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50화

Author: 무솔레
남하준의 말을 들은 서다인은 다소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되물었다.

“내가 지완 아니라면요? 나도 그저 표절을 좋아하는 아마추어면 어떡하려고요?”

남하준은 DNA 검사 결과를 테이블 위에 놓았다. 그리고 차가운 얼굴을 보이더니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

“취미가 참 많나 봐? 유명한 화가의 작품으로 바꿔치기할 정도로 그림 실력이 대단하고, 또 책 읽는 것을 좋아해 한 번 본 건 절대 잊어버리지 않지. 그뿐만 아니라 화학 물질을 속속들이 알고 있고 어려운 외국어조차 손쉽게 읽어내는데 정말 대단한걸?”

서다인은 가슴이 턱 막히는 듯했다.

“그래서 내가 아직도 블랙 섀도우에서 보낸 스파이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남하준은 침묵을 유지했다.

그는 워낙 경계심이 높은 사람이었다. 서다인의 신분은 그녀가 선보인 능력, 그리고 품격과 정반대였다.

서다인은 지적이고 일거수일투족이 품위 있어 보였다. 그리고 그녀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 강인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이런 교육을 받았거나, 아니면 후천적으로 강도 높은 특별 훈련을 받은 게 아니라면 이런 능력과 품격을 보일 수 없을 것이다.

서다인은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제안했다.

“이러는 건 어때요? 내 몸에 도청기를 달고 나를 블랙 섀도우의 아지트에 보내요. 그러면 진실이 밝혀지지 않겠어요?”

‘뭐야? 이 순진한 생각은.’

남하준은 입꼬리를 씩 끌어올리더니 허리 숙여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블랙 섀도우가 어떤 조직인지 알아? 훈련을 통과하지 못하면 죽는 길밖에 없어. 만약 당신이 정말 블랙 섀도우 사람이라면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이상 돌아가도 죽는 것뿐이야. 당신이 블랙 섀도우 사람이 아니라면 더욱 빨리 죽을 것이고.”

분노가 치밀어 오른 서다인은 씩씩거리며 말했다.

“그럼 날 가둬서 죽여요. 잘못 죽일지언정 의심이 가는 사람을 놓아주면 안 되잖아요.”

남하준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어이가 없어 미간을 구겼지만 그의 말투는 한껏 부드러워졌다.

“왜 맨날 삐지기만 해?”

평소에 과묵하기만 남하준이 부드러운 말투로 이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51화

    남하준은 흠칫하더니 온몸이 굳어졌다.서다인은 식은땀으로 몸이 흠뻑 젖은 채로 몸을 떨고 있었다.가여운 마음이 들어서인지 남하준은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손을 들어 서다인의 귀를 막아주었다.이어서 여자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겁에 질린 듯한 가여운 울음소리는 품에 안긴 여인에게서 난 것이었다.마치 상처를 입은 작은 고양이가 낸 불쌍한 목소리처럼 들려왔다.그는 서다인이 진심으로 천둥과 번개와 같은 날씨를 무서워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남하준은 성인 여자에게 허리를 꼭 안긴 건 처음이었다.그녀의 몸은 풍만하고 부드러웠는데 머리카락에서는 기분 좋은 향기가 나기도 했다.남하준은 몸과 마음이 나른해지는 것 같았다.지금 그런 무례한 생각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자신의 몸을 가누지 못해 자괴감이 들었다.서다인이 우는 모습은 그도 처음이었다.그녀의 울음소리는 어린 시절 하린의 울음소리와 너무나도 비슷했다. 그가 10년 동안 묵혀뒀던 보호 본능을 자극하고 있었다.백하린은 돌아온 1년 동안 자주 애교를 부리거나 울음을 터뜨렸었는데 남하준은 달래면서도 왠지 모르게 짜증이 났다. 이젠 나이가 들기도 했고 차분해졌기 때문에 더는 백하린에게 설렘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줄 알았다.하지만 지금 서다인에게서 다시 어린 시절의 풋풋한 설렘을 느끼고 있었다.방 안은 당장 눈앞의 사람이 누군지도 못 알아볼 정도로 깜깜했다.밖은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는데 전혀 멈출 것 같지 않은 기세였다.방 안의 공기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었다.서다인과 남하준은 서로의 미세한 숨소리, 그리고 심장 박동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서다인은 천천히 진정을 되찾은 후 남자의 탄탄한 가슴팍에 기대었다. 그의 심장 박동 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자기가 선을 넘었다는 걸 눈치챈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내가 저 사람 허리를 꽉 쥐고 품에 기댔단 말이야? 내가 무안해질까 봐 밀어내지 않고 귀도 막아준 거겠지?’서다인은 그의 허리에서 천천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52화

    남하준은 제자리에 얼어붙었다.옷자락이 그녀의 손에 쥐어진 느낌이 들자 그는 돌아서서 어둠 속의 서다인을 바라봤다.이때 밖에서 번개가 스쳐 지나가 한순간에 집안을 환히 비췄다.서다인은 눈물을 글썽인 채 간절하게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빛이 무척 애처롭고 가련해 보였다.그저 한순간 눈이 마주쳤지만 남하준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나른해지더니 가슴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그는 서다인의 이어폰을 들고 그녀에게 몸을 기울였다. 그리고 그녀의 귓가에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어디 안 가. 그냥 회로를 점검하고 올게.”남자의 향기가 서다인의 코끝을 스쳐 지나갔다. 뜨거운 숨소리가 볼에 닿아 그녀는 얼굴이 새빨개졌다.듣기 좋은 남자의 목소리에 서다인은 가슴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천천히 남자의 옷자락을 놓았다.남하준은 잔뜩 겁을 먹은 그녀의 모습을 보더니 저도 모르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너무 겁먹지 마. 나 바로 돌아올게.”그 말을 남긴 뒤 남하준은 집을 나섰다.그의 이 무심한 행동이 서다인에게는 얼마나 큰 충격을 남겼는지는 전혀 알지 모른 채 말이다.서다인은 바보같이 그의 손길이 닿은 자신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는데 늦춰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설렘이 지나가자 서다인은 곧이어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이 남자를 점점 더 좋아하고 사랑하고 있는데 어떡하지? 나 이혼하기 싫어. 저 사람에게 분명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 걸 알면서도 감정이 더 깊어지네.’이때 문이 다시 열리면서 통화하는 남하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꽃은 기숙사에 가져가서 아내나 여자친구가 있는 놈에게 팔아. 꽃을 사면 내일 하루 휴가 준다고 해. 나 데리러 오지 않아도 돼. 오늘 밤 돌아가지 않을 거야.”말을 마친 남하준은 전화를 끊은 후 방문을 닫고 들어왔다.“아파트 전체가 정전되었어. 아무래도 번개 때문에 고장이 난 것 같아. 내일 날이 개면 수리하는 사람이 올 거야.”서다인은 그가 들어설 때부터 이미 이어폰을 뺏기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53화

    남하준은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머쓱한 서다인은 다급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지난번처럼 하준 씨 몸에 엎드려 자는 일은 없을 거예요. 정 신경이 쓰인다면 손목에 밧줄을 묶고 잘게요.”서다인이 당황하며 더 설명하려던 그때, 우람한 몸집의 남하준은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서다인은 당황한 나머지 침대에 오르더니 몸을 움츠려 다른 쪽으로 옮겼다.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신발을 벗더니 바로 침대에 누웠다. 아무렇지 않게, 자연스럽게 말이다.서다인은 불편한지 계속 경직된 채 앉아 있었다.분명 남하준에게 남아서 자고 가라는 제의를 한 건 서다인인데 막상 그가 침대에 누우니 서다인은 어색한 마음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리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신이 답답하기만 했다.이때 남하준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누워서 얘기나 할까?”남자의 목소리는 감미롭고 매혹적으로 느껴졌다.서다인은 가슴이 두근거린 채로 얌전히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불편한지 꼼짝도 하지 않았다.“무슨 얘기해요?”“이어폰은 뺏어?”“뺏어요.”“피곤해?”“아니요. 평소에 열한 시가 넘어서야 자니까.”남하준이 또 덤덤하게 물었다.“그때 할머니는 어떻게 만나게 된 거야?”서다인은 주저하지 않고 솔직하게 대답했다.“기억을 잃은 후로 사실 앞길이 막막했어요.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몰라 실버타운으로 가서 간병인으로 일했어요. 어느 날, 할머니께서 옛 친구를 만나러 오셨는데 그때 나와 할머니의 첫 만남이었죠. 나를 보더니 손녀처럼 예뻐해 주셨어요. 나도 할머니가 좋았어요. 호흡이 척척 맞으니까 개인 간병인으로 일하게 되었고요.”남하준은 한참 동안 침묵하고는 또 물었다.“할머니 간병인으로 일한 그 3년 동안 우리가 만난 횟수는 손꼽을 만 하잖아. 그리고 거의 얘기를 한 적이 없는데 왜 당신은 할머니의 말을 쉽게 믿은 거야? 왜 내가 당신이 좋아 결혼까지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서다인은 말문이 막혔다.분수를 아는 사람이 왜 그런 착각을 했을까?결국 남하준은 너무 좋아한 마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54화

    남하준은 자세를 바꿔 옆으로 눕더니 서다인을 마주했다.캄캄한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그의 목소리는 라디오 DJ처럼 감미로웠고 숨결마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황홀하게 만들었다.“할머니의 소원 때문에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당신과 결혼했어. 당신한테는 무책임한 행동이지.”자기반성을 할 줄 알고 책임감 있을 뿐만 아니라 여자를 존중해주기까지 하는 남자는 여간 드문 게 아니었다. 게다가 그는 재력이든 권력이든 꿀리는 게 없는 남자였다.서다인도 홀린 듯이 옆으로 누워 그를 마주했다. 그리고 얼굴을 손에 기댄 채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하준 씨를 좋아하는 여자들이 엄청 많죠?”“몰라. 나한테 고백한 사람이 없었어.”남하준이 덤덤하게 말했다.“당신은, 당신은 좋아하는 사람 있어?”“네.”서다인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에게 한 번 더 고백하고 싶었지만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다.남하준은 항상 차가운 얼굴을 하고 웃지도 않아 카리스마가 넘쳤다. 한 걸음 다가서기만 해도 떨려 다리에 힘이 쭉 빠지는데 누가 감히 고백하겠는가?남하준은 잠깐 멈칫하다가 또 물었다.“서로 좋아하는 거야?”“아니요. 그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 이번 생은 절대 이뤄지지 않을 사랑이에요.”남하준은 바로 결론을 내렸다.“그래서 나와 결혼한 거야?”서다인은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뜨렸다. 두 사람의 사이는 점점 가까워졌고 분위기도 한결 편안해졌다.“어떻게 그런 생각을 한 거죠?”“결혼은 장난이 아니야. 이참에 한 번 잘해보는 건 어때?”남하준이 무심하게 말했다.그 말을 들은 서다인은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피는 끓어오르고 가슴은 터질 듯이 뛰기 시작했다. 환청이라도 들은 줄 알았다.그녀는 긴장한 마음에 목소리까지 떨렸다.“뭐... 뭐라고요?”남하준은 여전히 덤덤했다.“할머니는 우리가 이혼하길 원하지 않잖아. 조금 더 지내보고 안 맞으면 그때 이혼하자.”“당신... 내 신분과 과거는 신경 안 쓰여요?”서다인은 흥분한 마음에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55화

    서다인은 남하준이 어젯밤 누웠던 자리에 눕고는 눈을 감고 어젯밤 그와 함께했었던 순간들을 떠올렸다.점심쯤.서다인이 라면을 먹고 있을 때, 초인종이 울렸다. 젓가락을 놓고 급하게 달려가 문을 열었더니 류청이 문 앞에 서 있었다. 옆에는 꽃이 담긴 유리병도 몇 개 있었다.류청은 돈을 건네면서 공손하게 말했다.“사모님, 안녕하세요. 이건 꽃을 판 돈이에요.”서다인은 의문스러운 얼굴로 잔돈을 바라보더니 물었다.“어젯밤 계속 소나기가 내렸잖아요. 어떻게 꽃을 다 판 거예요?”“도련님이 기숙사로 가서 팔라고 하셨어요.”어젯밤 전화를 하던 남하준의 모습을 떠올린 서다인은 웃음을 터뜨렸다.기쁜 마음으로 류청이 건넨 돈을 받으며 서다인이 말했다.“고마워요.”류청이 또 말했다.“사모님, 도련님께서 댁으로 모셔다드리라고 합니다.”그 말을 들은 서다인은 제자리에 얼어붙었다.백하린만 떠올리면 그녀는 더는 남원에 발을 들여놓고도 싶지 않았다.잠깐의 고민을 마친 서다인이 물었다.“하준 씨가 나를 남원에 보내려 한다는 거예요?”“네, 그렇긴 합니다만 도련님은 사모님의 의사를 존중합니다. 댁으로 돌아가기 싫으시다면 더 큰 집을 마련할 수 있다고 해요.”서다인은 망설이다가 대답했다.“집으로 돌아가긴 할 건데 남원엔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류청이 흠칫했다.“그럼 어느 댁을 말씀하시는 겁니까?”서다인이 단호하게 대답했다.“본가요.”남하준이 한걸음 다가와 줬으니 그녀도 남하준에게 다가갈 노력을 할 필요가 있었다.서다인은 본가에 들어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본가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로 결심했다.그녀는 짐을 간단하게 정리한 후 집을 빼고 류청 따라 본가로 돌아갔다.한바탕 치열한 전투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남하준을 위해 그녀는 더 이상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서다인이 본가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 사람들이 예전처럼 그녀를 깔보고 업신여기고 비난할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평소에 그녀를 가장 무시하던 맏동서 유가영은 그녀를 보자마자 반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56화

    다음 날 아침.초봄의 이른 아침이라 해는 아직 뜨지 않았다. 풀잎과 꽃잎에 이슬이 맺혀 있는 것만 봐도 날씨가 아직 쌀쌀하다는 걸 알 수 있다.서다인은 밖의 시끄러운 소리에 잠이 깨 겉옷을 걸치고는 방을 나섰다.이때 2층의 도우미들은 크고 작은 짐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가고 있었다.1층 거실에 허윤미와 남창민은 잠옷을 입은 채 셋째네 부부를 타이르고 있었다.“영준아, 왜 갑자기 떠나겠다는 거야? 엄마 아빠가 식구들 북적북적한 걸 좋아하는 거 알면서. 그냥 여기서 살아.”서다인은 난간에 기대어 내려봤다. 대충 어떤 일인지 짐작은 갔다.남의 일에 관심이 많은 유가영도 곧바로 거실에 도착했다.유가영은 스스럼없이 말했다.“영준 도련님, 동서가 어제 들어왔는데 벌써 이사를 한다니. 싫어하는 거 너무 티가 나요. 그래도 같은 식구들끼리 그렇게 할 필요는 없잖아요.”그 말을 들은 남영준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남영준의 아내인 최서윤이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형님이야 아량이 넓어서 어떤 사람이든 같이 살 수 있겠죠. 하지만 저는 달라요. 우리 집안은 다르다고요. 아버지는 대학교 교수이시고, 엄마는 음대 음악가세요. 저는 어려서부터 교육을 잘 받은 사람이라 몸을 파는 여자와 한집에 살 수 없어요.”최서윤이 말을 이어 나갔다.“영준 씨는 소프트웨어 회사의 사장이고, 저도 나가면 사모님이라고 불려요. 우리 두 사람은 몸을 파는 여자와 절대 살 수 없어요. 너무 답답하거든요.”최서윤이 솔직하게 말하고는 하이힐을 또각또각 밟고 본가 대문을 나섰다.남영준은 귀가 얇은 사람이라 아내의 말을 따랐다. 부모님과 작별 인사를 나눈 후 부랴부랴 최서윤을 따라갔다.서다인의 얼굴색이 한껏 어두워졌다. 그녀는 속상하고 억울한 마음에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몸을 파는 여자와 같이 못 살겠다고?그 말은 비수처럼 서다인의 가슴에 꽂혔다.허윤미는 남영준 부부가 집을 떠난 걸 보더니 고개 숙여 눈물을 훔쳤다.“막내 하준이는 일이 바빠 1년 내내 몇 번 돌아오지 않지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57화

    서다인은 그렇게 설득당했다.유가영의 정성스러운 손길로 서다인은 화려하게 꾸며져 파티에 참석했다. 현장에 도착하고서야 이 파티는 일반적인 행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이 파티는 럭셔리 크루즈 위에서 진행되는 세계적인 희귀 명품 마켓이었다.그중에는 많은 불법의 골동품과 희귀도 포함되었다.서다인은 할머니 생신 연회에서 그녀가 그린 그림도 판매되고 있다는 걸 발견해 그림을 가리키며 유가영에게 따져 물었다.“형님, 이게 왜 여기 있죠?”유가영은 눈을 반짝이더니 주위 사람들을 가리키며 말했다.“동서, 봐봐. 오늘 이 파티에 온 사람들은 모두 상류층 재벌가나 사모님들이야. 몇십억씩 쓰는 건 기본이라고. 우리가 이 그림만 팔면 돈을 어마어마하게 벌 수 있어.”서다인은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이 그림이 왜 여기 있는지 물었어요.”유가영은 멋쩍게 웃으면서 소리 낮춰 말했다.“할머님 생신 선물로 많은 걸 받으셨을 거야. 이거 하나 없어도 뭐 어때? 전에 할머님도 하린 씨가 선물한 짝퉁을 받았잖아.”주먹을 꼭 쥔 서다인은 겨우 화를 참으며 또박또박 말했다.“그래서 그 그림을 훔친 거예요?”유가영은 다급하게 손을 저으며 부인했다.“나 아니야. 내가 무슨 배짱으로 훔치겠어? 남편이 가져온 거지.”서다인은 분노가 끓어올랐다.‘친구가 진행하는 파티는 무슨, 부자들이 애장품과 사치품을 되팔고 사는 마켓일 뿐이잖아?’서다인의 안색이 어두워진 것을 발견한 유가영은 비위를 맞춰주는 듯이 소곤소곤 말했다.“이러는 건 어때? 주최 측에서 10% 수수료를 받을 거니까 나머지는 6대 4로 나눠.”서다인은 차가운 눈빛을 보이며 여전히 침묵을 지켰다.“7대3, 더는 양보 못 해.”서다인이 진지한 얼굴로 논리정연하게 말했다.“형님, 제가 만약 화가 지완이라면 이 그림으로 얻은 수익은 모두 기부를 해야 합니다. 제가 화가 지완이 아니라면 이 그림은 가짜라고요, 이건 사기예요.”유가영은 머리가 지끈거려 미간을 찌푸렸다.“돈이 없는 주제에 왜 고상한 척이야? 기부를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58화

    그 얘기를 들은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그림을 꼭 움켜쥔 서다인은 그저 차가운 얼굴로 유가영을 바라봤다.유가영은 정말이지 사리사욕에 눈이 먼 사람이었다.서다인은 전혀 물러설 생각이 없어 단호하게 말했다.“형님이 입은 피해는 나와 무관하죠. 원래 이 그림은 제가 할머니께 드리려고 그린 그림인데 왜 이곳에 나타났는지는 경찰서에 가서 잘 설명하면 될 것 같아요.”경찰서라는 말을 들은 유가영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당황한 나머지 어찌할 바를 몰래 제자리에 얼어붙었다.이때 어떤 부드러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 크루즈는 이미 공해에 입항했으니 그 어떤 나라도 크루즈 위에서 진행되는 거래를 막을 수 없어요.”사람들은 그 목소리를 따라 시선을 돌렸다.그 말을 한 남자는 30대로 보였는데 흰 양복에 금테 안경을 쓴 점잖고 우아한 차림새였다.서다인은 잘생긴 남자의 얼굴을 보더니 왠지 모를 서늘함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말로 이룰 수 없는 공포가 절로 밀려왔다.분명 낯선 얼굴인데 왜 두려움이 느껴지는 걸까?서다인은 불안한 마음에 뒷걸음질을 쳤다.유가영은 상대를 보더니 화색이 들었다.“백 선생님이셨군요, 하린이랑 같이 크루즈를 탄 거예요?”남자는 유가영과 아는 사이인 듯 예의를 갖추며 인사했다.“네, 하린이는 저쪽에서 주얼리를 보고 있어요.”“아, 그렇구나.”유가영은 호기심에 고개를 갸웃거렸다.백인호가 서다인에게 다가갔다.서다인은 호흡이 조금 가빠졌다. 안경 아래 숨겨진 남자의 깊은 눈망울을 보면 왠지 모르게 등골이 서늘했다.“다인아, 이렇게 또 보게 되네.”남자는 다정하게 인사를 건넸다.서다인이 흠칫했다.“우리 아는 사이예요?”남자는 피식 웃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나 네 전 남친 백인호잖아. 나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거야?”전 남친? 백인호?서다인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예전에 만난 남자가 많다고 하더니, 정말 이렇게 전 남친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유가영은 흥미로운 표정을 보였다.“

Latest chapter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1088화

    이다은이 심장을 부여잡고 있자 남우영은 긴장이 가득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물었다.“어디 아파? 의사는 보인 거야? 나랑 함께 검사받으러 가자.”이다은은 안절부절못하는 남우영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남우영, 나 아파서 그러는 거 아니야. 그냥 마음의 준비가 안 돼 있어서 그래. 아이랑 가족이랑 그리고 일까지 어떻게 평형을 잡고 케어해야 할지 모르겠어.”남우영은 이다은이 다른 사람들과 달리 일을 너무 좋아한다는 것도 알고 있고 계속하여 일을 하며 자신의 능력을 키우고 싶어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으며 더욱이 그녀는 전업주부가 되는 것을 싫어하고 그렇게 할머니로 늙어가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이다은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품에 안고 속삭였다.“이다은, 넌 이 남편의 재산 능력을 잊은 거야?”이다은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남우영은 약속하는 듯한 말투로 달래며 말했다.“네가 원한다면 출퇴근은 항상 차로 데려다줄 거고, 곁에는 번거로운 일들을 분담해 줄 매니저를 붙여 줄 거고, 심지어 가방 들어 줄 사람도 따로 안배할 거고, 집에 돌아오면 가사도우미랑 내가 널 돌볼 것이야. 그리고 아이를 낳고 나면 산후조리원, 가사도우미, 영양사, 헬스 관리사 등 아이를 케어해줄 수 있는 사람들을 전부 다 따로 안배해 줄 거야. 아이의 양육 문제는 전문적인 산후조리사와 육아 도우미, 그리고 부모님들도 계시잖아. 만약 손자를 돌보고 싶어 하시면 우리 집에서 같이 살 수도 있고 몇 년 후 내가 퇴직하면 그땐 나도 같이 부담할 수 있잖아. 이렇게 많은 후원자가 뒤에서 보호하고 있을 텐데 뭘 더 걱정해.”남우영의 말을 들은 이다은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그제야 마음의 안정을 찾고 감격에 목이 멘 채 말했다.“고마워, 우영아.”남우영은 행복한 얼굴로 이다은의 이마에 키스했다.이렇게 모든 일들은 다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10개월 뒤, 남씨 가문에서는 큰 경사를 맞이하게 되었다.남우영과 이다은의 딸은 전 달에 이미 출산 되였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1087화

    지구 반 바퀴를 여행하고 돌아온 이다은은 여행 내내 헛구역질을 하고 졸리고 피곤한 증상으로 몸에 이상한 변화를 느껴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검사 결과는 예상한 대로 임신으로 나왔고 이다은의 마음은 한편으로 격동되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걱정되기도 했다.여자는 임신하면 매일 집에서 남편을 돕고 애만 키워야 한다고 생각해 온 이다은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너무 사랑하고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천천히 노력하고 있기에 일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병원에서 진료를 마친 이다은이 집에 도착하자 함께 여행했던 부모님들도 선물을 들고 돌아와 집에 계셨다.“아빠, 엄마.”이적과 김연아는 아직 여행의 행복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고 이다은의 인사도 듣지 못한 채 남우영과 여행 중의 풍경들을 얘기하고 있었다.남우영은 이다은의 소리를 듣고 바로 일어나 옆에 다가서며 그녀의 손을 잡고 물었다.“이다은, 이른 아침에 어딜 다녀온 거야? 눈떠보니 없던데.”이다은은 가벼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아침 산책 갔다 왔어.”남우영은 이다은의 손을 잡고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부모님들이 우리 선물까지 사서 챙겨 오셨어.”김연아는 만면에 웃음꽃을 띤 채 말했다.“다은아, 엄마는 태어나서 처음 외국 여행 가봤고 너무 재밌었어. 사돈한테 정말 고마워.”이번 여행을 통해 김연아와 이적은 마음속의 모든 불안과 열등감을 떨쳐내고 대가족에 합류하게 되었다.그들은 그제야 딸이 아주 훌륭한 남편에게 시집을 갔고 시댁도 교양 있고 너무 좋은 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다은은 어머니가 주는 선물을 받으며 말했다.“고마워요, 엄마.”이번 여행으로 인해 이적도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차분하게 말하며 얼굴엔 참을 수 없는 웃음을 하고 있었고 김연아도 그냥 말을 받아치며 사돈들이 어떻게 잘해주었는지 얘기하고 있다가 점심까지 먹고서야 본인의 집으로 돌아갔다.남우영이 이적 부부에게 그들이 여태 만져본 적이 없는 큰 액수로 평생 쓰기에 충분한 예단값과 별장 한 채를 주었기에 두 사람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1086화

    괜찮은 계획이라 생각한 남우영도 바로 동의하며 말했다.“그럼 우리 여행 코스도 찾아보고 시간도 짜고 다음 주에 출발하는 건 어때?”이다은은 두 손으로 남우영의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그래 좋아, 그럼 우리 일단 일어나서 지도도 찾아보고 시간도 짜고 우리들만의 여행결혼식을 준비하자.”남우영은 일어나려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베개 위로 올려 누르며 말했다.“계획은 내일 짜면 돼. 나 지금 아주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이 있단 말이야.”이다은이 이어 말하려 하자 남우영은 머리 숙여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며 입막음해 버렸고 그렇게 둘은 또다시 한 몸이 되었다.일주일 뒤, 이다은은 또다시 공아영의 변호사한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고 공아영이 사과의 말과 함께 용서해 주기를 바라며 남하준에게 사정하여 그녀를 용서해 달라는 말을 전달해달라는 내용이었다.이다은은 법률은 공평하고 공정하다는 것만 믿고 이 일을 더 이상 상관하지 않았다.예전에 이다은의 학위를 도용했던 여민지도 이미 남우영에 의해 감방에 보내졌는데 사람을 찾아 이다은의 아버지를 때리고 어머니를 해치고 부모님의 집마저 허물게 한 공아영의 죄는 더욱더 큰 처벌을 받아야 했다.공항 대기실에서 이다은은 남우영이 준 설계도를 보면서 가슴이 벅차올랐다.그녀는 얼굴에 웃음을 가득 머금고 설계도를 보다가 갑자기 속이 울렁거림을 느끼면서 입을 막고 헛구역질만 하고는 또 눌린 듯하여 심호흡을 한번 하고 계속해서 보았다.이때 화장실에서 나온 남우영은 이다은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다은아, 우리 이제 탑승해야 해.”이다은은 가방을 메고 자리에서 일어나 남우영과 함께 대기실에서 나왔다.남우영과 이다은은 얘기를 주고받으며 즐겁게 걸어가고 있다가 갑자기 앞에 4명의 익숙한 얼굴들이 만면에 환한 웃음을 띠고 나타나자 너무 놀라 자리에 멈춰 섰다.“아빠, 엄마.”이다은과 남우영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어떻게 되어 여기까지 오셨어요?”중요한 건 그들은 모두 트렁크를 챙겨 들고 손에는 탑승권과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1085화

    이다은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남우영을 천천히 안아주며 수줍은 말투로 단호하게 말했다.“남우영, 내 맘에 너밖에 없어.”남우영은 몸이 살짝 굳어지더니 정신이 번쩍 들면서 격동되고 갈망하는 눈빛으로 이다은을 마주 보며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다시 말해줘, 다시... ”이다은은 부드러운 말투로 이어 말했다.“남우영, 나 너 좋아해.”남우영은 감동되어 눈시울을 붉히며 바로 이다은을 품에 꼭 껴안으며 말했다.“다은아... 이다은... ”그는 격동되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이다은의 귀에 대고 이름만 불러댔다.“넌 날 좋아해?”이다은이 부끄러워하며 묻자 남우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내가 널 사랑하는 건 너도 이미 알고 있잖아.”“그래도 또 듣고 싶어.”남우영은 모든 진심을 담아 뜨거운 눈길로 이다은을 바라보며 말했다.“사랑해 이다은, 엄청 많이 사랑해.”너무 껴안은 탓에 숨 막힌 이다은은 남우영을 밀어내며 말했다.“나도 사랑해. 하지만 우리 이제 일어나 출근해야 해.”“우리 오늘 출근 안 해.”남우영은 일어나려 하는 이다은을 다시 안아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으며 품에 꼭 껴안았다.이다은은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럼 화장실엔 가도 되는 거지?”“그럼, 당연하지.”남우영은 말이 끝나기 바쁘게 이다은을 안고 화장실로 향했다.품에 안긴 이다은은 부끄러워 발버둥질하며 말했다.“내려줘, 나 혼자 갈 수 있단 말이야.”남우영은 이다은의 이마에 뽀뽀하고는 말했다.“내가 안아다 주고 다시 안아올 거야. 오늘은 너 어디도 못가, 내 옆에만 있어야 해.”이다은은 낮은 소리로 달래며 말했다.“남 대표님, 진짜 출근 안 해도 되는 거예요?”“난 오늘 너랑만 있을 거야.”남우영은 사랑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화장실로 들어갔다.화장실에서는 히히 닥닥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일주일 뒤, 이적은 퇴원했고 남우영은 그들을 새로운 집으로 모시고 가사도우미 두 명까지 안배해 줬다.평생 남 밑에서 일만 해온 이적과 김연아는 난생처음 이런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1084화

    그러자 정안이가 옆에서 낮은 소리로 말했다.“공짜라는데 받으셔야죠.”이적은 바로 수표를 받아 쥐고는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공혁재는 돈까지 내밀었으니 이 일은 이렇게 끝나는 줄만 알고 말했다.“그럼 저는 손녀를 데리고 이만 물러나겠습니다.”말이 끝나기 바쁘게 공혁재는 공아영의 손을 잡고 병실에서 나갔다.공아영은 아직도 화가 가라앉지 않아 뒤돌아 이다은을 쏘아보면서 공혁재에게 끌려 나갔다.병실 안은 그제야 조용해졌고 어색한 분위기가 되자 이적과 김연아는 긴장한 채 또다시 서로를 쳐다만 보았다.이때 정안이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하준 오빠, 저 사람들 이대로 내버려두면 안돼.”남하준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정안이의 손을 잡고 어루만지며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걱정하지 마, 내가 반드시 사돈 부부를 위해 정의를 되찾아 드릴 테니까.”정안이는 그제야 안심하고 고개를 끄덕였다.이적과 김연아는 옆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감동되어 고마움을 금치 못했다.이번 사돈 보기는 이적이 병상에 누워 있은 탓에 짧은 시간에 끝나 버렸고 이다은과 남우영은 양가 부모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향했다.돌아가는 길에 남우영의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갑자기 뒤에서 이다은을 꼭 껴안아 줬다.깜짝 놀란 이다은은 그 자리에 경직되어 긴장하면서 물었다.“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남우영은 눈을 감고 이다은의 뒷목에 얼굴을 갖다 대면서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미안해 다은아, 나 때문에 이런 일까지 당하게 해서.”“왜 나한테 사과하는 거야?”“공아영의 일로 널 힘들게 해서 미안해.”이다은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껴안고 있는 남우영의 손을 만지면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네가 잘못한 거 아니야, 나한테 사과 안 해도 돼.”“널 힘들게 했으니 내 잘못이야.”그의 말에 이다은은 그대로 멍하니 서 있으면서 마음속으로는 더없이 감동했다.“비록 네가 날 위해 질투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공아영 문제로 이렇게 힘들게 할 줄은 몰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1083화

    교만하고 무지막지한 공아영은 여태 할아버지는 빽이 많아 돈과 권력으로 모든 일을 해결해 낼 수 있었으니 그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하여 공아영도 눈에 뵈는 것이 없이 커왔고 나라 장군 앞에서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공혁재는 당황해하며 작은 소리로 타일렀다.“얼른 도련님 부인한테 사과해.”공아영은 이다은을 가리키며 화를 내며 말했다.“저 여자가? 도련님 부인이라고요? 웃기시네, 사과해도 저 여자가 저한테 사과해야죠.”공혁재는 당황하여 진땀을 뻘뻘 흘리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의 안색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고 남우영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겨우 참고 있었으며 그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공아영은 이미 그를 원망하며 말하기 시작했다.“남우영, 넌 어떻게 된 일인지 전혀 모르면서 내 연락처를 차단하고 계약까지 해지해? 너 너무 하는 거 아니야?”옆에서 듣고 있던 정안이는 이 일을 아들이 제대로 처리 못 하면 부부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기에 조마조마해 식은땀을 흘리며 얼른 받아치며 말했다.“공아영 씨, 부탁인데 본인의 위치를 잘 알고 말씀하세요. 제 아들은... ”정안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공아영은 뒤돌아보며 한마디 쏘아붙였다.“사모님, 전 남우영한테 물어본 거고 사모님한테 물어본 거 아니니까 그렇게 앞질러 대답할 필요 없어요.”정안이는 윗사람한테 버릇없이 쏘아붙이는 공아영의 오만무례함에 충격을 받고 하던 말을 멈추었다.세상에나! 이 여자의 시건 방지함이 이렇게 지나치다니.남하준은 새파랗게 된 얼굴로 주먹을 불끈 쥐더니 곧 폭발할 것만 같았지만 정안이가 옆에서 그의 주먹을 내리며 좀만 더 참으라고 손짓했다.공아영은 다시 남우영을 보며 분노하며 말했다.“남우영, 왜 대답이 없어? 내가 지금 너한테 묻고 있잖아.”남우영은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 뻗쳐 더는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말했다.“공아영, 잘 들어. 난 너의 그 어떤 해석도 필요하지 않아. 다만 너 때문에 내 아내가 기분 나빴다는 것만으로 널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1082화

    그 뒤로 김연아는 현실만 믿고 더 이상 드라마에 나오는 텃세 부리는 부잣집 여자 역을 믿지 않았다.남우영은 이다은의 손을 잡고 소파에 가서 앉았고 두 사람도 긴장되기는 마찬가지였다.필경 양가 부모님이 처음 뵙는 자리인 데다 것도 병원이라니, 자칫하여 부모님들 사이가 나빠지면 그 둘의 미래도 그다지 좋지 않을 것이 뻔했다.이다은은 손바닥에 땀이 날 정도로 긴장했고 옆에서 눈치챈 남우영은 휴지를 꺼내 손바닥을 닦아 주며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긴장 안 해도 돼. 너도 보다시피 우리 엄마 아빠 다 좋은 분들이셔.”이다은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너 나보다 더 긴장한 거지?”남우영은 가볍게 웃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필경 장인 장모 앞이라 그도 긴장된 건 사실이었다.남하준은 사람들 앞에서 항상 말이 없는 편이라 이 순간도 화제를 찾을 수가 없었다.이적과 김연아는 긴장하고 두려워서 지금까지도 많이 어색해하며 혹시 말 한마디 잘못하여 딸을 더 번거롭게 만들까 봐 걱정하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분위기가 어색해지자 정안이는 얼른 화제를 꺼내 말했다.“연아 언니, 듣자 하니 회사에서도 잘리셨다면서요?”“네, 맞아요.”“그럼 그 회사에서 보상은 해줬어요?”정안이의 물음에 김연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런 작은 가사도우미 회사들은 평소에 잡일들만 많고 합동서도 안 쓰는데 무슨 보상이 있겠어요.”정안이는 뒤돌아 남하준을 보며 말했다.“하준 오빠, 들었지?”남하준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들었어. 사람 시켜 어찌 된 일인지 잘 알아보고 배상할 건 배상하고 처벌할 건 처벌하고 하나도 빠짐없이 내가 잘 처리하도록 할게.”김연아와 이적은 너무 놀라 막연하게 두 눈만 깜빡거렸다.이때 다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모두의 시선은 현관문 쪽으로 향했다.“도련님, 사람들 도착했습니다.”밖에서는 위엄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또다시 긴장한 김연아는 낮은 목소리로 옆에 있는 정안이에게 물었다.“또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1081화

    손에 꽃바구니를 들고 있던 정안이는 웃으며 말했다.“제대로 찾아온 거 맞아요 사돈, 저희는 사돈 뵈러 왔어요.”사돈이라는 두 글자에 침대 위에 누워있던 이적마저 놀라 서둘러 다친 몸을 가누며 억지로 일어났다.김연아도 너무 놀라 허둥지둥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남하준의 손에 쥐여있는 선물부터 받아 내려놓았다.남우영이랑 이다은은 두 번째 엘리베이터를 탄 탓에 아직 병실에 도착하지 못했다.김연아에게 선물을 넘긴 남하준은 얼른 이적한테로 다가가서 어깨를 눌러 눕히며 말했다.“이적 씨는 다치셨으니 일어나실 필요 없어요. 얼른 누워계셔요.”“남 장군님, 저...”이적은 당황한 나머지 말도 못 했다.김연아는 손까지 떨면서 겁에 질린 눈빛으로 정안이를 바라보며 혹시 아까 두 사람이 싸운 내용을 들었을까 봐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남하준은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장군이라고 부르시는 게 이렇게 서먹서먹한데 당신 부부 둘 다 저보다 나이가 많으시니 이적 형이라 부르고 다은이 어머님은 연아 누나라고 부를 테니 저한테 그냥 하준이라 불러요.”정안이도 다가와 남하준에게 기대며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이적 오빠, 연아 언니, 저한테는 완자라 불러주시면 돼요.”이 말을 들은 김연아는 얼굴이 빨개졌다.부끄러워서가 아니라 송구스러워서였다.앞에 있는 이 부부는 젊고 멋있고 이쁠 뿐만 아니라 권력도 막강한데 텃세 하나 없이 너무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이 순간 김연아는 자신이 추측했던 것들이 부질없는 짓이라 생각하게 되었다.이적은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멍해 서 있는 아내를 급히 불렀다.“여보, 얼른 사돈에게 의자를 가져다드리지 않고 뭐해.”김연아는 그제야 반응하여 얼른 대답했다.“으...응.”정안이는 그들이 이렇게 어색하고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고 급히 가서 김연아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그러지 않아도 돼요. 저희 절로 할게요.”정안이가 가까이 오자 김연아는 다시 몸이 굳어졌고 숨도 크게 쉬지 못했으며 자신의 구린 옷이 이렇게 고귀하고 예쁜 사돈의 옷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1080화

    한편, 병실에서 한시간 넘게 잔 이적은 호사가 약 바꾸러 왔을 때야 잠에서 깼다.약을 바꾸고 나서 김연아는 이적에게 귤을 까주고 둘은 한 조각씩 나눠 먹으며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딸이 고른 사위가 사람 참 괜찮네. 사 온 귤까지 너무 달콤해.”김연아는 감개무량해하며 말했다.이적은 귤 모양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이거 아마 엄청 비쌀걸.”“그럼, 큰 슈퍼마켓에 가면 이런 귤은 개별로 팔아. 소고기 양고기보다도 더 비싼 거야.”김연아는 달콤한 귤을 한 조각 입에 물고 말했다.이적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호기심에 물었다.“우리 집이 저렇게 되었는데 사위한테 말하면 우릴 도와 해결해 주지 않을까?”김연아는 그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우리 이런 일로 딸한테 폐 끼치면 안 돼. 그런 말은 꺼내지도 마.”“내가 뭔 폐를 끼쳤다고 그래. 사위가 돈이 그렇게 많은데 이 정도쯤이야 그 사람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잖아.”“입 닥쳐.”김연아는 분노하며 말했다.“그 사람이 돈이 있는 건 그 사람 일이야. 어쨌든 당신은 뻔뻔스럽게 손 내밀며 도와달라고 하면 안 돼. 우리가 아무리 가난해도 남의 것 탐내면 안 되는 거야.”“이 여편네는 항상 체면만 차리고 고집이 너무 세서 문제야.”김연아는 콧방귀를 뀌며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사위 집안은 돈도 있고 권력도 있는 집안이라 우리 딸이 워낙 어울리지도 않는데 우리까지 사사건건 찾으면 사돈집에서 얼마나 귀찮겠어.”이어 이적은 시큰둥하게 물었다.“딸이 부잣집에 시집가면 그럼 부모도 모실 수 없다는 건가?”“당연히 모시겠지. 그것도 딸이 혼자 해야 하는 거지. 우린 최대한 사위 집안에 민폐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잖아. 그래야 딸의 결혼생활도 오래 갈 거잖아.”이적은 시큰둥하게 듣더니 몸의 상처도 생각 못 한 채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사위는 왜 우릴 모시면 안 되는 건데?”“그럴 의무가 없잖아.”“근데 돈이 많고 그냥 조금만 줘도 너랑 나 남은 생은 아무 걱정 안 해도 되잖아.”이적은 화가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