는 다급하게 일어나 “ 기 사장님, 괜찮습니다!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답하였다.“가족끼리 왜 이래” 기묵비는 친절하게 웃었다.이 말을 듣자 사무실의 직원들은 난리가 났다.다들 놀란 토끼 눈으로 소만리를 쳐다보며 소만리가 왜 기 사장님이랑 같은 집안사람인지 궁금해 했다.“오늘 가족 모임이 있는 날인데 나도 들어가야 되서 괜찮으면 같이 갈래?”소만리는 멍했지만 바로 예의상 거절하였다.”아니요. 저 그냥 혼자 갈게요.”“어차피 목적지는 같은데, 사양하지마” 기묵비는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소만리
기묵비랑 같이 서있는 소만리를 보자 기모진의 눈빛은 갑자기 차가워졌다.그는 차가운 눈으로 소만리를 보자 소만리는 놀란 듯이 가슴이 철컹했다.그녀는 더이상 기모진을 신경 쓰지 말자고 수없이 스스로한테 말했지만 몸이 반응을 했다. 그녀는 아직 그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모진아,” 기묵비는 놀라서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말했다.” 만리 데리러 오는거야?”“너랑 상관없어.” 기모진은 차가운 말투로 말하고 소만리를 보며 말했다.” 왜 내 전화 안 받아.”“아까 그 전화 모진이가 만리한테 한거구나” 기묵비는 웃으면서 말했다.” 만리는 아까 스팸 전화라고 장난쳤는데, 부부싸움이 있었나 보네”말이 끝나자 소만리는 어두워진 기모진의 표정을 봤다.그는 그녀를 쳐다보면서 “ 뭘 멍해 있어, 가자.”라고 말했다.기모진은 말을 하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어느 새인가 이미 겨울이 되었다. 밖에 온도가 낮아서 인지 그녀는 기모진의 손이 유난히 뜨겁게 느껴졌다.그녀는 기모진이 그녀의 손을 잡고 길을 걷는걸 얼마나 오래 바라왔는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뜨거운 온도는 그녀가 바라던게 아니었다.“나는 삼촌 차 타고 갈게.”소만리는 기모진의 손에서 벗어나 기묵비를 향해 다가갔다.기모진은 손이 비자 잠시 흠칫하였다.“삼촌, 죄송해요.”기묵비는 미간을 찌푸리고 고개를 들고 기모진을 봤다.” 그럼 모진아 좀 있다 보자. 만리야, 우리 먼저 가자.”“네” 소만리는 답을 하고 기묵비를 따라갔다.“ 소만리, 너 진짜 내 차 안탈거야?”얼마 걸어가지 않자 뒤에서 기모진이 물었다.소만리는 가방을 쥐고 있는 손을 꽉 잡아 손톱이 살을 파고 들어갈 정도로 꽉 쥐었다.그녀는 발걸음을 멈추고 혼자 서있는 기모진을 보자 말로 표현할수 없는 씁쓸함이 느껴졌다. 그녀는 정신을 차렸다.”응, 안탈거야.”…….소만리가 기묵비와 함께 기가의 대문에 들어가자 기모진은 이미 도착해있었다.차가 멈추자 기모진은 소만리에게 걸어가 넓은 어깨로 그녀의
기모진이 소만리를 안고 들어오는 모습을 본 소만영은 주먹을 꽉 쥐고 화를 참고 있었다.그러자 기묵비가 뒤따라 같이 들어오는 모습을 보자 소만영은 매우 당황했다.그때 그 남자가 기모진의 삼촌이었어!소만영은 마음이 심란해졌다. 그날 소만리를 도와준 사람이 기모진의 삼촌인줄은 몰랐다.심지어 이 남자는 그녀에게 고소장까지 보냈다.그녀는 안절부절하며 기묵비를 보고 아무 일 없듯이 앉아 있었다.기묵비도 소만영을 봤지만 그냥 못본 채 하였다.기모진은 소만리를 끌어 와 옆자리에 앉히고 소만영은 알아서 반대쪽 옆자리에 앉았다. 앉자 마자 소만영은 현모양처 마냥 그에게 와인 따라주고 반찬도 덜어 주었다.소만리는 그 모습이 너무 거슬렸다. 밥상에 차려신 반찬들을 봐도 입맛이 없었다. 몸이 안 좋아서 그녀는 담백한 반찬만 먹을수 있었다.“이건 엄마가 잘하는 요리야, 먹어본적 없지. 한번 먹어봐.” 그는 말하고 매운 생선의 살집을 집어 그녀의 앞접시에 놓았다.갑자기 친절해진 그의 태도가 연기인걸 알자 그녀는 그에 맞춰 연기를 하고 싶지만 그녀의 도무지 이런 매운 생선요리를 먹을 몸상태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녀는 생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여보, 고마워. 근데 나 생선 별로 안좋아해.”소만리가 기모진을 거절하자 그의 얼굴은 다시 어두워졌다.“만리야, 이건 기모진의 어머님이 직접 하신 요리인데 안 먹으면 어떻해. 그리고 너 생선 좋아하잖아. 왜 거짓말해? “소만영은 억울하게 말을 이어서 했다.어머님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며 “먹고 싶으면 먹고 먹기 싫으면 먹지 마. 나도 네가 내 요리를 먹는게 싫어.”“소만리” 기모진은 불쾌해지자 그녀에게 물었다.”먹을거야 말거야.”그는 강압적인 태도로 밀어 붙였다. 그러자 소만영은 옆에서 실실 웃고 있었다.소만리는 젓가락을 잡았지만 목을 넘기기가 힘들었다.“만리 오늘 일도 많이 하고 점심도 별로 못 먹어서 매운것 보다는 담백한게 좋을거야.” 기묵비는 나서서 분위기를 풀어줬다.
소만리는 황급히 각티슈에서 휴지를 뽑아 피를 닦았다. 그녀는 피가 나올줄 몰라 당황해 했다. 하지만 그녀는 기모진이 자신의 피를 보는걸 꺼려했다.“소만리, 너가 먹기 싫으면 안먹으면 되지. 왜 내가 힘들게 한 요리들을 망쳐!”어머님은 소만리가 토한 국에서 피가 섞여 있는걸 눈치 못채고 그저 분노에 차서 소만리를 욕하고 있었다.“다음에 올때 미리 연락하고 와.너 오면 난 나가 있을게.다시는 너의 얼굴 보고 싶지 않아.”“어머님, 화내지 마세요.” 소만영은 급하게 뛰어가 어머니를 진정시키고 소만리를 향해 비웃는걸 잊지 않았다.그녀는 방금 소만리가 피를 토한걸 똑똑히 보았다.그녀는 소만리의 몸 상태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 소만리의 종양은 이미 수술로 제거가 불가능한 상태로 심각해졌다.이 상황에 자극적인 음식을 먹는다는건 그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행위라고 볼수 있다.소만리가 죽는다면 그녀가 신분 상승할 기회가 생긴다는 뜻이었다.“꼭 이런 수단으로 나를 역겹게 해야되냐.” 기모진의 분노가 찬 말투가 귀옆에 맴돌았다.소만리가 타들어가듯이 따가운 위를 잡으며 입에서 퍼져나올려고 하는 피의 비린내를 손으로 가리며 행여 기모진이 맡을가봐 두려웠다.”모진아, 일단 화내지 마. 만리도 일부러 그런건 아니잖아.”기묵비는 차분한 말투로 말을 했다. 기묵비는 소만리가 걱정되어 물었다.”너 괜찮아?”소만리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는 터질려고 하는 눈물을 꾹 참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 괜찮아요..” 그녀를 어렵게 몇 글자를 뱉었다.그녀의 답을 듣자 기모진은 더욱 화가 났다. “내가 너랑 말하면 죽은 척 하고 기묵비가 너한테 말을 걸면 답하려고 하고. 소만리 너 진짜 …”그는 화가 나서 그녀를 확 끌어오자 윗층에서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이리 시끄러운거야.”할아버지는 방금 일어나서 눈을 흐릿하게 뜨고 내려왔다.“ 다 먹었어? 다 먹었으면 얼른 돌아가.”할아버지는 소만리의 손을 잡고 있는 기모진을 보며 “빨
문 앞에 서 있던 소군연의 모친은 이 모습을 보고 들어가려고 했지만 소군연의 부친이 옆에서 말렸다.“그만 좀 해. 아들이 평생 홀아비로 살길 바라는 거야?”“누가 지금 가서 훼방 놓으려는 줄 아세요? 가서 말해 줘야죠. 나도 이 혼사에 동의해도 되겠냐고.”“당신 동의하는 거야?”소군연의 모친이 막 대답하려고 했을 때 갑자기 강연장 안 불빛이 밝아지는 것을 보았고 안에서 환호하는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깜짝 놀라 소군연의 품에서 나온 예선은 소만리와 기모진, 그리고 그녀의 부모님, 심지어 나익현과 나다희까지 서 있는 것을 보았다.그들은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예선과 소군연을 향해 다가왔다.예선은 멍하니 소만리를 쳐다보다가 결국 이 모든 것이 그들이 미리 계획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그녀와 소군연의 부모만 감쪽같이 몰랐던 것이다.소군연은 절대 그녀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단지 그녀에게 인생에서 가장 지키고 싶은 유일한 사람이 누구인지 각인시키기 위해 좀 다른 방법을 썼을 뿐이다....이듬해 봄.생명의 기운이 깃든 모든 것들이 축제를 펼치는 계절.경도호텔 야외 정원에서는 결혼식이 한창이었다.그렇다.오늘은 소군연과 예선이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날이었다.소만리와 기모진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공주님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멈추지 않았다.두 부부의 눈에는 실로 눈앞의 모든 존재들이 기적과도 같았다.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막내와 그 옆을 잘 보살피고 있는 듬직한 기란군, 그리고 곱고 맑은 딸 기여온까지.“엄마 아빠, 나랑 막내한테도 뽀뽀해 줘.”“뽀뽀, 뽀뽀.”막내는 기란군의 말을 알아들은 듯 소리쳤다.“너랑 막내는 맨날 하잖아. 여온이는 오랜만에 집에 왔으니까 특별히 좀 더 많이 해 줘야지.”기모진은 귀여운 기여온을 안고 볼에 뽀뽀를 했다.“여온아, 요즘 공부 열심히 하고 있어? 그놈이 평소에 무섭게 굴지는 않아?”“당신이 말한 그놈이 혹시 나예요?”강자풍이 짐짓 뾰로통한 얼
예선의 말을 듣고 소군연의 모친은 천천히 발걸음을 멈추었다.예선의 마음속에 그런 생각이 있는 줄은 몰랐다.게다가 예선은 자신을 향해 ‘존중'이라는 단어를 썼다.예선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은 소군연의 모친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는 중 갑자기 소만리의 목소리가 들렸다.“예선아, 네가 그들을 존중한다고 해서 그들이 널 존중해 줄 줄 알아? 사람은 서로 존중해 주어야 하는 거야.”“그렇지만 군연은 그들의 아들이잖아. 만약 내가 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어이 군연이랑 결혼을 한다면 그들은 두고두고 평생 나와 군연을 원망하며 살 거야.”예선은 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군연을 그렇게 만들고 싶진 않아. 나와 부모님 사이에서 평생 힘들어하면서 살게 할 순 없어.”“그렇지만 예선아...”“소만리, 이제 그만해. 너 나 어떤 사람인지 잘 알잖아? 한 사람을 사랑한다고 해서 꼭 함께 지내야만 하는 건 아니야. 그 사람이 평안하고 즐겁게 지낸다면 그것으로 족한 거야, 안 그래?”예선의 얼굴에 담담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미 마음속에 결심을 한 것 같았다.소만리는 예선을 말리고 싶었지만 이 상황에서 뭐라고 조언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예선아, 그럼 이제 갈 거야? 소군연 선배 더 안 찾을 거야?”“찾아볼 곳은 다 찾아봤어. 이래도 못 찾는다는 건 아마도 군연과 나의 인연이 여기까지라는 거겠지. 군연이 혼자 조용히 있게 놔두는 게 좋을 것 같아.”예선이 돌아서자 소군연의 모친은 얼른 몸을 숨겼다.자신이 그들을 미행했다는 걸 그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이때 소만리가 예선을 불러 세웠다.“예선아, 어쨌든 여기까지 왔으니 너랑 군연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줘 보는 건 어때? 아직 안 가 본 곳이 혹시나 없는지 잘 생각해 봐. 소군연 선배가 거기서 널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예선은 이 말을 듣고 걸음을 멈추었다.“아직 안 가 본 곳이 한 군데 있긴 해.”“거기가 어
멀리서 예선을 몰래 관찰하던 소군연의 부모는 차 안에서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흥. 군연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렇게 깊다더니 한나절이 지나도록 군연이 어디 갔는지 짐작도 못하고 있군.”소군연의 모친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투덜거렸다.소군연의 부친은 아내를 힐끗 쳐다보았다.“그런 말 좀 이제 그만해. 지금은 군연이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야. 사실 난 저 예선이란 애, 꽤 괜찮다고 생각해. 처음에는 부모도 없다고 당신 많이 싫어했잖아? 그런데 지금은 부모도 있고 그뿐만 아니라 엄마는 갑부에 아빠는 유명한 의사인데 당신 뭐가 불만이 그렇게 많아? 정말 아들을 평생 독신으로 살게 할 셈이야?”소군연의 부친은 솔직히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지만 소군연의 모친은 그래도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당신도 예전에는 반대했잖아요? 나중에는 나도 동의했다구요. 하지만 아버님 체면 세워 드리느라고 동의하지 않았던 건데 이제 와서 날 탓하면 어쩌라는 거예요?”“그만둬.”소군연의 부친이 아내의 말을 끊었다.“어째서 말을 못하게 해요? 내가...”“예선이 움직였어!”소군연의 부친이 급히 액셀을 밟았고 소군연의 모친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잠시 후 소만리의 차는 경도대학교 정문 앞에 멈춰 섰다.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눈에 익은 건물을 바라보며 예전에 함께 보냈던 날들을 떠올렸다.그들이 대학에 갓 입학한 첫날이었다.그때 그들은 모두 각자 마음에 두고 있던 한 해 선배의 남자와 부딪히게 되었다.그 남자와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될 때까지 아주 오랜 세월이 걸렸다.“예선아, 소군연 선배가 경도대학교에 있을 것 같아?”소만리가 물었다. 예선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살짝 웃었다.“나도 확신할 수 없지만 네 말처럼 군연과 함께 했던 추억이 있는 곳은 다 가능성이 있는 거니까. 그래서 여기 왔어. 운에 한번 맡겨 보려고.”예선은 말을 마치며 학교 안으로 걸어갔다.학교는 개방식이어서 예선과 소만리는 아무런 제지도 없이 바로 들어갔
소군연의 할아버지는 소군연의 글을 보고 화가 나서 눈을 부릅떴다.퇴원하자마자 한 여자 때문에 사라져?게다가 이 여자가 아니면 평생 결혼하지 않겠다고?그는 결코 그런 일이 발생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소군연이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하니 마음이 몹시 답답하고 당황스러웠다.만약 소군연이 정말 결혼하지 않는다면 그들 소 씨 가문은 후사가 없게 되는 게 아닌가?낭패였다.그건 안 된다. 절대 안 될 일이었다.예선은 밖으로 뛰쳐나온 후 그가 갈 만한 곳을 찾아가 보았지만 오전이 다 지나도록 소군연의 행방을 알아낼 수 없었다.그녀는 소군연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역시나 받지 않았다.아무런 소득 없이 시간만 흘러가자 예선은 갑자기 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그녀는 길가에 있는 의자에 앉아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보았다.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그들의 인생에 주어진 하루하루를 무탈히 사는 것만 같았다.갑자기 상실감이 확 밀려왔다.군연, 정말 날 포기하기로 한 거예요?우린 이렇게 헤어져서 제 갈 길을 가게 되는 건가요? 그런 건가요?예선은 막막한 마음을 도무지 어찌할 수가 없었다.생각하면 할수록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기 자신이 무기력하게 느껴졌다.바로 그때 소만리에게서 전화가 왔다.예선은 얼른 그녀의 전화를 받아 소군연에게 일어난 상황을 전했고 소만리는 한달음에 예선에게 달려왔다.예선은 소만리를 보자마자 눈물샘이 터져버렸다.소만리는 예선을 위로했다.“예선아, 소군연 선배가 일시적으로 감정이 격해져서 그런 걸 거야. 널 포기했을 리가 없어.”“아니야. 포기한 거야.”예선은 심호흡을 하고 스스로를 진정시켰다.“그의 가족들이 절대 날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특히 어머니는 강경하게 반대하시고 최근에 발생한 일 때문에 다른 가족들도 나에 대한 선입견이 더욱 나빠졌어.”“그동안 일어난 일은 너랑 아무 상관없어. 넌 피해자야.”“하지만 그들은 날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저 소군연
”얼른 들어갈게요!”소군연의 엄마는 황급히 뛰어가다가 갑자기 뒤따라오는 예선에게 고개를 돌렸다.“넌 오지 마! 우리 소 씨 가문에 널 환영하는 사람은 없어!”소군연의 엄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예선은 소군연을 만나러 가지 않을 수 없었다.예선은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어떻게 소군연이 스스로 퇴원을 할 수 있단 말인가?그는 어제까지도 분명 병상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누워 있었다.소군연의 집으로 가는 길에 예선은 소군연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보았다.그러나 소군연은 받지 않았다.소군연에게 핸드폰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하긴 했지만 그래도 예선은 계속 전화를 시도했고 예상대로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그녀는 한시라도 빨리 소군연을 만나고 싶었다.그러나 가는 길이 너무 막혔다.드디어 예선이 소군연의 집에 도착해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앙칼진 소군연의 엄마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떻게 된 거야? 군연이는? 군연이가 어떻게 스스로 집에 왔다는 거야? 방금 깨어난 거 아니야?”“이것 좀 봐 봐. 이거 보면 어떻게 된 일인지 알게 될 거야.”소군연의 부친은 원망 섞인 말투로 소군연의 모친에게 뭔가를 쥐여 주었다.예선이 얼른 현관에 들어서자 따가운 소군연의 모친 목소리가 그녀를 향했다.“따라오지 말라고 했는데 넌 왜 또 왔어? 누가 널 환영한다구...”“됐어. 그만하고 이것 좀 보라니까.”소군연의 부친은 예선이 들어오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군연의 모친 말을 끊었다.예선은 소군연의 부친이 미묘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며 쫓아내지 않자 얼른 안으로 걸어갔다.소군연의 모친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메모지 한 장이었는데 메모지에는 짧은 몇 마디가 쓰여져 있었고 모두 소군연의 모친에게 전하는 말인 것 같았다.소군연은 자신이 이틀 전에 깨어났다고 실토하며 잠에서 깬 이후 자신의 엄마가 예선에게 모질게 투덜거리는 말만 하는 것을 보고 예선과 절대 결혼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깨달
예선은 아무도 없는 병실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즉시 소군연을 찾아나섰다.그러나 근처를 한 바퀴 둘러보아도 예선은 소군연의 모습을 찾지 못했고 마음속에서 초조함이 스멀스멀 밀려왔다.이때 소군연의 엄마가 들어왔다.병상에 누워 있어야 할 소군연이 어디론가 사라진 것을 본 그녀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어떻게 된 거야? 군연이는? 군연이 혹시 무슨 검사하도 하러 간 거야?”소군연의 엄마는 불만이 가득 담긴 얼굴로 예선에게 물었다.소군연의 엄마가 보이는 이런 태도에는 이골이 났는지 예선은 개의치 않으며 담담하게 돌아섰다.“저도 알고 싶어요.”“나보다 먼저 와 놓고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제가 왔을 때도 병실에 아무도 없었어요.”예선은 돌아서면서 말을 이었다.“간호사한테 한번 물어볼게요.”“잠깐만.”소군연의 엄마가 예선을 멈추어 세우며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너한테 말을 해 둬야겠어. 군연인 이미 너 때문에 고생이란 고생은 다 겪었어. 다친 적도 한두 번이 아니고. 너 때문에 영 씨 집안 두 모녀는 감옥에 갇혔어. 이건 분명히 네가 우리 가문과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얘기야. 네가 우리 군연이를 얼마나 좋아하든 우리 군연이 널 얼마나 좋아하든 상관없어. 넌 우리 소 씨 가문에 들어올 수 없어.”이 말을 들은 예선은 어이가 없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다른 것은 차치하고라도 영 씨 집안 두 모녀가 감옥에 간 것까지도 예선의 탓으로 돌린단 말인가?예선과 소군연은 엄연히 피해자였다.영내문 같은 악랄한 사람은 오늘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도 언젠가는 다른 사람에게 악행을 저지를 사람이었다.영내문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인 중의 악인이었기 때문이다.지금까지 벌여진 일들로 이 모든 것이 자명한데 소군연의 엄마는 여전히 예선을 탓하고 있는 것이다.예선은 더 이상 소군연의 엄마와 논쟁을 하고 싶지 않았다.그런 시간 낭비 에너지
채수연이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은 이미 모든 상황을 다 이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여온아.”채수연이 기여온에게 다가가 몸을 웅크리고 앉아 다정하게 말했다.“여온아, 선생님이 여온이 좋아하는 거 알지? 어딜 가든 매일 기쁘고 즐거운 일만 있길 바라. 그리고 하루빨리 말도 할 수 있게 되길 바랄게.”기여온이 선생님의 말을 알아듣고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한껏 고개를 끄덕였다.채수연은 일어서서 강자풍을 바라보았다.아직도 눈에는 그에 대한 호감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조금 전 그녀가 말했던 것처럼 더 이상의 집착은 사라졌다.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이 반드시 고집스럽게 쟁취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채수연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강자풍을 바라보며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강자풍도 더 이상 아무 말없이 몸을 굽혀 기여온을 품에 안고 돌아섰다.돌아서기 전에 채수연에게 따뜻한 작별의 미소도 잊지 않았다.“채 선생님, 앞으로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어쨌든 선생님께 많이 신세 졌습니다. 고맙습니다.”채수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절 곤경에서 벗어나게 해 주신 걸로 이미 다 갚으셨어요. 하지만 강 선생님 같은 친구가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긴 하네요. 기회가 되면 같이 식사라도 해요.”“그럼요, 언제든지요.”강자풍이 흔쾌히 승낙했다.친구가 된다는 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채수연은 그 자리에서 기여온을 안고 점점 멀어지는 강자풍의 뒷모습을 보다가 갑자기 두어 걸음 앞으로 나섰다.“강 선생님, 저 궁금한 게 하나 더 있는데 대답해 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등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강자풍은 천천히 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잘생긴 얼굴에 다정한 미소를 가득 품고 뒤돌아보며 물었다.“뭐가 궁금하신가요?”“좋아하는 여자가 정말 있긴 한 거죠?”강자풍은 기여온의 작은 얼굴에 부드러운 시선을 잠시 떨구며 입을 열었다.“지금 저의 가장 큰 소원은 여온이가 무탈하고 건강하게
”어쩌다가 듣게 되었어요.”강자풍은 순순히 시인했다.채수연은 강자풍의 대답을 듣고 자신이 난감해할 줄 알았다.하지만 그녀의 마음이 예전처럼 초조하지 않고 오히려 편안하고 후련한 느낌이 들었다.다만 약간의 부끄러움은 어쩔 수 없었다.강자풍은 채수연이 난감해하지 않도록 애써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채 선생님을 도와드리려고 했던 건데 어떻게 하다가 영상이 찍혀 인터넷에 올라오는 바람에 선생님을 더 난처하게 해 드려서 정말 죄송해요. 나와 여온이 일로 또 한 번 고민거리를 안겨 드린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강자풍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기여온을 향해 부드러운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하지만 선생님, 걱정 마세요. 앞으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 없을 거예요.”채수연은 이 말을 듣고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순간 마음속에서 상실감이 강하게 몰아쳤다.그녀는 의아한 눈으로 강자풍을 쳐다보며 강자풍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는데 역시나 그의 말은 그녀를 안타깝게 만들었다.“채 선생님, 여온이한테 더 잘 맞는 유치원을 찾았어요. 제가 일하는 곳과도 더 가까워서 여온이 등하원하는 데도 훨씬 편리할 것 같아요.”강자풍의 말을 들은 채수연은 갑자기 마음이 너무나 허전했다.“여온이한테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봐 유치원을 옮기기로 하신 거예요?”강자풍은 부인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이게 선생님한테도 우리한테도 좋은 것 같아요.”강자풍은 ‘우리'라는 말을 할 때 기여온에게 시선을 주었다.채수연은 순간 무언가를 깨달은 것 같았다.자신의 감정이 줄곧 일방적인 것이었고 닿을 수 없는 허무한 희망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강자풍의 눈에는 이미 다른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강 선생님 생각이 맞는 것 같아요.”채수연도 강자풍의 말에 활짝 웃으며 동의했다.“아까는 정말 죄송했어요. 저희 엄마와 엄마 친구가 강 선생님에 대해 한 말은 정말 부적절했어요. 죄송합니다.”강자풍은 조금도 개의치 않으며 입
류 씨 성을 가진 남자가 트집을 잡았고 결국 강자풍이 기여온을 데리고 나가는 장면이 모두 찍혀 인터넷에 공개된 것이었다.이 남자도 양심은 있었던지 기여온의 모습은 블러 처리를 해서 사람들이 알아볼 수 없게 했지만 강자풍의 모습은 영상에서 명확하게 볼 수 있었다.채수연의 엄마는 한눈에 영상 속 사람이 강자풍임을 알아차렸다.영상 아래의 댓글을 본 채수연의 엄마는 더욱 초조한 눈빛으로 말했다.“수연아, 너 어떻게 이런 애 딸린 남자를 좋아할 수 있어?”채수연의 얼굴이 찡그려졌다.“맞아요. 부인하지 않을게요. 난 강 선생님한테 호감을 가지고 있어요.”“뭐라고!”“아유... 수연아, 너 정말 이 애 딸린 남자를 좋아하는 거야?”진 씨 부인의 눈빛이 미묘하게 반짝거렸다.“내가 보니까 여기 댓글 단 사람들이 벌써 이 남자 신상을 다 파헤친 것 같던데. 이 남자 예전에 우리 F국에서 한때 주름잡았던 그 강어라는 사람 동생이라더라구. 그 강연이라나 뭐라나 누나라는 사람은 업계에선 더욱 악명이 높았대.”“뭐! 그 강 선생이 강어와 강연의 동생이라고?”채수연의 엄마는 자신의 소중한 딸이 악명 높은 집안 배경을 가진 사람과 사귀게 될까 봐 전전긍긍했다.“나도 그 사람 형과 누나에 대해서 들은 적 있어요. 나도 알고 있다구요. 하지만 강 선생님은 지금까지 그 일에 개입한 적이 없어요. 만약 조금이라도 개입했다면 벌써 경찰서에 잡혀 들어갔을 거예요.”채수연은 정색을 하며 대답했다.“게다가 강 선생님은 이 아이의 친아빠가 아니에요. 친구 딸인데 잠시 이 아이를 돌보고 있을 뿐이에요. 그리고 아주머니, 부탁드리는데요. 이 아이가 말을 못 하는 걸로 자꾸 걸고넘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말을 못 해서 누구보다 괴로운 건 이 아이잖아요. 입장 바꿔서 누군가가 아주머니 아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절대 듣고 싶지 않을 거잖아요, 네?”“...”채수연의 입에서 뭐라도 가십거리를 좀 들을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