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셋이 함께 떠나는 건 좀 힘들어. 내가 안전하게 떠날 방법을 더 생각해볼게.”백인호가 차분한 말투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만약 지금 우리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일이 훨씬 쉬워질 텐데.”“날 죽여.”정안이 슬픔에 빠져 힘없는 목소리로 말하자 백인호가 부드럽게 되물었다.“내가 널 어떻게 죽여?”정안은 천천히 손을 내려놓더니 마치 산송장처럼 집 안으로 걸어 들어가 넋을 잃은 듯 말했다.“네가 날 안 죽으면 내가 너 죽일 거야. 기회가 있다면 언제든지.”백인호가 입술을 오므리고 웃더니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네 아들이 아직 내 손에 있어. 네 아들이 죽는 거 보고 싶지 않으면 내 말 잘 들어.”정안은 안색이 창백하고 초췌한 표정으로 천천히 침대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누워 이불을 끌어다가 덮었다.그녀가 눈을 감으니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려 베개를 적셨다.그녀는 꾹 참고 있었지만 심장이 점점 더 아파지고 통제 불능 상태가 되어 질식할 것 같은 통증이 그녀를 괴롭혔다.정안은 이불을 끌어다가 입에 물고는 몸을 웅크리고 흐느꼈다.그날 이후로 정안의 몸은 날로 허약해졌다. 먹는 대로 토하고, 토하고 나면 계속 먹으며 자신이 빨리 낫기를 다그쳤다.힘이 있어야 반항할 수 있고 백인호를 죽일 수 있었다.백인호가 남하준에 의해 섬멸된 블랙 섀도우에게 며칠 동안 연락을 취했지만 그를 도와주려는 사람이 없었다.블랙 섀도우의 도움을 잃은 백인호는 날개가 부러진 까마귀처럼 전혀 날 수 없었다.어느 날 오후. 백인호가 주방에서 정안의 보양식을 준비하고 있는데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이 휴대전화 번호는 아무도 몰랐다.백인호가 경계하며 전화를 받으니 남태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인호야. 나 태준이.”백인호는 침묵하며 긴장한 채 기다렸다.“너 M국 벗어나고 싶어 하는 거 알아. 내가 도와줄 수 있어.”남태준의 말에 백인호가 코웃음을 쳤다.“지금 장난쳐? 네가 나를 돕는다고? 나 잡고 싶으면 좀 더 그럴 듯한 이유를 찾아봐.”백인호는
그러나 백인호는 남태준이 남하준을 죽일 것이라고 전혀 믿지 않았다.다음 날 점심때.백인호는 남태준이 보내준 영상을 받았다.영상에서 남하준은 심장에 칼이 꽂힌 채 피를 흘리며 얼굴에는 핏기 하나 없었다.백인호가 영상을 반복해서 보니 편집도 아니고 소품도 아닌 것 같아 조금 흥분되었다.그는 거실에 앉아서 기다리며 10분마다 실검을 확인했다.1시간 뒤.M국 군전 그룹의 수령이 암살당했다는 헤드라인의 기사가 실검 차트를 가득 채웠다.백인호는 너무 흥분되어 뉴스를 계속 뒤적거렸다.모두 권위 있는 언론사에서 남하준의 사망 소식을 발표하여 아주 믿음직스러웠다.백인호는 휴대전화를 잡고 신나게 일어나 거실을 서성거리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인터넷 뉴스를 계속 뒤적거렸다.그는 남태준이 정말 자신의 동생을 죽일 줄은 몰랐다.역시 독한 사람이었다.시력을 회복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점이 매우 맘에 들었다.오랫동안 기다린 끝에 남태준의 전화가 걸려왔다.그는 큰 충격을 받은 듯 정서가 불안해 보였고 목이 잠겨 울먹였다.“인호야. 내가 하준이를 죽였으니까 나 뇌수술 해줘. 내가 너 M국 떠나게 해줄게.”“좋아. 설비가 잘 갖춰진 뇌과 병원 준비해. 전문 조수가 세 명 필요해. 전부 뇌과 의사면 좋겠어.”“그건 내가 알아서 준비할게.”“수술 끝나면 바로 전문 조종사와 비행기 준비해줘.”“눈이 다시 보이려면 얼마나 걸릴까?”“뇌 혈괴에 의해 눌린 실명이라면 바로 효과가 있을 거야. 혈괴를 제거하면 보통 첫 번째 날에 점차 시력을 회복하는데 느린 경우도 있어. 사흘에서 다섯 날 정도 걸려. 그때 가서 상황을 봐야 해.”“인호야. 우리 이제 진짜 한 배를 탄 사람이야.”백인호는 크게 기뻐했다.“그래. 우리는 운명공동체야. 네가 다시 빛을 봐야 내가 M국을 떠날 수 있으니 안심하고 나한테 수술 맡겨.”그리고 두 사람은 수술 전 준비에 대해 상의했다.수술은 다음 날 오후에 예정되어 있어 백인호는 그날 차를 몰고 국경을 벗어났다.그러나 국경의
비 온 뒤 하늘이 맑게 갰다.정안은 2층 베란다 밖에 서서 멀리 무덤을 바라보며 자신의 마음도 따라 죽는 것 같았다.침대에서 곤히 잠든 아들을 돌아보고는 절망적인 마음이 다시 살아났다.그녀는 살아서 아들을 데리고 여기를 떠나야 했다.그녀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고 얼굴이 창백하며 눈물이 자꾸 밖으로 새어 나왔다.손을 뻗어 뺨의 눈물을 닦고 방으로 돌아와 아들을 안아 살짝 품에 안으며 아들에게서 온기를 얻으려 했다.그때 아래층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정안은 얼른 아들을 내려놓고 다시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고는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었다.그녀가 잠시 훔쳐보았지만 어떤 움직임도 듣지 못했다.백인호가 돌아온 줄 알고 그녀는 문을 열고 나가 계단을 내려갔다.갑자기 낯익은 그림자가 그녀 앞에 나타났고 그녀는 온몸이 굳어버렸다.충격에서 설렘으로, 또 설렘에서 슬픔으로.지윤이 문 앞에 서서 눈 밑에 눈물을 반짝이며 입술을 오므리고 웃고 있었다.정안은 눈물 가득한 눈으로 한탄했다.“너 무사해서 너무 다행인데 지윤아. 지금 너도 여기 잡혀 왔으니 내가 어떻게 기뻐할 수 있겠어?”지윤이 입구를 가리키며 말했다.“난 대문을 통해 내 발로 들어왔어요 언니.”정안은 어리둥절했고 곧 류청이 군전 그룹의 병사 몇 명을 데리고 들어왔다.류청은 하찮게 여기며 중얼거렸다.“집안에 총을 든 경비원이 어쩌면 두 명밖에 없어? 칼로 해치워서 총을 쓸 기회도 없었네.”말을 마친 류청은 고개를 들어 정안을 보더니 공손하게 인사했다.“사모님. 저희가 늦었어요. 많이 놀라셨죠?”류청을 본 정안은 다시 남하준이 생각나서 말을 잇지 못하고 울지 않으려고 입을 틀어막았다.지윤이 상황을 보고 안쓰러워하며 다가가 그녀를 껴안고 다독였다.“언니 울지 말아요. 괜찮아요. 이제 괜찮아요.”정안이 나지막이 울먹였다.“하준 오빠 파내세요. 데리고 집에 돌아갈래요.”류청은 놀라서 입을 떡 벌렸다.“누구요?”정안은 몸을 가늘게 떨며 뒤쪽 베란다를 가리켰다. “저 무덤에 오빠
정안은 움찔 놀라더니 그렁그렁한 눈으로 류청을 바라보며 눈 밑에 감격이 가득했다.남하준이 긴장하며 물었다.“왜 그래? 완자 안전한 거 맞아?”“안전합니다. 도련님.”정안은 다급히 달려가 류청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손을 약간 떨며 울먹였다.“하준 오빠!”휴대전화 너머로 남하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완자야. 미안해. 그동안 고생 많았어.”정안은 입술을 깨물고 손바닥으로 입을 꼭 가린 채 감격의 눈물을 참으며 한없이 기뻐했다.지금 이 순간, 남하준이 살아 있으니 아무리 힘든 것도 이겨낼 수 있었다.“두 사람 모두 괜찮아?”남하준의 말투가 다소 절박했고 정안은 목이 바짝 조여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다잡고말했다.“나와 아기 다 괜찮아요.”“인터넷에 떠도는 기사 다 가짜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당분간은 모습을 드러낼 수 없어서 너 구하러 갈 수 없어.”“안돼요. 오지 마요!”정안의 말투가 극도로 긴장돼 있었다. 그가 오면 또 위험에 처해 돌아가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이미 한 번 남하준을 잃은 그녀는 현실에 감사하며 평생 다시는 그런 고통을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류청이 너 잘 지켜줄 거니까 너무 걱정 마.”“네. 일단 끊고 만나서 얘기해요.”“그래.”통화를 끊은 정안은 곧바로 휴대전화를 류청에게 건네며 말했다.“현장 수습하고 우리 빨리 떠나요.”“네.”류청은 휴대전화를 받아들고 궁금해서 물었다.“근데 이 남자는 도련님과 왜 이렇게 닮았죠?”그때 한 병사가 입을 열었다.“혹시 인터넷에서 핫한 인플루언서가 아닐까요? 도련님 외모를 쏙 빼닮아 SNS에서 도련님을 모방하는 거로 유명해요.”류청이 경악했다.“어쩐지!”지윤이 입을 열었다.“빨리 경찰에 신고해서 이 시신을 수습해.”정안은 그제야 이 모든 상황을 이해했다.백인호는 일부러 비 오는 날 남하준을 닮은 남자를 데려와 그녀 앞에서 죽이며 그녀를 단념시키려 했다.정말 지독한 인간이었다.정안이 몸을 돌려 별장으로 향하자 지윤이 황급히 따라갔다.“언니 어디 가요
오후 나절.남태준은 백인호를 공항까지 데리고 가고 무사히 비행기에 태웠다.남태준은 싱글벙글 웃으며 이륙 중인 백인호에게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했다.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순간, 백인호는 자유로워진 것 같았다. 앞으로 사랑하는 여자와 외국에서 함께 지낼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반 시간의 비행 후 비행기가 서서히 착륙했다.백인호가 주위를 둘러보니 공항 같지 않았다.“여긴 어디죠?”백인호가 긴장해서 묻자 조종사가 답했다.“공항입니다.”“무슨 공항이요?”조종사가 답이 없자 백인호는 목청을 높여 따져 물었다.“무슨 공항이 이렇게 작아?”조종사가 비행기를 세우고 안전벨트를 풀고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말했다.“감옥의 공항.”말을 마친 후 그는 비행기에서 뛰어내려 빠른 걸음으로 감옥으로 향했다.백인호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황급히 조종실에 도착했지만 그는 비행기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고 시동이 꺼진 후의 비행기를 어떻게 작동시켜야 할지는 더더욱 몰랐다.그는 당황할수록 더욱 초조해졌고 결국 비행기에서 뛰어내려 앞 광장을 바라보았다.사방은 온통 구름 속으로 우뚝 솟은 담장뿐이었다.잠시 후 감옥의 철제 난간 문이 열리자 교도소장이 교도관들을 데리고 손에 무기를 든 채 걸어 나왔다.“백인호 씨, 국경 남자 교도소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백인호는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하늘이 무너지고 신념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남태준이 감히 그를 속이다니.‘남태준! 내가 다음 생에 귀신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너 절대 가만 안 둬!’...남태준이 퇴원하자 인터넷에는 새로운 뉴스가 등장했다. M국 국방 장군 사망설이 가짜라는 해명 동영상과 뉴스가 실시간 검색어와 각종 플랫폼에 오르내렸다.임기 만료에 따른 정통 선거가 계획대로 진행되었다.낙선된 전직 정통은 조기 퇴직했고 새로 올라온 정통은 매우 젊고 박력이 있어 민중의 추대를 받기에 좋은 지도자였다.구인아는 남편의 정체를 알게 된 후 뱃속의 몇 개월 된 아이를 지웠고 그간의 오만했던 태도와는 달리 자세를 낮
정안은 다급히 남하준을 끌고 숙소로 향했다.남하준의 눈에는 따뜻함이 가득했고 방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지체 없이 그녀를 껴안고 키스하려 했다.그러나 정안이 손을 뻗어 그의 얇은 입술을 눌렀다. “뭐 하는 거예요?”“나 바로 숙소로 데려온 건 이러려고...”“아니에요.”정안이 부끄러운 듯 그의 어깨를 툭 쳤다.“일단 놔 봐요.”남하준이 그녀의 몸에서 손을 떼자 정안은 그의 손을 잡고 스위트룸으로 들어갔다.보모가 침대 가장자리에 엎드려 잠이 들었고 침대 위의 아기는 이미 몸을 돌려 혼자 침대에 엎드려 앙증맞게 놀고 있었다.울지 않고 보채지도 않는 아이는 맑고 투명한 큰 눈을 뜨고 장난감을 쥐고 깨물고 있었다.아기는 남하준을 보더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뚫어지게 쳐다보고 다시 정안을 보았을 때 흥분해서 팔다리를 움직이고 배를 공중으로 올리며 옹알옹알 소리를 질렀다.보모가 순간 잠에서 깼고 정안과 남하준을 보고 약간 긴장한 모습이었다.“도련님, 사모님 오셨어요? 제가 방금 깜빡 잠이 들었어요.”정안이 엷게 웃으며 대답했다.“괜찮아요. 수고 많으셨어요.”아이를 돌보는 건 힘든 일이니 그녀는 감사하기 그지없었다.정안이 손을 뻗어 보호대 안으로 들어가 아들을 안아 올리자 아기는 그녀의 품에서 더욱 밝게 웃었다.남하준은 왠지 모르게 설레고 벅찼다.두 달 못 본 사이에 아이는 벌써 이렇게 많이 컸고 이제 장난감도 갖고 놀고 혼자 몸을 뒤집을 줄도 알았다.남하준은 자애로운 눈으로 손을 내밀며 말했다.“자. 아빠가 한 번 안아보자.”정안이 천천히 그에게 아기를 넘겨주었다.남하준의 품에 안긴 아기는 순간 얼굴에 미소가 사라지더니 엄숙한 눈빛으로 그의 얼굴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남하준도 귀여운 그의 작은 얼굴을 열심히 들여다봤다.두 부자는 서로 눈을 마주치며 웃지도 않고 말도 없이 그 어떠한 스킨십도 없이 서로 쳐다보기만 했다.정안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고 남하준이 호기심에 물었다.“얘가 왜 날 이렇게 빤히 쳐다보는 거야?”정안이
과학 연구는 무미건조하고 무료한 싸움이었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일 년을 하루같이 연구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정안은 그렇게 오래 버티면서 주위에 이성 친구가 거의 없었고 연애할 시간은 더더욱 없었다.오늘날 그녀는 과학 연구가 행복하고 즐겁게 느껴졌다.아이와 남편이 옆에 있어 외롭지도 지루하지도 않았다.유일한 단점은 너무 바쁘다는 거였다.남하준은 돌아온 며칠 동안 정신없이 바삐 돌아쳤고 두 사람의 업무 모두 매우 중요했다.유일한 만남 시간은 저녁 휴식 시간이었다.아무리 바빠도 남하준은 시간을 내서 아들과 시간을 보냈다. 아들에게 뺨을 맞은 사실을 줄곧 마음속에 새기며 부자 관계를 잘 유지하겠다고 맹세했다.남하준은 아들을 안고 잠자리에 드는 경우가 많았다.가드레일을 설치해 그가 중간에서 자고 아들은 왼쪽에서 자고 아내는 오른쪽에서 잤다.일이 아무리 힘들고 고돼도 저녁이 되어 행복한 시간을 즐기는 순간, 모든 고생은 언급할 가치도 없었다.정안은 여전히 책을 보는 습관이 있었고 남하준은 그녀가 밤에 책을 보는 것이 가장 두려웠다.만약 넋을 놓고 보게 되면 그녀 몸을 만질 수 없기 때문이었다.그녀가 책을 집어 들려고 하면 남하준은 얼른 그녀를 침대에 쓰러뜨리고 진한 관계를 맺어 그녀가 녹초가 되어 잠들도록 했다.정안은 이번 주요 프로젝트의 수석 엔지니어로 일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실력을 의심하고 있었다.나이도 젊고 M국에 돌아온 시간도 짧았기 때문이다.그녀의 학식이 옅어 막중한 책임을 감당할 수 없다고 뒤에서 손가락질하는 사람도 있고 남하준의 권력으로 수석 엔지니어 자리를 차지했다는 얘기도 돌았다.식당.식사 시간에 가십거리가 많이 떠도는 법이었다.여성 직원은 오히려 쉽게 정안을 받아들였지만 경력이 많은 몇몇 베테랑 과학 연구원들이 늘 이 일을 마음에 두고 자주 거론했다. 한 여자가, 그것도 새파랗게 젊은 20대 여자가 자기 상사로 앉게 되었으니 더욱 분통하고 달갑지 않았다.군전 그룹에는 몇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커다란
정안이 가볍게 웃더니 말했다.“내버려 둬. 굳이 말할 필요 있어?”“하지만 모두 언니 능력을 의심하고 뒤에서 수군대고 있잖아요?”“사람의 능력은 입으로 전해지는 게 아니라 실력으로 보여주는 거야. 저 사람들의 입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성과를 내는 거야.”그러나 지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뒤에서 사람을 함부로 의론하는 일을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그녀는 이 일을 류청에게 알렸고 류청이 남하준에게 알렸다.다음날, 그룹은 인물 프로필을 직원들에게 보냈다.안에는 M국 가장 유명한 과학자들, 그중 빛나는 사적, 업적, 명예 등이 있었다.수백 명의 과학자 사이에 백완자의 이름이 버젓이 나타났다.본명 백완자, 별명 정안, M국 가장 저명한 화학 과학자, 무기 설계 엔지니어, 경분자 개발자, Z국에서 수백 회 주요 연구에 참여했으며 큰 영예를 얻었다.이 보고서가 나오자마자 군전 그룹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과학 연구자로서, 모든 사람들은 나이를 불문하고 모두 정안의 과학 연구실을 물샐틈없이 에워쌌다.정안은 항상 조용한 것을 좋아했고 시간이 소중한 사람이었다.요즘 그녀의 시간은 모두 덕질하는 동료들과 접대하는 데 사용되었다.그녀는 하던 일을 제쳐놓고 뾰로통해서 남하준의 사무실을 찾았다.류청이 그녀를 데리고 들어갔다가 나왔다.남하준은 갑작스레 방문한 정안을 보자마자 하던 일을 제쳐놓고 그녀 앞으로 다가가 그녀를 안아주고는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어쩐 일이야? 오늘은 안 바빠?”정안이 투덜댔다.“바빠 죽겠어요. 워낙 일도 바쁜데 오빠가 내 이력을 발표하는 바람에 사무실에 사람들로 가득 찼어요. 친한 척하는 사람들, 친해지려는 사람들, 연구를 지도해달라는 사람들,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로 가득 찼다니까요!”남하준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안고 소파에 앉아 그녀를 품에 안았다.“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처음이라 다들 흥분해서 그래. 전 세계 어느 과학자가 정안을 알고 싶지 않겠어?”정안이 불쾌해서 그를 올려다보았다.“대체 왜 그랬어요
남서연은 빠른 걸음으로 뛰어내려 계단 모퉁이에 서서 백건의 뒷모습을 보며 외쳤다.“오빠, 우리 결혼해요!”그녀의 목소리는 매우 또렷했다.떠들썩한 거실이 폭탄을 떨어뜨린 듯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모두가 입을 딱 벌린 채 남서연을 충격적으로 바라보았다.온 집안이 쥐죽은 듯이 조용했다.백건은 움찔하더니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그는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는데 거실에 있던 사람들의 얼굴에 드러난 충격이 그에게 이것이 사실이라고 말해주었다.그는 미친 듯이 심장이 뛰었다.돌아서서 남서연을 바라보니, 그녀는 반달 눈을 한 채 그를 향해 환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세상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어린아이처럼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 같았다.백건이 그녀를 좋아하고 그녀와 결혼하고 싶다면 남서연은 그에게 다가갈 용기가 있었다.남서연은 다시 한번 외쳤다.“오빠, 우리 결혼해요.”백건은 눈가가 흠뻑 젖어 그녀를 향해 입술을 오므리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큰소리로 대답했다.“좋아!”거실에 있는 모든 사람의 얼굴이 굳어졌다.남우영이 일어나서 말했다.“난 반대야. 내 삼촌이 내 사촌 동생과 결혼한다니. 이게 말이나 돼?”남창민이 남우영의 손을 덥석 잡아당겨 소파에 앉히고 낮은 목소리로 꾸짖었다.“넌 네 결혼이나 신경 써. 네 삼촌과 서연이 일은 걱정할 필요 없어.”남우영은 고민 끝에 남서연의 아래에 뛰어가 그녀를 올려다보며 물었다.“서연아, 지금 두 사람 농담하는 거지? 두 사람.. 두 사람 늘 차갑고 낯선 사이였잖아? 갑자기 결혼이라니? 너 진우석이랑 결혼하려던 거 아니었어?”백건의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걸어가서 남우영의 목을 조르고 소파로 끌고 갔다.장면이 좀 난처하게 되었다.백건은 어른들께 예의 바르게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오늘 급하게 왔어요. 오늘은 일단 돌아가고 다음에는 정식으로 혼수 예물을 갖고 찾아뵙겠습니다.”허윤미가 서둘러 말했다.“그래. 어서 돌아가. 우리도 서연이와 잘 얘기해볼게. 너무 오냐오냐 키
“왜 내 방에 들어왔어요?”남서연은 긴장해서 그를 내쫓으려 했다.“얼른 나가요. 오빠가 몰래 내 방에 들어온 거 가족들이 알면 큰일 나요.”백건은 이미 그런 건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오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더라도 결과를 얻어야 했다.“가족들에게 우리 결혼에 대해 직접 말하겠다고 시간을 달라며?”백건은 실망스럽기 그지없고 눈 밑에 슬픔이 가득했다.“방금 네 할아버지, 할머니와 얘기를 나눠보니 아무것도 모르고 계시던데?”“그게...”남서연은 말문이 막혔다.백건은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의 뜨거운 호흡이 남서연의 피부에 뿜어져 나와 그녀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했다. 백건이 매력적인 목소리로 낮게 중얼거렸다.“나와 결혼하기 싫어?”남서연은 거짓말이 언젠가 들통 날 것이니 사기 결혼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죄책감을 안고 말했다.“미안해요 오빠. 나 임신하지 않았어요.”백건은 가슴이 칼에 베인 듯 아파 숨을 쉴 수 없었다.남서연은 고개를 푹 숙였다.“미안해요. 일부러 거짓말한 건 아니었어요. 생리가 늦어져서 약국에 가서 유통기한이 지난 테스트기를 샀더니 이런 오해가 생겼어요.”“내가 임신하지 않았으니 오빠도 저 책임질 필요 없고 우리도 결혼할 필요 없어요.”남서연이 한마디 덧붙이자 백건은 두 손으로 벽을 짚고 그녀 앞에서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숙였다. 무력감은 그를 쓸쓸하기 짝이 없게 만들었고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고 그는 씁쓸하게 냉소를 지었다.남서연은 축 늘어진 그의 머리를 보며 긴장한 채 물었다.“오빠, 왜 그래요?”“남서연, 천국에서 지옥까지 떨어진 충격이 얼마나 큰지 알아?”백건의 목소리는 약간 떨렸다.남서연은 그가 너무 안쓰러웠다.대체 얼마나 아이를 원했으면 이렇게 슬퍼할까?“미안해요.”남서연이 나지막이 사과했다.백건은 깊은 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들어 남서연을 바라보았다.그의 눈시울이 붉어지고 비분이 교차하는 눈빛에 남서연은 겁을 먹고 조심스럽게 위로했다.“오빠, 너무 슬
[나 기다리고 싶지 않아. 그냥 내가 말씀드릴게.][싫어요. 안 돼요. 그냥 제가 말할게요.]사흘째 되던 날, 남서연이 어렵게 용기를 내어 가족에게 고백하려고 했을 때 피가 흘렀다.그녀는 유산인 줄 알고 놀라서 혼자 허둥지둥 병원으로 달려갔다.근데 알고 보니 생리였다.의사는 테스트기가 틀릴 가능성도 있으니 임신을 확정하려면 반드시 병원에 와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알고 보니 이 모든 건 오해였다.그녀가 임신하지 않은 것은 기쁜 일이지만 그녀는 한없이 서글프고 괴로웠다.슬프게도 백건에게 시집가는 꿈에서 깨어나야 했다.아이를 빌미로 그와 결혼할 가망이 없어졌다.그녀는 백건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백건이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내 물었지만 답장하지 않았다.일주일 뒤.기업 디자인 부서에서.하현우는 직접 디자인 부서에 와서 남서연을 찾았고 공손히 말했다.“아가씨, 대표님께서 찾으세요.”남서연은 고개를 숙이고 배를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다.“미안해요. 집에 일이 좀 생겨서 시간이 없다고 전해주세요.”남서연은 가방을 들고 어쩔 줄 몰라 하며 사무실을 나섰다.그녀는 아직 백건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생각하지 못했다.백건을 속이고 두 사람이 혼인신고를 한 후에 그에게 진실을 알리려고 했다.그런데 가짜 임신으로 속여서 결혼해야 백건에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슬프기도 했다....대표 사무실.백건은 인터넷에서 임신 기간에 대한 책들을 찾아보고 있었다. 어떻게 임산부를 보살피는지, 산전 검사를 어떻게 하고 어떻게 간호해야 하는지 등등...그때 하현우가 노크했다.남서연인 줄 알았던 백건은 순간 마음이 가라앉아 혼자 온 하현우를 보며 물었다.“서연이는?”“아가씨는 먼저 집에 돌아가셨어요.”백건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천천히 눈을 감고는 마음의 답답함을 달랬다.남서연은 대체 무슨 뜻일까?이미 일주일 동안 그를 피했다.잠시 후 그는 눈을 뜨고 책상 위의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일어섰다.“대표님, 어디 가세요?”백건은 성
유승아는 어쩔 수 없이 쓴웃음을 짓더니 남서연이 가장자리에 앉아 조용히 경청하는 것을 보고 즉시 화제를 돌렸다. “서연아, 촌수로 따지면 네가 건이를 삼촌이라고 부르는데 두 사람 만나게 되면 양쪽 어른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네 작은 엄마가 어떻게 그런 복잡한 관계를 처리하겠어?”남서연은 멍해졌다.그녀가 설명하기도 전에 백건이 버럭 화를 냈다.“지금 내 앞에서 시비를 거는 거야?”유승아는 서둘러 해명했다.“네 친구로서 서연이가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궁금했을 뿐인데 왜 시비를 건다고 말해?”“이건 나와 서연이 일이니까 우리가 알아서 처리할 거야. 너 할 말 끝났으면 돌아가.”유승아는 얼굴의 미소가 점점 사라지고 태도가 진지해졌다. “백건, 비록 우리 연인 사이는 가짜였지만 오랜 우정은 가짜 아니지?”“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친구로서 충고 한마디 하고 싶어. 너와 서연이는 절대 불가능해. 양쪽 어른들께서 동의하지 않을 거야. 괜히 어린 서연이 상처 주지 마.”백건의 안색이 점점 나빠졌다.유승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나 할 말 끝났으니까 돌아갈게. 두 사람 잘 생각해봐.”두 사람 모두 일어나서 유승아를 배웅하지 않았다.문이 심하게 닫혔고 거실이 조용해졌다.남서연과 백건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어색한 듯 고개를 떨구고 중얼거렸다. “승아 언니 말이 맞아요. 양쪽 집안에서 쉽게 동의하지 않을 거예요.”“넌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내 옆에 있겠다고, 나와 결혼하겠다고 동의하면 돼.”남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백건은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키고 잠시 침묵을 삼키더니 물었다.“서연아, 키스해도 돼?”남서연은 이런 문제일 줄은 몰랐다.그녀는 머리가 텅 비었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녀가 멍해 있을 때, 남자는 그녀를 소파에 눕히고 키스를 했다.기습적인 키스에 남서연은 당황스러웠다.두 사람은 아주 오랫동안 키스를 나눴다.저녁 무렵.집
유승아는 조금 경악했다.“서연이도 있었네?”그러자 백건이 물었다.“무슨 일로 찾아왔어?”유승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다음 달 결혼에 대해 아주머니가 너무 재촉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너와 의논하려고 왔어.”남서연은 괜히 애태우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유승아는 남서연을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서연아, 나 건이랑 단둘이 얘기하고 싶은데 너...”남서연은 급히 말했다.“두 분 말씀 나누세요. 전 먼저 가볼게요.”그녀가 말을 마치고 발걸음을 떼기도 전에 백건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너 갈 필요 없어. 여기서 들어.”남서연은 경악했고 유승아는 얼굴이 굳어지며 난처한 태도로 말했다. “건아, 그건 좀 아니지. 우리 두 사람 얘기야. 서연이는 외부인이고.”백건은 엄숙한 태도로 말했다.“외부인이 아니라 내 아내야.”남서연은 깜짝 놀랐고 유승아는 더욱 경악했다.두 사람은 놀란 얼굴로 백건을 바라보았다.생각지도 못한 남자의 말에 남서연은 어리둥절했다.벌써 그의 아내가 되는 건가?유승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두 사람... 만나기로 한 거야?”남서연은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그러자 백건이 또박또박 대답했다.“응. 몇 분 전에 결혼까지 약속했어.”유승아는 억지로 웃음을 짜내며 짐짓 대범한 척 말했다.“축하해.”“소파에 가서 앉아서 말해.”백건은 남서연의 손을 잡고 소파로 다가가 앉았다.유승아도 따라가 앉더니 침울하게 숨을 푹 내쉬었다.“우리 집 쪽 친척들은 이미 청첩장을 받았어. 다들 축하 전화를 걸어오고 있어. 오늘 아주머니께서 특별히 나를 찾아오셔서 결혼식은 반드시 거행될 거라고 하셨어. 어떻게든 너를 잡아서 교회에 묶어둘 테니까 안심하고 너의 신부가 되라고 하셨어.”백건이 되물었다.“넌 어떻게 생각하는데?”유승아는 남서연을 힐끔 쳐다보더니 말했다.“내가 뭘 어떻게 생각해? 오랫동안 네 여자친구였으니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잖아.”백건은 서둘러 남서연을 바라보며 나지
그녀에게 보여줄 수 없는 사진은 무엇일까?여자 사진?남서연은 기분이 가라앉아 말했다.“나 먼저 돌아갈게요.”그러자 백건이 그녀에게 다가갔다.“나랑 같이 집에 가서 어른들께 상황을 설명해 드리자.”“안돼요.”남서연은 긴장감에 못 이겨 안절부절했다.“일단 아직은 안돼요. 내가 먼저 가서 가족들 생각을 알아보고 다시 결정해요.”“어떤 상황이든, 어떤 결과든, 나 혼자 감당할 거니까 내 걱정은 하지 마.”“서두르지 말고 우리 천천히 얘기해요. 내가 우리 가족들 설득하고 오빠는 오빠 가족들 설득해요. 네?”백건은 여전히 변수가 있을까 봐 걱정했다.그러나 너무 성급하게 행동해 남서연을 놀라게 해서 일을 망칠 수는 없었다.“그래. 네 말대로 해.”남서연은 그가 덮은 앨범을 가리키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덤덤하게 물었다.“누구 사진이에요?”백건은 고개를 돌려 협탁을 보더니 마음이 찔려 말했다.“내 사진이야.”그건 백건이 전에 몰래 찍었던 남서연의 사진이었다.결혼 후에만 그녀에게 모든 것을 고백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그가 한 모든 것들이 오랫동안 계획한 거라고 말할 수 없었다.어머니의 강력한 방해를 무릅쓰고 그는 강력한 권한을 동원하여 인사팀을 통해 남서연의 면접을 합격시키고 그녀를 ND에 무사히 입사하게 했다.또 직권을 이용하여 남서연을 데리고 해외 출장을 갔다. 그 목적은 바로 남서연을 가족의 울타리에서 벗어나게 만든 다음 그 기회를 빌려 잠자리를 갖고 그녀를 임신시키는 것이었다.두 차례의 성관계에도 보호조치를 하지 않은 것도 그녀를 임신시키기 위함이었다.그는 감히 남서연에게 말할 수 없었다. 남서연이 그를 비열하다고, 수단이 더럽다고, 파렴치하다고 생각할까 봐 두려웠다.결혼하고 나서 다시 그녀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천천히 용서를 빌어야 했다.남서연은 더 이상 캐묻지 않고 돌아서서 방을 나갔다.백건은 그녀의 뒤를 따라가며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 그녀의 발이 미끄러질까 봐 보호했다. 남서연은 남자가 조심스럽게 자신을 보호하
심장이 두근두근 떨려서 목구멍에서 튀어나올 것 같았다.그녀는 초롱초롱한 큰 눈으로 물끄러미 백건을 바라보며 머리가 하얘졌다.결혼이라는 두 글자가 백건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그녀에게 너무 큰 유혹이었다.그녀가 당황하고 있을 때, 백건은 갑자기 몸을 기울여 왼쪽 무릎을 그녀 앞에 꿇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놀란 그녀는 소파에 붙으며 경악한 채 그를 바라보았다.남자는 한쪽 무릎을 꿇고 그녀의 손을 꽉 잡고 뜨거운 눈빛으로 부드럽게 말했는데 매우 절실해 보였다.“서연아, 나와 결혼해줘. 응?”‘지금 아이를 위해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프러포즈를 한 거야?’남서연은 아주 기뻤지만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괴롭고 불안했다.“두 집안 어른들 모두 찬성하지 않을 거예요.”“너만 원한다면 그런 것들은 전부 내가 알아서 해.”남서연은 차마 배 속의 아이를 다치게 할 수 없었다. 가족 모두가 반대하지 않는다면, 그녀가 오랫동안 짝사랑해 온 남자와 결혼할 수 있는 것도 좋은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었다.현실 생활에서 많은 부부가 선을 보고 결혼하니 먼저 결혼하고 사랑하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결혼 후에 그녀가 잘 보인다면 백건도 그녀를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남서연은 멋진 미래를 상상하며 참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백건은 감격에 겨워 붉어진 눈시울이 순식간에 흠뻑 젖었다. 어지러운 숨결로 소파에 앉더니 남서연을 덥석 품에 끌어안았다.남자의 동작은 절박했고 강렬한 포옹에 그녀는 몸이 아팠다.남서연은 그의 등 뒤에 두 손을 널어놓고 턱을 그의 어깨에 괴고는 물끄러미 천장을 바라보았다.귓가에 남자의 무거운 호흡과 함께 약간 울먹이는 쉰 목소리가 들렸다.“고마워. 서연아. 정말 고마워. 반드시 좋은 남편과 좋은 아빠가 될게. 절대 실망하게 하지 않을게. 최선을 다해서 네게 가장 행복한 미래를 줄게.”남서연은 마치 구름 위를 떠다니는 듯 몽환적이고 아름다웠다.다만, 앞으로 어떻게 가족을 대해야 할까?아이 때문에 결혼하게 되면 백건은 앞으로 후회하지 않을까?
남서연은 고개를 숙이고 슬픈 듯 중얼거렸다.“나 임신했어요.”백건은 심장이 움찔했고 온몸은 걷잡을 수 없이 흥분했다. 그는 제자리에서 거의 뛰기라도 하듯 벌떡 일어났다. 가슴의 흥분을 터뜨리기 위해 미친 듯이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꾹 눌러 참았다.‘서연이가 내 아이를 임신했다고? 나 아빠가 되는 거야? 서연이 아이의 아빠? 이거 지금 꿈 아니지?’그는 갑작스러운 행복을 애써 눌렀다.남서연은 그의 반응에 깜짝 놀라 그를 올려다보니 남자는 주먹을 불끈 쥐고 그녀를 등지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이 남자가 대체 어떤 마음인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그녀와 마찬가지로, 이런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까?그녀처럼 망연자실할까?이미 마음의 준비를 한 남서연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책임지라고 찾아온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다만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에 오빠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서요. 만약 수술하게 되면 나와 함께 가줘요.”백건은 무거운 몽둥이에 얻어맞은 것 같았다.순식간에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그는 재빨리 자리에 앉았다. 얼굴빛은 굳어졌고 말투는 엄숙했다.“뭐? 수술한다고?”남서연은 주눅이 들어 쳐다보며 말했다.“네. 혼전 임신은 안 돼요.”가족들이 만약 그녀가 혼전임신이라는 것을 안다면 반드시 백건을 때려죽일 것이다.숨이 가빠진 백건은 두 손을 꼭 잡았고 엄숙한 말투에 약간의 온기를 더해 부드럽게 달랬다.“서연아, 아이는 포기할 수 없어. 내게 책임질 기회를 줄 수 없어? 나 좋은 아빠가 될게.”남서연은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백건을 바라보며 멍해졌다.그녀의 생각과 달랐다.그녀는 백건이 그녀보다 더 이 아이를 원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아이의 존재가 그를 위험하게 만들 테니까.백건은 긴장된 듯 입술을 오므리고 침을 삼키며 중얼거렸다.“그리고 너만 괜찮다면 나... 좋은 남편이 될 수도 있어.”남자는 주먹을 문지르며 가늘게 떨릴 정도로 긴장했고 호흡이 가빠졌다. 그는 남서연을 똑바로 바라보며 그녀의 시주를 기
남서연은 복잡하고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저예요.”백건은 숨이 거칠고 오랫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으며 말이 막힐 정도로 긴장했다.그는 남서연이 무슨 일로 먼저 전화를 걸었는지 몰라 계속 그녀가 먼저 입을 열기를 기다리고 있다.“지금... 시간 있어요?”남서연이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쭈뼛쭈뼛 물었다.백건이 다급하게 대답했다.“있어.”“잠깐 만나서 얘기할래요?”“좋아.”백건이 곧바로 대답하더니 또 물었다.“어디서 볼래? 데리러 갈게.”남서연이 생각해보니 밖에는 보는 눈이 많아 안전할 것 같지 않았다.“데리러 올 필요 없어요. 내가 오빠 집으로 갈게요. 반 시간이면 도착해요.”“좋아.”남서연은 전화를 끊고 일어서서 마스크를 쓰고 공중화장실을 나섰다.한편, 공항 가는 차에 타고 있던 백건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명령했다.“차 돌려서 집으로 가.”“대표님, 비행기 시간 이미 다 됐어요.”백건은 정색해서 말했다.“이번 행사 취소하고 바로 집으로 가.”하현우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방금 그 전화를 들으니 아마 남서연일 것이다.백건에게 새 시즌 발표회는 취소할 수도 있고 연기할 수도 있고 없어도 되는 일이다.그러나 남서연을 만날 어떤 기회도 그는 놓칠 수 없었다.하현우는 차를 돌려 집으로 돌아갔다....30분 후.남서연은 산 중턱 별장에 와서 막 초인종을 누르려는데 하현우가 이미 입구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가 문을 열고 공손히 인사했다.“서연 아가씨, 안녕하세요. 들어오세요.”남서연은 살짝 놀랐다가 하현우인 걸 발견하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별장으로 걸어 들어갔다.그녀는 경치가 아름다운 화원의 앞마당을 지나 웅장한 큰 집으로 들어갔다.문은 열려 있고 백건은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는 흰색 셔츠에 검은색 정장 바지를 입고 있어 우아하고 멋스러우며 준수한 매력을 자랑했다.남자는 그윽한 눈동자로 남서연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를 다시 만난 남서연은 마음이 혼란스럽고 저도 모르게 긴장했다. 마음속에 토끼 한 마리가 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