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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6화

작가: 차라
한 어린 소년이 그림 종이를 들고 장소월 앞에 다가왔다.

“송 선생님, 제가 그린 것 좀 봐주세요.”

장소월은 소년이 건네준 그림을 보고는 그를 안아 자신의 자리에 앉혔다. 그 후 소년의 손을 잡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가르쳐줄게.”

“감사합니다, 송 선생님.”

4시 30분이 되자, 장소월은 학생들을 학교로 데려다주고, 허름한 사무실로 돌아왔다.

이곳의 교장은 강영수 외할아버지의 제자이자, 장소월의 선배인 박원근이었다.

세상에 이런 우연이 있다니, 박원근이 이곳에 있을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박원근이 물었다.

“정말 돌아가지 않을 거야?”

장소월은 고개를 저었다.

“네, 여기도 친구를 찾으러 온 거였어요. 이제 그 사람이 잘 지내는 걸 봤으니, 곧 떠날 생각이에요. 여기에 오래 있을 이유도 없으니까요.”

박원근은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간다고? 어디로 가려고? 혹시 내가 있는 게 불편해서 그래?”

“선배님, 어쩌면 그렇게 한결같을 수가 있어요? 예전 외국에 있을 때, 선배님이 절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거예요. 스승님께도 잘 말씀드릴게요. 실망시키지 않을 거예요.”

“너랑 좀 더 오래 시간을 보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떠나겠다고 할 줄이야! 어디에 갈 생각이야?”

“아직 결정 못 했어요. 사실 지금 삶 마음에 들어요. 자유롭고, 어디든 가고 싶으면 갈 수 있으니까요.”

어차피 그녀에겐 이제 집도 없고, 그리워할 가족도 없다.

혼자의 몸이라면 어디든 똑같을 것이다.

“오늘 저녁 우리 집에서 밥 먹을래? 내 여자 친구가 서울 음식을 엄청 많이 보내줬어. 너도 좋아할 거야.”

장소월은 잠시 망설이다가 거절했다.

“아니에요. 오늘은 가봐야 할 곳이 있어서요.”

그녀가 가방을 메고 일어섰다. 박원근은 그녀가 자신을 피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기에 더는 붙잡지 않았다.

장소월이 사무실에서 나선 순간, 증오와 원망으로 가득 찬 얼굴이 그녀 앞에 나타났다.

유화의 언니, 유월이었다.

그녀의 눈은 시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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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일 마을에는 오래된 풍습이 있었다. 새롭게 부부의 연을 맺은 신랑 신부는 황혼 녘 태양을 향해 무릎 꿇고 백년가약을 맺으면 영원히 헤어지지 않고 백년해로한다고 한다. 결혼식이 치러질 때면 마을 사람들 모두가 모여 일손을 도왔다. 유월은 오래전 이미 혼례복을 지어 놓았다. 낙일 마을에는 풍습이 또 하나 있었는데, 여자들은 혼기가 차면 결혼식에 입을 옷을 손수 지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많은 액세서리를 몸에 지니고 결혼식을 올려야만,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 평안하고 풍족한 삶을 살 수 있다고 한다. 잔치는 3일 밤낮으로 이어지고, 모든 사람들이 함께 술을 마시며 축복을 빈다. 신랑은 매일 손님들과 술잔을 기울인 뒤에야 신방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축복의 날이 가까워질수록 낙일 마을 전체는 기쁨에 들썩이고 있었다. 유화 엄마는 유월의 머리를 빗겨주고, 산에서 꺾어온 꽃들을 꽂아 예쁘게 장식했다. 거울에 비친 유월의 모습을 보며 유화는 신이 나 팔짝팔짝 뛰었다. “언니, 드디어 시집가네요!” 엄마는 유화를 타박했다. “이 녀석이! 어서 가서 놀아. 언니 방해하지 말고.” “전 해이 오빠 보러 갈 거예요!” 오후 4시 30분 저녁노을이 하늘을 발갛게 물들이는 시간, 여자가 결혼식을 올리는 최고의 길시다. 문밖에서는 혼례를 축하하는 사람들의 흥겨운 북소리와 징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해이가 입고 있는 파란색 한복은 유월이 직접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바느질한 것이었다. 그녀가 언제부터 만들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오직 그녀만이 알고 있다. 그 옷은 유월이 앞으로 수많은 어려움과 고난이 있을지라도 해이와 함께하기로 결심했을 때부터 수많은 밤을 새워가며 만든 것이었다. 그가 신고 있는 신발도 마찬가지다. 바느질은 낙일 마을 여자들이라면 누구나 능숙하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시간은 조금씩 흘러갔다. 신부가 신방으로 들어가면, 신랑은 사흘 동안 그곳에 들어갈 수 없다. 신부 또한 방을 나올 수 없고, 먹고 자는 모든 것을 방에서 해결해야 했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41화

    “정말이야?” 해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내가 말했잖아, 너랑 결혼하겠다고. 울지 마, 나 마음 아파.” 해이가 유월을 품에 끌어안았다. 유월은 그때에야 비로소 흥분을 가라앉히고 평온해졌다. “네 과거를 알아보고 싶더라도, 앞으로는 혼자서 몰래 그 여자 찾아가지 마. 나 질투 나.” “알았어.” “됐어. 그만 징징거리고 빨리 안으로 들어가 봐. 그 아가씨 쓰러졌잖아.” “멀쩡하던 사람이, 무슨 일이야.” 장소월은 해열제를 먹고 진료소에서 반나절 동안 링거를 맞았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의 옆에는 강영수, 유월 외에도 박원근이 더 있었다. “후배님, 좀 괜찮아졌어?” “후배? 두 분 아는 사이세요?” 유월은 깜짝 놀라 물었다. 박원근은 장소월보다 반년 정도 먼저 이곳에서 교사로 일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마을 사람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 그런 그의 입에서 후배님이라는 말을 들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냥 미술 선생님 아니었어요? 어떻게 아는 사이예요?” 장소월은 두통과 어지럼증 때문에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귓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에 정신이 더더욱 아찔해졌다. “좀 나가줄래요. 쉬고 싶어요.” 박원근은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나는 문밖에 있을게. 푹 쉬어.” 세 사람이 문밖으로 나온 뒤, 유월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저 여자 대체 누구예요? 어떤 사람이에요? 교장 선생님?” 박원근은 옆에 있던 해이를 힐끔 보고는 말했다. “난 민영이와 비밀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었어요. 하지만 이 정도는 말해 줄 수 있어요. 민영이는 내 스승님께서 유일하게 인정하신 제자예요. 그야말로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죠. 기회가 되면 미술관에 가 봐요. 그곳에 전시된 작품 중 몇몇은 민영이의 손에서 탄생한 거니까.” “민영이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라요. 정말 뛰어난 사람이에요.” 유월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입술을 앙다물고 있다가 물었다. “저 여자 결혼했다는 거 사실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40화

    “영수? 너 왜 여기 있는 거야? 참, 너 이제 강영수 아니지.” 장소월의 입안에 한약의 씁쓸한 맛이 감돌았다. 그녀는 고통스럽게 몸을 일으켜 침대에 기대앉았다. “여긴 어디야?” “읍내 의원이에요. 선생님 만나러 집에 갔었는데 쓰러져 계셔서 이곳에 모셔 왔어요.” “이제 괜찮으면 알아서 약 드세요. 난 이만 갈게요.” 필사적으로 자신과 거리를 두려 하는 그의 마음을 읽은 장소월은 떠나려는 그를 막지 않았다. 그녀는 탁자 위에 놓인 약그릇을 집어 들다가 힘이 풀려 숟가락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문밖에서 그 소리를 들은 남자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노인은 장기판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무심하게 말했다. “호의를 베풀 거면 끝까지 베풀어야지. 난 더이상 도와줄 수 없어. 이 콧구멍만 한 낡은 의원에서 그 아가씨까지 돌보기에는 역부족이야.” 장소월은 이불을 걷어내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약국에 가서 해열제 몇 알을 사 먹을 생각이었다. 이 약은 정말이지 견디기 힘들 정도로 써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그녀는 깨진 숟가락 조각을 주우려다 실수로 손가락을 베이고 말았다. 일찌감치 자리를 떴는 줄 알았던 남자는 다시 돌아와 쪼그려 앉아 있는 여자를 안아 일으켜 세웠다. “몸이 성치도 않으면서, 왜 일어나려고 하는 거예요?” 장소월은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다행히 해이가 그녀를 재빨리 부축했다. 문밖에서 유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영감님, 우리 해이 못 봤어요?” 유월은 고개를 돌린 순간 안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있는 두 사람을 발견했다.“당... 당신들!” “이 뻔뻔스러운 년, 너 이럴 줄 알고 있었어! 우리 해이 꼬드기려는 거지!” 그는 유월이 갑자기 이곳까지 찾아올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 유월은 단번에 붙어 있는 두 사람을 떼어 놓았다. 장소월은 아픈 가슴을 움켜쥔 채 힘없이 침대에 주저앉았다. “오... 오해예요.” “오해라고?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 아버지께 말씀드려서 너 쫓아낼 거야.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39화

    그러나 박원근이 장소월을 찾아 나섰을 때, 그녀는 집에 없었다. 장소월이 깨어난 곳은 어느 읍내의 작은 의원이었다. 낡은 나무 침대에 몸을 누인 채 눈을 떴을 때, 귓가에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몸이 너무 허약해. 좋은 걸 좀 먹여서 몸보신해줘야 해. 다행히 일찍 데려왔으니 망정이지, 조금만 늦었어도 정신을 놓았을 거야.” “이 아가씨는 누구야? 해이야, 너 유월이랑 헤어진 거야?” 해이가 말을 더듬었다. “전...” “콜록콜록...” 침대에 누워있던 여자가 갑자기 기침을 토해냈다. 해이는 저도 모르게 일어나 그녀에게 따뜻한 물을 따라주었다. 그녀의 곁에 다가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장소월은 몽롱한 정신으로 웅얼거리고 있었다.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듯했다.“별아...” 해이는 가까이 다가가 그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별이? 그녀의 아이다. 팔순의 노인은 따스한 햇살 아래 턱수염을 어루만지며 마주 앉은 이 하나 없는 텅 빈 공간에서 홀로 장기를 두고 있었다. “약이 다 끓었다. 따라내서 환자한테 먹여.” 해이는 손에 들었던 물컵을 침대 옆 탁자 위에 내려놓고 싸늘한 눈빛으로 문을 나섰다.노인이 그런 그를 보며 물었다. “어딜 가려는 거야?” “저 아가씨 그냥 저렇게 내버려 두려고?” “저랑은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에요. 유월이가 싫어할 거예요.” “어휴, 쯧쯧, 쯧쯧... 그렇게 마누라 치마폭에만 싸여 있어서야. 그래, 그래, 그럼 가 봐. 어차피 이 늙은이도 바쁘니까, 그냥 내버려 두지 뭐.” 집을 나서 몇 걸음 걸었던 해이는 결국 다시 돌아와 정성껏 약을 따라냈다. 그러고는 약이 미지근하게 식기를 기다려 그녀의 입가에 조심스레 가져갔다. 약이 쓴 탓인지 그녀는 대부분의 약을 입술 밖으로 토해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해이의 눈빛에 처음이 아닌 듯한 묘한 익숙함이 스쳐 지나갔다. 분명 낯설지 않은 느낌이었다. 사실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강력한 끌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38화

    이곳에서 장소월은 매일 바쁘게 돌아치며 자신에게 생각할 겨를을 주지 않았다. 사실 그녀는 결혼식이 끝나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도 알지 못했다.또한 건강이 점점 악화된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생명이 천천히 소실되는 공허한 기분이었고, 뭘 하든 정신을 집중할 수가 없었다.장소월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그 사람은 저와 아무 상관없어요.”“별이는? 별이도 버릴 거예요?”별이 이야기를 꺼내자 장소월은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지만, 애써 감정을 억누르며 말했다.“그 아이, 혹시 시간 여유가 되면 친부모 찾아줘요. 전연우가 절 묶어두려고 데려온 아이예요. 이제 제가 없으니 그 아이를 버릴지도 몰라요.”“별이가 엄마로 생각하는 사람은 소월 씨뿐이에요.”장소월은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지만, 이내 마음을 독하게 먹고 말했다.“하지만 전 그 아이 엄마가 아니에요. 선생님도 알잖아요... 전 평생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라는 거.”“저 여기 떠날 거예요. 전연우가 괴롭히더라도 비밀 지켜주길 바라요.”서철용은 발코니에 서서 희미한 빛을 내뿜으며 밤하늘에 걸려 있는 달을 바라보았다. “소월 씨... 난 언제나 소월 씨 편이에요.”“지금 한 말 꼭 기억해요. 이건 당신이 나한테 진 빚이니까.” 장소월은 전화를 끊었다.그녀는 서철용을 믿고 있었다. 돌고 돌아 다시 전연우에게 돌아가는 건 두렵지 않았다. 더욱 무서운 건 전연우가 강영수를 해치는 것이다.지금의 강영수는 다행히 기억을 잃어버렸다. 모든 것을 잊은 채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고 있다.차가운 바람이 창문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장소월은 문을 닫다가 구석에 서 있는 그림자를 발견했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돌아가 침대에 누웠다.차디찬 냉기 속에서 장소월의 가냘픈 몸은 결국 버티지 못하고 쓰러져버렸다.장소월의 말을 엿들었던 세 사람이 멀리 걸어가고 있었다. 유화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엄마한테 이를 거예요. 언니가 송 선생님 통화 엿들었다고요.”유월은 문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37화

    장소월은 손목에 찬 옥팔찌를 풀어 유월의 손목에 걸어주었다. “잘 어울리네요.”“이게 뭐예요! 이런 거 준다고 해서 내가 해이를 당신에게 넘겨줄 것 같아요?”장소월은 팔찌를 벗으려는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 “하고 있어요. 이건 원래 그 사람의 것이었어요. 내가 잠시 보관하고 있었을 뿐이에요. 지금 유월 씨에게 이걸 주는 건, 유월 씨를 인정한다는 뜻이에요. 그 사람의 과거에 대해 말하지 않을게요.”“다만 단 하나 확실히 알려주고 싶은 건, 그 사람은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거예요.”“진심으로 두 사람이 행복하게 백년해로하길 바라요.”유월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정말이에요? 정말로 해이를 뺏어가려고 온 거 아니에요?”“설령 이 여자가 날 데려가려 한다고 해도, 내가 따라가지 않아.” 해이가 된 남자가 유월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일주일 뒤 우리 결혼할 거예요. 송 선생님 바쁘실 텐데 청첩장은 안 보낼게요.”“팔찌 돌려줘. 과거의 물건은 지금 가져와 봐야 아무 의미 없어.”유월은 그의 말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이 말이 맞아요. 진심으로 우리를 축복하든 아니든, 이 팔찌는 받지 않겠어요. 과거의 일은 이제 해이와 아무 상관없어요.”장소월은 받지 않았다. “이건 애초에 네 것이었어. 난 그저 원래 주인에게 돌려줬을 뿐이야.”강영수는 유월의 손에서 팔찌를 가져와 바다에 던져 버렸다. “그럼 버려야겠네요.”장소월이 말했다, “마음대로 해. 네 물건이니까.”‘강영수, 네가 잘 지내는 모습 봤으니까 난 이제 충분히 만족해. 우리 이제 여기서 작별하자.’장소월은 여전히 바닷가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밤이 되면 견디질 못할 습기와 한기에 온몸이 아파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할 때도 있었다.그녀는 또 감기에 걸린 것 같았다.밤 8시, 침대 옆에 놓아둔 휴대폰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발신자 이름을 확인한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 전화를 받았다.서철용이 전화기 너머 그녀의 기침 소리를 듣고 물었다. “감기 걸렸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36화

    한 어린 소년이 그림 종이를 들고 장소월 앞에 다가왔다. “송 선생님, 제가 그린 것 좀 봐주세요.”장소월은 소년이 건네준 그림을 보고는 그를 안아 자신의 자리에 앉혔다. 그 후 소년의 손을 잡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가르쳐줄게.”“감사합니다, 송 선생님.”4시 30분이 되자, 장소월은 학생들을 학교로 데려다주고, 허름한 사무실로 돌아왔다.이곳의 교장은 강영수 외할아버지의 제자이자, 장소월의 선배인 박원근이었다.세상에 이런 우연이 있다니, 박원근이 이곳에 있을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박원근이 물었다. “정말 돌아가지 않을 거야?”장소월은 고개를 저었다. “네, 여기도 친구를 찾으러 온 거였어요. 이제 그 사람이 잘 지내는 걸 봤으니, 곧 떠날 생각이에요. 여기에 오래 있을 이유도 없으니까요.”박원근은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간다고? 어디로 가려고? 혹시 내가 있는 게 불편해서 그래?”“선배님, 어쩌면 그렇게 한결같을 수가 있어요? 예전 외국에 있을 때, 선배님이 절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거예요. 스승님께도 잘 말씀드릴게요. 실망시키지 않을 거예요.”“너랑 좀 더 오래 시간을 보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떠나겠다고 할 줄이야! 어디에 갈 생각이야?”“아직 결정 못 했어요. 사실 지금 삶 마음에 들어요. 자유롭고, 어디든 가고 싶으면 갈 수 있으니까요.”어차피 그녀에겐 이제 집도 없고, 그리워할 가족도 없다.혼자의 몸이라면 어디든 똑같을 것이다.“오늘 저녁 우리 집에서 밥 먹을래? 내 여자 친구가 서울 음식을 엄청 많이 보내줬어. 너도 좋아할 거야.”장소월은 잠시 망설이다가 거절했다. “아니에요. 오늘은 가봐야 할 곳이 있어서요.” 그녀가 가방을 메고 일어섰다. 박원근은 그녀가 자신을 피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기에 더는 붙잡지 않았다. 장소월이 사무실에서 나선 순간, 증오와 원망으로 가득 찬 얼굴이 그녀 앞에 나타났다.유화의 언니, 유월이었다.그녀의 눈은 시뻘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35화

    김남주인가...장소월은 거세게 몰아치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나도 혼란스러웠다. 도대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자신조차 알 수 없었다...유화는 그림 왼쪽 아래에 있는 검은색 사인을 보고 의아한 듯 말했다. “장소월... 선생님 성함 송민영 아니었어요? 장소월은 누구예요? 신기하네요! 언니 이름에도 ‘월’ 자가 들어가요. 언니 이름은 유월이고, 저는 유화예요. 엄마가 지어주셨어요.”유월이 나뭇가지를 치켜들고 달려왔다. “그런 수업을 왜 해! 당장 돌아와, 유화!”멀리서부터 유월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유화는 겁에 질려 몸을 바들바들 떨며 말했다.“송 선생님, 밥이 다 됐나 봐요. 같이 밥 먹으러 가요.”장소월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소녀를 바라보며 귀 뒤로 머리카락을 넘겨주었다. “너 먼저 가봐. 선생님은 조금만 더 있다 갈게.”장소월은 조금 전 그린 그림을 소녀에게 건네주었다. “얼른 조심히 집에 돌아가.”“네, 선생님.”유화는 그림을 안고 조심스럽게 집으로 뛰어갔다.유월은 동생이 들고 있는 물건을 보고는 짜증스럽게 말했다. “아무거나 집에 가져오지 마. 보기만 해도 짜증 나.”유화는 그녀를 향해 혀를 삐쭉 내밀었다. “무섭게 왜 그래요. 언니는 송 선생님보다 착하지도 않고 예쁘지도 않아요. 송 선생님이 내 언니였으면 좋겠어요.”“한 번만 더 말해봐.” 유월이 그녀를 때리려고 하자, 유화는 재빨리 엄마 뒤로 숨었다.“됐어, 그만 좀 싸워. 조용히 좀 살면 안 돼? 우리 이 작은 국경 마을에 선생님이 와서 가르쳐주시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데. 게다가 그분은 대도시에서 오신 분이야. 선생님한테 자꾸 시비 걸지 마. 너한테 빚진 것도 없잖아.”유화가 말했다. “맞아요. 송 선생님은 아는 것이 정말 많은 똑똑한 분이에요. 전 송 선생님이 제일 좋아요.”“송 선생님, 송 선생님, 말끝마다 송 선생님, 지겨워 죽겠어. 그렇게 좋으면 쫓아나가서 같이 살아. 여기서 나 귀찮게 하지 말고.”“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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