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호는 요 며칠 사이에 절에 자주 드나들었다.나는 그의 곁에 머물며 그의 걱정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스님, 저 좀 봐주세요. 혹시 무슨 귀신 같은 게 저를 따라다니는 거 아닌가요?”그는 마음의 평화를 위해 고급 굿을 예약했고, 또한 다양한 민간 신앙의 신들을 찾아다니며 도움을 구했다.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며 그는 무엇이든 시도해보고 싶어 했다.한편, 이지호의 출국 절차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이지호에게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그저 나를 없애고, 안전하게 출국할 수만 있다면 된다고 여겼다.나의 죽음은 연기처럼 사라져 흔적도 남지 않았다.심지어 내가 산후 우울증으로 자살했다는 증거까지 위조하기 시작했다.하지만 나는 여전히 움직일 수 없었다.매일 밤, 이지호는 아기 방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가끔씩 그는 중얼거리며 말했다.“너는 마음이 너무 약해서 자살을 선택한 거야. 아기가 이렇게 어린데 엄마를 잃게 만들다니. 너 참 이기적이다.”“모든 건 내 탓이 아니라 네 문제였어. 난 단지 너를 조금 벌줬을 뿐인데 그게 뭐 대수라고?”이지호는 아이를 안고 살며시 흔들며, 아이를 뚫어져라 쳐다봤다.나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조심스레 참고 망설였다.그러던 어느 날, 나는 명확히 보았다.출국 서류에는 아이의 정보가 없었다.그리고 송지유는 이 시점에 맞춰 아이에게 새로운 분유를 바꿔줬다.왠지 불안한 느낌이 들어 두 사람이 껴안고 잠든 틈을 타 내 영혼의 에너지를 소모하며 송지유의 휴대폰을 열어보았다.그 분유는 분명 택배로 받은 것이었지만 온라인 구매 내역에는 관련 구매 정보가 없었다.급히 찾아보던 중 하루 동안 알림이 숨겨진 메시지가 도착했다.“물건 받았어? 조심해서 써. 우리 대화는 꼭 지우고, 나를 엮지 마.”기록을 찾아보던 나는 영혼이 타들어가는 고통 속에서도 전에 그 연락처로 구매했던 한 물건이 떠올랐다.그 세 글자가 내 눈앞에 떠오르자 내 영혼은 떨렸다.[유산약]억제할 수 없는
저택 주변은 이미 폴리스 라인으로 둘러싸였고, 경찰은 이를 통해 이지호의 현재 거처를 찾아냈다. 그들은 엄숙한 표정으로 무당들의 의식을 중단시켰다. “나쁜 짓을 하고 양심에 찔리니까 무당을 불렀어? 그런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어?” 이지호는 수갑을 찬 채 경찰에 의해 끌려갔다. 그는 눈물과 콧물을 흘리며 후회는커녕 계속 변명했다. “나랑 상관없어요! 걔가 산후우울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거라니까요! 전 아무것도 몰라요. 왜 저를 잡아가는 거죠?” 이지호는 사건 현장으로 끌려가 지목을 요구받았지만 여전히 억울하다며 큰소리로 부인했다. “난 억울해요!” 이지호는 몰랐다. 경찰이 이미 CCTV를 통해 그의 고의적 폭행, 불법 감금, 살인에 이르게 한 사실을 모두 파악했다는 것을. 모든 증거를 기록한 CCTV는 내가 임신 중에 아기를 더 잘 돌보기 위해 설치해둔 것이었다. 하지만 이지호에게 그 사실을 말하기도 전에 그의 ‘벌’ 때문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 정말 웃긴 일이다. 송지유도 경찰에 의해 조사받았다. 그 우유통에서는 독극물이 검출되었고, 나는 한편으로는 두려우면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번엔 비극이 벌어지기 전에 막을 수 있으니까. 송지유는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이지호를 지목했다. “전 아무 상관없어요! 다 이 사람이 한 짓이에요. 저는 그저 강요받았을 뿐이에요.” “독우유를 사오라고 시킨 것도 이 사람이에요. 저를 이렇게 몰아세워서 함께 해외로 도망가려 했어요.” 이지호는 이렇게 빨리 배신당할 줄 몰랐는지 눈을 크게 뜨고 송지유에게 물었다. “너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이 모든 건 다 너랑 같이 있고 싶어서 벌어진 거잖아.” 송지유는 순식간에 표정을 바꾸며 말했다. “아내를 죽이고 자식을 해친 악마가, 나까지 끌어들이려고? 어림없어!” 이지호는 갑자기 냉소하였다. “너 일부러 유산해서 주현진을 모함한 거 내가 모를 줄 알았어?” “너도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거야. 걔
“지호 오빠, 요즘 아이가 너무 보채서 매일 밤 잠도 못 자겠어요. 심심미약인 거 같아.” 송지유는 이지호의 품에 기대어 입을 삐죽이며 투덜거렸다. “정말 언니가 부러워요. 아이를 낳아놓고선 아무것도 안 하잖아요. 힘든 일은 다 내가 하고.” “그런데도 나는 내 아이조차 지키지 못하고 남의 아이까지 돌보고 있어요...” 송지유는 말하면서 슬픈 기억이 떠오른 듯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을 보자 이지호의 눈 속에는 감출 수 없는 안타까움이 번졌다. “지유야, 내가 잘못 생각했어. 지금 당장 아이를 돌려보낼게.” “처음엔 네가 아이를 잃은 아픔을 덜어주고 싶어서 그랬는데, 돌보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어. 내 잘못이야, 미안해.” 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곧바로 비서를 불렀다. “주현진이 요즘 왜 이렇게 잠잠해? 또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거야? 그냥 가볍게 벌 좀 줬을 뿐인데 이럴 필요까지 있나?” “지금 당장 데려와서 아이를 돌보라고 해. 며칠 쉬더니 아주 편했나 보네. 덕분에 우리 지유만 고생했잖아.” 내 애기가 나오자 그의 얼굴에는 짙은 불쾌감이 떠올랐다. “지유가 이렇게 며칠이나 대신 아이를 돌봤는데도 고마운 말 한마디 없어. 아이에게도 관심 하나 없고. 나한테 화가 났다고 이렇게까지 한다고?” 비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나가려는 순간 송지유가 입을 열어 그를 붙잡았다. “현진 언니한테는 조금 상냥하게 대해 주세요. 언니도 출산한 지 얼마 안 돼서 많이 힘들 거예요.” 송지유는 부드럽고 순한 말투로 말했다. 마치 착하고 이해심 많은 사람처럼 보였다. 그 말을 듣고 이지호는 금세 마음이 누그러졌다. “지유야, 넌 너무 착해서 탈이야. 너를 그렇게 만든 사람이 바로 그 여자라는 걸 왜 몰라? 넌 너무 순진하고 착해서 그 여자의 꿍꿍이를 알아보지 못하는 거야.” 송지유는 눈길을 떨구며 억울한 기분을 억누르는 듯했다. “내가 너무 멍청해서 제 아이를 지키지 못한 거지, 언니 탓을 할 순 없죠. 언
“지호 오빠, 언니 왜 이렇게 안 와요? 혹시 나한테 화난 거 아니에요? 내가 언니한테 가서 사과할까요?” 송지유가 입을 삐죽이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언니는 오빠 아내이니까 나랑 비할 수는 없죠...” 이지호는 송지유의 말에 웃으며 그녀를 놀렸다. “그래? 그럼 나 걔를 찾아간다?” 송지유는 당장이라도 울 것처럼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알았어, 농담이야. 내 마음속엔 너만큼 중요한 사람은 없어.” 이지호는 무심히 웃으며 말했다. “주현진은 내 옆에 있는 것으로도 과분한데 무슨 자격으로 화를 내? 사과는 걔가 네게 해야지.” “걔가 괜히 임산부 요가를 추천하지 않았다면 네가 이런 일을 겪지도 않았을 거야...” 이 말을 들은 나는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난 송지유에게 임산부 요가를 추천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날 내가 집에 돌아왔을 때 마침 송지유가 와 있었고, 어릴 적부터 이지호와 친했던 동생인데다 나처럼 임신 중이라 경계심 없이 그녀를 대했다. 송지유는 내 얼굴빛이 좋다며 몸매도 망가지지 않았다고 칭찬했고, 나는 형식적으로 답했다. “별거 아니야. 내가 운동을 좀 더 해서 그런가 봐.” 송지유는 웃으며 말했다. “언니는 정말 복 받았어요. 지호 오빠가 언니를 꽃처럼 아끼잖아요.” 그때 나는 둔감하게도 그녀의 비꼬는 말을 알아채지 못하고, 그저 웃으며 답했다. “맞아. 지호는 정말 좋은 사람이야.” 그날 이후 송지유는 임산부 요가를 등록했고, 비용은 이지호가 전부 부담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사고가 터지자 모든 화살은 나를 향했다. “지유야, 주현진 오면 굳이 예의 차리지 않아도 돼. 그냥 집안일이나 시키고 가정부처럼 써도 괜찮아.” “저런 천한 여자는 좀 고생해야 제값을 알아. 아니면 자기가 무슨 귀한 여자인 줄 알잖아.” 송지유는 순진한 척하며 물었다. “왜요? 내가 언니를 어떻게 가정부처럼 부려요?” 이지호는 코웃음을 치며 비웃었다. “맨날 누워
“아직도 안 왔어? 무슨 대단한 스타라도 되나? 불러오는 게 이렇게 힘든 거야?” 이지호는 비서한테 전화를 걸며 화난 목소리로 물었다. “사장님... 사모님이 집에 안 계십니다. 집을 샅샅이 뒤져봤지만 아무 데도 안 보이셨어요.” “근데 집 안에서 뭔가 이상한 악취가 나더라고요. 특히 지하실 쪽에서 심하게 나는데, 지하실 문은 잠겨 있어서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비서의 말을 들은 이지호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무언가를 떠올린 듯 그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됐어, 신경 쓰지 마. 분명 날 화나게 하려고 몰래 나갔겠지. 회사로 돌아가고, 문 잘 잠그고 나와.” 전화를 끊은 이지호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송지유는 그를 보며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또 언니가 무슨 문제를 일으켰나 봐요? 정말 언니가 부러워요. 마음대로 투정도 부리고... 나처럼 뭐든 조심조심하지 않아도 되니까.” 이지호는 동작을 멈추고 목소리를 한결 부드럽게 낮췄다. “지유야, 그렇게 생각하지 마. 내 앞에서 너는 네 모습 그대로 보이면 돼. 그냥 그 여자가 또 문제를 일으켰을 뿐이야. 빨리 가서 처리하고 올게.” “거기 일이 다 끝나면 바로 널 데리고 와서 사과하게 할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두 사람은 아쉬운 듯 서로 끌어안고, 송지유는 눈물 한 방울을 떨어뜨렸다. “오빠, 빨리 와요. 나 혼자 있으면 무서워요.” 나는 이 장면을 보며 구역질이 올라왔다. 다행히도 영혼에게는 위장이 없어서 구토할 일은 없었다. 나는 역겨움을 참으며 이지호 곁에 붙어 그가 굳은 표정으로 차를 몰아 내가 숨졌던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지켜봤다. 문을 열자마자 이지호는 코를 움켜쥐며 얼굴을 찌푸렸다. 어딘지 모르게 알 수 없는 냄새가 그를 질리게 했고, 그는 곧장 지하실로 내려갔다. 문 앞에 있는 자물쇠를 보자 발걸음이 잠시 휘청거렸다. 깊게 숨을 들이쉰 뒤 그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며칠 굶는다고 죽기야 하겠어? 게다가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주현진, 너 대체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는 거야?” 내 시체를 보며 그는 본능적으로 비난부터 퍼부었다. “너 이거 일부러 죽어서 나한테 죄책감을 느끼게 하려고 하는 거지? 이런 유치한 장난질이나 하고, 정말 어이가 없네!” “정말 황당하다. 애를 며칠 봐준 것뿐인데 정신적으로 무너질 거라고? 어떻게 이런 식으로 굴 수 있냐고?” 그가 겁에 질려 창백해진 얼굴을 하는 걸 보며, 나는 그의 등 뒤에서 음침하게 입을 열었다. “죽은 사람이 무슨 수작을 부리겠어?” 갑자기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뒤통수를 감싸는 이지호. 그는 겁에 질려 외쳤다. “누구야! 누구야! 누가 장난치는 거야?” 이지호가 이렇게 당황해하는 모습은 처음 봤다. 나는 속으로 약간 통쾌했지만 웃음을 억누르며 그의 뒤로 다가가 말했다. “귀신이 장난치는 거야, 자기야.” 이지호는 귀신에 홀린 듯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기어 도망가려고 했다. 겨우 일어나려 했지만 다리가 풀려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다시 넘어졌다. “지금 무슨 시대인데. 귀신이나 요괴 같은 거 하나도 안 무섭다고!” 나는 크게 웃으며, 그의 귀에 바람을 불어넣듯 속삭였다. “안 무섭다면서 왜 바지에 오줌 쌌어?” 바로 그 순간, 이지호의 아래에서 노란 액체가 흘러나와 바닥으로 퍼졌다. “주현진, 너지? 네가 귀신 짓 하는 거지? 넌 살아있을 때나 죽어있을 때나 똑같아, 사람을 열 받게 해! 네가 나를 겁먹게 할 거라고 생각했어?” 나는 그의 앞에 떠올라 웃으며 말했다. 웃는 동안 눈에서는 피눈물이 흘렀다. “내가 그렇게 싫으면서 그때 왜 나를 쫓아다녔는데?” 6년 전, 그는 나를 미친 듯이 쫓아다니며 사랑을 고백하고 끈질기게 내 마음을 흔들었다. 그의 진심에 감동한 나는 경계를 내려놓고 고백을 받아들였다. 처음엔 정말 다정했다. 내 감정을 세심하게 배려하며 온 신경을 써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사랑'이 단지 다른 사람을 대신할
저택 주변은 이미 폴리스 라인으로 둘러싸였고, 경찰은 이를 통해 이지호의 현재 거처를 찾아냈다. 그들은 엄숙한 표정으로 무당들의 의식을 중단시켰다. “나쁜 짓을 하고 양심에 찔리니까 무당을 불렀어? 그런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어?” 이지호는 수갑을 찬 채 경찰에 의해 끌려갔다. 그는 눈물과 콧물을 흘리며 후회는커녕 계속 변명했다. “나랑 상관없어요! 걔가 산후우울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거라니까요! 전 아무것도 몰라요. 왜 저를 잡아가는 거죠?” 이지호는 사건 현장으로 끌려가 지목을 요구받았지만 여전히 억울하다며 큰소리로 부인했다. “난 억울해요!” 이지호는 몰랐다. 경찰이 이미 CCTV를 통해 그의 고의적 폭행, 불법 감금, 살인에 이르게 한 사실을 모두 파악했다는 것을. 모든 증거를 기록한 CCTV는 내가 임신 중에 아기를 더 잘 돌보기 위해 설치해둔 것이었다. 하지만 이지호에게 그 사실을 말하기도 전에 그의 ‘벌’ 때문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 정말 웃긴 일이다. 송지유도 경찰에 의해 조사받았다. 그 우유통에서는 독극물이 검출되었고, 나는 한편으로는 두려우면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번엔 비극이 벌어지기 전에 막을 수 있으니까. 송지유는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이지호를 지목했다. “전 아무 상관없어요! 다 이 사람이 한 짓이에요. 저는 그저 강요받았을 뿐이에요.” “독우유를 사오라고 시킨 것도 이 사람이에요. 저를 이렇게 몰아세워서 함께 해외로 도망가려 했어요.” 이지호는 이렇게 빨리 배신당할 줄 몰랐는지 눈을 크게 뜨고 송지유에게 물었다. “너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이 모든 건 다 너랑 같이 있고 싶어서 벌어진 거잖아.” 송지유는 순식간에 표정을 바꾸며 말했다. “아내를 죽이고 자식을 해친 악마가, 나까지 끌어들이려고? 어림없어!” 이지호는 갑자기 냉소하였다. “너 일부러 유산해서 주현진을 모함한 거 내가 모를 줄 알았어?” “너도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거야. 걔
이지호는 요 며칠 사이에 절에 자주 드나들었다.나는 그의 곁에 머물며 그의 걱정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스님, 저 좀 봐주세요. 혹시 무슨 귀신 같은 게 저를 따라다니는 거 아닌가요?”그는 마음의 평화를 위해 고급 굿을 예약했고, 또한 다양한 민간 신앙의 신들을 찾아다니며 도움을 구했다.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며 그는 무엇이든 시도해보고 싶어 했다.한편, 이지호의 출국 절차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이지호에게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그저 나를 없애고, 안전하게 출국할 수만 있다면 된다고 여겼다.나의 죽음은 연기처럼 사라져 흔적도 남지 않았다.심지어 내가 산후 우울증으로 자살했다는 증거까지 위조하기 시작했다.하지만 나는 여전히 움직일 수 없었다.매일 밤, 이지호는 아기 방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가끔씩 그는 중얼거리며 말했다.“너는 마음이 너무 약해서 자살을 선택한 거야. 아기가 이렇게 어린데 엄마를 잃게 만들다니. 너 참 이기적이다.”“모든 건 내 탓이 아니라 네 문제였어. 난 단지 너를 조금 벌줬을 뿐인데 그게 뭐 대수라고?”이지호는 아이를 안고 살며시 흔들며, 아이를 뚫어져라 쳐다봤다.나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조심스레 참고 망설였다.그러던 어느 날, 나는 명확히 보았다.출국 서류에는 아이의 정보가 없었다.그리고 송지유는 이 시점에 맞춰 아이에게 새로운 분유를 바꿔줬다.왠지 불안한 느낌이 들어 두 사람이 껴안고 잠든 틈을 타 내 영혼의 에너지를 소모하며 송지유의 휴대폰을 열어보았다.그 분유는 분명 택배로 받은 것이었지만 온라인 구매 내역에는 관련 구매 정보가 없었다.급히 찾아보던 중 하루 동안 알림이 숨겨진 메시지가 도착했다.“물건 받았어? 조심해서 써. 우리 대화는 꼭 지우고, 나를 엮지 마.”기록을 찾아보던 나는 영혼이 타들어가는 고통 속에서도 전에 그 연락처로 구매했던 한 물건이 떠올랐다.그 세 글자가 내 눈앞에 떠오르자 내 영혼은 떨렸다.[유산약]억제할 수 없는
“너 잊지 마, 딸은 아직 내 손안에 있어.” 딱 이 한마디에 나는 순식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바람이 점점 잦아들며 모든 것이 다시 고요해졌다. 이지호는 마치 계획이 성공한 듯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죽든 살든, 넌 내 손바닥 안이야. 딸을 생각한다면 조용히 있는 게 좋을 거야. 더 이상 쓸데없는 짓 하지 마.” “네가 죽은 건 네 좁은 속 때문이지 누구 탓할 것도 없어. 알겠어?” 말을 마치고 그는 다소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일어나 이 악취 나는 지하실을 떠났다. 차를 급히 몰며, 발걸음은 서두르는 듯했다. 송지유를 본 순간에서야 그의 표정이 조금씩 누그러졌다. 송지유는 곧바로 그의 품에 안겼다. “혼자 왔어요? 현진 언니는요? 같이 안 왔어요?” 내 이야기가 나오자 이지호의 얼굴에 묘한 표정이 스쳤다. 두려움 같기도 하고, 혐오 같기도 한 그 표정. 결국 이를 악물고 답했다. “그 악녀는 신경 쓸 필요 없어. 내가 잘 벌 줄 테니까.” 송지유는 그야말로 속 깊은 사람이었다. “알았어요, 너무 화내지 말아요. 언니가 또 오빠를 화나게 했어요? 아니면 내가 오빠한테 민폐를 끼쳤나 봐요. 그래서 절 만나러 오기 싫었던 거죠?” “오빠랑 언니의 관계가 좋아질 수만 있다면 내가 언니한테 사과하러 가도 좋아요. 오빠만 행복하면 돼요.” 이지호는 손을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걔를 잡아다가 너한테 속죄하게 하지 못한 게 유일한 아쉬움이야.” 이지호는 송지유를 바라보며 눈빛 가득 뜨거운 감정을 담았다. “지유야, 저쪽 일이 마무리되면 바로 너 데리고 출국할게.” “다시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곳으로 가서 너랑 나만의 아이를 낳고 우리 세 식구가 행복하게 살자.” 그는 온 얼굴에 행복한 표정을 가득 담았지만 그 말은 내게 너무나 거슬렸다. 그들이 행복한 세 식구라면 내 딸은? 나는 그의 몸에 달라붙어 단단히 감싸 안았다. 이지호가 이를 알아채고는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는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주현진, 너 대체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는 거야?” 내 시체를 보며 그는 본능적으로 비난부터 퍼부었다. “너 이거 일부러 죽어서 나한테 죄책감을 느끼게 하려고 하는 거지? 이런 유치한 장난질이나 하고, 정말 어이가 없네!” “정말 황당하다. 애를 며칠 봐준 것뿐인데 정신적으로 무너질 거라고? 어떻게 이런 식으로 굴 수 있냐고?” 그가 겁에 질려 창백해진 얼굴을 하는 걸 보며, 나는 그의 등 뒤에서 음침하게 입을 열었다. “죽은 사람이 무슨 수작을 부리겠어?” 갑자기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뒤통수를 감싸는 이지호. 그는 겁에 질려 외쳤다. “누구야! 누구야! 누가 장난치는 거야?” 이지호가 이렇게 당황해하는 모습은 처음 봤다. 나는 속으로 약간 통쾌했지만 웃음을 억누르며 그의 뒤로 다가가 말했다. “귀신이 장난치는 거야, 자기야.” 이지호는 귀신에 홀린 듯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기어 도망가려고 했다. 겨우 일어나려 했지만 다리가 풀려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다시 넘어졌다. “지금 무슨 시대인데. 귀신이나 요괴 같은 거 하나도 안 무섭다고!” 나는 크게 웃으며, 그의 귀에 바람을 불어넣듯 속삭였다. “안 무섭다면서 왜 바지에 오줌 쌌어?” 바로 그 순간, 이지호의 아래에서 노란 액체가 흘러나와 바닥으로 퍼졌다. “주현진, 너지? 네가 귀신 짓 하는 거지? 넌 살아있을 때나 죽어있을 때나 똑같아, 사람을 열 받게 해! 네가 나를 겁먹게 할 거라고 생각했어?” 나는 그의 앞에 떠올라 웃으며 말했다. 웃는 동안 눈에서는 피눈물이 흘렀다. “내가 그렇게 싫으면서 그때 왜 나를 쫓아다녔는데?” 6년 전, 그는 나를 미친 듯이 쫓아다니며 사랑을 고백하고 끈질기게 내 마음을 흔들었다. 그의 진심에 감동한 나는 경계를 내려놓고 고백을 받아들였다. 처음엔 정말 다정했다. 내 감정을 세심하게 배려하며 온 신경을 써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사랑'이 단지 다른 사람을 대신할
“아직도 안 왔어? 무슨 대단한 스타라도 되나? 불러오는 게 이렇게 힘든 거야?” 이지호는 비서한테 전화를 걸며 화난 목소리로 물었다. “사장님... 사모님이 집에 안 계십니다. 집을 샅샅이 뒤져봤지만 아무 데도 안 보이셨어요.” “근데 집 안에서 뭔가 이상한 악취가 나더라고요. 특히 지하실 쪽에서 심하게 나는데, 지하실 문은 잠겨 있어서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비서의 말을 들은 이지호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무언가를 떠올린 듯 그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됐어, 신경 쓰지 마. 분명 날 화나게 하려고 몰래 나갔겠지. 회사로 돌아가고, 문 잘 잠그고 나와.” 전화를 끊은 이지호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송지유는 그를 보며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또 언니가 무슨 문제를 일으켰나 봐요? 정말 언니가 부러워요. 마음대로 투정도 부리고... 나처럼 뭐든 조심조심하지 않아도 되니까.” 이지호는 동작을 멈추고 목소리를 한결 부드럽게 낮췄다. “지유야, 그렇게 생각하지 마. 내 앞에서 너는 네 모습 그대로 보이면 돼. 그냥 그 여자가 또 문제를 일으켰을 뿐이야. 빨리 가서 처리하고 올게.” “거기 일이 다 끝나면 바로 널 데리고 와서 사과하게 할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두 사람은 아쉬운 듯 서로 끌어안고, 송지유는 눈물 한 방울을 떨어뜨렸다. “오빠, 빨리 와요. 나 혼자 있으면 무서워요.” 나는 이 장면을 보며 구역질이 올라왔다. 다행히도 영혼에게는 위장이 없어서 구토할 일은 없었다. 나는 역겨움을 참으며 이지호 곁에 붙어 그가 굳은 표정으로 차를 몰아 내가 숨졌던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지켜봤다. 문을 열자마자 이지호는 코를 움켜쥐며 얼굴을 찌푸렸다. 어딘지 모르게 알 수 없는 냄새가 그를 질리게 했고, 그는 곧장 지하실로 내려갔다. 문 앞에 있는 자물쇠를 보자 발걸음이 잠시 휘청거렸다. 깊게 숨을 들이쉰 뒤 그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며칠 굶는다고 죽기야 하겠어? 게다가
“지호 오빠, 언니 왜 이렇게 안 와요? 혹시 나한테 화난 거 아니에요? 내가 언니한테 가서 사과할까요?” 송지유가 입을 삐죽이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언니는 오빠 아내이니까 나랑 비할 수는 없죠...” 이지호는 송지유의 말에 웃으며 그녀를 놀렸다. “그래? 그럼 나 걔를 찾아간다?” 송지유는 당장이라도 울 것처럼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알았어, 농담이야. 내 마음속엔 너만큼 중요한 사람은 없어.” 이지호는 무심히 웃으며 말했다. “주현진은 내 옆에 있는 것으로도 과분한데 무슨 자격으로 화를 내? 사과는 걔가 네게 해야지.” “걔가 괜히 임산부 요가를 추천하지 않았다면 네가 이런 일을 겪지도 않았을 거야...” 이 말을 들은 나는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난 송지유에게 임산부 요가를 추천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날 내가 집에 돌아왔을 때 마침 송지유가 와 있었고, 어릴 적부터 이지호와 친했던 동생인데다 나처럼 임신 중이라 경계심 없이 그녀를 대했다. 송지유는 내 얼굴빛이 좋다며 몸매도 망가지지 않았다고 칭찬했고, 나는 형식적으로 답했다. “별거 아니야. 내가 운동을 좀 더 해서 그런가 봐.” 송지유는 웃으며 말했다. “언니는 정말 복 받았어요. 지호 오빠가 언니를 꽃처럼 아끼잖아요.” 그때 나는 둔감하게도 그녀의 비꼬는 말을 알아채지 못하고, 그저 웃으며 답했다. “맞아. 지호는 정말 좋은 사람이야.” 그날 이후 송지유는 임산부 요가를 등록했고, 비용은 이지호가 전부 부담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사고가 터지자 모든 화살은 나를 향했다. “지유야, 주현진 오면 굳이 예의 차리지 않아도 돼. 그냥 집안일이나 시키고 가정부처럼 써도 괜찮아.” “저런 천한 여자는 좀 고생해야 제값을 알아. 아니면 자기가 무슨 귀한 여자인 줄 알잖아.” 송지유는 순진한 척하며 물었다. “왜요? 내가 언니를 어떻게 가정부처럼 부려요?” 이지호는 코웃음을 치며 비웃었다. “맨날 누워
“지호 오빠, 요즘 아이가 너무 보채서 매일 밤 잠도 못 자겠어요. 심심미약인 거 같아.” 송지유는 이지호의 품에 기대어 입을 삐죽이며 투덜거렸다. “정말 언니가 부러워요. 아이를 낳아놓고선 아무것도 안 하잖아요. 힘든 일은 다 내가 하고.” “그런데도 나는 내 아이조차 지키지 못하고 남의 아이까지 돌보고 있어요...” 송지유는 말하면서 슬픈 기억이 떠오른 듯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을 보자 이지호의 눈 속에는 감출 수 없는 안타까움이 번졌다. “지유야, 내가 잘못 생각했어. 지금 당장 아이를 돌려보낼게.” “처음엔 네가 아이를 잃은 아픔을 덜어주고 싶어서 그랬는데, 돌보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어. 내 잘못이야, 미안해.” 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곧바로 비서를 불렀다. “주현진이 요즘 왜 이렇게 잠잠해? 또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거야? 그냥 가볍게 벌 좀 줬을 뿐인데 이럴 필요까지 있나?” “지금 당장 데려와서 아이를 돌보라고 해. 며칠 쉬더니 아주 편했나 보네. 덕분에 우리 지유만 고생했잖아.” 내 애기가 나오자 그의 얼굴에는 짙은 불쾌감이 떠올랐다. “지유가 이렇게 며칠이나 대신 아이를 돌봤는데도 고마운 말 한마디 없어. 아이에게도 관심 하나 없고. 나한테 화가 났다고 이렇게까지 한다고?” 비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나가려는 순간 송지유가 입을 열어 그를 붙잡았다. “현진 언니한테는 조금 상냥하게 대해 주세요. 언니도 출산한 지 얼마 안 돼서 많이 힘들 거예요.” 송지유는 부드럽고 순한 말투로 말했다. 마치 착하고 이해심 많은 사람처럼 보였다. 그 말을 듣고 이지호는 금세 마음이 누그러졌다. “지유야, 넌 너무 착해서 탈이야. 너를 그렇게 만든 사람이 바로 그 여자라는 걸 왜 몰라? 넌 너무 순진하고 착해서 그 여자의 꿍꿍이를 알아보지 못하는 거야.” 송지유는 눈길을 떨구며 억울한 기분을 억누르는 듯했다. “내가 너무 멍청해서 제 아이를 지키지 못한 거지, 언니 탓을 할 순 없죠. 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