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1014장

Author: 십육인
경연은 대충 무슨 일인지 짐작이 가서 메뉴를 내려놓고 소만리를 쫓아갔다.

소만리는 지하주차장의 사람 없는 구석에 섰다. 온몸이 심하게 떨리고 가슴이 너무 아팠다.

아파서 긴장이 조금도 풀리지 않았다.

경연은 구석에 홀로 서서 묵묵히 감정을 추스르고 있는 소만리를 보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괴로워하는 그녀의 모습에 경연은 손을 내밀었다.

“힘들면 내 품에 안겨도 돼요. 아마도 당신이 가장 기대고 싶은 어깨는 아니겠지만 최소한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도피처는 될 수 있을 거예요.”

소만리는 천천히 눈을 들어 눈앞의 부드러운 눈빛을 한 남자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경연은 앞으로 나아가 소만리에게 팔을 구부려 그녀를 품에 안으며 위로했다.

먼 곳에 서 있던 기모진은 이 광경을 보고 가슴이 먹먹해지는 통증을 느꼈다.

그러나 마음 한 편으로는 그녀를 다른 남자에게 양보하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인생 최고의 선택이자 유일한 선택임을 너무나 아프고 뼈저리게 일깨워주었다.

소만리는 한참을 울다가 차츰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녀는 차에 앉아 마침내 결심을 하고 기모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녀는 사월산 해변에서 그를 만나기로 약속했다.

저녁 7시 남자는 제시간에 나타났다.

바닷바람이 불어왔다. 그 시절 달콤하고 짭조름한 바다 내음은 온데간데없고 쓸쓸함만이 묻어왔다.

“왜 강연이랑 함께 하게 되었는지 묻고 싶은 거지?”

기모진은 직접적으로 물었다. 그의 말투는 다소 서먹서먹하고 냉담하게 들렸다.

소만리는 평온한 표정을 한 남자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기모진은 소만리의 눈에서 그녀가 묻고 싶은 것을 읽었다.

그는 웃으며 소만리의 앞으로 다가가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살짝 들어 올렸다.

“소만리, 당신은 내가 이 생에서 가장 사랑하는 유일한 여자지만 우리가 이번 생에서 다시 함께 할 기회는 없잖아. 다시 함께 할 수 없어. 당신이 날 용서한대도 그럴 기회는 없어.”

소만리는 이 말을 듣고 나니 더욱 가슴이 아프고 화가 났다.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015장

    소만리는 차를 몰고 훌쩍 떠났다.기모진은 그 자리에 서 있다가 소만리의 차가 백미러로 그를 볼 수 없게 되자 모든 가식을 내려놓고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바닥에 버려진 담배를 집어 들었다.이 담배는 특수 제작된 것으로 강연의 담배와 같은 성분이었다.그러나 이 담배는 강연이 준 것이 아니었다.이 담배도 누군가 그를 위해 특별히 만든 것이다. 안에 있는 성분은 체내 확산되는 만성 독소를 억제하는 효능이 있지만 별 소용이 없는 것 같았다.기모진은 소만리가 방금 한 말을 떠올렸다.”당신이 죽더라도 난 당신 때문에 한 치도 아파하지 않을 거야!”기모진은 힘없이 차에 기대어 잘생긴 눈을 어둡게 내렸다.소만리, 어쩌면 그날이 빨리 올지도 몰라.하지만 그때는 당신이 이미 나를 완전히 단념했기를 바래. 그러면 마음이 아프지 않을 거야.사월산을 떠난 후 소만리는 어떤 정신으로 차를 몰고 왔는지 알지 못했다.교차로를 지날 때 그녀는 잠시 딴 데 정신을 팔다가 빨간 불이 켜진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곧장 돌진해 버렸다. 하마터면 정상적으로 운행하던 차와 충돌할 뻔했다.그 차에 탄 사람은 창문을 열고 소만리를 향해 욕설과 저주를 사정없이 퍼붓고 떠났다.소만리는 길가에 차를 세웠다. 눈가를 따라 눈물방울이 얼룩져 흘러내렸다.지난날을 회상해 보았다. 무수히 많은 나날들 중 정말 마음 편하게 즐거웠던 적이 없었다.평생 가장 즐거웠던 시간은 아마도 사월산에서 기모진을 처음 만났을 때였다.기모진, 아마 내 평생의 모든 행운이 그 해 그날 당신과 마주치는 데 다 써버린 것 같아. 그때부터 계속 불행의 연속이었어.소만리는 차창 밖에 어둠이 대지를 적시는 것을 바라보며 손을 들어 눈가의 눈물을 닦았다.모진, 내가 당신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야. 다시는 이러지 않을 거야. 절대...소만리는 집으로 돌아간 후 깊은 잠을 잤다.정신을 차린 뒤 마음을 추스르고 두 아이를 유치원에 보낸 뒤 모 씨 그룹으로 향했다.예전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016장

    이운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했다.“내가 뭐가 무서워? 그 여자가 능력 있으면 날 해고해 보라지, 난 지금 월급의 5배는 요구할 수 있다구!”그녀는 일어나서 눈을 희번덕거리며 두 팔짱을 끼고 말했다.“게다가 예전에 매년 자선 파티에서 내가 부서를 대표해서 언론과 같이 움직이며 중요한 부분 중 하나를 담당했었어. 이 부분은 나 말고 아무도 할 수 없어. 이런 날 누가 감히 해고하겠어?”그녀가 말한 사람은 당연히 소만리를 가리켰다.자선 파티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할 때 이운의 얼굴에는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예전에 사모님이 계실 때 날 다른 곳에 못 가게 했는데 소만리가 뭘 믿고 그러겠어? 정말 자기가 그룹을 물려받으면 총수가 되는 줄 알아? 너네들 모르지? 예전에 그 여자 감옥살이했던 거...”이운이 목소리를 조금 낮추며 말하는 순간 그녀 앞에 서 있던 여자 동료들은 모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 이운의 뒤를 바라보았다.그러나 뒤에서 들어오는 소만리를 눈치채지 못한 이운은 점점 더 흥이 나서 말했다.“너네들은 늦게 와서 모를 텐데. 오늘은 내가 복지 차원에서 하나 폭로해 줄게.”“...”“소만리는 너무 멍충이 같아서 친부모까지 소만영이라는 여자한테 사칭 당했대. 사실 난 그 소만영이 소만리보다 훨씬 똑똑하다고 생각해!”“...”“그뿐만 아니라 소만리가 왜 감옥에 갔는지 알아?”이운은 웃으며 뜸을 들였다.동료들이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저으며 뒤로 물러섰다.이에 더욱 의기양양해던 이운이 입을 열려고 하자 뒤에서 소만리의 목소리가 유유히 들려왔다.“왜 감옥에 갔는지 아세요? 중상모략죄 때문인가? 아니면 명예훼손죄 때문인가?”이운은 그동안 소만리를 몇 번 만났고 회의를 한 적도 있었다.지금 이 목소리를 듣고 그녀는 갑자기 발바닥부터 온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고개를 돌려 우아하게 앞에 서 있는 소만리를 보고 당황한 이운이 입을 열었다.“사장님, 안녕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017장

    소만리는 그녀처럼 늦은 시간까지 퇴근하지 않은 사람이 있나 싶어 핸드폰 조명을 비춰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를 향해 외쳤다.“누구세요?”소만리가 묻자 뒤편 창문이 ‘펑'하고 터지면서 유리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그녀는 반사적으로 소리를 질렀고 곧이어 유리가 연속적으로 깨지는 소리를 들었다.“조심해!”남자의 긴장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소만리는 누군지 제대로 볼 겨를도 없이 따뜻하고 단단한 품에 안겼고 코끝에는 시원한 흑단 침향목 향기가 스며들었다.이 향은 소만리에게 익숙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낯설지도 않았다.한참이 지나서야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멈췄다. 하지만 빌딩의 조명은 여전히 복구되지 않았다.“소만리, 괜찮아요?”소만리는 목소리를 듣고서야 경연이 눈앞에 있다는 걸 알았다.그녀는 머리를 흔들며 깨진 창틀을 바라보았다.이곳은 28층으로 지금 창문이 다 깨지고 저녁 바람이 거세게 불어와서 일이 보통 심각한 게 아니었다.그런데 멀쩡하던 유리가 왜 깨졌지? 이건 그냥 보통 유리가 아니었다.“당신 손에서 피가 나요. 아마 유리 파편이 튄 것 같아요.”경연이 일깨워준 목소리가 생각에 잠겨 떠내려가던 소만리의 마음을 붙잡아주었다.핸드폰 불빛에 의지해 살펴보니 오른손 손등에 난 상처에서 피가 나오고 있었다.“여기서 잠깐 기다려요.”경연은 작은 약 상자가 놓여 있는 쪽으로 갔다. 얼마 안 있어 다시 돌아온 경연이 말했다.“내가 간단한 조치를 해 드릴게요. 그럼 적어도 더 이상 피는 흘리지 않을 거예요.”그가 하는 말에는 온기가 가득했고 따뜻한 손바닥으로 소만리의 손을 살며시 잡는 솜씨는 능수능란했다.소만리는 고통에 눈썹을 찡그렸지만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그러나 경연은 소만리의 아픔을 눈치챈 듯 더 부드럽게 움직이며 말했다.“곧 괜찮아질 거예요.”“네.”소만리는 빙그레 웃으며 호기심에 차서 물었다.“붕대 감는 솜씨가 의사 같아요. 어디서 배워본 적 있어요?”경연은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018장

    ”고맙다고 할 필요 없어요. 당신이 의지하고 싶을 때 상대가 되어 줄 수 있어 기뻐요.”그의 눈빛은 밤하늘처럼 부드럽고 깊었다.“당신이 위험에 처하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당신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어요.”“...”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잠시 막막했던 소만리는 경연의 눈에서 진심을 보았다.그가 그녀에 대해 지닌 감정은 단순한 호감이 아니었다.그러나 소만리는 자신이 사실 경연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느꼈다.그녀에게는 이미 세 명의 아이가 있었고 두 번 결혼했고 두 번 이혼했다.소만리의 난처함을 눈치챈 듯 경연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돌렸다.“저녁 먹으러 가요. 예약해 뒀어요.”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경연의 자상함이 느껴졌다.한편, 강연은 방금 입수한 사진을 양이응에게 보여줬다.놀란 소만리를 경연이 안고 있는 장면이 양이응의 눈앞에 확대되었다.비록 예전에 기모진한테 거의 타 죽을 뻔했을 때 강연은 겉과 속이 다른 얼간이 양이응을 죽이지 못한 게 한스러웠지만 바보 같은 얼간이라도 이용해 먹어야 할 땐 당연히 이용해야 했다.강연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 연기를 내뿜으며 부추겼다.“봤어? 경연은 사실 소만리와 한통속이었어. 널 좋아한 적도 없었고. 내가 좀 알아봤는데 사실 경연이 예전부터 좋아했던 사람은 소만리였대. 그가 대학에 들어가기 전부터 소만리한테 첫눈에 반했었대.”“뭐라고? 언니가 말한 게 정말이야?”양이응이 가슴 답답해하며 말했다.강연은 대수롭지 않은 듯 눈을 굴리며 말했다.“그럼 넌 경연이 남자가 아닌 줄 알았어? 너도 그런대로 미인이긴 한데 너랑 사귄 지 2년 동안 뽀뽀 한 번 한 적 있어?”“...”“경연은 안 되는 것이 아니라 너한테 관심이 없었던 거야.”“...”“그는 소만리한테 관심이 있었던 거야. 요즘 거의 매일 출퇴근할 때 소만리를 만난대. 그들은 벌써 암암리에 오고 가고 했다구.”“천한 년!”양이응은 화가 나서 탁자를 한 대 쳤다.“난 소만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019장

    경연이 내민 손을 보며 소만리는 자신도 모르게 기모진을 떠올렸다.어떻게 해야 그 남자의 생각을 완전히 없앨 수가 있을까.지금처럼 새로운 감정을 다시 시작하면 될까?“소만리, 그저 순탄한 인생과 감정은 없을 거예요. 스스로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어때요? 그리고 당신을 아끼는 사람에게도 기회를 주세요.”경연은 소만리에게 손을 내밀었다.그러나 그의 손이 소만리의 손에 닿기도 전에 어디선가 비꼬는 소리가 들려왔다.“쯧, 밖에 손님들이 저렇게 많이 기다리고 있는데 소만리는 여기서 남자랑 사랑이나 나누고 있다니. 역시 자선한다는 것은 보여주기 식이군.”소만리와 경연이 동시에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눈을 들어 보니 강연이 섹시한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다가왔다.그녀 옆에 걷고 있는 사람은 기모진이었다.그날 밤 사월산 해변에서 기모진과 헤어지기로 결심한 이후 소만리는 기모진을 본 적이 없었다.지금 강연과 그가 함께 자선 파티에 참석했고 기모진은 강연이 팔짱을 끼도록 내버려 두고 있었다.소만리는 차갑게 시선을 떼며 강연에게 물었다.“주최 측에서 초청장을 안 줬는데 여기 누가 당신더러 들어오라고 했어?”“주최 측에서 강연에게 보낸 건 없지만, 기 씨 그룹은 주최 측에서 보내온 초청장이 있었어.”기모진이 길고 매력적인 눈으로 소만리의 차갑고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강연은 득의양양하게 입꼬리를 끌어당기며 말했다.“소만리 들었어? 내 남자친구가 주최 측으로부터 초청장을 받았고 난 그의 여자친구로서 함께 온 건데 뭐 문제 있어?”“당연히 문제가 있지.”소만리는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정면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여기는 자선 파티 행사야. 말 그대로 여기 오는 사람들은 모두 사랑스럽고 자비로운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당신은 뭐가 있어? 넌 더럽고 불결하고 고약한 심보밖에 없잖아.”“...”강연의 웃음기가 갑자기 흩어졌다. 그녀는 기모진을 향해 애교를 부렸다.“모진, 당신 전처가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020장

    소만리는 침착하게 말했다.“뭔가 착오가 있었을 거예요. 내가 지금 가서 알아볼게요. 조급해하지 말아요.”경연이 그녀를 따라서며 말했다.“소만리, 나도 같이 갈게요.”“그래요.”소만리가 돌아섰다. 그녀가 막 걸음을 옮기자 주얼리 부서의 이운이 황급히 달려와 말했다.“큰일 났어요. 사장님! 큰일 났어요!”소만리는 이운이 말하는 일도 돈 문제일 거라 짐작했다.이운이 큰 소리로 외치자 연회장의 모든 사람들이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에요?”누군가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소만리는 손님들을 달래려 했지만 이운은 당황한 모습으로 말했다.“사장님, 누군가 자선 모금을 훔쳐 갔어요. 그 중 60억 원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어요.”“뭐? 누가 돈을 훔쳐 갔어?”“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어요?”“누군지 꼭 잡아야지. 감히 자선 모금을 훔치다니. 인간성이 바닥이군!”많은 사람들이 놀랐고 함께 분노했다.기모진이 강연과 함께 연회장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이런 모습이 보였다.그는 이미 이것이 소만리를 겨냥한 누군가의 모략이라고 느꼈다.연회장은 어수선해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분노했고 소만리는 감독이 부실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모현과 사화정이 있었다면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소만리는 그야말로 신인이나 다름없었고 직위 계승자라는 직함 외에는 이런 중요하고 큰 행사를 책임질만한 역량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었다.여러 질문들에 소만리는 침착하게 말했다.“여러분 안심하세요. 제가 가능한 한 빨리 자금 문제를 조사하여 여러분의 사랑이 불법한 사람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그녀는 말을 마치고 핸드폰을 들고 경찰에 신고했다.이운은 소만리가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자 말렸다.“사장님, 경찰에 신고하면 안 됩니다.”“왜 신고하면 안 되죠?”소만리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속설에, 집안의 추악한 면을 바깥으로 들추어내서는 안된다는 말이 있어요. 만약에 경찰이 이 일에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021장

    이 말이 들리자 연회장의 손님들의 시선이 일제히 소만리의 얼굴로 떨어졌다.의심의 눈초리가 소만리의 몸을 에워쌌다.“회삿돈을 횡령하다니?”“어쩐지 직원이 경찰에 신고하는 걸 막더라니. 같이 한통속이구만.”“사실 이런 일은 꽤 흔한 일이지만 선대 사장님이 딸을 이렇게 가르칠 줄은 몰랐는데. 정말 창피해서 선대 사장님 부부가 죽어서도 눈을 감을 수 없으실 것 같군.”소만리는 온갖 경멸로 가득 찬 말에 마음속에서 분노가 들끓었지만 이럴 때일수록 자신이 침착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단지 누군가가 사화정과 모현의 험담을 하는 것을 듣고 참지 못할 뿐이었다.“60억 원은 나 소만리에게 있어서는 극히 적은 돈일 뿐인데 내가 왜 이 60억 때문에 내 명예를 훼손하겠어요?”소만리는 침착하게 되물으며 그 여자 담당자를 보았다.“내 개인 계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60억이 회사 계좌를 통해 내 계좌로 넘어갈 리가 없다구요.”“사장님, 자꾸 부인하고 계시네요.”여자 담당자는 경멸하는 눈빛으로 소만리를 바라보며 웃었다.“제가 신입사원도 아니고 두 눈 똑바로 뜨고 당신 계좌에서 60억을 분명히 확인했어요! 그 돈을 가지고 있으면서 양심의 가책도 없어요?”“그래.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어요? 선대 사장님이 살아 계셨다면 화가 나서 또 한 번 돌아가시지 않았겠어요?”소만리는 애써 감정을 누르고 냉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지만 눈을 들어 보니 기모진이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것을 언뜻 보았다.그는 그녀가 한 무리의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몰매를 맞고 있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웃음꽃이 만면에 만발한 강연을 데리고 소만리를 철저히 외면했다.소만리는 가슴이 싸늘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때 경연이 그녀를 옹호하며 말했다.“소만리는 이런 짓을 하지 않아요. 소만리가 모든 의문점을 확실히 조사할 수 있도록 시간을 좀 주셨으면 좋겠어요.”“경연, 당신이 무슨 근거로 소만리를 대신해서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022장

    ”이 지조 없는 여자야. 내 약혼자를 꼬신 천박한 여자야!”양이응은 악랄한 말로 소만리를 헐뜯었다.그녀의 눈빛에서 소만리에 대한 깊은 혐오감을 읽을 수 있었다.경연은 눈썹을 치켜세우고 소만리를 뒤로 감쌌다.“양이응, 내가 너와 헤어진 것은 그 누구와도 상관없는 일이야. 너 스스로 자초해서 폭로된 악질이야. 내가 너 같은 여자와 관계가 발전하지 못하게 된 건 너의 그 행실 때문이야. 결혼은 말할 것도 없어.”양이응은 경연이 소만리의 손을 잡고 이렇게 감싸주자 더욱 화가 났다.“나 같은 여자가 뭐 어때서? 이 비천한 여자보다 못할까? 남편과 이혼하자마자 남자친구나 만드는 주제에. 혹시 그전에 둘이 이미 만나고 있었던 거 아냐?”“흥! 겉으로는 고상하고 품위 있는 척 잘난 척하더니 실상은 크라우드 펀딩 자선금에까지 손을 뻗다니. 정말 소만리 이 비천한 여자는 가식 그 자체야!”평소에 거의 화를 내지 않는 경연이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분노하고 있었다.그러나 소만리는 그를 가로막고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양이응, 나와 경연은 누구보다도 떳떳해. 입만 열면 우리의 결백을 헐뜯는 짓 하지 마. 자선금에 관한 말, 당신 무슨 증거로 내가 훔쳐 갔다는 거야?”멀리서 기모진은 소만리가 한 말들을 듣고 이미 정신이 혼미해졌다. 가슴이 아프지만 겉으로 조금도 드러내지 않았다.“계좌 이체 내역이 증거인데 뭘 발뺌해!”양이응은 그 여자 담당자가 가지고 있는 명세서를 가리켰다.그리고 담당자도 굉장히 화를 내며 말했다.“소만리, 억지 부리지 마세요. 그 당당한 모 씨 그룹 후계자이자 자선의 밤 주인인 분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가 있어요? 이런 짓은 그야말로 선대 사장님 부부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거라구요!”“일이 이렇게 된 바에야 경찰에 신고부터 하죠.”기모진의 목소리가 유유히 군중 속에서 들려왔다.많은 사람들이 그가 걸어오는 것을 보며 수군거렸다.“기모진이 올 줄은 몰랐어.”“이미 이혼했는데 전처의 자선 행사에

Latest chapter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9장

    문 앞에 서 있던 소군연의 모친은 이 모습을 보고 들어가려고 했지만 소군연의 부친이 옆에서 말렸다.“그만 좀 해. 아들이 평생 홀아비로 살길 바라는 거야?”“누가 지금 가서 훼방 놓으려는 줄 아세요? 가서 말해 줘야죠. 나도 이 혼사에 동의해도 되겠냐고.”“당신 동의하는 거야?”소군연의 모친이 막 대답하려고 했을 때 갑자기 강연장 안 불빛이 밝아지는 것을 보았고 안에서 환호하는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깜짝 놀라 소군연의 품에서 나온 예선은 소만리와 기모진, 그리고 그녀의 부모님, 심지어 나익현과 나다희까지 서 있는 것을 보았다.그들은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예선과 소군연을 향해 다가왔다.예선은 멍하니 소만리를 쳐다보다가 결국 이 모든 것이 그들이 미리 계획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그녀와 소군연의 부모만 감쪽같이 몰랐던 것이다.소군연은 절대 그녀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단지 그녀에게 인생에서 가장 지키고 싶은 유일한 사람이 누구인지 각인시키기 위해 좀 다른 방법을 썼을 뿐이다....이듬해 봄.생명의 기운이 깃든 모든 것들이 축제를 펼치는 계절.경도호텔 야외 정원에서는 결혼식이 한창이었다.그렇다.오늘은 소군연과 예선이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날이었다.소만리와 기모진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공주님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멈추지 않았다.두 부부의 눈에는 실로 눈앞의 모든 존재들이 기적과도 같았다.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막내와 그 옆을 잘 보살피고 있는 듬직한 기란군, 그리고 곱고 맑은 딸 기여온까지.“엄마 아빠, 나랑 막내한테도 뽀뽀해 줘.”“뽀뽀, 뽀뽀.”막내는 기란군의 말을 알아들은 듯 소리쳤다.“너랑 막내는 맨날 하잖아. 여온이는 오랜만에 집에 왔으니까 특별히 좀 더 많이 해 줘야지.”기모진은 귀여운 기여온을 안고 볼에 뽀뽀를 했다.“여온아, 요즘 공부 열심히 하고 있어? 그놈이 평소에 무섭게 굴지는 않아?”“당신이 말한 그놈이 혹시 나예요?”강자풍이 짐짓 뾰로통한 얼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8장

    예선의 말을 듣고 소군연의 모친은 천천히 발걸음을 멈추었다.예선의 마음속에 그런 생각이 있는 줄은 몰랐다.게다가 예선은 자신을 향해 ‘존중'이라는 단어를 썼다.예선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은 소군연의 모친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는 중 갑자기 소만리의 목소리가 들렸다.“예선아, 네가 그들을 존중한다고 해서 그들이 널 존중해 줄 줄 알아? 사람은 서로 존중해 주어야 하는 거야.”“그렇지만 군연은 그들의 아들이잖아. 만약 내가 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어이 군연이랑 결혼을 한다면 그들은 두고두고 평생 나와 군연을 원망하며 살 거야.”예선은 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군연을 그렇게 만들고 싶진 않아. 나와 부모님 사이에서 평생 힘들어하면서 살게 할 순 없어.”“그렇지만 예선아...”“소만리, 이제 그만해. 너 나 어떤 사람인지 잘 알잖아? 한 사람을 사랑한다고 해서 꼭 함께 지내야만 하는 건 아니야. 그 사람이 평안하고 즐겁게 지낸다면 그것으로 족한 거야, 안 그래?”예선의 얼굴에 담담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미 마음속에 결심을 한 것 같았다.소만리는 예선을 말리고 싶었지만 이 상황에서 뭐라고 조언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예선아, 그럼 이제 갈 거야? 소군연 선배 더 안 찾을 거야?”“찾아볼 곳은 다 찾아봤어. 이래도 못 찾는다는 건 아마도 군연과 나의 인연이 여기까지라는 거겠지. 군연이 혼자 조용히 있게 놔두는 게 좋을 것 같아.”예선이 돌아서자 소군연의 모친은 얼른 몸을 숨겼다.자신이 그들을 미행했다는 걸 그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이때 소만리가 예선을 불러 세웠다.“예선아, 어쨌든 여기까지 왔으니 너랑 군연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줘 보는 건 어때? 아직 안 가 본 곳이 혹시나 없는지 잘 생각해 봐. 소군연 선배가 거기서 널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예선은 이 말을 듣고 걸음을 멈추었다.“아직 안 가 본 곳이 한 군데 있긴 해.”“거기가 어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7장

    멀리서 예선을 몰래 관찰하던 소군연의 부모는 차 안에서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흥. 군연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렇게 깊다더니 한나절이 지나도록 군연이 어디 갔는지 짐작도 못하고 있군.”소군연의 모친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투덜거렸다.소군연의 부친은 아내를 힐끗 쳐다보았다.“그런 말 좀 이제 그만해. 지금은 군연이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야. 사실 난 저 예선이란 애, 꽤 괜찮다고 생각해. 처음에는 부모도 없다고 당신 많이 싫어했잖아? 그런데 지금은 부모도 있고 그뿐만 아니라 엄마는 갑부에 아빠는 유명한 의사인데 당신 뭐가 불만이 그렇게 많아? 정말 아들을 평생 독신으로 살게 할 셈이야?”소군연의 부친은 솔직히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지만 소군연의 모친은 그래도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당신도 예전에는 반대했잖아요? 나중에는 나도 동의했다구요. 하지만 아버님 체면 세워 드리느라고 동의하지 않았던 건데 이제 와서 날 탓하면 어쩌라는 거예요?”“그만둬.”소군연의 부친이 아내의 말을 끊었다.“어째서 말을 못하게 해요? 내가...”“예선이 움직였어!”소군연의 부친이 급히 액셀을 밟았고 소군연의 모친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잠시 후 소만리의 차는 경도대학교 정문 앞에 멈춰 섰다.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눈에 익은 건물을 바라보며 예전에 함께 보냈던 날들을 떠올렸다.그들이 대학에 갓 입학한 첫날이었다.그때 그들은 모두 각자 마음에 두고 있던 한 해 선배의 남자와 부딪히게 되었다.그 남자와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될 때까지 아주 오랜 세월이 걸렸다.“예선아, 소군연 선배가 경도대학교에 있을 것 같아?”소만리가 물었다. 예선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살짝 웃었다.“나도 확신할 수 없지만 네 말처럼 군연과 함께 했던 추억이 있는 곳은 다 가능성이 있는 거니까. 그래서 여기 왔어. 운에 한번 맡겨 보려고.”예선은 말을 마치며 학교 안으로 걸어갔다.학교는 개방식이어서 예선과 소만리는 아무런 제지도 없이 바로 들어갔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6장

    소군연의 할아버지는 소군연의 글을 보고 화가 나서 눈을 부릅떴다.퇴원하자마자 한 여자 때문에 사라져?게다가 이 여자가 아니면 평생 결혼하지 않겠다고?그는 결코 그런 일이 발생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소군연이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하니 마음이 몹시 답답하고 당황스러웠다.만약 소군연이 정말 결혼하지 않는다면 그들 소 씨 가문은 후사가 없게 되는 게 아닌가?낭패였다.그건 안 된다. 절대 안 될 일이었다.예선은 밖으로 뛰쳐나온 후 그가 갈 만한 곳을 찾아가 보았지만 오전이 다 지나도록 소군연의 행방을 알아낼 수 없었다.그녀는 소군연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역시나 받지 않았다.아무런 소득 없이 시간만 흘러가자 예선은 갑자기 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그녀는 길가에 있는 의자에 앉아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보았다.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그들의 인생에 주어진 하루하루를 무탈히 사는 것만 같았다.갑자기 상실감이 확 밀려왔다.군연, 정말 날 포기하기로 한 거예요?우린 이렇게 헤어져서 제 갈 길을 가게 되는 건가요? 그런 건가요?예선은 막막한 마음을 도무지 어찌할 수가 없었다.생각하면 할수록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기 자신이 무기력하게 느껴졌다.바로 그때 소만리에게서 전화가 왔다.예선은 얼른 그녀의 전화를 받아 소군연에게 일어난 상황을 전했고 소만리는 한달음에 예선에게 달려왔다.예선은 소만리를 보자마자 눈물샘이 터져버렸다.소만리는 예선을 위로했다.“예선아, 소군연 선배가 일시적으로 감정이 격해져서 그런 걸 거야. 널 포기했을 리가 없어.”“아니야. 포기한 거야.”예선은 심호흡을 하고 스스로를 진정시켰다.“그의 가족들이 절대 날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특히 어머니는 강경하게 반대하시고 최근에 발생한 일 때문에 다른 가족들도 나에 대한 선입견이 더욱 나빠졌어.”“그동안 일어난 일은 너랑 아무 상관없어. 넌 피해자야.”“하지만 그들은 날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저 소군연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5장

    ”얼른 들어갈게요!”소군연의 엄마는 황급히 뛰어가다가 갑자기 뒤따라오는 예선에게 고개를 돌렸다.“넌 오지 마! 우리 소 씨 가문에 널 환영하는 사람은 없어!”소군연의 엄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예선은 소군연을 만나러 가지 않을 수 없었다.예선은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어떻게 소군연이 스스로 퇴원을 할 수 있단 말인가?그는 어제까지도 분명 병상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누워 있었다.소군연의 집으로 가는 길에 예선은 소군연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보았다.그러나 소군연은 받지 않았다.소군연에게 핸드폰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하긴 했지만 그래도 예선은 계속 전화를 시도했고 예상대로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그녀는 한시라도 빨리 소군연을 만나고 싶었다.그러나 가는 길이 너무 막혔다.드디어 예선이 소군연의 집에 도착해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앙칼진 소군연의 엄마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떻게 된 거야? 군연이는? 군연이가 어떻게 스스로 집에 왔다는 거야? 방금 깨어난 거 아니야?”“이것 좀 봐 봐. 이거 보면 어떻게 된 일인지 알게 될 거야.”소군연의 부친은 원망 섞인 말투로 소군연의 모친에게 뭔가를 쥐여 주었다.예선이 얼른 현관에 들어서자 따가운 소군연의 모친 목소리가 그녀를 향했다.“따라오지 말라고 했는데 넌 왜 또 왔어? 누가 널 환영한다구...”“됐어. 그만하고 이것 좀 보라니까.”소군연의 부친은 예선이 들어오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군연의 모친 말을 끊었다.예선은 소군연의 부친이 미묘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며 쫓아내지 않자 얼른 안으로 걸어갔다.소군연의 모친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메모지 한 장이었는데 메모지에는 짧은 몇 마디가 쓰여져 있었고 모두 소군연의 모친에게 전하는 말인 것 같았다.소군연은 자신이 이틀 전에 깨어났다고 실토하며 잠에서 깬 이후 자신의 엄마가 예선에게 모질게 투덜거리는 말만 하는 것을 보고 예선과 절대 결혼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깨달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4장

    예선은 아무도 없는 병실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즉시 소군연을 찾아나섰다.그러나 근처를 한 바퀴 둘러보아도 예선은 소군연의 모습을 찾지 못했고 마음속에서 초조함이 스멀스멀 밀려왔다.이때 소군연의 엄마가 들어왔다.병상에 누워 있어야 할 소군연이 어디론가 사라진 것을 본 그녀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어떻게 된 거야? 군연이는? 군연이 혹시 무슨 검사하도 하러 간 거야?”소군연의 엄마는 불만이 가득 담긴 얼굴로 예선에게 물었다.소군연의 엄마가 보이는 이런 태도에는 이골이 났는지 예선은 개의치 않으며 담담하게 돌아섰다.“저도 알고 싶어요.”“나보다 먼저 와 놓고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제가 왔을 때도 병실에 아무도 없었어요.”예선은 돌아서면서 말을 이었다.“간호사한테 한번 물어볼게요.”“잠깐만.”소군연의 엄마가 예선을 멈추어 세우며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너한테 말을 해 둬야겠어. 군연인 이미 너 때문에 고생이란 고생은 다 겪었어. 다친 적도 한두 번이 아니고. 너 때문에 영 씨 집안 두 모녀는 감옥에 갇혔어. 이건 분명히 네가 우리 가문과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얘기야. 네가 우리 군연이를 얼마나 좋아하든 우리 군연이 널 얼마나 좋아하든 상관없어. 넌 우리 소 씨 가문에 들어올 수 없어.”이 말을 들은 예선은 어이가 없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다른 것은 차치하고라도 영 씨 집안 두 모녀가 감옥에 간 것까지도 예선의 탓으로 돌린단 말인가?예선과 소군연은 엄연히 피해자였다.영내문 같은 악랄한 사람은 오늘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도 언젠가는 다른 사람에게 악행을 저지를 사람이었다.영내문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인 중의 악인이었기 때문이다.지금까지 벌여진 일들로 이 모든 것이 자명한데 소군연의 엄마는 여전히 예선을 탓하고 있는 것이다.예선은 더 이상 소군연의 엄마와 논쟁을 하고 싶지 않았다.그런 시간 낭비 에너지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3장

    채수연이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은 이미 모든 상황을 다 이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여온아.”채수연이 기여온에게 다가가 몸을 웅크리고 앉아 다정하게 말했다.“여온아, 선생님이 여온이 좋아하는 거 알지? 어딜 가든 매일 기쁘고 즐거운 일만 있길 바라. 그리고 하루빨리 말도 할 수 있게 되길 바랄게.”기여온이 선생님의 말을 알아듣고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한껏 고개를 끄덕였다.채수연은 일어서서 강자풍을 바라보았다.아직도 눈에는 그에 대한 호감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조금 전 그녀가 말했던 것처럼 더 이상의 집착은 사라졌다.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이 반드시 고집스럽게 쟁취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채수연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강자풍을 바라보며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강자풍도 더 이상 아무 말없이 몸을 굽혀 기여온을 품에 안고 돌아섰다.돌아서기 전에 채수연에게 따뜻한 작별의 미소도 잊지 않았다.“채 선생님, 앞으로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어쨌든 선생님께 많이 신세 졌습니다. 고맙습니다.”채수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절 곤경에서 벗어나게 해 주신 걸로 이미 다 갚으셨어요. 하지만 강 선생님 같은 친구가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긴 하네요. 기회가 되면 같이 식사라도 해요.”“그럼요, 언제든지요.”강자풍이 흔쾌히 승낙했다.친구가 된다는 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채수연은 그 자리에서 기여온을 안고 점점 멀어지는 강자풍의 뒷모습을 보다가 갑자기 두어 걸음 앞으로 나섰다.“강 선생님, 저 궁금한 게 하나 더 있는데 대답해 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등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강자풍은 천천히 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잘생긴 얼굴에 다정한 미소를 가득 품고 뒤돌아보며 물었다.“뭐가 궁금하신가요?”“좋아하는 여자가 정말 있긴 한 거죠?”강자풍은 기여온의 작은 얼굴에 부드러운 시선을 잠시 떨구며 입을 열었다.“지금 저의 가장 큰 소원은 여온이가 무탈하고 건강하게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2장

    ”어쩌다가 듣게 되었어요.”강자풍은 순순히 시인했다.채수연은 강자풍의 대답을 듣고 자신이 난감해할 줄 알았다.하지만 그녀의 마음이 예전처럼 초조하지 않고 오히려 편안하고 후련한 느낌이 들었다.다만 약간의 부끄러움은 어쩔 수 없었다.강자풍은 채수연이 난감해하지 않도록 애써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채 선생님을 도와드리려고 했던 건데 어떻게 하다가 영상이 찍혀 인터넷에 올라오는 바람에 선생님을 더 난처하게 해 드려서 정말 죄송해요. 나와 여온이 일로 또 한 번 고민거리를 안겨 드린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강자풍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기여온을 향해 부드러운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하지만 선생님, 걱정 마세요. 앞으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 없을 거예요.”채수연은 이 말을 듣고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순간 마음속에서 상실감이 강하게 몰아쳤다.그녀는 의아한 눈으로 강자풍을 쳐다보며 강자풍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는데 역시나 그의 말은 그녀를 안타깝게 만들었다.“채 선생님, 여온이한테 더 잘 맞는 유치원을 찾았어요. 제가 일하는 곳과도 더 가까워서 여온이 등하원하는 데도 훨씬 편리할 것 같아요.”강자풍의 말을 들은 채수연은 갑자기 마음이 너무나 허전했다.“여온이한테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봐 유치원을 옮기기로 하신 거예요?”강자풍은 부인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이게 선생님한테도 우리한테도 좋은 것 같아요.”강자풍은 ‘우리'라는 말을 할 때 기여온에게 시선을 주었다.채수연은 순간 무언가를 깨달은 것 같았다.자신의 감정이 줄곧 일방적인 것이었고 닿을 수 없는 허무한 희망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강자풍의 눈에는 이미 다른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강 선생님 생각이 맞는 것 같아요.”채수연도 강자풍의 말에 활짝 웃으며 동의했다.“아까는 정말 죄송했어요. 저희 엄마와 엄마 친구가 강 선생님에 대해 한 말은 정말 부적절했어요. 죄송합니다.”강자풍은 조금도 개의치 않으며 입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1장

    류 씨 성을 가진 남자가 트집을 잡았고 결국 강자풍이 기여온을 데리고 나가는 장면이 모두 찍혀 인터넷에 공개된 것이었다.이 남자도 양심은 있었던지 기여온의 모습은 블러 처리를 해서 사람들이 알아볼 수 없게 했지만 강자풍의 모습은 영상에서 명확하게 볼 수 있었다.채수연의 엄마는 한눈에 영상 속 사람이 강자풍임을 알아차렸다.영상 아래의 댓글을 본 채수연의 엄마는 더욱 초조한 눈빛으로 말했다.“수연아, 너 어떻게 이런 애 딸린 남자를 좋아할 수 있어?”채수연의 얼굴이 찡그려졌다.“맞아요. 부인하지 않을게요. 난 강 선생님한테 호감을 가지고 있어요.”“뭐라고!”“아유... 수연아, 너 정말 이 애 딸린 남자를 좋아하는 거야?”진 씨 부인의 눈빛이 미묘하게 반짝거렸다.“내가 보니까 여기 댓글 단 사람들이 벌써 이 남자 신상을 다 파헤친 것 같던데. 이 남자 예전에 우리 F국에서 한때 주름잡았던 그 강어라는 사람 동생이라더라구. 그 강연이라나 뭐라나 누나라는 사람은 업계에선 더욱 악명이 높았대.”“뭐! 그 강 선생이 강어와 강연의 동생이라고?”채수연의 엄마는 자신의 소중한 딸이 악명 높은 집안 배경을 가진 사람과 사귀게 될까 봐 전전긍긍했다.“나도 그 사람 형과 누나에 대해서 들은 적 있어요. 나도 알고 있다구요. 하지만 강 선생님은 지금까지 그 일에 개입한 적이 없어요. 만약 조금이라도 개입했다면 벌써 경찰서에 잡혀 들어갔을 거예요.”채수연은 정색을 하며 대답했다.“게다가 강 선생님은 이 아이의 친아빠가 아니에요. 친구 딸인데 잠시 이 아이를 돌보고 있을 뿐이에요. 그리고 아주머니, 부탁드리는데요. 이 아이가 말을 못 하는 걸로 자꾸 걸고넘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말을 못 해서 누구보다 괴로운 건 이 아이잖아요. 입장 바꿔서 누군가가 아주머니 아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절대 듣고 싶지 않을 거잖아요, 네?”“...”채수연의 입에서 뭐라도 가십거리를 좀 들을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