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청재는 기회가 왔다는 것을 알고 즉시 가서 소만리가 선택한 그 디자인을 훔치러 갔다. 티테이블에 있는 컴퓨터가 켜져 있었고, 화면이 마침 그리기 프로그램에 멈추자, 그녀는 즉시 컴퓨터의 위챗에 접속하여 이 디자인의 전자초안을 영설에게 보냈으며, 컴퓨터상의 파일도 삭제했다.이 일을 끝낸 후, 위청재는 물컵을 들고 도화지에 부은 다음 물잔을 옆으로 올려 놓았는데, 컵이 넘어진 것처럼 가장해 도화지 뭉치를 적신 것이다.한편 위영설은 위청재로부터 원고를 받고는 매우 기뻐했다.그는 곧바로 위청재에게 전화를 걸어 소만리가 투고할 작품임을 확인했다.위영설은 그 디자인 도면을 보고 놀란 눈으로 가득 찼다."소만리, 네가 좀 능력이 있다고 하고, 네가 그림을 잘 그린다 해도, 너는 단지 나를 위해 웨딩드레스를 만드는 것뿐이야! 하하하!"그녀는 미친 듯이 웃었고, 전자 원고에 자신의 서명을 하기 위해 지체 없이 보냈다.소만리와 기모진은 옷을 고르고 내려왔는데, 티테이블에 젖은 종이 뭉치를 보자마자, 치모진은 종이 타월을 한 장씩 집어 들고 물을 빨아들이며, 그야말로 소만리보다 더 긴장했다."괜찮아요, 모진, 난 아직 전자판이 있어요.""안 돼요. 당신이 한 획 한 획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인데, 천리가 괜찮다고 해도 나는 잘 간직하고 싶어."기모진이 그토록 아끼는 것을 보고 소만리는 어리둥절했다.컴퓨터를 바라보고 한참 후에야 그녀는 정신을 차렸다."어머, 내가 전자 원고를 저장하는 것을 잊은 것 같은데 다행히도 머릿속에 다 저장돼 있어요."계단 뒤에서 엿듣던 위청재는 입을 가리고 킥킥거리며 웃었다."흥, 소만리, 네가 다시 그리면 영설이 이미 투고했을 테니 그때 다시 투고하면, 그건 정말 표절이다!"그녀는 기뻐서 소만리의 재미있는 연극을 빨리 보고 싶어 참을 수가 없었다.이틀이 지나자 드디어 그날 밤이 되었다.결선은 현장 라이브 투표로 순위가 결정되기 때문에 결선 시작 전까지만 해도 참가자들의 작품이 어떤 작품인지
그런 심사위원들과는 달리, 관객들은 이 도안에 놀란 듯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우영설은 군중들의 얼굴에 나타난 반응을 보며 의기양양하게 입꼬리를 올리고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보아하니 이 디자인이 그런대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사람들 좀 봐, 모두 멍청하게 입을 벌리고 있잖아?!’ 우청재는 관중석에 앉아서 옆에서 탄성이 흘러나오는 것을 듣자 의기양양했다. 그녀는 영설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는 콘테스트장에 앉아 있던 소만리를 힐끗 쳐다봤다. 소만리의 얼굴을 보니 놀란 표정이었고, 우청재와 우영설은 더욱 즐거워졌다. ‘흥, 소만리?! 이렇게 될 줄 몰랐지..? 네가 드로잉 했던 작품은 지금 나의 작품으로 완성되었어!’"6번 디자이너, 이것이 결승 진출작이라는 것이 확실한가요?" 말을 꺼낸 사람은 이전에 자선 만찬에서 우영설에게 말을 걸었던 사람이었다. 영설은 살짝 윙크를 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맞습니다. 제 출품작입니다!”이 말을 들은 이 선생은 고개를 돌려 다른 심사위원 몇 명과 마주보았다. 이 선생의 옆에 앉은 여성 심사위원들은 이 디자인 원고를 보며 "흠.. 이건 정말 희귀한 작품인데.."라며 의미심장하게 입을 뗐다. 우영설은 듣자마자 자신을 칭찬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더욱 기고만장해졌다. "이 작품을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이 디자인을 정말 오랫동안 준비했어요. 원래는 이미 색을 다 입혔었는데, 작품을 여러분들께 더 완벽하게 보여드리고 싶어서 요즘 잠도 못 이루면서 세밀한 작업을 계속 해왔습니다!”"어? 그래요?" 심사위원들은 다소 흥미 있다는 듯 의문을 제기했다.영설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좋아하는 것이라면 이 도안처럼 열심히 피땀 흘려 완성하는 사람이죠!" 그녀는 고개를 들어 소만리를 쳐다보더니, 계속해서 말했다. "저는 명예와 부를 위해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의 작품을 표절하여 수정한 뒤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그런 사람들과는 다릅
심사위원들의 말에 우영설의 표정은 점점 썩어 들어갔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자신이 설계한 디자인을 보면서 몇 초 동안 멍하니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이.. 이게 그렇게 유명한 쥬얼리 디자이너의 작품이라고..?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젠장!!!? 설마.. 소만리가 그 디자이너의 작품을 표절해서 공모전에 출품하려고 했던 거야??! 그러면 나는 소만리의 손에서 놀아난 거고??!!’우영설은 이제서야 상황을 파악한 뒤 억울하고 초조한 표정으로 소만리를 노려보았다.소만리는 조용하고 차분하게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우아하고 고상했으며, 아름다운 얼굴에는 전혀 움직임이 없었다.우영설은 갑자기 이를 갈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만리는 별로 놀라울 것 없다는 듯 붉은 입술로 싱긋 웃으며 우영설을 살짝 노려보았다. 그리고는 영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했다."우영설 씨??! 당신은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표절하고 마치 당신이 심혈을 기울인 작품인 양 남들을 속여 콘테스트에 제출했습니다. 쥬얼리 디자인은 하나의 예술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예술 행위를 모욕하는 당신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이런 추잡스러운 짓거리를 하는 건 더더욱 허용할 수 없고요. 그러니 당신은 지금 이 자리에서 실격입니다! 아마도 당신은 향후 모든 쥬얼리 콘테스트에서 참가할 수 없도록 거절될 것입니다!"“......”‘뭐야! 이거??!’ 영설은 온통 혼란스러워졌고, 순식간에 일어난 이런 결과를 더욱이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그저 소만리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이 목표였는데, 오히려 자신이 앞으로 혜택을 못 받게 된다고 생각하니 혼란스러워진 것이었다! 무대 아래에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손가락질하며 우습게 여기는 듯한 눈빛을 보내자, 영설은 다급해졌다. 하지만 그녀가 만약이라도 이렇게 패가망신한다 해도, 자신은 무조건 소만리를 끌고 나락으로 갈 것이다!"아니에요!! 다들 오해하고 계시는 거예요!!" 영설이 갑자기 크게 소리쳤다.
‘뭐야!’ 우청재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렇게 소만리가 이 상황에서 자신이 멍청하다고 하다니..? 비록 그녀는 현재 예전의 위치와는 달라 졌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만리가 기모진의 아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소만리의 시어머니는 바로 우청재이기 때문이었다!현장의 분위기가 들썩이고, 진상을 알지 못하는 관객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기모진은 무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앉아 있었다. 그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의 표정은 이미 굳은 지 오래였다.우청재의 앞줄에 앉은 사화정과 모현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우청재! 또 내 딸을 모함하는 짓거리를 저지른 거 아니야? 조카 딸이 무대에서 한 말은 대체 무슨 뜻이냐고!?” 사화정은 굳은 표정으로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그녀가 이렇게 말하니, 주위의 관객들도 웅성거리며 우청재가 소만리의 입에서 나온 그 ‘멍청한’ 시어머니라는 사실을 알았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기를 의심하는 것을 본 우청재는 큰 소리로 말했다. "야! 소만리!!! 너 이런 자리에서 헛소리하는 거야? 너 체면은 차려야지?!”하지만 소만리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눈썹만을 살짝 치켜 올렸다. 그리고는 “시어머니께서 체면을 구기지 않고 싶으시다면.. 조카딸과 짜고 이런 연기를 하지 않으셔야 할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우청재의 표정이 굳어졌고 얼굴이 붉어졌다. “아..아니!! 내가 영설이랑 언제 짜고 연기를 했다는 말이야!?"우영설도 즉각 부인했다. “소만리! 헛소리하지 마! 분명히 네가 표절한 작품을 출품하려고 했던 건 분명해! 나는 너에게 연루된 거라고!”"연루.. 되었다고?" 소만리는 천천히 입술을 열었고, 그녀의 오만한 표정에서는 서늘한 눈빛이 서려 나왔다. "우영설, 넌 정말 내가 모천리 같은 그런 멍청이라고 생각하나 봐?"“......”소만리의 차가운 눈빛에 우영설은 참지 못하고, 냉기를 한 모금 들이켰다."넌 네 고모와 짜고 쥬얼리 디자인 콘테스트 결승 무대에서 나를 난처하게 만들고 싶었겠
"어쩐지 기 도련님의 사업이 망한 게.. 저런 어머니가 계셔서 그런 가봐!""하지만 기 도령님은 재기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능력 있는 아내가 있었네~"주변에서 떠드는 말에 우청재는 난처한 표정으로 가방을 들고 의기소침하게 이곳을 떠나버렸다. 지금 자리에서 뜨지 않으면, 그녀는 아마도 부끄러움에 숨을 구멍을 찾아야 할 것이다!"보안 팀장님, 이 비열한 인간을 데리고 나가고 콘테스트를 계속 진행하시죠." 심사위원은 매서운 눈빛으로 우영설을 노려보았다.우영설은 주먹을 불끈 쥐며 소리를 질렀다. “꺼져, 나 혼자 갈 거야!!!” 그녀는 성질을 부리며, 온 힘을 다해 경호원을 밀어젖히고, 또 소만리를 한참 노려보더니, 화가 나서 밖으로 나가 버렸다.기모진은 소만리의 손을 움켜쥐며 "아리야, 너 왜 나에게 이런 일을 말하지 않았어? 얼마나 너에게 불리한 일이야?"소만리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매우 담담하나 말투로 말했다. "여자가 반드시 남자들에게 의지할 필요는 없죠. 특히 나에게 상처를 많이 준 쓰레기 같은 남자에게는 더더욱 의지하지 않을 것이고요."“......”싸늘한 말과 함께 소만리는 기모진에게 꽉 잡혔던 손을 과감히 뺐다.남자의 표정은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심장 박동도 한순간에 떨어져 버렸다. 그는 “아리?”라고 그녀를 불렀지만, 소만리는 그를 외면하고 돌아섰다. 넋이 나간 듯 무대에 선 기모진을 모두가 의아해하며 바라보고 있었다.‘왜 저러지? 두 사람이 갑자기 말다툼을 한 걸까?’ 한참 뒤에야 기모진은 정신을 차렸고, 소만리는 이미 콘테스트 장으로 돌아왔다.기모진은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이 복잡했다. ‘아리가 또 성격이 바뀐 건가..? 아니야..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또 성격이 바뀐 것이라면 그렇게 담담하게 경기장에 복귀해 경기를 계속할 수 없었을 것이다.’ 기모진은 모든 참가자들이 디자인을 보여주고 현장 투표가 나올 때까지도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소만리가 훨씬 더 많은 표로 우승을 차지한 순간,
‘다음 생에는 서로 만나지 못한다라..’ 이 낯익은 말이 차가운 듯 날카로운 칼처럼 기모진의 가슴을 파고 들었다. 그는 3년 전의 그 날을 떠올렸다. 그녀는 두 눈을 실명한 채, 어둠 속에서 그와 소만영의 약혼 현장에 찾아왔었다. 그리고 그녀는 당시에 말기의 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시들어가는 몸을 견디어 내며 그에게 말했다. "나에게 와줘서 고맙고 내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줘서 고마워.. 하지만 이제 난 모든 걸.. 내 유골을 포함한 모든 것을 다 너에게 줄게.... 이제부터는 둘 다 빚지지 않는 거야.. 다음 생에는 다시는 만나지 않을 거야.." 그녀는 지금 똑같은 말을 하고 있다.. 가슴을 찌르는 통증은 더욱 더 강하게 그의 심장에 스며들었다. 기모진은 무대 위의 소만리의 냉염하고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며 소리 없이 흐느꼈다. ‘아리.. 기억이 되살아났구나? 결국 이렇게.. 날 떠나버릴 거야..?’ 요 며칠 동안의 짧은 달콤함은, 순식간에 사라지는 물거품이 되어 결국 손에 닿을 듯하다 사라져 버렸다.소만리가 무대에서 떠나자, 사화정과 모현은 제일 먼저 무대 뒤로 가서 그녀를 찾으러 갔다. 부부는 부랴부랴 그녀를 불렀다. “천리, 아까 무대에서 했던 말들... 너, 옛날 생각이 다시 난 거야??"소만리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물어 보시는 게.. 제가 기억상실을 하기 전에도 기모진을 정말 미워했다는 뜻이죠?""그게..." 사화정과 모현은 말없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아.. 확실히 너를 많이 힘들게 하기는 했지.. 작년에 네가 사고가 난 그 날부터, 그는 바로 후회하기 시작했어.""후회요?" 소만리는 비꼬며 웃었다. “후훗.. 후회할 필요는 없는데... 어쨌든 나 모천리와 더 이상 아무 상관이 없으니까요."소만리의 말이 끝날 때쯤, 기모진의 그림자가 그녀의 눈앞에 나타났다. 그는 여전히 깔끔하고 멋진 몸매와 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가에는 쓸쓸함이 짙게 배어 있었다. 소만리는 그를 힐끗
소만리는 틈을 타서 그를 뿌리쳤고, 더 서늘한 말투로 소리쳤다. "난 기억을 상실하기 전 일은 기억이 안 나! 나는 그저 당신을 미워하고, 미워하고 또 미워하는 기억 밖에 없다고! 알아 들었어? 그러니 다시는 나를 찾지 마!! 다시는 보고 싶지 않으니까! 묵비 씨, 가요.""그래요." 기묵비는 소만리와 함께 차문을 열고 함께 차에 올랐다. 그는 바람 속에 침묵하는 기모진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조용히 승리감이 번지는 것 같았다.‘쿠구구구궁!!’초여름의 첫 뇌우가 어둠 속에서 시작됐다. 우산이 없는 사람은 모두 황급히 비를 피하며 뛰어다녔지만, 오직 기모진만이 영혼을 잃은 사람처럼 비 오는 하늘 아래 서 있었다. 그의 눈은 비에 살짝 젖었다. 그는 눈을 감고 있었지만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그는 소만리의 마음 속 상처는 틀림없이 그보다 훨씬 고통스러웠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아마도 상처가 너무 깊어 피가 흥건했을지도. ......소나기는 곧 그쳤지만 기모진의 마음의 상처는 쉽사리 회복되지 않았다. 그는 소만리가 내일 비행기를 타고 F국으로 돌아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녀는 아마도 기란군을 함께 데려갈 것이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기모진은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는 상관 없이, 지금의 소만리가 그에게 이미 아무런 감정도, 그리고 미련도 없으나 기란군에게는 감정이 남아 있음을 알고 있었다. 비록 그녀는 확실히 교통사고 전의 일들은 기억하지 못했지만, 그 두 사람의 기억이 겹쳐진 후, 기억을 잃은 후의 일들을 그녀는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기란군이 자신의 아이라는 것도 기억하고 있었다.기모진은 즉시 유치원에 가서 기란군을 데려갔다.소만리는 저녁 무렵 유치원에 가서야, 기모진이 아이를 데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불만이 생겨서 전화를 걸어 기모진에게 이유를 물어보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기모진이 차를 몰고 그녀 앞에 나타났다. "아리야, 네가 내일 기란군을 데리고 출국할 것이라는 건
"천리, 천리!"흐릿한 가운데, 소만리는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걱정스럽게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그녀는 또렷하게 보기 위해 눈을 뜨려고 노력했지만 헛수고였다.혼수상태에 빠진 소만리는 바로 장황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추운 곳에서, 그녀는 꿈속에서 자신이 차가운 호수에 빠져, 수영을 할 줄 몰라 뭍으로 올라오려고 발버둥쳤지만, 기모진은 강 기슭에 서 있었다.그는 교만하고 고상했고, 그윽하고 매혹적인 얼굴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그녀가 소리쳤다. “모진, 살려줘요.”그러나 그 남자는 무관심했고 심지어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소만리의 눈 속에 있던 기대와 희망이 조금씩 꺾이고 그녀의 온몸은 얼음처럼 얼어붙었다.절망의 순간에 그녀도 소만영을 보았다. 기모진은 소만영을 품에 안고 두사람은 그녀 앞에서 달콤하게 사랑을 드러냈다.소만리의 몸과 마음이 일순간 호수 바닥에 가라앉았지만 그녀는 그 순간조차 기모진이 그녀에게 얼음처럼 내뱉아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소만리, 내 말 들어, 사랑은커녕, 나는 당신을 아주 조금도 좋아한 적이 없어. 아예 없어.”“아주 조금도 없어……”그의 낮고 자성적인 목소리는 소만리의 귀에 악몽처럼 귀에 맴돌았다.갑자기, 소만리가 눈을 떴다. 그녀는 일어나 앉아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고서야 그것이 단지 꿈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 꿈은 너무 현실적이어서 그녀의 마음이 아팠다.그게 바로 내가 교통사고가 난 후 잃어버린 기억이겠지?소만리는 묵묵히 생각했다."찰칵."갑자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서 소만리는 소리나는 곳을 보니, 기모진의 잘생기고 멋진 몸매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그녀가 깨어 있는 것을 보고 그는 미간에 근심 걱정이 많이 사라졌다."천리, 깼어요."기모진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침대 곁으로 다가가 소만리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천리."“천리, 당신 손이 왜 이렇게 차가워? 어디 아픈 거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