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훈의 마음이 조금 움직였다! 이건 함정이야! 그의 첫 번째 반응이었다.이씨 가문의 얼굴을 후려갈겼는데도 이동민이 용골을 내놓겠다고?물론 용골을 위해서라면 함정이라도 확인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연성훈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얘기해 봐요. 뭘 원하는데요?”“아주 간단해.”이동민는 평온하게 말했다. “우리처럼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겐 돈만 필요해. 우리 이씨 가문의 용골 세 개로 여명 그룹의 모든 주식을 줘. 진미영이 원하던 100조 원과 같아. 어때? 그리고 네가 진미영에게 돈을 어떻게 지급할지는 신경 쓰지 않아. 네가 이 조건만 따라준다면 내일 오후 아일랜드 장원으로 와서 계약을 체결하면 돼. 어때?”연성훈의 표정이 변했다.이씨 가문이 여명 그룹을 되찾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였다.용골은 이동민이 흡수할 수 없었다. 그러니 그에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물건인 셈이다. 쓸모없는 용골 세 개로 여명 그룹의 경영권을 갖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하지만, 그가 선택한 장소가 조금 의심스러웠다. 아일랜드 장원은 연경이 아닌, 도시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정상적으로 거래를 원한다면 그냥 아무런 호텔 하나를 선택하면 그만이었다.연성훈도 이 세 개의 용골을 얻기 위해 100조 원을 내는 것도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허... 아일랜드 장원에서 날 해결하고 진미영 일까지 끝내려는 속셈이로군.그는 속으로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알겠어요. 아일랜드 장원의 주소를 보내요. 내일 몇 시쯤 갈까요?”“내일 밤 7시 어때? 그쪽에서 함께 저녁도 먹고.”이동민이 말했다.“그래요. 제시간에 도착할게요.” 연성훈이 평온하게 말했다.전화를 끊고, 연성훈은 코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이 늙은이가 나한테 손을 쓰려는 모양이네.”그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벽에 걸린 야밤과 무영 이 두 칼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한편, 시차 때문에 연성훈이 있는 곳은 이미 오후였지만, 크라임 시티가 위치한 섬은 해가 뜨는 시
연성훈은 먼 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알지 못했다. 크라임 시티에 들어서면 외부 세계와의 연락이 완전히 끊겨 버린다. 그리고 그곳에서 벗어나려면 매우 엄격한 조건을 갖춰야만 했다.한가했던 연성훈은 집 거실에서 오후 내내 TV를 보았고, 용아름도 오후 내내 잤다. 오후 5시 30분까지도 여전히 자고 있다니...오후 5시 30분, 연성훈은 잠든 용아름의 방을 한 번 보고는 이마를 찡그렸다.그는 찻상에 메모를 남겨놓았다.[난 밖에 나갈 거니까 아름 씨 일어나면 혼자 음식 찾아드세요.]그리고 차고에 가서 차를 몰고 곽태호의 집으로 향했다.도착하자마자 곽소영이 달려와서 연성훈을 껴안았다.그녀는 연성훈을 아주 좋아했다. 곽소영의 기억 속에서 연성훈은 슈퍼 히어로였고 그때의 그 장면은 머릿속에 깊이 남아 있었다.“흥, 성훈 오빠. 나랑 놀아줄 거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오래 지났는데도 왜 연락 한번 안 해요? 카카오톡도 가끔 답장하고.”곽소영이 입술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이를 본 연성훈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오빠가 요즘은 좀 바빠.”곽소영은 조심스럽게 방 안을 두리번거리며 물었다.“임무를 수행 중이에요?”“응.”연성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기밀이야. 가자, 네 부모님 만나러!” “네!”곽소영이 연성훈의 손을 잡고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별장의 거실에는 곽우영이 소파에 앉아 폰을 놀고 있었고, 곽태호는 안경을 쓴 채 책을 읽고 있었다.그들 외에도 아주 아름다운 귀부인 한 명도 있었다. 그녀는 연성훈을 힐끗 쳐다보았는데 연성훈이 밤에 올 거라는 걸 알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그녀는 곽소영이 연성훈의 손을 잡고 있는 것을 보고 이마를 찡그리며 말했다.“소영아, 너 이제 16살이야. 이미 다 큰 어른인데 외간 남자에게 붙어있지 말고 이리 와서 앉아!”“네.”곽소영이 살짝 입술을 오므린 채 연성훈의 손을 놓았다.이 여자는 분명 곽소영과 곽우영의 어머니였다. 나이가 들었는데도 여전히 아름다웠다.딱 보기에 그녀는 꽤 엄
밥을 먹는 과정에 거의 아무 교류도 없었다. 곽태호도 아주 조용히 있었다.식사를 마친 후, 곽태호는 조금 어색한 시선으로 연성훈을 보며 말했다.“우영아, 네가 소영이랑 성훈 씨를 데리고 나가 놀아.”곽우영의 눈빛이 순간 밝아졌다.“네!”이때 그들의 어머니가 입을 열었다.“12시 전엔 반드시 들어와야 한다.”“네.”곽우영은 연이어 고개를 끄덕인 후, 연성훈을 향해 눈을 깜박였다.연성훈도 지금 떠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에게 인사를 했다. 이때 뭘 떠올린 그가 곽태호를 보며 말했다.“아, 지분에 대한 일은 먼저 계약을 체결하죠.”“그건 급하지 않아요.”곽태호가 말했다.“먼저 우영이랑 함께 나가 놀아요.”연성훈은 고개를 끄덕였다.“네.”세 사람은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섰다. 밖에 나온 후, 곽우영이 이마를 쓱쓱 닦으며 말했다.“어우, 드디어 나왔네. 제길, 정말 답답해서 죽을 뻔했어.”연성훈은 이상한 시선으로 그를 보더니 물었다.“집안 분위기가 원래 이렇게 갑갑해?”곽우영이 한숨을 내쉬었다.“뭐,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그는 조용히 연성훈에게 말했다.“우리 아빠가 엄마를 좋아서 쫓아다녔어요. 예전에 엄마가 아빠를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우리 집안이 좀 부유하잖아요. 그니까 엄마 집안에서 강제적으로 엄마를 아빠와 결혼하게 했어요, 뭐, 시간이 지나다 보니까 엄마도 습관 되긴 했는데 그래도 아빠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으세요. 간단하게 말하면 아빠는 엄마를 쫓아다니면서 모든 걸 가졌지만 유독 엄마의 사랑만 갖지 못했다는 얘기죠.”“오빠, 함부로 말하지 마.”곽소영이 얼른 입을 열었다.“우리 집이 이렇게 된 건 오빠가 말한 게 일부분이긴 해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오빠 때문이에요. 엄마는 전에 집안일에 별로 관심이 없으셨어요. 그런데 나중에 오빠가 연경에서 놀고먹는데 으뜸가는 도련님으로 뽑힌 다음부터 엄마가 가정 교육이 부족했다며 지금 이렇게 변했지 뭐에요.”곽우영이 머쓱한 듯 고개를 긁적였다.“그,
연승훈은 곽소영을 데리고 주변의 쇼핑몰을 돌아다니면서 그녀에게 작은 선물도 사주었다. 대부분 비싸지 않은 것들이지만, 그녀는 분명히 기뻐했다.물건을 산 뒤, 그들은 영화를 한 편 보았다. 밖에 나왔을 땐 이미 밤 11시가 되어 있었다.연승훈은 곽소영을 데리고 꼬칫집에 갔다. 자리에 앉은 후, 연승훈은 많은 꼬치를 시켰다. 곽소영이 꼬치를 두어 입 먹은 후 맛있다며 감탄했다.그녀는 어머니 때문에 16년 동안 꼬치를 먹어본 적이 거의 없었다. 가끔 어머니가 없을 때만 곽태호가 몰래 데리고 왔다고 한다.연승훈은 웃으며 곽소영을 바라보았다. 가끔은 그도 이렇게 순순하고 이해심 있으며 또한 예쁘고 사랑스러운 여동생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이 꼬칫집은 장사가 제법 잘 되었다. 가게 안에는 술을 마시고 게임을 놓는 등 각양각색의 사람들로 가득 찼다.곽소영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매력적이고 아름다웠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추인혜 덕분에 연승훈은 아름다운 여자와 함께 거리를 걸을 때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래서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다 먹었으면 널 집에 데려다줘야겠어.”연승훈이 웃으며 말했다.꼬치를 들고 있던 곽소영의 손이 갑자기 멈췄다. 그녀는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다음번엔 또 언제 날 보러 올 거예요?”“다음에는...”연승훈이 아래턱을 만지며 말했다. “연경을 떠나기 전에 널 데리고 여기 꼬칫집으로 올게.”“좋아요!”곽소영은 이제야 기쁜 얼굴로 웃었다.“와아아아…”이 순간, 어린아이의 우는 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연승훈은 소리가 나는 쪽을 살펴보았다. 가게 안에는 젊은 커플이 앉아 있었는데, 그중 여자는 아이를 품에 안고 있었다.아이는 아주 작았고, 연승훈의 추측에 따르면 7, 8개월 정도로 아직 젖을 먹고 있는 것 같았다.아이가 울자, 커플은 허둥지둥 아이를 달랬다.“괜찮아, 괜찮아. 울지 마, 울지 마!”여자가 몸을 흔들며, 아이를 달래고 있었다. 옆에 있는
“넷째, 아이가 울 때 다른 사람이 알려줘서야 아이가 배고팠다는 것을 알더군요.”“다섯째, 아직 젖을 떼지 못한 아이에게 찬 우유를 먹이는 어머니도 없을 겁니다.”하나하나씩 짚어내는 연성훈의 말에 온 꼬칫집이 함께 조용해졌다. 모두 이 젊은 부부를 바라보고 있었다.두 사람의 이마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그리고 곽소영은 이미 경찰에 신고하고 있었다.잠시 후, 두 사람은 침착해졌다. 남자는 비릿한 웃음을 짓더니 말했다.“넌 죽었어!”그의 얼굴엔 독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고, 여자는 아이를 연성훈에게 던졌다. 그리고 둘은 동시에 밖을 향해 도망치려고 했다.연성훈은 오른손으로 아이를 받은 후, 몸을 돌려 테이블의 접시를 여자의 머리에 박았다. 이때 꼬칫집의 나머지 사람들이 몸을 일으켜 도망치려던 남자를 제압했다.그들이 도망치려는 것을 본 순간, 꼬칫집의 사람들은 저 부부가 아동 유괴범이라는 것을 확신했다.매우 빨리 남자는 땅바닥에 제압당했다.경찰은 신속하게 현장에 도착했고, 간단하게 진술을 기록한 후 연성훈은 아이를 경찰에게 넘겼다. 그리고 꼬치값을 계산하고 가게에서 나왔다.곽소영의 손엔 아직도 두 꼬치가 들려있었다. 그녀는 먹으면서 반짝이는 두 눈으로 말했다.“성훈 오빠, 오빠 진짜 대단해요. 어떻게 보아냈어요? 오빠가 아니었다면 아이는 정말 너무 불쌍하게 될 뻔했어요.”연성훈은 가만히 웃었다. 심야 파수꾼으로서 그 정도의 탐구 능력도 없다면 너무 형편없었다.“헤헤, 이렇게 되면 우리 사이에 오빠가 절 구한 것 말고도, 또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생긴 거네요!”곽소영은 걸으면서 행복하게 말했다. “저도 앞으로 심야 파수꾼이 되고 싶어요. 그들은 정말 대단해요.”“넌 우선 공부부터 잘해서 집안 회사에서 일해.”연성훈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꼬치 가게에서 잠시 시간을 끈 바람에 연성훈이 차를 운전하여 곽소영을 집에 데려다 줄 땐 이미 12시를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곽소영도 손에 들었던 꼬치를 전부 먹었다.문 앞
차를 문 밖에 세우고 집으로 들어가려던 연성훈은 방에서 들려오는 숨소리와 티비소리에 잠시 멈칫했다.'혹시 용아름 씨가 아직도 안 간 건가?'문을 열고 들어가니 역시나 용아름이었다.아예 제집인 양 자리를 잡고 한 손엔 과자를 들고 티비를 보고 있는 모습에 연성훈은 당황스러운 듯 물었다."아직도 안 갔어요?""집에 가면 또 할아버지 잔소리 들어야 하잖아요. 가기 싫어요."집에 가기 싫다고 중얼거리는 용아름에 연성훈은 이마를 짚으며 물었다."이것들은 다 언제 산 거예요? 키 없을 텐데.""나갈 때 문 안 닫았죠. 그리고 배달이랑 퀵 서비스도 다 되는데요 뭘. 나가서 좀 사고 또 배달도 좀 시켰어요."문을 안 닫고 나갔다는 말에 깜짝 놀란 연성훈은 고개를 들고 야밤과 무영이 잘 있는지부터 확인했다.두 칼이 제자리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놀란 마음을 조금 진정할 수 있었다.연성훈은 딱 봐도 어지를 줄만 알았지 치울 줄은 전혀 모를 것 같은 재벌 집 공주님에 한숨을 쉬며 테이블과 바닥에 널브러진 배달 용기와 과자들을 바라보았다."그래서 여기 얼마나 있을 건데요.""하루요. 내일 갈게요. 할아버지한테 의사 표현은 확실하게 해야 앞으로 선 보라는 소리 안 하신다고요.""그래요."대답을 한 연성훈은 배달 용기와 과자 부스러기들을 모두 모아 담고는 버리러 나가려 했는데 그때 용아름이 주머니에서 무언갈 꺼내 들더니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커피까지 챙겨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곧이어 물 끓는 소리도 들려왔다."뭐해요?'"커피 타려고요. 줄까요 한잔?""좋아요."용아름은 금세 커피를 내와서는 연성훈에게 건네주었다."뜨거워요. 좀 식으면 마셔요."연성훈은 별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곽우영에게서 받아온 용골을 꺼내 보았다. 크기는 아기 주먹만 한 것이 강진혁에게서 받아온 것보다도 더 커 보였다.연성훈이 용골을 손에 올려놓으니 그것이 몸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또다시 들었다. 그 느낌은 진짜 용골을 가리는 가장 정확하고도 빠른 방법이었
연성훈은 숨을 내쉬고서 상자를 다시 덮었다. 내일 용아름이 돌아간 뒤에 흡수해도 되는 것이니 굳이 지금 급해 할 필요는 없었다. 용골을 흡수하고 나면 바로 이동민이 연성훈을 위해 만들어둔 함정에 직접 부딪혀 볼 생각이었다.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던 연성훈이 몸이 점점 더 뜨거워지는 느낌에 뒤척이기 시작했다.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몸이 점점 달아오르고 머리가 흐리멍텅하며 시야가 흐려졌다.고개를 들어 바라본 용아름의 얼굴은 아까보다 더 빨개져 있었고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리기라도 하듯 몸이 용아름에게로 향했다.용아름의 얼굴, 완벽한 몸매, 긴 다리. 그 모든 것이 지금 연성훈을 미친 듯이 유혹하고 있었다.용아름은 줄곧 가만히 있었지만 연성훈은 혼자 둘 사이의 거리를 좁혀나가고 있었다.그러다 용아름이 입술을 깨물며 손을 들어 연성훈의 손을 맞잡자 연성훈은 온몸이 찌릿찌릿해 나며 몸을 얕게 떨었다."아름..."연성훈은 무너져가는 정신을 붙잡으며 물었다."커피에... 뭐 탄 거예요? 왜 이래요."용아름은 무언가 결심한 듯 고개를 돌려 연성훈을 바라보다 그 위에 올라타며 말했다."당신이랑... 자고 싶어요."얼떨결에 소파에 누워버린 연성훈은 머리가 어떻게 된 건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고 말도 나오지 않았다.행동력은 어찌나 빠른지 제 커피에 약을 타고 순식간에 연성훈은 거실에서 안방으로, 소파에서 침대로 옮겨졌다.밤새 뭘 한 건지 연성훈은 그러다 지쳐 잠이 들어버렸고 다음 날 배고픔과 함께 눈을 떴다. 그리고 어젯밤의 일을 떠올리다 또 갑자기 몸이 떨리면서 연성훈은 벌떡 일어났다. 눈을 감고 잊으려 해봐도 그 밤이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았다."나 정말 잔 건가..."침대 위에 적나라하게 떨어진 핏자국에 연성훈은 넋 나간 사람처럼 앉아만 있었다."하…."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황당한 상황에 머리가 아파 난 연성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핸드폰을 들었다.수많은 카톡이 와 있었지만, 발신자는 모두 용아름이었다. 누를 수밖에 없게 쌓인 빨간
연성훈은 자신에게도 이런 날이 오리라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여자한테 덮침을 당하다니, 그리고 그것보다 문제는 그 여자가 부담 갖지 말라고 위로까지 해줬다는 것이다.그냥 좀 성격이 제 멋대로이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건 도저히 통제가 안 되는 수준이었다.하지만 용아름이 자리온 환경을 보면 그녀의 행동이 이해가 가기도 했다. 무술 천재에 연경에서 명망 높은 용씨 가문 용일태의 손녀딸이니 하고 싶은 건 무엇이든 하는 성격이 어쩌면 더 어울렸다.연성훈은 더이상 용아름 생각은 하지 않으려 고개를 저으며 시간을 확인했다. 오늘은 용아름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는 날이니 그것에 더 집중해야 했다. 어쩌면 오늘 밤이 홍문연이 열리는 날이 될 것이다.연성훈은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가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고는 금세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그리고는 곽우영이 주었던 상자를 열어 용골을 손에 쥐었다.그리고 양반다리를 한 채로 주먹을 꽉 말아쥐자 '펑' 하는 굉음과 함께 용골을 흡수했다.온몸에 진기가 들끓다가 다시 진정될 때쯤 연성훈은 다시 눈을 떴다. 그리고 시간을 확인하니 이동민과의 약속 시각인 저녁까지는 아직 좀 남은 네 시였다. 연성훈은 시간도 있겠다 먼저 아일랜드 장원에 가보기로 했다. 이동민이 이 장소를 골랐다는 것은 결전을 뜻함을 연성훈도 알고 있었다.결투를 신청한 이유는 그저 짐작만 할 뿐이었다. 연성훈이 이씨 가문을 욕보이게 한 일 때문에 이동민 같은 사람이 일개 특급과 결투를 하려 한다면 좀 과한 감이 있었지만 그것도 아예 말이 안 되는 건 아니었다.연성훈은 구석에 있던 야밤과 무영을 천으로 잘 포장하고는 방에서 나왔다. 뭐 그렇게까지 하냐 싶겠지만 칼잡이가 한눈에 야밤과 무영임을 알아볼 수 있게 만들어진 탓에 가리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모든 준비를 다 마친 연성훈은 차를 타고 아일랜드 장원으로 향했다.액셀을 밟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빨간 장미에게서 영상통화가 걸려왔다.빨간 장미
“연성훈, 넌 날 죽일 수 없어. 내가 죽으면 넌 그 후폭풍은 감당할 수 없을 거거든. 탁일우가 널 원망할 거야.”채형우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백 명 이상의 최고급이 홍연에 가입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해?”연성훈은 냉정한 표정으로 미간을 찡그리며 대답했다.“말했을 텐데요. 전 이미 심야 파수꾼에서 해고당했다고요.”그때, 윤연서가 권투 장갑을 끼고 채형우에게로 다가갔다. 그녀의 눈동자는 붉게 물들고 있었다.“생각해 본 적 있으세요? 제가 크라임 시티로 유배되고 나서 언젠가 이렇게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윤연서는 채형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고는 고양이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가 눈 깜빡할 사이에 채형우 앞으로 이동했다. 그리고는 그의 복부를 세게 때렸다.“이 건 우리 할아버지 대신에 때린 겁니다. 할아버지께서 당신을 살려주고 스승에게까지 데려갔는데 당신은 비열한 방법으로 할아버지를 죽였어요!”채형우는 그녀에게 맞더니 계속해서 피를 토했다.윤연서는 주먹을 쥐고 또 한 번 때렸다. 아마 채형우의 이마를 노린 듯했다.“이건 우리 아버지 대신에 때린 거고요. 양아들인 우리 아버지한테까지 손을 쓰다뇨... 그날 당신이 우리 할아버지를 죽이고 나서 집으로 찾아왔을 때, 우리 아버지께서 직접 문을 열어줬잖아요!”그녀는 연속으로 주먹을 날리며 그동안 억눌렀던 감정이 폭발시켰다. 채형우는 점점 힘이 빠져서 얼굴이 일그러진 채로 땅에 쓰러져 버렸다.연성훈은 그 장면을 옆에서 지켜볼 뿐이었다.주위 사람들 중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채형우가 계속해서 구걸했지만 그의 부하들이나 친척들은 아무도 그를 도우려 하지 않았다.“도와줘!”채형우의 목소리는 점점 약해져만 갔고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연성훈은 찡그린 얼굴로 말했다.“이제 그냥 보내드리죠?”윤연서가 한숨을 내쉬고 손을 들었다. 그녀의 권투 장갑 위에 빛을 내는 발톱 같은 무기가 나타났다. 손으로 한 번 긁자 채형우의 목에는 세 개의 상처가 생겨났고 그는 숨을 거두었다.‘
그와 동시에 연경에 있는 지하 카지노에서.지하 카지노는 여전히 예전처럼 시끌벅적했다. 이곳은 부자들의 천국이었다.알려진 대로 지하 카지노는 3층이 마지막 층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실 4층이 존재한다는 것을 모를 것이었다.4층은 T 박사의 대형 실험실이었다.T 박사는 실험실에서 그 철제 상자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그는 손가락을 매우 민첩하게 움직이며 상자를 두드렸고 그러자 상자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음?”T 박사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그 빛을 벽에 비추었다. 그러자 곧 벽에 파란색의 빛 막이 나타났다. 그 위에는 글자가 쓰여 있긴 했지만 수상하게 생긴 문자였다.“재밌네...”T 박사는 그 글자를 한참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으며 뒤쪽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그러자 소파에 앉아 있던 제이훈이 일어났다.“무슨 일이죠?”제이훈이 물었다.“여기에 있는 내용을 심야 파수꾼 쪽에 전달해 줘.”T 박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이훈은 잠시 멈칫하더니 거기에 적힌 내용을 보며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그건 그렇고. 북전에 갈 생각은 없어?”T 박사가 물었다.제이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별로 가고 싶지 않아요. 좋은 곳은 아니라서요.”“그곳이 주요 전장이 될지도 모른다면?”T 박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탁일우 그 어르신 그곳에서 죽을 수도 있어.”이 말을 들은 제이훈은 잠깐 침묵하더니 실험실을 나갔다.“허허!”T 박사는 미소를 지으며 다른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검은색 제복이 있었고 심야 파수꾼의 전용 복장과 똑같았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옷도 이제 업데이트할 때가 되었군... 그렇지 않으면 너무 재미없을 테니까.”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곧 전화 너머로 부드럽고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박사님, 무슨 일이죠?”“응, 여기 와서 용골 몇 개 가져가. 연성훈이 연경에 오면 연성훈 한테도 주고.”T 박사가 말했다.“알겠습니다
말을 마친 그는 윤연서를 보며 물었다.“어떻게 처리할 거예요?”윤연서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이미 지난 원한이니까 전 일을 크게 벌일 생각은 없어요. 그저 채형우만 죽이면 돼요. 제가 직접 제 손으로 죽이고 싶어요.”연성훈은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알겠어요. 다른 놈들 잘 지키고 있으세요.”사실 윤연서가 처음 들어왔을 때, 교차로에서부터 그녀는 바로 죽여버리지 않았고 단지 그들을 다치게 할 뿐이었다.연성훈이 한 손을 휘두르자 옆에 있는 사람들 중 한 명의 칼이 날아가서 연성훈의 손에 쥐어졌다. 그러자 연성훈은 바로 칼을 들고 채형우에게 돌진했다.“연성훈, 너 진짜 해보자는 거야? 심야 파수꾼 대표로 우리와의 계약을 파기하겠다는 거냐? 넌 네가 오늘에 한 선택을 후회하게 될 거야!”채형우가 소리쳤다.“후회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연성훈은 이렇게 욕하며 칼을 휘둘렀다....한편, 여주 시내의 한 빌라에서 어떤 노인이 흔들의자에 누워 있었다. 의자는 살짝씩 흔들리고 있었는데 홀에서는 음악이 흐르고 있었고 노인은 뭔가 즐거워 보였다.벽에는 서예 작품들이 걸려 있었고 한눈에 보아도 누가 그린 것이지 알 수 있는 유명한 사람의 작품이었다.주의 깊게 보면 그의 팔에는 보라색 연꽃 문신이 있었다.쿵! 쿵! 쿵!그때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노인은 그 소리를 듣고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도우미가 급히 문 앞으로 달려가 문을 열었고 피곤한 것 같아보이는 허남천이 나타났다.그는 한숨을 내쉬며 홀로 들어가 노인 앞에 다가가 경건하게 말했다.“변우현 어르신!”변우현은 허남천을 바라보며 물었다.“왜 그렇게 초라해?”“연성훈을 피하느라요. 인해에서 밤새 차를 몰고 왔어요.”허남천이 씁쓸하게 말했다.“별것도 아닌 놈을 상대로 이 꼴이라니... T 박사가 아니었으면 너는 이미...”변우현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홍연은 내가 직접 너한테 맡긴 거지만 사실 그동안 크게 실망했어. 홍연은 네 손에 있으면서
“지금부터 누가 움직이면 누굴 죽일 거예요, 알겠죠?”연성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윤연서와 채형우의 대화 속에서 그는 상황을 대충 파악했고 그녀가 그의 팀원인 만큼 도와줄 필요가 있었다. 채형우 같은 사람은 딱 연성훈이 싫어하는 유형의 사람이었다.“자식, 말은 잘하네.”연성훈의 말을 듣고 최고급 고수 중 한 명이 이렇게 비웃었다. 그러고는 원기를 폭발시키더니 바로 연성훈에게 돌진했다.그때, 연성훈은 순식간에 그 사람의 눈앞으로 다가갔고 바로 주먹을 날려버렸다.그의 속도에 상대는 전혀 반응할 틈이 없었고 그대로 날아가 인공호수에 떨어져 버렸다. 생사도 알 수 없는 상태였다.그런 연성훈을 본 채형우는 깜짝 놀랐다.“특급!”연성훈은 그를 바라보며 정중하게 미소를 지었고 채형우는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윤연서 혼자였다면 별로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특급이 두 명이었기에 상황이 달라젺다.“이 자식아, 우리 채씨 가문이 어떤 가문인지 알아? 만약 진짜로 우리한테 손을 대겠다면 그 후과를 고려해야 할 거야!”채형우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무슨 후과요?”연성훈이 이렇게 비웃으며 물었다.“후과라고요? 당신은 제 앞에서 후과를 논할 자격도 없어요.”연성훈의 태도는 아주 당당했고 그 자신감은 채형우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너... 도대체 어떤 누구야?”채형우가 이를 악물고 물었다.연성훈은 고개를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제 이름은 연성훈이라고 합니다!”예전 같았으면 연성훈은 ‘심야 파수꾼 제로’라고 같이 말했을 거지만 이제는 심야 파수꾼을 떠났으므로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그러나 그의 이름을 듣는 순간, 채형우는 충격에 휩싸였다.연성훈이 뎀프시를 죽인 사건은 지하 세계에서도 큰 파장을 일으켰던 것이다. “천”차트 3위가 바뀌었고 뎀프시는 사라졌다. 다들 그 장면을 실제로 목격한 건 아니었지만 그 의미가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연성훈을 바라보며 채형우는 목이 막혀왔다.“전 심야 파수꾼 제로 연성훈... 네가 크라임 시티 사람들을 도
여기 건물에는 건물이 제법 많았지만 사람은 매우 드물었다. 그들은 곧 인공호수 위쪽 건물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거대한 대문이 그곳에 자리 잡고 있었고 그때 한 노인이 손을 뒤로 젖힌 채 안에서 나왔다.채형준을 본 그는 급히 물었다.“방금 온 사람은...”이어 그의 시선은 뒤에 있는 윤연서를 향했다. 순간, 윤연서를 알아본 그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윤연서!”말을 마친 그는 발걸음을 재촉해 다시 문 안으로 돌아갔다.윤연서는 그를 막지 않았고 채형준과 함께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대문 안쪽에는 평지가 펼쳐져 있었고 들어가자마자 연성훈은 여러 사람의 발소리가 들리는 걸 느꼈다. 20~30명이 줄지어 나와서 그들을 에워싸고 있었다.연성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더니 실눈을 뜨며 중얼거렸다.“모두 최고급이네. 이씨 가문이랑 별다를 게 없군...”이들은 보기만 해도 지하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었기에 모두가 채씨 가문 사람인 건 아니었다. 대부분은 채씨 가문 사람들이 돈을 주고 고용한 것으로 보였다.평지 앞에는 몇 층의 계단이 있었고 계단 위에는 큰 별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때 계단 위에서 몇 사람이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센터에 서 있는 사람은 한 노인이 이었는데 그는 70~80세로 돼 보였지만 기색이 매우 좋았다. 다가오는 발걸음도 매우 안정적이었다.‘특급!’연성훈은 그를 보자마자 살짝 움찔했다.윤연서가 여기까지 찾아온 게 분명 이 사람 때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그는 위에서 윤연서와 연성훈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자동으로 연성훈을 걸러내고 윤연서에게만 시선을 고정했다. 그러고는 놀라워하며 말했다.“전부터 예쁘게 자랄 거라고 생각했는데 50대 후반이 되었어도 여전히 예쁘네. 역시 우리 선배님의 유전자야, 대단해!”윤연서는 그를 바라보며 차가운 눈빛을 비추며 말했다.“이젠 예전 일에 대해서 결말을 지을 때가 되지 않았나요? 우리 할아버지께선 당신을 불쌍히 여겨서 데려온 거예요. 하지만 당신은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우리 할아버지를 해
탁일우가 말을 마치자 방주원이 이어서 말했다. “이 두 가문의 원한은 사실 오래된 거야. 그 당시 두 가문은 여주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거든. 채씨 가문의 가주인 채형우랑 윤씨 가문 집주인인 윤한, 즉 윤연서의 할아버지는 선후배 사이였어.”이 말을 들은 이석구가 놀라며 말했다.“이 두 가문의 가주가 선후배 사이라는 건가요? 그런데 지금 왜 사이가 이렇게 엉망으로 된 거죠?”“이때 문제가 생겼어.”방주원이 말했다.“그들은 선후배일 뿐만 아니라 사실 윤한이 채형우를 자기 스승한테로 데려간 거였거든. 고아였던 채형우를 말이야. 길거리에서 방황하고 있던 채형우를 윤한이 발견한 셈이지. 그때 채형우가 아마 7, 8살쯤 되었을걸? 윤한이 채형우를 불쌍하게 여겨서 데려간 거야.”“채형우는 뛰어난 무술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스승에게 배우고 나서부터 빠른 속도로 발전해 나갔지. 그는 윤한보다 조금 늦게 무술을 시작했지만 두 사람이 특급에 도달하는 시간은 비슷했어.”방주원이 계속해서 말했다.“하지만 채형우는 인성에 문제가 좀 있었어. 무술을 배우고 나서는 종종 다른 사람을 괴롭혔고 그들의 스승은 이를 보고 윤한을 더 좋아하게 된 거야.”“그리고 드라마틱하게도 두 사람이 특급 단계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용골이 같은 거야.”방주원은 계속해서 말했다.“그래서 두 사람의 스승은 용골을 모두 윤한에게 줬어. 채형우도 그 당시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었고.”“하지만 약 40년 전에 말이야. 북전이 많이 혼란스러웠어서 심야 파수꾼의 주력이 모두 북전으로 갔어. 그때 채형우가 윤한을 집에 초대해서 음식을 대접한다는 핑계로 윤한에게 독을 먹였지. 그리고 하룻밤 사이에 몰래 윤한의 가족들을 다 죽여버렸어.”방주원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거의 현실판 농부와 뱀의 이야기라고 보면 돼. 윤연서 혼자 남겨진 건 그때 윤연서가 여주에 없었기 때문이야. 하지만 결국 채씨 가문 사람들에게 발견되어 크라임 시티로 유배당했어.”강백호는 그들을 무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윤연서는 여전히 선글라스를 쓴 채로 담담하게 서서 눈앞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 모두 특급이었지만 상대는 그들의 원기를 전혀 느끼지 못했고 단지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그때 대머리 남자의 뒤에서 한 키 큰 남자가 다가왔다. 그러고는 대머리 남자의 귀에 무어라 속삭였다. 대머리 남자는 멈칫하더니 윤연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침을 삼키며 얼굴에 약간의 음흉한 미소를 띠었다.“저희는...”연성훈이 입을 떼려던 찰나, 대머리 남자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이곳은 절대 알려지면 안 되거든요. 그러니까 여기에서 뛰어내리세요. 만약 뛰어내려도 살아남으면 살려줄게요. 죽어도 제 책임은 아닙니다. 여자분은...”그는 이렇게 말하며 입술을 핥았다.“제 옆에 딱 붙어있으면 되겠네요.”이 남자들은 분명 윤연서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이곳은 외딴곳이었기에 평범한 사람이 실종되었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었다.“역시, 채씨 가문의 사람들도 다 저질이네.”연성훈이 윤연서에게 말했다.“응?”연성훈이 채씨 가문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자 그 몇 사람의 표정이 변했다.그들은 원래 두 사람이 우연히 여기까지 온 줄 알았던 것이다. 이제 연성훈이 채씨 가문을 언급했다는 건 연성훈이 채씨 가문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대머리 남자의 안색이 살짝 변하더니 말했다.“누구야? 여기서 뭐 하는 거야?”“저희는 말이죠...”연성훈이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그쪽도 당장 여기서 뛰어내리세요. 살아남으면 말해줄게요.”대머리 남자의 표정이 차가워졌다.그때 윤연서는 선글라스를 벗고 대머리 남자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채형준, 나 기억해?”대머리 남자 채형준이 윤연서를 바라보더니 잠시 멈칫했다. 그는 당황한 듯하더니 두려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윤연서, 너... 너는 크라임 시티로 추방되지 않았어? 왜 여기 있는 건데?”윤연서가 차분하게 말했다.“여기에 나타난 이유는 말이야... 내가 돌아왔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
인해 심야 파수꾼 기지 안에서.두 사람의 큰일 났다는 말에 추인혜의 미간이 세게 찌푸려졌다.이석구는 속으로 무언가를 생각하면서 말했다.“하지만 채씨 가문의 가주는 특급이지만 “천”차트에 들지 않은 걸로 알아요. 윤연서 씨가 뎀프시보다 약하다고 했으니 괜찮지 않을까요?”“그렇지 않아.”방주원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사실 일부 가문에 대한 정보는 심야 파수꾼 내부에서도 기밀 자료야. 우리와 계약을 맺고 있는 가문들도 있거든.”“네?”추인혜의 표정이 급격히 변했다.“그게 무슨 소리죠?”방주원이 추인혜를 보며 말했다.“너도 알다시피 지하 세계는 심야 파수꾼이 정한 규칙에 따라 이루어진 거야. 그러니까 우리처럼 무술을 수련하는 사람들은 일반 세계의 다툼에 개입할 수 없다는 거지.”“저번 세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비즈니스 사업에 뛰어들었거든. 그때부터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어. 게다가 심야 파수꾼도 북전과 다른 전선들을 더 중시하고 있었으니까 말이야.”“그리고 좀 지나서야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했어. 지하 세계의 사람들은 일반인에게 손대지 않도록 규칙을 세웠고 만약 이 규칙을 어기면 크라임 시티로 추방되거나 심야 파수꾼의 감옥에 들어가게 말이야.”방주원이 한숨을 내쉬며 계속해서 말했다.“그래서 당시 가문에 특급인 사람이 있는 가문들과 협상을 했었어. 그중 하나가 채씨 가문이고. 일반 세계에 개입하지 말고 가능한 한 숨어서 지내라고 했어. 또 숨어있는 장소에 대해서는 더 이상 간섭하지 않기로 했고.”“그중에는 연경에 있는 도성호네 도씨 가문이랑도 협상했었고. 도씨 가문은 숨어 살기로 했고 또 더 이상 비즈니스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방주원이 또 한 번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들은 특급만을 쓸 수 있는 방법으로 비즈니스 사업을 진행하니까 일반인에게는 너무 불공평한 거지.”“또 우리랑 약속도 했었어.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우리를 도와주기로.”방주원이 말했다.“만약 성훈이가 채씨 가문에게 손을 대면 그들은 아마 심야 파수꾼이 지
서서히 들어오는 차를 본 몇 사람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곧 차 문이 열리고 방주원과 탁일우가 차에서 내렸다.“어르신!”탁일우를 봉 강백호가 웃으며 다가가서 말했다.“우리한테 심야 파수꾼으로 돌아와달라고 말하러 오신 건가요?”그러자 탁일우가 그를 노려보며 물었다.“맞고 싶어서 근질거리지, 아주?”강백호는 웃으며 재빨리 옆으로 피했다.그러자 탁일우의 시선은 옆에 있던 진서원에게로 향했다. 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어? 특급으로 된 거야?”진서원은 그를 한 번 쳐다보았을 뿐, 아무 말도 대답하지 않았다.진서원은 탁일우가 좀 원망스러웠다. 소속된 분대가 많은 동료들을 잃었는데 그는 크라임 시티로 추방되었기 때문이었다. 진서원은 탁일우가 이에 대해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진서원이 대답을 하지 않자 탁일우는 미소를 지었다. 그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시선을 황슬기에게 돌리며 물었다.“너한테 맞는 뼈는 찾았어?”황슬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직 못 찾았어요. 연성훈이 돌아오면 그와 함께 찾아볼 겁니다.”탁일우는 이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연성훈이 돌아온다고? 지금 여기 없다는 거야?”“네!”황슬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윤연서 씨랑 함께 여주에 있어요. 윤연서 씨의 복수를 돕는다고 하더라고요.”이 말에 이석구가 의아해하며 말했다.“맞아요, 어르신. 심야 파수꾼에 있는 자료 중에 채씨 가문에 대한 정보가 없던데요?”“채씨 가문!”이 말을 들은 탁일우와 방주원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네 말은 성훈이가 지금 윤연서 씨랑 채씨 가문 사람을 찾으러 여주에 갔다는 거야?”“네. 그 사람들은 윤연서 씨의 원수라고 하더라고요. 보스가 윤연서를 데리고 복수하러 갔어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두 사람의 반응에 추인혜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탁일우와 방주원의 안색은 급격히 어두워졌다.방주원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큰일 났어!”...한편, 연성훈은 윤연서와 함께 터널을 천천히 지나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