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그 여자애는 그럴 마음이 전혀 없었다.순간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간 것 같았고 그의 여자친구도 없어졌다.류청이 차량을 향해 소리쳤다.“시간이 얼마나 필요해? 반 시간이면 충분할까?”이어 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지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오늘 밤까지 답을 주면 안 될까? 아니면 나 오늘 잠 못 잘 것 같아.”그는 괴로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구고 차량 앞으로 돌아와 무거운 마음으로 차량을 점검했다.정안은 올라가서 방문을 열고 외투를 벗어 한 바퀴 쓱 둘러보았다.베란다의 유리문이 열리고 남하준이 밖에서 들어와 유리문과 커튼을 닫고 정안에게 걸어가며 부드럽게 말했다.“왔어?”정안이 그에게 다가가 즐겁게 말했다.“오빠, 내가 재밌는 이야기 해줄게요. 류 비서와 지윤이...”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남하준은 그녀의 허리를 덥석 껴안고 품에 안아 고개를 숙여 키스했다.“음?”기습적인 진한 키스에 정안은 반응하지 못하고 두 손으로 남자의 단단한 가슴을 밀어 올렸다.남하준은 그녀의 손목을 잡고 천천히 앞으로 움직여 그녀를 벽에 누르고, 그녀의 손목을 머리 위 벽에 누르고, 몸을 숙여 더욱 키스에 몰입했다.그의 키스는 좀 난폭했다.정안은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갇혀 있는 느낌이었고, 양손에 아무런 힘도 낼 수 없었고, 입술과 혀의 움직임에 온몸이 저리고 나른해졌으며 몸이 후끈 달아올랐다.수줍은 여자의 신음이 질척한 타액의 소리에 섞여 사람을 더 흥분하게 만들었다.정안은 그의 열렬한 공세에 사로잡혔고 갑자기 그가 한 손으로 그녀의 손목을 잡고 다른 한 손은 그녀의 허리에 닿아 옷 속으로 기어들어 허리를 따라 위로 옮기는 것을 느꼈다.그의 굵은 손바닥은 따스하고 자극적이어서 그녀의 몸에 불을 지피듯 문질러 사람을 미치게 했다.“음음!”정안은 반항하려는 건지 영합하려는 건지 몸의 욕망을 따라가려는 건지 나지막한 신음을 참지 못했다.남자의 키스는 그녀의 입술에서 천천히 내려와 뺨에 이르렀고 또 그녀의 목으로 와 짓누른
밤이 되어 약간 쌀쌀했다.이 시간에 남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방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지만 정안과 남하준은 그제야 방에서 나왔다.남하준의 들끓는 욕망에 들볶여서 정안은 이미 배가 고프고 온몸이 나른해졌다.거실에서 도우미가 음식을 가져왔다.그녀와 남하준은 마주 앉아 서로를 바라보며 애틋한 눈빛에는 약간의 부끄러움이 깃들었다.남하준이 그녀에게 국 한 그릇을 떠서 건네주며 부드러운 말투로 조심스럽게 물었다.“오늘 유미가 찾아와서 또 너 기분 나쁜 말이나 지나친 행동한 거 아니야?”정안이 고개를 가로저었다.그가 지금 매우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이미 한번 겪어보았고 또 사건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하고 싶지 않아 그가 계속 물었다.“기분 나쁜 일 있으면 꼭 나한테 말해. 혼자 마음에 담아두고 견디지 말고.”정안은 숟가락을 들고 국물을 저어주며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물었다.“유미가 포기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남하준이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나쁜 사람을 대할 때는 단칼에 자를 수 있는데 유미처럼 나쁜 짓은 하지 않고 부도덕한 일만 하는 사람은 끈질기게 달라붙어 정말 다루기 힘들어. 그저 일부러 멀리하고 피할 수밖에.”“그럼 그 자리는...”“유미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미 전근을 마쳤어.”정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남하준이 그녀에게 반찬을 집어주며 말했다.“네 쪽 일은 어떻게 됐어?”정안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이미 처리했어요. 내일 점심 주주총회에서 한꺼번에 처리할 거예요.”“그래. 내일 나랑 같이 가.”“오빠도 가려고요?”“응.”“왜요?”“정호 때문에.”“정호가요?”“정호가 한서진이고, 한서진이 정호야. 아주 위험한 상황이고.”정안은 충격적인 표정으로 남하준을 바라보며 마음이 더욱 무거워지고 오랫동안 진정되지 않았다.정호는 이미 얼굴을 바꾸고 목소리도 수술해서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그럼 백인호는 지금 얼마나 무서운 존재일까?“좋아요.”정안이 따뜻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백진은 냉엄하고 위엄 있게 입을 열었다.“주주 여러분, 오랜만입니다.”“회장님,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주주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묻자 백진은 옆에 있는 몇 명의 변호사를 가리켰다.“전에 발표된 유언장, 위임장, 내 명의로 돼 있던 모든 재산에 대한 상속 서류는 모두 무효이며 내 변호인단은 이미 이 모든 일을 다 처리했어요.”“난 내 양자에게 한 푼의 재산도 주지 않았으니 저 여자는...”백진이 한이서를 가리키며 노했다.“저 여자는 그저 납치범이고, 사기꾼이고, 경제 범죄자일 뿐이요!”한이서가 주먹을 불끈 쥐고 고개를 돌렸을 때 한서진은 이미 사라져 버린 뒤였다.그녀는 얼굴이 창백해져서 이미 저항할 힘이 없어졌다.모두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의혹스러워할 때 한이서가 냉소를 짓더니 이를 악물고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다.“망할 영감! 당신 아들 내외와 손자 목숨이 중요하지 않은 가봐?”백진은 주먹을 불끈 쥐며 분노가 끓어올랐다.그때 남하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럼 당장 연락해서 손을 써보지 그래?”한이서가 고함을 질렀다.“내가 못할 것 같아?”말을 마친 한이서는 바로 휴대전화를 들고 다이얼을 돌리려 했지만 신호가 먹통이었다.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또 다른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지만 여전히 신호가 없자 숨을 헐떡이며 바로 비서의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그제야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의 휴대전화가 부분적으로 신호가 차단된 것을 발견했다.한이서는 완전히 포기하고 멍한 눈으로 의자에 앉아 몸부림을 멈췄다.남하준이 부하에게 눈짓하자 부하직원 두 명이 다가가 한이서를 잡고 두말없이 밖으로 압송했다.한이서가 걸어가면서 노호했다.“너희들 딱 기다려! 그 사람이 분명 너희 모두 죽일 거야. 반드시!”한이서가 밖으로 끌려나가자 정안이 긴장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다 남하준 곁에서 속삭였다.“정호는요?”“걱정 마. 못 도망 가.”정안은 안심하며 고개를 끄덕였다.백진은 한이서가 앉았던 가죽 의자를 걷어차고 테이블 앞에 서서 두 손
정호는 웃음에 눈물을 머금었다.류청이 부하를 데리고 앞으로 나가 그를 체포했다.수색하는 과정에 정호의 몸에서 총기를 찾아냈는데 류청은 그 총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뭉클했다.사실 정호는 총으로 무리수를 두면 도망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류청이 그 총을 보고 한참 동안 정신을 못 차리자 정호가 속삭였다.“나 도련님 죽일 생각은 했어도 너 죽일 생각은 한 번도 없었어. 넌 내 인생 최고의 친구니까.”류청은 눈가가 촉촉해졌다.그는 부하에게 총을 건네고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고는 정호를 바라보았다.“이미 늦었어.”“우리 엄마도 몰라볼 정도로 성형했는데 넌 나 어떻게 알아봤어?”“내가 아니라 도련님께서 한눈에 너 알아보셨어.”“뭐?”류청이 씁쓸하게 웃었다.“참 아이러니하지? 네가 모든 대가를 치러서라도 죽이려던 상사가 너의 표정과 행동, 말하는 방식과 눈빛에 대해 훤히 알고 있었어.”정호는 쓸쓸하게 웃을 뿐 말이 없었다.류청이 마음 아파하며 말을 이었다.“넌 도련님께서 가장 신뢰하고 가장 믿음직스럽게 생각한 조수였어. 널 친형제처럼 여겨 네 아버지 병원비도 대줬고. 종종 너 몰래 네 가족에게 돈을 보내라고 시키셨거든. 네가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다면 도련님은 분명 두말없이 네 신혼집이랑 차까지 마련해줬을 거야.”“하지만 넌 도련님을 배신했어. 돈에 눈이 멀어 버린 넌 우리를 참 실망하게 했어.”정호는 고개를 숙이고 붉어진 눈시울은 이미 촉촉이 젖어 있었다.아무리 많은 변명을 늘어놓아도 틀린 건 틀렸고 이미 돌아갈 수 없었다.“만약 아직 양심이란 게 있다면 백인호에 대해 자백해. 블랙 섀도우 조직이 M국에서의 계획과 모든 스파이를 털어놔.”정호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건 불가능해. 내가 말하면 내 가족은 곧 죽음이야.”“구제 불능이군.”류청이 노호했다.“끌고 가!”네 명의 병사가 그를 누르고 아래로 내려갔고 류청이 그 뒤를 바싹 따랐다.이어 각종 뉴스 헤드라인과 실시간 검색어에는 백진의 컴백에 대한 소식들로 가득했다.
백진은 얼굴에 미소를 가득 머금고 눈 밑은 촉촉해졌다.“하준아, 완자야. 왔어?”백진의 시선이 작은 아기에게 고정되었다.“자, 이 할아버지가 안아 보자꾸나.”남하준이 아들을 그의 손에 넘겨주자 백진은 아기를 안고 소파로 직행했는데 눈에는 귀여운 아기의 모습뿐이었다.“아이 이름은 지었어?”백진은 자리에 앉아서도 눈도 제대로 들지 않고 달콤하게 자는 아기를 쳐다보며 속삭였다.남하준이 정안을 소파에 앉히고 말했다.“아직이요.”정안이 웃으며 말했다.“시부모님께서 마땅한 이름을 찾지 못하겠다고 할아버지께서 지어달라고 부탁하셨어요.”“우영이 어떠냐?”백진이 툭 내뱉었다.남하준이 생각하더니 아주 마음에 들어 했다.“감사합니다. 할아버지. 아주 좋은 이름이네요. 아주 우아하고 꾸준함을 의미하는 좋은 이름이네요.”정안도 말을 보탰다.“저도 아주 맘에 들어요. 감사해요.”“그래. 그럼 우영으로 하자꾸나. 남우영.”그때 산후 도우미가 짐을 들고 와 가장자리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정안이 몸을 돌려 그녀에게 말했다.“아기 데리고 올라가 쉬세요.”도우미는 대답하고 백진의 앞에 다가가 아이를 받았다.백진은 아쉬운 듯 아기를 바라보며 눈에는 섭섭함이 가득했다남하준과 정안은 그가 아주 외롭다는 것을 보아내고 마음이 아팠다.“할아버지만 괜찮으시다면 우리 여기서 살아도 될까요?”백진은 흥분에 겨워 말했다.“당연히 좋지. 여긴 네 집이다. 언제든 환영해.”남하준이 대답했다.“감사합니다. 할아버지.”이어 그는 옷 주머니에서 청첩장을 꺼내 백진에게 건넸다.“정통 어르신께서 갖다 주라고 하셨어요.”“청첩장?”“따님이 결혼하시는데 할아버지를 직접 초대하셨어요. 저희도 같이 갈 거예요.”백진은 환하게 웃으며 청첩장을 열었다.“정통 어르신의 초대라면 당연히 영광이지. 대체 어느 집 아들이 이렇게 복이 많아 정통 어르신 따님과 결혼하는 거지?”그때 도우미가 차와 간식을 가져왔고 남하준이 받아서 한 모금 마셨다.“저도 모르는 사람이에요.”백진
정안은 너무 부끄러워 핑계를 대고 거실을 떠났다.“할아버지, 나 아기 보러 갈게요. 두 분 얘기 나누세요.”“그래.”백진이 웃으며 대꾸하자 정안은 아들을 보러 아기방으로 향했다.백진은 슬픈 기색을 드러내며 감개무량하게 한숨을 내쉬더니 남하준에게 말했다. “두 사람 아직 젊고 결혼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 늙은이를 위해 여기서 살 필요 없다. 나 혼자서도 괜찮아. 사람이 늙으면 조금 고독한 것도 정상이니 별로 문제 될 것 없어.”남하준이 위로했다.“우리 집에는 형님과 형수님들이 많고 게다가 셋째 형수가 완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지내는 데 힘들 거예요. 여기 와서 지내면 완자가 더 편할 거예요.”백진은 그 말을 듣고 남씨 가문의 셋째 며느리를 생각하더니 저도 모르게 얼굴빛이 가라앉았다.“그 셋째 형수가 혹시 그때 너에게 결혼을 거절당한 후 네 셋째 형에게 시집간 처자냐?”남하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백진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하준아, 남자는 말이다. 주변 이성 관계를 잘 처리해야 해. 친구든 친척이든 낌새가 좀 이상한 여자는 최대한 멀리해야 하는 거다.”“네. 할아버지. 주의하겠습니다.”백진이 목소리를 낮추어 속삭였다.“내 손녀딸은 어려서부터 속이 좁은 거 알지?”남하준이 피식 웃었다.“그럼요.”그건 바로 정안이 그를 신경 쓰고 있으니 질투하는 것이기도 하다.비록 정안의 진심이 확실하지 않지만 남하준은 정안이 그를 사랑하고 신경 써서 질투하고 속 좁게 행동하며 그의 모든 감정을 독점하려는 것이라 믿기로 했다.생각하다가 남하준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아기방으로 향했다.“하준아. 내가 한 가지 부탁이 있어.”남하준이 정신을 차리고 진심으로 말했다.“할아버지. 부탁이라니요. 원하시는 일은 바로 분부하시면 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거라면 절대 마다하지 않겠습니다.”백진이 가볍게 탄식하더니 쓸쓸히 말했다.“내 아들 며느리 그리고 손자까지 모두 갇혀있어. 난 네가 구해줬으면 좋겠구나.”“걱정 마십시오. 할아버지께서 말씀
문이 닫히자 정안의 얼굴이 저도 모르게 뜨거워졌다.남하준이 옷을 입지 않은 것이 느껴졌고, 아직 닦지 않은 물방울이 몸에 남아 있는 것을 그녀는 함부로 쳐다보지 못했다.“앞으로 노크하지 말고 바로 들어와.”남하준이 낮고 매력적인 목소리로 부드럽게 중얼거렸다.“우리 사이에 사생활은 없어.”“오빠 샤워하는 모습 보려던 거 아니었어요.”정안이 부끄러워하며 말했다.“이따가 결혼식에 몇 시에 갈 건지 물어보려 했단 말이에요.”“오후 3시.”“아.”정안이 부드럽게 대답하더니 목소리가 점점 수줍어졌다.“그럼 씻어요. 난 나가볼게요.”“같이 씻을래?”남하준이 떠보듯 묻자 정안이 단칼에 거절했다.“싫어요.”남하준은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뜨거운 눈빛으로 말했다.“안 씻으려고?”“씻어야죠. 오빠 다 씻으면 그때 씻을 거예요.”남하준이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난 계속 샤워하고 넌 한쪽에서 세수하고 양치하면 되지. 전혀 영향이 없는걸?”“그건 좀 아니죠.”정안은 갑자기 어색해졌다. 아무리 부부라 해도, 두 사람이 가장 친밀한 행동을 했다 해도, 아직 그렇게 사적인 일에 적응하지 못했다.“유리문 닫으면 되잖아?”남하준이 계속 달래자 정안은 그의 요구에 못 이겨 동의했다.스크럽 요리를 한 겹 사이에 두고 그는 안에서 샤워하고 그녀는 밖에서 씻었다.같은 화장실에 같이 있을 정도로 친해지는 느낌이 너무 묘해서 정안은 내내 얼굴이 새빨갰다.정안이 다 씻고 유리문을 두드렸다.“나 먼저 나갈게요.”남하준은 몸을 닦고 목욕 수건으로 하반신을 두르고 유리문을 열어 그녀를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완아.”정안은 움찔했다.“왜요?”“아직도 피곤해?”그가 쉰 목소리로 묻자 정안은 그의 뜻을 즉시 알아챘다.요 며칠, 그녀는 밤에 비교적 일찍 잤다. 남하준은 바빠서 저녁 늦게 돌아온 후 보통 그녀를 깨우지 않았다.깨어났을 때도 그녀는 여전히 비몽사몽 한 상태였고 그가 원해도 대처할 정신이 없어 너무 피곤하다며 원기 왕성한 남자를 또
“알아. 그래서 안 깨웠어.”정안은 그의 귓가에 다가가 귓불에 대고 속삭였다.“만약 저녁 11시 전에 돌아오면 나 마음껏 갖고 놀아도 돼요.”“갖고 놀아?”남하준은 속삭이듯 말하며 눈 밑에는 아쉬움과 안쓰러움이 가득했다.정안이 부끄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자 남하준은 목젖을 위아래로 굴리더니 두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감싸 쥐고 엄숙하고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그런 말은 하지 마. 아무리 내가 네 남편이라도 그건 아니지.”“듣기 싫어요?”정안은 뭐가 잘못됐는지 몰라 의혹스러워했다.“좋지. 당연히 좋지. 심지어 그렇게 하고 싶어. 하지만 그거 알아? 남자에게 마음껏 갖고 놀라는 말은 혈맥을 뛰게 하고 가슴이 벅차게 하는 말이야.”“하지만 넌 장난감이 아니라 내가 가장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야. 내가 널 사랑하는 것 외에도 너도 너 자신을 사랑했으면 좋겠어.”“난 한 번도 네 몸을 갖고 논다는 생각한 적 없어. 그러니까 너도 논다는 마음으로 자신을 대해선 안 돼.”정안은 가슴에 뭉클한 감동이 밀려왔다.단지 그녀의 잘못된 단어 사용 때문에 그는 이렇게 슬퍼하며 그녀의 세계관을 바로 잡으려 하고 있었다.정안은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그의 얇은 입술에 뽀뽀하고 빙그레 웃으며 중얼거렸다.“사실 나도 날 아주 사랑해요. 하지만 오빠는 참 정직하고 생각이 바른 사람이에요.”남하준은 그녀의 뒤통수를 잡고 그녀를 눌러 키스하며 나지막이 말했다.“사실 나도 그렇게 정직한 사람은 아니야. 네가 날 갖고 놀겠다면 얼마든지 가능해.”정안은 참지 못하고 웃었다.“그런 게 어딨어요?”남하준이 뜨거운 눈빛으로 말했다.“네 남편 갖고 놀래? 아주 지구적이고 강력하고 제한시간도 없어.”정안은 볼이 벌겋게 달아올랐다.다정하던 분위기가 갑자기 후끈 달아올랐다.그녀는 부끄러워서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남하준의 목에 얼굴을 묻고 그의 관능적인 목젖에 가볍게 키스했다.남자의 목젖이 얼마나 예민한지, 남하준도 이렇게 유혹된 적은 처음이라
지우는 일부러 모르는 척 물었다.“병원에 병 보러 오지 왜 왔겠어? 갑자기 왜 태준 씨를 물어?”임다희는 지우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재차 확인했다.“태준이가 당신 안 찾았어?”“아니.”지우가 고개를 젓자 임다희는 가볍게 웃었다.“그쪽이 아니라면 대체 누굴 찾아갔을까?”“그게 무슨 말이야?”지우가 일부러 이해가 안 가는 척 묻자 임다희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두 사람 재결합한 거 맞지?”지우는 침묵했다.임다희는 득의양양한 웃음을 지으며 조롱했다.“거짓말할 필요 없어. 두 사람 다시 만나는 거 아니까. 태준이가 당신을 찾지 않은 건 아마 약효가 너무 강해 당신 같은 여린 몸을 망쳐도 자신을 만족시킬 수 없을 것 같으니 다른 여자를 찾아 해결했나 보네.”“약효가 너무 세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지우는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며 그녀를 만족시켜줬다.임다희는 속이 편안해지며 여유롭게 말했다.“그건 당신이 알 바 아니고. 이 시간에 당신 남자친구는 다른 여자와 침대에서 뒹굴고 있다는 것만 알고 있어.”지우의 안색이 확 가라앉았다.그녀는 주먹을 불끈 쥐고 눈앞의 이 악랄한 여자를 갈기갈기 찢고 싶었다.남태준을 그렇게 괴롭게 만들고 무슨 염치로 지금 까불고 있을까?만약 남태준이 그녀가 임다희와 정면충돌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면 지우는 절대 임다희를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남태준의 뜻에 따라 얌전하고 철든 여자친구가 되어야 했다.지우는 괴로운 척 연기하며 겨우 눈물 한 방울을 짜냈다.임다희는 그녀의 괴로운 모습을 보고 마음속의 분한 감정을 잠재우고는 실소를 터뜨렸다.“이게 당신들 사랑이야? 하하. 우습네!”그녀의 비아냥거림과 함께 차 문이 닫히고 차량이 서서히 빠져나갔다.지우는 마음을 가다듬은 뒤 택시를 잡아타고 난 뒤에도 여전히 남태준을 걱정했다. 그의 옷이 흠뻑 젖어 병원에서 환자복을 입고 있었다.지우는 기사에게 주소를 말하고는 남태준의 집에 가서 깨끗한 옷 몇 벌을 챙기려 했다.
잠시 후 한 남자 의사가 들어와 남태준이 평온하게 쉬고 있는 것을 보고 말했다.“효과가 조금은 있네요.”말을 마친 그는 남태준의 아랫도리를 보더니 한마디 보탰다.“하지만 효과가 만족스럽지는 않네요. 휴. 환자분 물 많이 주시고 약효가 천천히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세요.”말을 마친 의사는 자리를 떠났고 지우는 급히 미지근한 물을 붓고 남태준의 아랫배를 슬쩍 쳐다봤다.병원의 이불이 너무 얇은 편도 아니었는데 남태준의 아랫배가 여전히 부풀어 올랐다.지우는 속으로 욕했다.‘늑대 같은 임다희! 빌어먹을!’“태준 씨. 물 좀 마셔요.”지우가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남태준이 흐릿한 검은 눈동자를 뜨고 몸을 지탱하며 일어나자 지우가 서둘러 그의 등을 부축해 주었다.“아직도 힘들어요?”지우가 관심하며 묻자 남태준은 대답하지 않고 물을 마시고 다시 누워 눈을 감고 조용히 중얼거렸다.“나 이제 괜찮으니까 너 집에 가서 쉬어.”“싫어요. 여기 있을래요.”남태준은 눈을 감고 어쩔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돌아가라고.”“혹시 무슨 일 생겼는데 옆에 돌봐줄 사람 없으면 어떡해요?”“여기 의사도 있고 간호사도 있으니까 나 괜찮아.”“그래도 난 여기 있고 싶다고요.”남태준은 입꼬리를 올리더니 흐릿한 검은 눈동자를 천천히 뜨고 뜨거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몸 안의 불은 꺼졌지만 탄소는 여전히 타오르고 있어. 넌 탄소 더미 옆의 디젤과 같아서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고.”“비유를 어떻게 그렇게 잘해요?”남태준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지우는 그가 이렇게 힘들어하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었다. 그녀가 여기 머무르는 게 어쩌면 그의 안정과 회복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좋아요. 나 먼저 갈 테니까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 줘요.”“그래.”지우는 병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1층 로비에서 매니저가 밀어주는 휠체어에 앉아 약을 받는 임다희를 만났다.지우는 재빨리 기둥 뒤에 숨었다. 보아하니 그녀는 허리와 다리를 다친
지우는 문득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올랐다. 시골 옆집에서 종돈 한 마리를 키우고 있었다.매번 거래가 있을 때면 이웃 할아버지는 종돈에게 독한 약을 먹였고 약을 먹은 종돈은 열 몇 마리의 암퇘지와 교배를 했다.그녀는 그 장면을 본 적은 없지만 처절하고 끔찍한 돼지 울음소리는 그녀 어린 시절의 악몽이었다.정신이 번쩍 든 지우는 두말없이 펑 하고 문을 닫았다.갑작스레 문을 닫는 모습과 지우의 창백한 얼굴, 당황하는 모습에 남태준은 피식 웃었다.지우는 부랴부랴 택시를 잡았고 15분 후, 남태준은 지우와 함께 병원에 도착했다.응급실에 가서 의사에게 상황을 설명한 뒤 의사가 남태준 옆에 있는 지우를 가리키며 물었다.“환자분 여자친구예요?”남태준이 다급하게 말했다.“여동생이에요.”지우는 마음이 뭉클했다. 남태준은 스스로 고통을 참을지언정 그녀가 고통받는 것을 원치 않았다.“여자친구 있어요?”“없어요.”“내가 주소를 줄 테니 가서...”의사가 간단한 방법을 추천하려 하자 남태준이 엄숙하게 말했다.“나 경찰입니다.”의사는 말을 뚝 그치고 긴장된 듯 침을 삼키더니 웃어 보이며 애써 둘러댔다.“그러니까 제 말은 이런 경우 의사를 찾아오는 경우가 드물다는 거예요. 게다가 우리도 해독제가 없어요.”“진정제 놔주세요. 진정제가 안 되면 마취제라도...”“그런 약은 함부로 처방할 수 없고 일정한 수치에 도달해야 처방할 수 있어요. 환자분 같은 경우는...”의사는 난처해하더니 남태준의 차가운 눈동자를 바라보는 순간, 그의 강한 카리스마에 겁을 먹고 몇 초 동안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진정제 놓아드리겠지만 효과가 그리 좋지는 않을 거예요. 그저 괴로움을 조금 억제하는 정도예요.”“감사합니다.”남태준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괴롭게 참아내느라 이마에 땀이 흥건했다.“다른 약도 같이 처방해 드릴게요.”의사가 약을 처방하며 말했다.“여자친구도 없고 그런 서비스도 받기 싫다면 여동생분께 성인 가게에 가서 사달라고 하세요.”지우는 이렇게 난처한 적이 없었다.
지우가 만약 숫처녀라면 아마 고생할 것이다.남태준은 생각하다가 결국 휴대전화를 꺼내 구급차를 불러 의사를 찾아 해결할 생각이었다. 휴대전화를 찾아 다이얼을 돌리려던 순간, 조수석 문이 열리면서 지우가 다급하게 들어와 앉더니 물었다.“무슨 일이에요? 태준 씨?”남태준은 움찔 놀랐다. 뜨거운 눈으로 지우의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니 입이 바짝 마르고 욕망이 최고조에 달했다.지우는 남자가 머리와 몸이 흠뻑 젖어 숨도 약간 헐떡이는 것을 보고 몸을 기울여 그의 이마를 짚어 보았다.타오를 듯한 고온에 지우는 화들짝 놀랐다.“태준 씨 열 나요. 내가 병원에 데려다줄게요.”남태준은 꾹 참으며 천천히 눈을 감고 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운전할 줄 알아?”“아니요.”지우가 긴장하며 말했다.“방금 택시 타고 왔어요. 택시 타고 병원에 데려다줄게요.”택시?남태준은 자신이 통제 불능이 되어 택시에서 무슨 엉뚱한 짓을 할지 몰라 걱정했다.지우는 휴지를 뽑아 그의 볼과 목의 물기를 닦아 줬다.여자의 몸에서 나는 향기, 손바닥의 부드러움은 치명적인 유혹처럼 그를 걷잡을 수 없이 달려들고 싶게 만들었다.“지우야.”남태준은 주먹을 불끈 쥔 채 눈을 감고 감히 그녀를 쳐다보지도 못하며 마지막 남은 이성으로 말했다.“방금 다희를 만났어.”지우는 땀을 닦는 동작을 멈추더니 시무룩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지만 티 나지 않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그리고요?”“그리고 이렇게 됐어. 너무 괴롭고 답답해 죽을 것 같아.”남태준은 침을 삼키고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지우의 시선은 그의 고통스러운 안색에서 내려와 그의 가슴팍을 보니 기복이 아주 심했고 더 아래로 내려가니 운전석에 앉아도 선명하게 드러날 정도로 무섭게 부풀어 올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임다희가 약을 먹였어요?”지우는 분해서 주먹을 불끈 쥐고 어쩔 줄 몰랐다.그러자 남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이제 어떡해요?”지우는 부랴부랴 고개를 내밀어 근처에 호텔이 있는지 살폈다.그녀는 멀지 않은 곳에
“그건 지난번에 이미 설명했잖아.”“그 사람 내가 만나야겠어. 주소와 연락처 줘.”“없어.”임다희는 냉정한 얼굴로 어금니를 깨물며 악에 받쳐 말했다.“내가 그렇게 큰 단서를 줘서 네가 공을 세웠는데 넌 내게 조금의 감사함도 없이 이런 태도로 날 심문해?”“네가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내가 너 경찰서로 데려가 어떻게 해서 그 단서를 얻었는지 조사할 거야. 너 절대 쉽게 못 벗어나.”임다희는 피식 웃더니 심호흡을 하고 중얼거렸다.“정말 어이가 없어.”남태준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그 술을 마신 후 몸이 따뜻해짐을 느꼈다.알코올의 문제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따뜻함이 점차 뜨거움으로 번지고 일부 기능은 걷잡을 수 없이 격렬해지며 의식이 약간 흐려지기 시작했다.그는 예리한 눈빛으로 컵을 보더니 와인을 바라보았다.컵은 닦았으니 틀림없이 문제가 없을 것이고 문제는 아마 개봉하지 않은 것 같은 와인에 있을 것이다그가 방심했다.남태준은 더 이상 임다희를 캐묻지 않고 벌떡 일어나 두말없이 성큼성큼 돌아서서 가버렸다.“태준아!”임다희가 급히 뒤쫓아가 남태준을 뒤에서 덥석 끌어안고 두 손을 놓지 않았다.“가지 마. 태준아. 사랑해.”임다희는 와인에 매우 강한 약을 넣었다. 소 열 마리라도 이 약효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그녀는 남태준의 경계하고 신중한 성격을 알고 일부러 와인에 약을 넣은 다음 개봉하지 않은 것처럼 포장하여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했다.“이거 놔.”남태준은 화를 꾹 참고 나지막이 명령했지만 임다희는 한사코 놓지 않았다.그의 몸을 더 꽉 껴안고 자기 몸을 그의 몸에 문지르며 그를 통제 불능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남태준의 눈빛이 가라앉더니 임다희의 손목을 힘껏 잡아당겨 어깨너머로 세게 넘어뜨렸다.펑 하는 큰 소리와 함께 임다희의 괴로운 울부짖음 소리가 들렸다. 고통스럽게 땅바닥에 뒹굴며 잔뜩 일그러진 얼굴은 초라했다.“내일 다시 봐.”남태준은 매섭게 말하고는 방에서 사라졌다.그는 걸으면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그
며칠 후.남태준은 임다희가 제공한 단서에 따라 미리 깊은 산에 잠복해 마약 밀매업자들을 잡았고 몇 킬로그램의 물품도 압수했다.모두가 기뻐하고 공적을 세운 것을 감격스러워하며 축하하고 있을 때, 남태준만 걱정이 가득했다.그는 조금도 기뻐하지 않았다.임다희가 이렇게 정확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는 건 분명 그녀의 신분이 간단하지 않다는 뜻이다.이 사건은 곧 경찰에 의해 발표되었고 공식 웹사이트는 물론 뉴스에도 게재되었다.뉴스를 본 임다희가 남태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태준아. 네가 마약상을 잡고 물건까지 손에 넣은 건 내 공도 있지 않아? 나 밥 한 끼 사줘야 하는 거 아니야?]남태준은 그녀의 입에서 단서를 더 찾고 싶어 그녀의 요구를 승낙했다.저녁, 퇴근 후 남태준은 임다희가 준 장소로 차를 몰고 갔다.장소에 도착해서야 개인 클럽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곳은 VIP 예약을 해야만 들어갈 수 있었다.그는 임다희가 준 초대 코드로 그 클럽에 들어갔다.긴 복도를 지나 웨이터가 룸의 문을 열었다.남태준이 들어가서 보니 범상치 않은 방이었다. 커다란 방에는 침대, 소파, 식탁, 옷장에 화장실까지 있었다.식탁에서 임다희는 섹시하고 우아한 튜브톱 스커트를 입고 요염하게 차려입은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식탁 위에 촛불을 켜 놓은 저녁 식사는 매우 낭만적이었다.“태준아 왔어?”임다희는 일어나서 활짝 웃으며 말했다.“어서 앉아.”남태준은 조금 경계하며 천천히 걸어가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앞에 있는 양식을 보고 옆에 있는 몇 병의 술을 보며 말했다.“오늘 식사를 위해 준비를 많이 한 모양이야.”“마음에 들어?”임다희가 웃으며 묻자 남태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아니. 싫어.”임다희의 안색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남태준은 의자 등받이에 나른하게 기대어 덤덤하게 말했다.“네가 준 정보 아주 정확하더라. 고마워. 만약 필요하다면 경찰서에 와서 상금 받아 가.”임다희는 어이없이 웃으며 옆에 이미 열린 술을 들고 남태준에게
“네?”지우가 멍하니 아직 반응하지 못했을 때 남태준이 바로 키스를 했다.남자의 패기 넘치고 강한 딥키스에 지우는 어질어질하고 온몸이 나른하고 힘이 없었으며 그의 부드럽고 끈적거리는 몸 아래에서 넋을 잃었다.함께 있는 시간은 늘 뜨겁고 끈적끈적했으며 아늑하고 행복했다.진한 키스를 나눈 후, 지우는 몸이 나른하고 숨이 가빠졌지만 남태준은 오히려 더욱 에너지가 넘치고 심지어 욕망이 자극되어 발산되지 않으니 더욱 흥분했다.그는 지우를 거실에 남겨두고 밥상을 치우고 설거지를 하고 방으로 달려가 목욕을 했다.다시 나왔을 때 지우는 거실에서 소설을 쓰고 있었다.남태준은 살금살금 다가가서 그녀 옆에 앉아 그녀의 컴퓨터 내용을 들여다봤다.그러자 지우는 노트북을 덥석 덮고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시간이 늦었어요. 집에 가야겠어요.”남태준이 고개를 들어 시간을 보니 저녁 9시가 넘었다.그는 지우를 떠나보내기 아쉬워하며 그녀가 더 오래 머물기를 바랐다.“열 시에 가.”남태준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조용히 달랬다.“열 시에 내가 집에 데려다줄게.”지우는 고개를 흔들었다.남태준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가 항상 그녀에게 키스해 그가 욕망을 억누를 수 없을까 봐 조금 두려웠다.그가 매번 자신의 욕망을 불러일으키고 또 고통스럽게 억누르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그런 남자를 보며 지우는 정말 마음이 아팠다.“아니요. 지금 가야겠어요. 너무 늦으면 안 돼요.”남태준은 그녀의 머리를 잡고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래. 내가 집까지 바래다줄게.”지우는 즉시 물건을 챙기고 가방을 든 뒤 남태준의 따뜻한 손을 잡았다.“가요.”남태준은 어쩔 수 없이 웃으며 좀 서운했다.지우는 정말 그와 더 있고 싶지 않은 걸까?그녀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가슴이 미어졌다.남태준은 그녀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승용차는 마당에서 천천히 빠져나가 도로로 들어가 쏜살같이 달려갔다.길가에는 오랫동안 주차된 승합차 한 대가 줄곧
적어도 지우가 그를 신경 쓰고 있다는 걸 증명해주니 말이다.남태준은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다희는 언제나 자신이 훌륭하고 예쁘다고 생각하는 오만한 사람이야. 자기가 원하는 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든 대가를 치러서라도 손에 넣으려 하지.”지우가 감탄하며 말했다.“그 여자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네요.”남태준이 거침없이 말했다.“그래도 한 때 만났던 사이니까 어느 정도는 알고 있지.”“그럼 태준 씨는 어떻게 생각하는데요?”지우가 그에게 다가가며 물었다.“다시 만나고 싶어요?”남태준이 화를 억누르고 물었다.“나 화나게 하려고 일부러 그렇게 묻는 거야?”“그럼 아까 왜 그렇게 긴장하며 끌고 나갔어요. 그건...”남태준의 바로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그건 네가 우리 집에 있는 거 들키기 싫어서지. 지성이가 이미 육건우에게 한 방 먹었는데 아직도 모르겠어?”지우는 순간 그의 뜻을 알아챘다.전에 남태준은 임다희가 아직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 줄 몰라서 대범하게 지우를 소개해줬었다.하지만 지금은 임다희가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 걸 알았으니 지우를 보호하기 위해 이 연애를 잘 숨겨야 했다. 아니면 임다희가 또 무슨 수단을 써서 두 사람을 이간질할지 모른다.마음이 따뜻해진 지우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남 대장님도 무서울 때가 있었네요?”남태준은 그녀의 말에 화가 나서 손을 뻗어 그녀를 잡으려 했지만 지우가 날쌔게 손을 피했다.“지우야. 이리 와.”남태준이 화난 척 말했지만 지우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싫은데요?”남태준이 몸을 기울이고 손을 뻗어 그녀를 끌어안으려 하자 지우가 그의 손을 뿌리치고 식탁을 나섰다.남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아직 밥 다 안 먹었는데 어디 가?”“안 먹을래요.”지우는 방긋 웃으며 남태준의 행동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가 자신을 잡고 혼내주려 하는 것 같았다.남태준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지우는 급하게 돌아서서 거실로 뛰어갔다.“이리 오라고.”남태준이 부드러운 명
“그래 그럼.”남태준은 억지로 웃음을 짜냈다. 아무리 쓸쓸하고 힘들어도 그녀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는 기다리겠다고 약속했었다.지우가 그의 곁에 있는 한 그는 반드시 그녀의 마음, 그녀의 사랑, 그녀의 모든 것을 기다릴 수 있었다.그때, 입구의 벨이 울렸다.지우는 궁금한 얼굴로 남태준을 보았고 남태준도 입구를 보았다.“이 시간에 누구죠?”지우가 묻자 남태준이 잠시 생각하더니 답했다.“아마 신우일 거야.”“먼저 먹고 있어. 무슨 일로 왔는지 물어볼게.”말하면서 그는 거실로 나와 문을 열었다.순간 남태준의 안색이 일그러졌다.바로 임다희였다.방금 차에서 내린 그녀는 한참을 생각했지만 이대로 남태준을 포기할 수 없어서 다시 그와 이야기를 나누려고 찾아왔다.“태준아 난...”남태준은 바로 나가서 문을 닫고 임다희의 팔을 잡고 밖으로 끌고 나갔다.집에 지우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두 사람이 재결합했다는 것을 임다희가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임다희가 알면 지우에게 아무런 이득도 없고 불필요한 문제만 일으킬 수 있었다.그는 임다희가 그의 집에 있다는 것을, 임다희가 지우와 재결합했다는 것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여긴 왜 왔어?”남태준은 불쾌한 듯 묻더니 그녀의 팔을 끌고 마당으로 향했다.임다희는 남태준의 언짢음과 난폭함을 느끼고 말했다.“너랑 다시 잘 얘기하려고 찾아왔어. 방금 너 쓰레기라고 욕한 거 사과할게. 너무 슬퍼서 홧김에 내뱉은 말이지 진심이 아니었어.”“나 쓰레기 맞아.”남태준은 그녀를 마당 밖으로 끌고 나가 철제 난간을 나와 철문을 걸어 잠그고 마당 바깥 입구에 서 있었다.“우리 친구는 될 수 있지만 연인으로는 얘기가 이미 끝났어.”“우리 앉아서 얘기 좀 해. 우리 다시 시작하자.”임다희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그의 덤덤한 눈을 올려다보며 울먹였다.“나 많이 변했어. 더 이상 이전의 임다희가 아니라고. 나 너를 많이 사랑해. 정말 많이 사랑한다고.”남태준은 몇 초 동안 어이없어 하더니 엄숙하게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