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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작가: 꼬리치는 급붕어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2-16 19:25:34
나는 내가 준비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녀를 평생 아끼고 보듬어 줄 수 있고 지난 몇 년처럼 내 모든 걸 쏟아부어 그녀에게 기댈 곳이 되어줄 수 있다고 확신했다.

마음속으로는 그녀가 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내 노력과 진심, 그리고 앞으로 남은 삶의 매 순간을 통해 그녀가 나를 사랑하게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는 첫날밤에 이 모든 것이 내 착각이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녀는 단지 아버지에게 강요당했을 뿐이고 심지어 가족을 위한 희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결국 나를 완전히 단념하게 만들었다.

나는 진심으로 부모님께 사과드렸고 부모님은 사과를 받아주셨지만 여전히 나를 벌하기로 결정했다. 나더러 나의 작은 작업실에서 성공을 거둬내라고 말이다. 이에 대해 나는 기꺼이 받아들였다.

대학 졸업 후 아버지의 급한 부름으로 집안 회사를 돕게 되면서 이 작은 작업실은 동창이 운영하고 있었다. 이것은 부모님이 나에 대한 일종 시험이었다. 나 역시 도전을 좋아하고 내 능력으로 이 작업실을 얼마나 크게 키울 수 있을지 시험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성하연과 내 일이 이렇게까지 퍼질 줄은 몰랐다. 작업실까지 소문이 자자했던 것이다.

화제의 중심이 된 건 좀 난처했지만 세간의 뒷말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나는 딱히 해명할 것도 없었고 내게 직접 물어오는 이도 없었기에 나는 그저 아무 일 없는 듯 모르는 척했다.

그들이 어디서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날 연회 후에 손님들이 다 가고 나서 성하연은 남은 손님들을 붙잡고 추궁하여 큰 소란이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연회는 불미스럽게 끝났고 투자 유치는 더 말할 것도 없이 물 건너갔다.

한미림은 그 충격으로 혈압이 올라 입원하셨다고 했다.

이튿날 아침, 나는 병원으로 향했다.

성하연과의 관계와는 별개로 한미림은 나에게 항상 잘해주셨던 분이니 마땅히 문병을 가야 했다.

게다가 아직 성하연과 이혼 절차가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니기에 이번 기회에 모든 것을 명확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미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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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하연은 잠시 멍해졌다. 내가 그녀에게 어떤 인상을 남겼는지 그녀는 약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이혼 서류를 받아 꼼꼼히 살펴보던 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드디어 나를 놔 주겠다는 거네? 앞으로 우리 엄마한테 오지도 마. 도훈 오빠가 알면 기분 나빠해.”“알았어.”그 후 우리는 법원에 가서 이혼 신고를 했다. 이혼 증명서를 받는 순간, 나는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마음이 가벼워졌다. 성하연에 대한 책임감도 사라졌으니 이제 새 삶을 시작할 수 있었다.그 후 나는 일에만 전념했다. 부모님도 내가 잘 해낼 거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비록 동창과 함께 하는 작은 작업실이었지만 나에게는 아직 인맥이 있었다.큰 프로젝트를 연달아 맡으면서 정신없이 바빴지만 삶은 매우 충실했다. 성하연에 대한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완전히 새롭게 태어난 기분이었다.나는 동창과 함께 하는 작업실이 멀지 않아 곧 부모님이 만족하실 만큼 키울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들었다.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때, 한미림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듣자 하니, 한미림은 이혼 증명서를 보고 너무 화가 나서 응급처치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그 후에도 성하연은 이도훈과 헤어지려 하지 않았고 회사는 부도 직전에 이르러 그녀가 전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결국, 성씨 가문은 엄청난 빚을 지게 되었고 한미림은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돌아가셨다.한미림의 장례식에는 가지 않았다. 환영받지 못할 것 같았고 성하연의 비아냥거림을 듣고 싶지도 않았던 것이다.다만, 지인을 통해 장례식이 매우 쓸쓸하게 치러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인생의 무상함을 절감하게 하는 순간이었다.나는 비서에게 성권휘의 상황을 주시하고 요양원 비용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나의 개인 자금으로 충당하도록 지시했다. 다만 그 외의 일에는 더 이상 관여하지 않았다.그날 저녁, 오랜만에 보는 카톡 프로필 사진이 나에게 문자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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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날밤의 안대   제9화

    어머니는 매우 만족스러워하며 전화를 끊고 바로 만날 장소와 여자분 사진을 보내주셨다.솔직히 나는 스물여덟이었으니 부모님이 이 아가씨를 소개해 주시려고 얼마나 애쓰셨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하신 걸 보면, 분명 뛰어난 아가씨일 테니 부모님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방채아는 성하연과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었다. 그녀는 온화하고 지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분위기 있고 말솜씨도 세련되고 교양 있는 여성이었다.그녀와 함께 있으면 마치 온천에 몸을 담근 듯, 굳어 있던 몸과 마음이 서서히 풀리고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나는 그녀에게 내 실패한 결혼 생활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이렇게 훌륭한 여성이라면 내 과거를 신경 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았고 오히려 따뜻하게 위로해 주었다.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나는 그녀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우연히도 우리는 같은 도시에서 대학을 다녔고 토론 대회에서 상대로 만난 적도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내가 그때 토론에서 그녀에게 얼마나 공격적이었는지 잊을 수 없다고 농담했다.그녀를 이곳 숙소에 바래다주고 나서 그녀는 먼저 우리 집에 방문하고 싶다고 제안했고 우리는 시간을 정했다.서로가 마음에 든다는 걸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그녀가 위층으로 올라가는 걸 보고 차에 타려는데 어머니의 전화가 걸려 왔다. 어땠냐고 물으시기에 간단히 말씀드렸더니 너무 기뻐하시며 아버지와 이 기쁜 소식을 나누려고 급히 전화를 끊으셨다.방씨 가문도 꽤 큰 기업이라 우리 두 집안의 결혼은 강강 연합이었다.그 후로 나는 방채아와 아주 잘 지냈고 곧 연인 사이가 되었다.내 작은 작업실도 좋은 성과를 내서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렸고 나는 다시 가족 회사의 관리직으로 복귀하면서 작업실은 친구에게 완전히 맡겼다.나는 아주 로맨틱한 프러포즈를 준비했고 모든 사람의 축복 속에서 프러포즈에 성공했다.정략결혼에는 물론 이익이라는 동기가 있지만 나는 결혼의 책임과 사랑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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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날밤의 안대   제10화

    그녀는 간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지만 지금 우리 사이에 내가 뭘 더 해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성하연은 흐느끼며 말을 이었다.“내가 눈이 멀었었어. 누가 진심으로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인지 몰랐어. 도훈은 날 진심으로 사랑한 게 아니었어. 우리 집이 망하고 나서 완전히 달라졌어. 술만 마시면 나를 욕하고 때리기까지 했어. 그때야 깨달았어. 그 사람은 그저 우리 집 재산을 노리고 나랑 결혼하려고 했던 거라는 걸. 그러다가 이제 아무것도 없으니 본색을 드러낸 거야.”솔직히 성하연의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아팠다. 한때 내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았던 여자였으니까. 하지만 이제 그녀의 일에 더 이상 관여할 수 없었다. 우리 사이의 인연은 이미 끝났고 무엇보다 나는 이제 방채아가 있었다. 그러니 나는 그녀의 일에 끼어들 자격이 없었다.그래서 그냥 한마디만 내뱉었다.“이만 돌아가 봐. 나 일하러 가야 해.”성하연은 내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내 앞을 막아서며 내 손을 잡고 다급하게 말했다.“지민 오빠, 나 그냥 속은 거야. 용서해 줘. 잠시 정신이 나갔었어. 이제 내가 잘못했단 걸 알았어. 오빠가 나한테 해준 모든 걸 이제야 알았다고. 너무 늦게 알아서 후회돼.”나는 그녀의 손을 단호하게 뿌리쳤다. 설령 내가 전에 무슨 일을 했는지 다 말해줬더라도, 그녀는 그저 내가 참견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이도훈의 달콤한 말 몇 마디보다 그녀를 기쁘게 할 순 없었을 테니까.이제 그녀는 모든 것을 잃고 이도훈에게까지 버림받으니 그제야 내가 좋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나는 그녀가 이 사실을 이해하길 바랐다.“하연아, 나는 곧 결혼해. 우리 사이에는 더 이상 가능성이 없어.”말을 마치고 일어서려는데 그녀는 다시 나를 껴안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녀는 울면서 말했다.“안 돼, 그 여자랑 결혼하지 마. 오빠는 날 좋아했잖아. 우리 다시 합치면 안 돼? 이젠 오빠만 사랑할게. 다시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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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날밤의 안대   제11화

    그날 이후, 그는 완전히 낯선 사람으로 변했다.그는 나를 종처럼 부려먹었고 지민 오빠에게 했던 일들은 내가 헤픈 여자라는 낙인을 찍는 빌미가 되었다.그는 지민 오빠에게 받은 차를 팔아 명품 시계를 사달라고 요구했고 거절하자 나에게 손찌검까지 했다. 그때야 깨달았다. 그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고 변한 건 그가 아니라 내 처지였다는 것을.엄마는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병이 악화되어 돌아가셨다. 임종 직전, 엄마는 오빠가 묵묵히 나를 챙겨주고 얼마나 잘해 줬는지 이야기해주었다. 지민 오빠는 나에게 그렇게 잘해 줬는데 나는 그의 깊은 사랑을 알아주지 못하고 오히려 더 함부로 대하며 상처를 줬다.사실 지민 오빠의 호의를 몰랐던 건 아니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정말 오빠와 결혼하고 싶지 않았다.그때는 마치 귀신에 홀린 듯 이도훈에게 완전히 미쳐있었을 뿐이었다.그래서 아빠가 협박하고 회유하고 애원하며 결혼을 강요했을 때, 나는 그저 모든 것을 망치고 싶었고 그 모든 것에 반항하고 싶었다.아빠는 날 위해 그러셨던 건데... 아빠는 지민 오빠만이 날 진심으로 사랑하고 무조건적으로 잘해주며 모든 것을 감싸줄 사람이라는 걸 아셨던 것이다.다 내가 몰라봤다. 내가 눈이 멀었고 내가 자초한 일이었다. 나는 아빠의 진심을 몰라주고 아빠를 이렇게 식물인간으로 만들었다.지금 이도훈에게 속고 괴롭힘당하는 것도 모두 내 업보였다.아빠를 보러 갔다. 아빠는 침대에 누워 계셨고 아무리 불러도 깨어나지 않으셨다. 나를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 나는 아빠 옆에서 울 수밖에 없었다.지민 오빠, 그래, 오빠야말로 부모님 다음으로 나를 가장 아끼고 사랑해 준 사람인데...그런 오빠를 내가 그렇게 쫓아내 버렸다. 그것도 내 사랑을 증명했다고 자만하면서. 나는 얼마나 어리석었던가.몇 번이나 그 익숙한 번호를 찾아놓고도 차마 전화를 걸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때 내가 얼마나 악독한 말로 오빠에게 상처를 줬는지 떠올리기도 싫었다. 매번 실망과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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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날밤의 안대   제1화

    “쓸 거냐고, 안 쓸 거냐고!”성하연은 온몸을 꽁꽁 싸매고는 검은 안대를 내 눈앞에 들이밀었다. 마치 장렬히 전사할 준비라도 된 것처럼 말이다.나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모멸감에 잠시 멍하니 있자, 성하연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듯 직접 안대를 내 머리에 씌우려 했다.“빨리 써.”나는 눈앞의 여자를 빤히 쳐다봤다.목까지 올라오는 터틀넥을 입고 목덜미는 물론 피부 한 점 보이지 않게 가린 모습에 수치심이 끓어올랐다.더 이상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를 수 없어 나는 그녀에게 따져 물었다.“넌 내 마누라야, 아니면 그놈 마누라야?!”안대를 쥔 그녀의 손을 탁 쳐내자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그녀에게 오랫동안 좋아한 남자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첫날밤에 이런 식으로 나를 모욕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녀는 이런 식으로 비록 결혼한다 해도 나는 그녀를 가질 자격이 없고 그녀의 몸과 마음은 다른 남자의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나를 너무 얕본 것이다.성하연은 조롱하는 말투로 말했다.“나는 원래 그의 아내가 돼야 했었어!”내가 놀라움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자 그녀는 더욱 의기양양해졌다. “나는 오직 그에게만 내 몸을 보여주고 내 온몸 구석구석을 만지게 할 거야. 나는 몸부터 마음까지 온전히 도훈 오빠 거라고!”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옷을 입고 문을 쾅 닫고 나가 버렸다.그녀는 어떻게 이런 식으로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단 말인가? 오랜 소꿉친구였던 우리의 정이 그 남자의 달콤한 몇 마디에 못 미치다니, 난 모든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나는 그녀가 아니면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결혼은 그녀의 아버지 성권휘가 먼저 제안한 거였다.그녀의 집안 회사는 경영난에 빠져 돌파구가 절실히 필요했다.그녀는 그동안 아무 걱정 없이 살아왔고 사업에는 문외한이라 성권휘는 회사 일을 그녀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문제 해결은커녕 괜히 그녀에게 부담만 줄까 봐 걱정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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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날밤의 안대   제2화

    내가 세수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려는 순간, 이도훈의 문자가 왔다.[하연이는 내가 잘 챙길게. 오늘 밤은 내 신부니까.]도발적인 문자와 함께 사진 한 장이 전송되었다.사진 속 키 큰 남자는 한 손으로 여자 주인공의 머리카락을 잡고 세면대에 밀어붙인 채, 다른 한 손에는 휴대폰을 들고 세면대 거울을 통해 사진을 찍고 있었다.사진의 각도 때문에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있었지만 중요 부위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여자의 얼굴은 매우 선명했다.성하연의 쾌락에 젖은 표정과 몽롱한 눈빛에 마음이 욱신거렸다.하지만 곧 가슴을 쓰다듬으며 씁쓸하게 웃었다. 더 이상 그녀에게 기대할 것도 없었으니까.이도훈은 그녀와 결혼해서 신분 상승을 꿈꾸는 속물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녀가 좋다니 나는 기꺼이 도와줄 생각이었다.나는 그에게 답장하지 않고 머리를 말리고 자려고 했다.그런데 내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다시 인스타를 확인해 보니 그가 올린 게시물이 있었다.글:[여자는 마음을 준 남자의 곁에서 잠을 잔다. 비록 가문의 이익을 위해 일시적으로 타협해 사랑 없는 사람과 결혼한다 해도 그녀를 속박할 수는 없다. 첫날밤, 그녀는 모든 걸 무릅쓰고 내 곁으로 올 것이다. 그녀의 몸은 결코 다른 남자에게 보여주지 않을 것이니까. 그런 그녀가 내 아내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이번에는 사진이 무려 아홉 장이나 올라왔다.여자가 행복하게 남자의 가슴에 기대어 있는 옆모습,두 사람이 하얀 침대 시트 위에서 손가락을 깍지 낀 모습,여자의 쇄골에 가득한 키스 마크를 클로즈업한 사진까지...솔직히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이것은 오히려 내게 더 이상 마음 약해지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게 했다.나는 이도훈이 올린 사진을 캡처하여 내 인스타에 글과 함께 올렸다.[첫날밤, 아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고 고백하여 평화롭게 헤어지기로 결정했습니다.】그리고 휴대폰 전원을 끄고 잠자리에 들었다.밤새 잠 못 이룰 줄 알았는데, 의외로 깊은 잠에 빠졌다.다음 날 아침, 전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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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날밤의 안대   제3화

    [무슨 뜻이야? 나를 인스타에 올려서 공개적으로 망신 주겠다는 거지? 내 마음을 돌리려고 이러는 거야?!][어떻게 수법이 갈수록 더러워지니! 난 너 같은 사람은 절대 안 좋아해. 난 도훈 오빠만 좋아한다고!][마누라가 바람피우는 게 자랑스러워? 누가 더 망신인지 두고 보자고!]성하연은 계속해서 악담을 퍼부었다. 내가 아무 반응이 없자 아예 나처럼 인스타에 글을 올렸다. 정말이지, 그녀와 이도훈은 생각하는 방식이 놀라울 정도로 똑같았다.그녀의 인스타 글:[사랑 없는 결혼은 감옥일 뿐. 비록 강제로 결혼했지만, 내 몸은 영원히 내 사랑에게 충실할 거야.]우리는 공통 친구가 많았기에 누군가는 댓글에서 그녀를 비난했다. 하지만 성하연은 전혀 개의치 않고 모두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나는 아무에게도 답하지 않았다. 이 결혼 생활에서 나는 부끄러울 것이 없었다.내가 인스타에 글을 올린 건 모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그녀는 더 이상 내 뒤를 쫓아다니며 애교를 부리던 어린 소녀가 아니었으니 나 역시 이 짝사랑을 정리해야 할 때였다.조용히 그녀의 인스타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른 뒤, 나는 알림을 끄고 세수하고 출근 준비를 했다.나와 성하연은 어렸을 때 이웃이었다. 고급 주택 단지에서 비슷한 나이 또래 아이들이 모두 함께 어울려 놀았지만 나는 유독 귀엽고 사랑스러운 성하연에게 특별히 신경을 썼다.숙제를 봐주고 등하교를 시켜주는 것은 물론 머리를 땋아주고 치마를 입혀주고 간식을 챙겨주는 것까지 다 해주었다.그렇게 하다 보니 어느새 습관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주변 사람들은 농담 삼아 내가 어린 신부를 키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그럴 때면 성하연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었다.“커서 나는 지민 오빠랑 결혼할 거예요”하지만 그녀는 이도훈을 만나자 그 말을 깔끔하게 잊어버렸고 나만 진심으로 받아들였었다.쓴웃음이 나왔다. 진작에 포기했어야 했는데.마음을 추스르고 출근 준비를 하는데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장인어른이었다. 수화기 너머로 시끄러운 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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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간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지만 지금 우리 사이에 내가 뭘 더 해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성하연은 흐느끼며 말을 이었다.“내가 눈이 멀었었어. 누가 진심으로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인지 몰랐어. 도훈은 날 진심으로 사랑한 게 아니었어. 우리 집이 망하고 나서 완전히 달라졌어. 술만 마시면 나를 욕하고 때리기까지 했어. 그때야 깨달았어. 그 사람은 그저 우리 집 재산을 노리고 나랑 결혼하려고 했던 거라는 걸. 그러다가 이제 아무것도 없으니 본색을 드러낸 거야.”솔직히 성하연의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아팠다. 한때 내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았던 여자였으니까. 하지만 이제 그녀의 일에 더 이상 관여할 수 없었다. 우리 사이의 인연은 이미 끝났고 무엇보다 나는 이제 방채아가 있었다. 그러니 나는 그녀의 일에 끼어들 자격이 없었다.그래서 그냥 한마디만 내뱉었다.“이만 돌아가 봐. 나 일하러 가야 해.”성하연은 내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내 앞을 막아서며 내 손을 잡고 다급하게 말했다.“지민 오빠, 나 그냥 속은 거야. 용서해 줘. 잠시 정신이 나갔었어. 이제 내가 잘못했단 걸 알았어. 오빠가 나한테 해준 모든 걸 이제야 알았다고. 너무 늦게 알아서 후회돼.”나는 그녀의 손을 단호하게 뿌리쳤다. 설령 내가 전에 무슨 일을 했는지 다 말해줬더라도, 그녀는 그저 내가 참견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이도훈의 달콤한 말 몇 마디보다 그녀를 기쁘게 할 순 없었을 테니까.이제 그녀는 모든 것을 잃고 이도훈에게까지 버림받으니 그제야 내가 좋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나는 그녀가 이 사실을 이해하길 바랐다.“하연아, 나는 곧 결혼해. 우리 사이에는 더 이상 가능성이 없어.”말을 마치고 일어서려는데 그녀는 다시 나를 껴안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녀는 울면서 말했다.“안 돼, 그 여자랑 결혼하지 마. 오빠는 날 좋아했잖아. 우리 다시 합치면 안 돼? 이젠 오빠만 사랑할게. 다시는 다

  • 첫날밤의 안대   제9화

    어머니는 매우 만족스러워하며 전화를 끊고 바로 만날 장소와 여자분 사진을 보내주셨다.솔직히 나는 스물여덟이었으니 부모님이 이 아가씨를 소개해 주시려고 얼마나 애쓰셨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하신 걸 보면, 분명 뛰어난 아가씨일 테니 부모님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방채아는 성하연과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었다. 그녀는 온화하고 지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분위기 있고 말솜씨도 세련되고 교양 있는 여성이었다.그녀와 함께 있으면 마치 온천에 몸을 담근 듯, 굳어 있던 몸과 마음이 서서히 풀리고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나는 그녀에게 내 실패한 결혼 생활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이렇게 훌륭한 여성이라면 내 과거를 신경 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았고 오히려 따뜻하게 위로해 주었다.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나는 그녀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우연히도 우리는 같은 도시에서 대학을 다녔고 토론 대회에서 상대로 만난 적도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내가 그때 토론에서 그녀에게 얼마나 공격적이었는지 잊을 수 없다고 농담했다.그녀를 이곳 숙소에 바래다주고 나서 그녀는 먼저 우리 집에 방문하고 싶다고 제안했고 우리는 시간을 정했다.서로가 마음에 든다는 걸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그녀가 위층으로 올라가는 걸 보고 차에 타려는데 어머니의 전화가 걸려 왔다. 어땠냐고 물으시기에 간단히 말씀드렸더니 너무 기뻐하시며 아버지와 이 기쁜 소식을 나누려고 급히 전화를 끊으셨다.방씨 가문도 꽤 큰 기업이라 우리 두 집안의 결혼은 강강 연합이었다.그 후로 나는 방채아와 아주 잘 지냈고 곧 연인 사이가 되었다.내 작은 작업실도 좋은 성과를 내서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렸고 나는 다시 가족 회사의 관리직으로 복귀하면서 작업실은 친구에게 완전히 맡겼다.나는 아주 로맨틱한 프러포즈를 준비했고 모든 사람의 축복 속에서 프러포즈에 성공했다.정략결혼에는 물론 이익이라는 동기가 있지만 나는 결혼의 책임과 사랑 역시

  • 첫날밤의 안대   제8화

    성하연은 잠시 멍해졌다. 내가 그녀에게 어떤 인상을 남겼는지 그녀는 약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이혼 서류를 받아 꼼꼼히 살펴보던 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드디어 나를 놔 주겠다는 거네? 앞으로 우리 엄마한테 오지도 마. 도훈 오빠가 알면 기분 나빠해.”“알았어.”그 후 우리는 법원에 가서 이혼 신고를 했다. 이혼 증명서를 받는 순간, 나는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마음이 가벼워졌다. 성하연에 대한 책임감도 사라졌으니 이제 새 삶을 시작할 수 있었다.그 후 나는 일에만 전념했다. 부모님도 내가 잘 해낼 거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비록 동창과 함께 하는 작은 작업실이었지만 나에게는 아직 인맥이 있었다.큰 프로젝트를 연달아 맡으면서 정신없이 바빴지만 삶은 매우 충실했다. 성하연에 대한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완전히 새롭게 태어난 기분이었다.나는 동창과 함께 하는 작업실이 멀지 않아 곧 부모님이 만족하실 만큼 키울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들었다.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때, 한미림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듣자 하니, 한미림은 이혼 증명서를 보고 너무 화가 나서 응급처치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그 후에도 성하연은 이도훈과 헤어지려 하지 않았고 회사는 부도 직전에 이르러 그녀가 전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결국, 성씨 가문은 엄청난 빚을 지게 되었고 한미림은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돌아가셨다.한미림의 장례식에는 가지 않았다. 환영받지 못할 것 같았고 성하연의 비아냥거림을 듣고 싶지도 않았던 것이다.다만, 지인을 통해 장례식이 매우 쓸쓸하게 치러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인생의 무상함을 절감하게 하는 순간이었다.나는 비서에게 성권휘의 상황을 주시하고 요양원 비용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나의 개인 자금으로 충당하도록 지시했다. 다만 그 외의 일에는 더 이상 관여하지 않았다.그날 저녁, 오랜만에 보는 카톡 프로필 사진이 나에게 문자를 보냈다.

  • 첫날밤의 안대   제7화

    나는 내가 준비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녀를 평생 아끼고 보듬어 줄 수 있고 지난 몇 년처럼 내 모든 걸 쏟아부어 그녀에게 기댈 곳이 되어줄 수 있다고 확신했다.마음속으로는 그녀가 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내 노력과 진심, 그리고 앞으로 남은 삶의 매 순간을 통해 그녀가 나를 사랑하게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그녀는 첫날밤에 이 모든 것이 내 착각이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녀는 단지 아버지에게 강요당했을 뿐이고 심지어 가족을 위한 희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이 모든 것이 결국 나를 완전히 단념하게 만들었다.나는 진심으로 부모님께 사과드렸고 부모님은 사과를 받아주셨지만 여전히 나를 벌하기로 결정했다. 나더러 나의 작은 작업실에서 성공을 거둬내라고 말이다. 이에 대해 나는 기꺼이 받아들였다.대학 졸업 후 아버지의 급한 부름으로 집안 회사를 돕게 되면서 이 작은 작업실은 동창이 운영하고 있었다. 이것은 부모님이 나에 대한 일종 시험이었다. 나 역시 도전을 좋아하고 내 능력으로 이 작업실을 얼마나 크게 키울 수 있을지 시험해보고 싶었다.하지만 성하연과 내 일이 이렇게까지 퍼질 줄은 몰랐다. 작업실까지 소문이 자자했던 것이다.화제의 중심이 된 건 좀 난처했지만 세간의 뒷말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나는 딱히 해명할 것도 없었고 내게 직접 물어오는 이도 없었기에 나는 그저 아무 일 없는 듯 모르는 척했다.그들이 어디서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날 연회 후에 손님들이 다 가고 나서 성하연은 남은 손님들을 붙잡고 추궁하여 큰 소란이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연회는 불미스럽게 끝났고 투자 유치는 더 말할 것도 없이 물 건너갔다.한미림은 그 충격으로 혈압이 올라 입원하셨다고 했다.이튿날 아침, 나는 병원으로 향했다.성하연과의 관계와는 별개로 한미림은 나에게 항상 잘해주셨던 분이니 마땅히 문병을 가야 했다.게다가 아직 성하연과 이혼 절차가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니기에 이번 기회에 모든 것을 명확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한미림은

  • 첫날밤의 안대   제6화

    나는 그녀가 이럴 줄은 정말 몰랐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나에게 꽂혔다.죽음 같은 침묵이 몇 초간 이어지다가, 짝하는 소리와 함께 정적이 깨졌다. 한미림은 손을 거두며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이를 악물고 말했다.“네가 혼인신고를 한 남편은 지민이야! 하연아, 제발 그만 좀 해!”성하연은 뺨을 감싸 쥐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한미림을 노려보았다. 한미림은 그녀에게 설명하려 했지만, 결국 두 사람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져 결국 싸움으로 번졌다.하객들은 각양각색의 눈빛으로 이 극적인 장면을 구경했고 이도훈은 안절부절못하며 나 대신 상황을 수습하려 나섰지만 아무도 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결국 그는 먼저 성하연과 한미림을 달래는 수밖에 없었다.나는 마치 벌거벗은 채 광장에 내던져진 것 같은 수치심에 몸서리쳤다. 하지만 끓어오르는 억울함을 억누르면서도 이 끔찍한 사태는 해결해야 했다.나는 최대한 차분한 태도를 유지하며 말했다.“그만 싸우세요. 저는 이만 가볼게요. 앞으로 성씨 가문의 일에는 다시는 관여하지 않겠습니다.”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하객들은 모두 내가 초대한 사람들이었기에 결국 나는 사과를 하고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나는 하객들에게 사과하고 성하연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나왔다. 그러자 많은 하객도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따라 나왔다.이 연회는 내가 주최한 것이었고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이름 있는 기업 사장들이었다. 그들이 이 자리에 온 것은 우리 집안의 체면을 봐서거나 나 개인의 체면을 봐서였다.그런데 내가 떠나니 그들 역시 전혀 모르는 이도훈을 상대하고 싶지 않아 함께 나왔다.입구에서 다시 한번 모두에게 사과하자 다들 한결같이 웃으며 말했다.“별일 아니에요. 다음에 다시 초대해주세요.”그러면서 성씨 가문의 딸이 왜 저렇게 무례하게 구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한미림은 나를 붙잡으려 했지만 성하연에게 저지당했다. 그녀는 일부러 내가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말했다.“엄마, 그냥 가게 둬. 아빠가 쓰러지셨어도

  • 첫날밤의 안대   제5화

    그녀는 여전히 감당할 수 없는 문제에 부딪히면 울기만 하는 어린 소녀였다. 다만 이제 그녀에게는 기댈 다른 사람이 생겼을 뿐이었다.내 마음은 여전히 시큰거렸지만 난 내 감정을 접고 그녀가 행복을 찾기를 바라기로 했다.내가 먼저 자리를 떠야 할지 고민하던 순간, 응급실 문이 열렸다.한미림과 성하연은 황급히 의사에게 성권휘의 상태를 물었다.의사는 일단 생명은 건졌지만 외상으로 인해 뇌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었다고 했다. 다시 말해 식물인간 상태가 되었고 어쩌면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한미림은 눈앞이 캄캄해지며 뒤로 쓰러졌고 나는 재빨리 그녀를 부축했다. 성하연 또한 믿을 수 없다는 듯 의사의 소매를 붙잡고 아버지를 살려달라고 애원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사람이 갑자기 식물인간이 되어버렸다니.나 또한 너무 괴로웠다. 어릴 적부터 나를 키워주신 자애로운 어른이셨고 항상 나와 성하연이 잘되기를 바라시며 나를 사위처럼 대해주셨기 때문이다.나는 성하연이 결혼은 역시 비슷한 집안끼리 해야 한다고 생각을 바꿔서 나와 잘살아 보려고 결혼한 줄 알았다. 나 역시 성하연에게 잘해주고 내 인맥과 집안의 힘을 이용해 성씨 가문이 위기를 극복하도록 도울 생각이었다.그런데 어쩌다 지금 이 상황이 됐단 말인가.성권휘는 병실로 옮겨졌고 이도훈도 도착했다. 성하연은 울면서 그의 품에 안겨 억울함과 두려움을 토로했다.나는 조용히 그곳을 떠났다.다음 날 한미림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녀는 이미 성권휘를 돌볼 간병인을 구했으니 회사를 며칠만이라도 안정시켜달라고 부탁했다.나는 별다른 고민 없이 동의했다. 나는 일단 성씨 가문 프로젝트라는 명목으로 내 인맥을 활용해 투자를 유치하고 자금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생각했다.나는 아직 성씨 가문의 사위였기에 이런 상황에서 나서는 것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나는 사업상 친분이 있고 투자 의향이 있을 만한 사장들에게 연락해 소규모 만찬회에 초대했다.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성하연이 어디선가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

  • 첫날밤의 안대   제4화

    “정말 미쳤군, 미쳤어!”성권휘는 분노에 차 손가락으로 성하연을 가리키며 소리쳤다.“내가 말했잖아. 지민이가 너랑 결혼하고 싶어 안달 난 게 아니라 내가 그 애에게 너랑 결혼해달라고 부탁한 거라고!”장모는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하연아. 이제 지민이도 왔으니 앉아서 네 아빠랑 나랑 하는 말 좀 들어보렴.”성하연은 격앙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윤지민, 네가 우리 부모님께 최면이라도 걸었어? 왜 이렇게까지 너에게 굽신거리는 건데? 이 지경이 됐는데도 이혼을 허락하지 않고 나보고 너한테 사과까지 하라잖아! 절대 어림도 없어!”나는 화가 나서 성하연의 과도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를 때리려는 성권휘를 말리려고 달려들었다.“아버님, 하연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데 이 혼사는 없던 걸로 하죠.”성권휘는 떨리는 손으로 나를 꽉 붙잡고 눈시울을 붉혔다.“지민아, 부탁한다. 제발...”성하연은 갑자기 과도를 내던지고 달려들어 나를 세게 밀쳤다.“부탁하긴 뭘 부탁해요! 내가 싫다는데! 난 처음부터 이 사람 좋아한 적이 없었어요. 도훈 오빠가 없었어도 이 사람은 절대 좋아하지 않았을 거라고요!”그녀는 증오에 찬 눈빛으로 마치 철천지원수를 보는 것처럼 나를 노려보았다.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우리는 점점 멀어졌고 그녀는 더 이상 내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그녀는 더 이상 내 마음속에 모든 것을 의지하던 어린 소녀가 아니었다.나는 마음속의 쓰라림을 억누르고 심호흡을 한 후, 정중하게 성권휘 부부에게 말했다.“아저씨, 아줌마, 더 이상 하연을 억지로 설득하지 마세요. 우리 둘 좋게 헤어지는 게 모두에게 좋습니다.”내가 호칭을 아저씨, 아줌마로 바꾸어 부르는 것을 듣고 성권휘는 잠시 멍해졌다.“지민아, 이혼은 안 된다. 내가 평소에 하연을 너무 오냐오냐 키워서 버릇없게 만들었어. 내가 사과할게...”그는 우리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성하연을 밀어내려 했지만 그녀는 성권휘의 손을 붙잡고 나에게 소리쳤다.“윤지민, 빈말로 이혼하자고 해서 우리 아

  • 첫날밤의 안대   제3화

    [무슨 뜻이야? 나를 인스타에 올려서 공개적으로 망신 주겠다는 거지? 내 마음을 돌리려고 이러는 거야?!][어떻게 수법이 갈수록 더러워지니! 난 너 같은 사람은 절대 안 좋아해. 난 도훈 오빠만 좋아한다고!][마누라가 바람피우는 게 자랑스러워? 누가 더 망신인지 두고 보자고!]성하연은 계속해서 악담을 퍼부었다. 내가 아무 반응이 없자 아예 나처럼 인스타에 글을 올렸다. 정말이지, 그녀와 이도훈은 생각하는 방식이 놀라울 정도로 똑같았다.그녀의 인스타 글:[사랑 없는 결혼은 감옥일 뿐. 비록 강제로 결혼했지만, 내 몸은 영원히 내 사랑에게 충실할 거야.]우리는 공통 친구가 많았기에 누군가는 댓글에서 그녀를 비난했다. 하지만 성하연은 전혀 개의치 않고 모두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나는 아무에게도 답하지 않았다. 이 결혼 생활에서 나는 부끄러울 것이 없었다.내가 인스타에 글을 올린 건 모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그녀는 더 이상 내 뒤를 쫓아다니며 애교를 부리던 어린 소녀가 아니었으니 나 역시 이 짝사랑을 정리해야 할 때였다.조용히 그녀의 인스타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른 뒤, 나는 알림을 끄고 세수하고 출근 준비를 했다.나와 성하연은 어렸을 때 이웃이었다. 고급 주택 단지에서 비슷한 나이 또래 아이들이 모두 함께 어울려 놀았지만 나는 유독 귀엽고 사랑스러운 성하연에게 특별히 신경을 썼다.숙제를 봐주고 등하교를 시켜주는 것은 물론 머리를 땋아주고 치마를 입혀주고 간식을 챙겨주는 것까지 다 해주었다.그렇게 하다 보니 어느새 습관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주변 사람들은 농담 삼아 내가 어린 신부를 키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그럴 때면 성하연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었다.“커서 나는 지민 오빠랑 결혼할 거예요”하지만 그녀는 이도훈을 만나자 그 말을 깔끔하게 잊어버렸고 나만 진심으로 받아들였었다.쓴웃음이 나왔다. 진작에 포기했어야 했는데.마음을 추스르고 출근 준비를 하는데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장인어른이었다. 수화기 너머로 시끄러운 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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