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맨땅에 주저앉아 얼굴이 눈물 범벅이 되었다. 정신도 반쯤 나간 듯 보였다. “망했어, 우리 유진이! 망했어!” 나는 어머니에게 다가갔고 어머니는 마치 구원의 지푸라기라도 본 듯이 갑자기 내 팔을 잡고 말했다. “유리야, 엄마는 너한테 돈 있다는 거 다 알아!” “지금 당장 연락해서 우리 큰 병원으로 가!” “아직 네 동생 눈을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나는 어머니의 손을 내팽개치고 냉담하게 대답했다. “엄마, 저 돈 없어요!” 이 말을 들은 어머니는 버럭 화를 내며 일어나 나에게 삿대질을 하며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네가 돈이 없어? 누굴 속여?” “유진이가 다 말했어. 넌 요 몇 년 동안 아껴 먹고 아껴 써서 돈을 적지 않게 모았다고 말이야!”“돈 어디 있어?” 나는 어머니를 바라보았는데 이 순간 마치 기생충처럼 느껴졌다. 난 무의식적으로 뒤로 돌아 고개를 저었다. “전 정말 돈 없어요. 전에 투자로 전부 사기를 당했어요.” “못 믿겠으면 유진에게 물어보세요.” 아버지도 안색이 변해 나를 밀쳐냈다. “이 배은망덕한 년 같으니라고, 지금 병실에 누워있는 건 네 친동생이야!” 난 조금도 봐주지 않고 바로 아버지를 땅에 넘어뜨렸다. 나는 두 눈을 부릅뜨고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배은망덕하다고요?” “내가 당신들 대신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유진이를 키웠는데 어떻게 제가 배은망덕하다고 할 수 있어요?” 아버지 어머니는 약간 수치스러운 듯했다. “그건 말하지 마라! 지금 네 동생이 이렇게 된 것에 넌 책임이 없어?” “제가 무슨 책임이 있나요?”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제 책임은 당신들과 일찍 관계를 끊지 않은 겁니다.” 나는 병원을 떠난 후 백화점에 다녀왔다. 스스로에게 새 옷 몇 벌을 사주니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난 짐을 싸기 시작했는데 내일 여행을 떠날 걸 생각하면 매우 흥분되었다. 그동안 부모님은 계속 전화로 폭격을 날리셨다. 곧이어
유진은 자신의 원하는 사랑을 얻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유진을 다시 만났을 때 민성은 눈에 혐오감을 드러냈다. 당시 유진은 매우 이해가 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병원에서 크게 싸웠다. 유진은 파란 눈동자를 좋아한다더니 왜 또 변한거냐고 민성에게 물었다. 그러자 민성은 자신이 파란색 눈동자를 잊지 못하는 건 그의 전 여자친구가 파란색 렌즈를 즐겨 꼈기 때문이라며 싸늘하게 말했다. 이 말에 유진은 화가 치밀어 올랐고 다시 수술실로 실려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결코 행운이 따라주지 않았고 유진은 바로 시각장애인 판결을 받고 말았다. 이 일을 알게 된 민성도 마음속으로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어제 내가 떠난 뒤 민성은 몰래 유진의 병실로 들어갔다. 사과를 하려고 했지만 유진은 민성을 탓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담담하게 민성에게 사과를 깎아 달라고 요구했다. 껍질을 다 깎자 유진은 그 칼로 바로 민성을 찔렀다. 한 방은 치명적이지 않았고 유진은 또 연속으로 십여 번 찔렀다. 민성이 완전히 죽었다는 걸 확인한 후 유진은 비로소 그 칼을 자신에게 겨누었다. 어머니는 말하면서 눈물을 흘렸는데 난 오히려 사건의 문제점을 발견했다. “어젯밤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 병원에 함께 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왜 병실에 유진 혼자 남아있었던 겁니까?” 내 물음에 어머니는 약간 켕기는 듯했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사람은 이미 죽었는데 넌 돌아오지 않을 거냐?] 당연히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난 바로 전화를 끊고 그들을 철저히 차단했다. 그리고 자신만의 여행을 시작할 준비를 했다. 여행을 끝내자마자 경찰의 전화를 받았다. [유리 씨 되시나요?] 내가 경찰서에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나의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그들은 한 무리 양아치들 손에 죽었다. 사실 유진이 죽은 날, 그들은 유진에게 쌍수를 해준 그 남자를 찾아갔던 것이다. 그리고 입을 열자마자 9억을 요구했다.터무니없는 요구에 그 남자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 사람은
“착용한 지 5개월이나 됐는데 아무 일도 없잖아?” “두 달만 지나면 내 눈동자는 파란색으로 변할 수 있을 거야. 생각만 해도 기뻐.” 익숙한 말이 들리자 나는 저도 모르게 몸이 굳었다. 전생에 침실에 있던 나는 유진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깜짝 놀랐다. 렌즈는 연속 5개월째 빼지 않기는커녕 이틀만 지나도 눈은 견디지 못할 것이다. 나는 즉시 유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 렌즈를 뺐을 때에는 아주 얇았다. 의사는 아주 엄숙하게 말했다. “한 달만 더 늦게 왔으면 안구는 지키지 못했을 겁니다.” “실명할 가능성이 아주 높았습니다.” 나는 마음속에 기쁨으로 가득 차 뒤의 원망으로 뒤덮인 눈빛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날 밤 나는 유진에게 안약을 넣어주고 잠에 들었다. 한바탕 따끔한 통증이 나를 잠에서 깨웠고 눈을 뜨자 주위는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유진의 손에 들려 있던 과도가 내 오른쪽 눈동자의 정중앙에 꽂혀 있었다. 유진은 미친 것 같았고 마치 분이 풀리지 않는 듯 칼을 여러 번 아래로 눌렀다. “너만 아니었으면 난 지금 이미 파란색 눈동자가 되었을 거야!” “죽어!” 엄청난 통증이 나를 뒤덮었고 난 도움을 청하고 싶었지만 목구멍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유진은 재빨리 칼을 뽑아 내 왼쪽 눈동자에 겨누었다. 이 생각만 하면 나는 눈이 은근히 아파왔다. 눈빛은 저도 모르게 유진의 뒤통수에 떨어졌고 마음속 원한은 더욱 숨겨지지 않았다. 이번에 나는 유진의 눈동자가 파란색으로 변할 수 있을 지 한 번 봐야겠다. 유진도 이때 뒤에 있던 나를 눈치챈 듯하다. “됐어, 됐어. 그만 말하자. 끊어.” 전화를 끊은 뒤 유진은 재빨리 일어나더니 나의 어깨를 껴안았다. “언니, 나 이따가 놀러 나갈래.” 유진은 다정하게 얼굴을 들이댔다. 평소에 유진이가 애교를 부리기만 하면 나는 절대로 두말없이 돈을 주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 나는 몸을 움직여 유진이와 거리를 벌렸다.나는 내 몸에 걸쳤던 유진이의 손을 천천히
유진의 안색은 극도로 어두워졌다. “그러니까 한 달 뒤 해주기로 약속했던 쌍수도 못 해준다 이거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유진이의 마음속에서도 이미 답은 있었다. “정말 재수 없어!”“난 정말 재수가 없어. 이렇게 뇌가 없는 언니를 뒀으니 말이야.” 유진이는 욕을 하면서 문을 열고 나갔다. 유진이 떠난 뒤 나는 녹초가 되어 소파에 누웠고 더 이상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유진이 꾸미기를 좋아하는 건 우리 가족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다. 우리 부모님은 약간 고지식하여 유진이 나이 또래에는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유진이가 꾸미기를 좋아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언니로서 동생의 작은 소원을 만족시켜 주려고 했다. 옷부터 화장품까지 전부 사줬다. 하지만 난 유진이에게 유독 컬러렌즈만은 사주지 않았다. “넌 심한 근시라 컬러렌즈를 착용하는 건 시력에 좋지 않아.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는 게 가장 좋아.” 당시 우리는 이 일로 크게 싸웠다. 나중에 나는 유진이의 방에서 대량의 싸구려 컬러렌즈를 발견했고 미친 듯이 화를 냈었다. 내가 한 번 버리면 유진이는 다시 한번 사곤 했다. 횟수가 많아지니 난 아예 상관하지 않기로 했고 유진이에게 너무 오랫동안 착용하지만 않으면 된다고 했다.하지만 유진이는 내 말을 귓등으로 여겼다.‘이제는 상관없어. 내 말을 귓등으로 듣던 말던 다시는 말하지 않을 거야.’ 유진이는 밤이 되어서야 돌아왔고 짙은 화장을 하고 있었다. 나는 유진이의 안목이 썩 괜찮다는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완벽한 화장에 파란색 컬러렌즈가 더해져 매우 매혹적이었다. 내가 유진이의 눈을 쳐다보니 그녀는 약간 의기양양하여 말했다. “어때? 내 렌즈 색깔 예쁘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예뻐. 하지만 렌즈를 빼면 이 색깔은 아닌 거잖아.” 단 한 번도 나에게 찬물을 끼얹어진 적이 없던 유진이는 갑자기 멍해졌고 목소리도 한껏 높아졌다. “언니, 내가 말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내 눈은
유진이는 곧장 거울 앞으로 돌진하여 자신의 눈을 벌리고 렌즈를 끼워 넣었다. 방금 떨어진 건 유진이 어젯밤 착용한 두 번째 렌즈인데 내 생각에 첫 번째 렌즈는 이미 그녀의 눈동자에 단단히 붙어버린 듯하다. 렌즈를 착용한 후 유진이는 문을 나섰는데 그녀의 뒷모습을 보니 손은 눈 근처에 놓여 있었다. 사실 난 가끔 유진이 분명 그렇게 괴로워하면서도 왜 계속 렌즈를 끼려고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유진이 떠난 뒤 난 즉시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연락했다. 비록 유진에게는 내 돈 전부를 투자로 잃었다고 했지만 그 거짓말은 결국 들통 날 것이다. ‘그때 그 돈으로 유진의 병을 치료하는 것보다 지금 나를 위해 부동산을 사두는 게 낫지.’ 나는 나의 요구를 중개업자에게 하나씩 밝혔고 상대방도 매우 시원하게 승낙했다. [3일 내로 집을 준비한 뒤 연락 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뒤 나는 다시 은행으로 가 나의 모든 돈을 다른 은행으로 옮기고 비밀번호도 새로 설정했다. 전에는 유진이 돈 쓰는 걸 편하게 해주려고 내 카드를 직접 그녀에게 주었고 비밀번호도 자연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유진에게 주었던 모든 것들을 회수할 것이다. 전생에 내가 죽었을 때는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분명 난 유진에게 그토록 잘해주었건만 결국 그와 맞바꾼 것은 배은망덕한 복수였다. 지금의 유진은 이미 단순히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아름다움에 대해 미친 듯이 집착하고 있었다. 오후가 되어 유진이 집에 돌아왔고 그녀는 눈 근처 화장이 전부 지워져 있었다. 조금만 생각해 보아도 눈이 불편한 유진이 계속 비벼서 그렇게 된 것임을 알 수 있었다.유진은 다소 피곤한 듯한 표정으로 내 옆에 앉았다. “언니, 나 눈이 너무 불편해.” 난 머리를 내밀며 쳐다보았다. “어디가 불편해?” “쌍꺼풀이 아니라 렌즈 착용하는 게 좀 어려운 거 아니야?” 내 말을 들은 유진은 바로 낯빛이 변했다. “언니가 사기로 돈을 전부 날리지 않았으면 지금 난 이미 쌍꺼풀이었을 거야
정리를 마친 유진은 캐리어를 끌고 떠났다. 유진은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유진이 날 신경 쓰지 않으니 나도 자연히 편안해졌다. 부동산 중개업자도 적당한 집이 생겼다고 나에게 전화가 왔다. 나는 부동산 중개업자와 만난 뒤 집 구조를 확인했다. 확실히 마음에 들었다. 집은 시내 중심에 위치하여 지리적 위치가 매우 우월했다. 게다가 남향이라 낮에는 햇빛이 충족하고 온 집안이 밝았다. 주택 관리 부분도 이곳은 최고라고 할 수 있었다. 나는 아주 만족하여 바로 계약하기로 했다. 계약서에 사인하고 돈까지 지불했는데도 내 수중에는 아직 500만 원이 남았다. 그리 많지는 않은 돈이었지만 그동안 내가 자유롭고 넉넉하게 보내기엔 충분했다. 중개업소에서 나오자 날은 이미 어두워졌는데 공교롭게도 나는 유진의 모습을 발견했다. 유진은 노란 머리의 남자와 손을 잡고 있었는데 계속 투정을 늘어놓고 있었다.“오늘 피 뽑는 거 정말 아파 죽는 줄 알았어.”하지만 서민성이라 불리는 그 남자는 유진을 안쓰러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약간 짜증을 냈다. “전에 돈 빌려서 내 핸드폰부터 사준다고 하지 않았어?” “지금 돈 생겼는데 내 핸드폰은 언제 사줄 거야?”유진의 얼굴은 약간 흉해졌다. “먼저 쌍수부터 하고 사줄 생각이었어.” “난 그런 건 잘 모르겠고 사주지 않으면 난 너와 헤어질 거야!” 그 뒤로 유진이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두 사람은 손을 잡고 핸드폰 매장으로 들어가는 게 보였다. 나는 유진이 빌린 돈은 분명 검은 돈일 것이라는 생각에 호기심을 금치 못했다.‘유진이 지금 저 남자에게 핸드폰을 사주면 쌍수는 어떻게 하려는 거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어떻게 하려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셋째 날 오후, 난 한 통의 낯선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다. 맞은편의 말투는 매우 초조해 보였다. [유진의 가족 되십니까?] 나는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조심스레 대답했다. “네, 무슨 일인가요?” 맞은편에서는 다행이라는 듯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소리를 들은 나와 의사는 바로 문을 밀고 들어갔다. 유진의 눈꺼풀에 난 상처에서 피가 새어나고 있었다. 유진은 자신의 눈꺼풀을 계속 비비며 아프다고 소리쳤다. 나와 의사는 필사적으로 유진의 팔을 꽉 잡았다. “눈 만지지 마십시오, 눈 만지지 마세요!” 말하면서 의사는 이미 침대 앞의 호출벨을 눌렀다. 잠시 후 수많은 간호사와 의사들이 들어왔다. 병실 안은 삽시간에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유진은 정서가 매우 불안정했고 눈은 비할 데 없이 아픈 듯했다. 하지만 유진의 팔은 우리에게 붙잡혀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의사는 어쩔 수 없이 유진에게 안정제를 주사했다. 유진의 정서가 점차 안정되고 나서야 의사는 천천히 나에게 유진의 팔을 놓으라고 표시했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유진은 바로 수술실로 실려갔고 맨 처음 나와 대화를 나누던 의사만 남았다. 의사는 의미심장하게 입을 열었다. “동생분이 실려왔을 때 저희는 환자가 눈에 렌즈를 세 켤레나 착용하고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줄곧 두 켤레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잘못 추측하고 있었던 것이다. 담 큰 내 동생 유진이가 아름다움을 위해 렌즈를 세 켤레나 착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환자가 실려왔을 때 눈꺼풀에서는 계속 피가 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가장 바깥쪽의 한 켤레만 벗겨낸 상태입니다.” “나중에 환자가 깨어난 후 남은 렌즈들도 떼어내려고 했는데 동생분께서 매우 거부적이었습니다!” 여기까지 말했을 때 의사는 매우 흥분한 듯했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현재 환자분의 눈은 실명될 가능성이 높으니 최악의 계획도 세워둬야 합니다.” 이 말을 내던진 의사는 화가 난 듯 떠났다. 난 의사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의사는 사람을 구하고 싶지만 그가 구해야 할 사람은 너무나 고집불통이었으니 말이다. 의사의 뒷모습이 내 눈앞에서 완전히 사라졌을 때 난 핸드폰을 꺼내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이는 그들이 낳았지만 이렇게 여러 해 동안 내가 취직을 한 뒤부
전화를 받았지만 맞은편에서는 한참 동안 소리가 없었다. 약간 조급해진 나는 목소리가 저절로 높아졌다.“언제 돌아오세요?” “유진이 입원했어요! 곧 눈이 멀게 생겼다고요!” [뭐라고?] 맞은편에서는 분명 겁이 난 듯했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몇 번이나 되물었다. “빨리 돌아오세요. 곧 수술할 거예요.” 부모님은 전화를 끊고 바로 오후에 돌아오는 표를 샀다. 이때 유진도 실려 나왔다. 의사는 나에게 다가와 마스크를 벗었다. “저희는 동생분의 상황을 봤는데 아주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실명은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지금 물건을 보는 게 좀 희미할 겁니다. 앞으로 관리만 잘하면 회복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말하면서 의사는 핸드폰을 꺼냈다. “자, 이 렌즈 좀 보세요.” 핸드폰을 건네어 받은 나는 사진을 보고 저도 모르게 웃고 싶었다. 의사는 내가 알아보지 못할 까봐 친히 핸드폰을 가리키며 말했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이 렌즈는 아마 눈에 완전히 붙어버렸을 겁니다.” 내가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걸 알아차린 듯 의사는 또 엄숙하게 말했다. “제가 말씀해 드리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 단단하게 붙었을 겁니다.” “동생분은 눈이 정말 멀었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그때 수술을 하면 각막도 같이 떼어내야 할 겁니다!” 나는 연거푸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고 표시했다. 의사가 떠난 뒤 원래는 나도 떠나려고 했지만 눈을 힐끗 돌려보니 그날 유진과 데이트를 하던 민성이란 남자가 보였다. 민성은 약간 귀찮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빠른 걸음으로 유진의 병실로 들어갔다. 유진은 체질이 비교적 좋은데다 부분 마취만 했기에 깨어 있는 상태였다. 난 이런 싸움 구경을 당연히 놓칠 수 없었다. 그러나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할 때 안에서 말다툼 소리가 들렸다. 민성은 유진의 눈을 가리켰다. “지금 네가 네 눈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봐봐.” “징그럽지 않아?” 이 말을 들은 나는 숨을 들이쉬며 이제 민성은 정말 끝장났다고
유진은 자신의 원하는 사랑을 얻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유진을 다시 만났을 때 민성은 눈에 혐오감을 드러냈다. 당시 유진은 매우 이해가 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병원에서 크게 싸웠다. 유진은 파란 눈동자를 좋아한다더니 왜 또 변한거냐고 민성에게 물었다. 그러자 민성은 자신이 파란색 눈동자를 잊지 못하는 건 그의 전 여자친구가 파란색 렌즈를 즐겨 꼈기 때문이라며 싸늘하게 말했다. 이 말에 유진은 화가 치밀어 올랐고 다시 수술실로 실려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결코 행운이 따라주지 않았고 유진은 바로 시각장애인 판결을 받고 말았다. 이 일을 알게 된 민성도 마음속으로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어제 내가 떠난 뒤 민성은 몰래 유진의 병실로 들어갔다. 사과를 하려고 했지만 유진은 민성을 탓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담담하게 민성에게 사과를 깎아 달라고 요구했다. 껍질을 다 깎자 유진은 그 칼로 바로 민성을 찔렀다. 한 방은 치명적이지 않았고 유진은 또 연속으로 십여 번 찔렀다. 민성이 완전히 죽었다는 걸 확인한 후 유진은 비로소 그 칼을 자신에게 겨누었다. 어머니는 말하면서 눈물을 흘렸는데 난 오히려 사건의 문제점을 발견했다. “어젯밤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 병원에 함께 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왜 병실에 유진 혼자 남아있었던 겁니까?” 내 물음에 어머니는 약간 켕기는 듯했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사람은 이미 죽었는데 넌 돌아오지 않을 거냐?] 당연히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난 바로 전화를 끊고 그들을 철저히 차단했다. 그리고 자신만의 여행을 시작할 준비를 했다. 여행을 끝내자마자 경찰의 전화를 받았다. [유리 씨 되시나요?] 내가 경찰서에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나의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그들은 한 무리 양아치들 손에 죽었다. 사실 유진이 죽은 날, 그들은 유진에게 쌍수를 해준 그 남자를 찾아갔던 것이다. 그리고 입을 열자마자 9억을 요구했다.터무니없는 요구에 그 남자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 사람은
어머니는 맨땅에 주저앉아 얼굴이 눈물 범벅이 되었다. 정신도 반쯤 나간 듯 보였다. “망했어, 우리 유진이! 망했어!” 나는 어머니에게 다가갔고 어머니는 마치 구원의 지푸라기라도 본 듯이 갑자기 내 팔을 잡고 말했다. “유리야, 엄마는 너한테 돈 있다는 거 다 알아!” “지금 당장 연락해서 우리 큰 병원으로 가!” “아직 네 동생 눈을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나는 어머니의 손을 내팽개치고 냉담하게 대답했다. “엄마, 저 돈 없어요!” 이 말을 들은 어머니는 버럭 화를 내며 일어나 나에게 삿대질을 하며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네가 돈이 없어? 누굴 속여?” “유진이가 다 말했어. 넌 요 몇 년 동안 아껴 먹고 아껴 써서 돈을 적지 않게 모았다고 말이야!”“돈 어디 있어?” 나는 어머니를 바라보았는데 이 순간 마치 기생충처럼 느껴졌다. 난 무의식적으로 뒤로 돌아 고개를 저었다. “전 정말 돈 없어요. 전에 투자로 전부 사기를 당했어요.” “못 믿겠으면 유진에게 물어보세요.” 아버지도 안색이 변해 나를 밀쳐냈다. “이 배은망덕한 년 같으니라고, 지금 병실에 누워있는 건 네 친동생이야!” 난 조금도 봐주지 않고 바로 아버지를 땅에 넘어뜨렸다. 나는 두 눈을 부릅뜨고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배은망덕하다고요?” “내가 당신들 대신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유진이를 키웠는데 어떻게 제가 배은망덕하다고 할 수 있어요?” 아버지 어머니는 약간 수치스러운 듯했다. “그건 말하지 마라! 지금 네 동생이 이렇게 된 것에 넌 책임이 없어?” “제가 무슨 책임이 있나요?”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제 책임은 당신들과 일찍 관계를 끊지 않은 겁니다.” 나는 병원을 떠난 후 백화점에 다녀왔다. 스스로에게 새 옷 몇 벌을 사주니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난 짐을 싸기 시작했는데 내일 여행을 떠날 걸 생각하면 매우 흥분되었다. 그동안 부모님은 계속 전화로 폭격을 날리셨다. 곧이어
나중에 나는 어머니가 유진에게 자주 돈을 보내주면서도 나에게는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는 다는 걸 알게 되었다. 처음엔 동생이 아직 어려서 돌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나중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어머니는 편애가 심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이미 일을 시작했고 마음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지금 난 냉소를 지었다.내가 저축한 돈으로 집을 산 걸 부모님께 아직 말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이들이 자기 귀염둥이 딸을 그렇게 사랑하니 그럼 앞으로도 잘 사랑하라고 하지.’ 병원에서 나온 나는 먼저 집에 들어 나의 모든 짐을 챙겼다. 나는 전에 산 집의 열쇠를 이미 받았다. 그 집을 산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은 그 집이 고급 인테리어로 모든 걸 갖춘 집이기 때문이다. 그 뜻은 내가 지금 바로 짐 싸서 입주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내가 돌아갈 곳 없어 거리를 떠돌지 않아도 되었다. 새집에 도착한 후 나는 뜨거운 물로 샤워를 했는데 이전 수많은 나날의 불운을 씻어낸 셈이라 할 수 있었다.샤워를 마친 후, 난 여행지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요 몇 년 동안 난 너무 힘들게 살았다. 악착같이 벌어 유진이를 잘 살게 해주려고 했다. ‘허, 정말 너무 가소롭군.’ ‘지금은 나 혼자만의 생활을 즐기고 싶어.’ 모레 티켓을 예매한 후 난 모든 전원을 끄고 잠에 들었다. 다음날 나는 정오가 되어서야 잠에서 깼다. 핸드폰을 켜보니 부재중 전화가 아주 많았다. 위에 엄마로 표시된 부재중 전화를 보면서 나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전에는 연락 한번 없더니 유진에게 일이 생기니 내가 연락이 안 될까 안절부절이었다. 나는 받을 생각이 없었지만 맞은편은 기어코 나를 받게 하려는 듯했다. 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고 난 실수로 통화 버튼을 눌러 버렸다. 받자마자 저쪽에서 울고 있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니는 울면서 나더러 병원에 한 번 와달라고 아우성쳤다. [유리야, 너 지금 어디니?] [병원에 좀 와줄래?] [엄마가 제발
나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아니야. 언니는 단지 너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뿐이야.’ “한 사람을 좋아한다면 그 사람을 위해 모든 걸 바쳐야 해.” “네가 모든 걸 바치지 않으면 어떻게 다른 사람의 진심을 얻을 수 있겠어?” “만약 내가 남자친구가 있었다면 난 그가 나더러 죽으라고 했어도 죽었을 거야.”유진은 비록 연애에 올인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도 이 말은 반드시 하려 했다. 필경 의사가 경고한 말을 유진도 마음에 새기고 있을 테니 말이다. 유진도 내 뜻을 알아차린 듯했고 나를 보는 눈빛에 약간의 경계심이 생겼다. “방금 뭘 들은 거야?” 나는 귤을 유진에게 건네며 말했다. “내가 뭘 들었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건 네가 그 사람과 함께하고 싶고 넌 그 사람을 위해 쓸데없는 것들을 바쳤다는 거야.” 유진은 한숨을 쉬더니 말투도 약간 누그러졌다. “그런데 의사는 내가 렌즈를 다시 착용하면 눈이 완전히 먼다고 했어.” 난 눈썹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 “만약 네가 그 행운아라면? 만일 네 수술이 성공한다면?” “힘내, 자신의 사랑을 추구하는 건 아주 중요한 거야.” 내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병실 문이 열렸다. 들어온 사람은 바로 부모님이었다. “아이고, 유진아! 내 귀염둥이 딸, 이게 무슨 일이야?” “유진아!” 내가 반응을 하기도 전에 아버지는 나의 한쪽 팔을 잡으셨다. 그리고 뺨을 한 대 때렸다. 나는 멍해졌고 아버지는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는 듯했다. 또 다시 손을 들어 때리려 했지만 나는 바로 아버지의 팔을 잡았다. “너! 감히 날 노려봐?” 아버지는 생각지도 못한 듯 말투에 당황스러움이 묻어났다. 나는 힘을 주어 아버지의 팔을 뒤로 밀쳐냈고 그는 아프다고 마구 소리를 쳤다. “감히 네가 손을 대?” 어머니도 옆에서 거들었다. 내가 물었다. “왜 저를 때리는 겁니까?” 아버지는 얼굴에 분노가 가득했다. “아직도 뻔뻔스럽게 그걸 물어? 네가 유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잖아!”
전화를 받았지만 맞은편에서는 한참 동안 소리가 없었다. 약간 조급해진 나는 목소리가 저절로 높아졌다.“언제 돌아오세요?” “유진이 입원했어요! 곧 눈이 멀게 생겼다고요!” [뭐라고?] 맞은편에서는 분명 겁이 난 듯했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몇 번이나 되물었다. “빨리 돌아오세요. 곧 수술할 거예요.” 부모님은 전화를 끊고 바로 오후에 돌아오는 표를 샀다. 이때 유진도 실려 나왔다. 의사는 나에게 다가와 마스크를 벗었다. “저희는 동생분의 상황을 봤는데 아주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실명은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지금 물건을 보는 게 좀 희미할 겁니다. 앞으로 관리만 잘하면 회복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말하면서 의사는 핸드폰을 꺼냈다. “자, 이 렌즈 좀 보세요.” 핸드폰을 건네어 받은 나는 사진을 보고 저도 모르게 웃고 싶었다. 의사는 내가 알아보지 못할 까봐 친히 핸드폰을 가리키며 말했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이 렌즈는 아마 눈에 완전히 붙어버렸을 겁니다.” 내가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걸 알아차린 듯 의사는 또 엄숙하게 말했다. “제가 말씀해 드리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 단단하게 붙었을 겁니다.” “동생분은 눈이 정말 멀었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그때 수술을 하면 각막도 같이 떼어내야 할 겁니다!” 나는 연거푸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고 표시했다. 의사가 떠난 뒤 원래는 나도 떠나려고 했지만 눈을 힐끗 돌려보니 그날 유진과 데이트를 하던 민성이란 남자가 보였다. 민성은 약간 귀찮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빠른 걸음으로 유진의 병실로 들어갔다. 유진은 체질이 비교적 좋은데다 부분 마취만 했기에 깨어 있는 상태였다. 난 이런 싸움 구경을 당연히 놓칠 수 없었다. 그러나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할 때 안에서 말다툼 소리가 들렸다. 민성은 유진의 눈을 가리켰다. “지금 네가 네 눈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봐봐.” “징그럽지 않아?” 이 말을 들은 나는 숨을 들이쉬며 이제 민성은 정말 끝장났다고
소리를 들은 나와 의사는 바로 문을 밀고 들어갔다. 유진의 눈꺼풀에 난 상처에서 피가 새어나고 있었다. 유진은 자신의 눈꺼풀을 계속 비비며 아프다고 소리쳤다. 나와 의사는 필사적으로 유진의 팔을 꽉 잡았다. “눈 만지지 마십시오, 눈 만지지 마세요!” 말하면서 의사는 이미 침대 앞의 호출벨을 눌렀다. 잠시 후 수많은 간호사와 의사들이 들어왔다. 병실 안은 삽시간에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유진은 정서가 매우 불안정했고 눈은 비할 데 없이 아픈 듯했다. 하지만 유진의 팔은 우리에게 붙잡혀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의사는 어쩔 수 없이 유진에게 안정제를 주사했다. 유진의 정서가 점차 안정되고 나서야 의사는 천천히 나에게 유진의 팔을 놓으라고 표시했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유진은 바로 수술실로 실려갔고 맨 처음 나와 대화를 나누던 의사만 남았다. 의사는 의미심장하게 입을 열었다. “동생분이 실려왔을 때 저희는 환자가 눈에 렌즈를 세 켤레나 착용하고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줄곧 두 켤레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잘못 추측하고 있었던 것이다. 담 큰 내 동생 유진이가 아름다움을 위해 렌즈를 세 켤레나 착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환자가 실려왔을 때 눈꺼풀에서는 계속 피가 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가장 바깥쪽의 한 켤레만 벗겨낸 상태입니다.” “나중에 환자가 깨어난 후 남은 렌즈들도 떼어내려고 했는데 동생분께서 매우 거부적이었습니다!” 여기까지 말했을 때 의사는 매우 흥분한 듯했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현재 환자분의 눈은 실명될 가능성이 높으니 최악의 계획도 세워둬야 합니다.” 이 말을 내던진 의사는 화가 난 듯 떠났다. 난 의사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의사는 사람을 구하고 싶지만 그가 구해야 할 사람은 너무나 고집불통이었으니 말이다. 의사의 뒷모습이 내 눈앞에서 완전히 사라졌을 때 난 핸드폰을 꺼내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이는 그들이 낳았지만 이렇게 여러 해 동안 내가 취직을 한 뒤부
정리를 마친 유진은 캐리어를 끌고 떠났다. 유진은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유진이 날 신경 쓰지 않으니 나도 자연히 편안해졌다. 부동산 중개업자도 적당한 집이 생겼다고 나에게 전화가 왔다. 나는 부동산 중개업자와 만난 뒤 집 구조를 확인했다. 확실히 마음에 들었다. 집은 시내 중심에 위치하여 지리적 위치가 매우 우월했다. 게다가 남향이라 낮에는 햇빛이 충족하고 온 집안이 밝았다. 주택 관리 부분도 이곳은 최고라고 할 수 있었다. 나는 아주 만족하여 바로 계약하기로 했다. 계약서에 사인하고 돈까지 지불했는데도 내 수중에는 아직 500만 원이 남았다. 그리 많지는 않은 돈이었지만 그동안 내가 자유롭고 넉넉하게 보내기엔 충분했다. 중개업소에서 나오자 날은 이미 어두워졌는데 공교롭게도 나는 유진의 모습을 발견했다. 유진은 노란 머리의 남자와 손을 잡고 있었는데 계속 투정을 늘어놓고 있었다.“오늘 피 뽑는 거 정말 아파 죽는 줄 알았어.”하지만 서민성이라 불리는 그 남자는 유진을 안쓰러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약간 짜증을 냈다. “전에 돈 빌려서 내 핸드폰부터 사준다고 하지 않았어?” “지금 돈 생겼는데 내 핸드폰은 언제 사줄 거야?”유진의 얼굴은 약간 흉해졌다. “먼저 쌍수부터 하고 사줄 생각이었어.” “난 그런 건 잘 모르겠고 사주지 않으면 난 너와 헤어질 거야!” 그 뒤로 유진이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두 사람은 손을 잡고 핸드폰 매장으로 들어가는 게 보였다. 나는 유진이 빌린 돈은 분명 검은 돈일 것이라는 생각에 호기심을 금치 못했다.‘유진이 지금 저 남자에게 핸드폰을 사주면 쌍수는 어떻게 하려는 거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어떻게 하려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셋째 날 오후, 난 한 통의 낯선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다. 맞은편의 말투는 매우 초조해 보였다. [유진의 가족 되십니까?] 나는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조심스레 대답했다. “네, 무슨 일인가요?” 맞은편에서는 다행이라는 듯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유진이는 곧장 거울 앞으로 돌진하여 자신의 눈을 벌리고 렌즈를 끼워 넣었다. 방금 떨어진 건 유진이 어젯밤 착용한 두 번째 렌즈인데 내 생각에 첫 번째 렌즈는 이미 그녀의 눈동자에 단단히 붙어버린 듯하다. 렌즈를 착용한 후 유진이는 문을 나섰는데 그녀의 뒷모습을 보니 손은 눈 근처에 놓여 있었다. 사실 난 가끔 유진이 분명 그렇게 괴로워하면서도 왜 계속 렌즈를 끼려고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유진이 떠난 뒤 난 즉시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연락했다. 비록 유진에게는 내 돈 전부를 투자로 잃었다고 했지만 그 거짓말은 결국 들통 날 것이다. ‘그때 그 돈으로 유진의 병을 치료하는 것보다 지금 나를 위해 부동산을 사두는 게 낫지.’ 나는 나의 요구를 중개업자에게 하나씩 밝혔고 상대방도 매우 시원하게 승낙했다. [3일 내로 집을 준비한 뒤 연락 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뒤 나는 다시 은행으로 가 나의 모든 돈을 다른 은행으로 옮기고 비밀번호도 새로 설정했다. 전에는 유진이 돈 쓰는 걸 편하게 해주려고 내 카드를 직접 그녀에게 주었고 비밀번호도 자연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유진에게 주었던 모든 것들을 회수할 것이다. 전생에 내가 죽었을 때는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분명 난 유진에게 그토록 잘해주었건만 결국 그와 맞바꾼 것은 배은망덕한 복수였다. 지금의 유진은 이미 단순히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아름다움에 대해 미친 듯이 집착하고 있었다. 오후가 되어 유진이 집에 돌아왔고 그녀는 눈 근처 화장이 전부 지워져 있었다. 조금만 생각해 보아도 눈이 불편한 유진이 계속 비벼서 그렇게 된 것임을 알 수 있었다.유진은 다소 피곤한 듯한 표정으로 내 옆에 앉았다. “언니, 나 눈이 너무 불편해.” 난 머리를 내밀며 쳐다보았다. “어디가 불편해?” “쌍꺼풀이 아니라 렌즈 착용하는 게 좀 어려운 거 아니야?” 내 말을 들은 유진은 바로 낯빛이 변했다. “언니가 사기로 돈을 전부 날리지 않았으면 지금 난 이미 쌍꺼풀이었을 거야
유진의 안색은 극도로 어두워졌다. “그러니까 한 달 뒤 해주기로 약속했던 쌍수도 못 해준다 이거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유진이의 마음속에서도 이미 답은 있었다. “정말 재수 없어!”“난 정말 재수가 없어. 이렇게 뇌가 없는 언니를 뒀으니 말이야.” 유진이는 욕을 하면서 문을 열고 나갔다. 유진이 떠난 뒤 나는 녹초가 되어 소파에 누웠고 더 이상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유진이 꾸미기를 좋아하는 건 우리 가족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다. 우리 부모님은 약간 고지식하여 유진이 나이 또래에는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유진이가 꾸미기를 좋아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언니로서 동생의 작은 소원을 만족시켜 주려고 했다. 옷부터 화장품까지 전부 사줬다. 하지만 난 유진이에게 유독 컬러렌즈만은 사주지 않았다. “넌 심한 근시라 컬러렌즈를 착용하는 건 시력에 좋지 않아.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는 게 가장 좋아.” 당시 우리는 이 일로 크게 싸웠다. 나중에 나는 유진이의 방에서 대량의 싸구려 컬러렌즈를 발견했고 미친 듯이 화를 냈었다. 내가 한 번 버리면 유진이는 다시 한번 사곤 했다. 횟수가 많아지니 난 아예 상관하지 않기로 했고 유진이에게 너무 오랫동안 착용하지만 않으면 된다고 했다.하지만 유진이는 내 말을 귓등으로 여겼다.‘이제는 상관없어. 내 말을 귓등으로 듣던 말던 다시는 말하지 않을 거야.’ 유진이는 밤이 되어서야 돌아왔고 짙은 화장을 하고 있었다. 나는 유진이의 안목이 썩 괜찮다는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완벽한 화장에 파란색 컬러렌즈가 더해져 매우 매혹적이었다. 내가 유진이의 눈을 쳐다보니 그녀는 약간 의기양양하여 말했다. “어때? 내 렌즈 색깔 예쁘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예뻐. 하지만 렌즈를 빼면 이 색깔은 아닌 거잖아.” 단 한 번도 나에게 찬물을 끼얹어진 적이 없던 유진이는 갑자기 멍해졌고 목소리도 한껏 높아졌다. “언니, 내가 말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내 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