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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5화

작가: 무솔레
지우는 남태준에 의해 강제로 집에 끌려들어 갔다.

문이 잠기는 순간 지우는 좀 당황스러웠다.

그녀는 화가 난 남자가 어떤 비이성적인 행동을 할지 몰라 계속 몸부림치며 떠나려고 했지만 연약한 여자의 몸으로 남자의 힘센 손에서 벗어나는 건 무리였다.

남태준에 의해 거실로 끌려가 그대로 소파에 던져졌다.

그녀는 긴장해서 움츠러들었고 방황하면서도 경계하는 눈빛으로 남태준을 쳐다보았다. 그가 미칠 듯이 달려들 것 같아 속으로 지레 겁을 먹고 있었다.

하지만 남태준은 이성적으로 그녀 곁에 앉아 쓸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이고 두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매우 괴로워 보였다.

밝은 거실은 두 사람의 가벼운 숨소리만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창밖은 캄캄했다.

집안의 분위기가 점점 굳어졌고 아무도 말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지우는 남태준이 화가 나서 그녀와 단둘이 지낼 이유를 찾는 것이지 그녀에게 화풀이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태준 씨, 나 놔주겠다고 했잖아요?”

남태준은 얼굴을 가리고 깊게 숨을 내쉬더니 온몸에 냉기가 번져 형언할 수 없는 감상과 슬픔이 어렴풋이 배어 있었다.

그는 소파 등에 기대어 옆으로 지우를 바라보며 눈가에 쓸쓸한 감정이 가득했다.

“지우야. 내가 헤어지겠다고 했지 널 포기한 적은 없어. 난 계속 노력하고 있었어.네가 나 좋아하도록, 네 가족이 나 좋아하도록.”

지우는 고개를 숙이고 괴로워하며 말했다.

“진짜 그럴 필요 없어요.”

“우리 사이에는 그 어떤 갈등도 다툼도 제삼자도 없었어. 네가 갑자기 헤어지자고 한 거 혹시 엄마 때문이야?”

지우는 침묵했고 손가락을 꽉 쥐고 손톱을 뜯었다.

“대답해줘.”

남태준은 소파를 따라 천천히 그녀의 손을 잡으려고 다가갔다가 꾹 참았다.

그에게는 이제 지우의 손을 잡을 명분이 없었다.

매일같이 그리움에 시달리고, 미칠 듯이 그녀를 보고 싶고, 안고 싶고, 키스하고 싶어도 이젠 아무런 이유도 찾을 수 없었다.

그저 모퉁이에 몰래 서서 먼발치에서 그녀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헤어지는 날은 녹슨 무딘 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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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다은은 지금의 정하늘이 낯설게 느껴졌다.그녀는 자신이 한때 좋아했던 남자가 이렇게 짜증 나는 인간이길 바라지 않았다.“다은아, 난 술에 취해 실수한 거야.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좋아하는 사람은 오직 너였어. 나...”이다은이 엄한 말투로 끊었다.“그만해. 정하늘. 나 이미 결혼했고 이현이도 임신했어. 이현에게 잘 해주고 곧 태어날 너희 둘 아이에게나 잘 해줘. 이런 쓸데없는 말로 고민만 늘어놓지 말고.”말을 마친 이다은은 그의 곁을 지나갔다.그러자 정하늘은 돌아서서 이다은의 팔을 덥석 잡아당기더니 표정이 싸늘해졌다.“이다은, 너 설마 내게 복수하려고 아무 남자나 찾아서 결혼한 거야?”“아니야! 이거 놔.”이다은이 차갑게 말했지만 정하늘은 손을 놓으려 하지 않고 오히려 그녀를 앞으로 끌어당기고 다른 한 손도 그녀의 팔을 잡아 자기 앞으로 끌어당겼다.거리가 좀 가까워지자 이다은은 거부감을 느끼며 몸부림쳤다.“이거 놓으라고!”정하늘은 마치 이성을 잃은 듯 나지막이 외쳤다.“내게 복수하려고 결혼한 게 분명해. 넌 아직도 날 좋아하고 잊지 못했는데 왜 너 자신을 괴롭히는 거야?”“그런 거 아니라고!”이다은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내 말 맞아!”정하늘은 멋대로 결론을 내렸다.“아니면 네가 처음 본 남자랑 결혼할 리가 없잖아? 그 남자 가정 형편도 열약하고 직장도 별로고 인품도 별로 좋지 않아 보여. 생김새는 재벌가 사모님의 스폰을 받는 오리처럼 생겨서 말이야. 어디 술집의 에이스가 아닌지 몰라.”이다은은 화가 치밀어 가슴이 아팠다. 눈시울을 붉히며 눈물을 삼키더니 또박또박 말했다.“정하늘, 대체 무슨 근거로 내 남편을 비하해? 네가 뭐라도 되는 것 같아?”“근거? 신혼집도 없이 너희 집에서 얹혀살면서 밥 얻어먹고 있잖아?”“그게 너랑 뭔 상관이야?”“이다은. 정신 차려! 얼굴 번지르르한 것 빼고 아무런 쓸모도 없는 인간이야. 내게 복수하려고 네 행복까지 버리는 건 아니지.”이다은은 힘껏 발버둥 쳤다.“이 손 놔!”그러나 그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1003화

    이다은은 온몸에 힘이 빠졌다. 남자의 따뜻한 품에 안겨 몸이 나른해졌고 긴장되고 무서워서 눈을 감고 조용히 그의 다음 동작을 기다렸다.그녀의 마음은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그녀는 한참을 기다렸다.그러나 남우영의 몸은 화로처럼 뜨거웠지만 그저 그녀를 안고만 있었다. 잠시 후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좀 더 자요. 이렇게 일찍 일어날 필요 없어요.”이다은은 할 말을 잃었다.따뜻하던 품이 갑자기 텅 비었다.남우영은 그녀의 뒤에서 떠나 그녀에게 이불을 잘 덮어주고는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이다은이 의혹이 가득한 얼굴로 돌아보니 그는 잠옷을 벗고 셔츠로 갈아입고 있었다.그의 탄탄한 등 근육을 보자 이다은은 얼굴이 살짝 뜨거워져서 다시 침대에 누웠는데, 저도 모르게 시트를 움켜쥐고 마음이 싱숭생숭했다.‘대체 뭐가 문제야? 지금이 조선 시대도 아니고 이 남자는 왜 내 몸에 손도 안 대는 거야? 설마 지각할까 봐?’남우영은 옷을 갈아입고 화장실에 가서 씻었다.이다은은 눈을 감고 계속 자려 했지만 이미 잠을 이룰 수 없었다.대략 30분 정도 지난 후, 남우영은 거실에서 아침을 먹고 방으로 돌아왔다. 그의 핸드폰과 슈트 코트를 집어 들고 나가려고 할 때, 그는 자는 이다은을 보았다.걸음을 멈추고 몇 초간 망설였다.이다은은 잠이 들지 않았다.그녀는 남우영의 발소리를 들었지만 문을 닫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막 이상하게 여기던 차에 갑자기 남자의 향긋한 체향이 코끝을 통해 물씬 풍겨 오더니 이내 얇은 입술이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갑작스러운 남자의 스킨십에 이다은은 놀라서 멍해졌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 가슴에는 천둥번개가 치는 것처럼 두근거렸다.남우영이... 그녀에게 키스했다.아니, 그녀에게 몰래 키스를 했다.남자는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춘 후 조용히 방을 나가 문을 닫았다.순간 이다은은 눈을 번쩍 뜨고 자리에서 홱 일어나 벌렁거리는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녀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었다.문의 위치를 보고 또 자신의 이마를 만졌다.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1002화

    절대 그렇게 말할 수 없었다.“일자리 구하는 일을 생각하고 있었어요.”“그거라면 너무 서두르지 말아요.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내게 말하고요. 내가 친구가 많아서 도움이 될 거예요.”이다은은 자존심 때문에 얼른 거절했다.“신세 지고 싶지 않아요. 나 혼자 해결할 수 있어요.”“내가 당신 남편인데 신세라니요?”“그 뜻이 아니라, 나 곧 취직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그래요.”“그럼 당신은 왜 안 잤는데요?”“회사 일 생각하고 있었어요.”“그만 생각하고 얼른 자요.”이다은은 눈을 깜빡이며 어두운 빛 속에 그녀와 함께 누워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조명 없이 그림자만 보였지만 여전히 너무 멋있었다.“그래요. 잘 자요.”“잘 자요.”남우영은 눈을 감았고 호흡이 점차 균일해졌지만 이다은은 여전히 잠을 이룰 수 없었다.그녀는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또 생각했다.두 사람은 이미 결혼한 지 며칠이 지났고 잠자리를 같이했는데 남우영은 그녀에게 일말의 충동도 없을까?매일 서로를 손님 대하듯 존경하며 예의를 갖추니 이 결혼이 진실하게 느껴지지 않았다.남자들은 여자를 사랑하지 않아도, 잘 모르는 여자를 만나도 몸매와 얼굴만 예쁘면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했는데 왜 그녀의 남편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걸까?‘설마 그쪽으로 문제가 있나?’이다은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천천히 잠에 빠졌다.이튿날 아침.남우영이 아직도 깊은 잠에 빠져 있는데 갑자기 뭔가가 그의 아랫배를 눌렀다. 그곳은 아침의 생리적인 반응으로 인해 팽창되어 있었는데 무게를 받으니 고통이 엄습해왔다.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순간 꿈에서 깨어났다.“음!”그는 무거운 소리를 내며 재빨리 자신의 아랫배를 누르고 있는 무게를 잡았다.그러나 이다은이 손을 뻗어 자신의 몸을 만지려 하는 것을 보고 놀라서 어리둥절했다.이다은은 아주 난처해하며 급히 그의 몸에 일어나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사과했다.“미안해요.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내 휴대폰을 가지려다가 실수로 당신을 짓눌렀어요.”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1001화

    “혹시 그 여자를 만난 적 있으세요?”“본인은 만난 적이 없고 모두 부모님이 나서서 일을 해결했네.”남우영은 순간 깨달았다.“괜찮아요 아버님, 일찍 쉬세요.”“그래. 자네도 어서 쉬게.”이적은 방으로 돌아갔고 남우영은 소파에 쓰러져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욕실에서 나온 이다은은 남우영이 소파에 기대 누워 있는 것을 보고 그가 잠이 든 줄 알고 걸어가서 허리를 굽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남우 씨, 여기서 자면 안 돼요. 당신...”남우영은 눈을 번쩍 떴다.남자의 그윽하고 예쁜 눈을 본 이다은은 저도 모르게 멈칫했다.그윽한 시선에는 뜨거운 빛을 띠고 있었고 그녀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이다은은 긴장감에 침을 꿀꺽 삼키고 말했다.“여기서 자면 감기 걸려요. 얼른 씻고 방에 들어가서 자요.”“다은 씨.”“네?”“후회해요?”“뭘요?”“나와 초고속으로 결혼한 거.”이다은은 씁쓸하게 웃더니 자책감에 말했다.“그 말은 내가 당신에게 물어야죠. 당신처럼 좋은 남편을 얻었는데 내가 왜 후회해요? 그러는 당신은요? 우리 가족 형편도 봤고 나도 이렇게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걸 알고 후회해요?”남우영은 천천히 손을 뻗어 그녀의 부드러운 손을 잡고 엄지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문질렀다.“아니요.”이다은은 남자가 손을 잡자 심장이 벌렁거리고 얼굴이 화끈거리며 부끄러워 고개를 떨구고 감히 그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가서 씻어요. 내가 잠옷 가져다줄까요?”남우영은 움찔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그는 이다은의 손을 놓았다.이다은이 침실로 들어가자 그는 욕실로 들어갔다.방에 돌아온 이다은은 뜨겁게 달아오른 얼굴을 가리고 심호흡을 하며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이다은, 너 참 못났다. 그냥 손잡은 것뿐인데 이렇게 긴장해? 정말 창피하네.”그녀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남우영의 잠옷을 챙기려고 옷장을 열었다.서랍을 열어 팬티를 가지려고 할 때, 또 참지 못하고 자세히 보았다.‘뚱뚱하지 않은데 팬티 사이즈가 왜 이렇게 크지?’이다은은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1000화

    이다은은 자신이 ‘남우’의 아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의 손을 잡는 건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심장이 두근거리고 어딘가 모르게 어색했다. 결국, 본능적으로 그의 손을 뿌리치듯 빼버렸다.그녀의 반응은 남우영에게 상처를 주기에 충분했다.남우영은 아무 말 없이 천천히 손을 거두어 자기 허벅지 위에 올려놓고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시선을 돌렸다.이다은은 고개를 숙인 채 입을 다물고 머릿속에서 복잡한 감정을 정리하려 애썼지만,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집에 도착하자, 이다은이 먼저 앞장서서 계단을 올랐다. 두 사람은 말없이 8층까지 발걸음을 옮겼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이다은은 부모님께 간단히 인사를 드린 뒤, 와인을 한쪽 구석에 두고 방으로 들어갔다.남우영은 거실 소파에 앉아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멍하니 그녀의 움직임을 바라봤다.이다은은 방과 거실을 들락날락하다가 이내 욕실로 들어갔다....잠시 후, 이적이 잠옷 차림으로 방에서 나왔다.“아버님.”남우영이 몸을 바로 세우며 공손히 인사하자, 이적이 그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오늘 늦게 들어왔네?”“네. 고객 접대가 있어서요. 다은 씨도 동창 모임이 있어서 조금 늦었습니다.”이적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밥은 먹었겠지만, 그래도 남은 반찬에 밥이라도 좀 먹을래?”남우영은 서둘러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괜찮습니다. 아버님, 저희 이미 다 먹고 왔습니다.”이적은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그럼 씻고 얼른 쉬어. 나도 자러 들어갈게.”이적이 막 일어서려는 순간, 남우영이 그를 붙잡았다.“아버님, 잠시만요. 물어볼 게 있습니다.”이적은 다시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지? 말해봐.”남우영은 욕실 쪽을 한번 쳐다보며 이다은이 아직 나오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조용히 말했다.“다은 씨가 고등학교를 마치고 왜 일반대학교에 가지 못하고 전문대로 갔는지 여쭤봐도 될까요?”이적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잠시 말을 멈췄다.“다은이가 그 얘길 했구나.”남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99화

    “남우 씨, 어느 부동산에서 일하세요?”한 동창이 궁금한 듯 묻자, 남우영은 미소를 지으며 단호히 대답했다.“퇴근 후엔 업무 얘기를 하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순간 방 안의 분위기가 어색해졌다.‘중개사가 연락처를 안 준다고?’‘퇴근 후엔 공적인 얘기를 안 한다고?’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이다은조차 남우영의 태도가 평소와 달라 살짝 의아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남편 지금 자존심 세우는 건가? 이런 사람들한테 굳이 잘 보이려고 굽신댈 필요 없지... 역시 대단해!’남우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다은의 손을 잡고 말했다.“집이 좀 멀어서요. 다은 씨를 먼저 집에 데려다줘야 할 것 같네요. 다들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그는 말을 마치고 이다은의 가방을 들어 어깨에 걸치고 그녀의 손을 이끌며 방을 나섰고, 나가면서 호텔 매니저가 준비한 와인도 잊지 않고 챙겼다.남우영과 이다은이 방을 나가자, 몇몇 동창들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몰래 따라 나갔다.‘진짜 저 와인 가져가나 보자.’그들은 남우영이 1억 4천만 원짜리 와인을 들고 호텔을 나서는 모습을 보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안진호는 남우영이 말한 반값 세일이 진짜인지 확인하고 싶어 계산서를 받아서 들었다. 예상대로 호텔 측은 남우영의 말 한마디로 정확히 50% 할인된 금액을 청구했다.안진호는 충격을 금치 못하며 중얼거렸다.“대체 저 사람 뭐 하는 사람이야? 이 호텔이 그 사람 말 한마디에 반값을 해주다니... 말도 안 돼!”다른 동창들도 궁금한 얼굴로 소이현에게 물었다.“이현아, 너랑 다은이는 제일 친했잖아? 남편이 뭐 하는 사람인지 알아?”소이현은 난감한 표정으로 억지로 웃으며 대답했다.“내가 뭘 알겠어... 그냥 시골 출신에 차도 없고 집도 없고... 아버지는 희귀 난치암 말기라고 들었어.”그 말을 들은 동창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침묵했다.호텔을 나와 대로변으로 걸어가던 두 사람 앞에 검은색 고급 세단이 멈췄다. 운전기사가 내려 차 문을 열며 공손히 말했다.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98화

    “전에 고객이랑 마시다 남은 건데 다 못 마셔서 호텔 셀러에 맡겼었어요.”남우영은 앞에 놓인 와인을 들어 한 번 바라보더니 다시 내려놓으며 말했다.“죄송하지만 이런 와인은 입에 댈 수조차 없어서요...”안진호가 코웃음을 치며 비꼬았다.“400만 원짜리 와인이 입맛에 안 맞는다고? 막걸리만 마셔서 그런 거 아니야?”그의 비웃음에 몇몇 사람들이 몰래 웃었다. 모두가 남우영이 곧 창피를 당할 거라 기대하며 분위기를 지켜보았다.그때 호텔 매니저가 작은 카트를 끌고 들어왔고 모두의 시선이 매니저와 그가 들고 있는 와인으로 쏠렸다.매니저는 와인을 조심스럽게 꺼내 남우영 앞에 놓으며 공손히 물었다.“대표님, 지금 오픈할까요?”남우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매니저는 숙련된 손길로 와인 오프너를 집어 들었다. 코르크가 완전히 빠지는 순간, 특유의 깊은 소리가 방 안에 은은하게 울렸다.순간 방 안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와인이 완벽히 디캔팅 된 순간, 매니저는 잔에 한 모금 따라 살짝 스월링하며 와인의 향을 확인하고 조심스레 잔을 내려놓았다.와인을 여는 매니저의 움직임이 마치 의식처럼 느껴졌고 방 안의 모든 사람이 숨을 죽인 채 그 과정을 지켜보았다.이다은은 술을 마시지 않아 와인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방 안 사람들의 과장된 표정을 보며 무언가 대단히 특별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느꼈다.그녀는 남우영에게 가까이 다가가 조용히 물었다.“이 와인, 얼마짜린데요?”남우영은 낮게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비싸진 않아요. 하지만 돈 있다고 아무나 살 수 있는 건 아니라서 사람들이 놀라는 거예요.”이다은은 그의 말을 믿고 고개를 끄덕였다.매니저는 와인 잔에 소량의 와인을 따라 남우영에게 건넸다. 남우영은 잔을 받아 들고 이다은에게 건넸다.“마셔볼래요?”이다은은 급하게 손을 저으며 말했다.“저는 술을 못 마셔서요.”남우영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방 안의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마시고 싶은 사람 있으면 매니저님께 한 잔씩 부탁드리세요.”안진호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97화

    남우영의 선천적인 우아함과 고급스러운 분위기는 그를 평범한 영업사원으로 연상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방 안의 사람들은 그를 신기하게 쳐다보았고 이다은은 남우영의 옷소매를 살짝 잡아당기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그냥 가요.”그녀는 남우영이 이 무례한 동창들 앞에서 조롱당하고 웃음거리가 되는 모습을 도저히 볼 수 없었다. 그러나 남우영은 그녀의 속마음을 읽은 듯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의자 하나를 당겼다.“앉아요.”이다은이 앉자 남우영도 자연스럽게 그녀 옆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방 안의 모든 시선이 다시 남우영에게 고정되었다.이때, 한 여동창이 농담을 던졌다.“다은아, 네 남편 진짜 멋있다! 너 정말 복 받았네!”이다은은 어색하게 미소만 지을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다른 동창이 거들었다.“그러니까 네 남편이 정하늘보다 훨씬 잘생겼잖아.”소이현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얼굴이 잘생기면 뭐 해. 겨우 부동산에서 원룸이나 보여주는 영업사원이라는데. 우리 남편이랑 비교하는 건 좀 그렇지...”그 말을 듣고 남자 동창들이 한껏 들떠 맞장구쳤다.“맞아, 남자는 잘생긴 게 중요한 게 아니야. 능력, 재력, 그리고... 전투력이 있어야지.”‘전투력’이라는 말에 남자 동창 몇몇이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무아지경에 빠졌고, 방 안에 있던 사람들도 그 유치한 농담의 속뜻을 이해하자 연이어 웃음소리가 퍼졌다.그러나 이다은과 남우영은 미동도 없이 웃지 않았다.분위기가 점점 과열되자, 이다은에게 호감을 보였던 한 남자 동창이 남우영을 향해 말을 건넸다.“남우 씨, 농담이에요.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마세요. 우리가 당신 전투력이 없다는 소린 아니었으니까요. 뭐, 재력은 ‘충분히’ 보여주셨고... 전투력은... 그건 우리 다은이가 잘 알겠죠?”그의 말끝에 방 안의 웃음소리가 다시 터져 나왔지만 두 사람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그녀는 남우영의 손을 꽉 붙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러나 남우영은 그녀의 손을 반대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96화

    “십만 원? 나도 십만 원 낼게!”누군가의 말이 시작점이 되어 동창들은 웃으며 휴대폰을 꺼내 들고 이다은에게 송금하려는 제스처를 취했다.이다은은 조용히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냥 다들 송금하지 마. 여기 음식값은 너희들의 축의금으로 퉁 칠게. 부족한 건 이 모임 주최한 사람이 알아서 채우고... 난 너무 가난해서 단돈 천 원도 못 내겠어.”그 말을 남긴 이다은은 가방을 어깨에 메고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은 채 모임장을 걸어 나갔다.남아 있던 동창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고, 그중 두 명의 여학생이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이다은을 따라나섰다.그들은 긴 호텔 로비를 지나 끝까지 걸어가는 이다은을 붙잡으며 다급히 말했다.“다은아, 아직 모임 안 끝났는데 이렇게 나가는 건 좀 그렇잖아.”다른 한 명은 억울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소이현이 일부러 그런 거잖아. 오늘 모임 처음부터 끝까지 널 곤란하게 만들고 말로 계속 찔렀잖아. 그냥 참지 말고 맞서야지. 이렇게 화내고 나가면 네가 지는 거 아니야?”“맞아. 걔네가 널 웃음거리로 만들게 두면 안 돼.”이다은은 그들을 돌아보며 씁쓸하게 웃었다.“너희 걱정 고마워. 그런데 내가 이런 자리, 이런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래. 사실은 나...”그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다은 씨?”이다은과 두 여동창은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 순간 이다은은 숨이 멎을 듯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걸음을 멈췄다.그녀를 불러세운 사람은 바로 남우영이었다.그는 세련된 정장을 입고 우아하고 당당한 걸음으로 다른 방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의 뒤에는 같은 정장을 입은 남성들이 뒤따르고 있었고, 그중에는 TV에서 종종 보던 유명 재계 인사들의 얼굴도 눈에 띄었다.이다은은 속으로 생각했다.‘접대 자리인가? 고객 접대 때문에 온 건가? 그런데 이런 5성급 호텔까지 오는 건 좀 과하지 않나?’남우영은 뒤를 돌아 동행한 사람들에게 말했다.“여러분은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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