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안은 눈물 범벅이 된 채 우드를 향해 고개를 쳐들고 소리쳤다.“왜 죽였어? 대체 왜?”“죽이고 싶으면 죽이는 거지 꼭 이유가 있어야 하나?”정안은 울다가 웃기 시작했다.눈물이 그녀의 입가에 떨어지자 그녀는 쓴맛과 짠맛을 느꼈다.그녀는 바닥에 앉아 남하준의 어깨를 허벅지에 안은 채 그의 머리를 팔로 받치고 그의 차가운 뺨에 얼굴을 기댔다.그녀의 눈물이 남하준의 얼굴에 방울방울 떨어졌고 그녀는 울지도 소리치지도 않았다.그저 조용히 남하준의 차가운 몸을 안고 몸을 벌벌 떨며 눈물만 주룩주룩 흘렸다.그녀는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더니 목이 아파 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하준 오빠 죽으면 아무도 경분자 못 찾을 줄 알아. 정안의 행방은 더더욱 못 알려줘. 나 죽여.”“정안은 대체 어디 있어?”화가 난 우드의 말투가 좀 사나워졌다.정안은 남하준을 꼭 끌어안고 처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느끼게 되었다.너무 고통스러워 살아갈 용기조차 잃어버리고 세상 모든 것이 그녀와 상관없이 흘러가는 것 같았다.“나 죽이라고.”정안은 흐느끼며 다시 한번 말했지만 이번에는 말투가 조금 무거웠다.우드가 다가가 정안의 옷깃을 홱 잡아당겨 일으켜 세우더니 차갑고 음산한 눈빛으로 말했다.“내가 못 죽일 것 같아?”너무 울어 눈이 새빨개진 정안은 여전히 몸이 떨리고 있었지만 끊임없이 그를 자극했다.“죽이라고. 이 새끼야. 이 짐승만도 못한 개 같은 놈. 쓰레기. 너 오늘 나 못 죽이면 사람이 아니지.”우드는 순간 격노하여 즉시 총을 꺼내 정안의 머리를 겨누었다.정안은 조금의 두려움도 없이 너무 편안하게 천천히 눈을 감았다.그녀는 빨리 죽어서 남하준을 따라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저승길에서 그와 함께 부모님을 찾으러 갈 것이다.정안은 울먹이며 속삭였다.“미안해요. 오빠. 내가 늦었어요. 조금만 기다려요.”정안은 머리에서 총소리가 나기를 기다렸고 가슴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다.빨리 총 한 발이 그녀를 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기를
비좁은 감옥 안.희미한 햇빛이 창문으로 비쳐 들어왔다.정안은 침대 가장자리에 엎드려 남하준의 손을 꼭 잡고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햇빛이 그녀의 옆구리에 비쳐 따뜻함이 넘쳤다.서서히 눈을 뜬 남하준은 몸이 허약하고 힘이 없었고 낡고 검게 변한 천장을 보고 다시 주위를 둘러보더니 씁쓸하게 입술을 찡그렸다.‘염라대왕전을 한 바퀴 돌고 왔는데 왜 아직도 여기 있는 거야?’그가 약간 움직이니 누군가 손을 잡은 것을 느꼈고 힘껏 고개를 들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정안의 모습을 보았을 때, 그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꿈에서라도 그녀를 이렇게 위험한 곳으로 데려오고 싶지 않았다.그는 이것이 꿈이었으면 하고 긴장하며 움직였다.정안은 그의 기척에 깨어 고개를 들어 남하준을 보았을 때, 감격에 겨워 일어나 그의 이마를 만졌다. “오빠 깼어요? 드디어 깬 거예요?”남하준은 경악했다. 이건 꿈이 아니었다.그는 정안의 손목을 잡고 화를 냈다.“네가 왜 여기 있어?”정안은 그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다정하게 되물었다.“이틀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는데 어디 아픈 곳 없어요?”남하준은 한 손으로 침대를 짚고 몸의 통증을 참으며 일어나더니 더욱 강경하고 엄숙한 태도로 말했다.“말해. 왜 여기 있어?”정안은 말을 잇지 못했고 남하준은 단단히 화가 났다. 전에 없던 걱정과 두려움이 마음을 뒤덮었다. 그는 죽음이 두렵지 않았지만 정안이 위험에 처할까 봐 너무 두려웠다.그녀가 블랙 섀도우 본부에 온 것은 호랑이 굴에 제 발로 들어간 것과 같았다.남하준은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백완자. 너 미쳤어?”이렇게 무서운 남하준을 본 적 없는 정안은 놀라서 당황하고 또 걱정되고 두려운 마음에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그녀는 애써 설명했다.“그래요. 나 미쳤어요. 내가 오빠 찾아오지 않았더라면 오빤 이미 악취 나는 시체가 됐을 거예요!”화가 치밀어 오른 남하준은 호흡이 가빴고 창백한 얼굴에 핏기 하나 없이 또박또박 말했다.“그럼 차라리 시체가 되는 편이 훨씬
“넌 오지 말았어야 했어.”남하준의 얼굴이 잔뜩 굳어졌지만 정안은 입술을 오므리고 엷게 웃었다.“내가 와서 다행인 거죠.”남하준은 부드럽고 따뜻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근심이 가득했다.“오빠는요? 어쩌다 여기 잡혀들어왔어요?”정안이 궁금해하며 묻자 남하준은 씁쓸하게 웃고 눈을 감고는 서글픈 표정을 지었다.“정호가 매수당했어.”정안은 경악했다. 뜻밖에도 정호가 배신을 했다니.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해서 적의 손에 넘어간 남하준의 심정은 얼마나 괴로울까?정안은 마음이 울적하여 그의 품에 안기어 두 손으로 그의 어깨를 두르고 얼굴을 그의 가슴에 붙였다.이 남자를 위로하고 싶었다.하지만 그녀의 갑작스러운 포옹에 남하준은 놀라고 경직되었다.곧 놀라움은 희열로 번졌고 남하준은 점점 설레었다. 정안이 먼저 그를 안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그는 손을 살짝 들어 긴장한 채 그녀의 등에 올려놓았다. 미처 꽉 안지도 못했는데 정안이 벌떡 일어나 앉더니 약간 흥분해서 말했다.“이대로 앉아서 죽기를 기다릴 수만 없어요. 탈출 방법을 찾아야 해요.”남하준은 떨떠름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정안은 그에게 이불을 끌어당겨 주고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내가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볼 테니까 오빠는 잘 휴식해요. 몸 회복하면 우리 다시 탈출할 방법 찾아요.”남하준이 주위를 살펴보니 침대 하나, 캐비닛 하나, 그리고 별도의 화장실만 있을 뿐 아무것도 없었다.“여기서 나랑 이틀 동안 있은 거야?”남하준이 묻자 정안은 고개를 끄덕였다.“넌 어디서 잤는데?”남하준이 미간을 찌푸리고 어두운 얼굴로 묻자 정안은 침대 가장자리를 두드렸다.“여기 엎드려서 잤죠.”남자의 표정이 더욱 나빠지더니 침대에서 일어나려하자 정안이 그의 어깨를 눌렀다.“왜 일어나요?”“네가 누워.”“오빠 환자에요. 푹 쉬어요.”“이정도 부상은 아무것도 아니야.”남하준은 굳이 일어나 이불을 들추려 했다.“너 이미 이틀 동안 잘 쉬지 못했어.”“오
“어디 갔어? 너한테 무슨 짓 했어?”정안은 발끝을 세우고 손으로 가리며 그의 귓가에 대고 중얼거렸다.“내가 전에 오빠 구해주면 경분자 행방을 알려주겠다고 했거든요.”남하준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래서 알려줬어?”정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의문스러운 표정이었다.“안돼요?”“만약 저들이 경분자를 찾는다면 네 정체도 탄로 날 거야.”“그렇겠죠. 경분자를 어디에 두었는지는 나만 아니까. 저 사람들이 찾으면 내 신원도 곧 밝혀지겠죠.”“진짜 경분자가 있는 곳을 알려준 거야?”“네. Z국에 있어요. 경비가 삼엄한 연구소에 있어서 쉽게 얻을 수 없을 거예요.”남하준은 초조한 마음으로 그녀를 풀어주고 자신의 짧은 머리를 쥐어짜며 생각이 복잡했다.정안이 그의 손을 잡고 다정하게 속삭였다.“내가 만약 위치를 알려주지 않았다면 우리 둘 다 무사하지 못했어요. 내 손에 카드가 있어야 그걸로 협박해 오빠를 M국으로 돌려보낼 수 있어요.”남하준은 두 손을 허리에 짚고 고개를 들어 심호흡하고는 가슴이 욱신거렸다.“절대 너 혼자 여기 두지 않아. 우리 내일 떠나자.”정안이 그의 앞에 다가가 손을 뻗어 그의 가슴을 만졌다.남하준은 눈을 늘어뜨리고 자신의 가슴을 제멋대로 만지는 그녀의 손을 보며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상처는 다 회복했어요?”남하준은 미간을 치켜올리더니 씩 웃었다.그의 상처가 괜찮은지 물어보면 되는데 굳이 손으로 만져야 할까?남하준은 그녀의 손목을 잡고 살짝 떼어내더니 목소리가 조금 잠겼다.“나았어.”“탈출 계획은 있고요?”그녀가 나지막이 묻자 남하준이 사방을 둘러보며 말했다.“예리한 무기가 필요해. 내일 어떻게든 우드를 만나. 그리고 나도 꼭 데리고 가.”“우드를 인질로 삼으려고요?”“응.”“왜 그 나이 많은 수령을 인질로 삶지 않고요?”“수령은 이미 권력을 잃었어.”남하준은 장롱에 가서 사용할 수 있는 예리한 무기를 찾았다.“그 수령이 권력을 잡고 있었다면 감히 나에게 손대지 못했을 거야.”“그러고 보니 우드는
그녀가 머리에 꽂은 굵은 핀을 뽑아내자 폭포수처럼 새까맣고 부드러운 긴 머리카락이 순식간에 흩어졌다.촤르르 떨어지는 모습은 마치 선녀처럼 눈부시고 아름다웠다.남하준은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모든 시선이 집중되었고 그녀의 아름다움에만 집중하느라 총이 어디에 있는지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넋을 잃은 남자를 보며 정안은 손에 든 비녀를 두어 번 흔들었다.“오빠, 이거예요.”남하준은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비녀를 들어 연구했다.“그저 평범한 비녀잖아? 좀 굵긴 하지만 속은 텅 비었는데?”정안이 엷게 웃더니 쪼그리고 앉아 구두에서 투명한 구슬 몇 알을 뜯어 남하준의 손에 넣었다.“다이아몬드보다 더 단단한 총탄이에요. 내가 만들었어요.”남하준은 손에 든 구슬 몇 개를 보면서 정안이 상상 이상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뒤돌아서서 그에게 등을 돌리고 옷을 잡아당기더니 속옷의 솜에서 가느다란 용수철을 빼냈다.남하준은 그녀가 옷을 걷어 올리는 것을 보고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렸다.잠시 후, 그녀는 몸 곳곳에 숨겨진 총 부품을 찾아냈는데 전부 소형이었다.그녀는 모든 물건을 남하준의 손에 넣더니 곧 빠른 속도로 조립했다.남하준은 넋을 잃고 그녀의 화려한 얼굴에 천천히 시선을 옮겼는데 열중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마치 우주에서 가장 반짝이는 별처럼 멀리 있어 가까이 다가갈 수 없을 정도였다.정안은 총을 조립한 후 조심스럽게 그의 앞에 내흔들었다.총신은 굵고 둥근 펜처럼 머리에 작은 버튼이 있고 버튼에는 태슬이 달려 있었다.“이런 총은 처음 보는데 네가 개발했어?”남하준이 낮은 소리로 묻자 정안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이건 스파이가 적 내부로 침투하는 데 아주 적합한 총이죠. 어떤 기계도 이 재질을 검측할 수 없을 정도로 작고 가벼워서 숨기기 좋아요.”정안은 총을 남하준의 손에 놓고 두 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고 여러 번 돌려 작은 똥머리를 묶더니 붓대총을 머릿속에 꽂아 비녀로 삼았다.남하준이 긴장하며 물었다.“
정안은 그의 반응이 못마땅하여 기분이 가라앉았다.보아하니, 그는 이제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남하준이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데 정안이 화제를 찾아 물었다.“우리 여기서 무사히 탈출하면 오빠 앞으로 어떻게 할 거예요?”남하준은 침대 가장자리에 가서 앉더니 덤덤하게 말했다.“블랙 섀도우 조직을 와해시켜야지.”“여긴 세트리아 섬이지 M국이 아니에요.”정안이 따라가 그와 나란히 앉았다.“근데 어떻게 이 암흑세력을 와해시킬 수 있어요?”“주요 인물을 없애버리면 리더를 잃은 용들은 저절로 흩어지는 법이야”“좋아요. 내가 도울게요.”정안이 따뜻하게 웃으며 말하자 남하준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며 의혹스러움이 가득했다.‘날 돕는다고? 어떻게? 여기서 탈출하면 너 Z국으로 돌아가잖아?’정안은 그의 뜨거운 눈빛에 수줍고 불안해서 머쓱해 하며 고개를 숙이더니 천천히 그의 큰 손을 잡아 자신의 다리 위로 끌어당겨 살짝 쥐었다.남하준은 또 멍해져서 머리를 숙이고 그녀의 두 손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지금 왜 이럴까?먼저 그의 손을 잡더니 부드럽게 문지르기까지 하고 있다.심장 박동 리듬이 완전히 흐트러진 남하준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이런 다정한 행동은 그들이 부부였을 때도 먼저 한 적이 없었다.정안은 그의 손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더니 또 자연스럽게 손등을 톡톡 두드렸다.“우린 분명 여기서 무사히 나갈 수 있어요. 난 오빠 믿어요.”남하준은 천천히 손을 빼내며 말했다.“너 이러면 나 오해해.”정안은 움찔하더니 그가 빼낸 손을 보고 또 그의 가슴 쓰린 말을 들으니 웃음이 났다.이 대쪽같은 남자는 그녀가 직접 고백해야만 그녀의 마음을 알까?정안은 부끄러운 듯 입술을 오므리고 가볍게 웃더니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이후 두 사람은 더욱 치밀한 계획을 세웠고 심지어 예기치 못한 상황까지 대비했다.정안은 홀가분한 마음이었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녀가 정안인 이상 그 사람들을 협박해 남하준을 M국으로 돌려보낼 수 있었다.
“못 열어서 다행이야.”정안이 덤덤하게 말했다.“이건 산소랑 만나도 반응하거든. 만약 열었다면 여긴 순식간에 잿더미가 됐을 거야.”“이게 그렇게 대단해?”우드가 호기심에 박스를 들고 연구했다.48g, 아주 적은 물체로 투명하고 액체 젤리 같았다.“경분자는 특정 환경에서만 작동해야 해. 지난번 M국 국경에서 발생한 폭발 사건에 대해 못 들었어? 폭발로 인해 큰 구덩이가 파지고 지역 전체가 보라색 유독 가스로 오염됐어.”우드는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정호와 백인호를 쳐다봤고 정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사실임을 표시했다.정안이 정호를 힐끗 쳐다보니 구역질이 날 정도였다.‘좋은 사람인 줄 알고 그렇게 잘해줬더니!’정안이 힐끔 남하준의 기분을 곁눈질해 보니 그는 여유롭고, 차갑고, 도도해 보였고, 변함이 없어 보였다.그가 지금 정호를 보면 살심이 생길지 모르겠다.그러자 침대에 있던 노인이 일어나 양반다리를 하고 앉더니 두 손으로 무릎을 짚은 채 정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자네 대체 누군가?”“내 이름은 백완자에요.”정안이 백인호를 가리키며 말했다.“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저 사람 조카.”수령이 냉소를 짓더니 느릿느릿 말했다.“자네가 정안이군.”현장에 있던 모두가 경악하며 그녀를 바라보았고 긴장하고 의심스러워했다.남하준이 고개를 숙이고 정안에게 물었다.“왜 다들 너 이렇게 쳐다봐? 저 노인이 뭐래?”정안은 그의 어깨에 기대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내 정체를 의심했어요.”남하준은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경분자를 찾았으니 그녀의 정체는 자연스레 드러날 것이다.백인호가 두 발짝 나와 믿을 수 없는 듯 정안을 쳐다봤다.“네가 정말... 정안이야?”정안은 그를 흘겨보면서 대답하지 않았고 우드가 박장대소했다.“하하... 정안이 제 발로 찾아왔다니. 이렇게 좋은 일이 다 있나!”“기뻐하긴 아직 이른 것 같은데? 내가 정안이라면 정안인 거고 아니라면 아닌 거야. 누구도 내가 하기 싫은 짓 강요 못 해.”우드가 총을 빼 들더니
남하준은 슬퍼하는 그녀를 보며 마음이 아팠고 그녀를 꼭 껴안고는 귓가에 대고 위로했다.“완아, 기운 내.”정안은 양손을 남하준의 품에 맡긴 채 울부짖었다.“오빠. 저 자식이 우리 엄마 아빠 죽였대요. 저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 엄마 아빠를 죽였어요.”남하준이 그녀의 귓가에 기대어 속삭였다.“강해져야 해. 엄마 아빠를 위해 복수해야지.”정안은 코를 훌쩍이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래야죠.”“준비됐어?”남하준은 한 손으로 천천히 정안의 뒤통수를 걸어 품에 안았고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은 주위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정안이 다시 고개를 끄덕이자 남하준은 눈 깜짝 할 새 없이 정안 머리의 비녀를 뽑아 침대 위의 수령을 향해 총을 쐈다.둔탁한 소리는 아주 희미했다.모두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미처 반응하지 못했을 때, 침대 위 노인의 이마에 갑자기 붉은 점이 하나 생겼다.노인은 순간 경직되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있다가 반응이 없어졌다.수령의 상태를 파악한 우드가 막 손에 든 총을 들려고 했을 때, 남하준은 이미 손에 있는 비녀로 그를 겨누고 있었다.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남하준과 정안에게 총을 겨누었다.우드는 놀라서 제자리에 굳어버렸다.“이봐. 죽이지 마.”남하준은 우드의 손에 있는 총을 잡아당겨 정안에게 건넸다.그녀는 총을 들고 눈물을 닦고는 우드의 반대편 이마에 총을 겨누었다.“부수령님을 놓아줘.”옆에 있는 총을 든 건장한 남자가 소리쳤다.“너희들 부수령이 지금 우리 손에 있는데 감히 총을 쏴?”우드는 두 손을 들고 눈꼬리를 위로 올리며 남하준의 손에 있는 물건을 흘겨보았다.그는 이렇게 무서운 총을 본 적이 없었다. 소리가 작지만 위력이 크고, 작고 가벼워 휴대하기 편했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머리에 비녀로 꽂았다니. 그 누구도 이것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총이라고 추측할 수 없었다.우드가 긴장해서 물었다.“이거 어떻게 갖고 들어왔어?”정안이 우드의 옆에 다가가 물었다.“너
“그래 그럼.”남태준은 억지로 웃음을 짜냈다. 아무리 쓸쓸하고 힘들어도 그녀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는 기다리겠다고 약속했었다.지우가 그의 곁에 있는 한 그는 반드시 그녀의 마음, 그녀의 사랑, 그녀의 모든 것을 기다릴 수 있었다.그때, 입구의 벨이 울렸다.지우는 궁금한 얼굴로 남태준을 보았고 남태준도 입구를 보았다.“이 시간에 누구죠?”지우가 묻자 남태준이 잠시 생각하더니 답했다.“아마 신우일 거야.”“먼저 먹고 있어. 무슨 일로 왔는지 물어볼게.”말하면서 그는 거실로 나와 문을 열었다.순간 남태준의 안색이 일그러졌다.바로 임다희였다.방금 차에서 내린 그녀는 한참을 생각했지만 이대로 남태준을 포기할 수 없어서 다시 그와 이야기를 나누려고 찾아왔다.“태준아 난...”남태준은 바로 나가서 문을 닫고 임다희의 팔을 잡고 밖으로 끌고 나갔다.집에 지우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두 사람이 재결합했다는 것을 임다희가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임다희가 알면 지우에게 아무런 이득도 없고 불필요한 문제만 일으킬 수 있었다.그는 임다희가 그의 집에 있다는 것을, 임다희가 지우와 재결합했다는 것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여긴 왜 왔어?”남태준은 불쾌한 듯 묻더니 그녀의 팔을 끌고 마당으로 향했다.임다희는 남태준의 언짢음과 난폭함을 느끼고 말했다.“너랑 다시 잘 얘기하려고 찾아왔어. 방금 너 쓰레기라고 욕한 거 사과할게. 너무 슬퍼서 홧김에 내뱉은 말이지 진심이 아니었어.”“나 쓰레기 맞아.”남태준은 그녀를 마당 밖으로 끌고 나가 철제 난간을 나와 철문을 걸어 잠그고 마당 바깥 입구에 서 있었다.“우리 친구는 될 수 있지만 연인으로는 얘기가 이미 끝났어.”“우리 앉아서 얘기 좀 해. 우리 다시 시작하자.”임다희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그의 덤덤한 눈을 올려다보며 울먹였다.“나 많이 변했어. 더 이상 이전의 임다희가 아니라고. 나 너를 많이 사랑해. 정말 많이 사랑한다고.”남태준은 몇 초 동안 어이없어 하더니 엄숙하게 말
지우는 예전에는 자신이 어떤 스타일의 남자를 좋아하는지 몰랐는데 이제는 알게 되었다.그녀는 남태준 같은 유형의 남자를 좋아했다.이런 성격 때문에 그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좋아함으로써 그의 성격도 좋아하게 된 것이다.지우는 부끄러운 듯 그의 목을 감싸고 나지막이 속삭였다.“아니요. 난 당신 같은 돌직구가 좋아요.”남태준은 따뜻한 눈빛으로 그녀의 붉어진 얼굴을 바라보았다. 맑고 큰 눈과 촉촉한 입술을 보니 저도 모르게 입안이 바싹바싹 마르고 마음이 심란했다.그는 목젖을 위아래로 굴리며 그녀의 엉덩이를 한 손으로 감싸 안고 일어서더니 매력적인 목소리로 속삭였다.“가자. 밥 먹으러 가자. 다른 일에 주의력을 돌리지 않으면 내가 널 잡아 먹을 것 같아.”지우는 부끄러워하며 그의 어깨에 고개를 푹 묻었다.남태준은 그녀를 안고 식탁 앞에 놓아주었고 식탁 위의 반찬 세 가지와 국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너 정말 요리를 잘하는구나. 먹기도 전에 군침이 돌 정도로 비주얼이 훌륭해.”지우는 기분 좋게 앉아 그에게 국을 떠 주었다.남태준도 따라 앉아서 젓가락을 들어 한 입 맛보더니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정말 맛있어. 지우가 한 음식이 이렇게 맛있다니.”지우는 그가 맛있게 먹는 걸 보고 뿌듯해졌다.그녀가 만든 건 그저 일상적인 가정식 음식이었고 평범한 재료를 이용해 만든 조리 방법도 단순했다.갈비찜, 토마토 달걀 볶음, 청경채, 그리고 어두 무찌개였다.그러나 남태준은 세상 맛있는 음식을 먹는 듯 싱글벙글했다.“내가 한 음식이 맛있다면서 그래도 나 음식 못하게 할 거예요?”지우가 궁금해서 묻자 남태준이 피식 웃더니 입에 든 음식을 삼키고 목을 축이고 말했다.“만약 네가 음식 만드는 거 좋아하고 취미라면 그리고 힘들지 않다면 해도 돼.”“하지만 네 취미도 아니고 임무를 완성하는 것처럼 한다면 매일매일 똑같은 일을 거듭하며 네 시간을 낭비할 필요 없어. 그러면 너도 힘들잖아.”남태준은 손을 뻗어 그녀의 손등을 만지며 부드럽게 중얼거렸다
남자는 손으로 지우의 허리를 꼭 껴안고 눈빛은 뜨거웠다.“내 침대에서 좀 더 오래 자지 그랬어?”“네?”지우가 의혹스러운 듯 맑은 눈망울을 깜빡이며 어리둥절했다.“내가 돌아오면 같이 잘 수 있게.”지우는 얼굴이 살짝 뜨거워졌고 그의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수줍게 중얼거렸다.“누구 좋으라고요!”“앞으로 나 밥해주지 마.”남태준은 그녀의 하얀 작은 손을 만지고 입가에 끌어당겨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왜요?”지우는 자신의 요리 솜씨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집에서도 늘 그녀가 요리했으니.“내가 돌아와서 하면 돼. 내가 바쁘면 요리사 부르면 되고.”남태준은 그녀의 손을 문지르며 안타까워하며 바라보았다.“내 여자친구는 요리나 집안일 같은 거 할 필요 없어.”그 말을 들은 지우는 호기심에 물었다.“그럼 여자친구가 뭘 해줬으면 좋겠어요?”남태준이 부드럽게 말했다.“정신적 지주 같은 역할? 나에게 네 일을 공유하고 내 일을 경청하고 각자의 일을 마친 후 함께 시간을 보내며 시시한 일을 했으면 좋겠어.”“뭐가 시시한 일인데요?”“영화 보고 밥 먹고 산책하고 쇼핑하고...”남태준은 말을 잇지 못하고 그녀에게 다가가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갑작스러운 키스에 지우는 저도 모르게 수줍은 소리가 목구멍에서 새어 나왔다.그의 키스는 뜨거웠고 큰 손은 천천히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끌어안아 그녀의 엉덩이를 안으로 오므렸다.진한 키스가 뜨거워질수록 지우는 그의 몸 반응이 점점 강렬해지는 것을 느꼈다. 앉은 위치가 애매해 커다란 것이 몸에 받치는 느낌이 들었다.그녀의 온몸은 저도 모르게 나른해지고 팔다리에는 마치 전류가 흐르는 것 같고 아랫배가 공허해졌다.떨림, 수줍음 그리고 왠지 모를 두려움이 그녀를 도망치게 했다.그녀가 옮기려고 할수록 남태준이 그녀를 껴안고 더 바싹 달라붙었다.진한 키스가 불러온 욕망에 두 사람의 숨결은 가빠졌다.남태준은 천천히 그녀의 입술에서 떠나 그녀의 깊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제 목소리를 잃은 듯 쉰 목소리로 가볍게 중
“그럼...”임다희는 믿기 싫은 듯 눈물이 핑 돌았다.“내가 목숨 걸고 널 구한 건 내가 경찰이기 때문이야. 사적인 감정은 전혀 없었어.”“그럴 리 없어.”임다희는 분노하여 눈물이 방울방울 흘러내렸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울먹였다.“나 절대 못 믿어. 나 사랑하지 않는데 어떻게 날 위해 목숨을 버릴 수 있어?”남태준은 긴 한숨과 함께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임다희, 난 널 위해 목숨을 버린 적 없어. 논리적으로 생각해봐.”“무슨 논리?”임다희가 눈물을 쓱 닦았다.“넌 그래도 내가 사귀었던 여자친구니까 측은한 마음에 그 요트를 떠나라는 것을 상기시켰을 뿐인데 네가 내 신분을 폭로한 거야.”남태준은 그녀를 구하려던 동기를 차근차근 분석해줬다.“네가 내 스파이 신분을 폭로하면서 우리 둘 다 위험에 빠졌어. 도망가야 하는 상황에서 경찰로서 난 절대 자기 살길만 도모하고 다른 사람을 나 몰라라 할 수 없었어. 경찰의 책임감으로 너 데리고 도망친 거야.”임다희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이해하기 어려웠다.남태준이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내가 죽을 뻔한 건 너를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네가 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야.”지금 남태준이 그녀를 원망하지 않는 것은 그의 관대함 때문이었다.“너 지우 때문에 여기 와서 일하는 거야?”임다희가 눈물이 흐릿해져서 묻자 남태준이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맞아.”“하지만 지우가 너를 차버렸어.”임다희는 눈물을 닦고 고상한 자태를 뽐내며 조롱하듯 물었다.“이번에도 흔쾌히 승낙하고 깨끗이 잊은 거야?”남태준은 입술을 오므리고 몇 초 동안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질투가 많은 여자는 신중하게 대처해야 했다.“맞아. 깨끗이 잊었어. 이미 끝난 인연이고 지나간 사람을 놓아주지 않으면 어떻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겠어? 이 세상에 여자가 수도 없이 많은데 한 나무에만 매달릴 필요 없잖아?”임다희는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고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매섭게 말했다.“쓰레기!”그리고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리더니 문을
사람은 기쁜 일이 생기면 기분이 상쾌한 법이다. 하루 종일 바빠도 지우와의 관계를 회복한 생각만 하면 속으로 은근히 기뻐 났다.남태준이 막 차 옆으로 다가갔을 때 임다희가 차 뒤에서 걸어왔다.“태준아.”남태준은 멈칫하고 고개를 돌려 여유롭게 물었다.“임다희? 무슨 일이야?”“할 얘기가 있어. 아주 중요한 얘기야.”임다희는 엄숙한 태도로 말했다.“타.”남태준이 쿨하게 대답하자 임다희는 그의 차에 올라탔고 남태준이 시동을 걸고 떠났다.차 안에서 남태준이 물었다.“어디서 얘기할래?”“너희 집.”남태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단호하게 거절했다.“그건 안돼.”“아주 중요한 일이야. 반드시 사람 없는 곳에서 얘기하고 싶어서 그래.”임다희는 남자의 준수한 얼굴을 바라보며 뜨거운 눈빛을 내뿜으며 엄숙하게 말했다.“마약 거래에 관한 얘기야.”“그럼 지금 얘기해.”남태준은 차를 길가에 세웠다.“차 안에는 우리 둘만 있으니까 안전해.”임다희가 앞뒤를 돌아보니 이 길은 행인도 없고 오가는 차량도 뜸했다.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남태준이 그녀를 집으로 데려가지 않으려 하자 마지못해 핸드백을 열어 그 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그에게 건네주었다.“이 시간에 거래가 있을 거야.”그의 다년간 사건 처리 경험으로 볼 때, 이렇게 명확한 거래 장소와 시간은 임다희가 절대 알 수 없었다.이 정보가 가짜이거나, 누군가가 그녀에게 준 것이 틀림 없었다.“어디서 났어?”남태준이 묻자 임다희는 조금 켕긴 듯 대답했다.“건달인 친구가 알아낸 정보인데 내가 샀어.”남태준은 입꼬리를 꼬며 그녀의 거짓말이 좀 억지스러워서 계속 물었다. “네가 마약 형사도 아니고 이 정보를 왜 사는데?”“너 주려고.”남태준은 움찔하더니 침묵했다.임다희는 애정 어린 눈으로 남태준을 지그시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태준아, 우리 다시 만나자.”남태준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뭐라고?”임다희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울먹였다.“전에는 내가 미안했어. 네
지하 카지노 사무실.육건우는 자료를 책상에 던지고는 화가 나서 일어나 두 손을 허리에 짚고 임다희를 노려봤다.“너 혹시 남태준 스파이야?”임다희가 미소 지으며 천천히 말했다.“그럴 리가 있나요? 우리는 같은 배에 탄 사람이잖아요. 내가 남태준을 도와서 얻을 수 있는 게 뭔데요? 난 단지 애매한 단서만 줬지 실질적인 증거를 준 적은 없어요.”“요즘 사복 경찰이 계속 우리 촬영장 밖을 배회하고 가끔 항공사진 드론이 공중을 선회하고 또...”육건우는 책상으로 가서 서류뭉치를 집어던졌다.“이건 전부 최근 경찰들에게 적발된 물건이야.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젠장!”임다희는 긴장해서 침을 삼키고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육건우는 분노하여 임다희를 가리키며 이를 갈았다.“네 신분을 잊지 마. 내가 너를 도와 남태준과 그 여자를 갈라놓겠다고 약속했고 그 동생까지 함정에 빠뜨렸어. 그런데 그 여자가 지금 나를 고소했다고. 젠장.”임다희는 웃어 보이며 말했다.“제가 어떻게 사장님의 큰 은혜를 잊겠어요? 다만... 저는 다시 전 남자친구와 재결합하고 싶어요. 그런데 하필 태준이가 마약 경찰이잖아요. 그래서 저... 이 일에서 손 떼고 싶은데 보스에게 사정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육건우는 어이없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린 채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이 일에서 손을 떼겠다고?”임다희가 긴장하며 침을 삼켰다.그해 남태준과 요트에서 탈출한 뒤 남태준은 그녀 때문에 다시 잡혀가 바다에 빠져 하마터면 숨질 뻔했지만 그녀는 사실 안전하게 귀국할 방법이 없었다.배후의 빅보스가 바로 그녀를 죽이려고 했지만 육건우가 빅보스에게 사정을 해서 그녀에게 살 기회를 주었다. 그러나 초기에는 그녀의 연예인 신분을 이용하여 마약을 갖고 귀국해야 한다는 것이 조건이었다.그녀는 마지못해 그 부탁을 들어주었다. 십여 킬로그램의 마약을 촬영장 카메라 기둥에 숨긴 후 요트를 타고 귀국했다.그 이후로 그녀는 마약밀매 조직의 일원이 되었고 매번 물건을 가져오거나 몸을 헌신해야 했다.임
꽃가게 앞을 지날 때 남태준이 걸음을 멈추었다.“지우야. 나...”남태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우는 재빨리 그를 끌고 나가 그의 팔을 껴안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부질 없는 곳에 돈 낭비하지 말아요.”“여자들은 다 꽃을 좋아하지 않아?”지우에 의해 팔이 단단히 조여진 남태준은 아주 편안했고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가득 번졌다.지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난 안 좋아해요. 굳이 사주고 싶다면 차라리 다육식물을 줘요. 기르기도 쉽고 번식도 할 수 있잖아요.”“가방의 품질, 브랜드, 가격 중 어떤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가격이죠.”남태준은 피식 웃더니 그녀의 소비 관념과 가치관에 대해 더 알고 싶어 또 물었다.“다이아몬드와 금 중에 뭐가 좋아?”“금이요.”지우가 고민도 없이 대답하자 남태준은 가볍게 웃으며 그녀의 예쁜 얼굴을 바라보며 다정하게 말했다.“좋아. 알겠어.”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며 길을 걷고 있을 때 흥분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지우야!”지우가 멈칫하고 뒤를 돌아보더니 그녀를 부른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다.바로 그녀에게 맞선 상대를 소개해 준 중매인이었다.그녀는 빠르게 남태준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빠른 걸음으로 걸어와 놀라움과 설렘이 가득해 말했다.“어쩐지 내가 그렇게 좋은 남자들을 소개해줘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더라니. 알고 보니 눈이 이렇게 높았었네? 남편 어디 사람이야? 누가 소개해줬어?”지우는 어색하고 난처해하며 웃어 보였다.“친구가 소개해줬어요.”말하자면 백완자가 그들을 소개해 준 셈이었다.“외모도 빼어나고 큰 기에 몸매도 좋네. 어디 사람이야? 무슨 일 해?”역시 가십에 관심이 많은 중매인이었다.남태준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잇지 않았지만 지우는 조금 당황한 듯했다.“안성 사람이에요. 아주머니, 제가 얼른 가서 밥해야 해서요. 다음에 얘기 나눠요.”“안성 좋지! 큰 도시 사람이네!”지우는 남태준의 손을 잡고 서둘러 떠났다.그녀는 매우 급하게 걸었지만 남태준의 얼굴에는
지우는 긴장되어 귀가 빨개졌다.“싫어?”남태준은 그녀의 진심을 떠보고 싶었다. 진심으로 그와 재결합하고 싶은지,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인지.지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그의 허벅지에 몸을 기울여 앉았는데 긴장해서 등이 약간 뻣뻣했다.남태준은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덥석 끌어안고 뒤로 기댔다.지우는 그의 튼실한 가슴에 완전히 엎드렸고 몸이 나른해졌다. 수줍고 난처해 감히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그의 품에 안겨있는 느낌은 아주 편안하고 심장이 왠지 모르게 떨리면서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만약 네가 불편하거나 거부감이 든다면 너무 무리하지 않아도 돼.”남태준은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를 갖고 싶었지만 그녀가 자신 때문에 괴로워하는 건 보고 싶지 않았다.그 말을 들은 지우는 조바심이 났다.그녀는 남태준의 어깨에 두 손을 얹고 그의 깊고 아름다운 검은 눈동자를 올려다보며 말했다.“나 불편하지 않아요. 거부감도 들지 않고요.”“그러니까 너 지금...”남태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우가 갑자기 입을 맞추었다.그러자 남자는 움찔했다.지우는 눈을 감고 두 손을 천천히 남자의 어깨에서 뒤로 걸어 목을 감은 뒤 수줍고 서툴게 그의 따뜻한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그녀는 심장이 천둥처럼 뛰었다.남태준은 몇 초 동안 멍해졌다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마음은 더없이 흥분되었다.그는 지우의 뒤통수를 낚아채 옅은 키스를 뜨겁게 달구었다. 그의 입술과 혀는 그녀의 어금니를 비틀어 열고 곧장 달려들어 여자의 혀와 한데 엉켰다.“음!”지우는 그의 공세에 못 이겨 수줍은 소리를 냈다.그동안의 갈망과 그리움을 남태준은 한숨에 모두 보상받고 싶은 심정이었다.지우를 꽉 껴안고 격렬하고 난폭한 키스를 계속 퍼부었다.긴 키스가 이어지고 지우는 입술이 다 아프고 호흡이 가쁜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남자의 가슴을 밀면서 고개를 뒤로 뺐다.남태준은 아쉬운 듯이 그녀를 놓아주었다.두 사람은 눈을 감고 서로 이마를 맞댔고 거친 호흡을 나누며 뜨거운 기운이 감돌
지우가 부랴부랴 그를 불렀다. “아니요. 나 안 더워요.”남태준이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리모컨을 놓았다.그녀의 영롱한 큰 눈은 여전히 아름답고 맑고 깨끗했으며 매력적이었다.지우는 잔을 내려놓고 심호흡을 한 후 용기를 내어 물었다. “태준 씨가 임다희와 사귀는지 물어보려고 왔어요.”남태준이 미간을 찌푸린 채 이해가 안 가는 표정으로 물었다.“왜 그렇게 생각해?”지우는 휴대전화를 꺼내 인터넷에서 뉴스를 검색하여 남태준에게 건넸다.순간, 지우는 자신의 이런 행동이 지나치다고 느꼈다. 이미 헤어진 이상 그와 다른 여자에 관해 물어볼 자격이 없다고 느꼈다.하지만 그녀는 참지 못했다.확실히 묻지 않으면 그녀는 단념하지 않을 것이다.비록 죄책감을 느끼지만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남태준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었다.다만 이때 그 이야기를 거론하는 것은 그녀의 목적이 단순하지 않아 보일 수 있었다.모두 그녀의 어머니와 동생이 저지른 일이지만 그녀는 동생의 취업을 위해 목적을 갖고 남태준과의 관계를 회복하려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그렇게 생각한 지우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뉴스를 본 남태준의 안색이 순간 어두워지더니 긴장하며 설명했다.“지우야. 나와 다희 그런 사이 아니야. 나 믿어줘.”현재 임다희는 그의 정보원이기 때문에 보안 및 기밀 유지 계약으로 인해 임다희의 신분과 작업을 기밀로 유지해야 했으므로 지우에 대해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없었다.하지만 남태준은 지우가 자신을 믿지 못할까 봐 초조하게 이마를 짚고 죽을상이 된 얼굴로 휴대폰 액정을 들여다보고 또 불안하게 소파에 기대어 지우를 바라봤다.지우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이 여자가 먹여준 음식 먹었어요?”“그저 보통 친구와 밥 한 끼 먹은 거야. 나와 다희 그 정도로 가까운 사이 아니야.”“안 먹었어요?”“응. 거절했어.”“아.”지우가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입술을 오므렸다.그러자 둘 다 침묵에 빠졌다.남태준이 지우를 바라보니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뭔가 고민하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