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1532장

작가: 십육인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03-27 17:00:07
소만리가 서재를 떠나고 문이 닫히자 고승겸은 핸드폰을 켜서 얼마 전 수집한 자료들을 꺼내 모니터에 띄웠다.

고승겸은 수집한 자료들을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기모진.”

...

이틀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소만리는 지난밤 오늘 일찍 별장으로 오라는 고승겸의 전화를 받았다.

임무를 순조롭게 완수하기 위해 소만리도 하루 휴가를 냈고 다행히 기모진은 요 며칠 출장 간 상태여서 외출도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소만리는 약속한 시간에 정확히 맞춰 별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도착하고 보니 별장 안은 썰렁했고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

오히려 정원에는 화려한 장식으로 꾸며 놓아 약혼식다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아름답고 화려한 장식들을 감상할 틈도 없이 곧장 집으로 향하던 소만리는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안나의 불만 섞인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겸이 오빠가 미쳤지, 미쳤어! 어떻게 그런 못생긴 여자와 정원에서 약혼식을 할 수가 있어?”

못생긴 여자.

소만리는 헛웃음이 피식 나왔다.

“안 돼. 절대 안 돼. 안나야. 이 여자가 정말 승겸이랑 약혼한다면 자작 부인 자리는 물 건너가는 거야.”

안나의 엄마가 불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건 나도 알지만 무슨 수로 겸이 오빠를 말리겠어? 이제 약혼식이 두 시간도 안 남았는데.”

“이걸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승겸이 엄마밖에 없어!”

안나의 엄마는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여지경을 찾으려고 돌아섰는데 마침 여지경이 아래층으로 내려오고 있는 것을 보고 황급히 다가갔다.

“아니, 당신들이 말하는 대로 다 했고 다 들어줬는데 어떻게 일이 이렇게 될 수 있어요? 승겸이 성격 어떤지 잘 파악하고 있었어야죠.”

여지경은 눈썹을 일그러뜨리며 흥분해 있는 안나를 위로했다.

“안나야, 승겸이가 오늘 약혼을 하긴 하지만 사실 그 여자 말이 틀린 말은 아니야. 사람 일은 아무도 몰라. 두 사람이 약혼했다고 해서 반드시 결혼하게 되는 건 아니야. 게다가 루이스 집안사람들은 진작부터 널 며느릿감으로 점찍었어. 승겸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533장

    갑자기 등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남자를 의아하게 바라본 소만리는 재빨리 몸을 돌려 손으로 가슴을 가렸다.놀란 두 눈을 들어 보니 눈앞에 맞춤 양복을 말끔하게 갖춰 입은 훤칠하고 멋진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고승겸은 확실히 얼굴도 기품도 어디 하나 빠지지 않았다.그런다 그가 갑자기 이렇게 모습을 드러내니 소만리는 불편함을 느꼈다.“당신 왜 여기 있어요?”“난 항상 여기 있었지. 당신이 날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야.”고승겸의 대답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소만리는 잠시 입을 다물지 못하고 말을 잃었다.고승겸이 아까부터 여기 있었다니!그럼 아까 그녀가 옷을 갈아입을 때 다 보았다는 말인가!소만리의 불편한 심기를 간파했지만 고승겸의 표정은 이상하리만큼 평온했다.“난 남이 옷 갈아입는 걸 훔쳐보는 습관 같은 거 없어. 그저 아까부터 저쪽에 앉아 있어서 당신 쪽 상황을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야.”고승겸이 해명했다.소만리는 가만히 듣고 있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고승겸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그래서 이제 내가 지퍼 올려줘도 되겠어?”고승겸이 뒤이어 물었다.“고마워요. 겸 도련님. 그렇지만 다른 사람한테 도와달라고 할게요.”소만리가 완곡하게 거절했다.고승겸도 더 나서지 않고 돌아섰고 옷방 문을 열고 나와 도우미를 불러 소만리를 도와주라고 지시했다.소만리가 드레스를 다 입고 나자 도우미는 그녀의 단발머리를 정성껏 빗어 주었다.경연에게 단방에 잘린 소만리의 머리는 몇 달이 지난 지금 꽤 길어 있었다.손재주가 좋은 도우미는 소만리의 머리를 땋아서 드레스와 같은 색 리본으로 마무리를 해주었다.소만리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도우미의 눈에는 소만리의 미모가 심상치 않아 보였다.몸단장을 다 끝낸 소만리의 모습을 보고 도우미는 감탄사를 연발했다.“사고가 나기 전에는 훨씬 더 예뻤을 얼굴이네요. 지금도 예쁘지만. 암튼 얼굴이 빨리 나았으면 좋겠어요.”“고마워요.”소만리는 진

    최신 업데이트 : 2023-03-27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534장

    창가에 앉아 책자의 내용을 숙지하다 고개를 들어본 소만리는 손님들이 하나둘 들어오는 모습을 보았다.들어오는 사람마다 명품 의상들과 주얼리로 온몸을 치장하고 있었다.고승겸의 친지들은 역시 부자에 기품이 있어 보였다.약혼식 시간이 다가오자 소만리도 슬슬 나가려고 일어섰는데 갑자기 옷방 문이 열렸다.고승겸이 자신을 부르러 온 줄 알았던 소만리는 도도한 안나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안나는 경멸하는 듯한 미소를 내걸고 당당하게 소만리를 향해 걸어 들어왔다.그녀는 드레스를 입은 소만리의 자태를 훑어보고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흥, 소만리. 이 드레스 입었다고 봉황이 되는 그런 꿈은 꾸지 마. 네가 겸이 오빠랑 약혼을 했다고 해서 반드시 결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소만리는 안나와 쓸데없는 말씨름을 하기 성가셔서 담담하게 웃어넘겼다.“무슨 근거로 내가 봉황이 되는 꿈을 꿀 거라 생각해?”“헛.”안나는 눈을 희번덕이며 말했다.“그럼 네가 원래도 봉황쯤 된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너처럼 못생긴 봉황이 어디 있어? 하하하하...”“그만하면 됐어. 네가 무슨 말을 하든 난 아무 영향도 받지 않으니까.”소만리가 그녀의 웃음을 조용히 제압하였다.안나의 웃음소리가 뚝 그쳤고 소만리는 아름다운 눈을 들어 차가운 눈으로 그런 안나를 바라보았다.“너와 네 엄마는 나더러 항상 내 분수를 알라고 말했었지. 나도 생각을 해봤어. 아무리 생각해도 너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것 같아.”“...”안나는 소만리의 말에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이 못생긴 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설마 이 못생긴 여자에게도 내세울 집안 배경이란 게 있다는 얘긴가?그럴 리가!안나는 한참 동안 멍하니 있다가 돌아서 보니 이미 소만리는 훌쩍 그 자리를 떠나 있었다.약혼식 시간이 다가왔고 소만리는 고승겸을 마주쳤다.그러자 고승겸은 그녀를 데리고 정원으로 나왔다.하객들이 소만리가 나오는 모습을 보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최신 업데이트 : 2023-03-27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535장

    안나는 자신의 엄마가 하는 말을 듣고 시선을 올려보았더니 작은 꼬마 아이가 한 명 들어오고 있었다.이 남자아이는 약혼식에 온 하객의 아이였고 안나도 아는 아이였다.그런데 성격이 매우 장난기가 다분한 아이였다.안나 자체도 이 꼬마를 되게 싫어한다.왜냐하면 이 꼬마가 안나의 한정판 귀걸이를 잡아뜯어서 잃어버린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안나의 엄마는 자신의 딸이 자신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하고 멍하니 보고만 있자 직접 안나의 귓가에 가까이가 귓속말을 했다.몇 마디 듣고 난 안나는 웃음을 참을 수 없다는 듯 파한대소를 하며 간특한 미소를 지었다.“엄마, 엄마 덕분에 내가 한 수 이겼는 걸.”“당연하지!”안나의 엄마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지금 가서 네가 먼저 친한 척해 놔.”안나는 원래 아이들을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러 갔다.소만리는 약혼식이 끝나면 바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어느새 몰려온 하객들로 둘러싸여 버렸다.사람들은 모두 고승겸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넸고 소만리의 생김새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았다.“승겸아, 언제 여자친구가 생겼었니? 한 마디 말도 없다가?”“그러니까 말이야. 갑자기 약혼하다고 말하길래 깜짝 놀랐지 뭐야. 그런데 여자친구 엄청 예쁘게 생겼나 봐. 다른 사람한테 뺏길까 봐 저렇게 꽁꽁 숨겨놓고.”“그렇게 예쁜 아가씨를 오늘 드디어 볼 수 있겠구만.”“그럼그럼, 얼굴 봐야지.”많은 사람들이 소만리를 언급하며 시끌벅적해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이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이 소만리가 얼마나 흉측한 얼굴을 가졌는가 하는 것임을 소만리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소만리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눈을 들어 고승겸을 바라보았다.고승겸은 이런 상황에서 소만리를 매우 배려하며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고 소만리의 민낯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향해 품위 있고 신사다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내 약혼녀가 사고로 얼굴을 다쳤어요. 지금 회복 중이라 마스크를 벗으면 상처가 감염될

    최신 업데이트 : 2023-03-27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536장

    ”이 사람이 신부야?”사내아이는 소만리를 보고 의아해하며 물었다.소만리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안녕, 꼬마야.”그러나 소만리가 인사를 하자마자 그 사내아이는 경멸하는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신부 목소리 너무 싫어!”주변에 있던 하객들은 사내아이의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일그러졌다.소만리의 목소리가 그들에게도 허스키하고 거칠게 들렸던 건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안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고 고승겸의 얼굴빛이 변하는 것은 눈치채지 못한 채 사내아이의 손을 슬쩍 밀었다.사내아이는 안나의 의중을 알아채고는 작은 얼굴을 들고 소만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신부 얼굴 보고 싶어.”사내아이는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신부가 정말 예쁘다는데, 나도 신부 얼굴 보고 싶어. 보고 싶다고!”고승겸은 웃는 듯 마는 듯 입꼬리를 잡아당기며 말했다.“그렇게 보고 싶다면 웨딩드레스 숍에 가면 돼. 얼마든지 많이 볼 수 있어.”고승겸은 말을 마치자마자 소만리의 손을 잡고 그에게서 흔치 않은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당신이랑 방에 가서 좀 쉬어야겠어.”소만리도 그의 뜻을 따르는 척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소만리가 이렇게 자리를 떠나게 내버려 둘 안나가 아니지 않는가?그녀는 품에 안긴 사내아이에게 다그쳤다.“한정판 변신 로봇 갖고 싶지 않아? 갖고 싶으면 어서 빨리 내가 말한 대로 해!”안나는 낮은 목소리로 말하고 난 후 사내아이를 품에서 내려놓았다.비록 사내아이는 어렸지만 영악해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다 알고 있었다.게다가 그 사내아이는 영악하기로 소문난 말썽꾸러기였다.“신부님, 가지 마세요!”소만리는 뒤에서 쫓아오는 아이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 아이의 목소리는 매우 애처롭게 들렸다.소만리는 모성이 강한 엄마였다.아이가 이렇게 애처롭게 부르자 마음이 약해져서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았다.“꼬마야, 천천히 뛰어.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소만리는

    최신 업데이트 : 2023-03-27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537장

    소만리는 어린아이가 이렇게 영악한 짓을 할 줄은 몰랐다.하지만 원래 모든 아이들이 다 기란군과 여온이처럼 순수하고 맑은 것은 아니다.“와!”그 꼬마는 소만리의 얼굴을 보며 탄성을 질렀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놀란 눈빛으로 소만리를 바라보았다.안나와 안나의 엄마는 소만리 뒤편에 멀찍이 서서 사내아이가 소만리의 얼굴에서 마스크를 벗겨 손에 들고 있는 것을 보고 서로를 쳐다보며 낄낄 웃었다.마침내 그들의 목적이 달성된 순간이었다!드디어 소만리의 얼굴을 덮고 있던 마스크를 벗겨낸 것이었다!흉터로 가득 찬 소만리의 얼굴을 드디어 만천하에 공개하게 만든 것이다!소만리의 얼굴을 보고 놀란 하객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안나와 안나의 엄마는 얼른 걸음을 재촉했다.소만리의 추악한 얼굴을 보고 싶어 안달이 난 모습이었다.고승겸의 엄마도 뒤따라 걸어와 소만리의 민낯을 보러 갔다.이를 본 고승겸은 불쾌한 표정으로 눈썹을 찌푸리며 사람들의 발길을 쫓아 성큼성큼 소만리의 곁으로 갔다.그는 손을 뻗어 사내아이의 손에 있던 마스크를 빼앗아 들고 그 사내아이의 손을 잡아당겨 극도로 불쾌한 목소리로 말했다.“네 부모가 가르쳐 줄 수 없다면 내가 가르쳐 줄게.”꼬마는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려 놀려서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고승겸은 사내아이의 손을 매몰차게 뿌리치고 하객들을 올려다보았다.고승겸은 자신의 뒤에 있는 소만리를 쳐다보는 하객들의 경이로운 시선을 보며 문득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소만리는 고승겸이 고개를 돌려 자신의 얼굴을 볼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그녀는 피할까도 생각했지만 이미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소만리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던 순간 고승겸이 고개를 돌렸다.고승겸의 시선을 느낀 순간 소만리는 자신을 아찔하게 바라보는 고승겸의 눈빛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자신에게 찾아올 번거로운 일들이 걱정되었다.“지경아, 며느리가 이렇게 예쁠 줄이야!”옆에 있던 하객이 여지경에게 다가오며 소만리의 외모를 칭찬하

    최신 업데이트 : 2023-03-28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538장

    겨우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한 달 동안 이렇게 많이 회복되다니!게다가 소만리의 얼굴이 이렇게 기품 있고 예쁘다니!안나는 도저히 이 상황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자신의 얼굴과 확실히 비교가 되는 소만리의 얼굴을 보며 열등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주변에서 소만리의 얼굴에 대해 빈정거리던 소리는 어느새 쏙 들어갔고 여기저기 감탄하는 목소리만 들릴 뿐이었다.약혼식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여지경의 얼굴빛이 어두웠었는데 지금은 확연히 얼굴빛이 달라졌다.소만리는 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신경 쓰이지 않았다.그녀는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어물쩍 넘어가야 할지 몰라 불안하고 초조했다.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고승겸의 눈빛만으로도 그의 복잡한 심경을 느낄 수 있었다.고승겸은 그림 같은 소만리의 아름다운 얼굴을 훑어보며 눈을 내리깔았다.그리고 그는 갑자기 소만리의 손을 잡아끌었다.“우리 방으로 들어가 좀 쉬자.”그의 말투로는 이 말이 아무 이상 없이 들렸지만 소만리는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며 앞으로 닥칠 일이 조금 걱정되기 시작했다.소만리도 지금 이 상황에서는 고승겸의 손을 뿌리칠 방법이 없어 묵묵히 그를 따라 집으로 들어갔다.안나는 고승겸이 소만리의 손을 잡고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안나,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저 여자 얼굴이 흉측해서 똑바로 쳐다볼 수 없을 정도라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방금 너 봤지? 저 여자 얼굴.”“그만해, 엄마.”안나는 화를 버럭 내며 엄마의 말을 끊었다. 마음속으로는 소만리에 대한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분을 삭이는 것 말고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었다.서재.소만리가 고승겸의 손아귀에서 자신의 손을 빼려고 하자 고승겸은 불쾌한 듯 눈썹을 찌푸리더니 소만리의 손을 뿌리쳤다.그는 양복 외투를 벗고 화가 난 손길로 소파에 아무렇게나 던지더니 갑자기 뒤를 돌아보았다.복잡한 심경이

    최신 업데이트 : 2023-03-28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539장

    소만리를 압박하는 고승겸의 기세는 대단했지만 이에 밀릴 소만리도 아니었다.그의 강한 눈빛을 그녀는 예리한 눈빛으로 맞섰다.하지만 남녀 사이의 힘의 차이는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라 고승겸은 소만리를 압도했다.고승겸은 차갑고 이지적인 얼굴을 하며 매섭게 소만리를 바라보고 있었다.소만리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매서운 고승겸의 얼굴이었다.“이런 눈을 가지고 이런 여유로운 기세를 가진 여자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드디어 알게 되었군.”고승겸은 감탄하듯 입술 사이로 의미심장한 그 이름을 내뱉었다.“소만리.”“...”고승겸이 뭔가를 확신한 듯 말하자 소만리도 주먹을 불끈 쥐고 막 저항하려는데 갑자기 누군가 서재 문을 두드렸다.“똑똑똑.”“승겸아, 엄마야.”여지경의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고승겸은 잡고 있던 소만리의 손을 놓고 긴 눈을 흐릿하게 들어 올리며 말했다.“문 안 잠겼어요.”“딸깍.”여지경이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내었다.고승겸과 함께 서 있는 소만리를 보자 여지경은 소만리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한 채 성큼성큼 다가와 소만리를 자세히 훑어보았다.오늘 밤은 남사택에게 가서 치료를 받을 시간이 없을 것 같아 미리 젤을 바르고 왔기 때문에 지금 소만리의 얼굴 상태는 맑고 깨끗한 데다 붉은 자국도 많이 보이지 않았다.화장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소만리의 이목구비는 충분히 세련되고 매혹적이었다.자신을 훑어보는 여지경의 눈빛을 마주하니 소만리는 자신이 마치 유리 진열대에 놓인 인형이 된 것 같았지만 일단 잠자코 여지경의 눈을 바라보았다.“얼굴이 이렇게 멀쩡한데 왜 그런 거짓말을 하고 마스크까지 쓰고 다녔던 거야?”여지경은 불만스러운 듯 비아냥거리는 심사를 녹아내며 입을 열었다.“혹시 너무 예뻐서 다른 사람들이 너의 미모를 질투할까 봐 두려웠던 거야?”소만리는 이 말을 듣고 웃음이 나왔다.“질투가 맞긴 하지만 다른 사람이 날 질투하는 게 아니라 내가 다른 사람을 질투하는 거예요.”“

    최신 업데이트 : 2023-03-28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540장

    ”무슨 일인데 그렇게 서둘러?”“어머니, 이것 좀 보세요. 어서요!”안나가 핸드폰을 건네며 화면에 나온 사람을 가리켰다.여지경은 고개를 숙이고 자세히 들여다보았다.화면에는 소만리가 기모진과 함께 찍은 결혼사진과 함께 파티에 참석한 사진이 보였다.“알고 보니 이 소만리라는 여자는 경도 제일가는 가문의 태자인 기모진과 결혼했었어요!”안나는 거의 비명을 지르듯 말했고 그녀의 목소리는 서재에 있는 소만리와 고승겸의 귀에 들릴 정도 컸다.“뭐라고! 기모진?”여지경은 이 말을 듣고 당장이라도 화면을 뚫고 들어가 사진을 찢어 버릴 듯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이 소만리가 이미 가정이 있는 여자였다니! 말도 안 돼!”여지경은 화가 나서 곧장 서재로 되돌아와 뛰어들어갔다.“소만리, 너!”“소만리의 상황을 전 전부 다 알고 있었어요. 소만리가 예전에 누구와 함께 있었든 결혼을 했든 아이를 낳았든 간에 그녀는 이제 내 약혼녀가 되었어요.”고승겸은 여지경의 말을 끊고 소만리에게 다가가 그녀를 보호하는 데 조금도 주저함이 없었다.그러나 이 말을 들은 소만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고승겸이 지금 한 말은 자신이 진짜 소만리라는 것을 이미 안다는 뜻일까?“승겸아, 너 미쳤구나! 저 여자는 이미 가정이 있는 여자고 남편은 그 기...”“난 이미 분명히 말했어요. 과거에 그녀가 그랬다 할지라도 지금 그녀는 분명히 내 약혼녀예요. 기모진의 아내가 아니라.”고승겸이 다시 여지경의 말을 끊고 소만리를 바라보며 말했다.“못 믿겠다면 직접 사람을 불러 기모진의 아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아보세요.”고승겸의 말에 여지경은 뒤따라 들어온 안나와 눈을 마주치고는 안나가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집어 들며 따끔한 목소리로 소만리를 가리켰다.“이 사진 속에 있는 여자 분명히 여기 있는 이 여자랑 똑같이 생겼어! 게다가 기모진의 아내 이름도 소만리야!”“그건 이름이 같을 뿐이에요.”고승겸이 해명했다.“얼굴이 똑같은

    최신 업데이트 : 2023-03-28

최신 챕터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9장

    문 앞에 서 있던 소군연의 모친은 이 모습을 보고 들어가려고 했지만 소군연의 부친이 옆에서 말렸다.“그만 좀 해. 아들이 평생 홀아비로 살길 바라는 거야?”“누가 지금 가서 훼방 놓으려는 줄 아세요? 가서 말해 줘야죠. 나도 이 혼사에 동의해도 되겠냐고.”“당신 동의하는 거야?”소군연의 모친이 막 대답하려고 했을 때 갑자기 강연장 안 불빛이 밝아지는 것을 보았고 안에서 환호하는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깜짝 놀라 소군연의 품에서 나온 예선은 소만리와 기모진, 그리고 그녀의 부모님, 심지어 나익현과 나다희까지 서 있는 것을 보았다.그들은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예선과 소군연을 향해 다가왔다.예선은 멍하니 소만리를 쳐다보다가 결국 이 모든 것이 그들이 미리 계획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그녀와 소군연의 부모만 감쪽같이 몰랐던 것이다.소군연은 절대 그녀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단지 그녀에게 인생에서 가장 지키고 싶은 유일한 사람이 누구인지 각인시키기 위해 좀 다른 방법을 썼을 뿐이다....이듬해 봄.생명의 기운이 깃든 모든 것들이 축제를 펼치는 계절.경도호텔 야외 정원에서는 결혼식이 한창이었다.그렇다.오늘은 소군연과 예선이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날이었다.소만리와 기모진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공주님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멈추지 않았다.두 부부의 눈에는 실로 눈앞의 모든 존재들이 기적과도 같았다.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막내와 그 옆을 잘 보살피고 있는 듬직한 기란군, 그리고 곱고 맑은 딸 기여온까지.“엄마 아빠, 나랑 막내한테도 뽀뽀해 줘.”“뽀뽀, 뽀뽀.”막내는 기란군의 말을 알아들은 듯 소리쳤다.“너랑 막내는 맨날 하잖아. 여온이는 오랜만에 집에 왔으니까 특별히 좀 더 많이 해 줘야지.”기모진은 귀여운 기여온을 안고 볼에 뽀뽀를 했다.“여온아, 요즘 공부 열심히 하고 있어? 그놈이 평소에 무섭게 굴지는 않아?”“당신이 말한 그놈이 혹시 나예요?”강자풍이 짐짓 뾰로통한 얼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8장

    예선의 말을 듣고 소군연의 모친은 천천히 발걸음을 멈추었다.예선의 마음속에 그런 생각이 있는 줄은 몰랐다.게다가 예선은 자신을 향해 ‘존중'이라는 단어를 썼다.예선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은 소군연의 모친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는 중 갑자기 소만리의 목소리가 들렸다.“예선아, 네가 그들을 존중한다고 해서 그들이 널 존중해 줄 줄 알아? 사람은 서로 존중해 주어야 하는 거야.”“그렇지만 군연은 그들의 아들이잖아. 만약 내가 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어이 군연이랑 결혼을 한다면 그들은 두고두고 평생 나와 군연을 원망하며 살 거야.”예선은 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군연을 그렇게 만들고 싶진 않아. 나와 부모님 사이에서 평생 힘들어하면서 살게 할 순 없어.”“그렇지만 예선아...”“소만리, 이제 그만해. 너 나 어떤 사람인지 잘 알잖아? 한 사람을 사랑한다고 해서 꼭 함께 지내야만 하는 건 아니야. 그 사람이 평안하고 즐겁게 지낸다면 그것으로 족한 거야, 안 그래?”예선의 얼굴에 담담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미 마음속에 결심을 한 것 같았다.소만리는 예선을 말리고 싶었지만 이 상황에서 뭐라고 조언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예선아, 그럼 이제 갈 거야? 소군연 선배 더 안 찾을 거야?”“찾아볼 곳은 다 찾아봤어. 이래도 못 찾는다는 건 아마도 군연과 나의 인연이 여기까지라는 거겠지. 군연이 혼자 조용히 있게 놔두는 게 좋을 것 같아.”예선이 돌아서자 소군연의 모친은 얼른 몸을 숨겼다.자신이 그들을 미행했다는 걸 그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이때 소만리가 예선을 불러 세웠다.“예선아, 어쨌든 여기까지 왔으니 너랑 군연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줘 보는 건 어때? 아직 안 가 본 곳이 혹시나 없는지 잘 생각해 봐. 소군연 선배가 거기서 널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예선은 이 말을 듣고 걸음을 멈추었다.“아직 안 가 본 곳이 한 군데 있긴 해.”“거기가 어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7장

    멀리서 예선을 몰래 관찰하던 소군연의 부모는 차 안에서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흥. 군연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렇게 깊다더니 한나절이 지나도록 군연이 어디 갔는지 짐작도 못하고 있군.”소군연의 모친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투덜거렸다.소군연의 부친은 아내를 힐끗 쳐다보았다.“그런 말 좀 이제 그만해. 지금은 군연이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야. 사실 난 저 예선이란 애, 꽤 괜찮다고 생각해. 처음에는 부모도 없다고 당신 많이 싫어했잖아? 그런데 지금은 부모도 있고 그뿐만 아니라 엄마는 갑부에 아빠는 유명한 의사인데 당신 뭐가 불만이 그렇게 많아? 정말 아들을 평생 독신으로 살게 할 셈이야?”소군연의 부친은 솔직히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지만 소군연의 모친은 그래도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당신도 예전에는 반대했잖아요? 나중에는 나도 동의했다구요. 하지만 아버님 체면 세워 드리느라고 동의하지 않았던 건데 이제 와서 날 탓하면 어쩌라는 거예요?”“그만둬.”소군연의 부친이 아내의 말을 끊었다.“어째서 말을 못하게 해요? 내가...”“예선이 움직였어!”소군연의 부친이 급히 액셀을 밟았고 소군연의 모친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잠시 후 소만리의 차는 경도대학교 정문 앞에 멈춰 섰다.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눈에 익은 건물을 바라보며 예전에 함께 보냈던 날들을 떠올렸다.그들이 대학에 갓 입학한 첫날이었다.그때 그들은 모두 각자 마음에 두고 있던 한 해 선배의 남자와 부딪히게 되었다.그 남자와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될 때까지 아주 오랜 세월이 걸렸다.“예선아, 소군연 선배가 경도대학교에 있을 것 같아?”소만리가 물었다. 예선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살짝 웃었다.“나도 확신할 수 없지만 네 말처럼 군연과 함께 했던 추억이 있는 곳은 다 가능성이 있는 거니까. 그래서 여기 왔어. 운에 한번 맡겨 보려고.”예선은 말을 마치며 학교 안으로 걸어갔다.학교는 개방식이어서 예선과 소만리는 아무런 제지도 없이 바로 들어갔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6장

    소군연의 할아버지는 소군연의 글을 보고 화가 나서 눈을 부릅떴다.퇴원하자마자 한 여자 때문에 사라져?게다가 이 여자가 아니면 평생 결혼하지 않겠다고?그는 결코 그런 일이 발생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소군연이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하니 마음이 몹시 답답하고 당황스러웠다.만약 소군연이 정말 결혼하지 않는다면 그들 소 씨 가문은 후사가 없게 되는 게 아닌가?낭패였다.그건 안 된다. 절대 안 될 일이었다.예선은 밖으로 뛰쳐나온 후 그가 갈 만한 곳을 찾아가 보았지만 오전이 다 지나도록 소군연의 행방을 알아낼 수 없었다.그녀는 소군연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역시나 받지 않았다.아무런 소득 없이 시간만 흘러가자 예선은 갑자기 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그녀는 길가에 있는 의자에 앉아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보았다.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그들의 인생에 주어진 하루하루를 무탈히 사는 것만 같았다.갑자기 상실감이 확 밀려왔다.군연, 정말 날 포기하기로 한 거예요?우린 이렇게 헤어져서 제 갈 길을 가게 되는 건가요? 그런 건가요?예선은 막막한 마음을 도무지 어찌할 수가 없었다.생각하면 할수록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기 자신이 무기력하게 느껴졌다.바로 그때 소만리에게서 전화가 왔다.예선은 얼른 그녀의 전화를 받아 소군연에게 일어난 상황을 전했고 소만리는 한달음에 예선에게 달려왔다.예선은 소만리를 보자마자 눈물샘이 터져버렸다.소만리는 예선을 위로했다.“예선아, 소군연 선배가 일시적으로 감정이 격해져서 그런 걸 거야. 널 포기했을 리가 없어.”“아니야. 포기한 거야.”예선은 심호흡을 하고 스스로를 진정시켰다.“그의 가족들이 절대 날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특히 어머니는 강경하게 반대하시고 최근에 발생한 일 때문에 다른 가족들도 나에 대한 선입견이 더욱 나빠졌어.”“그동안 일어난 일은 너랑 아무 상관없어. 넌 피해자야.”“하지만 그들은 날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저 소군연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5장

    ”얼른 들어갈게요!”소군연의 엄마는 황급히 뛰어가다가 갑자기 뒤따라오는 예선에게 고개를 돌렸다.“넌 오지 마! 우리 소 씨 가문에 널 환영하는 사람은 없어!”소군연의 엄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예선은 소군연을 만나러 가지 않을 수 없었다.예선은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어떻게 소군연이 스스로 퇴원을 할 수 있단 말인가?그는 어제까지도 분명 병상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누워 있었다.소군연의 집으로 가는 길에 예선은 소군연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보았다.그러나 소군연은 받지 않았다.소군연에게 핸드폰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하긴 했지만 그래도 예선은 계속 전화를 시도했고 예상대로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그녀는 한시라도 빨리 소군연을 만나고 싶었다.그러나 가는 길이 너무 막혔다.드디어 예선이 소군연의 집에 도착해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앙칼진 소군연의 엄마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떻게 된 거야? 군연이는? 군연이가 어떻게 스스로 집에 왔다는 거야? 방금 깨어난 거 아니야?”“이것 좀 봐 봐. 이거 보면 어떻게 된 일인지 알게 될 거야.”소군연의 부친은 원망 섞인 말투로 소군연의 모친에게 뭔가를 쥐여 주었다.예선이 얼른 현관에 들어서자 따가운 소군연의 모친 목소리가 그녀를 향했다.“따라오지 말라고 했는데 넌 왜 또 왔어? 누가 널 환영한다구...”“됐어. 그만하고 이것 좀 보라니까.”소군연의 부친은 예선이 들어오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군연의 모친 말을 끊었다.예선은 소군연의 부친이 미묘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며 쫓아내지 않자 얼른 안으로 걸어갔다.소군연의 모친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메모지 한 장이었는데 메모지에는 짧은 몇 마디가 쓰여져 있었고 모두 소군연의 모친에게 전하는 말인 것 같았다.소군연은 자신이 이틀 전에 깨어났다고 실토하며 잠에서 깬 이후 자신의 엄마가 예선에게 모질게 투덜거리는 말만 하는 것을 보고 예선과 절대 결혼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깨달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4장

    예선은 아무도 없는 병실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즉시 소군연을 찾아나섰다.그러나 근처를 한 바퀴 둘러보아도 예선은 소군연의 모습을 찾지 못했고 마음속에서 초조함이 스멀스멀 밀려왔다.이때 소군연의 엄마가 들어왔다.병상에 누워 있어야 할 소군연이 어디론가 사라진 것을 본 그녀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어떻게 된 거야? 군연이는? 군연이 혹시 무슨 검사하도 하러 간 거야?”소군연의 엄마는 불만이 가득 담긴 얼굴로 예선에게 물었다.소군연의 엄마가 보이는 이런 태도에는 이골이 났는지 예선은 개의치 않으며 담담하게 돌아섰다.“저도 알고 싶어요.”“나보다 먼저 와 놓고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제가 왔을 때도 병실에 아무도 없었어요.”예선은 돌아서면서 말을 이었다.“간호사한테 한번 물어볼게요.”“잠깐만.”소군연의 엄마가 예선을 멈추어 세우며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너한테 말을 해 둬야겠어. 군연인 이미 너 때문에 고생이란 고생은 다 겪었어. 다친 적도 한두 번이 아니고. 너 때문에 영 씨 집안 두 모녀는 감옥에 갇혔어. 이건 분명히 네가 우리 가문과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얘기야. 네가 우리 군연이를 얼마나 좋아하든 우리 군연이 널 얼마나 좋아하든 상관없어. 넌 우리 소 씨 가문에 들어올 수 없어.”이 말을 들은 예선은 어이가 없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다른 것은 차치하고라도 영 씨 집안 두 모녀가 감옥에 간 것까지도 예선의 탓으로 돌린단 말인가?예선과 소군연은 엄연히 피해자였다.영내문 같은 악랄한 사람은 오늘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도 언젠가는 다른 사람에게 악행을 저지를 사람이었다.영내문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인 중의 악인이었기 때문이다.지금까지 벌여진 일들로 이 모든 것이 자명한데 소군연의 엄마는 여전히 예선을 탓하고 있는 것이다.예선은 더 이상 소군연의 엄마와 논쟁을 하고 싶지 않았다.그런 시간 낭비 에너지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3장

    채수연이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은 이미 모든 상황을 다 이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여온아.”채수연이 기여온에게 다가가 몸을 웅크리고 앉아 다정하게 말했다.“여온아, 선생님이 여온이 좋아하는 거 알지? 어딜 가든 매일 기쁘고 즐거운 일만 있길 바라. 그리고 하루빨리 말도 할 수 있게 되길 바랄게.”기여온이 선생님의 말을 알아듣고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한껏 고개를 끄덕였다.채수연은 일어서서 강자풍을 바라보았다.아직도 눈에는 그에 대한 호감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조금 전 그녀가 말했던 것처럼 더 이상의 집착은 사라졌다.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이 반드시 고집스럽게 쟁취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채수연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강자풍을 바라보며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강자풍도 더 이상 아무 말없이 몸을 굽혀 기여온을 품에 안고 돌아섰다.돌아서기 전에 채수연에게 따뜻한 작별의 미소도 잊지 않았다.“채 선생님, 앞으로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어쨌든 선생님께 많이 신세 졌습니다. 고맙습니다.”채수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절 곤경에서 벗어나게 해 주신 걸로 이미 다 갚으셨어요. 하지만 강 선생님 같은 친구가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긴 하네요. 기회가 되면 같이 식사라도 해요.”“그럼요, 언제든지요.”강자풍이 흔쾌히 승낙했다.친구가 된다는 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채수연은 그 자리에서 기여온을 안고 점점 멀어지는 강자풍의 뒷모습을 보다가 갑자기 두어 걸음 앞으로 나섰다.“강 선생님, 저 궁금한 게 하나 더 있는데 대답해 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등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강자풍은 천천히 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잘생긴 얼굴에 다정한 미소를 가득 품고 뒤돌아보며 물었다.“뭐가 궁금하신가요?”“좋아하는 여자가 정말 있긴 한 거죠?”강자풍은 기여온의 작은 얼굴에 부드러운 시선을 잠시 떨구며 입을 열었다.“지금 저의 가장 큰 소원은 여온이가 무탈하고 건강하게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2장

    ”어쩌다가 듣게 되었어요.”강자풍은 순순히 시인했다.채수연은 강자풍의 대답을 듣고 자신이 난감해할 줄 알았다.하지만 그녀의 마음이 예전처럼 초조하지 않고 오히려 편안하고 후련한 느낌이 들었다.다만 약간의 부끄러움은 어쩔 수 없었다.강자풍은 채수연이 난감해하지 않도록 애써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채 선생님을 도와드리려고 했던 건데 어떻게 하다가 영상이 찍혀 인터넷에 올라오는 바람에 선생님을 더 난처하게 해 드려서 정말 죄송해요. 나와 여온이 일로 또 한 번 고민거리를 안겨 드린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강자풍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기여온을 향해 부드러운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하지만 선생님, 걱정 마세요. 앞으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 없을 거예요.”채수연은 이 말을 듣고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순간 마음속에서 상실감이 강하게 몰아쳤다.그녀는 의아한 눈으로 강자풍을 쳐다보며 강자풍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는데 역시나 그의 말은 그녀를 안타깝게 만들었다.“채 선생님, 여온이한테 더 잘 맞는 유치원을 찾았어요. 제가 일하는 곳과도 더 가까워서 여온이 등하원하는 데도 훨씬 편리할 것 같아요.”강자풍의 말을 들은 채수연은 갑자기 마음이 너무나 허전했다.“여온이한테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봐 유치원을 옮기기로 하신 거예요?”강자풍은 부인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이게 선생님한테도 우리한테도 좋은 것 같아요.”강자풍은 ‘우리'라는 말을 할 때 기여온에게 시선을 주었다.채수연은 순간 무언가를 깨달은 것 같았다.자신의 감정이 줄곧 일방적인 것이었고 닿을 수 없는 허무한 희망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강자풍의 눈에는 이미 다른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강 선생님 생각이 맞는 것 같아요.”채수연도 강자풍의 말에 활짝 웃으며 동의했다.“아까는 정말 죄송했어요. 저희 엄마와 엄마 친구가 강 선생님에 대해 한 말은 정말 부적절했어요. 죄송합니다.”강자풍은 조금도 개의치 않으며 입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1장

    류 씨 성을 가진 남자가 트집을 잡았고 결국 강자풍이 기여온을 데리고 나가는 장면이 모두 찍혀 인터넷에 공개된 것이었다.이 남자도 양심은 있었던지 기여온의 모습은 블러 처리를 해서 사람들이 알아볼 수 없게 했지만 강자풍의 모습은 영상에서 명확하게 볼 수 있었다.채수연의 엄마는 한눈에 영상 속 사람이 강자풍임을 알아차렸다.영상 아래의 댓글을 본 채수연의 엄마는 더욱 초조한 눈빛으로 말했다.“수연아, 너 어떻게 이런 애 딸린 남자를 좋아할 수 있어?”채수연의 얼굴이 찡그려졌다.“맞아요. 부인하지 않을게요. 난 강 선생님한테 호감을 가지고 있어요.”“뭐라고!”“아유... 수연아, 너 정말 이 애 딸린 남자를 좋아하는 거야?”진 씨 부인의 눈빛이 미묘하게 반짝거렸다.“내가 보니까 여기 댓글 단 사람들이 벌써 이 남자 신상을 다 파헤친 것 같던데. 이 남자 예전에 우리 F국에서 한때 주름잡았던 그 강어라는 사람 동생이라더라구. 그 강연이라나 뭐라나 누나라는 사람은 업계에선 더욱 악명이 높았대.”“뭐! 그 강 선생이 강어와 강연의 동생이라고?”채수연의 엄마는 자신의 소중한 딸이 악명 높은 집안 배경을 가진 사람과 사귀게 될까 봐 전전긍긍했다.“나도 그 사람 형과 누나에 대해서 들은 적 있어요. 나도 알고 있다구요. 하지만 강 선생님은 지금까지 그 일에 개입한 적이 없어요. 만약 조금이라도 개입했다면 벌써 경찰서에 잡혀 들어갔을 거예요.”채수연은 정색을 하며 대답했다.“게다가 강 선생님은 이 아이의 친아빠가 아니에요. 친구 딸인데 잠시 이 아이를 돌보고 있을 뿐이에요. 그리고 아주머니, 부탁드리는데요. 이 아이가 말을 못 하는 걸로 자꾸 걸고넘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말을 못 해서 누구보다 괴로운 건 이 아이잖아요. 입장 바꿔서 누군가가 아주머니 아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절대 듣고 싶지 않을 거잖아요, 네?”“...”채수연의 입에서 뭐라도 가십거리를 좀 들을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