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위청재가 소만리를 그렇게 애타게 부르는 것을 듣고 기모진도 괜히 놀랐다.소만리가 정신이 혼미해져 기절해 있는 모습을 보고 그는 다시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땀에 흠뻑 젖어 얼굴이 도화지처럼 창백했다. 아이를 낳으려고 힘껏 애를 썼지만 힘이 모자란 것 같아 보였다.소만리는 정신이 혼미해진 가운데 옆에 서 있는 남자를 보고 힘겹게 손을 내밀었다.“모진...”그녀는 힘겹게 숨을 몰아쉬며 촉촉히 젖은 눈망울에 기대를 잔뜩 담아 그를 바라보았다.시간은 소리 없이 지나가고 기모진이 자신을 전혀 의식하지 않자 소만리는 씁쓸하게 웃으며 천천히 힘없는 손을 땅에 내려놓았다.그런데 이때 갑자기 기모진이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이 따뜻한 손길이 마치 소만리의 몸과 마음에 무수한 힘을 불어넣어 주는 것만 같았다.그녀는 놀란 듯 점점 지쳐가는 두 눈을 뜨고 서리처럼 차가운 남자를 바라보았다.“아프면 불러.”남자는 쌀쌀맞게 말했지만 눈빛과 눈썹은 따뜻하게 온기가 돌았다.소만리는 눈가가 뜨거워져서 기모진의 손을 꼭 잡았고 마침에 오랫동안 억눌려 있던 감정을 풀어냈다.그녀는 의료진의 도움 없이 이렇게 어렵게 출산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엄청난 산고 끝에 조산했다.혼돈 속에서 소만리는 아이가 우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눈물을 머금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온몸의 힘도 순식간에 다 빠져버리는 것만 같았다.갓난아기를 한 번 쳐다보기도 전에 소만리는 의식이 흐릿해지는 가운데 위청재가 몹시 초조해하며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소만리, 자지 마! 자면 안 돼! 어떻게 피가 이렇게 계속 나와! 소만리!”소만리는 다시 눈을 뜰 힘이 없어서 기절하고 말았다.그녀는 긴 꿈을 꾸기 시작했고 꿈속에서 모진은 그녀의 손을 놓고 그녀를 떠나버렸다. 고통 속에서 소만리는 눈을 번쩍 뜨고 깨어났다.“소만리.”줄곧 소만리의 침대 곁을 지키던 사화정은 소만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하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초췌
소만리는 예쁘고 창백한 입술 선을 잡아당기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기모진의 아이라면 아들이든 딸이든 다 좋아요.”사화정은 원래도 매우 기뻐했지만 지금 이 대답을 듣자 눈시울이 또 젖었다.그녀는 소만리의 손을 꼭 잡았다.“그 해에도 넌 이런 신념을 가지고 위험을 무릅쓰며 너와 그의 아이를 낳았지. 그렇지?”소만리는 부인하지 않고 웃었다.그 해...그 해 그녀는 기모진을 끔찍이도 사랑했고 그를 위해 죽어도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지금이라고 그 사실이 뭐가 다르겠는가.그녀는 기모진을 여전히 많이 사랑한다.“아들이야.”사화정이 알려주었고 이어서 말했다.“못생겼어.”사화정이 말하며 덩달아 웃었다.소만리도 따라 웃으며 말했다.“크면 다 예쁠 거예요. 기란군도 처음 태어났을 때 못생겼을 거야.”그녀는 말을 하다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기란군이 처음 태어났을 때의 모습을 그녀는 전혀 본 적이 없다...소만리는 병원에서 보름 넘게 있었고 상처 치료와 산후조리도 같이 병행했다.간병인을 구했지만 사화정과 모현은 여전히 매일 번갈아 오며 그녀를 돌보았고 때때로 기란군과 기여온을 데리고 오기도 했다.이날 그녀는 사화정과 함께 인큐베이터의 아이를 보러 갔다가 병실로 돌아오던 중 복도를 지나다가 뜻밖에 위청재가 손에 가방을 들고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위청재는 조심스럽게 소만리의 병실에서 걸어 나와 반대편 쪽으로 갔다.소만리는 영문을 알 수 없었고 사화정은 그녀를 바로 불렀다.“위청재? 당신 왜 병실에서 나왔어요? 당신 몰래 우리 딸 병실에서 뭘 하다 나왔어요?”부르는 소리에 멈춰 선 위청재는 허탈한 듯 손에 든 가방을 뒤로 숨겼다.“나 그냥 지나가는 길인데 한번 들어가 봤어요.”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당신 들고 있는 게 뭐예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왜 뭘 숨겨요?”사화정이 추궁했다. 사실 위청재에겐 아무런 호감이 없다.“당신이 뭔 상관이에요.”위청재가 말을 마치자 소만리를 보고도
”모진.”소만리가 반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우리 아기 보러 왔어?”기모진은 빙그레 웃는 소만리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유리창 앞으로 걸어갔다. 신생아실 인큐베이터에 누워 있는 아기들을 보며 그는 말했다.“당신이 낳은 아기는 어디 있어?”그의 말투는 지극히 담백해서 조금도 감정을 알아챌 수 없었다.그러나 소만리는 웃으며 대답했다.“마지막 줄에서 두 번째. 제일 마른 아기예요.”그녀의 아름다운 눈동자에 기쁨의 빛이 반짝거렸고 가늘고 긴 그녀의 손가락이 자고 있는 아기를 가리켰다.“아들이에요. 아기가 나중에 꼭 당신을 닮을 거예요.”“당신 아들이 어째서 날 닮아?”남자는 갑자기 소만리의 몸에 찬물을 끼얹는 듯 말했다. 그녀는 서리처럼 차가운 이 남자를 의아하게 바라보며 말했다.“모진?”“아직 꿈을 꾸고 있는 거야? 당신 남편 기모진은 이미 죽었어.”그는 가차 없이 직설적으로 말했고 날카로운 말이 보이지 않는 얼음처럼 날아와 소만리의 마음을 찢어놓았다.이 말을 듣던 소만리는 천천히 주먹을 쥐었고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킨 후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럼 좌한 씨는 지금 무슨 일로 오셨어요? 당신이 일부러 내 아기를 보러 올 일이 없잖아요?”기모진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난 당연히 당신 아들 보는 것엔 관심이 없어요. 그냥 목표물을 확인하러 왔을 뿐이에요.”“뭐라고요?”소만리는 겨우 진정시킨 마음이 다시 찢어지듯 아려왔다.“당신 지금 그게 무슨 뜻이에요?”기모진은 소만리에게 대답하지 않고 그는 관능적인 얇은 입술을 들썩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 곧장 신생아실 문 쪽으로 가서 만능열쇠로 문을 연 뒤 뭔가 의도한 것이 있는 양 방금 소만리가 가리킨 아기에게 다가갔다.“기모진? 기모진 뭐하는 거예요?”소만리는 황급히 따라 들어가 막았고 그가 인큐베이터를 열어 아기를 안고 가려는 것을 보고 필사적으로 그를 잡아당겨 단잠을 자고 있는 아기를 품에 꼭 감쌌다.완강히 저항하는 소만리를 마주하
그녀는 그가 단호하게 돌아서서 가는 모습을 가슴 아프게 바라보았다.그러나 몇 발짝 못 가 남자의 온기 가득한 손바닥이 그녀의 목덜미를 잡았다. 소만리는 어쩔 수 없이 몸을 돌리게 되었고 그의 눈앞에 바짝 다가서게 되었다.남자는 마치 끝 모르게 깊은 밤하늘의 오색 창연한 아련한 눈빛으로 그녀의 시선을 감쌌다.“당신 이런 태도가 죽음을 자초한다는 거 몰라서 이래?”“그래서 날 죽이려는 거야? 좌한 씨.”소만리는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은 눈빛으로 예리하게 겁에 질린 기모진의 눈동자를 응시했다.눈앞의 이 아름다운 가을빛 갈색 눈동자가 기모진의 눈에 비쳤다. 마치 사람의 마음 저 깊은 곳을 자극하는 것 같아 순간 황홀함마저 느낄 수 있었다.그는 곧 정신을 차리고 소만리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걱정 마. 널 죽이지는 않을 거야. 그렇지만 노여움을 사지 말아야 할 사람에게 노여움을 사게 되면 어떤 결과가 일어날지 분명히 알아둬야 할 거야.”그의 입에서 경고의 말이 거침없이 나왔다. 감정이라고는 없는 냉혹함 그 자체였다.그는 소만리를 잡고 있던 손을 놓고 그녀를 홀로 남겨두고 미련 없이 차를 몰고 갔다.소만리는 서운한 눈빛으로 완전히 강연에게 세뇌 당해버린 기모진을 바라보았다.찜찜하게 남아 있는 두려움을 뒤로하고 소만리는 신생아실로 갔다.아기가 인큐베이터에서 편안히 자는 것을 보고 그녀는 한숨을 돌렸다.기모진은 강연이 경도에 산 집으로 돌아왔고 강연의 부하가 와서 강연이 10분쯤 후에 경도 공항에 도착하니 그녀를 데리러 가라고 했다.기모진은 공항으로 갔다. 강연은 비행기에서 내린 후 기모진은 보자마자 벌이 꽃을 보듯 열정적으로 달라붙었다.그러나 갑자기 울린 전화가 그녀의 행동을 가로막았다. 그녀는 핸드폰을 슬쩍 보고는 참을 수 없다는 듯 받았다.“오빠, 나 분별 있는 사람이에요. 오빠, 시간 있으면 강자풍 좀 관리하세요. 사업은 잘 하지도 않고 무슨 자선 활동을 하는 건지. 원하지도 않는 애들한테 돈을
강연은 기모진의 몸을 탐욕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는 몸이 다부지고 완벽했다. 최상급 모델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강연의 눈에 제일 처음 들어온 것은 기모진의 외모였다. 그 다음엔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애틋함과 카리스마에 이끌렸다.요 몇 달 동안 그녀가 인력과 물력을 아끼지 않은 것은 바로 이 남자를 얻기 위해서였다.그리고 오늘 밤,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기모진은 러닝머신에서 내려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마음속에선 아무런 떨림이 느껴지지 않았고 설렘은 조금도 없었다.강연은 담뱃불을 끄고 기모진 앞에 섰다. 눈을 반짝거리며 기모진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기모진은 눈을 감고 기다리는 강연을 보고 손을 들어 강연의 머리 뒤에 대었지만 아무래도 고개를 숙여 입을 맞추지는 못했다.머릿속에 그날 밤 사월산 바닷가에서 소만리와 했던 키스가 떠올랐다.그날 밤, 분명히 소만리를 계략에 빠트리기 위해서 살짝 겉으로만 입을 맞추면 되는 것이었다.그러나 그가 그녀의 입술에 닿는 순간 온몸의 모든 세포가 마치 튀어 오르는 듯 흥분해서 자신도 모르게 오랫동안 진한 키스를 했다.강연은 여전히 기모진의 키스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기모진은 키스하지 못했다.그녀는 불만스러운 듯 눈을 떴다. 기모진은 긴장한 듯 눈썹을 찌푸리며 그녀의 목덜미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좌한?”기모진은 냉담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나 오늘은 그럴 기분이 아냐. 다음에 하자.”그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바로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강연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서 있었다. 화가 속에서 부글부글 치밀어 올랐다.석 달이 지났고 기모진은 매일 그녀 곁에 있었다. 그러나 시종일관 한 번도 그녀를 건드리지 않았다. 손을 잡는 일조차 없었다.비록 기억을 잃어서 과거의 일을 완전히 기억은 하지 못하지만 그의 몸은 여전히 그가 원하는 사람이 누구였는지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았다.강연은 전에 사월산에서
소만리가 도착하고 나서 보니 양이응이 지정된 좌석에 혼자 앉아 있는 것이었다.양이응은 마주 오는 소만리를 보고 유난히 다정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러나 눈 밑에는 질투와 부러움으로 터질 듯한 미움이 엿보였다.소만리 이 여자는 배경도 좋고 시집도 잘 갔고 아들딸도 있고 게다가 명성까지 갖추었다.아기를 낳은 지 한 달 남짓 되었는데도 여전히 날씬하게 몸매가 회복되었고 눈썹은 그린 것보다 더 아름다운 선을 자아냈다. 듣자 하니 소만리는 경도 제일가는 미녀로 손꼽히고 있었다.소만리는 양이응을 보고 이 여자가 호의를 품고 있지 않다는 것을 짐작했다.경연의 체면을 봐서 일단 소만리는 앉았다.“기 사모님, 죄송하지만 경연이 일이 있어서 잠시 자리를 비웠어요. 오늘 기 사모님을 만나자고 한 건 그날 저희 집에 서 발생한 일을 마음에 두시지 말라고 특별히 사과드리려고 부른 거예요.”양이응은 웨이터에게 와인을 따 달라고 부탁했고 이윽고 소만리에게 한 잔 따라주었다.“양이응 씨가 나에게 나오라고 한 게 사과하기 위해서라고요? 만약 그렇다면 받아들이겠어요. 그럼 전 일이 있어서 먼저 실례해요.”그런데 양이응이 어찌 소만리를 그냥 가게 할 수 있겠는가.“기 사모님, 반지 디자인 건은 정말 죄송한 얘기지만 오늘 몇 가지 디테일한 얘기를 드리고 싶어요. 얼마 안 걸려요.”그녀가 말하자마자 전화가 울렸다.“경연, 지금 기 사모님과 얘기 중이에요. 걱정 마세요.”이 대화를 듣고 소만리는 양이응이 일부러 경연을 핑계로 삼아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을 알았다.양이응은 아이패드를 집어 들고 소만리가 보낸 디자인을 보며 말했다. 양이응은 아주 빨리 쉴 새 없이 오랫동안 얘기했다.사업가의 마인드로 소만리는 그녀의 요구를 하나하나 빠트리지 않고 메모했다.얘기를 마친 후 소만리는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섰다.사실 양이응은 소만리가 언제 화장실을 가고 싶어 하는지 계속 기다렸다.소만리가 자리를 뜨자마자 양이응은 강연이 준 작은 알약 하나
”이 여자 맞지?”“괜찮게 생겼네.”“그럼 놀아 볼까!”몇 명의 남자가 양이응을 에워쌌다. 양이응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몸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고 오히려 이 남자들을 받아들이려고 하고 있었다.이 남자들은 생김새가 밉살스럽고 추하고 보기 흉했지만 지금 이 순간 양이응에 있어서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중요한 것은 그들이 남자라는 것이었다.그리고 그녀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그녀의 욕구를 풀어줄 남자가 지금 당장 필요했다.소만리는 그 룸에서 나온 후 몇 명의 남자가 양이응이 있는 룸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이것이 양이응이 그녀에게 씌우려던 올가미라는 것을 알았다.아니나 다를까 소만리가 이 클럽을 아직 나오지도 않았는데 핸드폰에 강렬하고 뜨거운 제목의 기사들이 마구 올라왔다.내용인즉슨 경도의 모 이름난 규수가 지금 몇 명의 남자와 룸에서 뒤엉키며 놀고 있다는 것이었다.게다가 모 이름난 규수가 소만리라는 것을 은근히 암시하고 있었다.소만리는 손이 가는 대로 그중 한 생방송 플랫폼을 열어 동영상을 보았다. 보자마자 소만리는 진저리가 쳐지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방금 그 룸에서 몇 명의 남자와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양이응이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일을 하고 있었다.화면 속 양이응은 제멋대로 완전히 기분이 흥분되어 있었다. 평소 사람들 앞에서 단정하고 엄숙한 숙녀 이미지와는 완전히 정반대였다.이 장면을 보면서 소만리의 손이 분노로 덜덜 떨렸다.만약 그녀가 식당에서 눈치를 채지 않았으면 지금 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의 여주인공은 그녀 자신이었던 것이다!그녀는 모든 사람들이 비웃으며 경멸하는 대상이 되었을 것이고 철저하게 인생을 실패하게 되어 너무 슬픈 나머지 죽고 싶은 심정이 되었을 것이다.소만리는 핸드폰을 꼭 쥐었다. 정신이 번쩍 들어 눈빛은 오히려 또렷해졌다.강연, 네가 그랬지, 맞지?네가 양이응을 시켜 나한테 이런 짓을 꾸민 거지.그러나 강연 너, 날 우습
이런 꼴을 하고 있는 양이응을 보고 강연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몸을 돌려 나가려고 했으나 경연이 룸 입구에서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양이응이 한 무리의 남자들과 제멋대로 엉켜있는 모습을 본 경연은 거의 얼이 빠져 멍하니 서 있었다.그러나 양이응은 경연을 보고 오히려 더 흥분하여 그를 불렀다.“경연, 같이 놀자~”경연은 결벽증이 있는 사람이라서 평소 자기 차에도 다른 사람이 앉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데 하물며 지금 자신의 약혼녀와 한 무리의 남자들이 제멋대로 놀고 있는 모습을 본 것이었다.그는 온몸이 소름이 돋고 역겨워서 구역질이 나려고 했다.고개를 돌려 경연이 가버리자 강연은 울부짖으며 말했다.“자기야, 누가 나한테 약을 먹여서 이렇게 된 거야. 경연, 설마 그냥 가는 거야, 나 이렇게 모함한 사람 그냥 놔둘 거야?”“약을 먹였다고?”경연은 떠나던 발걸음을 갑자기 멈췄다. 강연은 아예 비난의 화살을 소만리에게 돌리며 말했다.”당연히 누군가 약을 먹여서 이렇게 된 거죠. 당신 양이응이 지금 이렇게 된 게 정상인처럼 보여요? 경연, 양이응이 얼마 전까지 누구랑 있었는지 아세요? 그 사람이 분명히 먹지 말아야 할 약을 먹인 게 틀림없어요.”얼마 전에 양이응이 같이 있던 사람?경연은 잠시 소만리를 떠올리며 말했다.“얼마 전까지 그녀는 기 사모님과 함께 식당에 있었어요.”“기 사모님? 소만리 말이에요?”강연이 일부러 모르는 척하고 말했다.“어쩐지 양이응이 결혼반지 디자인 때문에 소만리와 언쟁을 벌였는데 보아하니 소만리가 양이응에게 먹인 거로군요.”“그럴 리가 없어요. 소만리는 이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에요.”경연이 부정했다.“그녀 말고는 누가 있어요? 설마 당신 소만리를 믿을지언정 이응이를 못 믿는 거예요?”강연이 고의로 이렇게 물었다.경연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양이응이 눈앞에서 몇몇의 남자와 얽혀 있는 모습을 보았다.그는 더 이상 쳐다보지도 못하고 찬물 한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