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연재준이 그녀에게 질렸다는 사실을 바꿀 수 없는 것처럼, 그녀는 이 아이도 지킬 수 없었다. 의사가 그녀의 눈을 가려주고 눈을 감은 유월영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그 후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수술을 마치고 간호사는 유월영을 병실로 밀고 돌아갔다. 그녀는 이미 깨어났지만, 예상치 못한 임신과 유산의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간호사는 입원 등록을 질문했다. “1703번 침대 유월영 씨, 가족이 왔나요? 유월영 씨? 가족분들 오셨나요?”유월영은 입술을 달싹이였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다른 간호사는 그녀가 측은해 보여 입을 열었다.“제가 할게요. 구급차에 실릴 때 환자분이 신분증과 은행 카드를 주면서 직접 등록하고 요금 결제하라고 요청했어요. 저분이...”“...저는 가족이 없어요.”유월영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그녀는 마른침을 삼켰다. 갑작스러운 불행한 사건으로 인해 아이를 잃은 그녀는 몸을 웅크린 채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 내 울기 시작했다.유월영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의료진은 동시에 경찰에 신고했었다. 경찰은 그녀가 겨우 감정을 추스르고 진정되자 병실로 들어와 상황을 물었다.유월영은 생각나는 대로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경찰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그 '두목'은 혹시 목에 호랑이 문신이 있던가요?”“네, 맞아요.”경찰은 그들을 아는듯했다. “그 조직은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여성을 유괴해 왔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오랫동안 추적해 왔으니 걱정 마세요. 반드시 그놈들을 잡고 당신과 다른 피해자들에게 정의를 가져다줄 겁니다!”유월영은 유산으로 인해 병원에 3일 동안 입원해 있었다.셋째 날, 수사 경찰의 전화가 왔다. 그들은 이미 그 인신매매범들을 잡았고 증거가 정리되는 대로 법원의 판결만 기다리면 된다고 했다.또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은 공소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알려주었다. 하지만 그때 유월영은 한창 해운그룹에서 사직하려고 연재준과 신경전을 벌리고 있을 때여서 그 일에 더 이상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어차피
어두운 방 안에서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연재준은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녀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그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어깨에 묻었다.“우리 다시 잘 살아와.”“자기야. 어머님을 해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 가족들 모두 아무 일 없이 살게 할 거야.”“날 한 번만 더 믿어주면 안 돼?”“...” 유월영의 손은 그의 가슴을 계속 밀어내며 그들의 가슴이 맞닿는 것을, 그들의 심장이 맞닿는 것을 끝까지 거부했다.그녀는 전에 이미 말했었다. 두 사람은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거라고. “싫어요.”...다음 날 아침, 이승연은 법률 사무소에 도착하자마자 조서희의 전화를 받았다. “승연 언니, 어제 병원에서 월영이를 봤다고 했지?”“맞아. 어제 연재준이랑 같이 있었어.” 이승연은 사무실로 걸어가며 말했다.조서희는 뭔가 은밀한 이야기를 하려는 듯 목소리를 낮춰 얘기했다.“내가 어젯밤 회사에서 야근하고 늦어서 집에 못 갔는데, 아침에 가보니 집에 도둑이 들었더라고!”이승연은 눈살을 찌푸렸다.“뭐?”조서희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쿵쾅거렸다. “글쎄 누군가 우리 집에 들어와서 집 안을 샅샅이 뒤졌다니까. 경찰에 신고해서 와서 사진 찍고 증거를 수집했지만 누군지 아직 몰라. CCTV 선도 다 잘려 있었어.”“도난당한 건 없어?”“아마도 없을 거야. 근데 그 사람들이 뭔가 다른 걸 찾으러 온 것 같아. 눈에 띄는 곳에 있던 금목걸이도 안 가져갔어. 지금 생각해 보니 월영이와 관련된 거 아닐까?”조서희는 증거는 없지만 직감적으로 그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유월영과 연락이 닿지 않아서 이승연에게 알리고 상의할 수밖에 없었다.“혹시 연재준이 월영이를 감금하고 있는 거 아닐까? 그런 게 아니라면 우리와 연락이 안 될 리가 없잖아. 우리 집에 뭔가를 찾으러 온 사람이 연재준 사람일 수도 있어.”이승연은 가방을 내려놓고 얼굴이 어두워진 채 물컵을 들고 정수기로 가면서 말했다. “그럴 가능성이 있어. 어제 월영이가 뭔가
이승연이 미간을 찌푸렸다.“뭐라고?”오성민이 그녀의 손목을 잡아 차에서 끌어 내렸다. 조서희가 깜짝 놀라 소리 질렀다.“승연 언니!”“괜찮아, 내가 잠깐 얘기하고 올게.” 이승연은 고개를 돌려 조서희를 안심시켰고 오성민은 그런 그녀를 한쪽으로 끌고 가서 전봇대에 밀어붙였다.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해. 당신 처음부터 아이를 원하지 않았지? 이 아이는 우연히 생긴 거지, 맞아?”이승연은 그와의 이 스킨십도 그의 말투도 모두 다 불편했다. 그녀가 입을 열려는 찰나에 오성민이 비웃으며 말했다. “너 모르지? 이혁재가 너의 피임약을 바꿔치기했어. 네가 먹은 건 피임약이 아니라 임신이 잘 되는 보약이었다고. 그는 의도적으로 너를 임신시키려고 한 거야!”“!”이승연은 온몸이 떨려왔다.그녀는 순간적으로 혼란스러웠지만 바로 든 생각은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혁재가 좀 거칠기는 하지만 그렇게까지 비열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녀는 재빨리 반박했다.“오성민, 당신 정말 비열해. 그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더 잘 알아!”오성민은 입가에 냉소를 띄며 말했다. “못 믿겠으면 네가 직접 조사해 봐. 내가 직접 똑똑히 들은 말이야.”그는 말을 마치고 이승연을 놓아주고 바로 자기 차에 올라타 떠나버렸다.이승연은 한동안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조서희가 급히 차에서 내려와 그녀 앞에 섰다. “승연 언니, 무슨 일이야? 저 사람 누구야? 무슨 얘기를 했어?”“...”이승연은 손에 든 가방을 꽉 쥐었다.“별일 아니야. 우선 동해안으로 가자.”그녀는 우선 유월영을 보러 간 후 이 일을 다시 조사할 생각이었다. 만약 이혁재가 정말로 그랬다면...그녀는 자신의 배를 쓰다듬은 뒤 주먹을 꽉 쥐었다.두 사람은 차에 올라 떠났지만, 그들은 로펌 맞은편 길가에 멈춰 선 스포츠카 안에 있는 여자가 방금 있었던 장면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여자는 곧바로 이혁재에게 전화를 걸었다.“혁재 오빠, 방금 오빠 와이프네 로펌 앞에 있는데, 오빠 와이프가
가정부는 눈에 띄게 당황한 상태였다. 연재준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뭐가 그렇게 겁이 나요?”가정부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경찰이 작은 사모님을 볼 가 봐...두려워요.”“사모님이니까 당연히 집에 있지.”“네.”가정부는 급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유월영이 차갑게 말했다.“모든 사람이 당신처럼 법을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모든 사람이 당신처럼 대담한 심리 상태를 가진 것도 아니죠. 우리같이 보통 사람들은 경찰과 법을 기본적인 경외심을 가지고 있어요.”“이게 경찰과 법과 무슨 관계가 있지? 아내와 남편이 함께 사는 것이 미풍양속에 반하는가?” 연재준은 그녀를 다시 앉히며 말했다. “이 변호사가 신고한 것 같은데, 당신이 그날 병원에서 보인 반응이 조금 이상해서 그녀가 오해한 것 같아. 오해를 풀면 될 거야.”‘오해?’유월영이 비웃었다. “나는 당신의 연극에 같이할 생각이 없어.”연재준은 반숙 달걀 하나를 그녀의 식판에 올리며 말했다.“하지만 오해를 풀지 않으면 이 몸이 체포될 텐데, 그러면 어머님을 돌볼 사람이 없어지잖아. 안 그래?”‘역시.’이 남자는 어젯밤 그녀를 껴안고 잘 지내자고 속삭였지만 아침이 되자 모든 것을 잊은 듯 그녀의 어머니로 다시 협박했다.한 번 당한 것으로 교훈을 얻은 유월영은 그와 정면으로 맞서지 않았다. 그녀도 계란 후라이 하나를 그의 식판에 놓았다. 진심이 아닌 연기라면, 팔방미인의 유 비서도 지지 않았다.“만약 엄마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당신은 유월영이라는 아내를 잃게 될 텐데 그때 가서 장부의 행방을 누구한테서 찾을 수 있을까요?”그가 어머니로 협박하자 그녀도 자신을 가지고 연재준을 협박했다.연재준은 그녀를 다정하게 바라봤지만 눈에 불쾌함이 서렸다.그가 불쾌해하면 유월영은 기뻤다. 그녀는 그에게 미소를 지었지만, 그 미소에는 진심이 담겨 있지 않았다. 연재준은 그녀가 집어준 계란 후라이를 천천히 먹으며, 문 앞의 소동을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조서희가 지치지 않
조서희가 바로 반박했다.“그럴 리 없어! 월영이 저 사람과 아직 혼인 신고도 하지 않았어. 부부가 아니야!”연재준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물티슈 꺼내 손을 닦았다.“그래요. 당신의 눈에는 내가 친구의 남편감으로 눈에 차지 않겠죠.”연재준이 유월영을 보며 이어 말했다.“당신도 참, 친구분들 앞에서 좋은 얘기 좀 해주지 않을 거야?”유월영이 무표정하게 말했다. “없는 이야기를 내가 어떻게 꾸며내겠어요?”경찰은 상황이 이상하다고 느끼고 그녀에게 물었다.“유월영 씨, 친구분이 유월영 씨가 불법 감금되었다고 신고했는데, 사실인가요?”“아니요.”유월영은 ‘맞아요’라고 말할 수 없었다.만약 그렇게 대답한다면, 경찰이 오늘 그녀를 구출할 수 있을지라도 어머니를 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면 그녀가 연재준에게 돌아간 의미가 없었다.조서희는 유월영이 연재준에게 협박당했다고 생각하고 말했다.“월영아, 우리가 옆에 있고 경찰도 여기 있으니까 두려워하지 말고 사실대로 말해봐!”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연재준에게 따지듯 물었다. “만약 월영이를 감금한 게 아니라며 왜 월영이를 집 밖으로 나가지 못 하게 하고, 우리와 연락도 못 하게 한 건가요?”연재준이 대답했다.“월영이가 임신초기라서 밖에 나가 돌아다니다 다칠까 봐요. 그래서 특별한 일이 없으면 집에 있으라고 했어요.”조서희는 눈을 크게 뜨며 놀랐다. 임신?그녀는 유월영을 바라보며 보며 눈빛으로 물었다. ‘정말이야?’“...”유월영은 잠시 멍해졌다. 연재준이 이미 외부에 그녀가 임신했다고 발표한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 그의 입에서 임신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유월영은 그가 그녀의 계획을 눈치챈 줄 알았다.몇 초 후 유월영은 차분하게 말했다. “맞아. 밖에 나가다 배 속의 아이가 다칠까 봐 걱정돼서 그랬어.”그녀는 이내 말을 돌렸다. “하지만 이렇게 집에서 만날 수 있잖아. 점심에 가지 마세요. 집에 새로운 요리사가 왔어. 요리사가 몇 가지 요리를 준비하게 하고, 오늘은 같이 밥 먹으면서
수술이 끝나 병실로 옮겨질 때까지도 유월영은 자신이 유산으로 아이를 잃었다는 사실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그녀를 병실로 데려간 간호사는 인적 사항을 등록하기 위해 그녀에게 물었다.“유월영 환자분, 가족들은 어디 계신가요?”유월영은 초점을 잃은 눈으로 천장만 올려다볼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간호사가 재차 물었다.“유월영 씨, 가족들 연락처 좀 알 수 있을까요?”이때, 약품을 정리하던 다른 간호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나한테 줘. 그거 내가 입력할게. 환자가 구급차에 실려올 때 신분증이랑 카드 나한테 줬었어. 바로 등록하고 비용 결제하면 된다고. 아마 이 환자는….”유월영은 그제야 입술을 달싹이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저는 가족이 없어요.”진한 소독약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이를 잃었다는 상실감이 점점 더 진실되게 다가왔다. 그녀는 길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다가 더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떨구었다.깊은 절망감이 찾아왔다.수술을 마친 유월영은 홀로 병원에서 사흘간 입원해 있었다.그 동안 그녀를 찾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나흘 째 되던 날, 드디어 연재준에게서 전화가 왔다.“유 비서, 무단 결근 3일이면 충분히 휴식하지 않았어? 지금 옷 입고 서덕궁으로 와.”남자의 목소리와 함께 시끄러운 배경 음악과 여자들의 웃음소리까지 같이 전해져 왔다. 유월영은 지금 입원 중이라고 말해야 할까 잠시 고민했다.“유 비서.”낮게 깔린 중저음 목소리가 재차 전해졌다.화가 많이 났다는 증거였다.유월영은 하려던 말을 도로 삼키고 그대로 병원을 나와 택시를 잡아타고 부랴부랴 서덕궁으로 향했다. 그녀는 가는 길에 차 안에서 화장을 했다.목적지에 도착하자 그녀는 대충 립스틱을 입술에 바르고 카운터로 직행했다.“해운그룹 연 대표님이 계신 방이 어디죠?”고개를 든 어린 남직원은 눈앞의 미모의 연인을 보고 수줍게 웃으며 다급히 길을 안내했다.“연 대표님은 1번 룸에 계십니다. 제가 안내할게
술자리가 끝나고 유월영은 고객사 직원들을 한 명씩 차에 태워 보냈다. 모든 일이 끝난 뒤, 그녀는 피곤한 얼굴로 길가 가로등에 등을 기댔다. 이미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고 오장육부가 뒤틀리듯이 아팠다.립스틱은 이미 지워진지 오래고 파리한 입술에는 핏기 한 점 없었다.그녀의 상태가 이상한 것을 눈치챈 연재준의 운전기사가 다급히 다가오며 그녀에게 말했다.“유 비서님, 먼저 차에 타실래요?”유월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힘겹게 뒷좌석에 올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차 문이 열리더니 밖에 연재준과 여자애가 서 있었다. 같이 타려고 했는데 유월영이 먼저 타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았다.연재준이 그녀를 보고 인상을 확 찌푸렸다.여자는 다급히 달려가서 조수석 문을 열며 말했다.“대표님, 제가 앞에 탈게요.”연재준은 짜증스럽게 문을 쾅 닫고 차에 오르며 말했다.“유진이 먼저 데려다줘.”유월영은 고통스럽게 두 눈을 감았다. 온몸에 힘이 다 빠지고 속이 울렁거렸다. 유산하고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서 술을 마시니 죽을 것 같은 고통이 찾아왔다.차는 한 낡은 아파트 구역으로 들어섰다. 유월영이 잠깐 눈을 붙이고 있는데 연재준이 갑자기 그녀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골목이 어두워서 위험해. 유 비서가 유진이 집까지 좀 데려다줘.”백유진이 흑수정 같은 눈망울을 반짝이며 말했다.“괜찮아요, 대표님. 언니도 피곤할 텐데 여기서부터는 혼자 갈 수 있어요. 조금만 더 걸으면 도착해요. 혼자 올라갈게요.”차에서 내린 그녀는 뒷좌석 차창에 대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대표님은 월영 언니 바래다줘요. 저는 이만 가볼게요. 좋은 꿈 꿔요.”차갑기만 하던 연재준의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언뜻 스치고 지나갔다.“그래, 좋은 꿈 꿔.”유월영은 차에 오르고 지금까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운전기사는 유월영을 집에 데려다주는 대신, 연재준의 동해안 별장으로 차를 돌렸다. 그는 연재준의 가까운 심복 중 한 명으로써 눈빛 하나로도 연재준의 속마음을 알 수 있었다.집 안으로
그 말을 끝으로 그들은 함께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기에서 내려오는 물줄기 소리가 남녀의 신음소리를 덮었다.연재준에 이끌려 욕조에 던져진 유월영은 갑자기 3년 전 그와의 첫만남이 떠올랐다.그날도 비가 오는 날이었다.그녀의 부모님은 작은 슈퍼를 운영했다. 부유하진 않지만 궁핍하지는 않았고 다섯 식구가 서로 이해하고 도우면서 오붓하게 살았다.그런데 어느 날 아버지가 사기꾼의 꼬임에 들어 10억이라는 거액의 빚을 지게 되었다. 그들은 슈퍼와 집을 팔고 집안의 팔 수 있는 건 다 팔았지만 그래도 6억이나 부족했다.막다른 길에 다달았을 때, 사기군은 유월영을 데려다가 빚을 갚게 하겠다고 꼬드겼다.그리고 그녀의 부모님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그녀는 비 오는 밤에 살기 위해 집에서 도망쳤다. 뒤에는 오토바이 소리가 그녀를 쫓고 있었다. 맹수에게 쫓기는 이 가여운 먹잇감은 도망치는 길에 신발까지 잃어버리고 머리는 산발이 된 채로 어두운 대로를 달리고 또 달렸다.달리다 지친 그녀가 바닥에 주저앉자, 오토바이를 탄 폭주족들이 그녀를 에워쌌다. 그녀가 모든 게 끝이 났다고 절망하던 순간에 차량 한 대가 골목으로 들어섰다.차 문이 열리고 반짝이는 구두가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 고개를 약간 들자 정장을 입은 한 남자가 검은 우산을 들고 냉랭한 분위기를 풍기며 다가와서 그녀의 머리 위에 우산을 씌워주었다.그리고 조폭들에게 자기 사람이라고 당장 꺼지라고 말했다.처음 만났을 때 그는 꿈에서 나타난 구원자 같은 느낌이었다. 그의 모습은 그대로 그녀의 마음속에 깊게 각인되어 버릴래야 버릴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대략 30분이 지나 유월영은 젖은 채로 욕실을 빠져나왔다. 그녀는 주방으로 가서 흑설탕을 따뜻한 물에 풀어 마시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연재준은 아직 욕실에서 씻고 있었다.그녀는 유산한 사실을 그에게 알려야 할까 잠시 고민했다.하지만 결국 비밀에 부치는 걸로 결론이 났다.3년 전 그녀를 위기에서 구해준 남자는 그의 곁에 남는 대가로 더 이상 귀찮은 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