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1393장

작가: 십육인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02-22 17:00:09
기묵비는 마치 아름다운 꿈에 빠진 것만 같았지만 눈앞에 있는 그녀의 모습은 분명 꿈이 아닌 현실임을 알고 있었다.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차올라 여자의 얼굴이 점점 흐릿하게 보였지만 그의 심장 박동은 매우 절제되어 있었다.

“초요.”

기묵비가 나직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불렀다기보다는 떨림에 가까웠다.

지금 기묵비는 목소리뿐만 아니라 두 손마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팔을 들어 그녀를 만났던 처음처럼 그 아름답고 벅찬 얼굴을 만지려 했지만 손이 닿기도 전에 그녀는 갑자기 몸을 피했다.

여인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눈물 범벅이 된 채 얼떨떨한 표정을 하고 있는 기묵비를 쳐다보며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꼬마 아이를 안아 올렸다.

“이 아저씨 알아?”

여인이 입을 열어 아이에게 물었고 기묵비의 손은 허공에 그대로 굳어 버렸다.

뛸 듯이 기뻐하던 그의 심장 박동이 순식간에 멈추는 듯했고 끝없이 밀려오는 찬 바람이 그의 숨결과 심장을 파고드는 것 같았다.

“아저씨, 차. 위험해.”

남자아이는 작은 공을 가볍게 두드리며 입을 열어 말했다.

“아저씨가 내 공 주웠어.”

꼬마 아이는 너무 어려서 한 가지 일을 완전하게 다 묘사하지는 못했지만 여자는 알아들었다.

꼬마를 안아든 그녀는 여전히 넋이 나간 모습을 하고 있는 기묵비에게 다가가 따뜻하고 예의 바른 미소를 지었다.

“제 아이 공 주워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녀의 맑고 낭랑한 목소리가 기묵비의 귓가를 스쳐 지나갔다.

기억 속에 머물던 바로 그 목소리였다.

“우리 이제 가자. 아빠 기다리시겠어.”

“응.”

기묵비는 여자와 아이의 대화를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휙 몸을 돌려 멀어져 가는 아름다운 여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초요.”

그는 다시 한번 외쳐보았지만 여자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초요!”

기묵비가 단념하지 않고 다시 부르니 이번에는 여인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녀가 뒤돌아보았다. 부드럽게 아치를 이룬 유려한 그녀의 눈썹에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394장

    ”아니, 당신은 초요야.”기묵비는 여인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모든 것이 초요가 틀림없었다.여자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뭐라고 말하려고 하는 그때 남자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유심!”그 소리에 여자는 환한 표정을 지었고 품에 안고 있던 꼬마도 몸을 돌려 소리가 나는 쪽으로 바라보았다.“서일아, 아빠 왔어. 이제 집에 가자.”“응.”꼬마는 앙증맞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멀리서 오는 남자를 향해 다정하게 소리쳤다.“아빠.”기묵비의 가슴이 순간 싸늘히 식었고 고개를 돌려 남자가 오는 쪽을 쳐다보았다.그곳에는 낯익은 얼굴이 기묵비를 향해 오고 있었다.남사택과 아무런 접촉은 없었지만 기묵비는 한눈에 그가 남사택임을 알아봤다.남사택은 기묵비를 보고 조금 놀란 듯 잠시 멈칫하다가 다시 발걸음을 옮겨 기묵비를 향했다.“당신은 기모진의 숙부, 기묵비시죠?”남사택이 물었다.기묵비는 남사택을 바라보다가 남사택 옆에 서 있는 여인에게 시선을 주었다.이를 지켜보던 남사택은 예의 바르게 미소를 지으며 옆에 서 있는 여자를 소개했다.“여기는 제 약혼녀, 유심이라고 해요.”“약혼녀.”기묵비는 이 세 글자를 되뇌었다. 명치끝에서 저릿한 아픔이 전해져 왔다.“우리는 학창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는데 각자 일이 바빴어요. 아이가 생겼지만 제대로 된 결혼식을 올린 시간이 나질 않았어요.”남사택은 아이를 안고 있는 여인을 기묵비에게 설명 아닌 설명을 했다.“유심, 이분은 내 친구의 숙부님이셔.”유심이라고 불리는 여인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기묵비를 향해 빙긋 웃어 보였다.“안녕하세요. 유심이라고 해요. 방금 저를 초요라고 부르신 분이죠? 내가 초요라는 분과 많이 닮아서 그러신 건가요?”남사택은 이 여인의 말을 듣고 놀랐다.“초요?”기묵비는 작은 얼굴에 이목구비가 정교하게 오밀조밀 박혀 있는 단정하고 말쑥한 이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닮은 게 아니라, 완전히 똑같아요.”“.

    최신 업데이트 : 2023-02-22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395장

    소만리는 기모진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녀의 신경은 온통 눈앞에 보이는 모습에 쏠려 버렸다.“모진.”“소만리.”기모진은 재빨리 이불을 들추고 침대에서 내려왔다.남자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에게 달려오자 소만리는 급히 몸을 돌려 그를 부축했다.“소만리, 왜 그래?”기모진은 자신의 상처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소만리에게만 정신이 쏠려 있었다.그가 의아해하며 소만리에게 다가가자마자 그의 시선 속에 예상치 못한 얼굴이 들어왔다.“초요?!”기모진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소만리도 감격에 겨워 고개를 끄덕였다.“초요! 정말 초요야!”여자는 소만리와 기모진의 반응을 보면서 자신이 초요라는 여자와 그렇게 많이 닮았는지 더욱 궁금해졌다.그녀가 자신을 설명하려 하자 옆에 서 있던 남사택이 더 빨리 입을 열었다.“두 분 오해하고 있어요. 이 분은 내 약혼녀 이유심이에요. 당신들이 말하는 그 초요라는 사람과 정말 많이 닮긴 한 것 같은데 이 사람은 정말 초요가 아니에요.”소만리와 기모진은 이 말을 듣고 감격했던 감정이 점차 수그러들었다.“안녕하세요. 전 남사택의 약혼녀, 이유심이라고 해요. 두 분 반응을 보니 내가 초요라는 여자랑 정말 많이 닮았나 봐요. 그런데 난 정말 그녀가 아니니까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이유심은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지만 그녀의 웃음도 목소리도 모두 예전의 초요와 똑같았다.소만리도 자신이 전에 본 것이 잘못 본 게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두 아이를 데리고 노란 장미를 산 그 여자는 지금 눈앞에 초요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이 여자였다.하지만 소만리는 기묵비가 어떻게 남사택과 그리고 이유심이라는 이 사람과 함께 나타나게 되었는지 궁금했다.기묵비의 반응을 보니 이 여자가 초요가 아니라는 잔인한 사실을 이미 체념한 듯 받아들인 것 같았다.“참, 어쩌다 이렇게 된 거예요? 왜 갑자기 병원에 들어온 거예요?”남사택이 기모진을 바라보며 의문스러워하며 물었다.“아무

    최신 업데이트 : 2023-02-23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396장

    기모진은 기묵비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그 여인이 진짜 초요이든 아니든 기묵비의 마음속에 있는 조그마한 희망의 빛이라도 잡고 싶은 것이다.소만리는 기모진의 퇴원 수속을 마치고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모현에게 전화를 걸었다.사화정을 찾았는지 너무나 걱정되고 궁금했지만 돌아오는 모현의 답은 부정적이었다.사화정이 사라지자 소만리의 마음은 더욱 초조했다.기모진은 소만리의 마음을 알아차렸다.“소만리, 자책하지 마. 정말로 당신과는 상관없어. 어떤 일은 그냥 일어나는 거야. 우리가 막을 수 없어. 인생은 원래 도처에 놀라움과 의외의 사건들이 도사리고 있는 거잖아. 지금 장모님이 집으로 오는 길일지도 몰라. 아무도 모르는 일이야.”소만리는 기모진이 자신의 마음을 풀어주고 위로해 주려 한다는 걸 알고 고마운 미소를 지었다.“모진, 당신 말이 맞아. 때로는 뜻밖의 일이 일어나서 우릴 놀래키지. 정말 예측하기 힘들어. 마치 초요처럼.”그녀는 남자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우리가 F국에 있을 때 초요에게 경도로 돌아가 남사택을 찾아서 진통제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던 일 기억나?”“기억나.”기모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서 얼마 전에 살짝 의심이 들기 시작했어. 만약 정말 초요라면 그때 남사택과 초요가 만나 서로 연락하기 시작하지 않았을까.”“난 정말이지 그 여자가 초요였으면 좋겠어.”소만리는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살아있기만 하다면 모든 것은 희망이 있어.”“숙부님도 그렇게 생각했을 거야. 만약 초요가 살아있다면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되었더라도 기뻐했을 거야.”소만리도 기모진의 이 말에 동의했다.그렇지만 이유심이라는 여자가 초요라는 것을 어떻게 검증해야 할까?10여 분 후, 소만리와 기모진은 기 씨 본가로 돌아와 문에 들어섰다.들어서자마자 소만리는 위청재에게 사화정의 일을 물었다.“어머니, 제 친정엄마 온 적 없어요?”위청재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아침에 너희들이랑

    최신 업데이트 : 2023-02-23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397장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알 수는 없지만 기모진의 말투에서 소만리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어렴풋이 느낄 수가 있었다.그녀가 지금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사화정에게 무슨 일이 생겼냐는 것이다.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기 싫어서 소만리는 모현과 함께 서둘러 기 씨 본가로 돌아왔다.거실에 들어서자 소만리는 기모진과 위청재가 무거운 얼굴로 소파에 앉아 있는 모습을 모았다.“참, 정말 이놈이 돈에 미쳤구만.”위청재가 한숨을 쉬며 원망섞인 말을 뱉었다.혼잣말을 하던 위청재가 소만리와 모현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벌떡 일어섰다.위청재의 말에 소만리의 심장이 더욱 불안하게 널뛰기를 했다.소만리는 그녀를 향해 천천히 걸어오는 기모진을 바라보았다.“모진, 엄마한테 소식이 있는 거지?”“그래.”기모진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검은 두 눈썹엔 팽팽한 긴장감이 엿보였다.모현은 기뻐하며 들어왔지만 막상 집으로 들어와 보니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왜? 내 아내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거야?”기모진은 걱정이 가득한 소만리를 바라보며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아당겼다.“방금 낯선 사람한테서 전화를 받았는데 상대방이 길에서 우연히 길을 잃은 장모님을 보고 좋은 마음으로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갔대. 그 사람이 지금 우리한테 100억을 요구하고 있어. 돈을 받으면 장모님을 돌려보내 주겠대. 경찰에 신고하지 말라고도 했어. 만약 그렇지 않으면 장모님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기모진은 자신의 말을 들은 소만리의 손아귀가 차갑게 식어가는 것이 느껴졌다.“소만리, 너무 걱정하지 마. 상대방이 돈을 달라고 하는 것뿐이야.”“이거 납치 아니야?”모현은 상대방의 속셈을 들추어냈다.우연은 무슨 우연, 좋은 마음이라고? 아예 처음부터 납치해서 돈을 요구할 속셈이었어!“돈을 달라면 줘. 아내한테 아무 일만 없으면 돼!”모현은 내심 초조하고 걱정했지만 그에게 있어 자신의 절절한 사랑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었다.소만

    최신 업데이트 : 2023-02-23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398장

    모두가 난처해하고 있던 중에 갑자기 소만리가 전화기 앞으로 다가왔다.“난 기모진의 아내이자 당신이 납치한 부인의 딸이야. 당신의 요구에 따라 내가 직접 돈을 가지고 갈 거야. 내 엄마가 무사하다면 이 돈은 기꺼이 당신 앞으로 보내주지.”그 납치범은 소만리가 이렇게 박력 있게 나설 줄은 몰랐는지 잠시 머뭇거리다가 흔쾌히 대답했다.“따님이 이렇게 시원하게 나오니 나도 시원하게 할게. 난 그냥 간병비 몇 푼 더 받고 싶었을 뿐이야. 그럼 도착하면 돈하고 사람하고 교환하자구. 기다릴게!”납치범은 자기가 할 말을 끝내자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이때 기모진도 은행으로부터 돈이 다 준비되었다는 전화를 받았다.소만리는 바로 은행에 가서 돈을 받아들고 사화정을 찾아가려고 했지만 기모진이 그렇게 쉽게 보내줄 수 있겠는가?“소만리, 당신 혼자 가면 안 돼.”기모진의 의연하고 아름다운 얼굴에 소만리를 향한 걱정이 가득 드리워졌다.그는 소만리를 끌어당겨 안고 좀처럼 놓아주려고 하지 않았다.소만리는 기모진의 심정을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기모진을 향해 빙긋 웃어 보였다.“모진, 나 혼자라도 내 몸 잘 지킬게. 나 믿어. 당신 날 혼자 두지 않을 거잖아, 그렇지?”기모진은 소만리의 뜻을 이해했다.사실 그도 소만리의 뜻을 꺾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녀 혼자 이 모든 위험을 무릅쓰게 하지 않을 것이다.그는 분명 그의 방식대로 그녀를 뒤에서 몰래 보호할 것이다.기모진은 마침내 그녀를 품에서 놓아주었다.이번에는 모현이 소만리를 끌어안으며 초조한 마음을 달래듯 말했다.“소만리, 너 정말 혼자 갈 거야? 아빠는 네가 정말 걱정돼. 네 엄마도 걱정되고.”소만리는 모현이 안심할 수 있게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모진이 지켜줄 거예요. 꼭 엄마랑 같이 집에 올게요.”모현은 소만리를 놓아주기 아쉬웠지만 눈앞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위청재도 달려와 소만리에게 간곡히 당부했다.“소만리, 조심해.

    최신 업데이트 : 2023-02-23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399장

    소만리의 명치에서 갑자기 날카로운 아픔이 전해져 왔다.그녀는 재빨리 일어나 정신을 잃은 채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화정에게 달려갔다.“엄마, 엄마!”사화정이 기절한 것인지 어찌 된 것인지 소만리가 아무리 불러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사화정은 상체 전체가 끈으로 거칠게 묶여져 있었고 팔에는 여러 줄의 깊은 멍자국이 있었다.게다가 얼굴은 온통 먼지투성이에 머리카락은 아무렇게나 헝클어져 있었다.“엄마, 엄마 일어나. 소만리 왔어. 엄마가 제일 보고 싶어 하는 소만리 왔다구.”소만리는 재빨리 묶여 있던 끈을 풀고 사화정을 힘껏 일으켜 세워 벽에 기대게 했다.“엄마.”그녀가 몇 번을 더 불러보았지만 사화정은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그녀는 벌떡 일어나 돈 가방을 열고 있는 납치범을 보았다.돈에 눈이 멀어 탐욕스러운 잇몸을 드러내 보이고 있는 모습을 보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우리 엄마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왜 아무리 불러도 우리 엄마가 깨어나지 않는 거냐구!”소만리가 불같이 화를 내며 물었다.남자는 담배를 물고 시큰둥하게 입을 열었다.“이 미친 여자가 하도 딸 찾겠다고 시끄럽게 떠들어대서 입 다물게 하려고 수면제 좀 먹였을 뿐이야.”이 말을 듣고 소만리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납치범이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흘리며 돈을 세고 있는 모습을 보고 소만리는 옷깃 옆에 있는 장미 배지를 향해 눈을 내리깔았다.“모진, 들었지? 엄마가 수면제를 먹어서 깨어나질 못하고 있어. 나 혼자서는 엄마를 데리고 갈 수 없을 것 같아. 먼저 경찰에 신고하고...”“야! 누구랑 얘기하는 거야!”뒤에서 갑자기 남자가 버럭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소만리가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남자는 손을 뻗어 소만리의 옷에 달고 있던 배지를 잡아당겼다.장미 배지는 그냥 보통의 배지가 아니라 위치 추적 장치와 통신 기능이 탑재되어 있었다.납치범의 거친 행동은 여세를 몰아 소만리의 셔츠 옷깃을 잡아당겼다.소만리의 옷깃이 뜯기자 가

    최신 업데이트 : 2023-02-24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400장

    ”내가 지금 여기에 이렇게 서 있는데 당신이 도대체 뭘 어쩌겠다는 거야? 돈을 달라고 했고 돈을 받았으면 바로 갈 것이지.”남자는 이 말을 듣고 어리둥절해했다. 소만리가 그를 조금도 무서워하지 않을 줄은 몰랐다.그는 소만리의 배짱에 약간 감탄했지만 한편으론 자신이 무시당하는 것 같아서 문득 화가 치밀어 올랐다.“내가 보기에 넌 협상엔 재주가 없군! 내가 당신한테 본때를 좀 보여줘야겠어!”그는 칼을 든 손에 힘을 꽉 주고 사화정의 몸을 찌르려고 했다.소만리는 순간 재빠르게 남자의 손목을 덥석 움켜쥐었다.“우리 엄마 다치게 하면 안 돼!”그녀의 온화하고 부드러운 얼굴에 매섭게 노여움이 솟아올랐다.남자는 잠시 멈칫하다가 소만리의 손을 떼고 발을 들어 사화정의 몸에 발길질을 했다.아직 깨어나지도 못한 사화정은 그대로 바닥에 나뒹굴어 머리를 심하게 부딪히고 말았다.“엄마!”소만리는 깜짝 놀라 사화정에게 달려갔다. 사화정이 눈살을 찌푸리고 매우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소만리는 손을 뻗어 사화정을 껴안았다.하지만 사화정을 안자마자 소만리는 뒷목에 갑자기 둔탁한 통증을 느꼈고 바로 모든 감각을 잃고 사화정 옆에 쓰러지고 말았다.소만리가 기절하는 것을 본 남자는 포악스럽게 야구 방망이를 땅바닥에 내던지고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소만리 앞에 쭈그리고 앉아 그녀의 밀치며 말했다.“고집이 얼마나 센 지 두고 보자구!”남자는 득의양양한 웃음을 지었다.더러운 손이 소만리의 옷깃에 닿았고 지체 없이 풀어헤치려고 했다.그 순간 갑자기 남자는 머리를 세게 두들겨 맞았다.“아야!”남자는 자신의 관자놀이 쪽을 만지며 고개를 돌렸다.언제 깨어났는지 사화정이 서 있었다. 그녀는 야구 방망이를 들고 성난 얼굴로 그를 노려보았다.“이 망할 사기꾼아! 내 딸 괴롭히지 마!”“뭐라고! 이 미친 여자가 깨어나서 내 일을 망치려 들다니! 안 믿기나 본데 내가 당신 저세상으로 보내줄게!”남자가 손에 든 칼을 흉악한 모습으로 내밀

    최신 업데이트 : 2023-02-24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401장

    소만리는 통증이 밀려오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벌떡 일어섰다.“어, 너 왜 나 모른 척해?”사화정은 다소 시큰둥한 표정으로 소만리의 손을 잡아당기며 자신의 등 뒤에 일어난 일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내가 어떻게 엄마를 무시하겠어?”소만리는 사화정의 손을 꼭 잡았다. 사화정의 꾀죄죄한 얼굴에 순진한 어린아이 같은 표정을 보니 소만리의 마음이 또다시 아파왔다.소만리는 자신이 정신을 잃고 쓰러진 이후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다.자신이 깨어나 보니 사화정은 깨어나 있고 남자는 꼼짝도 하지 않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그러나 소만리는 이런저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어느새 불길이 하늘을 향해 치솟아 오르는 것을 보고 그녀는 사화정의 손을 잡고 방문으로 향했다.번지는 불길이 그들의 앞길을 가로막았고 소만리는 코를 찌르는 연기를 흡입해 연신 기침을 하고 있었다.이때 사화정은 그제야 이 집에 불이 난 것을 알아차린 듯 어안이 벙벙해서 이리저리 활개를 치는 불길을 바라보며 정신을 잃은 사람처럼 멍해졌다.“엄마, 콜록! 우리 얼른 여기서 나갈 방법을 찾아야 해!”사화정의 손을 꼭 잡은 소만리는 현관문 밖으로 뛰쳐나가려 했지만 바닥에 쌓인 쓰레기와 배달 상자들은 오히려 불이 빠르게 번지게 만드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었다.콜록콜록!소만리는 기침을 심하게 했다. 그때 밖에서 심하게 뭔가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펑 하는 소리와 함께 대문이 나동그라지며 떨어져 나갔다.기모진이 문을 부수고 들어왔지만 막상 들어서자 짙은 연기와 매캐한 냄새로 숨조차 쉴 수 없을 것 같았다.“모진, 당신이야? 모진! 콜록콜록...”소만리는 문 쪽을 향해 소리쳤다.그녀는 기모진이 들어온 것을 감지했고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뛰기 시작했다.기모진은 입을 가리고 현관을 통과해 소만리와 사화정이 갇혀 있는 방을 찾아갔다.“소만리!”짙은 검은 연기 너머 어렴풋이 사화정과 소만리의 모습이 기모진의 눈에 들어왔다

    최신 업데이트 : 2023-02-24

최신 챕터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9장

    문 앞에 서 있던 소군연의 모친은 이 모습을 보고 들어가려고 했지만 소군연의 부친이 옆에서 말렸다.“그만 좀 해. 아들이 평생 홀아비로 살길 바라는 거야?”“누가 지금 가서 훼방 놓으려는 줄 아세요? 가서 말해 줘야죠. 나도 이 혼사에 동의해도 되겠냐고.”“당신 동의하는 거야?”소군연의 모친이 막 대답하려고 했을 때 갑자기 강연장 안 불빛이 밝아지는 것을 보았고 안에서 환호하는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깜짝 놀라 소군연의 품에서 나온 예선은 소만리와 기모진, 그리고 그녀의 부모님, 심지어 나익현과 나다희까지 서 있는 것을 보았다.그들은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예선과 소군연을 향해 다가왔다.예선은 멍하니 소만리를 쳐다보다가 결국 이 모든 것이 그들이 미리 계획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그녀와 소군연의 부모만 감쪽같이 몰랐던 것이다.소군연은 절대 그녀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단지 그녀에게 인생에서 가장 지키고 싶은 유일한 사람이 누구인지 각인시키기 위해 좀 다른 방법을 썼을 뿐이다....이듬해 봄.생명의 기운이 깃든 모든 것들이 축제를 펼치는 계절.경도호텔 야외 정원에서는 결혼식이 한창이었다.그렇다.오늘은 소군연과 예선이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날이었다.소만리와 기모진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공주님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멈추지 않았다.두 부부의 눈에는 실로 눈앞의 모든 존재들이 기적과도 같았다.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막내와 그 옆을 잘 보살피고 있는 듬직한 기란군, 그리고 곱고 맑은 딸 기여온까지.“엄마 아빠, 나랑 막내한테도 뽀뽀해 줘.”“뽀뽀, 뽀뽀.”막내는 기란군의 말을 알아들은 듯 소리쳤다.“너랑 막내는 맨날 하잖아. 여온이는 오랜만에 집에 왔으니까 특별히 좀 더 많이 해 줘야지.”기모진은 귀여운 기여온을 안고 볼에 뽀뽀를 했다.“여온아, 요즘 공부 열심히 하고 있어? 그놈이 평소에 무섭게 굴지는 않아?”“당신이 말한 그놈이 혹시 나예요?”강자풍이 짐짓 뾰로통한 얼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8장

    예선의 말을 듣고 소군연의 모친은 천천히 발걸음을 멈추었다.예선의 마음속에 그런 생각이 있는 줄은 몰랐다.게다가 예선은 자신을 향해 ‘존중'이라는 단어를 썼다.예선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은 소군연의 모친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는 중 갑자기 소만리의 목소리가 들렸다.“예선아, 네가 그들을 존중한다고 해서 그들이 널 존중해 줄 줄 알아? 사람은 서로 존중해 주어야 하는 거야.”“그렇지만 군연은 그들의 아들이잖아. 만약 내가 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어이 군연이랑 결혼을 한다면 그들은 두고두고 평생 나와 군연을 원망하며 살 거야.”예선은 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군연을 그렇게 만들고 싶진 않아. 나와 부모님 사이에서 평생 힘들어하면서 살게 할 순 없어.”“그렇지만 예선아...”“소만리, 이제 그만해. 너 나 어떤 사람인지 잘 알잖아? 한 사람을 사랑한다고 해서 꼭 함께 지내야만 하는 건 아니야. 그 사람이 평안하고 즐겁게 지낸다면 그것으로 족한 거야, 안 그래?”예선의 얼굴에 담담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미 마음속에 결심을 한 것 같았다.소만리는 예선을 말리고 싶었지만 이 상황에서 뭐라고 조언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예선아, 그럼 이제 갈 거야? 소군연 선배 더 안 찾을 거야?”“찾아볼 곳은 다 찾아봤어. 이래도 못 찾는다는 건 아마도 군연과 나의 인연이 여기까지라는 거겠지. 군연이 혼자 조용히 있게 놔두는 게 좋을 것 같아.”예선이 돌아서자 소군연의 모친은 얼른 몸을 숨겼다.자신이 그들을 미행했다는 걸 그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이때 소만리가 예선을 불러 세웠다.“예선아, 어쨌든 여기까지 왔으니 너랑 군연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줘 보는 건 어때? 아직 안 가 본 곳이 혹시나 없는지 잘 생각해 봐. 소군연 선배가 거기서 널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예선은 이 말을 듣고 걸음을 멈추었다.“아직 안 가 본 곳이 한 군데 있긴 해.”“거기가 어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7장

    멀리서 예선을 몰래 관찰하던 소군연의 부모는 차 안에서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흥. 군연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렇게 깊다더니 한나절이 지나도록 군연이 어디 갔는지 짐작도 못하고 있군.”소군연의 모친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투덜거렸다.소군연의 부친은 아내를 힐끗 쳐다보았다.“그런 말 좀 이제 그만해. 지금은 군연이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야. 사실 난 저 예선이란 애, 꽤 괜찮다고 생각해. 처음에는 부모도 없다고 당신 많이 싫어했잖아? 그런데 지금은 부모도 있고 그뿐만 아니라 엄마는 갑부에 아빠는 유명한 의사인데 당신 뭐가 불만이 그렇게 많아? 정말 아들을 평생 독신으로 살게 할 셈이야?”소군연의 부친은 솔직히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지만 소군연의 모친은 그래도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당신도 예전에는 반대했잖아요? 나중에는 나도 동의했다구요. 하지만 아버님 체면 세워 드리느라고 동의하지 않았던 건데 이제 와서 날 탓하면 어쩌라는 거예요?”“그만둬.”소군연의 부친이 아내의 말을 끊었다.“어째서 말을 못하게 해요? 내가...”“예선이 움직였어!”소군연의 부친이 급히 액셀을 밟았고 소군연의 모친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잠시 후 소만리의 차는 경도대학교 정문 앞에 멈춰 섰다.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눈에 익은 건물을 바라보며 예전에 함께 보냈던 날들을 떠올렸다.그들이 대학에 갓 입학한 첫날이었다.그때 그들은 모두 각자 마음에 두고 있던 한 해 선배의 남자와 부딪히게 되었다.그 남자와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될 때까지 아주 오랜 세월이 걸렸다.“예선아, 소군연 선배가 경도대학교에 있을 것 같아?”소만리가 물었다. 예선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살짝 웃었다.“나도 확신할 수 없지만 네 말처럼 군연과 함께 했던 추억이 있는 곳은 다 가능성이 있는 거니까. 그래서 여기 왔어. 운에 한번 맡겨 보려고.”예선은 말을 마치며 학교 안으로 걸어갔다.학교는 개방식이어서 예선과 소만리는 아무런 제지도 없이 바로 들어갔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6장

    소군연의 할아버지는 소군연의 글을 보고 화가 나서 눈을 부릅떴다.퇴원하자마자 한 여자 때문에 사라져?게다가 이 여자가 아니면 평생 결혼하지 않겠다고?그는 결코 그런 일이 발생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소군연이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하니 마음이 몹시 답답하고 당황스러웠다.만약 소군연이 정말 결혼하지 않는다면 그들 소 씨 가문은 후사가 없게 되는 게 아닌가?낭패였다.그건 안 된다. 절대 안 될 일이었다.예선은 밖으로 뛰쳐나온 후 그가 갈 만한 곳을 찾아가 보았지만 오전이 다 지나도록 소군연의 행방을 알아낼 수 없었다.그녀는 소군연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역시나 받지 않았다.아무런 소득 없이 시간만 흘러가자 예선은 갑자기 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그녀는 길가에 있는 의자에 앉아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보았다.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그들의 인생에 주어진 하루하루를 무탈히 사는 것만 같았다.갑자기 상실감이 확 밀려왔다.군연, 정말 날 포기하기로 한 거예요?우린 이렇게 헤어져서 제 갈 길을 가게 되는 건가요? 그런 건가요?예선은 막막한 마음을 도무지 어찌할 수가 없었다.생각하면 할수록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기 자신이 무기력하게 느껴졌다.바로 그때 소만리에게서 전화가 왔다.예선은 얼른 그녀의 전화를 받아 소군연에게 일어난 상황을 전했고 소만리는 한달음에 예선에게 달려왔다.예선은 소만리를 보자마자 눈물샘이 터져버렸다.소만리는 예선을 위로했다.“예선아, 소군연 선배가 일시적으로 감정이 격해져서 그런 걸 거야. 널 포기했을 리가 없어.”“아니야. 포기한 거야.”예선은 심호흡을 하고 스스로를 진정시켰다.“그의 가족들이 절대 날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특히 어머니는 강경하게 반대하시고 최근에 발생한 일 때문에 다른 가족들도 나에 대한 선입견이 더욱 나빠졌어.”“그동안 일어난 일은 너랑 아무 상관없어. 넌 피해자야.”“하지만 그들은 날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저 소군연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5장

    ”얼른 들어갈게요!”소군연의 엄마는 황급히 뛰어가다가 갑자기 뒤따라오는 예선에게 고개를 돌렸다.“넌 오지 마! 우리 소 씨 가문에 널 환영하는 사람은 없어!”소군연의 엄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예선은 소군연을 만나러 가지 않을 수 없었다.예선은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어떻게 소군연이 스스로 퇴원을 할 수 있단 말인가?그는 어제까지도 분명 병상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누워 있었다.소군연의 집으로 가는 길에 예선은 소군연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보았다.그러나 소군연은 받지 않았다.소군연에게 핸드폰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하긴 했지만 그래도 예선은 계속 전화를 시도했고 예상대로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그녀는 한시라도 빨리 소군연을 만나고 싶었다.그러나 가는 길이 너무 막혔다.드디어 예선이 소군연의 집에 도착해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앙칼진 소군연의 엄마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떻게 된 거야? 군연이는? 군연이가 어떻게 스스로 집에 왔다는 거야? 방금 깨어난 거 아니야?”“이것 좀 봐 봐. 이거 보면 어떻게 된 일인지 알게 될 거야.”소군연의 부친은 원망 섞인 말투로 소군연의 모친에게 뭔가를 쥐여 주었다.예선이 얼른 현관에 들어서자 따가운 소군연의 모친 목소리가 그녀를 향했다.“따라오지 말라고 했는데 넌 왜 또 왔어? 누가 널 환영한다구...”“됐어. 그만하고 이것 좀 보라니까.”소군연의 부친은 예선이 들어오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군연의 모친 말을 끊었다.예선은 소군연의 부친이 미묘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며 쫓아내지 않자 얼른 안으로 걸어갔다.소군연의 모친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메모지 한 장이었는데 메모지에는 짧은 몇 마디가 쓰여져 있었고 모두 소군연의 모친에게 전하는 말인 것 같았다.소군연은 자신이 이틀 전에 깨어났다고 실토하며 잠에서 깬 이후 자신의 엄마가 예선에게 모질게 투덜거리는 말만 하는 것을 보고 예선과 절대 결혼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깨달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4장

    예선은 아무도 없는 병실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즉시 소군연을 찾아나섰다.그러나 근처를 한 바퀴 둘러보아도 예선은 소군연의 모습을 찾지 못했고 마음속에서 초조함이 스멀스멀 밀려왔다.이때 소군연의 엄마가 들어왔다.병상에 누워 있어야 할 소군연이 어디론가 사라진 것을 본 그녀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어떻게 된 거야? 군연이는? 군연이 혹시 무슨 검사하도 하러 간 거야?”소군연의 엄마는 불만이 가득 담긴 얼굴로 예선에게 물었다.소군연의 엄마가 보이는 이런 태도에는 이골이 났는지 예선은 개의치 않으며 담담하게 돌아섰다.“저도 알고 싶어요.”“나보다 먼저 와 놓고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제가 왔을 때도 병실에 아무도 없었어요.”예선은 돌아서면서 말을 이었다.“간호사한테 한번 물어볼게요.”“잠깐만.”소군연의 엄마가 예선을 멈추어 세우며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너한테 말을 해 둬야겠어. 군연인 이미 너 때문에 고생이란 고생은 다 겪었어. 다친 적도 한두 번이 아니고. 너 때문에 영 씨 집안 두 모녀는 감옥에 갇혔어. 이건 분명히 네가 우리 가문과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얘기야. 네가 우리 군연이를 얼마나 좋아하든 우리 군연이 널 얼마나 좋아하든 상관없어. 넌 우리 소 씨 가문에 들어올 수 없어.”이 말을 들은 예선은 어이가 없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다른 것은 차치하고라도 영 씨 집안 두 모녀가 감옥에 간 것까지도 예선의 탓으로 돌린단 말인가?예선과 소군연은 엄연히 피해자였다.영내문 같은 악랄한 사람은 오늘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도 언젠가는 다른 사람에게 악행을 저지를 사람이었다.영내문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인 중의 악인이었기 때문이다.지금까지 벌여진 일들로 이 모든 것이 자명한데 소군연의 엄마는 여전히 예선을 탓하고 있는 것이다.예선은 더 이상 소군연의 엄마와 논쟁을 하고 싶지 않았다.그런 시간 낭비 에너지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3장

    채수연이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은 이미 모든 상황을 다 이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여온아.”채수연이 기여온에게 다가가 몸을 웅크리고 앉아 다정하게 말했다.“여온아, 선생님이 여온이 좋아하는 거 알지? 어딜 가든 매일 기쁘고 즐거운 일만 있길 바라. 그리고 하루빨리 말도 할 수 있게 되길 바랄게.”기여온이 선생님의 말을 알아듣고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한껏 고개를 끄덕였다.채수연은 일어서서 강자풍을 바라보았다.아직도 눈에는 그에 대한 호감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조금 전 그녀가 말했던 것처럼 더 이상의 집착은 사라졌다.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이 반드시 고집스럽게 쟁취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채수연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강자풍을 바라보며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강자풍도 더 이상 아무 말없이 몸을 굽혀 기여온을 품에 안고 돌아섰다.돌아서기 전에 채수연에게 따뜻한 작별의 미소도 잊지 않았다.“채 선생님, 앞으로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어쨌든 선생님께 많이 신세 졌습니다. 고맙습니다.”채수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절 곤경에서 벗어나게 해 주신 걸로 이미 다 갚으셨어요. 하지만 강 선생님 같은 친구가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긴 하네요. 기회가 되면 같이 식사라도 해요.”“그럼요, 언제든지요.”강자풍이 흔쾌히 승낙했다.친구가 된다는 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채수연은 그 자리에서 기여온을 안고 점점 멀어지는 강자풍의 뒷모습을 보다가 갑자기 두어 걸음 앞으로 나섰다.“강 선생님, 저 궁금한 게 하나 더 있는데 대답해 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등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강자풍은 천천히 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잘생긴 얼굴에 다정한 미소를 가득 품고 뒤돌아보며 물었다.“뭐가 궁금하신가요?”“좋아하는 여자가 정말 있긴 한 거죠?”강자풍은 기여온의 작은 얼굴에 부드러운 시선을 잠시 떨구며 입을 열었다.“지금 저의 가장 큰 소원은 여온이가 무탈하고 건강하게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2장

    ”어쩌다가 듣게 되었어요.”강자풍은 순순히 시인했다.채수연은 강자풍의 대답을 듣고 자신이 난감해할 줄 알았다.하지만 그녀의 마음이 예전처럼 초조하지 않고 오히려 편안하고 후련한 느낌이 들었다.다만 약간의 부끄러움은 어쩔 수 없었다.강자풍은 채수연이 난감해하지 않도록 애써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채 선생님을 도와드리려고 했던 건데 어떻게 하다가 영상이 찍혀 인터넷에 올라오는 바람에 선생님을 더 난처하게 해 드려서 정말 죄송해요. 나와 여온이 일로 또 한 번 고민거리를 안겨 드린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강자풍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기여온을 향해 부드러운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하지만 선생님, 걱정 마세요. 앞으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 없을 거예요.”채수연은 이 말을 듣고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순간 마음속에서 상실감이 강하게 몰아쳤다.그녀는 의아한 눈으로 강자풍을 쳐다보며 강자풍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는데 역시나 그의 말은 그녀를 안타깝게 만들었다.“채 선생님, 여온이한테 더 잘 맞는 유치원을 찾았어요. 제가 일하는 곳과도 더 가까워서 여온이 등하원하는 데도 훨씬 편리할 것 같아요.”강자풍의 말을 들은 채수연은 갑자기 마음이 너무나 허전했다.“여온이한테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봐 유치원을 옮기기로 하신 거예요?”강자풍은 부인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이게 선생님한테도 우리한테도 좋은 것 같아요.”강자풍은 ‘우리'라는 말을 할 때 기여온에게 시선을 주었다.채수연은 순간 무언가를 깨달은 것 같았다.자신의 감정이 줄곧 일방적인 것이었고 닿을 수 없는 허무한 희망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강자풍의 눈에는 이미 다른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강 선생님 생각이 맞는 것 같아요.”채수연도 강자풍의 말에 활짝 웃으며 동의했다.“아까는 정말 죄송했어요. 저희 엄마와 엄마 친구가 강 선생님에 대해 한 말은 정말 부적절했어요. 죄송합니다.”강자풍은 조금도 개의치 않으며 입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1장

    류 씨 성을 가진 남자가 트집을 잡았고 결국 강자풍이 기여온을 데리고 나가는 장면이 모두 찍혀 인터넷에 공개된 것이었다.이 남자도 양심은 있었던지 기여온의 모습은 블러 처리를 해서 사람들이 알아볼 수 없게 했지만 강자풍의 모습은 영상에서 명확하게 볼 수 있었다.채수연의 엄마는 한눈에 영상 속 사람이 강자풍임을 알아차렸다.영상 아래의 댓글을 본 채수연의 엄마는 더욱 초조한 눈빛으로 말했다.“수연아, 너 어떻게 이런 애 딸린 남자를 좋아할 수 있어?”채수연의 얼굴이 찡그려졌다.“맞아요. 부인하지 않을게요. 난 강 선생님한테 호감을 가지고 있어요.”“뭐라고!”“아유... 수연아, 너 정말 이 애 딸린 남자를 좋아하는 거야?”진 씨 부인의 눈빛이 미묘하게 반짝거렸다.“내가 보니까 여기 댓글 단 사람들이 벌써 이 남자 신상을 다 파헤친 것 같던데. 이 남자 예전에 우리 F국에서 한때 주름잡았던 그 강어라는 사람 동생이라더라구. 그 강연이라나 뭐라나 누나라는 사람은 업계에선 더욱 악명이 높았대.”“뭐! 그 강 선생이 강어와 강연의 동생이라고?”채수연의 엄마는 자신의 소중한 딸이 악명 높은 집안 배경을 가진 사람과 사귀게 될까 봐 전전긍긍했다.“나도 그 사람 형과 누나에 대해서 들은 적 있어요. 나도 알고 있다구요. 하지만 강 선생님은 지금까지 그 일에 개입한 적이 없어요. 만약 조금이라도 개입했다면 벌써 경찰서에 잡혀 들어갔을 거예요.”채수연은 정색을 하며 대답했다.“게다가 강 선생님은 이 아이의 친아빠가 아니에요. 친구 딸인데 잠시 이 아이를 돌보고 있을 뿐이에요. 그리고 아주머니, 부탁드리는데요. 이 아이가 말을 못 하는 걸로 자꾸 걸고넘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말을 못 해서 누구보다 괴로운 건 이 아이잖아요. 입장 바꿔서 누군가가 아주머니 아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절대 듣고 싶지 않을 거잖아요, 네?”“...”채수연의 입에서 뭐라도 가십거리를 좀 들을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