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만영은 소만리를 보며 이미지 신경도 쓰지 않고 그저 미친 개처럼 큰 소리로 사납게 화를 냈다.유이모님는 소만영의 모습을 봐도 놀라지 않았다. 평소에 이미 소만영의 이런 이중적인 모습을 봐와서 그런거 같았다.소만리는 여기에 계속 있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소만영이 화가 나서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보니 그녀는 소파에 앉으면서 여유롭게 말했다. “여주인이 내가 집에 있는데 왜 새삼스레 놀라고 그래 . 이상한건 이 집 사람도 아닌 너가 왜 여기 있는거야?” “너가 여기 여주인이라고?” 마치 웃긴 이야기라도 들은듯이 소만영이 대답했다. “ 소만리. 너 감옥에서 나오더니 머리도 같이 다친거야? 내가 여기 별장의 진.짜. 여주인이야.넌 그냥 기모진만 쫓아 다니는 개ㅅㄲ라고 .”소만영은 소만리를 모욕하고 깍아 내리기 위해 추한 모습을 보여줬다.소만리는 그저 태연하게 웃으면서 그녀에게 대답했다. “내가 개라면 너도 개야. 모른척 하지 마. 예전에 너 하나 살리려고 나의 골수를 너한테 기증한걸 . 지금 너의 몸에는 나의 피도 같이 흘르고 있다고.”소만영은 입술을 파르르 떨면서 “소만리, 너..!!!!”라고 외쳤다.너무 화가 난 나머지 옆에 있는 유이모한테 화풀이를 하려고 한다. “벌써 치매 걸린거야? 아무 사람이나 다 들어오게 하고. 당장 이 여자 내 쫓아내! 기모진이 돌아왔을때 이 여자가 아직 있으면 넌 해고야.”소만리는 그저 이 상황이 웃겨 눈이 터질라 화만 내는 소만영을 보며 “이모님. 그냥 알려드려요. 저를 데리고 온 사람이 누군지.”소만리는 비록 우느라 지쳤지만 바보가 아닌이상 기모진이외에 아무도 그녀를 여기로 못데려오는걸 알고 있었다.유이모님은 눈치를 보면서 “ 그게 …기도련님이 사모님을 안고 돌아온거입니다. 기도련님이 당분간 사모님은 여기서 지낸다고 당부했습니다.”소만리의 예상데로 기모진이 데리고 온거였다. 하지만 그녀는 여기에 당분간 있어야 된다는 말에 놀라 얼어있었다. “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모진이가 이
솔직하게 말 하자면 소만리는 극도의 불안과 긴장감만 있다. 지금의 그녀는 소만영을 상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오늘 기모진의 태도도 이해가 안됐다.머리속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때 현관에서 움직임이 들렸다.소만리는 현관쪽을 바로 보자 우아한 기모진의 그림자가 보였다.비가 안그쳐서 그런지 쌀쌀한 느낌에 한기까지 더했다.기모진도 고개를 들자 소만리와 눈이 마주쳤다. 그의 눈은 블랙홀처럼 빠지면 영원히 못나올거 같았다.소만리 가슴이 “철컹”하자 눈을 피하려고 했지만 옆에서 바람이 스쳐 지나 간거 같았다.소만영은 얼굴은 가리고 울면서 기모진한테로 달려가 그의 품에 푹 안겼다.“모진아…”그녀는 떨린 목소리로 마치 억울함을 당한듯이 울고 있었다.“아이고. 이 여우년이 또 연기를 하기 시작하네.”라고 소만리는 생각했다.소만리는 소만영의 연기가 웃겨 피식 웃었지만 그녀는 이미 피곤함에 쪄들어 진이 빠져있었다.기모진의 시선이 소만리의 얼굴에 몇초간 멈춰있었다. 그러고 나서야 소만영을 위로했다. “무슨 일 있었어?”그의 목소리는 너무 달콤했다. 그런 따뜻한 목소리로 소만리랑 말을 한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소만영은 그의 가슴에 기대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다 내 잘못이야. 만리는 아무 잘못도 없어. 모진아. 탓할거면 맞지 않은 시간에 맞나 서로한테 빠진 우리를 탓해야 되. 만리한테 이혼을 너무 강요하지는 마. 계속 강요하다가는 만리가 진짜 우리 군군이를 해칠가봐 너무 겁이 나…난 더이상 우리 애기를 다치게 할수는 없어.”그녀는 순진무구하게 배려심이 있는 척 착한 척 온갖 척을 다 해가며 말을 했지만 머리가 있다면 안다. 모든 잘못을 소만리한테 떠넘기고 있다는거를.소만리는 기모진의 의심의 눈초리를 봤지만 해명하기 싫어 그저 고개만 끄덕끄덕했다.“맞아. 그러니까 첩인 너는 길 걸을때 뒷통수 조심해. 누가 알아. 어느 날 갑자기 미쳐서 너랑 그 쪼꼬만 애도 죽일수도 있으니까.”소만영이 흐느적거리는 울음을 멈
소만영은 순진한 눈을 깜박거리면서 힘 없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이런 티가 난 연기를 하고 있는 여우를 기모진은 눈이 안보이는 사람처럼 몰라봤다.소만리는 기모진의 답을 들을 필요도 없이 그가 허락할거 라는걸 알고있었다. 곧 바로 기모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럼 오늘 밤은 여기서 쉬어.”라고 말을 했다.역시나. 소만리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은 답이었다.소만리는 상황이 어이 없었지만 멀리서 소만영이 자신을 도발하듯이 쳐다보고 있는 눈을 봤다.기모진은 이모님을 보면서 “소아가씨한테 게스트룸을 하나 준비해.”라고 말을 했다.국을 마시고 있는데 소만리는 놀라서 사레가 들릴뻔했다.소만영의 승리의 기쁨이 한순간에 유리 깨지듯이 바사삭 깨졌다.잘못 들은 거겠지?소만리는 너무 믿기지가 않았다. “소아가씨”는 나를 말하는거나?이렇게 생각하니 모든게 말이 되었다.기모진이 자기가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을 찬밥 신세 시키는 일이 있을리가 없었다.하지만 “소아가씨”는 소만영을 뜻하고 있었다.소만영이 착하고 쿨한 이미지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게 눈에 보였다. 그녀의 이마에는 화가 나서 혈관들이 터질라 했다. 이 광경을 본 소만리는 그야말로 사이다를 먹은듯이 속이 뻥 뚫렸다.그렇지만 기모진이 진짜 소만영을 혼자 두고 싶어서 이런 선택을 한게 아니다. 다만 집에 보는 눈이 많아서 조심스러워하는 것일뿐이다.소만리가 방으로 돌아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모진도 들어왔다.소만리는 지쳐서 옷을 하나하나 벗고 있는 기모진을 보며 소리쳤다. “기모진, 뭐하자는 거야!”말이 끝나자 방에는 정적이 흘렀고 밖에 비가 주르륵주르륵 내리고 있는 소리만 들렸다.“너 계속 기가 며느리놀이 하고 싶잖아.”기모진은 말했다.그는 고개를 돌렸다. 깊은 눈동자에서는 재미를 찾는 악마의 눈빛이 보였다.“그렇게 그 자리를 놓치지 싫으면 내가 평생 앉게 해줄게.”그의 말투는 평온해 했지만 그 말에서 한기가 날라온듯이 그녀의 몸을 감싸며 심장까지 직통해 몸이 추워
꼭 소만영이 죄값을 치르는 그날까지 살아 있을거라고 마음을 먹었다.소만리는 경도를 떠나지 못했다. 기모진이 이틀 간격으로 그녀를 기가의 본가에 데려갔다.기할아버지는 왜인지는 모르지만 유난히 소만리를 맘에 들어하며 착하게 대해주셨다. 소만리의 어깨를 토닥이며 자상하게 웃으면서 말을 했다. “ 이 아이 묘하게 낯이 익단 말이지. 우리 혹시 전생에 할아버지와 손녀사이가 아닐가?”기할아버지뿐만 아니라 소만리 본인도 그런 느낌이 들었다.처음 할아버지를 만난 그날부터 어디서인가 할아버지를 본적이 있는거 같았다.소만리는 기할아버지댁에 갈때마다 기모진이 연기를 위해 상냥한 태도를 보인 그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모든 사람들이 그를 눈의 가시로 여겼다.특히 소만영.소만영은 계획대로 라면 아주 순차적으로 기가 며느리의 위치에 앉아 있을수 있었는데 지금은 할아버지에서 막혀서 진전이 없다.월요일 오후, 소만리는 일자리를 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기모진한테 전화가 왔다.오늘 밤 소만리랑 본가에 같이 돌아갈거 라고만 얘기했다.소만리의 거절을 거절하고자 기모진은 “나 오늘 바쁘니까 너 혼자 알아 와. 가기 전에 할아버지가 좋아하시는 볼푸딩 사는거 까먹지 말고.”할아버지랑 몇번 대화를 나눴더니 할아버지가 볼푸딩 좋아하는것도 알게 되었다.기모진은 들어갈때마다 취백로에 있는 디저트가게에서 구매하고 갔다.소만리는 정리 좀 하고 바로 취백로로 출발하였다.그녀는 볼푸딩을 다 사고 기가로 갈려는데 순간 익숙한 작은 그림자를 보았다.바로 소만영과 기모진의 아들 기란군이었다.소만리는 주위를 둘러봤지만 소만영은 주위에 없었다. 기란군도 두리번거리면서 누군가를 찾고있는거 같았다.설마 길 잃어 버렸나…?소만리는 속으로 생각했다. 주위 지나가시는 분들이 기란군을 신기하게 쳐다보며 말을 걸기도 하였다.기란군은 2살밖에 되지않았다. 걸음걸이도 아직 미숙한데 자기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어렸다.멀리서 남자가 빠른 속도로 기란군에게 다가가는걸 보자
소만리는 머리가 너무 묵직하게 느껴졌다. 소만영의 격렬한 흔들림에 머리가 더 어질어질해졌다.“만리, 왜 그렇게 잔인한거야. 내가 아무리 싫고 미워도 애기는 아무 잘못이 없어. 왜 군군이한테 손을 댔어!!”이 말들은 어딘서 들은듯이 귀에 익었다.소만리는 잊지 않았다. 이건 그녀가 예전에 소만영한테 했던 말이었다.근데 지금 이 상황은 뭐지?“만리, 입이 있으며 말을 해봐. 군군이를 어디에 숨긴거야! 말을 해!”소만영은 계속해서 소리를 치고 있었다.“군군이?” 소만리는 쓰러지기 전의 기억을 되살리며 주위를 살피자 어느샌가 혼자 살고 있는 집에 와 있었다.r그녀는 분명히 길 잃어버린 군군이랑 같이 기가에 갈려고 했는데 왜 갑자기 여기에 있는거지?소만리는 갑자기 한기가 바닥에서 치고 올라와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 멘붕에 빠졌다.“소만리, 너 진짜 한다면 하는 사람일줄은 정말 몰랐다.” 머리위에서 뼈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로 기모진이 말을 했다.소만리는 고개를 휙 들자 잘생긴 기모진의 이목구비가 눈에 들어왔다.그의 말에는 뼈가 있는거 같았다. 소만리는 너무 어지러웠지만 소만영의 울부짖는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만리, 내가 부탁할게, 군군이만 돌려준다면 나 아무것도 필요없어!! 우리 군군이만 돌려준다면 기모진한테 너한테 잘해주라고 설득할게.”소만영은 소만리를 꽉 잡으면서 빌고 있었다.소만리는 심장이 빨라지면서 당황해졌다. “나는 그저 취백로에서 길 잃어버린 군군이를 봐서 집으로 데려갈려고 했는데…”“만리! 왜 지금 이 상황에서도 거짓말을 하는거야?! 나랑 모진이는 이미 cctv확인했어. 군군이는 잃어버리지 않았어! 너가 데려간거잖아. 군군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거야!” 소만영은 닭똥같은 눈물을 흘렸다.소만리는 오금이 저리지만 빨리 침착해져야 했다. 그녀는 기모진을 보면서 말했다. “ cctv확인 했으면 알거 아니야. 나는 군군이 데리고 기가로 돌아갈려고 했었어. 근데 그뒤는…”소만리는 멈칫해
일분의 시간은 순식간에 끝났다.소만리는 소만영의 울음소리에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기모진은 냉랭하게 소만리를 보며 핸드폰을 꺼내 110에 신고를 하려고 했었다.“안돼!!”소만리가 간신히 붙잡고 있던 정신의 마지막 끈이 뚝 끊어졌다.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기모진앞으로 걸어가 “기모진, 진짜 너의 아들을 숨긴 적 없어! 내가 아무리 소만영이 미워도 난 그런 파렴치한 짓은 안해!” 라고 말을 했다.“난 이미 혈육이랑 갈라지는 고통을 느껴봤어. 그런 죽기보다 더한 고통을. 그래서 난 절대 그런일을…”기모진은 말하고 있는 소만리의 말을 끊고 말했다.“그래서 넌 소만영도 똑같은 고통을 느끼게 해줄려고 했던거야? 이러면 통쾌해지니”그의 예리한 칼날같은 눈빛이 소만리의 가슴을 무자비하게 찌르고 있었다.“소만리. 넌 정말 똥 오줌을 못가리는 구나. 너같이 악독한 여자는 백번 죽어도 내 마음의 분노를 억누르지 못해.”분노로 가득 찬 그의 말이 막을수 없는 총알처럼 소만리의 마음을 거침없이 뚫었다.“이번에 들어가면 다시는 나올 생각 하지마.”기모진은 말이 끝나자마자 통화 버튼을 누르고 경찰에 신고하였다.여름의 끝자락인 계절에 번개가 치자 천둥소리도 같이 들려왔다.소만리의 몸은 반사적으로 움찔해졌고 얼굴은 순식간에 혈색을 잃었다.사람들한테 독하게 얻어 맞고 강압적으로 출산을 한 나날들의 기억이 하나둘씩 떠올랐다. 그녀는 소만영이 너무 무서웠다.아무리 강한척을 하여도 소만리도 여자였다.소만리는 기모진앞에서 무릎을 꿇고 두 손은 기모진의 바지 끝자락을 꽉 붙잡고 그렁그렁한 눈으로 부탁했다. “기모진, 제발 나를 믿어줘!”그녀는 절망적인 목소리로 외쳤다.그녀는 잊지 않았다. 과거에도 울면서 빌고 있었던 그녀를 냉정하고 걷어 차버린 기억을..하지만 지금 기모진은 망설였다.기모진이 소만리를 한번 봐주는줄 알았지만 소만영의 울음소리가 기가 막힌 타이밍에 들리자 기모진을 자극 시켰다.“모진아, 우리 군군이가 이대로
소만리의 시야는 빗물로 인해 흐려졌지만 기모진의 분노만큼은 뚜렷하게 보였다.기모진은 그녀를 숨 못쉬게 만들려고 옷깃을 꽉 잡고 있었다.숨을 못쉬어 고통스러워 하는 소만리의 얼굴을 보자 분풀이라도 하듯이 소만리를 밀치면서 손을 놓았다.소만리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녀의 몸은 이미 거센 비로 훌딱 젖어 있었다.그녀는 젖은 핸드폰을 챙겨 핸드폰 화면이 메세지창에서 멈춰 있는거를 봤다.그녀는 낯선 발신자에게서 온 메시지를 봤다. “그 자식이 말을 안듣길래 좀 때렸어.지금은 조용히 있어. 얼마나 더 기다려야 돈을 받을수 있는거야.”라는 내용의 메시지였다.이 문자를 보자 소만리의 머리는 한대 맞은듯이 띵했다.이건 명백한 납치 메시지였다. “근데 왜 이 메시지의 수신자가 나 냐고!”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소만리, 너 이딴 양아치들이랑 짜서 나 기모진의 아들을 납치한거야? 내 아들 몸에 작은 상처 하나라도 있으면 너의 살이 베일줄 알아.”소만리는 몸을 흠칫 떨며 일어날려고 하자 갑자기 복부에서 극심한 통증이 와서 그녀를 괴롭혔다.그녀는 일어날 힘조차 없어 무릎을 꿇고 기어서 기모진의 차 옆으로 다가가 이를 꽉 깨물고 말했다.“기모진, 난 이 사람이 누구인지도 몰라. 네 아들 납치하지 않았다고! 이건 나에 대한 모욕이야.”촘촘하게 내리고 있는 빗방울이 그녀의 얼굴에 떨어지자 그녀는 눈을 뜨는것도 힘들었다.“모욕이라고? 또 만영이가 너를 모욕했다고? 만영이가 자신의 혈육을 이용해서 너를 모욕하기 위해 가족을 위기에 빠트린다고?”기모진의 눈빛은 당장 사람 한명을 잡아먹어도 이상하지 않을정도로 무서웠다.“소만리, 내가 오늘 내 아들을 보지 못한다면 너 죽은 딸을 만나게 할줄 알아.”그는 화를 억제하지 못하고 경고만 남기고 떠났다.시동을 걸자 타이어 밑에 깔린 흙탕물이 전부 소만리 몸에 튀었다. 소만리는 복부에 아픈 곳을 잡으며 천천히 허리를 굽혀 몸을 쭈그렸다. 하지만 뼈저리게 아픈 통증은 좋아질 기미가
남자는 쿨하게 주소를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소만리는 제일 먼저 기모진힌테 전화를 했지만 번호가 차단된거 같았다.소만리는 텅텅 비어있는 자신의 연락처를 보고 전화 할수 있는 사람이 기할아버지밖에 없었다.전화를 할까 말까 고민을 했지만 결국엔 하지 않기로 했다.시간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기에 소만리는 곧장 택시를 붙잡고 불러준 주소로 달려갔다.운전하시는 기사님은 따뜻하신 분이었다. 창백해진 그녀의 안색과 어딘가 불편한 모습을 보자 병원에 데려다주려고 했지만 소만리는 “감사합니다.저 괜찮아요.” 라고 말하고는 목적지로 향해 달려갔다.30분 넘게 달리자 그 남자가 얘기해준 주소지에 도착하였다.도시에서 많이 벗어난 교외에 도착하였다. 주위에는 전부 바다와 산밖에 없었다.쌀쌀한 바람이 불자 한기가 그녀의 몸 곳곳을 쑤셨다.그러나 기란군의 생사가 달린 문제이기에 그녀는 추위를 이기고 걸어갔다.그녀는 울퉁불퉁한 돌길을 따라 100미터쯤 걸은뒤 그제서야 집이 보였다.곧 도착할때 소만리는 발을 잘못 딛어 땅바닥에 넘어졌다.손바닥은 돌들로 인해 상처가 생겨 피가 흘렸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고 주먹을 꽉 쥐며 일어났다.이런 작은 상처들이 주는 고통은 종양이 주는 고통에 비하며 아픈것도 아니다. 그리고 이 종양의 통증보다 기모진의 따갑고 날까로운 시선과 차가운 경고가 더 고통스러웠다.소만리는 피곤한 몸을 이끌면서 집앞에 도착하였다.그녀는 문을 열어 들어갈려고 했지만 잠겨있었다.소만리가 문을 노크하려고 하자 나무로 된 문이 열리고 예상외의 얼굴이 보였다.육정이라니!!그는 소만리를 보자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를 끌어잡아 안쪽으로 끌고 갔다.소만리는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갑자기 끌어당긴 힘에 중심을 잃자 그의 지독하게 징그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만리야, 진짜 너무 보고싶었어.”라고 말하고 그녀를 안으려고 했다.“기란군은 어디에 있어!!” 그녀는 그를 무시하고 질문을 했다.육정은 개의치 않고 어깨를 들썩이면서 말
문 앞에 서 있던 소군연의 모친은 이 모습을 보고 들어가려고 했지만 소군연의 부친이 옆에서 말렸다.“그만 좀 해. 아들이 평생 홀아비로 살길 바라는 거야?”“누가 지금 가서 훼방 놓으려는 줄 아세요? 가서 말해 줘야죠. 나도 이 혼사에 동의해도 되겠냐고.”“당신 동의하는 거야?”소군연의 모친이 막 대답하려고 했을 때 갑자기 강연장 안 불빛이 밝아지는 것을 보았고 안에서 환호하는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깜짝 놀라 소군연의 품에서 나온 예선은 소만리와 기모진, 그리고 그녀의 부모님, 심지어 나익현과 나다희까지 서 있는 것을 보았다.그들은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예선과 소군연을 향해 다가왔다.예선은 멍하니 소만리를 쳐다보다가 결국 이 모든 것이 그들이 미리 계획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그녀와 소군연의 부모만 감쪽같이 몰랐던 것이다.소군연은 절대 그녀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단지 그녀에게 인생에서 가장 지키고 싶은 유일한 사람이 누구인지 각인시키기 위해 좀 다른 방법을 썼을 뿐이다....이듬해 봄.생명의 기운이 깃든 모든 것들이 축제를 펼치는 계절.경도호텔 야외 정원에서는 결혼식이 한창이었다.그렇다.오늘은 소군연과 예선이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날이었다.소만리와 기모진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공주님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멈추지 않았다.두 부부의 눈에는 실로 눈앞의 모든 존재들이 기적과도 같았다.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막내와 그 옆을 잘 보살피고 있는 듬직한 기란군, 그리고 곱고 맑은 딸 기여온까지.“엄마 아빠, 나랑 막내한테도 뽀뽀해 줘.”“뽀뽀, 뽀뽀.”막내는 기란군의 말을 알아들은 듯 소리쳤다.“너랑 막내는 맨날 하잖아. 여온이는 오랜만에 집에 왔으니까 특별히 좀 더 많이 해 줘야지.”기모진은 귀여운 기여온을 안고 볼에 뽀뽀를 했다.“여온아, 요즘 공부 열심히 하고 있어? 그놈이 평소에 무섭게 굴지는 않아?”“당신이 말한 그놈이 혹시 나예요?”강자풍이 짐짓 뾰로통한 얼
예선의 말을 듣고 소군연의 모친은 천천히 발걸음을 멈추었다.예선의 마음속에 그런 생각이 있는 줄은 몰랐다.게다가 예선은 자신을 향해 ‘존중'이라는 단어를 썼다.예선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은 소군연의 모친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는 중 갑자기 소만리의 목소리가 들렸다.“예선아, 네가 그들을 존중한다고 해서 그들이 널 존중해 줄 줄 알아? 사람은 서로 존중해 주어야 하는 거야.”“그렇지만 군연은 그들의 아들이잖아. 만약 내가 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어이 군연이랑 결혼을 한다면 그들은 두고두고 평생 나와 군연을 원망하며 살 거야.”예선은 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군연을 그렇게 만들고 싶진 않아. 나와 부모님 사이에서 평생 힘들어하면서 살게 할 순 없어.”“그렇지만 예선아...”“소만리, 이제 그만해. 너 나 어떤 사람인지 잘 알잖아? 한 사람을 사랑한다고 해서 꼭 함께 지내야만 하는 건 아니야. 그 사람이 평안하고 즐겁게 지낸다면 그것으로 족한 거야, 안 그래?”예선의 얼굴에 담담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미 마음속에 결심을 한 것 같았다.소만리는 예선을 말리고 싶었지만 이 상황에서 뭐라고 조언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예선아, 그럼 이제 갈 거야? 소군연 선배 더 안 찾을 거야?”“찾아볼 곳은 다 찾아봤어. 이래도 못 찾는다는 건 아마도 군연과 나의 인연이 여기까지라는 거겠지. 군연이 혼자 조용히 있게 놔두는 게 좋을 것 같아.”예선이 돌아서자 소군연의 모친은 얼른 몸을 숨겼다.자신이 그들을 미행했다는 걸 그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이때 소만리가 예선을 불러 세웠다.“예선아, 어쨌든 여기까지 왔으니 너랑 군연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줘 보는 건 어때? 아직 안 가 본 곳이 혹시나 없는지 잘 생각해 봐. 소군연 선배가 거기서 널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예선은 이 말을 듣고 걸음을 멈추었다.“아직 안 가 본 곳이 한 군데 있긴 해.”“거기가 어
멀리서 예선을 몰래 관찰하던 소군연의 부모는 차 안에서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흥. 군연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렇게 깊다더니 한나절이 지나도록 군연이 어디 갔는지 짐작도 못하고 있군.”소군연의 모친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투덜거렸다.소군연의 부친은 아내를 힐끗 쳐다보았다.“그런 말 좀 이제 그만해. 지금은 군연이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야. 사실 난 저 예선이란 애, 꽤 괜찮다고 생각해. 처음에는 부모도 없다고 당신 많이 싫어했잖아? 그런데 지금은 부모도 있고 그뿐만 아니라 엄마는 갑부에 아빠는 유명한 의사인데 당신 뭐가 불만이 그렇게 많아? 정말 아들을 평생 독신으로 살게 할 셈이야?”소군연의 부친은 솔직히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지만 소군연의 모친은 그래도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당신도 예전에는 반대했잖아요? 나중에는 나도 동의했다구요. 하지만 아버님 체면 세워 드리느라고 동의하지 않았던 건데 이제 와서 날 탓하면 어쩌라는 거예요?”“그만둬.”소군연의 부친이 아내의 말을 끊었다.“어째서 말을 못하게 해요? 내가...”“예선이 움직였어!”소군연의 부친이 급히 액셀을 밟았고 소군연의 모친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잠시 후 소만리의 차는 경도대학교 정문 앞에 멈춰 섰다.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눈에 익은 건물을 바라보며 예전에 함께 보냈던 날들을 떠올렸다.그들이 대학에 갓 입학한 첫날이었다.그때 그들은 모두 각자 마음에 두고 있던 한 해 선배의 남자와 부딪히게 되었다.그 남자와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될 때까지 아주 오랜 세월이 걸렸다.“예선아, 소군연 선배가 경도대학교에 있을 것 같아?”소만리가 물었다. 예선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살짝 웃었다.“나도 확신할 수 없지만 네 말처럼 군연과 함께 했던 추억이 있는 곳은 다 가능성이 있는 거니까. 그래서 여기 왔어. 운에 한번 맡겨 보려고.”예선은 말을 마치며 학교 안으로 걸어갔다.학교는 개방식이어서 예선과 소만리는 아무런 제지도 없이 바로 들어갔
소군연의 할아버지는 소군연의 글을 보고 화가 나서 눈을 부릅떴다.퇴원하자마자 한 여자 때문에 사라져?게다가 이 여자가 아니면 평생 결혼하지 않겠다고?그는 결코 그런 일이 발생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소군연이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하니 마음이 몹시 답답하고 당황스러웠다.만약 소군연이 정말 결혼하지 않는다면 그들 소 씨 가문은 후사가 없게 되는 게 아닌가?낭패였다.그건 안 된다. 절대 안 될 일이었다.예선은 밖으로 뛰쳐나온 후 그가 갈 만한 곳을 찾아가 보았지만 오전이 다 지나도록 소군연의 행방을 알아낼 수 없었다.그녀는 소군연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역시나 받지 않았다.아무런 소득 없이 시간만 흘러가자 예선은 갑자기 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그녀는 길가에 있는 의자에 앉아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보았다.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그들의 인생에 주어진 하루하루를 무탈히 사는 것만 같았다.갑자기 상실감이 확 밀려왔다.군연, 정말 날 포기하기로 한 거예요?우린 이렇게 헤어져서 제 갈 길을 가게 되는 건가요? 그런 건가요?예선은 막막한 마음을 도무지 어찌할 수가 없었다.생각하면 할수록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기 자신이 무기력하게 느껴졌다.바로 그때 소만리에게서 전화가 왔다.예선은 얼른 그녀의 전화를 받아 소군연에게 일어난 상황을 전했고 소만리는 한달음에 예선에게 달려왔다.예선은 소만리를 보자마자 눈물샘이 터져버렸다.소만리는 예선을 위로했다.“예선아, 소군연 선배가 일시적으로 감정이 격해져서 그런 걸 거야. 널 포기했을 리가 없어.”“아니야. 포기한 거야.”예선은 심호흡을 하고 스스로를 진정시켰다.“그의 가족들이 절대 날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특히 어머니는 강경하게 반대하시고 최근에 발생한 일 때문에 다른 가족들도 나에 대한 선입견이 더욱 나빠졌어.”“그동안 일어난 일은 너랑 아무 상관없어. 넌 피해자야.”“하지만 그들은 날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저 소군연
”얼른 들어갈게요!”소군연의 엄마는 황급히 뛰어가다가 갑자기 뒤따라오는 예선에게 고개를 돌렸다.“넌 오지 마! 우리 소 씨 가문에 널 환영하는 사람은 없어!”소군연의 엄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예선은 소군연을 만나러 가지 않을 수 없었다.예선은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어떻게 소군연이 스스로 퇴원을 할 수 있단 말인가?그는 어제까지도 분명 병상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누워 있었다.소군연의 집으로 가는 길에 예선은 소군연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보았다.그러나 소군연은 받지 않았다.소군연에게 핸드폰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하긴 했지만 그래도 예선은 계속 전화를 시도했고 예상대로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그녀는 한시라도 빨리 소군연을 만나고 싶었다.그러나 가는 길이 너무 막혔다.드디어 예선이 소군연의 집에 도착해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앙칼진 소군연의 엄마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떻게 된 거야? 군연이는? 군연이가 어떻게 스스로 집에 왔다는 거야? 방금 깨어난 거 아니야?”“이것 좀 봐 봐. 이거 보면 어떻게 된 일인지 알게 될 거야.”소군연의 부친은 원망 섞인 말투로 소군연의 모친에게 뭔가를 쥐여 주었다.예선이 얼른 현관에 들어서자 따가운 소군연의 모친 목소리가 그녀를 향했다.“따라오지 말라고 했는데 넌 왜 또 왔어? 누가 널 환영한다구...”“됐어. 그만하고 이것 좀 보라니까.”소군연의 부친은 예선이 들어오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군연의 모친 말을 끊었다.예선은 소군연의 부친이 미묘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며 쫓아내지 않자 얼른 안으로 걸어갔다.소군연의 모친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메모지 한 장이었는데 메모지에는 짧은 몇 마디가 쓰여져 있었고 모두 소군연의 모친에게 전하는 말인 것 같았다.소군연은 자신이 이틀 전에 깨어났다고 실토하며 잠에서 깬 이후 자신의 엄마가 예선에게 모질게 투덜거리는 말만 하는 것을 보고 예선과 절대 결혼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깨달
예선은 아무도 없는 병실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즉시 소군연을 찾아나섰다.그러나 근처를 한 바퀴 둘러보아도 예선은 소군연의 모습을 찾지 못했고 마음속에서 초조함이 스멀스멀 밀려왔다.이때 소군연의 엄마가 들어왔다.병상에 누워 있어야 할 소군연이 어디론가 사라진 것을 본 그녀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어떻게 된 거야? 군연이는? 군연이 혹시 무슨 검사하도 하러 간 거야?”소군연의 엄마는 불만이 가득 담긴 얼굴로 예선에게 물었다.소군연의 엄마가 보이는 이런 태도에는 이골이 났는지 예선은 개의치 않으며 담담하게 돌아섰다.“저도 알고 싶어요.”“나보다 먼저 와 놓고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제가 왔을 때도 병실에 아무도 없었어요.”예선은 돌아서면서 말을 이었다.“간호사한테 한번 물어볼게요.”“잠깐만.”소군연의 엄마가 예선을 멈추어 세우며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너한테 말을 해 둬야겠어. 군연인 이미 너 때문에 고생이란 고생은 다 겪었어. 다친 적도 한두 번이 아니고. 너 때문에 영 씨 집안 두 모녀는 감옥에 갇혔어. 이건 분명히 네가 우리 가문과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얘기야. 네가 우리 군연이를 얼마나 좋아하든 우리 군연이 널 얼마나 좋아하든 상관없어. 넌 우리 소 씨 가문에 들어올 수 없어.”이 말을 들은 예선은 어이가 없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다른 것은 차치하고라도 영 씨 집안 두 모녀가 감옥에 간 것까지도 예선의 탓으로 돌린단 말인가?예선과 소군연은 엄연히 피해자였다.영내문 같은 악랄한 사람은 오늘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도 언젠가는 다른 사람에게 악행을 저지를 사람이었다.영내문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인 중의 악인이었기 때문이다.지금까지 벌여진 일들로 이 모든 것이 자명한데 소군연의 엄마는 여전히 예선을 탓하고 있는 것이다.예선은 더 이상 소군연의 엄마와 논쟁을 하고 싶지 않았다.그런 시간 낭비 에너지
채수연이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은 이미 모든 상황을 다 이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여온아.”채수연이 기여온에게 다가가 몸을 웅크리고 앉아 다정하게 말했다.“여온아, 선생님이 여온이 좋아하는 거 알지? 어딜 가든 매일 기쁘고 즐거운 일만 있길 바라. 그리고 하루빨리 말도 할 수 있게 되길 바랄게.”기여온이 선생님의 말을 알아듣고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한껏 고개를 끄덕였다.채수연은 일어서서 강자풍을 바라보았다.아직도 눈에는 그에 대한 호감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조금 전 그녀가 말했던 것처럼 더 이상의 집착은 사라졌다.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이 반드시 고집스럽게 쟁취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채수연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강자풍을 바라보며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강자풍도 더 이상 아무 말없이 몸을 굽혀 기여온을 품에 안고 돌아섰다.돌아서기 전에 채수연에게 따뜻한 작별의 미소도 잊지 않았다.“채 선생님, 앞으로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어쨌든 선생님께 많이 신세 졌습니다. 고맙습니다.”채수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절 곤경에서 벗어나게 해 주신 걸로 이미 다 갚으셨어요. 하지만 강 선생님 같은 친구가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긴 하네요. 기회가 되면 같이 식사라도 해요.”“그럼요, 언제든지요.”강자풍이 흔쾌히 승낙했다.친구가 된다는 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채수연은 그 자리에서 기여온을 안고 점점 멀어지는 강자풍의 뒷모습을 보다가 갑자기 두어 걸음 앞으로 나섰다.“강 선생님, 저 궁금한 게 하나 더 있는데 대답해 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등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강자풍은 천천히 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잘생긴 얼굴에 다정한 미소를 가득 품고 뒤돌아보며 물었다.“뭐가 궁금하신가요?”“좋아하는 여자가 정말 있긴 한 거죠?”강자풍은 기여온의 작은 얼굴에 부드러운 시선을 잠시 떨구며 입을 열었다.“지금 저의 가장 큰 소원은 여온이가 무탈하고 건강하게
”어쩌다가 듣게 되었어요.”강자풍은 순순히 시인했다.채수연은 강자풍의 대답을 듣고 자신이 난감해할 줄 알았다.하지만 그녀의 마음이 예전처럼 초조하지 않고 오히려 편안하고 후련한 느낌이 들었다.다만 약간의 부끄러움은 어쩔 수 없었다.강자풍은 채수연이 난감해하지 않도록 애써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채 선생님을 도와드리려고 했던 건데 어떻게 하다가 영상이 찍혀 인터넷에 올라오는 바람에 선생님을 더 난처하게 해 드려서 정말 죄송해요. 나와 여온이 일로 또 한 번 고민거리를 안겨 드린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강자풍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기여온을 향해 부드러운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하지만 선생님, 걱정 마세요. 앞으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 없을 거예요.”채수연은 이 말을 듣고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순간 마음속에서 상실감이 강하게 몰아쳤다.그녀는 의아한 눈으로 강자풍을 쳐다보며 강자풍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는데 역시나 그의 말은 그녀를 안타깝게 만들었다.“채 선생님, 여온이한테 더 잘 맞는 유치원을 찾았어요. 제가 일하는 곳과도 더 가까워서 여온이 등하원하는 데도 훨씬 편리할 것 같아요.”강자풍의 말을 들은 채수연은 갑자기 마음이 너무나 허전했다.“여온이한테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봐 유치원을 옮기기로 하신 거예요?”강자풍은 부인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이게 선생님한테도 우리한테도 좋은 것 같아요.”강자풍은 ‘우리'라는 말을 할 때 기여온에게 시선을 주었다.채수연은 순간 무언가를 깨달은 것 같았다.자신의 감정이 줄곧 일방적인 것이었고 닿을 수 없는 허무한 희망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강자풍의 눈에는 이미 다른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강 선생님 생각이 맞는 것 같아요.”채수연도 강자풍의 말에 활짝 웃으며 동의했다.“아까는 정말 죄송했어요. 저희 엄마와 엄마 친구가 강 선생님에 대해 한 말은 정말 부적절했어요. 죄송합니다.”강자풍은 조금도 개의치 않으며 입
류 씨 성을 가진 남자가 트집을 잡았고 결국 강자풍이 기여온을 데리고 나가는 장면이 모두 찍혀 인터넷에 공개된 것이었다.이 남자도 양심은 있었던지 기여온의 모습은 블러 처리를 해서 사람들이 알아볼 수 없게 했지만 강자풍의 모습은 영상에서 명확하게 볼 수 있었다.채수연의 엄마는 한눈에 영상 속 사람이 강자풍임을 알아차렸다.영상 아래의 댓글을 본 채수연의 엄마는 더욱 초조한 눈빛으로 말했다.“수연아, 너 어떻게 이런 애 딸린 남자를 좋아할 수 있어?”채수연의 얼굴이 찡그려졌다.“맞아요. 부인하지 않을게요. 난 강 선생님한테 호감을 가지고 있어요.”“뭐라고!”“아유... 수연아, 너 정말 이 애 딸린 남자를 좋아하는 거야?”진 씨 부인의 눈빛이 미묘하게 반짝거렸다.“내가 보니까 여기 댓글 단 사람들이 벌써 이 남자 신상을 다 파헤친 것 같던데. 이 남자 예전에 우리 F국에서 한때 주름잡았던 그 강어라는 사람 동생이라더라구. 그 강연이라나 뭐라나 누나라는 사람은 업계에선 더욱 악명이 높았대.”“뭐! 그 강 선생이 강어와 강연의 동생이라고?”채수연의 엄마는 자신의 소중한 딸이 악명 높은 집안 배경을 가진 사람과 사귀게 될까 봐 전전긍긍했다.“나도 그 사람 형과 누나에 대해서 들은 적 있어요. 나도 알고 있다구요. 하지만 강 선생님은 지금까지 그 일에 개입한 적이 없어요. 만약 조금이라도 개입했다면 벌써 경찰서에 잡혀 들어갔을 거예요.”채수연은 정색을 하며 대답했다.“게다가 강 선생님은 이 아이의 친아빠가 아니에요. 친구 딸인데 잠시 이 아이를 돌보고 있을 뿐이에요. 그리고 아주머니, 부탁드리는데요. 이 아이가 말을 못 하는 걸로 자꾸 걸고넘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말을 못 해서 누구보다 괴로운 건 이 아이잖아요. 입장 바꿔서 누군가가 아주머니 아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절대 듣고 싶지 않을 거잖아요, 네?”“...”채수연의 입에서 뭐라도 가십거리를 좀 들을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