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1585장

Author: 십육인
last update Last Updated: 2023-04-08 16:30:10
양이응은 육경이 소만리의 손에 얹어준 서류 뭉치를 유심히 보았지만 도무지 무엇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미 양이응은 이것이 자신에게 매우 불리한 증거임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소만리는 담담하게 파일을 열어 양이응은 물론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게 카메라 앞에 보여주었다.

“양이응, 이것은 당신이 Y국에서 성형 수술을 한 모든 자료야. 이 자료 위에 있는 모든 사진이 당신이 가짜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어.”

“...”

양이응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순식간에 말문이 막혔다.

“오우!”

기자 회견장에 있던 많은 사람들은 모두 탄성을 터트렸다.

그리고 요 며칠 동안 소만리가 왜 그렇게 방탕하고 부끄러운 짓을 서슴없이 일삼았는지, 게다가 대중 앞에서 그런 뻔뻔한 말을 했는지 사람들은 알게 되었다.

알고 보니 이 여자는 진짜 소만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 여자가 이렇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모두 진짜 소만리의 명성을 더럽히고 욕보이게 할 심산이었던 것이다.

“완전 미치광이잖아! 남을 욕보이기 위해 이런 수법을 쓰다니!”

“어쩐지 그런 시시껄렁한 남자들과 잘 어울려 다니더라니! 처음이 아니었던 거야!”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지? 말도 안 돼!”

“소만리도 참 억울하게 됐어. 저런 미치광이를 만나다니.”

“...”

모두가 소만리를 향해, 그리고 진실을 향해 있는 모습을 보고 양이응은 쩔쩔매며 더욱 당황해 어쩔 줄을 몰랐다.

“양이응, 네 연극은 이제 끝났어. 이제는 네가 한 일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때야.”

소만리의 말에 양이응은 지옥에서 올라온 저승사자를 만난 것 같은 공포를 느꼈다.

소만리의 말이 끝나자마자 제복을 입은 경찰들이 다가왔다.

“양이응, 당신은 살인미수 사건에 연루되었습니다. 지금 즉시 우리와 함께 경찰서로 가서 조사에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

살인미수.

양이응은 순간 손발이 싸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경찰이 지목한 살인미수라는 죄목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소만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586장

    양이응이 으르렁거리며 한 말에 기자 회견장은 일순 술렁이기 시작했다.그러나 소만리는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고 양이응의 말은 더더욱 믿지 않았다.소만리는 아예 양이응의 말을 무시했다.왜냐하면 소만리의 마음속엔 이미 양이응의 수가 뻔히 다 보였기 때문이다.일부러 그녀를 욕보이기 위해서 하는 말에 일일이 불쾌한 마음을 먹지 않을 것이다.하물며 그녀는 양이응이 말한 내용이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다.“소만리, 괴로워 죽겠지? 하하하하. 난 너한테 지지 않았어! 절대 지지 않았다고!”양이응은 사탄에 빠진 악마처럼 미친 듯이 웃어대었다.이때 기자들의 시선은 약속이나 한 듯이 밋밋한 양이응의 배에 쏠렸다.이 가짜 소만리가 기모진의 아이를 임신했다고?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기모진과 소만리 사이는 완전 어색해지지 않을까?주위 사람들이 모두 호기심에 가득 찬 눈으로 소만리와 양이응을 바라보았다.소만리가 가만히 침묵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양이응은 한결 입꼬리가 올라갔다.“소만리, 네 얼굴로 성형했다고 해서 뭐 어쩔 건데? 사람들 앞에서 들통났어 그래. 그래서 뭐? 난 이제 감옥에 간다 해도 괜찮아. 그렇지만 넌 지금 너무 괴로울 거야! 왜냐하면 내가 네 남편 아이를 임신했으니까!”“미안한데 말이야. 두 달 전에 나 기모진은 병원에서 작은 수술을 받았어. 이 수술로 난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되었지. 넌 거짓말을 해도 어떻게 그런 거짓말을 해? 정말 가소로워!”“...”기모진이 갑자기 이런 비밀을 폭로할 줄은 몰랐다.소만리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그녀는 기모진이 수술한 사실은 알았지만 이런 자리에서 발표하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그러나 기모진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 따위 개의치 않았다.그는 그저 다정한 눈길로 사랑스럽게 소만리를 바라볼 뿐이었다.“내가 평생 사랑한 여자는 내 아내 소만리 말고는 아무도 없어. 당신 같은 여자가 아무리 수작을 부려도, 게다가 내

    Last Updated : 2023-04-08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587장

    기모진도 고승겸을 바라보았다.며칠 전에 조사한 고승겸에 대한 자료가 바로 머리에 떠올랐다.소만리는 고승겸이 방금 기자 회견장에서 있었던 장면을 봤을 것이라고 확신했지만 고승겸이 갑자기 나타난 목적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모진을 공격하러 온 것일까?소만리가 가만히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어느새 고승겸이 그녀의 눈앞으로 다가왔다.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기모진을 한번 힐끔 보고는 바로 소만리의 얼굴에 시선을 떨어뜨렸다.“당신 데리러 왔어. 집에 가려고.”간단명료한 고승겸의 말은 담담하게 들렸지만 저변에는 기모진을 향한 고승겸의 강렬한 도발이 움츠리고 있었다.집에 가려고.그의 소만리에겐 하나의 집밖에 없다.소만리도 이미 기모진의 불쾌한 기색을 눈치채고 있었고 뒤에 있던 기자들도 곧 따라나올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소만리는 기자들 앞에서 너무 많은 화제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싶지 않아서 예의 바른 미소를 보이며 입을 열었다.“겸 도련님, 소개할게요. 이쪽은 제 남편 기모진이에요. 전에 바다에서 제 목숨을 구해준 거 너무 고마워요. 내 남편도 너무 고맙대요.”기모진은 소만리의 눈빛을 읽고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안녕하세요. 전에 내 아내를 구해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뭔가 필요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고승겸은 소만리와 기모진의 말을 듣고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눈빛만 여전히 소만리의 몸 위에 머물러 있었다.“어떤 일에 대해서 당신이 나에게 설명해 줘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소만리, 진심을 다해 당신을 구해준 사람을 속이고서도 당신은 양심이라는 게 없어?”“...”역시나 그는 그녀가 진짜 소만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소만리도 더 이상 회피하려고 하지 않고 막 입을 열려고 했다.그 순간 기모진이 그녀의 말을 가로막고 먼저 입을 열었다.“고 선생님, 불만이 있으시면 지금 바로 제 사무실로 가셔서 얘기합시다.”고승겸은 가늘고 긴

    Last Updated : 2023-04-09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588장

    ”양이응의 말이 맞아요. 그녀는 정말로 날 바닷물에 밀어 넣어 죽이려고 했어요. 그렇지만 사실 그때 난 약간의 의식이 있어서 양이응이 날 밀어내자마자 바로 정신을 차리고 혼자 수영을 해서 해안으로 빠져나왔어요.”위청재는 그제야 소만리가 살아 돌아오게 된 배경을 알게 되었지만 모든 일이 다 이해가 되는 건 아니었다.“그런데 언제 수영을 배웠어? 난 네가 수영을 못하는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얼마 전 모진과 함께 여행 갔을 때 모진한테 배웠어요.”소만리가 웃으며 기모진의 어깨에 기대자 기모진은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소만리의 어깨를 껴안았다.“엄마!”“엄마!”옥구슬 구르는 소리가 들려오자 소만리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기모진은 소만리를 껴안은 지 몇 초 되지도 않아 품 안의 공허함을 느끼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소만리는 몸을 돌려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두 남매를 보고 몸을 숙이고 팔을 벌려 두 아이를 힘껏 안았다.기란군과 기여온은 소만리의 품으로 쏙 빨려 들어가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고 이윽고 소만리의 볼에 뽀뽀를 했다.“엄마, 역시 지금 엄마가 바로 우리 엄마야.”기란군은 감탄하듯 말했고 이제야 왜 이전의 ‘엄마'가 그를 그렇게 무섭게 노려보았는지 알게 되었다.왜냐하면 그 사람은 그의 진짜 엄마가 아니었기 때문이다.소만리는 두 아이, 특히 기여온을 안아주며 마음이 많이 애달팠다.양이응이 전에 기여온을 많이 괴롭힌 사실을 소만리는 잘 알고 있었다.그때마다 소만리가 많이 위로해 주었지만 아이가 입은 상처는 그 자리에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다는 걸 안다.기모진은 소만리가 돌아오면 온통 자기 차지가 될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소만리는 아이들과 함께 있기만 해서 그는 옆에서 질투 아닌 질투를 느끼고 있었다.밤늦게까지 아이들을 모두 재운 뒤에야 소만리는 기모진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침실은 양이응이 자던 곳이어서 그들은 당분간 거실에서 자기로 했다.소만리를 품에 꼭 껴안은 기모진은

    Last Updated : 2023-04-09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589장

    소만리는 이 말을 듣고 시계를 확인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겸 도련님이 정한 약속 시간까지 목적지에 잘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기사님 번거롭게 날 태우고 갈 필요가 없어요. 내 남편이 나랑 같이 갈 거예요.”운전기사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아가씨가 무슨 말씀하시는지 모르겠어요. 겸 도련님이 모시고 오라고 하셨어요. 그냥 혼자 가셨으면 하는데요. 게다가 제가 모시고 가려는 곳을 겸 도련님은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길 원하지 않으십니다.”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길 원하지 않은 곳?소만리는 살짝 망설여졌다. 그때 기사의 말소리가 들려왔다.“겸 도련님은 아가씨가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에게 은혜를 갚고 싶어 한다는 걸 잘 알고 계시기 때문에 꼭 혼자 오시길 원하십니다.”소만리는 이 점에 대해서는 수긍이 갔다. 확실히 그녀는 고승겸에게 은혜를 갚고 싶었다.은혜를 갚고 나면 더 이상 고승겸과 얽힐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그런데 이 사람은 계속 모진을 조사하고 있다. 도대체 왜?소만리가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있는데 마침 기모진이 차를 몰고 나왔다.대문 앞에서 그녀와 기사가 서 있는 모습을 보고 그는 차를 세우고 나왔다.“소만리, 이 사람 누구야?”“고승겸의 운전기사님이야.”기모진은 그 말을 듣고 깊은 눈을 치켜뜨고 그 남자를 힐끗 보았다.기사는 예의 바르게 기모진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기 선생님, 저희 사장님께서 여사님을 잠시 모시고 오라고 하셨습니다.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기모진은 검은 미간을 살며시 움켜쥐었다.기모진의 불쾌한 심경을 눈치챈 소만리는 그의 손을 잡아끌었다.“모진, 나 혼자 갔다 올게.”“당신 혼자 간다고?”“응, 걱정하지 마. 그 사람 나한테 무슨 짓 할 사람이 아니야.”소만리는 매우 진중하게 말했다.그녀는 적어도 고승겸이 그녀에게 남녀 간의 감정은 절대 없다는 걸 확신하고 있었다.지난번에 안나 모녀에게 누명을 썼을 때도 그는 어머니 편을 들었을

    Last Updated : 2023-04-09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590장

    지하실 문이 열리자 따뜻한 분위기로 아늑하게 꾸며져 있는 방이 보였다.그녀는 이 넓은 집에 이렇게 소녀 감성으로 가득 꾸며져 있는 방이 있었는지, 그것도 지하에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이 의아했다.소만리가 여전히 의아해하는 표정을 하고 있을 때 옆에서 갑자기 남자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왔어?”소만리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고승겸이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책상 위에는 아무것도 없고 오로지 아주 영롱하고 예쁜 수정구 하나만 놓여 있었다.하지만 소만리는 그런 것을 감상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그녀는 책상 앞으로 다가가 어두운 표정을 드리우고 있는 남자를 향해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했다.“겸 도련님, 내 목숨을 구해주시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당신을 속이려고 한 게 아니었어요. 단지...”“단지 내가 기모진이라는 사람의 자료를 수집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기모진의 아내로서 호기심과 동시에 남편이 걱정되는 마음에 내 곁에 남아 정황을 살펴보기로 한 것뿐이다?”고승겸은 소만리의 속내를 정확하게 꿰뚫어보고 있었다. 소만리도 더 이상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인정했다.“네, 아직도 궁금해요. 겸 도련님은 왜 내 남편을 조사하고 있어요?”“흠.”고승겸의 잘생긴 얼굴에 모처럼 환한 미소가 번졌다.그는 그제야 깊이를 알 수 없는 그윽한 눈동자를 들어 소만리의 시선에 단단히 고정시켰다.“내가 이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먼저 한 가지 대답해 줄 수 있어?”그에게서는 보기 드물게 가볍고 부드러운 말투였다. 눈빛도 마찬가지였다.예의상 소만리는 그와 눈을 마주쳤다.“겸 도련님, 묻고 싶은 게 뭐예요?”고승겸은 입꼬리에 살짝 아치를 그리며 말했다.“당신 이름이 뭐야?”소만리는 의아해하며 입을 열었다.“내 이름은 소만리예요.”“기모진은 당신한테 어떤 사람이지?”고승겸이 바로 되물었다.“그 사람은 내 남편이죠.”“그 사람을 많이 사랑하지?”“그럼요.

    Last Updated : 2023-04-09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591장

    기모진은 거짓말을 하는 집사를 힐끔 보았다.더 이상 이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는데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던 기모진은 고승겸의 수행원을 따라 거실로 들어갔다.고승겸은 이때 거실 소파에 앉아 여유롭게 책을 뒤적거리면서 홍차를 음미하고 있다가 기모진이 오는 것을 보고 책과 찻잔을 내려놓으며 예의 바르게 인사를 했다.“기 선생님, 저희 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앉으세요.”기모진은 거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소만리의 모습을 별견하지 못했다.불안한 마음에 그는 눈썹을 찡그렸다.“고 선생님, 저는 손님으로 온 것이 아니라 내 아내를 찾으러 왔어요.”마음속에서는 이미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지만 기모진은 애써 자제하며 냉정을 유지했다.고승겸은 기모진의 눈빛에서 애타는 낌새를 눈치챘지만 오히려 의아해하는 표정을 보였다.“10분 전에 기사한테 소만리를 모셔다드리라고 했는데 아직도 소만리가 당신에게 연락하지 않았나요?”“기사한테 내 아내를 데려다주라고 했다고요?”기모진은 자신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을 때 분명히 어떤 차량도 출입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그런데 지금 고승겸이 이런 말을 하니 기모진은 더욱 의아했다.“네, 그래요.”고승겸은 덧붙여 말했다.“손님을 배웅할 때는 보통 뒷문으로 가는 게 일반적이어서 아마도 기 선생님이 앞문으로 오시다가 만나지 못한 것 같군요.”고승겸의 말은 얼핏 듣기에 매우 일리가 있어 보이지만 기모진은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기 선생님이 믿지 못하겠다면 소만리에게 전화를 걸어서 그녀가 집에 가고 있는지 물어보시면 됩니다.”고승겸이 귀띔해 주었다.기모진도 망설이지 않고 핸드폰을 꺼내 소만리에게 전화를 걸었고 잠시 후 벨이 울리자 곧바로 전화가 연결되었다.“소만리, 당신 지금 어디야? 혹시 지금 집으로 가고 있어?”기모진이 지체 없이 물었다.그러자 저쪽에서 소만리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모진, 나 벌써 집에 왔어. 내 핸드폰 배터리가 거의 없어. 그럼 이따

    Last Updated : 2023-04-10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592장

    고승겸은 책상 앞에 한가롭게 앉아 침대에 누워 있는 소만리를 가만히 관찰하고 있었다.그의 길고 가는 손가락은 녹음기용 펜을 만지작거렸다.스위치를 켜자 펜에서 녹음된 소리가 반복되어 흘러왔다.“모진, 나 벌써 집에 왔어. 내 핸드폰 배터리가 거의 없어. 그럼 이따 봐.”몇 번이나 반복해서 들은 고승겸은 녹음펜을 옆으로 던졌다.책상에 있던 심리학과 관련된 책을 꺼내 들어 막 펼치려는데 곁눈으로 침대에 누워 있던 소만리가 조금씩 깨어나는 모습이 보였다.책을 덮은 그는 매끄러운 손끝으로 최면술에 관한 책을 만지다가 침대 곁으로 걸어갔다.“소만리.”그는 다정하게 소만리를 불렀다.눈살을 찌푸리던 소만리는 눈을 뜨고 싶었지만 뭔가 깊은 꿈에 시달리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소만리, 당신의 눈앞에 거대한 수정구가 있다고 상상해 봐. 이제 수정구가 당신을 원래의 당신의 세계로 안내해 줄 거야. 지금 눈을 떠 봐.”분명 깊은 잠에 빠진 것 같았던 소만리는 고승겸의 말에 천천히 눈을 떴다.눈앞의 주위 환경을 바라보며 소만리는 눈을 깜빡이며 일어나려고 했다.그때 옆에서 부드러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잠에서 깼어?”소만리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눈을 올려다보았고 눈웃음을 지으며 남자를 바라보았다.그녀는 몇 번을 쳐다보고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고승겸이 손을 뻗어 그녀를 부축했고 소만리도 그의 손길을 거역하지 않았다.“승겸, 내가 왜 잠들었지? 지금 몇 시야?”소만리가 자신을 부르는 ‘승겸'이라는 말에 고승겸은 조용히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말했다.“응. 당신 방금 피곤해서 한숨 푹 잤어.”소만리는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오랫동안 꿈을 꾼 것 같아. 꿈속에서 어떤 남자가 계속 내 이름을 불렀어.”고승겸은 손을 들어 소만리의 머리를 살짝 어루만졌다.“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꿈일 뿐이야. 우선 세수부터 해. 우리 엄마가 당신 보고 싶어 하셔.”“그래.”소만리가 대답하며 침대에서 내려와 고승겸의

    Last Updated : 2023-04-10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593장

    여지경의 말을 듣고도 고승겸은 계속해서 손에 들고 있는 책을 뒤적거렸다.그는 여지경이 우려하고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고 그에게도 계획이 있었다.“그녀가 무슨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으니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모든 일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으니까.”고승겸의 말투는 가벼웠지만 그 말속에 비친 확신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무거웠다.소만리는 방으로 돌아와 씻은 후 바로 아래층으로 내려왔다.거실에 있는 고승겸과 여지경을 보고 소만리는 자연스럽게 고승겸에게 다가가 미소를 지었고 옆에 있던 여지경에게 인사를 건넸다.“어머니, 안녕하세요.”“...”여지경은 소만리가 자신에게 이런 인사를 할 줄은 몰랐다.그날 밤 일을 겪은 후 그녀는 사실 소만리에게 꽤 호감은 느꼈지만 소만리와 기모진의 관계를 생각하니 여지경은 다시 머리가 아파왔다.여지경은 소만리에게 더 물어볼 말도 없고 해서 소만리에게 힐끗 미소 짓고는 가버렸다.책을 내려놓고 일어나 소만리에게 다가가던 고승겸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자고 나니 정신이 좀 맑아졌어? 우리 밖에 좀 나갔다 올까?”소만리는 고승겸을 바라보며 달콤한 눈빛으로 말했다.“좋아요.”“그래.”고승겸은 고개를 끄덕이며 소만리의 손을 잡으려고 손을 뻗었으나 이내 다시 손을 거두었다.차 옆에 이르자 그는 매우 신사적인 모습으로 소만리에게 문을 열어 주었고 그도 뒤따라서 함께 차에 올랐다.기모진은 소만리가 집에 오기를 기다렸다.이리저리 안절부절못하다가 그는 그녀에게 전화를 다시 걸어보았지만 여전히 핸드폰은 배터리가 방전된 상태였다.소만리는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고 그녀의 핸드폰도 계속 꺼져 있었다.1분 1초가 지날수록 기모진의 마음은 더욱더 초초하게 타들어갔다.“소만리, 당신 어디로 간 거야?”기모진은 더 이상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수 없어 다시 고승겸에게 가 보기로 했다.그러나 고승겸의 집에 도착했으나 고승겸은 없었고 외출했다는 말만 들을

    Last Updated : 2023-04-10

Latest chapter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9장

    문 앞에 서 있던 소군연의 모친은 이 모습을 보고 들어가려고 했지만 소군연의 부친이 옆에서 말렸다.“그만 좀 해. 아들이 평생 홀아비로 살길 바라는 거야?”“누가 지금 가서 훼방 놓으려는 줄 아세요? 가서 말해 줘야죠. 나도 이 혼사에 동의해도 되겠냐고.”“당신 동의하는 거야?”소군연의 모친이 막 대답하려고 했을 때 갑자기 강연장 안 불빛이 밝아지는 것을 보았고 안에서 환호하는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깜짝 놀라 소군연의 품에서 나온 예선은 소만리와 기모진, 그리고 그녀의 부모님, 심지어 나익현과 나다희까지 서 있는 것을 보았다.그들은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예선과 소군연을 향해 다가왔다.예선은 멍하니 소만리를 쳐다보다가 결국 이 모든 것이 그들이 미리 계획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그녀와 소군연의 부모만 감쪽같이 몰랐던 것이다.소군연은 절대 그녀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단지 그녀에게 인생에서 가장 지키고 싶은 유일한 사람이 누구인지 각인시키기 위해 좀 다른 방법을 썼을 뿐이다....이듬해 봄.생명의 기운이 깃든 모든 것들이 축제를 펼치는 계절.경도호텔 야외 정원에서는 결혼식이 한창이었다.그렇다.오늘은 소군연과 예선이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날이었다.소만리와 기모진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공주님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멈추지 않았다.두 부부의 눈에는 실로 눈앞의 모든 존재들이 기적과도 같았다.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막내와 그 옆을 잘 보살피고 있는 듬직한 기란군, 그리고 곱고 맑은 딸 기여온까지.“엄마 아빠, 나랑 막내한테도 뽀뽀해 줘.”“뽀뽀, 뽀뽀.”막내는 기란군의 말을 알아들은 듯 소리쳤다.“너랑 막내는 맨날 하잖아. 여온이는 오랜만에 집에 왔으니까 특별히 좀 더 많이 해 줘야지.”기모진은 귀여운 기여온을 안고 볼에 뽀뽀를 했다.“여온아, 요즘 공부 열심히 하고 있어? 그놈이 평소에 무섭게 굴지는 않아?”“당신이 말한 그놈이 혹시 나예요?”강자풍이 짐짓 뾰로통한 얼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8장

    예선의 말을 듣고 소군연의 모친은 천천히 발걸음을 멈추었다.예선의 마음속에 그런 생각이 있는 줄은 몰랐다.게다가 예선은 자신을 향해 ‘존중'이라는 단어를 썼다.예선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은 소군연의 모친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는 중 갑자기 소만리의 목소리가 들렸다.“예선아, 네가 그들을 존중한다고 해서 그들이 널 존중해 줄 줄 알아? 사람은 서로 존중해 주어야 하는 거야.”“그렇지만 군연은 그들의 아들이잖아. 만약 내가 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어이 군연이랑 결혼을 한다면 그들은 두고두고 평생 나와 군연을 원망하며 살 거야.”예선은 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군연을 그렇게 만들고 싶진 않아. 나와 부모님 사이에서 평생 힘들어하면서 살게 할 순 없어.”“그렇지만 예선아...”“소만리, 이제 그만해. 너 나 어떤 사람인지 잘 알잖아? 한 사람을 사랑한다고 해서 꼭 함께 지내야만 하는 건 아니야. 그 사람이 평안하고 즐겁게 지낸다면 그것으로 족한 거야, 안 그래?”예선의 얼굴에 담담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미 마음속에 결심을 한 것 같았다.소만리는 예선을 말리고 싶었지만 이 상황에서 뭐라고 조언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예선아, 그럼 이제 갈 거야? 소군연 선배 더 안 찾을 거야?”“찾아볼 곳은 다 찾아봤어. 이래도 못 찾는다는 건 아마도 군연과 나의 인연이 여기까지라는 거겠지. 군연이 혼자 조용히 있게 놔두는 게 좋을 것 같아.”예선이 돌아서자 소군연의 모친은 얼른 몸을 숨겼다.자신이 그들을 미행했다는 걸 그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이때 소만리가 예선을 불러 세웠다.“예선아, 어쨌든 여기까지 왔으니 너랑 군연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줘 보는 건 어때? 아직 안 가 본 곳이 혹시나 없는지 잘 생각해 봐. 소군연 선배가 거기서 널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예선은 이 말을 듣고 걸음을 멈추었다.“아직 안 가 본 곳이 한 군데 있긴 해.”“거기가 어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7장

    멀리서 예선을 몰래 관찰하던 소군연의 부모는 차 안에서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흥. 군연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렇게 깊다더니 한나절이 지나도록 군연이 어디 갔는지 짐작도 못하고 있군.”소군연의 모친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투덜거렸다.소군연의 부친은 아내를 힐끗 쳐다보았다.“그런 말 좀 이제 그만해. 지금은 군연이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야. 사실 난 저 예선이란 애, 꽤 괜찮다고 생각해. 처음에는 부모도 없다고 당신 많이 싫어했잖아? 그런데 지금은 부모도 있고 그뿐만 아니라 엄마는 갑부에 아빠는 유명한 의사인데 당신 뭐가 불만이 그렇게 많아? 정말 아들을 평생 독신으로 살게 할 셈이야?”소군연의 부친은 솔직히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지만 소군연의 모친은 그래도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당신도 예전에는 반대했잖아요? 나중에는 나도 동의했다구요. 하지만 아버님 체면 세워 드리느라고 동의하지 않았던 건데 이제 와서 날 탓하면 어쩌라는 거예요?”“그만둬.”소군연의 부친이 아내의 말을 끊었다.“어째서 말을 못하게 해요? 내가...”“예선이 움직였어!”소군연의 부친이 급히 액셀을 밟았고 소군연의 모친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잠시 후 소만리의 차는 경도대학교 정문 앞에 멈춰 섰다.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눈에 익은 건물을 바라보며 예전에 함께 보냈던 날들을 떠올렸다.그들이 대학에 갓 입학한 첫날이었다.그때 그들은 모두 각자 마음에 두고 있던 한 해 선배의 남자와 부딪히게 되었다.그 남자와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될 때까지 아주 오랜 세월이 걸렸다.“예선아, 소군연 선배가 경도대학교에 있을 것 같아?”소만리가 물었다. 예선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살짝 웃었다.“나도 확신할 수 없지만 네 말처럼 군연과 함께 했던 추억이 있는 곳은 다 가능성이 있는 거니까. 그래서 여기 왔어. 운에 한번 맡겨 보려고.”예선은 말을 마치며 학교 안으로 걸어갔다.학교는 개방식이어서 예선과 소만리는 아무런 제지도 없이 바로 들어갔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6장

    소군연의 할아버지는 소군연의 글을 보고 화가 나서 눈을 부릅떴다.퇴원하자마자 한 여자 때문에 사라져?게다가 이 여자가 아니면 평생 결혼하지 않겠다고?그는 결코 그런 일이 발생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소군연이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하니 마음이 몹시 답답하고 당황스러웠다.만약 소군연이 정말 결혼하지 않는다면 그들 소 씨 가문은 후사가 없게 되는 게 아닌가?낭패였다.그건 안 된다. 절대 안 될 일이었다.예선은 밖으로 뛰쳐나온 후 그가 갈 만한 곳을 찾아가 보았지만 오전이 다 지나도록 소군연의 행방을 알아낼 수 없었다.그녀는 소군연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역시나 받지 않았다.아무런 소득 없이 시간만 흘러가자 예선은 갑자기 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그녀는 길가에 있는 의자에 앉아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보았다.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그들의 인생에 주어진 하루하루를 무탈히 사는 것만 같았다.갑자기 상실감이 확 밀려왔다.군연, 정말 날 포기하기로 한 거예요?우린 이렇게 헤어져서 제 갈 길을 가게 되는 건가요? 그런 건가요?예선은 막막한 마음을 도무지 어찌할 수가 없었다.생각하면 할수록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기 자신이 무기력하게 느껴졌다.바로 그때 소만리에게서 전화가 왔다.예선은 얼른 그녀의 전화를 받아 소군연에게 일어난 상황을 전했고 소만리는 한달음에 예선에게 달려왔다.예선은 소만리를 보자마자 눈물샘이 터져버렸다.소만리는 예선을 위로했다.“예선아, 소군연 선배가 일시적으로 감정이 격해져서 그런 걸 거야. 널 포기했을 리가 없어.”“아니야. 포기한 거야.”예선은 심호흡을 하고 스스로를 진정시켰다.“그의 가족들이 절대 날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특히 어머니는 강경하게 반대하시고 최근에 발생한 일 때문에 다른 가족들도 나에 대한 선입견이 더욱 나빠졌어.”“그동안 일어난 일은 너랑 아무 상관없어. 넌 피해자야.”“하지만 그들은 날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저 소군연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5장

    ”얼른 들어갈게요!”소군연의 엄마는 황급히 뛰어가다가 갑자기 뒤따라오는 예선에게 고개를 돌렸다.“넌 오지 마! 우리 소 씨 가문에 널 환영하는 사람은 없어!”소군연의 엄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예선은 소군연을 만나러 가지 않을 수 없었다.예선은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어떻게 소군연이 스스로 퇴원을 할 수 있단 말인가?그는 어제까지도 분명 병상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누워 있었다.소군연의 집으로 가는 길에 예선은 소군연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보았다.그러나 소군연은 받지 않았다.소군연에게 핸드폰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하긴 했지만 그래도 예선은 계속 전화를 시도했고 예상대로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그녀는 한시라도 빨리 소군연을 만나고 싶었다.그러나 가는 길이 너무 막혔다.드디어 예선이 소군연의 집에 도착해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앙칼진 소군연의 엄마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떻게 된 거야? 군연이는? 군연이가 어떻게 스스로 집에 왔다는 거야? 방금 깨어난 거 아니야?”“이것 좀 봐 봐. 이거 보면 어떻게 된 일인지 알게 될 거야.”소군연의 부친은 원망 섞인 말투로 소군연의 모친에게 뭔가를 쥐여 주었다.예선이 얼른 현관에 들어서자 따가운 소군연의 모친 목소리가 그녀를 향했다.“따라오지 말라고 했는데 넌 왜 또 왔어? 누가 널 환영한다구...”“됐어. 그만하고 이것 좀 보라니까.”소군연의 부친은 예선이 들어오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군연의 모친 말을 끊었다.예선은 소군연의 부친이 미묘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며 쫓아내지 않자 얼른 안으로 걸어갔다.소군연의 모친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메모지 한 장이었는데 메모지에는 짧은 몇 마디가 쓰여져 있었고 모두 소군연의 모친에게 전하는 말인 것 같았다.소군연은 자신이 이틀 전에 깨어났다고 실토하며 잠에서 깬 이후 자신의 엄마가 예선에게 모질게 투덜거리는 말만 하는 것을 보고 예선과 절대 결혼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깨달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4장

    예선은 아무도 없는 병실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즉시 소군연을 찾아나섰다.그러나 근처를 한 바퀴 둘러보아도 예선은 소군연의 모습을 찾지 못했고 마음속에서 초조함이 스멀스멀 밀려왔다.이때 소군연의 엄마가 들어왔다.병상에 누워 있어야 할 소군연이 어디론가 사라진 것을 본 그녀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어떻게 된 거야? 군연이는? 군연이 혹시 무슨 검사하도 하러 간 거야?”소군연의 엄마는 불만이 가득 담긴 얼굴로 예선에게 물었다.소군연의 엄마가 보이는 이런 태도에는 이골이 났는지 예선은 개의치 않으며 담담하게 돌아섰다.“저도 알고 싶어요.”“나보다 먼저 와 놓고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제가 왔을 때도 병실에 아무도 없었어요.”예선은 돌아서면서 말을 이었다.“간호사한테 한번 물어볼게요.”“잠깐만.”소군연의 엄마가 예선을 멈추어 세우며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너한테 말을 해 둬야겠어. 군연인 이미 너 때문에 고생이란 고생은 다 겪었어. 다친 적도 한두 번이 아니고. 너 때문에 영 씨 집안 두 모녀는 감옥에 갇혔어. 이건 분명히 네가 우리 가문과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얘기야. 네가 우리 군연이를 얼마나 좋아하든 우리 군연이 널 얼마나 좋아하든 상관없어. 넌 우리 소 씨 가문에 들어올 수 없어.”이 말을 들은 예선은 어이가 없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다른 것은 차치하고라도 영 씨 집안 두 모녀가 감옥에 간 것까지도 예선의 탓으로 돌린단 말인가?예선과 소군연은 엄연히 피해자였다.영내문 같은 악랄한 사람은 오늘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도 언젠가는 다른 사람에게 악행을 저지를 사람이었다.영내문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인 중의 악인이었기 때문이다.지금까지 벌여진 일들로 이 모든 것이 자명한데 소군연의 엄마는 여전히 예선을 탓하고 있는 것이다.예선은 더 이상 소군연의 엄마와 논쟁을 하고 싶지 않았다.그런 시간 낭비 에너지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3장

    채수연이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은 이미 모든 상황을 다 이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여온아.”채수연이 기여온에게 다가가 몸을 웅크리고 앉아 다정하게 말했다.“여온아, 선생님이 여온이 좋아하는 거 알지? 어딜 가든 매일 기쁘고 즐거운 일만 있길 바라. 그리고 하루빨리 말도 할 수 있게 되길 바랄게.”기여온이 선생님의 말을 알아듣고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한껏 고개를 끄덕였다.채수연은 일어서서 강자풍을 바라보았다.아직도 눈에는 그에 대한 호감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조금 전 그녀가 말했던 것처럼 더 이상의 집착은 사라졌다.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이 반드시 고집스럽게 쟁취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채수연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강자풍을 바라보며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강자풍도 더 이상 아무 말없이 몸을 굽혀 기여온을 품에 안고 돌아섰다.돌아서기 전에 채수연에게 따뜻한 작별의 미소도 잊지 않았다.“채 선생님, 앞으로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어쨌든 선생님께 많이 신세 졌습니다. 고맙습니다.”채수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절 곤경에서 벗어나게 해 주신 걸로 이미 다 갚으셨어요. 하지만 강 선생님 같은 친구가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긴 하네요. 기회가 되면 같이 식사라도 해요.”“그럼요, 언제든지요.”강자풍이 흔쾌히 승낙했다.친구가 된다는 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채수연은 그 자리에서 기여온을 안고 점점 멀어지는 강자풍의 뒷모습을 보다가 갑자기 두어 걸음 앞으로 나섰다.“강 선생님, 저 궁금한 게 하나 더 있는데 대답해 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등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강자풍은 천천히 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잘생긴 얼굴에 다정한 미소를 가득 품고 뒤돌아보며 물었다.“뭐가 궁금하신가요?”“좋아하는 여자가 정말 있긴 한 거죠?”강자풍은 기여온의 작은 얼굴에 부드러운 시선을 잠시 떨구며 입을 열었다.“지금 저의 가장 큰 소원은 여온이가 무탈하고 건강하게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2장

    ”어쩌다가 듣게 되었어요.”강자풍은 순순히 시인했다.채수연은 강자풍의 대답을 듣고 자신이 난감해할 줄 알았다.하지만 그녀의 마음이 예전처럼 초조하지 않고 오히려 편안하고 후련한 느낌이 들었다.다만 약간의 부끄러움은 어쩔 수 없었다.강자풍은 채수연이 난감해하지 않도록 애써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채 선생님을 도와드리려고 했던 건데 어떻게 하다가 영상이 찍혀 인터넷에 올라오는 바람에 선생님을 더 난처하게 해 드려서 정말 죄송해요. 나와 여온이 일로 또 한 번 고민거리를 안겨 드린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강자풍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기여온을 향해 부드러운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하지만 선생님, 걱정 마세요. 앞으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 없을 거예요.”채수연은 이 말을 듣고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순간 마음속에서 상실감이 강하게 몰아쳤다.그녀는 의아한 눈으로 강자풍을 쳐다보며 강자풍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는데 역시나 그의 말은 그녀를 안타깝게 만들었다.“채 선생님, 여온이한테 더 잘 맞는 유치원을 찾았어요. 제가 일하는 곳과도 더 가까워서 여온이 등하원하는 데도 훨씬 편리할 것 같아요.”강자풍의 말을 들은 채수연은 갑자기 마음이 너무나 허전했다.“여온이한테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봐 유치원을 옮기기로 하신 거예요?”강자풍은 부인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이게 선생님한테도 우리한테도 좋은 것 같아요.”강자풍은 ‘우리'라는 말을 할 때 기여온에게 시선을 주었다.채수연은 순간 무언가를 깨달은 것 같았다.자신의 감정이 줄곧 일방적인 것이었고 닿을 수 없는 허무한 희망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강자풍의 눈에는 이미 다른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강 선생님 생각이 맞는 것 같아요.”채수연도 강자풍의 말에 활짝 웃으며 동의했다.“아까는 정말 죄송했어요. 저희 엄마와 엄마 친구가 강 선생님에 대해 한 말은 정말 부적절했어요. 죄송합니다.”강자풍은 조금도 개의치 않으며 입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1장

    류 씨 성을 가진 남자가 트집을 잡았고 결국 강자풍이 기여온을 데리고 나가는 장면이 모두 찍혀 인터넷에 공개된 것이었다.이 남자도 양심은 있었던지 기여온의 모습은 블러 처리를 해서 사람들이 알아볼 수 없게 했지만 강자풍의 모습은 영상에서 명확하게 볼 수 있었다.채수연의 엄마는 한눈에 영상 속 사람이 강자풍임을 알아차렸다.영상 아래의 댓글을 본 채수연의 엄마는 더욱 초조한 눈빛으로 말했다.“수연아, 너 어떻게 이런 애 딸린 남자를 좋아할 수 있어?”채수연의 얼굴이 찡그려졌다.“맞아요. 부인하지 않을게요. 난 강 선생님한테 호감을 가지고 있어요.”“뭐라고!”“아유... 수연아, 너 정말 이 애 딸린 남자를 좋아하는 거야?”진 씨 부인의 눈빛이 미묘하게 반짝거렸다.“내가 보니까 여기 댓글 단 사람들이 벌써 이 남자 신상을 다 파헤친 것 같던데. 이 남자 예전에 우리 F국에서 한때 주름잡았던 그 강어라는 사람 동생이라더라구. 그 강연이라나 뭐라나 누나라는 사람은 업계에선 더욱 악명이 높았대.”“뭐! 그 강 선생이 강어와 강연의 동생이라고?”채수연의 엄마는 자신의 소중한 딸이 악명 높은 집안 배경을 가진 사람과 사귀게 될까 봐 전전긍긍했다.“나도 그 사람 형과 누나에 대해서 들은 적 있어요. 나도 알고 있다구요. 하지만 강 선생님은 지금까지 그 일에 개입한 적이 없어요. 만약 조금이라도 개입했다면 벌써 경찰서에 잡혀 들어갔을 거예요.”채수연은 정색을 하며 대답했다.“게다가 강 선생님은 이 아이의 친아빠가 아니에요. 친구 딸인데 잠시 이 아이를 돌보고 있을 뿐이에요. 그리고 아주머니, 부탁드리는데요. 이 아이가 말을 못 하는 걸로 자꾸 걸고넘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말을 못 해서 누구보다 괴로운 건 이 아이잖아요. 입장 바꿔서 누군가가 아주머니 아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절대 듣고 싶지 않을 거잖아요, 네?”“...”채수연의 입에서 뭐라도 가십거리를 좀 들을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