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2178장

작가: 십육인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08-24 16:30:13
반지수는 류다희와 나익현이 친남매일 줄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다.

반지수는 당혹스러워서 눈이 멍해졌지만 그녀의 눈에는 점점 부러움과 질투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정말 너무 질투가 났다!

류다희가 나익현의 친동생이라니!

구석에 찌그러져 있던 여 과장도 이 상황이 당혹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나익현 사장과 류다희의 부적절한 관계를 파헤친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그 둘은 가족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같은 부모를 둔 친남매인 것이다.

그리고 방금 경찰이 반지수를 조사하겠다고 한 죄목 중 하나가 공금 유용이었는데 여 과장도 그 일에 관여했으니 그는 이제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가 없는 몸이 되었다.

반지수는 바로 경찰에 의해 연행되었고 나익현은 그의 어머니와 함께 경찰서로 갔다.

이때 나익현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고개를 돌리고 있는 여 과장을 불렀다.

여 과장은 갑자기 소름이 끼쳤고 이제 자신은 죽은 목숨이구나 생각했다.

류다희는 반지수가 끌려가는 모습을 보며 마침내 속시원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좀 살겠네!”

그녀는 웃으며 말을 하고는 진심으로 미안한 얼굴로 예선에게 다가갔다.

“예선 언니, 내가 언니를 속였다고 날 원망하진 않겠죠?”

예선은 류다희의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아니죠.”

예선의 대답을 듣고 류다희도 덩달아 웃었다.

“예선 언니, 사실 전 정말 언니한테 감사드려요. 처음에 날 뽑아준 거 말이에요. 안 그랬으면 아직도 오빠는 나한테 어리다고 무시하며 놀렸을 거예요...”

“류다희 씨, 아, 아니 나다희 씨인가. 아무튼 다희 씨가 사장님 여동생일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어요!”

“다희 씨, 그동안 내가 뭐 잘못한 게 있어도 마음에 담아두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우린 다희 씨가 사장님 여동생이라는 걸 정말 몰랐으니까요. 알았더라면 절대 그런 말 안 했을 거예요!”

은비와 소향을 비롯한 직원들은 모두 앞다퉈서 나다희에게 사과했지만 나다희는 그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예선의 손을 잡았다.

“예선 언니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179장

    ”예선 언니, 이번 디자인팀 과장 경선에서 언니가 반드시 두각을 나타낼 거예요. 과장 자리는 누가 봐도 언니 자리예요.”나다희가 아주 단호한 어조로 말했고 이 말은 은비의 귀에도 흘러들어 갔다.은비는 나다희의 말이 너무나 귀에 거슬렸지만 감히 나다희의 말에 토를 달 수 없었다.지금 사무실에는 나다희가 나익현 사장의 친동생이라는 사실을 누구나 다 알고 있었고 나다희와 예선의 관계가 굉장히 가깝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다.그런 나다희가 그렇게 확신하며 예선이 과장 자리에 앉을 수 있다고 했다면 확실히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전은비는 기분이 몹시 언짢아서 뾰로통해 있는데 갑자기 예선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사실 전 오히려 지금 이 자리가 더 좋아요. 과장 자리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저처럼 게으르고 털털한 성격으로는 감당이 안 돼요.”예선의 말에 전은비는 예선이 일부러 겉으로 겸손을 떨고 있다고 생각했고 속으로 경멸하듯 그녀를 비웃었다.나다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였다.점심시간이 되어 예선과 나다희는 함께 웃고 떠들며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그들이 사무실을 나서는 모습을 본 전은비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며 불만스럽게 말했다.“말로는 자리에 오르기 싫다고 하는 사람이 속으로는 얼마나 마음이 굴뚝같은지 모르겠군, 칫.”소향은 불만스러운 듯 입을 삐죽거렸지만 속으로는 나다희와 다정하게 걸어가는 예선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저렇게 사장님 여동생이 밀어주고 있으니 원. 앞으로 이 사무실에서 우린 어떻게 지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은비 언니, 우린 여기서 잘 섞여 지내기 어려울 것 같아요.”“칫.”전은비는 코웃음을 쳤다.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질투가 나서 미칠 것만 같았다.“예선이 그 여자, 고아인 주제에 사장 여동생이랑 좀 친하다고 분별없이 날뛰기는! 어디서 돈 많고 잘생긴 재벌 2세 남자친구를 사귀게 되었는지 모르겠어. 게다가 지금은 사장님의 여동생과

    최신 업데이트 : 2023-08-25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180장

    예선은 불만을 가득 품은 얼굴로 전은비를 쳐다보다가 즉시 감정을 가다듬고 소군연에게 대답했다.“군연, 나예요. 방금 책상 위에 핸드폰을 두고 나갔다가 지금 다시 돌아왔어요. 무슨 일 있어요?”소군연은 예선의 목소리를 듣고 순간 기분이 확 좋아졌다.“아니, 마침 예선이 회사 근처 지나가다가 혹시 점심이나 같이 먹을 수 있을까 해서 들렀어. 지금 회사 입구에 있어.”“그래요? 지금 우리 회사 입구에 있다구요?”예선은 말하면서 창문 쪽으로 다가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비록 높은 층에 있었지만 그녀는 회사 입구에 주차되어 있는 소군연의 차를 확실히 볼 수 있었다.“곧 내려갈게요. 잠깐만 기다려요.”예선은 만면에 미소를 띤 채 전화를 끊고 얼른 돌아섰다.“예선 씨, 은비 언니가 방금 대신 전화 받아줬는데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거예요?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소향은 언짢은 듯 입을 삐죽거리며 예선에게 말했다.예선은 지금 기분이 좋은 상태라 굳이 이 기분을 망치기 싫어서 가벼운 미소만 지으며 짧은 인사를 전했다.“고마워요.”“...”“...”소향과 전은비는 자신들도 모르게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즐겁게 남자친구를 만나러 나가는 예선의 뒷모습을 보고 그녀들도 따라 나갔다.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후 소향과 전은비는 예선이 곧장 회사 입구 쪽으로 달려가는 것을 보았다.소군연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다정하게 손을 잡고 앞으로 걸어갔다.소군연은 원래 어떤 남자와 점심을 먹으러 갔냐고 예선에게 물어보려고 했었지만 예선을 만나자 그의 얼굴에는 온통 그녀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한 미소가 흘러넘쳤다.소군연의 그런 모습을 보자 소향과 전은비는 눈꼴이 시렸다.예선은 원래 나다희와 함께 점심을 먹으러 나갔지만 나다희가 갑자기 나익현에게 불려 가는 바람에 다시 회사로 들어온 것이었다.그 덕분에 그녀는 소군연과 달콤한 점심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소군연은 예선에게 방금 전화 통화한 상

    최신 업데이트 : 2023-08-25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181장

    소군연은 시름에 잠긴 표정으로 시선을 떨구었다.이 순간 도저히 예선과 눈을 마주칠 용기가 나지 않는 듯 잠시 침묵한 후 겨우 입을 열었다.“이번 주 일요일로 잡았어.”예선은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 마치 자기 자신에게 지금 이 상황을 설득시키는 것 같았다.이윽고 그녀가 소군연을 바라보며 엷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뭐, 그것도 나쁘지 않아요. 날짜가 빨리 정해진 만큼 이 상황이 빨리 끝나겠죠.”예선은 다시 젓가락을 들고 고개를 숙여 음식을 집으며 말했다.“할아버지 상태가 완전히 안정되셔서 당신과 영내문이 거짓 커플 행세를 계속할 필요가 없길 바랄 뿐이에요.”“예선.”소군연은 손을 뻗어 예선의 손을 잡았다.그녀의 얼굴은 비록 웃고 있었지만 그는 그녀의 마음이 분명 많이 아플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선, 날 믿어 줘. 나와 영내문의 약혼식은 할아버지의 눈을 가리기 위한 잠깐의 연극일 뿐이야. 내 마음속에 결혼하고 싶은 단 한 사람은 오직 예선 당신뿐이야.”예선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당신을 믿어요.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이런 일에 동의했겠어요?”예선의 대답을 듣고 소군연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다.그는 다시 한번 힘을 주어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예선, 이 일이 끝나면 다시는 당신을 억울하고 불쾌하게 만들지 않을 거야.”예선은 살짝 의아한 듯 눈을 깜빡거렸다.소군연이 이런 말을 하는 연유가 무엇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러나 그녀는 더 이상 따지지 않고 계속 식사를 이어가려고 했다.그때 소군연의 핸드폰이 울렸다.누구한테서 전화가 왔는지 예선은 알 수 없었다.하지만 전화를 받은 소군연의 눈에 기쁨과 흥분 같은 빛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식사를 마친 후 소군연은 예선을 회사 입구까지 데려다주고 급히 차를 몰고 떠났다.예선은 회사 입구에 서서 멀어져 가는 소군연의 차를 바라보며 뭔가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소군연이 차를 몰고 향한 곳은

    최신 업데이트 : 2023-08-25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182장

    소군연이 돌아왔다는 하인의 말에 영내문은 아양스레 미소 지으며 일어나 소군연에게 다가왔다.“군연 오빠, 왔어요.”소군연은 예의상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어쩐 일이야?”“군연아, 그게 무슨 소리냐? 영내문은 네 약혼녀인데 어쩐 일로 왔냐니?”소군연의 모친이 미소를 지으며 소군연을 나무랐다.“군연아, 이리 와 봐. 내문이가 널 오래 기다렸어. 얘가 글쎄 널 기다리느라고 아직 점심도 못 먹었단다!”“아니에요, 어머니.”영내문은 수줍은 듯 얼굴을 붉혔다.소군연은 덤덤한 얼굴로 거실에 들어섰다.“무슨 일로 날 기다렸어?”영내문은 방긋 웃으며 소군연에게 다가갔다.“군연 오빠, 우리 이번 주 일요일에 약혼하잖아요. 시간이 촉박해서 우선 필요한 것들은 부모들께서 준비해 주셨는데, 부모님들이 준비할 수 없는 게 있다고 하시네요. 그건 오빠랑 나랑 둘이 가서 고르라고 하셔서요.”소군연은 의아해하며 반듯하게 생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게 뭔데?”“뭐긴, 너네 결혼반지지!”소군연의 모친이 강조하듯 말했다.“너네들이 우선 가서 결혼반지 디자인을 대강 골라봐. 정 마음에 드는 게 없으면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예쁜 반지를 만들어줄 사람을 데려오마!”“소만리를 찾아가 보세요. 보석 디자인 업계에선 매우 유명한 디자이너예요. 예전에 소만리가 디자인했던 브랜드 주얼리들은 정말 예뻤어요.”영내문이 건의했다.그 말에 소군연은 벨벳 상자를 쥐고 있던 손을 움켜쥐었다.영내문은 기대에 찬 얼굴로 말했다.“군연 오빠, 소만리가 동창이라고 들었는데 혹시 오빠가 나서서 부탁하면 안 돼요? 오빠가 부탁하면 거절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난 소만리랑 동창이 아니야. 소만리는 학교 후배야.”“그럼...”영내문이 뭐라고 말을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소군연의 손에 아주 단아하고 고혹적인 보라색 벨벳 상자가 들려 있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저 정도 사이즈의 상자는 분명 반지를 담을 때 쓰는 것이다.영내문은 눈이 휘

    최신 업데이트 : 2023-08-25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183장

    소군연이 이번 주 일요일에 영내문과 약혼식을 올린다고 말한 이후로 예선은 마음을 집중할 수가 없었다.신경 쓰지 않는다면 그건 분명 거짓말이다.가짜이긴 하지만 약혼은 약혼인 것이다.그녀의 마음이 왠지 모르게 안절부절못했다.그리고 예선이 뭔가 불안해하고 있다는 걸 옆에 있던 나다희가 눈치를 채고 말을 걸었다.“예선 언니, 무슨 걱정 있어요? 왜 그렇게 넋이 나간 사람처럼 하고 있어요?”나다희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예선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부인했다.“아니에요. 다음 디자인 건을 어떻게 해야 할지 그거 생각하고 있었어요.”“내가 보기엔 그게 아닌 것 같은데요?”나다희는 웃으며 눈을 깜빡거렸다.“예선 언니, 혹시 그 잘생긴 남자친구랑 싸웠어요?”예선은 웃으며 나다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다희 씨, 언제 그렇게 남의 가십거리에 관심이 많았어요?”“아니, 그런 게 아니라요. 난 언니가 걱정되어서 그런 거예요.”나다희는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이 말을 들은 예선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꾹 다물어 버렸다.그 모습을 본 나다희는 더욱 짙은 의혹을 품었다.“예선 언니, 뭔가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나한테 말해요. 내가 진심으로 언니한테 좋은 친구, 좋은 동생이 되고 싶어요. 고민있으면 나한테 털어놔 보세요.”나다희의 말에 예선은 마음이 따뜻해졌다.회사에서 이렇게 진심으로 자신을 배려해 주는 친구를 만날 줄은 몰랐다.예선은 미소를 지으며 무거운 한숨을 내뱉었다.잠깐 쉬는 시간에 예선은 결국 자신의 고민을 나다희에게 말했다.나다희는 그 말을 듣고 한참 동안 어리둥절해하다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그런 일이? 정말이에요? 난 그런 얘기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정말 실제로 있군요.”“나도 이게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벌써 내일모레가 약혼식 날이에요.”예선은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가짜라고 해도 언니 마음이 너무 불편할 것 같아요.”

    최신 업데이트 : 2023-08-26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184장

    잠시 후 나다희는 영내문으로부터 답장을 받았는데 메시지 속에는 한 장의 사진이 있었다.예전에 예선의 남자친구가 회사 로비로 온 적이 있어서 나다희는 예선의 남자친구 얼굴을 알고 있었다.영내문이 보내준 사진을 보니 바로 그때 예선의 그 남자친구였다.두 사람은 동일 인물이었던 것이다.하지만 영내문이 보내준 소군연의 사진은 보아하니 영내문이 몰래 찍은 것 같았다.“세상에, 이런 우연의 일치라니.”나다희가 얼떨떨해하며 말했다.나익현은 가까이에서 나다희의 이런 모습을 보고도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담담했다.“소 씨 집안 도련님 노릇도 참 쉽지 않구만.”“오빠 지금 뭐라고 그랬어? 오빠 혹시 예선 언니 남자친구 알아?”“소군연이잖아. 경도 4대 귀족 중 하나인 소 씨 집안 도련님. 항상 겸손하고 점잖은 사람이라고 소문이 자자하지. 학교 다닐 때부터 그 사람에 대해 들어왔었어.”“그 남자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었어?”나다희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인성도 좋고 처신도 아주 잘해서 흠잡을 데 없는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지.”나익현이 소군연에 대해 꽤나 상세히 설명했다.그러나 나다희는 오히려 실망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원래 그렇게 잘난 남자였구나. 그럼 오빠보다 잘났다는 거야?”나익현은 나다희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되물었다.“나보다 잘났냐고?”“그래, 내가 원래 오빠랑 예선 언니 엮어주려고 했거든. 그런데 알고 보니 예선 언니한테 남자친구가 있는 거야. 게다가 그 남자친구가 그렇게 완벽하고 대단한 사람이라니 예선 언니를 내 올케언니로 삼을 생각은 물거품이 되었지 뭐야.”나다희가 유감스럽다는 듯 탄식했다.나익현은 커피를 홀짝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퇴근 후 아파트로 돌아온 예선은 소군연이 집에 와 있는 것을 보았다.소군연은 그녀를 위해 일찌감치 그녀의 아파트로 와서 그녀가 좋아하는 요리들로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한 상 차려놓고 양초를 켜서 로맨틱하고 은은한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있었

    최신 업데이트 : 2023-08-26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185장

    영내문을 따라 호텔 약혼식장으로 들어가는 이 사람의 그림자를 보며 예선은 갑자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금요일 나다희에게 남자친구의 가짜 약혼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던 것을 떠올린 예선은 눈앞의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고 뭔가에 홀린 듯 그대로 차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그러나 예선이 약혼식장 입구에 도착했을 때 문을 지키던 경호원이 그녀를 가로막고 초청장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물론 예선은 초청장 같은 건 없었다.그녀는 한쪽 옆으로 가서 소만리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고 소만리는 상황을 대충 듣고는 예선에게 그 자리에서 딱 기다리라고 말했다.이윽고 호텔 로비 매니저가 급히 달려와 약혼식장 입구에 서 있던 예선을 보자마자 바로 인사를 하며 말했다.“예선 씨 되십니까?”예선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안녕하세요. 방금 사모님께서 전화로 다 말씀해 주셨습니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얼른 이쪽으로 들어오세요.”예선은 자신이 약혼식장으로 들어가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깨닫고 감사의 인사를 한 뒤 무사히 약혼식장 안으로 들어갔다.약혼식장은 굉장히 시끌벅적했다.소 씨 가문과 영 씨 가문은 모두 경도에서 내로라하는 집안이었다.약혼식은 비록 허울뿐인 가짜였지만 약혼식장은 어디에 내놔도 조금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최고의 인테리어로 장식되어 있었다.예선은 영내문이 소군연에게 진심으로 마음이 있음을 확인했다.영내문은 말로는 소군연을 도와주는 거라고 했지만 실제로 눈으로 보니 영내문의 속내가 시커멓다는 게 훤히 보였다.불길한 예감이 그녀의 심장을 사방에서 조여 들어와 그녀의 마음을 점점 더 초조하게 만들었다.소군연을 향한 영내문의 마음이 진심이 아니라면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겠는가?가짜 약혼식을 이렇게 화려하게 한다고?말도 안 된다.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소군연이 원하지 않는 한 그 누구도 그의 마음을 강요할 수는 없다.예선은 마음속으로 스스로를 다독여 보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최신 업데이트 : 2023-08-26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186장

    ”아이고, 우리 군연이가 내문이 같이 좋은 여자를 얻었으니, 정말 우리 집안의 경사예요.”소군연의 모친은 영내문을 높이 치켜세웠다.그러느라 마치 자신의 아들이 얼마나 훌륭하고 빛나는 남자인지 잊은 것 같았다.영내문은 친지들이 한목소리로 칭찬하는 소리를 들으며 수줍게 눈을 내리깔았다.“어머니, 과찬이세요. 그렇게 치켜세우지 마세요. 군연 오빠와 결혼하는 것이야말로 저한테는 크나큰 행운이에요.”“보세요, 이것 좀 보시라구요. 내문이가 이렇게 겸손하다니까.”소군연의 모친은 입이 닳도록 영내문을 칭찬했다.“너처럼 정숙하고 겸손한 며느리가 우리 집에 들어온 건 정말 우리 집안의 복이야.”영내문을 그 말을 듣고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영내문의 모친도 얼굴에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말을 거들었다.“내문아, 앞으로 너 군연이랑 사이좋게 잘 지내야 해. 약혼하면 이제 부부나 다름없어. 나중에 그 예선이라는 여자가 와서 자기가 소 씨 집안 며느리라고 우겨도 똑 부러지게 행동해야 해.”“엄마, 그렇게 하면 안 좋지 않을까?”영내문이 생각에 잠기며 얼굴을 찡그렸다.“군연 오빠는 이 약혼식이 단지 형식적인 것인 줄로 알고 있어.”“왜 안 좋아? 넌 이제 소 씨 집안 며느리인데.”영내문의 모친은 정색을 하며 강조했다.“군연이만 가짜 약혼이라고 생각하지, 여기 모인 사람들은 모두 진짜 약혼식인 줄 알고 있어!”모친의 말에 영내문의 얼굴은 순식간에 자신감과 자부심으로 가득 차 올랐고 눈에는 승리의 기쁨으로 넘쳐흘렀다.“참, 그러고 보니 왜 아직도 군연이는 안 보여요?”“내가 가서 찾아볼게요.”소군연의 모친이 나오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자 예선은 심장이 서늘해졌다.깜짝 놀란 예선이 그 자리를 피하려고 얼른 돌아섰을 때 누군가의 손이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예선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뒤에서는 그녀를 향해 가까워지는 발자국 소리를 들었다.그녀의 손을 잡은 사람은 얼른 그녀를 계단 입구로 끌어당겼다.계단참에

    최신 업데이트 : 2023-08-27

최신 챕터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9장

    문 앞에 서 있던 소군연의 모친은 이 모습을 보고 들어가려고 했지만 소군연의 부친이 옆에서 말렸다.“그만 좀 해. 아들이 평생 홀아비로 살길 바라는 거야?”“누가 지금 가서 훼방 놓으려는 줄 아세요? 가서 말해 줘야죠. 나도 이 혼사에 동의해도 되겠냐고.”“당신 동의하는 거야?”소군연의 모친이 막 대답하려고 했을 때 갑자기 강연장 안 불빛이 밝아지는 것을 보았고 안에서 환호하는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깜짝 놀라 소군연의 품에서 나온 예선은 소만리와 기모진, 그리고 그녀의 부모님, 심지어 나익현과 나다희까지 서 있는 것을 보았다.그들은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예선과 소군연을 향해 다가왔다.예선은 멍하니 소만리를 쳐다보다가 결국 이 모든 것이 그들이 미리 계획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그녀와 소군연의 부모만 감쪽같이 몰랐던 것이다.소군연은 절대 그녀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단지 그녀에게 인생에서 가장 지키고 싶은 유일한 사람이 누구인지 각인시키기 위해 좀 다른 방법을 썼을 뿐이다....이듬해 봄.생명의 기운이 깃든 모든 것들이 축제를 펼치는 계절.경도호텔 야외 정원에서는 결혼식이 한창이었다.그렇다.오늘은 소군연과 예선이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날이었다.소만리와 기모진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공주님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멈추지 않았다.두 부부의 눈에는 실로 눈앞의 모든 존재들이 기적과도 같았다.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막내와 그 옆을 잘 보살피고 있는 듬직한 기란군, 그리고 곱고 맑은 딸 기여온까지.“엄마 아빠, 나랑 막내한테도 뽀뽀해 줘.”“뽀뽀, 뽀뽀.”막내는 기란군의 말을 알아들은 듯 소리쳤다.“너랑 막내는 맨날 하잖아. 여온이는 오랜만에 집에 왔으니까 특별히 좀 더 많이 해 줘야지.”기모진은 귀여운 기여온을 안고 볼에 뽀뽀를 했다.“여온아, 요즘 공부 열심히 하고 있어? 그놈이 평소에 무섭게 굴지는 않아?”“당신이 말한 그놈이 혹시 나예요?”강자풍이 짐짓 뾰로통한 얼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8장

    예선의 말을 듣고 소군연의 모친은 천천히 발걸음을 멈추었다.예선의 마음속에 그런 생각이 있는 줄은 몰랐다.게다가 예선은 자신을 향해 ‘존중'이라는 단어를 썼다.예선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은 소군연의 모친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는 중 갑자기 소만리의 목소리가 들렸다.“예선아, 네가 그들을 존중한다고 해서 그들이 널 존중해 줄 줄 알아? 사람은 서로 존중해 주어야 하는 거야.”“그렇지만 군연은 그들의 아들이잖아. 만약 내가 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어이 군연이랑 결혼을 한다면 그들은 두고두고 평생 나와 군연을 원망하며 살 거야.”예선은 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군연을 그렇게 만들고 싶진 않아. 나와 부모님 사이에서 평생 힘들어하면서 살게 할 순 없어.”“그렇지만 예선아...”“소만리, 이제 그만해. 너 나 어떤 사람인지 잘 알잖아? 한 사람을 사랑한다고 해서 꼭 함께 지내야만 하는 건 아니야. 그 사람이 평안하고 즐겁게 지낸다면 그것으로 족한 거야, 안 그래?”예선의 얼굴에 담담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미 마음속에 결심을 한 것 같았다.소만리는 예선을 말리고 싶었지만 이 상황에서 뭐라고 조언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예선아, 그럼 이제 갈 거야? 소군연 선배 더 안 찾을 거야?”“찾아볼 곳은 다 찾아봤어. 이래도 못 찾는다는 건 아마도 군연과 나의 인연이 여기까지라는 거겠지. 군연이 혼자 조용히 있게 놔두는 게 좋을 것 같아.”예선이 돌아서자 소군연의 모친은 얼른 몸을 숨겼다.자신이 그들을 미행했다는 걸 그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이때 소만리가 예선을 불러 세웠다.“예선아, 어쨌든 여기까지 왔으니 너랑 군연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줘 보는 건 어때? 아직 안 가 본 곳이 혹시나 없는지 잘 생각해 봐. 소군연 선배가 거기서 널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예선은 이 말을 듣고 걸음을 멈추었다.“아직 안 가 본 곳이 한 군데 있긴 해.”“거기가 어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7장

    멀리서 예선을 몰래 관찰하던 소군연의 부모는 차 안에서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흥. 군연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렇게 깊다더니 한나절이 지나도록 군연이 어디 갔는지 짐작도 못하고 있군.”소군연의 모친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투덜거렸다.소군연의 부친은 아내를 힐끗 쳐다보았다.“그런 말 좀 이제 그만해. 지금은 군연이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야. 사실 난 저 예선이란 애, 꽤 괜찮다고 생각해. 처음에는 부모도 없다고 당신 많이 싫어했잖아? 그런데 지금은 부모도 있고 그뿐만 아니라 엄마는 갑부에 아빠는 유명한 의사인데 당신 뭐가 불만이 그렇게 많아? 정말 아들을 평생 독신으로 살게 할 셈이야?”소군연의 부친은 솔직히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지만 소군연의 모친은 그래도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당신도 예전에는 반대했잖아요? 나중에는 나도 동의했다구요. 하지만 아버님 체면 세워 드리느라고 동의하지 않았던 건데 이제 와서 날 탓하면 어쩌라는 거예요?”“그만둬.”소군연의 부친이 아내의 말을 끊었다.“어째서 말을 못하게 해요? 내가...”“예선이 움직였어!”소군연의 부친이 급히 액셀을 밟았고 소군연의 모친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잠시 후 소만리의 차는 경도대학교 정문 앞에 멈춰 섰다.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눈에 익은 건물을 바라보며 예전에 함께 보냈던 날들을 떠올렸다.그들이 대학에 갓 입학한 첫날이었다.그때 그들은 모두 각자 마음에 두고 있던 한 해 선배의 남자와 부딪히게 되었다.그 남자와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될 때까지 아주 오랜 세월이 걸렸다.“예선아, 소군연 선배가 경도대학교에 있을 것 같아?”소만리가 물었다. 예선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살짝 웃었다.“나도 확신할 수 없지만 네 말처럼 군연과 함께 했던 추억이 있는 곳은 다 가능성이 있는 거니까. 그래서 여기 왔어. 운에 한번 맡겨 보려고.”예선은 말을 마치며 학교 안으로 걸어갔다.학교는 개방식이어서 예선과 소만리는 아무런 제지도 없이 바로 들어갔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6장

    소군연의 할아버지는 소군연의 글을 보고 화가 나서 눈을 부릅떴다.퇴원하자마자 한 여자 때문에 사라져?게다가 이 여자가 아니면 평생 결혼하지 않겠다고?그는 결코 그런 일이 발생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소군연이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하니 마음이 몹시 답답하고 당황스러웠다.만약 소군연이 정말 결혼하지 않는다면 그들 소 씨 가문은 후사가 없게 되는 게 아닌가?낭패였다.그건 안 된다. 절대 안 될 일이었다.예선은 밖으로 뛰쳐나온 후 그가 갈 만한 곳을 찾아가 보았지만 오전이 다 지나도록 소군연의 행방을 알아낼 수 없었다.그녀는 소군연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역시나 받지 않았다.아무런 소득 없이 시간만 흘러가자 예선은 갑자기 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그녀는 길가에 있는 의자에 앉아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보았다.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그들의 인생에 주어진 하루하루를 무탈히 사는 것만 같았다.갑자기 상실감이 확 밀려왔다.군연, 정말 날 포기하기로 한 거예요?우린 이렇게 헤어져서 제 갈 길을 가게 되는 건가요? 그런 건가요?예선은 막막한 마음을 도무지 어찌할 수가 없었다.생각하면 할수록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기 자신이 무기력하게 느껴졌다.바로 그때 소만리에게서 전화가 왔다.예선은 얼른 그녀의 전화를 받아 소군연에게 일어난 상황을 전했고 소만리는 한달음에 예선에게 달려왔다.예선은 소만리를 보자마자 눈물샘이 터져버렸다.소만리는 예선을 위로했다.“예선아, 소군연 선배가 일시적으로 감정이 격해져서 그런 걸 거야. 널 포기했을 리가 없어.”“아니야. 포기한 거야.”예선은 심호흡을 하고 스스로를 진정시켰다.“그의 가족들이 절대 날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특히 어머니는 강경하게 반대하시고 최근에 발생한 일 때문에 다른 가족들도 나에 대한 선입견이 더욱 나빠졌어.”“그동안 일어난 일은 너랑 아무 상관없어. 넌 피해자야.”“하지만 그들은 날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저 소군연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5장

    ”얼른 들어갈게요!”소군연의 엄마는 황급히 뛰어가다가 갑자기 뒤따라오는 예선에게 고개를 돌렸다.“넌 오지 마! 우리 소 씨 가문에 널 환영하는 사람은 없어!”소군연의 엄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예선은 소군연을 만나러 가지 않을 수 없었다.예선은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어떻게 소군연이 스스로 퇴원을 할 수 있단 말인가?그는 어제까지도 분명 병상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누워 있었다.소군연의 집으로 가는 길에 예선은 소군연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보았다.그러나 소군연은 받지 않았다.소군연에게 핸드폰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하긴 했지만 그래도 예선은 계속 전화를 시도했고 예상대로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그녀는 한시라도 빨리 소군연을 만나고 싶었다.그러나 가는 길이 너무 막혔다.드디어 예선이 소군연의 집에 도착해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앙칼진 소군연의 엄마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떻게 된 거야? 군연이는? 군연이가 어떻게 스스로 집에 왔다는 거야? 방금 깨어난 거 아니야?”“이것 좀 봐 봐. 이거 보면 어떻게 된 일인지 알게 될 거야.”소군연의 부친은 원망 섞인 말투로 소군연의 모친에게 뭔가를 쥐여 주었다.예선이 얼른 현관에 들어서자 따가운 소군연의 모친 목소리가 그녀를 향했다.“따라오지 말라고 했는데 넌 왜 또 왔어? 누가 널 환영한다구...”“됐어. 그만하고 이것 좀 보라니까.”소군연의 부친은 예선이 들어오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군연의 모친 말을 끊었다.예선은 소군연의 부친이 미묘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며 쫓아내지 않자 얼른 안으로 걸어갔다.소군연의 모친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메모지 한 장이었는데 메모지에는 짧은 몇 마디가 쓰여져 있었고 모두 소군연의 모친에게 전하는 말인 것 같았다.소군연은 자신이 이틀 전에 깨어났다고 실토하며 잠에서 깬 이후 자신의 엄마가 예선에게 모질게 투덜거리는 말만 하는 것을 보고 예선과 절대 결혼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깨달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4장

    예선은 아무도 없는 병실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즉시 소군연을 찾아나섰다.그러나 근처를 한 바퀴 둘러보아도 예선은 소군연의 모습을 찾지 못했고 마음속에서 초조함이 스멀스멀 밀려왔다.이때 소군연의 엄마가 들어왔다.병상에 누워 있어야 할 소군연이 어디론가 사라진 것을 본 그녀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어떻게 된 거야? 군연이는? 군연이 혹시 무슨 검사하도 하러 간 거야?”소군연의 엄마는 불만이 가득 담긴 얼굴로 예선에게 물었다.소군연의 엄마가 보이는 이런 태도에는 이골이 났는지 예선은 개의치 않으며 담담하게 돌아섰다.“저도 알고 싶어요.”“나보다 먼저 와 놓고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제가 왔을 때도 병실에 아무도 없었어요.”예선은 돌아서면서 말을 이었다.“간호사한테 한번 물어볼게요.”“잠깐만.”소군연의 엄마가 예선을 멈추어 세우며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너한테 말을 해 둬야겠어. 군연인 이미 너 때문에 고생이란 고생은 다 겪었어. 다친 적도 한두 번이 아니고. 너 때문에 영 씨 집안 두 모녀는 감옥에 갇혔어. 이건 분명히 네가 우리 가문과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얘기야. 네가 우리 군연이를 얼마나 좋아하든 우리 군연이 널 얼마나 좋아하든 상관없어. 넌 우리 소 씨 가문에 들어올 수 없어.”이 말을 들은 예선은 어이가 없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다른 것은 차치하고라도 영 씨 집안 두 모녀가 감옥에 간 것까지도 예선의 탓으로 돌린단 말인가?예선과 소군연은 엄연히 피해자였다.영내문 같은 악랄한 사람은 오늘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도 언젠가는 다른 사람에게 악행을 저지를 사람이었다.영내문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인 중의 악인이었기 때문이다.지금까지 벌여진 일들로 이 모든 것이 자명한데 소군연의 엄마는 여전히 예선을 탓하고 있는 것이다.예선은 더 이상 소군연의 엄마와 논쟁을 하고 싶지 않았다.그런 시간 낭비 에너지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3장

    채수연이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은 이미 모든 상황을 다 이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여온아.”채수연이 기여온에게 다가가 몸을 웅크리고 앉아 다정하게 말했다.“여온아, 선생님이 여온이 좋아하는 거 알지? 어딜 가든 매일 기쁘고 즐거운 일만 있길 바라. 그리고 하루빨리 말도 할 수 있게 되길 바랄게.”기여온이 선생님의 말을 알아듣고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한껏 고개를 끄덕였다.채수연은 일어서서 강자풍을 바라보았다.아직도 눈에는 그에 대한 호감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조금 전 그녀가 말했던 것처럼 더 이상의 집착은 사라졌다.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이 반드시 고집스럽게 쟁취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채수연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강자풍을 바라보며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강자풍도 더 이상 아무 말없이 몸을 굽혀 기여온을 품에 안고 돌아섰다.돌아서기 전에 채수연에게 따뜻한 작별의 미소도 잊지 않았다.“채 선생님, 앞으로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어쨌든 선생님께 많이 신세 졌습니다. 고맙습니다.”채수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절 곤경에서 벗어나게 해 주신 걸로 이미 다 갚으셨어요. 하지만 강 선생님 같은 친구가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긴 하네요. 기회가 되면 같이 식사라도 해요.”“그럼요, 언제든지요.”강자풍이 흔쾌히 승낙했다.친구가 된다는 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채수연은 그 자리에서 기여온을 안고 점점 멀어지는 강자풍의 뒷모습을 보다가 갑자기 두어 걸음 앞으로 나섰다.“강 선생님, 저 궁금한 게 하나 더 있는데 대답해 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등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강자풍은 천천히 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잘생긴 얼굴에 다정한 미소를 가득 품고 뒤돌아보며 물었다.“뭐가 궁금하신가요?”“좋아하는 여자가 정말 있긴 한 거죠?”강자풍은 기여온의 작은 얼굴에 부드러운 시선을 잠시 떨구며 입을 열었다.“지금 저의 가장 큰 소원은 여온이가 무탈하고 건강하게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2장

    ”어쩌다가 듣게 되었어요.”강자풍은 순순히 시인했다.채수연은 강자풍의 대답을 듣고 자신이 난감해할 줄 알았다.하지만 그녀의 마음이 예전처럼 초조하지 않고 오히려 편안하고 후련한 느낌이 들었다.다만 약간의 부끄러움은 어쩔 수 없었다.강자풍은 채수연이 난감해하지 않도록 애써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채 선생님을 도와드리려고 했던 건데 어떻게 하다가 영상이 찍혀 인터넷에 올라오는 바람에 선생님을 더 난처하게 해 드려서 정말 죄송해요. 나와 여온이 일로 또 한 번 고민거리를 안겨 드린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강자풍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기여온을 향해 부드러운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하지만 선생님, 걱정 마세요. 앞으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 없을 거예요.”채수연은 이 말을 듣고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순간 마음속에서 상실감이 강하게 몰아쳤다.그녀는 의아한 눈으로 강자풍을 쳐다보며 강자풍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는데 역시나 그의 말은 그녀를 안타깝게 만들었다.“채 선생님, 여온이한테 더 잘 맞는 유치원을 찾았어요. 제가 일하는 곳과도 더 가까워서 여온이 등하원하는 데도 훨씬 편리할 것 같아요.”강자풍의 말을 들은 채수연은 갑자기 마음이 너무나 허전했다.“여온이한테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봐 유치원을 옮기기로 하신 거예요?”강자풍은 부인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이게 선생님한테도 우리한테도 좋은 것 같아요.”강자풍은 ‘우리'라는 말을 할 때 기여온에게 시선을 주었다.채수연은 순간 무언가를 깨달은 것 같았다.자신의 감정이 줄곧 일방적인 것이었고 닿을 수 없는 허무한 희망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강자풍의 눈에는 이미 다른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강 선생님 생각이 맞는 것 같아요.”채수연도 강자풍의 말에 활짝 웃으며 동의했다.“아까는 정말 죄송했어요. 저희 엄마와 엄마 친구가 강 선생님에 대해 한 말은 정말 부적절했어요. 죄송합니다.”강자풍은 조금도 개의치 않으며 입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1장

    류 씨 성을 가진 남자가 트집을 잡았고 결국 강자풍이 기여온을 데리고 나가는 장면이 모두 찍혀 인터넷에 공개된 것이었다.이 남자도 양심은 있었던지 기여온의 모습은 블러 처리를 해서 사람들이 알아볼 수 없게 했지만 강자풍의 모습은 영상에서 명확하게 볼 수 있었다.채수연의 엄마는 한눈에 영상 속 사람이 강자풍임을 알아차렸다.영상 아래의 댓글을 본 채수연의 엄마는 더욱 초조한 눈빛으로 말했다.“수연아, 너 어떻게 이런 애 딸린 남자를 좋아할 수 있어?”채수연의 얼굴이 찡그려졌다.“맞아요. 부인하지 않을게요. 난 강 선생님한테 호감을 가지고 있어요.”“뭐라고!”“아유... 수연아, 너 정말 이 애 딸린 남자를 좋아하는 거야?”진 씨 부인의 눈빛이 미묘하게 반짝거렸다.“내가 보니까 여기 댓글 단 사람들이 벌써 이 남자 신상을 다 파헤친 것 같던데. 이 남자 예전에 우리 F국에서 한때 주름잡았던 그 강어라는 사람 동생이라더라구. 그 강연이라나 뭐라나 누나라는 사람은 업계에선 더욱 악명이 높았대.”“뭐! 그 강 선생이 강어와 강연의 동생이라고?”채수연의 엄마는 자신의 소중한 딸이 악명 높은 집안 배경을 가진 사람과 사귀게 될까 봐 전전긍긍했다.“나도 그 사람 형과 누나에 대해서 들은 적 있어요. 나도 알고 있다구요. 하지만 강 선생님은 지금까지 그 일에 개입한 적이 없어요. 만약 조금이라도 개입했다면 벌써 경찰서에 잡혀 들어갔을 거예요.”채수연은 정색을 하며 대답했다.“게다가 강 선생님은 이 아이의 친아빠가 아니에요. 친구 딸인데 잠시 이 아이를 돌보고 있을 뿐이에요. 그리고 아주머니, 부탁드리는데요. 이 아이가 말을 못 하는 걸로 자꾸 걸고넘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말을 못 해서 누구보다 괴로운 건 이 아이잖아요. 입장 바꿔서 누군가가 아주머니 아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절대 듣고 싶지 않을 거잖아요, 네?”“...”채수연의 입에서 뭐라도 가십거리를 좀 들을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