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오는 임승후를 보며 피식 웃었다.“왜? 나한테 무슨 불만이라도 있는 것처럼 말하네?”장미애가 경멸스럽게 쳐다보았다.“당연히 불만 있죠. 건오 씨가 자기보다 잘나서 질투하는 거예요.”임승후는 고개를 내저었다. 박건오는 그의 예상보다 훨씬 뻔뻔하고 파렴치한 인간이었다.그때 유광현이 임승후에게 직접 연락하여 소울 그룹에 보육원 부지를 줘도 되냐고 물어서 임승후가 허락한 덕에 그 부지를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건데.박건오는 술잔을 들고 태연하게 말했다.“임승후, 이러면 재미없지. 내가 좋은 마음으로 술 한잔하자고 했는데 고맙다는 말은 못 할망정 날 의심해? 은별 씨를 도운 사람이 내가 아니라 너인 것처럼 말하네?”소민석이 피식 웃었다.“흥, 저런 찌질이가 가능할 리가 없죠. 저놈이 도와준 거라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어요.”임승후는 소은별을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충고 한마디 하자면 네 옆에 속이 검고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사는 어리석은 사람이 많아. 그러니까 조심해. 소울 그룹이 힘들게 쌓아온 업적이 사람 보는 눈이 없는 너 때문에 무너지는 걸 원치 않아.”소은별은 임승후의 진심도 모르고 불쾌해했다.“임승후, 왜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을 다 안 좋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어. 방금 내가 널 오해해서 상처를 준 건 알지만 이미 사과했잖아. 서로 다른 일을 한데 엮지 말았으면 좋겠고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을 마음대로 오해하지 마.”‘뭐?’임승후는 순간 멍해졌다.“내가 마음대로 오해했다고? 그럼 아직도 내가 일부러 널 귀찮게 군다고 생각하는 거야?”소은별은 한숨을 내쉬더니 지친 듯 손을 저었다.“그 문제는 더 이상 얘기하지 말자. 임승후, 솔직히 지금 너한테 엄청 실망했어.”임승후는 자신을 비웃듯 피식 웃었다. 그의 호의가 악의로 돌아올 줄은 몰랐다.“그래. 네 말이 다 맞아. 내가 나쁜 놈이라서 네 주변 사람들을 괴롭혔고 또 네가 잘되는 걸 바라지 않았어. 됐지?”임승후는 싸늘하게 웃어 보이고는 돌아서려 했다.‘어리석어서 원. 정말 이젠 답
주변 사람들이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그들이 박씨 가문마저 안중에 두지 않을 정도로 미쳐 날뛸 줄은 생각지 못했다.“난 너처럼 허세 부리는 놈이 제일 싫어. 더 깝죽거려봐. 깝죽거려보라고. 쥐어 패버려!”빡빡이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부하들이 박건오의 얼굴을 짓밟았다.십여 명의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은 바닥에 널브러진 박건오를 사정없이 밟았다. 그런데도 성이 차지 않았는지 걷어차기까지 했다.“쓰레기 같은 놈들, 죽고 싶어? 당장 멈추지 못해? 안 그러면 너희들 싹 다 죽여버릴 거야.”“으악, 그만. 제발 살려줘. 그만 때리라고. 더 때렸다간 진짜 죽을 것 같아. 으악...”하지만 박건오는 3초도 버티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더니 머리를 감싸 쥐고 살려달라고 애원했다.코는 이미 부러졌고 얼굴 전체가 멍들어 있었다. 가장 심각한 건 사타구니 쪽을 맞아서 감각이 무뎌진 상태라 소중한 그곳이 무사한지도 알 수 없었다.소은별은 이미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왜 사람을 때리고 그래? 나쁜 놈들.”위험한 순간에 소은별이 박건오를 감쌌다. 그러자 빡빡이가 소리쳤다.“멈춰.”그는 얼굴이 퉁퉁 부은 박건오를 노려보면서 비웃었다.“우리 도끼 형님은 박씨 가문처럼 보잘것없는 가문은 거들떠보지도 않아. 보육원 부지에 너도 관련이 있다고? 그럼 너도 도끼 형님한테 데리고 가야겠어.”박건오는 뭔가 떠오른 듯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잠깐, 도끼 형님이라면 강남 지역의 이도신을 말하는 거야?”빡빡이가 코웃음을 쳤다.“이제 알아차렸어? 근데 이미 늦었어. 끌고 가. 그리고 저 소은별도 데려가.”장미애와 반송장이 된 소민석은 애가 탔지만 겁에 질려 감히 나서지 못했다. 그들이 박씨 가문조차도 무시할 정도로 극악무도할 줄은 몰랐다. 두 사람은 너무 무서워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박건오의 표정이 계속 변하더니 갑자기 이를 악물고 말했다.“잠깐, 할 말이 있어. 보육원 부지는 나랑 상관없으니까 난 내버려 두면 안 될까?”그 말을 들은 순간 소은별 모녀와 소민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임승후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너 이 겁쟁이 녀석, 이 일과 상관없다면 썩 꺼져.”박건오를 발로 차 버린 후, 빡빡이는 소은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소은별 씨, 우리 도끼 형님께서 그 땅을 마음에 들어 하십니다. 지금, 우리와 함께 양도 계약서에 서명하러 가시죠.”박건오는 한쪽으로 기어가며 끊임없이 아첨했다.“여러분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도끼 형님 감사합니다.”그러면서 속으로는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정말 재수 없는 날이었다.강산시 네 개 구역은 각각 악명 높은 조폭 두목 네 명이 장악하고 있었다.도끼, 본명은 이도신. 그는 강남 일대의 토황제로 수백 명의 목숨을 아끼지 않는 똘마니들을 거느리고 있었다.그러니 박씨 가문은 그들의 눈에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이때 장미애가 도움을 요청했다. “건오 씨, 저들이 은별이를 데려가려고 해요. 어서 방법을 좀 생각해 봐요.”소민석도 버둥거리며 애원했다.“건오 형은 분명 방법이 있을 거예요. 형은 박씨 가문의 도련님이니 연줄이 있을 거잖아요?”박건오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내가 무슨 수로? 도끼 형님이 원하는 건 순순히 내주는 게 상책이야.”장미애는 돌변해서 욕설을 퍼부었다.“박건오, 너도 인간이야? 평소엔 잘난 척 다하더니 알고 보니 쓸모없는 놈이었잖아!”방금 얻어맞은 박건오는 이미 체면을 다 구긴 상태였다.그런데 욕까지 먹자 얼굴이 사납게 일그러졌다.“장미애, 이 멍청한 미친년아! 너 쌤통이고 너희 가족 모두 쌤통이야! 내가 너희 소씨 가문에 접근한 게 진짜 잘해 주려고 그랬다고 생각해? 솔직히 말해서 은별이 따먹으려고 그런 거지. 그렇지 않았으면 너희 멍청이 같은 모자한테 아부 떨 이유도 없었어.”“너, 너너너...”장미애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눈이 뒤집힐 뻔했다.소민석은 분노에 차 소리쳤다.“박건오, 넌 정말 짐승만도 못한 놈이야!”박건오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욕해, 맘껏 욕해 봐. 이제 소은별을 어떻게 지키나 두고 보자.
“꺼져!”마지막 순간, 차가운 낮은 외침이 울려 퍼졌다.빡빡이가 손찌검을 하려는 순간, 등 뒤에서 강한 힘이 느껴졌다.그는 신음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발길질에 나가떨어져 정신을 잃었다.소은별은 멍하니 빡빡이 뒤에 나타난 임승후를 바라보았다.지금 임승후의 눈빛은 살기가 등등하여 마치 사람을 죽일 듯이 차가웠다.“너... 너 어떻게 돌아왔어?”소은별은 더듬거리며 물었다.사실 그녀는 임승후가 이미 떠난 줄 알았다.당시에는 매우 실망했고 임승후가 박건오보다도 못한 겁쟁이라고 생각했다.“내가 안 돌아오면, 네가 끌려가서 당하는 꼴을 보고만 있으라고?”임승후는 이 어리석은 여자를 차갑게 쏘아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소은별은 말문이 막혔다. 임승후가 너무 강압적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승후야, 내가 또 오해한 건 아는데, 너...”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발길질에 나가떨어졌던 빡빡이가 사납게 고함쳤다.“다들 쳐! 저 새끼 죽여! 당장 죽여 버리라고!”검은 옷을 입은 똘마니 수십 명이 즉시 임승후를 에워싸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어떤 놈들은 흉기까지 꺼내 들었다.박건오는 속으로 비웃었다. “멍청한 놈, 목숨이 아깝지도 않나? 감히 도끼의 사람을 건드리다니! 이젠 죽었다, 넌 끝장이야.”임승후가 갑자기 나타나 영웅 행세를 하는 것이 그는 아주 못마땅했다.그로 인해 자신이 더욱 겁쟁이처럼 보였기 때문이다.소은별은 비명을 질렀다. “승후야, 도망쳐!”그러나 다음 순간, 그녀는 경악했다.장미애, 박건오도 경악했고 현장에 있던 구경꾼들 모두 경악했다.임승후는 차가운 표정으로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모든 공격이 정확했고 막고 치고 차는 몸놀림이 현란했다...퍽퍽.불과 십여 초 만에, 칼날 위에서 삶을 살아가던 십여 명의 건달들이 모두 땅바닥에 쓰러져 비명을 지르며 다시는 일어서지 못했다.“저... 저 녀석은 어떻게 이렇게 싸움을 잘하지? 방금 그가 쓴 건, 무술인가?”소민석은 머리털이 쭈뼛 섰다. 이 순간, 그는 오히려 빡빡이 일
“승후야, 당장 도망쳐! 빨리 강산을 떠나!”소은별은 깊이 생각한 끝에 갑자기 다급한 눈빛으로 말했다.임승후는 차분하게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소은별은 화를 내며 말했다.“너 큰일 쳤다고. 모르겠어? 왜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거야?”임승후는 차갑게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래서 뭐? 내가 너희 소씨 가문에 피해 주고 너에게 화를 불러왔다는 거야?”“그럼 아니야?”소은별의 반문에 임승후는 말문이 막혔다.장미애는 소은별을 끌고 가며 말했다.“은별아, 어서 가자. 이 모든 문제는 저놈이 일으킨 거지 우리랑 상관없어. 빨리 가.”소민석도 재촉했다.“누나, 가자. 매형이 내일 외국에서 오니까 매형이 나서면 다 해결될 거야.”그녀는 복잡한 표정으로 임승후를 바라보았다. “승후야, 빨리 도망가. 걱정 마. 내가 현석 씨에게 부탁해서 이도신을 진정시키면 . 나중에 아무 문제 없을 거야. 다만... 다시는 강산으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어.”임승후는 헛웃음을 지었다.“그래? 소 대표님은 참 대단하네. 약혼자를 시켜서 전 남자친구 목숨을 구해 주려고 하다니. 그럼 내가 두둑한 돈 봉투라도 쥐여 줘야겠다? 그 대단하신 약혼자분께?”임승후의 비꼬는 말투에 소은별은 고개를 저으며 낙담했다.“넌 정말 구제 불능이야. 이런 상황에서도 질투하고 싶냐? 듣기 싫겠지만 현석 씨는 이도신을 진압할 실력이 있어. 불편하겠지만 사실이 그래.”임승후는 차갑게 말했다.“약혼자분이 참 대단하시네. 하지만 난 남이 내 일에 참견하는 거 안 좋아해.” 말을 마치고 그는 떠났다.박건오는 기회를 엿보며 다가와 아첨했다.“은별 씨, 저 멍청이가 은별 씨 호의를 거절했으니 조만간 박살 날 거예요. 아까는 상황이 그래서 어쩔 수 없었어요. 화 풀어요. 우리 박씨 가문도 전력을 다해 도와드릴게요.”소은별은 담담하게 말했다.“필요 없어요. 우리 소씨 가문은 앞으로 박씨 가문에 신세 질 일 없을 거예요.”장미애는 경멸하는 눈빛으로 말했다.“박건오, 너희 박씨 가문은
그날 밤, 강산 상류층 사이에 두 가지 소식이 파다하게 퍼졌다.하나는 강남의 토황제 이도신이 강남 거물로 자리 잡은 이래 처음으로 실패하여 크지도 작지도 않은 망신을 당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강산시 오씨 가문의 큰아들 오현석이 해외에서 위풍당당하게 돌아와 오씨 가문을 이끌게 될 것이라는 소식이었다.오씨 가문은 강산에서 3위 안에 드는 명문가로 박씨 가문 같은 2류, 3류 가문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게다가 오현석은 한때 강산 4대 도련님 중 수석으로 불리며 젊은 세대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이었다.아침.“승후 씨, 어제 강산 명옥에서 트러블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씀하세요.”송민희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임승후: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별일 아니었어요.”송민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런 사소한 일은 승후 씨에게 아무것도 아니겠죠.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려서 신세를 질 기회를 얻고 싶었는데.”임승후는 빙긋이 웃었다.“저같이 미천한 사람의 신세가 민희 씨께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송민희는 교태스럽게 말했다.“누가 그래요? 승후 씨의 호의를 얻기 위해서라면 저는 뭐든지 할 수 있어요. 옷을 벗는 건 물론이고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드릴 수도 있어요.”점점 수위가 높아지는 송민희의 말에 임승후는 서둘러 차를 세우게 했다.“참, 승후 씨, 한 가지 더 말씀드릴 게 있어요.”송민희가 다시 입을 열었다.“말씀하세요.”“아직 모르시는 것 같은데 오씨 가문의 오현석이 귀국했어요. 오씨 가문은 최근 야심을 드러내며 명문가 중 최고가 되려고 하고 있거든요. 오현석이 새롭게 떠오르는 소울 그룹과 결혼하려는 것도 어쩌면 승후 씨의 전 여자 친구를 이용하려는 생각일지도 몰라요.”송민희의 말을 듣고도 임승후는 담담하게 반응했다.“그래서요?”송민희는 다시 한번 강조했다.“오현석을 조심하세요. 그 사람은 수완이 좋지만 속이 좁고 앙심을 잘 품어요. 승후 씨와 소은별 씨의 과거를 생각하면 오현석은 은근히 복수할 수도
임승후는 자리에 앉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이정아는 콧방귀를 뀌었다.“들어오자마자 본론부터 말하다니 정말 분위기 없는 남자네. 그쪽은 항상 이렇게 눈치가 없어?”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녀는 정교한 상자를 그의 앞으로 밀었다.임승후는 상자를 열어 비단 위에 놓인 구불구불한 인삼을 확인하고는 바로 일어서서 자리를 뜨려고 했다.이정아가 소리쳤다.“잠깐만! 물건은 받았으니 언제 치료해줄 거야?”임승후는 시원스럽게 대답했다.“시간만 정하면 돼. 하지만 치료 전에 한 가지 말해둘 게 있어. 치료할 때, 그쪽 치마를 벗겨야 할 거야.”이정아는 깜짝 놀랐다.“치마를 벗긴다고? 무슨 뜻이야?”임승후는 태연하게 말했다.“그쪽은 석녀야. 그것도 일반적인 석녀가 아니라 아주 금강석이야. 이건 본인도 이미 알고 있을 텐데.”이정아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 얼굴이 점점 붉어졌고 임승후를 부끄러움과 분노가 섞인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임승후는 못 본 척하며 계속 말했다.“즉, 그쪽 병은 치료하기가 쉽지 않아. 완치를 위해서는 내가 그쪽의... 음, 환부에 간단한 시술을 해야 한다고. 알겠어?”이정아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남녀가 유별한데,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임승후는 눈살을 찌푸렸다.“의사에게 남자와 여자는 없어. 모두 환자일 뿐이야. 그쪽도 의사면서 그런 것도 몰라?”이정아는 임승후의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몸을, 그것도 환부를 만지게 할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나았다.임승후는 표정을 부드럽게 하며 말했다.“걱정 마. 그때는 내가 눈을 가릴 거고 그쪽 몸에 손도 대지 않을 거야.”이 말을 듣고 이정아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여전히 부끄러웠다.이때, 클럽 매니저가 손뼉을 치며 손님들의 주의를 끌었다.“여러분, 그동안 도룡산 클럽의 주인이 누구인지 궁금하셨죠? 오늘 마침 우리 사장님께서 오셔서 여러분께 술 한 잔씩 대접하고 인사를 나누고 싶어 하십니다.”곧바로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드디어 이
“오늘 밤 맘껏 드시고 즐기세요! 제가 다 쏠게요.”오현석은 웃으며 말했다. 풍도가 넘쳤다.“오현석 씨 통 크시네요!”“오현석 씨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멋지시네요! 너무 따뜻해요!”“소울 그룹의 미녀 대표만이 오현석 씨의 잘생긴 외모와 재력에 어울리죠!”클럽의 남녀들은 앞다투어 잔을 들고 환호했다.도룡산 클럽은 강산에서 최고급으로 손꼽히는 곳으로 오현석처럼 재력이 뒷받침되는 사람만이 감히 쏜다고 말할 수 있었다.이정아는 오현석과 소은별이 2층 VIP룸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감탄했다.“오현석은 유학 전부터 강산에서 꽃미남으로 유명했어. 모든 여자들의 로망이었지. 그런데 유학 후에는 더욱 세련되고 듬직해진 것 같아. 오씨 가문은 후계자 걱정 없겠어. 소은별 씨는 정말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봐.”임승후는 앞에 놓인 술잔을 들고 살짝 맛본 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은 술이군!”이정아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지금 이런 상황에 술맛을 음미할 여유가 있어?”클럽 안의 모든 사람들이 잘생긴 남자와 아름다운 여자를 감상하고 있는데 이 남자는 혼자 술을 마시고 있다니. 이정아는 임승후가 분위기를 망치고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녀는 곧 무언가 떠오른 듯 눈을 굴리더니 임승후를 보고 웃었다.“승후 씨, 혹시 오현석이 미녀와 함께 멋진 모습을 보이니까 마음이 좋지 않아서 술로 달래는 거야?”임승후가 웃으며 말했다.“오현석은 훌륭한 사람이니 은별이가 그 사람과 만난 건 잘된 일이야. 나는 두 사람의 행복을 빌어줄 뿐인데 뭐가 속상해?”이정아는 눈썹을 치켜올렸다.“진짜 질투 안 나? 속상하지 않아?”임승후는 웃으며 되물었다. “내가 왜 질투를 하고 속상해야 하지?”이정아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승후 씨, 그만 연기해. 그쪽처럼 평범한 사람이 오현석처럼 모든 면에서 뛰어난 사람 보면 당연히 질투 나고 배 아프잖아. 사실 굳이 강한 척하지 않아도 돼. 솔직하게 말해도 괜찮아. 내가 위로해 줄게.”“나 정말 괜찮아. 괜한
오현석은 어이없다는 듯 임승후를 보고 피식 웃었다.“미안해요. 방금 말이 임승후 씨 자존심을 상하게 했으면 사과할게요. 난 그냥 정아와 같은 좋은 집안 아가씨는 옆에 젠틀한 남자가 있어야 어울린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대놓고 무시하거나 욕하는 건 아니었지만 말 속에는 명문가 출신의 우월감과 거만함, 그리고 임승후에 대한 무관심과 무시가 담겨 있었다.임승후는 웃으며 말했다.“역시 현석 도련님 대단해요. 저도 존경스럽습니다. 아까 오늘 도룡산 클럽의 모든 비용을 계산해 주신다고 하셨죠?”오현석은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하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 임승후 씨는 오랜만에 오셨으니까 마시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다 하세요. 제가 다 공짜로 해드릴게요!”임승후의 얼굴에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현석 도련님께서 직접 말씀하셨으니, 그럼 저도 사양하지 않겠습니다!”오현석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대꾸도 하지 않고 소은별을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그냥 공짜나 탐하는 찌질이였어? 가지고 놀면서 재미를 더하려고 했더니. 생각보다 전혀 재미없는 놈이잖아.’소은별은 빨리 가고 싶어서 죽을 지경이었다. 임승후의 행동은 이미 실망을 넘어 이젠 혐오스러웠던 것이다.오현석한테 안 되는 거 알고 자포자기해서 아부하는 꼴이라니.그녀는 임승후의 본모습이 이렇게 추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이정아는 분노하며 말했다.“승후 씨, 능력 없는 건 괜찮은데 방금 그 모습 안 부끄러워?”임승후는 무덤덤하게 말했다.“부끄러울 게 뭐 있어? 현석 도련님이 여기서 맘대로 놀라고 했잖아. 계산은 다 자기가 한다고!”이정아는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다. 너무 창피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이때, 임승후가 천천히 일어서서 몸을 풀었다.이정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뭐 하는 거야? 설마 진짜 뻔뻔하게 공짜로 먹고 마시려고?”임승후는 그녀를 무시하고 옆자리에 앉은 이진범에게 손짓했다.이진범은 험악하게 웃으며 일어섰다.“너 오늘은 현석 도련님의 체면을
“현석 도련님이 목숨을 살려줬으면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알겠다. 저자는 분명 현석 도련님이 잘나가는 거 보고 배 아파서 저러는 거야!”순식간에 주변 사람들은 임승후를 경멸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심지어 오현석 앞에서 잘 보이려고 임승후를 손봐 주려는 사람도 있었다.소은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현석 씨 덕분에 도끼 쪽 소동이 가라앉았어. 승후야, 어쨌든 현석 씨가 우리를 도와준 건 사실이잖아. 감사 인사 몇 마디 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임승후가 말하기도 전에 오현석은 손을 내저으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은별아, 억지로 그럴 필요 없어. 나도 생색내려고 도와준 거 아니니까.”그는 임승후를 보면서 웃었다. “임승후 씨 맞죠? 은별이한테 얘기 들었어요. 3년 동안 은별이 잘 챙겨줘서 제가 오히려 고맙네요!”“현석 도련님은 진짜 대인배시네. 저 기생오라비랑은 급이 달라. 너무 멋있어!”“역시 소은별 씨가 현명한 거야. 저런 기생오라비를 쫓아냈으니. 속 좁은 녀석, 보는 것만으로도 화가 치미네!”“됐어. 저 찌질이는 지금 속이 엄청 꼬일 거야. 하지만 누가 현석 도련님 발가락 때만도 못하래? 하하!”오현석이 먼저 감사 인사를 건네자 주변 사람들은 다시 한번 감탄했다.그에 비해 임승후는 완전히 어릿광대처럼 보였다.이정아는 고개를 저었다. 임승후는 오늘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었고 오현석과 비교하면 상대조차 되지 않았다.소은별이 차갑게 말했다.“넌 고맙다는 말도 못 하는데 현석 씨는 쉽게 하잖아. 승후야, 예전의 넌 안 그랬는데 왜 이렇게 됐어... 됐다, 네 맘대로 해.”소은별은 임승후가 너무 한심하고 남자답지 못하다고 생각했다.그래서 그녀는 오현석이야말로 자신의 좋은 짝이라는 확신을 더욱 굳히고 오현석에게 말했다.“가요. 더 이상 여기 있고 싶지 않아요.”오현석은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은별아, 어디든 가고 싶은 데로 가자. 너도 알잖아, 난 네 말이면 다 들어준다는 거.”소은별은 차갑게 말했다
“진범아, 내 얼굴 봐서 칼 내려놔!”이진범이 움직이려는 찰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 말에 이진범은 코웃음 치며 돌아서서 ‘네가 뭔데 내가 네 얼굴을 봐줘야 하냐’라고 말하려던 참이었다.그런데 다가오는 사람이 옷 잘 차려입고 고상한 분위기의 오현석인 것을 알아보자 그는 곧바로 자세를 낮추고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현석 도련님,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오현석 옆에는 미인 소은별이 동행하여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천천히 다가왔다.잘생긴 남자와 아름다운 여자, 꼭 왕자와 공주 같았다.“진범아, 나랑 도신은 형제처럼 지내는 사이야. 다만 오늘 이 사람은 내가 보호해야겠다. 일이 끝나면 내가 직접 네 형한테 연락할게.”오현석은 별일 아니라는 듯 미소를 지었다.그러면서 임승후를 흘끗 보며 눈빛이 알 수 없는 의미를 담고 두어 번 빛났다.이진범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하지만 이 자가 어제 도끼 형님의 부하들을 열 명 넘게 다치게 하고 형님의 체면을 크게 손상시켰어요...”오현석은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한다고 했으니 도신 쪽은 신경 쓰지 마.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 그리고 어제 너희들이 내 약혼녀를 건드리려고 했다며? 흥. 그 일에 대해선 아직 네 형한테 따지지도 않았어.”이진범의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오씨 가문은 강산에서 엄청난 세력을 갖고 있었고 오현석도 결코 가볍게 볼 인물이 아니었다.“어제 일을 내가 너희 형한테 따지지 않는 대신, 너희도 내 얼굴 봐서 이 사람을 놔줘.”오현석은 여전히 태연하게 말했고 그의 말투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었다.하지만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당사자인 이진범조차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강산에서 오현석은 그럴 만한 힘과 영향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이진범은 이를 악물었지만 웃으며 말했다.“알겠습니다.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제가 체면을 세워 드리지 않는다면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겠지요. 하지만 현석 도련님처럼 높으신 분께서 왜 이런 이름 없는 놈을 구해주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오현석
임승후는 무심한 듯 말했다.“나 오늘 기분 별로 안 좋으니까, 괜히 건들지 마.”이진범의 눈에 살기가 어렸다.“뭐라고? 다시 한번 말해 보시지.”임승후는 웃으며 말했다.“내 말은, 너 멀리 꺼지라고. 나 오늘 기분 안 좋으니까 괜히 손댔다가 너 다칠 수도 있어.”이정아는 임승후가 정말 미쳤다고 생각했다.“승후 씨, 입 닥쳐. 이진범이 강남 도끼의 오른팔인 거 몰라? 최고의 고수라고. 더 깝치면 나도 널 못 지켜.”말을 마친 이정아는 이진범에게 돌아서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진범 씨, 이 사람은 나와 송민희의 친구이니 오해가 있다면 나중에 얘기로 풀도록 해요. 그러니 오늘은 그냥 넘어가 주시죠?”그녀는 임승후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사람 목숨이 달린 문제였다.만약 그가 자기 앞에서 죽는다면 나중에 송민희에게 설명하기도 곤란했다.이진범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건, 안 되겠는데요. 이 자식이 어제 도끼 형님의 일을 망쳐서 형님이 직접 처리하라고 지시하셨거든요. 그러니 이정아 씨, 송민희 씨에게 전해 주십시오. 제가 체면을 세워 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이 녀석이 너무 지랄맞다고요. 형님의 일을 망친 것도 모자라 내가 칼을 꺼냈는데도 너무 뻔뻔하게 나오잖아요... 이건 나를 무시하고 형님의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는 뜻 아닙니까?”이정아가 생각해 보니 임승후 이놈은 정말 건방졌다.칼까지 꺼냈는데도 여전히 거들먹거리다니, 이건 죽고 싶어서 환장한 것과 다름없었다.“승후 씨, 일이 돌이킬 수 없게 되기 전에 이진범에게 사과해.”이정아는 이진범의 분노를 먼저 가라앉혀야겠다는 생각에 명령조로 말했다.임승후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담담하게 말했다.“사과? 내가 왜 그에게 사과해야 하지? 어제 일은 내 잘못이 아니야. 사과해야 할 사람은 도끼의 사람들이지! 어제 그 빡빡이 놈을 때리느라 손이 다 아프다고!”이정아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임승후는 죽으려고 작정한 것이 틀림없었다.곧 죽을 놈이 사과를 받아내겠다고? 제정신인가?이
“오늘 밤 맘껏 드시고 즐기세요! 제가 다 쏠게요.”오현석은 웃으며 말했다. 풍도가 넘쳤다.“오현석 씨 통 크시네요!”“오현석 씨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멋지시네요! 너무 따뜻해요!”“소울 그룹의 미녀 대표만이 오현석 씨의 잘생긴 외모와 재력에 어울리죠!”클럽의 남녀들은 앞다투어 잔을 들고 환호했다.도룡산 클럽은 강산에서 최고급으로 손꼽히는 곳으로 오현석처럼 재력이 뒷받침되는 사람만이 감히 쏜다고 말할 수 있었다.이정아는 오현석과 소은별이 2층 VIP룸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감탄했다.“오현석은 유학 전부터 강산에서 꽃미남으로 유명했어. 모든 여자들의 로망이었지. 그런데 유학 후에는 더욱 세련되고 듬직해진 것 같아. 오씨 가문은 후계자 걱정 없겠어. 소은별 씨는 정말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봐.”임승후는 앞에 놓인 술잔을 들고 살짝 맛본 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은 술이군!”이정아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지금 이런 상황에 술맛을 음미할 여유가 있어?”클럽 안의 모든 사람들이 잘생긴 남자와 아름다운 여자를 감상하고 있는데 이 남자는 혼자 술을 마시고 있다니. 이정아는 임승후가 분위기를 망치고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녀는 곧 무언가 떠오른 듯 눈을 굴리더니 임승후를 보고 웃었다.“승후 씨, 혹시 오현석이 미녀와 함께 멋진 모습을 보이니까 마음이 좋지 않아서 술로 달래는 거야?”임승후가 웃으며 말했다.“오현석은 훌륭한 사람이니 은별이가 그 사람과 만난 건 잘된 일이야. 나는 두 사람의 행복을 빌어줄 뿐인데 뭐가 속상해?”이정아는 눈썹을 치켜올렸다.“진짜 질투 안 나? 속상하지 않아?”임승후는 웃으며 되물었다. “내가 왜 질투를 하고 속상해야 하지?”이정아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승후 씨, 그만 연기해. 그쪽처럼 평범한 사람이 오현석처럼 모든 면에서 뛰어난 사람 보면 당연히 질투 나고 배 아프잖아. 사실 굳이 강한 척하지 않아도 돼. 솔직하게 말해도 괜찮아. 내가 위로해 줄게.”“나 정말 괜찮아. 괜한
임승후는 자리에 앉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이정아는 콧방귀를 뀌었다.“들어오자마자 본론부터 말하다니 정말 분위기 없는 남자네. 그쪽은 항상 이렇게 눈치가 없어?”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녀는 정교한 상자를 그의 앞으로 밀었다.임승후는 상자를 열어 비단 위에 놓인 구불구불한 인삼을 확인하고는 바로 일어서서 자리를 뜨려고 했다.이정아가 소리쳤다.“잠깐만! 물건은 받았으니 언제 치료해줄 거야?”임승후는 시원스럽게 대답했다.“시간만 정하면 돼. 하지만 치료 전에 한 가지 말해둘 게 있어. 치료할 때, 그쪽 치마를 벗겨야 할 거야.”이정아는 깜짝 놀랐다.“치마를 벗긴다고? 무슨 뜻이야?”임승후는 태연하게 말했다.“그쪽은 석녀야. 그것도 일반적인 석녀가 아니라 아주 금강석이야. 이건 본인도 이미 알고 있을 텐데.”이정아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 얼굴이 점점 붉어졌고 임승후를 부끄러움과 분노가 섞인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임승후는 못 본 척하며 계속 말했다.“즉, 그쪽 병은 치료하기가 쉽지 않아. 완치를 위해서는 내가 그쪽의... 음, 환부에 간단한 시술을 해야 한다고. 알겠어?”이정아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남녀가 유별한데,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임승후는 눈살을 찌푸렸다.“의사에게 남자와 여자는 없어. 모두 환자일 뿐이야. 그쪽도 의사면서 그런 것도 몰라?”이정아는 임승후의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몸을, 그것도 환부를 만지게 할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나았다.임승후는 표정을 부드럽게 하며 말했다.“걱정 마. 그때는 내가 눈을 가릴 거고 그쪽 몸에 손도 대지 않을 거야.”이 말을 듣고 이정아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여전히 부끄러웠다.이때, 클럽 매니저가 손뼉을 치며 손님들의 주의를 끌었다.“여러분, 그동안 도룡산 클럽의 주인이 누구인지 궁금하셨죠? 오늘 마침 우리 사장님께서 오셔서 여러분께 술 한 잔씩 대접하고 인사를 나누고 싶어 하십니다.”곧바로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드디어 이
그날 밤, 강산 상류층 사이에 두 가지 소식이 파다하게 퍼졌다.하나는 강남의 토황제 이도신이 강남 거물로 자리 잡은 이래 처음으로 실패하여 크지도 작지도 않은 망신을 당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강산시 오씨 가문의 큰아들 오현석이 해외에서 위풍당당하게 돌아와 오씨 가문을 이끌게 될 것이라는 소식이었다.오씨 가문은 강산에서 3위 안에 드는 명문가로 박씨 가문 같은 2류, 3류 가문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게다가 오현석은 한때 강산 4대 도련님 중 수석으로 불리며 젊은 세대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이었다.아침.“승후 씨, 어제 강산 명옥에서 트러블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씀하세요.”송민희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임승후: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별일 아니었어요.”송민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런 사소한 일은 승후 씨에게 아무것도 아니겠죠.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려서 신세를 질 기회를 얻고 싶었는데.”임승후는 빙긋이 웃었다.“저같이 미천한 사람의 신세가 민희 씨께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송민희는 교태스럽게 말했다.“누가 그래요? 승후 씨의 호의를 얻기 위해서라면 저는 뭐든지 할 수 있어요. 옷을 벗는 건 물론이고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드릴 수도 있어요.”점점 수위가 높아지는 송민희의 말에 임승후는 서둘러 차를 세우게 했다.“참, 승후 씨, 한 가지 더 말씀드릴 게 있어요.”송민희가 다시 입을 열었다.“말씀하세요.”“아직 모르시는 것 같은데 오씨 가문의 오현석이 귀국했어요. 오씨 가문은 최근 야심을 드러내며 명문가 중 최고가 되려고 하고 있거든요. 오현석이 새롭게 떠오르는 소울 그룹과 결혼하려는 것도 어쩌면 승후 씨의 전 여자 친구를 이용하려는 생각일지도 몰라요.”송민희의 말을 듣고도 임승후는 담담하게 반응했다.“그래서요?”송민희는 다시 한번 강조했다.“오현석을 조심하세요. 그 사람은 수완이 좋지만 속이 좁고 앙심을 잘 품어요. 승후 씨와 소은별 씨의 과거를 생각하면 오현석은 은근히 복수할 수도
“승후야, 당장 도망쳐! 빨리 강산을 떠나!”소은별은 깊이 생각한 끝에 갑자기 다급한 눈빛으로 말했다.임승후는 차분하게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소은별은 화를 내며 말했다.“너 큰일 쳤다고. 모르겠어? 왜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거야?”임승후는 차갑게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래서 뭐? 내가 너희 소씨 가문에 피해 주고 너에게 화를 불러왔다는 거야?”“그럼 아니야?”소은별의 반문에 임승후는 말문이 막혔다.장미애는 소은별을 끌고 가며 말했다.“은별아, 어서 가자. 이 모든 문제는 저놈이 일으킨 거지 우리랑 상관없어. 빨리 가.”소민석도 재촉했다.“누나, 가자. 매형이 내일 외국에서 오니까 매형이 나서면 다 해결될 거야.”그녀는 복잡한 표정으로 임승후를 바라보았다. “승후야, 빨리 도망가. 걱정 마. 내가 현석 씨에게 부탁해서 이도신을 진정시키면 . 나중에 아무 문제 없을 거야. 다만... 다시는 강산으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어.”임승후는 헛웃음을 지었다.“그래? 소 대표님은 참 대단하네. 약혼자를 시켜서 전 남자친구 목숨을 구해 주려고 하다니. 그럼 내가 두둑한 돈 봉투라도 쥐여 줘야겠다? 그 대단하신 약혼자분께?”임승후의 비꼬는 말투에 소은별은 고개를 저으며 낙담했다.“넌 정말 구제 불능이야. 이런 상황에서도 질투하고 싶냐? 듣기 싫겠지만 현석 씨는 이도신을 진압할 실력이 있어. 불편하겠지만 사실이 그래.”임승후는 차갑게 말했다.“약혼자분이 참 대단하시네. 하지만 난 남이 내 일에 참견하는 거 안 좋아해.” 말을 마치고 그는 떠났다.박건오는 기회를 엿보며 다가와 아첨했다.“은별 씨, 저 멍청이가 은별 씨 호의를 거절했으니 조만간 박살 날 거예요. 아까는 상황이 그래서 어쩔 수 없었어요. 화 풀어요. 우리 박씨 가문도 전력을 다해 도와드릴게요.”소은별은 담담하게 말했다.“필요 없어요. 우리 소씨 가문은 앞으로 박씨 가문에 신세 질 일 없을 거예요.”장미애는 경멸하는 눈빛으로 말했다.“박건오, 너희 박씨 가문은
“꺼져!”마지막 순간, 차가운 낮은 외침이 울려 퍼졌다.빡빡이가 손찌검을 하려는 순간, 등 뒤에서 강한 힘이 느껴졌다.그는 신음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발길질에 나가떨어져 정신을 잃었다.소은별은 멍하니 빡빡이 뒤에 나타난 임승후를 바라보았다.지금 임승후의 눈빛은 살기가 등등하여 마치 사람을 죽일 듯이 차가웠다.“너... 너 어떻게 돌아왔어?”소은별은 더듬거리며 물었다.사실 그녀는 임승후가 이미 떠난 줄 알았다.당시에는 매우 실망했고 임승후가 박건오보다도 못한 겁쟁이라고 생각했다.“내가 안 돌아오면, 네가 끌려가서 당하는 꼴을 보고만 있으라고?”임승후는 이 어리석은 여자를 차갑게 쏘아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소은별은 말문이 막혔다. 임승후가 너무 강압적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승후야, 내가 또 오해한 건 아는데, 너...”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발길질에 나가떨어졌던 빡빡이가 사납게 고함쳤다.“다들 쳐! 저 새끼 죽여! 당장 죽여 버리라고!”검은 옷을 입은 똘마니 수십 명이 즉시 임승후를 에워싸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어떤 놈들은 흉기까지 꺼내 들었다.박건오는 속으로 비웃었다. “멍청한 놈, 목숨이 아깝지도 않나? 감히 도끼의 사람을 건드리다니! 이젠 죽었다, 넌 끝장이야.”임승후가 갑자기 나타나 영웅 행세를 하는 것이 그는 아주 못마땅했다.그로 인해 자신이 더욱 겁쟁이처럼 보였기 때문이다.소은별은 비명을 질렀다. “승후야, 도망쳐!”그러나 다음 순간, 그녀는 경악했다.장미애, 박건오도 경악했고 현장에 있던 구경꾼들 모두 경악했다.임승후는 차가운 표정으로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모든 공격이 정확했고 막고 치고 차는 몸놀림이 현란했다...퍽퍽.불과 십여 초 만에, 칼날 위에서 삶을 살아가던 십여 명의 건달들이 모두 땅바닥에 쓰러져 비명을 지르며 다시는 일어서지 못했다.“저... 저 녀석은 어떻게 이렇게 싸움을 잘하지? 방금 그가 쓴 건, 무술인가?”소민석은 머리털이 쭈뼛 섰다. 이 순간, 그는 오히려 빡빡이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