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401화

Author: 무가
군부 사람들이 자기를 찾으러 온 것을 본 황예은은 눈꺼풀이 저절로 뛰기 시작했다.

그동안 박씨 가문 회사를 전적으로 맡고 있는 동안, 황예은은 군부 사람들과는 전혀 교류가 없었다.

국민은 절대 공무원과 싸우지 말고 공무원은 절대 군부 사람과 싸우지 말라는 말이 있다.

역사적으로 군부는 언제나 국가의 최고 권력이었다.

군부의 고위층을 건드리면 그 후엔 끔찍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

진서준도 바로 그 군부 군관이라는 존재의 가치를 알아보고 설표 특전대에서 교관직을 맡기로 했다.

“제가 바로 황예은이에요. 무슨 일이죠?”

군부가 무서운 존재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황예은의 말투는 여전히 그 여느 때와 다름없이 냉랭하고 자존심 강했다.

그 군관은 황예은의 말을 듣고 얼굴에 불쾌한 표정이 역력했다.

“우리의 조사에 따르면 넌 반역죄를 지질렀어. 넌 해외에서 우리나라에 침투한 간첩이야.”

군관이 거친 목소리로 꾸짖었다.

반역죄를 저지른 간첩이라고?

황예은은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 같았다.

황씨 가문은 대대로 대한민국에 충성한 가문인데 어떻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죄를 지을 수 있을까?

이건 명백히 누군가 고의로 자기를 음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심지어 상대방은 자기를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군부까지 동원했다.

황씨 가문은 군부에 아무런 인맥도 없었다.

지금 이 상태로 군부로 끌려가면 그 처참한 결말은 대충 예상할 수 있었다.

“뭔가 오해가 있는 모양이에요. 저는 절대로 간첩이 아닙니다.”

황예은은 여전히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간첩인지 아닌지는 네 주장 하나로 해결할 수 없어. 우리와 함께 가서 조사받자.”

군관도 똑같이 차가운 말투로 대응했다.

그때, 진서준이 앞으로 나서서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

“누가 너희를 보냈어?”

황씨 가문에 부귀전승이 존재하는 마당에 반역죄를 저지른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황예은과 며칠을 함께 지내면서 진서준은 황예은이란 사람에 대해 자세하게 잘 알게 되었다.

황예은은 극도로 자존심 강한 여자였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02화

    “군부에 잡혔어.”진서준의 말에 진서훈의 목소리가 다소 불쾌해졌다.“어느 군구야?”“너희는 어느 군구 소속이야?”진서준이 군관을 보며 물었다.“동부 임해 전구야.”“동부 임해 전구라고? 알았어. 지금 바로 사람을 보낼게.”진서훈은 여전히 불쾌한 목소리로 말했다.전화를 끊은 후, 군관은 진서준의 휴대폰을 강제로 빼앗았다.하지만 진서준은 미소를 지으며 침묵만 지키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군부 사람들과 함께 차를 타고 두 시간 이상 간 후, 진서준 일행은 깊은 산속에 도착했다.마침내 차는 흑석영이라는 군사 기지에 도달했다.흑석영 군사 기지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죄수만이 갇히는 곳이다.일단 들어가면 살아서 나오는 사람은 없다고 널리 알려진 곳이기도 했다.차에서 내리자 진서준은 주변 환경을 천천히 살폈다.은은한 달빛과 반짝이는 별이 먹구름에 가려져 있었고 주변은 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있었다.딱 봐도 곧 폭우가 쏟아질 것 같았다.그때 두 사람이 진서준과 황예은을 향해 다가왔다.“황예은 씨, 제 이름은 박신준입니다. 흑석영 군사 기지 총책임자입니다.”장군 훈장을 단 중년 남자가 차갑게 말했다.박씨 성을 듣자 진서준과 황예은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혹시 이 사람이 박씨 가문의 사람인가?하지만 황예은은 박씨 가문에 군부 사람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왜 날 잡아들였죠?”황예은이 차가운 목소리로 따졌다.황예은은 장군급 군관을 상대하면서도 여전히 일말의 두려움도 없었다.“황예은 씨는 반역죄를 저질렀기 때문입니다.”박신준이 차갑게 말하자 진서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간첩이냐 아니냐는 네가 잘 알지 않아?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 까놓고 다 말하는 게 낫지 않겠어?”박신준의 얼굴을 보니 이전에 만났던 박진강과 조금 닮아있는 듯했다.이 사람은 박진강의 삼촌이나 큰아버지일 가능성도 있었다.박신준이 진서준을 힐끗 보더니 이내 부하들에게 지시했다.“이 두 사람 분리해서 구속해.”박신준이 두 사람을 따로 구속하려는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03화

    다른 심문실에서 황예은은 의자에 단단히 결박된 채 앉아 있었다.황예은의 맞은편에는 박신준이 앉아 있었다.박신준이 황예은을 쳐다보는 눈빛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증오가 담겨 있었고 황예은은 그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었다.두 사람은 분명 처음 만난 사이인데 왜 상대방이 이렇게 자기를 증오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국가를 배반한 반역죄를 저질렀다니, 황예은은 그런 짓을 한 적이 없었다.“황예은 씨, 박진강과 당신 사이에 어떤 원한이 있었습니까?”박신준이 다짜고짜 물었다.“네?”황예은은 그제야 왜 자기가 이곳에 끌려왔는지 알 것 같았다.“당신은 그 사람 삼촌인가요?”황예은의 질문에 박신준이 퉁명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난 박진강 아버지입니다!”이 말은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고 황예은은 순간 얼음처럼 얼어붙었다.박서명이 자기 친형제에게 오쟁이를 지게 되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박신준을 쳐다보는 황예은의 의아한 눈빛을 본 박신준은 한마디 덧붙였다.“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닙니다. 자강은 우리 형이 나한테서 직접 입양한 아들입니다.”황예은은 더 이상 그 이유에 관해 묻지 않았다. 이유는 중요하지 않았다.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박신준이라는 장군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였다.흑석영에서 박신준은 가장 높은 위치에 있었고 그가 고개를 끄덕이지 않으면 황예은과 진서준은 여기서 살아 나갈 수 없을 것이다.“당신 아들은 내가 다른 사람을 시켜 때린 거예요.”황예은의 말에 박신준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그냥 때리기만 했습니까?”“그래요.”“근데 우리 아들이 죽었네요!”박신준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섰고 그의 눈빛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죽었다고요?”황예은도 순간 당황했다.진서준이 그 당시에는 꽤 과격하게 행동했지만 박진강을 죽일 정도는 아니었다.분명 누군가가 박진강을 죽였을 것이다.“내가 한 일이 아니에요...”황예은은 본래 우리라고 하려다가 곰곰이 생각하고는 혼자서 모든 걸 떠안기로 결심했다.황예은은 진서준에게 진 빚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04화

    말을 마친 박신준은 손에 든 긴 채찍을 휘둘러 황예은의 옆구리를 강하게 내리쳤다.팍!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황예은의 옷이 찢어져 나가고 그녀의 하얗고 부드러운 복부에는 깊은 핏자국이 남았다.채찍이 박신준의 손에 돌아올 때 길고 날카로운 가시들에 피와 살이 묻어 있었다.극심한 고통이 밀물처럼 밀려와 황예은은 기절할 뻔했다.그 후, 채찍은 폭우가 쏟아지듯 미친 듯이 황예은에게 내리쳤다.팍팍!결국 황예은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심장이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내질렀다.뼈저린 고통에 황예은의 몸은 계속해서 경련을 일으켰다.본래 완벽했던 황예은의 몸매는 이 가혹한 형벌을 겪은 후, 살점과 피가 튀어나오고 끔찍한 몰골이 되어 있었다.채찍의 가시에는 피와 살점이 가득했다.자세히 보면 황예은의 뼈마저 아슬하게 드러나 있었다.연약한 여자가 아니라 강철처럼 단련된 군인도 이 고문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옆에서 지켜보던 군인들도 이 광경이 너무 참혹해서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장관님, 이 여자 기절했습니다.”“물을 부어 깨워.”박신준은 황예은이 하나도 불쌍하지 않았다.박진강은 박신준의 유일한 아들이었다.그런데 그 유일한 아들이 죽은 마당에 박신준은 절대 황예은을 가볍게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대한민국 최고 부자의 딸이라 해도 상관없었다.박신준의 아들을 죽인 자는 반드시 그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이내 군인이 커다란 통에 담긴 고추 물을 들고 왔다.이 고추 물을 피범벅이 된 몸에 부으면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고 견딜 수 없었다.촤락!고추 물이 황예은의 몸을 타고 흐르면서 상처투성이인 피부 속으로 스며들었다.극심한 고통에 기절해 있던 황예은은 다시 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과 자극을 받고 눈을 떴다.지금 황예은의 머릿속은 온통 고통과 아픔으로 꽉 차서 터질 것만 같았다.“그만해, 얼른 날 죽여...”황예은의 목소리를 듣자 박신준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떠올랐다.“죽고 싶어? 내가 네 말을 들을 것 같아?”팍팍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05화

    박신준은 흑석영에서 이미 수년을 지냈고 여기 있는 모든 군인은 그의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그래서 박신준은 하문천에게 공개적으로 대들 수 있었던 것이다.박신준은 하문천이 고작 여자 하나를 위해 장군 계급인 자기와 공개적으로 싸울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내가 손을 대야 정신을 차릴 거야?”하문천이 평온하게 물었다.흑석영에는 군단 하나 정도의 전력이 있었고 설령 지선이라고 해도 정면으로 맞설 수는 없었다.하지만 진서준을 위해서라면 하문천은 기꺼이 흑석영을 상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왜냐하면 그들 호국부가 진서준에게 진 빚이 있기 때문이었다.보해 전투에서 진서준이 참전하지 않았더라면 진서훈과 그 일행은 모두 죽었을 것이다.“하문천 어르신, 그 여자는 도대체 어르신에게 어떤 사람입니까?”박신준이 이를 악물고 물었다.“여자라고?”하문천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네가 잡은 건 남자야, 여자야?”박신준도 의외의 질문에 멍하니 서 있다가 답했다.“어르신이 구하려는 사람은 황씨 가문 그 여자가 아니었습니까?”“당연히 아니야.”박신준은 비로소 자기가 하문천의 말을 오해한 사실을 깨달았다.하문천이 구하려는 사람은 진서준이지 황씨 가문의 여자가 아니었다.“너 도대체 몇 명 잡은 거야?”하문천이 냉랭하게 물었다.“두 명입니다. 그중 하나는 남자입니다. 지금 바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오해가 풀리자 박신준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박신준이 만약 호국장군과 싸운다면 나중에 군부에서 그를 해임할 가능성이 컸다.얼마 지나지 않아 박신준과 하문천은 진서준이 갇혀 있는 방 앞에 도착했다.유리창 너머로 방 안에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것을 보자 하문천은 박신준이 진서준에게 형벌을 가했음을 눈치챘다.다행히 진서준은 추위를 타지 않는 편이었고 그렇지 않았다면 얼어 죽었을지도 모른다.“얼른 문 열어. 왜 이렇게 멍하니 서 있어?”박신준이 언성을 높여 부하에게 소리쳤다.문이 열리자 뼈까지 파고드는 차가운 공기가 순식간에 쏟아져 나왔다.박신준은 저도 몰래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06화

    “저기 있어...”진서준은 박신준을 바닥에 내던지고 빠르게 건물로 달려갔다.“경비 연대 좀 보내.”박신준은 숨을 두어 번 가까스로 몰아쉬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오늘 박신준은 무슨 일이 있어도 황예은이 떠나는 걸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하문천 어르신, 보셨죠? 저는 어르신의 체면을 봐서 얌전하게 있는데 저 녀석은 제 체면 따윈 신경도 안 씁니다.”박신준이 이를 악물고 바로 고자질하자 하문천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만둬, 방금 일어난 일은 못 본 걸로 할게.”박신준은 하문천이 자기를 위로하려고 하는 말인 줄 알고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그러나 그 말은 사실 진서준에게 하는 말이었다.지선도 죽일 수 있는 진서준이 굳이 박신준을 두려워할 리 없다.진서준은 속도를 내서 뛰어가 작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진서준은 진한 피비린내를 맡고 당황한 표정을 지은 채 빠르게 피비린내가 나는 쪽을 따라갔다.우르릉!갑자기 진서준은 벼락을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눈앞의 황예은은 도살장에 끌려간 죽은 돼지처럼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황예은의 몸은 피투성이였고 피부가 찢겨나갔으며 살점이 거의 다 떨어져 나갔다.지금 황예은의 몸에는 거의 온전한 상태의 피부가 보이지 않았다.피는 황예은의 발끝에서부터 조금씩 떨어져 바닥에 흘러내리고 있었다.쿵!진서준은 발로 감옥 문을 열어젖히고 참선검을 꺼내 밧줄을 끊어냈다.그러자 황예은이 이내 진서준의 품에 떨어졌다.“이 개자식!”진서준은 황예은의 처참한 몰골을 보며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박신준이 여자에게 이렇게 가혹한 대우를 할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더군다나 박신준의 아들 박진강은 황예은이 죽인 게 아니었다.참선검도 주인의 살기를 감지한 듯 미세한 빛을 발산했다.진서준은 황예은를 안고 천천히 건물을 빠져나갔고 참선검은 그의 뒤를 떠다녔다.작은 건물 밖에는 수백 명이 총을 장전하고 출구를 겨누고 있었다.진서준이 황예은를 안고 나오는 것을 보자 군인들은 총알을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07화

    보이지 않는 압박감이 모든 이들의 몸을 감쌌다.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은 보이지 않는 커다란 산맥이 자기를 짓누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숨이 막혀 호흡이 어려웠다.본래 아무런 두려움도 없던 군인들도 이 순간, 총을 잡고 있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진서준은 박신준의 비명이 울려 퍼지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손에 든 참선검의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불과 몇 분도 채 되지 않아 박신준의 배 부분의 살과 피부가 모두 떨어져 나가 바닥에 떨어졌고 그 안에 하얀 뼈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몇몇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고 참지 못하고 허리를 굽혀 구토하기 시작했다.너무나 끔찍하고 잔인한 장면이었다.하문천도 이 광경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몸을 돌렸다.“이건 시작에 불과해.”진서준의 말에 박신준은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배가 파여 나갔으나 이건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니, 박신준의 몸과 정신은 이와 같은 무자비한 대우를 감당할 수 없었다.진서준은 발을 들어 박신준에게 발차기를 날려 넘어뜨렸다.바닥에 쓰러진 박신준의 등은 진서준을 향해 있었다.이후, 진서준은 다시 참선검을 꺼내 이전의 행동을 반복했다.3분도 채 되지 않아 박신준의 등 쪽에 있던 척추뼈가 그대로 드러났다.박신준의 팔과 다리에 피가 남아 있지 않았다면, 다른 사람들은 이 물건이 수십 년 된 유골일 것이라 오해했을 것이다.박신준의 드러난 뼈 위에 살이 하나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날 죽여줘... 날 얼른 죽여!”박신준이 비참하게 울부짖었다.“진서준, 그 녀석을 죽여.”하문천의 목소리가 천천히 들려왔다.“박씨 가문 사람들은 내가 하나도 빠짐없이 모조리 몰살하겠어.”말이 끝나자 진서준은 손을 들어 공중에서 박신준의 등을 가격했다.딱!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박신준의 등에 있는 뼈는 한 조각씩 부서져 부스러기로 변했다.진서준은 참선검을 들고 지옥에서 나온 악마처럼 냉정하게 자기를 막고 있는 군인들을 바라보았다.“비켜! 비키지 않는 놈은 죽는 길밖에 없을 거야.”살인귀의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08화

    황씨 가문은 일시적으로 갈 수 없었다. 그곳은 아직 안전하지 않다.동호 별장에 돌아왔을 때, 올기는 여전히 문 앞에서 지키고 있었다.“용존님.”진서준이 돌아오자 올기는 신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그에게 달려갔다.진서준은 진지한 말투로 한마디 던졌다.“문을 잘 지켜.”‘또 그 여자야? 이 여자는 왜 자꾸 다치지? 혹시 액운이 깃든 운명인가?’올기는 호기심을 품고 생각했다.이때는 이미 깊은 밤인지라 허윤진과 서지은은 잠들어 있었다.진서준은 가볍게 발을 옮기면서 될수록 소리를 내지 않고 황예은을 자기 방으로 데려갔다.황예은을 침대에 눕히고 진서준은 큰 물통에 물을 채운 후 가제와 은침을 준비했다.모든 준비가 끝난 후, 진서준은 황예은의 볼품없게 된 옷을 벗겼다.이전의 완벽하고 무결했던 몸과는 달리 지금의 황예은은 차마 직시할 수 없을 정도로 참혹했다.황예은의 몸은 온전한 곳 하나 없이 피와 상처로 뒤덮여 있었다.채찍에 맞은 자국, 피부가 갈라진 자국, 심지어 가시가 박혀 있는 곳도 있었다.진서준은 그 상처들을 보며 가슴속에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지로 억누르려 했다.허사연 일행이 이런 고문을 당했다면 진서준은 오늘 밤 이후, 박씨 가문이 다시는 명주시에 존재하지 않게 만들 자신이 있었다.진서준은 황예은을 사랑하지 않았다.하지만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연약한 여성이 이렇게 비인간적인 무자비한 대우를 받는 것을 보면 누구나 분노가 치밀어 오를 것이다.진서준이 젖은 수건으로 황예은의 몸에 묻은 피를 닦을 때 의도치 않게 그녀의 상처에 손이 닿았다.가볍게 닿기만 해도 황예은은 몸을 바르르 떨며 움찔했다.진서준이 황예은의 온몸에 묻은 피를 닦는 데만 두 시간이나 걸렸고 수건은 20개 이상 교체해야 했다.가제에 묻은 핏자국은 설명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많았다.진서준은 흉터를 없애는 약을 만드는 데 필요한 약재가 부족해 늦은 시간임을 뻔히 알면서도 약왕 이용진에게 전화를 걸었다.“누구야?”밤늦게 전화를 받은 이용진이 기분 나쁘게 말했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09화

    뼛속까지 파고드는 고통은 이미 사라졌다.황예은은 낯선 방을 바라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내가 죽었나?”그날 밤의 고문은 황예은이 평생 잊을 수 없는 지독한 기억이었다.살 속에 깊숙이 박힌 가시가 빠져나갈 때는 피부와 살까지 함께 묻어 나왔다.그 고통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깨어났구나.”익숙한 목소리가 황예은의 귀에 들려왔다.고개를 돌려보니 진서준이 평범한 죽 한 그릇을 들고 방으로 들어오고 있었다.“여기는 어디지?”진서준은 천천히 대답했다.“내 방이야.”이건 사실이지만 그 말을 꺼내는 것만으로도 왠지 기분이 이상했다.황예은은 얼굴이 살짝 붉어지며 진서준을 빤히 쏘아보았다.지금의 황예은은 병기운이 살짝 있었고 평소의 차갑고 도도한 여왕의 분위기와는 완판 다른 다소 애교가 섞인 느낌이 있었다.진서준은 황예은의 반응에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왜? 내가 말실수라도 했나?”“맞긴 한데, 그 말은 오해를 일으킬 수 있어.”황예은은 얼굴을 붉히며 말을 이었다.“누가 들으면 우리 둘이 이 방에서 무슨 일이라도 있었든 줄 알겠어.”“무슨 일이 있었다고 해도 손해 본 건 나야.”진서준이 아무렇지 않게 대응하자 황예은은 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너 정말 얼굴 두껍구나.”“난 여자친구가 있어. 내 여자친구가 내가 다른 여자를 내 방으로 데려온 걸 알면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여자친구가 화나서 나랑 헤어지면 내가 손해 본 게 아니야?”진서준이 논리적으로 해명하자 황예은은 더 이상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쓸데없는 말은 그만 집어치워. 일단 밥이나 먹어. 다 먹었으면 약 바를 거야.”진서준은 그릇을 황예은에게 건넸다.황예은이 일어나자 몸에 덮인 이불이 떨어졌다.진서준의 눈앞에 황예은의 완벽한 곡선을 자랑하는 풍만한 가슴이 그대로 드러났다.진서준은 그 부위를 힐끗 보고는 바로 고개를 돌렸다.“내 잘못 아니야.”진서준이 한마디 보태자 황예은의 얼굴은 눈에 띄게 더 붉어졌다.

Latest chapter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82화

    진서라는 재빨리 움직여 유정에게 물을 떠다 주었다.“고마워, 서라야.”유정은 물컵을 받아 들고 천천히 마셨다.“몸은 어때요?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요?”진서라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이제 괜찮아.”유정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참 다행이네요.”진서라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근데 진서준 오빠는 어디 있어? 왜 안 보이지?”유정이 문밖을 바라보며 물었다.지금 유정이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은 진서준이었다.진서라는 급히 둘러대기 시작했다.“볼일이 있어서 잠깐 나갔어요. 금방 돌아올 거예요.”“나갔다고? 혹시 묘강으로 간 건 아니겠지?”유정도 바보는 아닌지라 진서라의 표정을 보니 뭔가 수상한 낌새를 눈치챈 것이다.“아, 아니에요. 묘강은 워낙 위험한 곳이라 우리 오빠도 그렇게 무모하진 않아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진서라의 마음은 누구보다 더 초조했다.벌써 하루가 지나도록 진서준에게서 아무 소식도 없었다.점심때 국제 뉴스를 본 진서라는 배논국의 묘강 지역에서 큰 소란이 있어 배논국이 결국 묘강 지역을 접수했다는 소식을 확인했다.하지만 진서준의 소식은 단 한 줄도 없었다.그러니 자연스레 진서준에게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그때 유기명이 방으로 들어왔다.딸이 깨어난 걸 보자 유기명은 눈물을 글썽이며 격동한 말투로 말했다.“유정아, 드디어 깨어났구나!”“죄송해요, 아버지. 걱정 끼쳐드려서...”유정의 마음속에 죄책감이 밀물처럼 밀려왔다.그동안 아버지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한눈에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아버지의 머리카락은 절반이 희끗희끗해졌고 얼굴엔 세월의 흔적이 깊이 새겨져 있었다.“바보 같은 소리 마. 사과할 사람은 나야.”유기명은 죄책감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그때 내가 진서준의 말을 듣고 그 자식을 죽였더라면 네가 중독될 일도 없었을 거야.”“이미 지난 일이에요. 이제 그 얘긴 그만하세요.”진서라가 서둘러 다독였다.“그래, 그래. 이미 지나간 일이야. 더 이상 골치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81화

    조슬기의 피부 온도는 평범한 사람과 다를 바 없었지만 몸속은 한기로 가득했다.조슬기의 오장육부는 이미 일반인의 체온을 한창 밑돌고 있었다.옥패가 어느 정도 억제하는 기능이 있긴 했지만 효과가 너무 미미했다.이대로라면 머지않아 조슬기 몸속에 쌓인 한기가 완전히 폭발할 것이다.그 순간이 오면, 조슬기의 목숨도 위험해질 것이다.“이봐, 헛소리하지 마. 너야말로 정신 상태가 안 좋은 거 아냐?”신수란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 없었고 심지어 조슬기 본인도 몰랐다.조슬기가 알면 괜히 걱정할까 봐 일부러 숨겨왔던 것이다.그런데 지금 이 녀석이 대놓고 말해버리다니,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놓은 것과 다름없는 일이었다.사실을 알아챈 신수란이 충격을 받아 극단적인 선택이라도 하면 누구도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없었다.“란 언니, 오빠를 탓하지 마. 사실 오빠가 말 안 해도 난 대충 짐작하고 있었어.”조슬기가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자기 몸 상태를 가장 잘 아는 건 결국 자신이었다.진서준이 말한 대로 조슬기의 상태는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사실 진서준이 어느 정도 에둘러 말해서 그렇지 지금의 상태로는 오래 버티지 못할 수도 있었다.신수란은 진서준을 매섭게 노려본 뒤, 급히 조슬기를 달랬다.“아가씨, 너무 낙심하지 마세요. 종주님과 장로님들이 반드시 치료법을 찾으실 거예요. 게다가 전 대한민국에 용존이라는 천재 소년이 나타났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어요. 그 천재는 실력도 강하지만 의술 또한 모든 사람을 압도한다고 해요. 그런 인재라면 분명 아가씨의 병을 치료할 수 있을 거예요.”진서준은 듣자마자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용존이라니, 그건 진서준이 아닌가?“뭐야, 그 표정은?”신수란이 진서준의 표정을 눈치채고 불쾌한 얼굴을 했다.“아, 별거 아니야. 그냥 궁금해서 그런데, 너희는 용존에 대해 어디서 들었어?”“우릴 뭐로 보는 거야? 우리가 원시인인 줄 알아? 우리도 휴대폰 쓸 줄 알아.”신수란이 불쾌한 표정으로 받아치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80화

    진서준은 이 주제에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았다.“이 녀석은 알아서 수습하세요.”“고마워요, 오빠.”조슬기는 고마움을 표하고는 신수란을 바라봤다.신수란은 속에 쌓인 화를 주체하지 못해 단검을 뽑아 장강훈의 목에 겨누며 말했다.“말해! 누가 너희를 보낸 거야? 그리고 우리가 미리 산에서 내려온 걸 어떻게 알았어?”“돈 받은 만큼 일할 뿐이야. 우린 돈만 받으면 그만이고, 누가 명령을 내렸는지는 모른다니까.”장강훈은 이를 악물며 사실을 털어놨다.“말 안 하겠다 이거지?”신수란은 냉소를 지으며 더 이상 긴말하지 않고 바로 장강훈의 다리 힘줄을 단칼에 끊어버렸다.“아악!”끔찍한 비명을 지르는 장강훈의 얼굴에 굵은 땀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정말 몰라! 나도 온라인에서 의뢰를 받았을 뿐, 누군지는 몰라.”“이래도 고집을 부려? 말 안 하면 내가 널 고자로 만들어버릴 줄 알아.”말을 마치며 신수란은 단검을 장강훈의 아래쪽에 갖다 댔다.그러자 장강훈은 순간 몸을 덜덜 떨며 깜짝 놀라 눈물까지 찔끔 날 뻔했다.“말할게, 말할게!”머리가 잘리거나 피가 나는 건 참을 수 있어도 그 부위만큼은 절대 잃을 수 없었다.“우리에게 조 아가씨를 납치하라고 시킨 사람은...”그 순간, 장강훈은 갑자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검은 피를 뿜어내고 그대로 푹 쓰러졌다.“죽은 척하지 마!”신수란은 앞으로 다가가 장강훈을 툭 밀었다.하지만 장강훈은 이미 숨통이 끊어져 완전히 사망한 상태였다.“진짜 죽었네.”신수란은 생각지 못한 상황에 동공이 순간적으로 수축했다.분명 조금 전까지 멀쩡했는데 어떻게 갑자기 죽은 걸까?그 광경을 본 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상황을 대충 이해했다.묘왕은 죽었지만 묘강의 사수들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진서준이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장강훈의 머리가 갑자기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그 모습은 마치 머릿속에 뭔가가 있는 듯했다.신수란이 앞으로 다가가 확인하려는 순간, 장강훈의 귀에서 새까만 지네들이 한 마리씩 기어 나오기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79화

    갑자기 쓰러진 장강훈을 바라보며 현장 사람들은 전부 멍해졌다.이게 무슨 상황이지?본래 시나리오대로라면 저 건방지고 거만한 청년이 장강훈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마지막엔 처참하게 죽어야 하는 거 아닌가?그런데 저 극악무도한 악당 장강훈이 갑자기 바닥에 쓰러지다니, 모두의 예상을 빗나간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모두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얼이 빠져 있었다.심지어 신수란조차도 미간을 찌푸리며 이 장면을 의아하게 쳐다보고 있었다.“네놈이 감히 암기로 날 공격해?”장강훈은 고통에 찬 얼굴로 진서준을 노려봤다.그 눈빛은 당장이라도 진서준을 산 채로 잡아먹을 기세였다.“내가 말했지? 넌 나와 겨룰 자격이 없다고.”진서준은 여전히 평온하게 말했다.“암기라니? 너도 저놈들처럼 제대로 된 인간은 아니었구나.”신수란이 콧방귀를 끼며 경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신수란 복부의 상처는 바로 암기의 공격으로 다친 것이었다.그리고 방금도 장강훈이 신수란을 비겁하게 기습하려 했다.그래서 신수란은 이런 비열한 수법을 쓰는 인간들에게 혐오감을 느꼈다.진서준은 신수란의 말을 듣고 살짝 눈썹을 추켜세웠지만 굳이 반박하지 않고 대신 속으로 이 여자가 멍청하긴 짝이 없다고 생각했다.진서준이 두 여자를 구하려고 선뜻 나섰는데 고마워하기는커녕 같은 인간쓰레기 취급을 당하다니,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었다.“어서 저놈을 해치워! 암기든 뭐든 다 부숴버려! 내 무기와 똑같은 걸 쓸 자격이 있기나 해?”장강훈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장강훈은 진서준이 자기와 같은 종류의 암기를 사용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그러나 진서준이 사용한 건 단순한 은침 두 개였을 뿐이고 다만 그것이 일반 은침보다 좀 더 단단했을 뿐이었다.남아있던 부하들은 우르르 진서준에게 몰려들었다.개미도 많이 모이면 코끼리를 잡는다고 했다.하지만 절대적인 힘 앞에서는 아무리 개미가 많아도 결국 희생될 뿐이었다.진서준이 발을 내딛자마자 서 있던 바닥이 산산조각이 났다.이어지는 진서준의 움직임은 유령처럼 사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78화

    결연한 표정을 지은 조슬기를 본 장강훈은 순간 당황했다.“뭐든 다 협상할 수 있어. 제발 흥분하지 말자.”장강훈이 받은 임무는 조슬기를 데려가는 것이었고 그녀를 절대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만약 조슬기가 다친다면 그야말로 큰일 날 상황이었다.“다시 물을게, 내 조건 받아들일 거야, 말 거야?”조슬기가 단호하게 묻자 결국 선택지가 없었던 장강훈은 마지못해 동의했다.“좋아, 저 여자는 보내주겠어.”“안 돼요, 아가씨. 절대 저 녀석들과 함께 가면 안 돼요.”신수란은 간신히 몸을 일으키며 만류했다.“란 언니, 걱정 마세요. 이 사람들은 절대 저를 함부로 다치진 않을 거예요. 언니는 먼저 몸부터 챙기세요.”조슬기는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도대체 누가 자기를 잡으려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상대가 이토록 신중히 행동하는 걸 보니 이 사람들이 자기를 함부로 대할 수 없다는 건 확신했다.“조 아가씨, 시간이 얼마 없어. 서둘러 나가자.”장강훈이 손짓하며 재촉하자 조슬기는 말없이 단검을 쥐고 천천히 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방 안에 있던 킬러들은 신수란을 힐끔힐끔 주시하고 있었다.하지만 조슬기가 문턱에 거의 다다른 순간, 장강훈이 갑자기 신속하게 움직였다.쨍그랑!단검이 바닥에 떨어지며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얼른 이 여자를 잡아!”장강훈이 명령하자마자 양쪽에 대기하던 킬러들이 조슬기를 단단히 제압했다.“왜 이렇게 비겁해? 약속을 지켜야지!”조슬기는 분노로 몸을 떨었다.“조 아가씨, 내가 아까 한 자기소개를 잊었나 보네?”장강훈은 가볍게 웃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여자는 생포해. 저 남자는 어디 보자, 그냥 죽여버려.”장강훈은 진서준을 제대로 보지도 않은 채 명령을 내렸다.“오빠, 미안해요. 우리 때문에 이런 일이...”조슬기는 눈물을 글썽이며 사과했다.“이봐, 당장 창문으로 뛰어내려. 내가 시간을 끌게.”신수란이 이를 악물며 지시했다.지금의 신수란이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시간을 끄는 일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77화

    “너희 둘 다 도망갈 생각 말고 얌전하게 따라오기나 해!”말을 마친 남자가 얼굴을 가리지 않은 채 방으로 들어왔다.강한 기운을 뿜어내는 남자는 한눈에 봐도 보통 사람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남자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신수란의 동공에서 지진이 일어났다.“장강훈!”최근 서남 지역에서 악명을 떨치고 있는 악당인 장강훈은 살인과 약탈은 물론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자였다.게다가 그 실력은 상당히 강력해서 범행은 그야말로 대담하기 그지없었다.국안부에서도 장강훈을 체포하려고 사람을 보냈지만 장강훈은 유령처럼 자취를 감췄고 한 달간 수색했음에도 잡히지 않았다.신수란은 설마 자신들을 습격한 자가 바로 악당 장강훈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국안부의 분석에 따르면 장강훈의 실력은 지의방에 오를 정도로 강력했다.“오호라? 너희 곤륜산 애송이들이 내 이름을 알고 있다니, 이거 참 영광스러운 일이군.”장강훈은 입꼬리를 올리며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란 언니, 장강훈이 누구죠?”조슬기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묻자 신수란이 이를 갈며 대답했다.“사람을 죽이고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짐승 같은 놈이에요.”장강훈의 말을 듣자 진서준의 눈에도 흥미로운 기색이 스쳤다.이 두 여자가 곤륜 종문의 사람이란 건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곤륜은 대한민국 4대 최정상 은세 종문 하나인데 그 제자들은 대체로 산에서 내려오지 않았다.이번에 내려온 건 아마 한 달 후에 있을 숭산 대회 때문일 것이다.“이봐, 아가씨. 말은 가려서 하는 게 좋을걸?”장강훈이 차갑게 경고했다.“우리가 잡으려는 건 이 여자야. 넌 그냥 덤으로 딸려 온 상품일 뿐이고. 내 심기를 건드리기라도 하면 너 따위는 내 노예로 삼아도 된다 이거야.”장강훈이 쌀쌀하게 비웃으며 말했다.최근에 장강훈은 살인과 약탈 중에 수많은 여자를 노예로 붙잡아 둔 상태였다.신수란처럼 보기 드문 미인은 장강훈이 탐나지 않을 수 없었다.“더 개소리를 지껄여봐. 내가 네 입을 찢어버릴 테니까.”신수란의 얼굴이 분노로 시퍼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76화

    “고마워요, 오빠.”조슬기는 머리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별말씀을요. 얼른 옷 입혀주세요. 깨어나면 괜히 또 뭐라고 할 테니까.”진서준은 창가로 걸어가 바깥을 내다보았다.그림자 몇 개가 하나둘 진서준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 모텔로 들어섰다.“귀찮게 됐군.”진서준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겨우 잠깐 눈 붙였더니 이런 귀찮은 일이 들이닥칠 줄은 몰랐다.곧이어 조슬기는 신수란의 옷을 전부 갈아입혔다.“고마워요, 오빠.”조슬기는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괜찮으니까 얼른 떠나세요.”진서준은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이건 그냥 지나가던 인연일 뿐, 두 사람을 구해준 것만으로도 이미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었다.진서준은 낯선 사람들 때문에 더 이상 골치 아픈 일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지금 짊어진 문제만으로도 진서준은 이미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벅찼다.“알겠어요.”조슬기도 쫓아오는 자들이 무서워 서둘러 신수란을 데리고 떠날 준비를 했다.바로 그때, 신수란이 눈을 떴다.“어라? 아가씨, 여기가 어디예요?”눈을 막 뜬 신수란은 아직 정신이 멍한 상태였기에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도 까맣게 잊었다.“란 언니, 깨어나셨군요. 몸 상태는 좀 어떠세요?”조슬기는 기뻐하며 급히 물었다.“전보다 훨씬 나아졌어요.”신수란은 자기 상처를 만지며 말했다.놀랍게도 상처에서 더는 피가 흐르지 않았다.이건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어떻게 처치해도 피가 멈추지 않았었다.“오빠, 그럼 저희는 이제 가볼게요.”조슬기가 진서준에게 작별 인사하자 그제야 신수란도 진서준에게 시선을 돌렸다.신수란은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이 떠오르자 표정이 살짝 변했다.“네가 날 구해준 거야?”“맞아.”진서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흥!”신수란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내 몸을 본 거, 네가 날 구해준 걸로 눈감아 줄게.”“란 언니,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되죠. 오빠가 아니었으면 언니는 아마 지금쯤 사경을 헤맸을 거예요.”조슬기는 불쾌하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75화

    “란 언니!”신수란이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조슬기는 깜짝 놀라 황급히 신수란을 침대에 눕혔다.하지만 그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아 조슬기는 결국 간절한 눈빛으로 진서준에게 도움을 청했다.“오빠, 제발 우리 란 언니를 좀 도와주세요. 얼마를 드리든 상관없으니 제발 란 언니를 살려주세요.”눈물범벅이 된 조슬기의 얼굴은 누가 봐도 마음이 아려올 정도였다.진서준은 여자 눈물에 약했지만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하나만 묻죠, 왜 내 방에 온 거죠?”조슬기는 말문이 막혀 말을 더듬거리며 대답했다.“우리는 지금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어요. 아까 여기 들어올 때, 프런트에서 이 방이 비어 있는 것 같아서 잠시 숨어 있으려고 했어요.”진서준은 바닥의 핏자국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숨어 있으려면 최소한 자국은 남기지 말아야죠. 이렇게 허술하게 움직이면 쫓아오는 사람들에게 초대장이라도 준 격인데요?”조슬기가 뒤를 돌아보니 바닥에는 피가 흥건했다.그녀는 금세 얼굴이 창백해지며 다급하게 외쳤다.“큰일이에요. 그럼 그 사람들이 곧 여길 찾아오겠네요.”어리바리한 조슬기의 모습을 보고 진서준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일단 이 사람부터 치료할게요. 상처가 낫는 대로 빨리 떠나세요.”“고마워요, 오빠.”조슬기는 감격에 겨워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진서준은 은침을 알코올로 소독한 후, 호주머니에서 작은 약병 하나를 꺼냈다.병 안에는 하얀 가루가 들어 있었다.“이 여자 옷 좀 벗겨주세요.”“아, 네.”조슬기는 진서준의 말을 따르며 재빠르게 신수란의 옷을 전부 벗겼다.단숨에 신수란의 옷을 전부 벗겨내자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가 다시금 드러났다.물론 비밀의 숲을 포함한 그 신비로운 부분까지도 고스란히 드러났다.진서준은 갑자기 밀려온 충격에 눈꺼풀을 파르르 떨었다.‘이 여자는 진짜 멍청한 걸까, 아니면 일부러 저러는 걸까? 상처는 복부에 있는데 왜 바지를 벗기는 거지?’“바지는 벗길 필요 없어요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74화

    “누가 이기고 질지는 아직 모르는 거잖습니까.”고인권이 끼어들었다.“맞아, 우리 8대 특전대도 호락호락한 부대가 아니야.”“전신전 놈들에게 우리 8대 특전대의 실력을 똑똑히 보여주자.”나머지 사령관들도 여기저기서 목소리를 높였다.갑작스레 열정이 불타오르는 이들을 보며 상부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좋아, 한 달 후에 자세한 일정을 알려주마.”영상 통화가 끊기자 8대 특전대 사령관들은 즉시 각자의 기지로 돌아가 장병들에게 이 소식을 알렸다.소식을 들은 모든 장병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전신전을 반드시 이겨야 해. 절대 진 교관님을 실망하게 하지 말자.”모두가 열기를 띠며 훈련에 더욱 몰두하기 시작했다.한편,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서남 국경.진서준은 올기를 타고 국경에 위치한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마을은 크지 않았고 진서준은 대충 모텔을 한 군데 찾아 방을 얻었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진서준은 침대에 몸을 던지고 곯아떨어졌다.진서준은 너무 피곤했다.어젯밤의 전투로 지금의 진서준은 모든 힘을 소진한 상태였다.올기가 진서준을 등에 태우지 않았더라면 진서준은 아마 울창한 숲속 어딘가에서 쓰러졌을 것이다.진서준이 잠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방문이 느닷없이 열렸고 이어 아름다운 두 여자가 방으로 들어왔다.그중 청순한 외모의 여자는 나이가 스무 살 조금 넘어 보였다.다른 여자는 타이트한 검은색 옷차림에 글래머와 세련된 얼굴을 지닌 성숙한 분위기를 풍기는 여인이었다.하지만 지금 그 여자의 얼굴은 창백했고 배 부분에선 피가 잔뜩 흘러내리고 있었다.딱 봐도 심하게 다친 상태였다.“사람이 있네요.”두 여자가 곤히 자는 진서준을 보자 살짝 놀란 듯한 반응을 보였다.아래층 투숙 기록을 확인했을 땐 이 방에 투숙객이 없다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저 사람 자고 있으니 조용히 움직이죠. 깨우지만 않으면 될 거예요.”젊은 여자가 말했다.“근데 자칫 중간에 깨어나면 어쩌죠...”성숙한 여자는 이를 악물었다.“란 언니, 지금 그런 걸 신경 쓸 때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