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다인은 몸이 굳어지더니 화가 나서 발버둥 치며 그를 밀쳤다.그러나 그녀가 발버둥 칠수록 남자는 더 세게 안았다. 두 손으로 그녀를 꽉 껴안고 머리를 그녀의 머리카락 속에 파묻고 그녀의 몸에서 은은한 향기를 맡으며 낮고 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다인아, 우리 이혼하지 말자. 응?”서다인은 그의 품에서 울음을 참으며 여전히 고개를 흔들며 거절했다.남하준은 붉게 물든 눈을 천천히 감으며 잠시도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예전에는 백하린이 떠났고 지금은 서다인이 이혼하려 한다.한 번으로 부족해서 똑같은 슬픔을 또 한 번 겪고 있다.칼도 맞았고 총알도 맞았지만 육체적인 고통은 사랑의 고통보다 훨씬 덜 고통스러웠다.앞으로 다시는 사랑을 하고 싶지 않았다.남하준은 그녀를 부둥켜안고 괴로운 마음을 달래며 물었다.“결혼한 지 거의 반년 동안, 한 번도 나 좋아한 적 없어?”그를 좋아하고 사랑하지만, 지난 반년 동안 그녀는 몇 번이나 가슴이 찢어지는 것을 느꼈다.매번 고통스러웠고 점점 더 고통스러웠다.그녀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남자를 더 이상 미천하게 사랑하고 싶지 않았고 게다가 그는 백하린을 깊이 사랑하고 있었다.평생 그녀의 자리는 없을 것이다.서다인은 코를 훌쩍이며 몸을 곧게 펴고는 차갑게 말했다.“없어요.”남하준은 날카로운 칼날이 가슴을 뚫고 들어와 심장에 꽂히는 것을 느꼈고 송곳이 콕콕 찌르는 통증이 점차 강해졌다.그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고 거친 숨을 크게 내쉬어도 심장의 아픔이 가라앉지 않자 천천히 품 안의 여자를 놓아주고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그는 눈시울을 붉혔지만 목소리는 차분했다.“이미 결정했어?”서다인은 고개를 떨구고 차갑게 말했다.“네, 이미 결정했어요. 이번엔 절대 흔들리지 않아요.”남하준은 천천히 주먹을 쥔 채 점점 더 무거운 숨을 몰아쉬며 여자의 냉정한 얼굴을 바라보았다.“이혼 합의서는?”서다인은 움찔하더니 그의 뜻을 이해하고 방으로 돌아가 새로운 협의서와 펜을 가져와 탁자 위에 놓았다.남하준은 종
남하준이 어두운 표정으로 아파트를 나와 류청과 정호의 앞을 지나갈 때, 차가운 기운이 스쳐 지나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섬뜩하게 했다.두 사람은 오랜 세월 남하준과 함께 있었지만 지금처럼 무서운 저기압을 본 적이 없어 그의 뒤를 따라가다 얼어붙을 것만 같았다.놀라서 숨도 제대로 못 쉬었다.쭈뼛쭈뼛 내려와 그를 차에 태우고 떠났다.차 안 뒷좌석.남하준의 얼굴은 점점 굳어졌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눈을 감고 침묵을 직혔다.차 안 전체가 극도로 억압적이고 냉엄한 분위기에 휩싸여 숨이 막힐 정도였다.그때 전화벨이 울렸다.조수석의 류청은 주머니 속의 휴대전화가 불청객인 것을 알고 황급히 꺼내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 행여나 남하준의 심기를 건드릴까 두려웠다.잠시 후 통화를 끊은 류청은 뒷좌석의 남하준을 뒤돌아 바라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류청은 지뢰밭에 닿을까 봐 두렵지만 또 보고하고 싶어 한참을 고민하다가 겁에 질려 입을 열었다.“도련님, 하린 아가씨에 관한 거 전부 조사했는데 지금 들으시겠어요?”“응.”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나지막이 말했고 한 글자도 더 말하고 싶지 않은 듯했다.류청은 목을 축이며 조심조심 말했다. “M국은 이중 국제 신분을 허락하지 않아요. 그래서 M국에는 백하린이란 사람이 없어요.”남하준은 눈을 번쩍 뜨더니 어두운 눈동자로 물었다.“하린이가 귀화했다는 거야?”류청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백하린 씨는 M국 사람도 아니고 백하린이란 이름도 없어요. Z국에서 이름은 백완자 입니다.”남하준은 안색이 더 나빠졌다.“계속해.”류청: “백완자는 14살에 Z국 가장 유명한 학교에 특별 모집에 합격했지만 학교 기숙사에 살지 않았고 수업에 참여한 횟수도 매우 적어 동기들은 거의 그녀를 알지 못했다고 합니다.”“하지만 매번 시험에서는 과목별 1등을 차지했고 각종 상도 많이 받고 대학 시절 다섯 편의 논문을 발표했는데 모두 국제 최고 권위의 학술지에 실렸어요.”“순리롭게 졸업했지만 너무 바빠 졸업식도 참석하지 못한 학교의 가
남하준은 정호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말했다.“부모님의 사인을 자세히 조사해 봐. 화장 증명서가 없다면 아직 살아계실지도 몰라.”“그럼 백하린 씨에 대해서는 계속 조사할까요?”“응.”“네!”류청은 공손히 대답했다.“백하린이 발표했던 논문은?”류청은 휴대전화를 꺼내 자료를 열어 그에게 건넸다.남하준은 휴대전화를 받아 들고 스크린 속 논문을 보며 깊은 의혹에 휩싸였다.《산화환원반응 구리, 철, 강철 및 유리소의 파생 나노기술 핵심분석 및 연구》《분자 금속 재분리의 합성 및 화학 응용》남하준은 계속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논문의 내용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것이 모두 화학에 관한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남하준은 차창 가장자리에 팔꿈치를 괴고 손가락으로 이마를 짚었다.“백하린이랑 할아버지 DNA 샘플을 구해봐. 은밀하게.”류청과 정호는 눈을 마주쳤고 지금 남하준 생각을 완전히 이해했다.“네.”두 사람은 입을 모았다....이튿날 아침.서다인은 어젯밤 괴로워 한숨도 못 잤다. 아침이 되어서야 졸려서 눈을 감았다.이때 다급한 벨 소리가 울렸고 그녀는 힘겹게 휴대전화를 귓가게 갖다 댔다.휴대전화 너머로 시어머니의 긴장하면서도 화난 목소리가 들렸다.“다인아, 네 친오빠 대체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 거야?”서다인은 벌떡 일어나 앉더니 곧 정신을 차렸다. “어머니, 왜 그러세요?”“아침부터 집에 깡패들이 찾아왔어. 네 오빠가 빚을 졌는데 네가 보증을 섰다고. 네 오빠 대신 돈 갚으라고 소란을 피웠어.”서다인은 화가 나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 이불을 젖히고 침대에서 일어나 급히 옷장을 뒤져 옷을 집어 들었다. “어머니, 집을 담보로 한 적은 없으니까 그 사람들 신경 쓰지 마세요. 계속 소란피우면 경찰에 신고하세요. 제가 지금 당장 갈게요.”허윤미는 긴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급하게 올 필요 없다. 이미 다 처리했어.”서다인은 약간 움찔하더니 의아해서 물었다.“이미 처리했다고요?”“그래, 네 오빠 대신 그 돈 갚고 차용증도 돌려받
서지석은 차갑게 웃었다.“다인아, 오빠도 어쩔 수 없었어. 너는 안 도와주지 빚쟁이들은 자꾸 재촉하지. 어쩔 수 없이 내 친여동생이 부잣집에 시집가서 그 정도 돈은 껌이라고 했을 뿐이야.”“그런데 그 방법이 이렇게 효과가 좋을 줄이야. 네 시댁 식구들이 얼마나 호탕한지 단번에 빚 태반을 해결해 줬어.”“네 남편 위신도 대단하더라고. 내 매부가 군전 그룹 수장이고 널 담보로 돈을 빌리겠다고 하니 다들 얼마든지 빌려주겠다고 나서는 거야. 네 남편 위상이 아주 효과가 좋아.”“지금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못해.”서지석은 득의양양해서 말했다.“누가 감히 나 건드리면 매제가 나서서 해결해 줄 거니까!”서다인은 화가 나서 주먹을 불끈 쥐었고 온몸에 분노를 억누르고 약간 떨었다. 얼음장 같은 얼굴로 욕설을 퍼부었다.“서지석, 이 쓰레기. 감히 다시 한번 남하준 이름 걸고 사기 치고 다니면 너 절대 가만 안 둬.”서지석은 건들건들하며 차갑게 웃었다.“다인아, 나한테만 뭐라고 하지 마. 아빠도 술친구들에게 사위가 남하준이라고 떠벌리고 다니고 있어. 딸이 부잣집에 시집갔는데 엄청 대단하다고.”“네 엄마는 더 말할 것도 없어. 그저께 네 남편한테 울면서 전화해서 손쉽게 2천만 원 받았어. 네 남편 씀씀이 한번 시원시원하네.”서지석은 여전히 기뻐하고 있었지만 서다인은 이미 화가 나서 눈시울이 붉어졌다.이 가족은 시궁창의 더러운 생물처럼 다른 사람에게 달라붙어 피를 빨고 뿌리칠 수 없게 달라붙어 아주 징그러웠다.서다인은 나지막이 호통쳤다.“나 이미 남하준이랑 이혼했으니까 다시는 그 사람 찾아가지 마. 다시는 그 집안에 폐 끼치지 말라고.”서지석은 코웃음을 쳤다.“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장난을 해? 이혼? 네가 머리가 어떻게 되지 않는 이상 왜 이혼하겠어? 넌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나도 그런 집안에 시집 못 가. 너처럼 허영심 많고 재물을 목숨처럼 여기는 애가 이혼은커녕 거마리처럼 붙어 있어도 모자랄 판에.”“그래, 오빠가 알았어. 앞으로 도박 때문에 돈
그 순간,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였다. 화가 나고 괴로웠다. 그리고 어떤 여자도 아무 이유 없이 나쁜 것을 배우고 타락하고 막다른 골목에 몰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무슨 일이든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그때 왜 고소 안 했어?”서다인은 이런 인간쓰레기를 찢어버리고 싶어 이를 악물었다.지우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씁쓸하게 웃었다.“다인이 엄마도 참 못났지. 자기 자식도 보호하지 못하고 도박 빼고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지우는 안경을 쓰고 타자를 계속했다.“넌 성격도 좋고 또 그렇게 돈 많고 권력 있는 남편도 있으니 설령 그 사람들과 혈연관계가 없다고 해도 이번 생은 너한테 달려들어 빨아 먹으려 들 거야.”서다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그녀는 이미 많은 피해를 입었다.남씨 집안까지 이 불량배들에게 얽매이게 되었다.지금 그들과 자신의 신분을 털어놓을 수도 없었다. 계속 이렇게 참으면 그녀는 조만간 미쳐버릴 것이다.그녀는 가능한 한 빨리 이혼 합의서를 받고 자신의 신원을 밝혀야만 이 흡혈귀들을 벗어날 수 있었다.서다인은 한참을 잠잠히 있다가 궁금한 듯 물었다. “지우야, 너 뭐 쓰고 있어?”“알바. 돈 많이 벌어야 네 돈 빨리 갚지.”서다인은 눈을 들어 그녀의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니 글자를 가득 채웠다.“이게 뭔데?”“다른 사람 대신 소설 써주는 거야. 중도에 연재가 중단된 소설인데 대충 써주고 글자 수대로 수당을 줘. 즉 타자가 빠를수록 더 많은 돈을 번다 이거지.”서다인은 마음 아팠다.“그렇게 고생할 필요 없어. 내 돈은 천천히 갚아도 돼.”“하지만 너도 다른 사람한테 빌린 거라며? 너도 갚아야 하잖아?”서다인은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순간, 그녀는 지우 옆에 앉아 무릎을 껴안고 그녀의 어깨에 기대어 그녀가 타자하는 것을 보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지우야, 나도 일거리 좀 줘.”“어떤 기술이 있고 어떤 일을 할 줄 아는데?”지우는 손가락을 날리며 한시도 쉬지 않고 타자
점심나절.서다인이 옷을 갈아입고 나가려고 할 때 지우가 치마를 들고 들어와 서다인에게 내밀었다.“이거 입고 가.”“이혼하러 가는 거지 결혼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예쁘게 하고 가?”서다인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치마를 밀어젖혔다.지우는 정색을 하고 엄숙하게 말했다.“이혼하러 가니까 예쁘게 하고 가야지. 화장도 예쁘게 해서 네 남편 미치게 후회하게 만들어.”서다인은 다시 밀어냈다.“내가 먼저 이혼하자고 한 거야. 내가 그 사람 버린 거라고.”“아무리 네가 제안한 이혼이지만, 어쨌든 그 사람이 너 사랑하지 않으니까 제안한 이혼이잖아?”서다인은 잠시 말이 막혔고 마음도 심하게 아팠다.지우는 치마를 껴안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남자들은 모두 시각 동물이야. 너 평소 너무 점잖게 차려입어서 남자를 설레게 하기 어려워. 오늘 예쁘게 차려입은 네 모습 보고 넋을 잃고 너랑 이혼하지 않겠다고 애원할지도 몰라.”서다인은 지우의 생각이 순진하고 귀엽다고 느꼈다. 다시 지우가 들고 있는 치마를 보니 섹시해서 전혀 자신과 어울리지 않았다.하지만 지우의 호의를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치마로 갈아입고 화장을 연하게 했다.2시, 가정법원 입구에 호화로운 검은색 승용차가 세워져 있었고, 남하준은 문밖에 기대어 두 손으로 바지 주머니를 두르고 신발 표면을 내려다보았다. 넓은 어깨가 무거워 보였고 온몸이 차갑고 강한 분위기로 덮여 있었고 뜨거운 태양 아래서 한기가 사람을 엄습했다.늘어뜨린 그의 시선에 크리스털로 장식된 화이트 힐이 홀연히 들어섰다.그는 약간 멍해져서 시선을 올려다보니 여인의 종아리는 가늘고 하얗고 흰색 원피스는 매우 짧으며 한 쌍의 다리는 더할 나위 없이 가늘고 매력적이었다.그녀의 허리는 가늘고 영롱하고 아름다웠다.남하준은 눈을 들어 눈앞의 여인을 똑똑히 보았고 눈초리가 가늘게 떨리며 멍해졌다.희고 아름다운 피부, 맑고 촉촉한 눈, 단아한 눈매, 폭포처럼 까맣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오늘따라 서다인은 요염하면서도 과도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맘대로 해.”남하준의 눈 밑에 눈치채기 어려운 암울함이 스쳐 지나가더니 승용차 운전석으로 가서 문을 당겨 앉았다.서다인의 뒷모습을 본 순간 그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이 여자의 짧은 치마는 앞은 청순해 보이지만 뒤는 의외로 등이 드러나는 섹시한 옷이었다.긴 머리 아래 희끗희끗한 등이 보일락 말락 해 봄 햇살이 새어 나오는 듯했다.남하준은 다시 돌아가 그녀의 손목을 잡고 조수석으로 향했다.“뭐 하는 거예요?”“차에서 기다려.”남하준은 그녀를 조수석에 밀어 넣고 문을 닫고는 자신은 돌아가 운전석에 앉았다.“안전벨트 매.”서다인은 차에서 내리려고 했다. “가서 일 봐요. 커피숍에서 기다릴게요. 일 끝나면 나 찾아와요.”남하준은 몸을 기울여 긴 팔로 그녀의 몸을 감싸 안전벨트를 당겨서 잠갔다.남자가 갑자기 다가오자 서다인은 놀라서 의자 등받이에 바짝 달라붙어 배와 가슴을 움츠리고 숨을 죽였다. 살구 눈을 깜빡이며 긴장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여자의 몸에 은은한 향기가 코를 찌르고 심금을 울렸다. 남하준은 덤덤한 척했지만 마음은 요동치고 있었다.그는 모든 주의력을 전부 운전에 쏟았다. 30분 뒤.차량이 병원 입구에 서자 남하준은 안전벨트를 풀고 서다인에게 말했다.“여기서 잠시만 기다려.”“누가 병원에 있어요?”“정호가 다쳤어.”서다인도 안전벨트를 풀며 걱정이 앞섰다.“얼마나요? 저도 가봐야겠어요.”“말 들어. 차에서 기다려. 무슨 일 있으면 알려줄게.”남하준의 말투는 가볍지만 진지했다.남하준이 그녀를 들여보내기 싫어하니 서다인도 더 이상 강요할 수 없다.그가 차에서 내리고 서다인은 조수석에 앉아 한참을 기다렸다. 에어컨을 틀었지만 햇빛이 앞 유리로 들어와 여전히 더웠다.그녀는 차에서 내려 뒷좌석에 앉았다.할 일 없는 그녀는 뒷좌석에서 옆으로 누워 눈을 감았다.얼마나 지났을까, 서다인은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었고 어느새 밤이 되었다.얼떨떨한 가운데 서다인은 차가 부드럽게 달리는 것을 느꼈다.그녀는 눈을 비비고 일
서다인은 고개를 떨구고 힘없이 중얼거렸다.“괜찮아요. 어차피 저 출근도 안 하는데요 뭐. 여행 왔다 생각하고 며칠 머물다 갈게요.”“사모님, 그럼 좀 더 쉬세요. 아직 한 시간 남았어요.”서다인은 정호가 다친 것을 떠올리며 다급하게 물었다.“정호 씨는 괜찮아요? 많이 다쳤나요?”류청의 기분이 순식간에 무거워졌다. “네. 일단 위험한 고비는 넘겼고 도련님이 지금 병원에서 지키고 계세요.”서다인도 남하준이 이렇게 의리가 있을 줄 몰랐다. 부하 직원이 다쳐도 이렇게 신경을 써주다니.“어쩌다 다친 거예요?”서다인이 궁금해서 물었다.류청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무겁게 말했다.“그룹에서 군구로 보낸 무기가 무더기로 도난당했고 그 일을 정호가 맡아왔어요.”“며칠 전 그 무기들의 행방을 추적하다가 이웃 나라 J국의 약쟁이 손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걸 발견했어요.”“다른 병사들과 함께 바이어인 척 몰래 J국에 잠입해 무기의 행방을 조사하다가 실수로 정체가 탄로 났고 그 미친 약쟁이들에게 쫓겼어요.”“다른 병사 한 명은 정호를 엄호하다가 희생했고요.”류청은 말할수록 무거워졌고 거의 울먹이는 목소리였다.서다인은 분노에 휩싸였다.“왜 사람을 보내 그 약쟁이 굴을 토벌하지 않는 거죠? 우리 무기를 훔쳤든 안 훔쳤든 마약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건 죽을죄를 지었잖아요.”“만약 그자들이 M국에서 법을 어기고 범죄를 저질렀다면 당연히 가장 거친 방법으로 바로 토벌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건 이웃 나라 J국이에요. 많은 정치적 요인도 있고, 증거 없이 군대를 파견할 수 없어요. 명확한 증거를 찾지 못하면 출사표를 던질 수 없어요.”서다인은 무슨 말인지 전부 알아들었고 마음은 급하지만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었다.저녁, 군전 그룹.그녀와 남하준이 아직 부부 사이이기 때문에 류청은 그녀에게 다른 방을 마련해 주지 않고 그녀를 남하준의 기숙사로 데려갔다.새벽 4시.그룹 기숙사 건물은 조용하고 사람이 없으며 등불이 어두컴컴했다. 보초를 서는 두 병사 외에는
남서연은 빠른 걸음으로 뛰어내려 계단 모퉁이에 서서 백건의 뒷모습을 보며 외쳤다.“오빠, 우리 결혼해요!”그녀의 목소리는 매우 또렷했다.떠들썩한 거실이 폭탄을 떨어뜨린 듯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모두가 입을 딱 벌린 채 남서연을 충격적으로 바라보았다.온 집안이 쥐죽은 듯이 조용했다.백건은 움찔하더니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그는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는데 거실에 있던 사람들의 얼굴에 드러난 충격이 그에게 이것이 사실이라고 말해주었다.그는 미친 듯이 심장이 뛰었다.돌아서서 남서연을 바라보니, 그녀는 반달 눈을 한 채 그를 향해 환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세상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어린아이처럼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 같았다.백건이 그녀를 좋아하고 그녀와 결혼하고 싶다면 남서연은 그에게 다가갈 용기가 있었다.남서연은 다시 한번 외쳤다.“오빠, 우리 결혼해요.”백건은 눈가가 흠뻑 젖어 그녀를 향해 입술을 오므리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큰소리로 대답했다.“좋아!”거실에 있는 모든 사람의 얼굴이 굳어졌다.남우영이 일어나서 말했다.“난 반대야. 내 삼촌이 내 사촌 동생과 결혼한다니. 이게 말이나 돼?”남창민이 남우영의 손을 덥석 잡아당겨 소파에 앉히고 낮은 목소리로 꾸짖었다.“넌 네 결혼이나 신경 써. 네 삼촌과 서연이 일은 걱정할 필요 없어.”남우영은 고민 끝에 남서연의 아래에 뛰어가 그녀를 올려다보며 물었다.“서연아, 지금 두 사람 농담하는 거지? 두 사람.. 두 사람 늘 차갑고 낯선 사이였잖아? 갑자기 결혼이라니? 너 진우석이랑 결혼하려던 거 아니었어?”백건의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걸어가서 남우영의 목을 조르고 소파로 끌고 갔다.장면이 좀 난처하게 되었다.백건은 어른들께 예의 바르게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오늘 급하게 왔어요. 오늘은 일단 돌아가고 다음에는 정식으로 혼수 예물을 갖고 찾아뵙겠습니다.”허윤미가 서둘러 말했다.“그래. 어서 돌아가. 우리도 서연이와 잘 얘기해볼게. 너무 오냐오냐 키
“왜 내 방에 들어왔어요?”남서연은 긴장해서 그를 내쫓으려 했다.“얼른 나가요. 오빠가 몰래 내 방에 들어온 거 가족들이 알면 큰일 나요.”백건은 이미 그런 건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오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더라도 결과를 얻어야 했다.“가족들에게 우리 결혼에 대해 직접 말하겠다고 시간을 달라며?”백건은 실망스럽기 그지없고 눈 밑에 슬픔이 가득했다.“방금 네 할아버지, 할머니와 얘기를 나눠보니 아무것도 모르고 계시던데?”“그게...”남서연은 말문이 막혔다.백건은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의 뜨거운 호흡이 남서연의 피부에 뿜어져 나와 그녀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했다. 백건이 매력적인 목소리로 낮게 중얼거렸다.“나와 결혼하기 싫어?”남서연은 거짓말이 언젠가 들통 날 것이니 사기 결혼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죄책감을 안고 말했다.“미안해요 오빠. 나 임신하지 않았어요.”백건은 가슴이 칼에 베인 듯 아파 숨을 쉴 수 없었다.남서연은 고개를 푹 숙였다.“미안해요. 일부러 거짓말한 건 아니었어요. 생리가 늦어져서 약국에 가서 유통기한이 지난 테스트기를 샀더니 이런 오해가 생겼어요.”“내가 임신하지 않았으니 오빠도 저 책임질 필요 없고 우리도 결혼할 필요 없어요.”남서연이 한마디 덧붙이자 백건은 두 손으로 벽을 짚고 그녀 앞에서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숙였다. 무력감은 그를 쓸쓸하기 짝이 없게 만들었고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고 그는 씁쓸하게 냉소를 지었다.남서연은 축 늘어진 그의 머리를 보며 긴장한 채 물었다.“오빠, 왜 그래요?”“남서연, 천국에서 지옥까지 떨어진 충격이 얼마나 큰지 알아?”백건의 목소리는 약간 떨렸다.남서연은 그가 너무 안쓰러웠다.대체 얼마나 아이를 원했으면 이렇게 슬퍼할까?“미안해요.”남서연이 나지막이 사과했다.백건은 깊은 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들어 남서연을 바라보았다.그의 눈시울이 붉어지고 비분이 교차하는 눈빛에 남서연은 겁을 먹고 조심스럽게 위로했다.“오빠, 너무 슬
[나 기다리고 싶지 않아. 그냥 내가 말씀드릴게.][싫어요. 안 돼요. 그냥 제가 말할게요.]사흘째 되던 날, 남서연이 어렵게 용기를 내어 가족에게 고백하려고 했을 때 피가 흘렀다.그녀는 유산인 줄 알고 놀라서 혼자 허둥지둥 병원으로 달려갔다.근데 알고 보니 생리였다.의사는 테스트기가 틀릴 가능성도 있으니 임신을 확정하려면 반드시 병원에 와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알고 보니 이 모든 건 오해였다.그녀가 임신하지 않은 것은 기쁜 일이지만 그녀는 한없이 서글프고 괴로웠다.슬프게도 백건에게 시집가는 꿈에서 깨어나야 했다.아이를 빌미로 그와 결혼할 가망이 없어졌다.그녀는 백건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백건이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내 물었지만 답장하지 않았다.일주일 뒤.기업 디자인 부서에서.하현우는 직접 디자인 부서에 와서 남서연을 찾았고 공손히 말했다.“아가씨, 대표님께서 찾으세요.”남서연은 고개를 숙이고 배를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다.“미안해요. 집에 일이 좀 생겨서 시간이 없다고 전해주세요.”남서연은 가방을 들고 어쩔 줄 몰라 하며 사무실을 나섰다.그녀는 아직 백건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생각하지 못했다.백건을 속이고 두 사람이 혼인신고를 한 후에 그에게 진실을 알리려고 했다.그런데 가짜 임신으로 속여서 결혼해야 백건에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슬프기도 했다....대표 사무실.백건은 인터넷에서 임신 기간에 대한 책들을 찾아보고 있었다. 어떻게 임산부를 보살피는지, 산전 검사를 어떻게 하고 어떻게 간호해야 하는지 등등...그때 하현우가 노크했다.남서연인 줄 알았던 백건은 순간 마음이 가라앉아 혼자 온 하현우를 보며 물었다.“서연이는?”“아가씨는 먼저 집에 돌아가셨어요.”백건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천천히 눈을 감고는 마음의 답답함을 달랬다.남서연은 대체 무슨 뜻일까?이미 일주일 동안 그를 피했다.잠시 후 그는 눈을 뜨고 책상 위의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일어섰다.“대표님, 어디 가세요?”백건은 성
유승아는 어쩔 수 없이 쓴웃음을 짓더니 남서연이 가장자리에 앉아 조용히 경청하는 것을 보고 즉시 화제를 돌렸다. “서연아, 촌수로 따지면 네가 건이를 삼촌이라고 부르는데 두 사람 만나게 되면 양쪽 어른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네 작은 엄마가 어떻게 그런 복잡한 관계를 처리하겠어?”남서연은 멍해졌다.그녀가 설명하기도 전에 백건이 버럭 화를 냈다.“지금 내 앞에서 시비를 거는 거야?”유승아는 서둘러 해명했다.“네 친구로서 서연이가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궁금했을 뿐인데 왜 시비를 건다고 말해?”“이건 나와 서연이 일이니까 우리가 알아서 처리할 거야. 너 할 말 끝났으면 돌아가.”유승아는 얼굴의 미소가 점점 사라지고 태도가 진지해졌다. “백건, 비록 우리 연인 사이는 가짜였지만 오랜 우정은 가짜 아니지?”“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친구로서 충고 한마디 하고 싶어. 너와 서연이는 절대 불가능해. 양쪽 어른들께서 동의하지 않을 거야. 괜히 어린 서연이 상처 주지 마.”백건의 안색이 점점 나빠졌다.유승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나 할 말 끝났으니까 돌아갈게. 두 사람 잘 생각해봐.”두 사람 모두 일어나서 유승아를 배웅하지 않았다.문이 심하게 닫혔고 거실이 조용해졌다.남서연과 백건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어색한 듯 고개를 떨구고 중얼거렸다. “승아 언니 말이 맞아요. 양쪽 집안에서 쉽게 동의하지 않을 거예요.”“넌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내 옆에 있겠다고, 나와 결혼하겠다고 동의하면 돼.”남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백건은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키고 잠시 침묵을 삼키더니 물었다.“서연아, 키스해도 돼?”남서연은 이런 문제일 줄은 몰랐다.그녀는 머리가 텅 비었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녀가 멍해 있을 때, 남자는 그녀를 소파에 눕히고 키스를 했다.기습적인 키스에 남서연은 당황스러웠다.두 사람은 아주 오랫동안 키스를 나눴다.저녁 무렵.집
유승아는 조금 경악했다.“서연이도 있었네?”그러자 백건이 물었다.“무슨 일로 찾아왔어?”유승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다음 달 결혼에 대해 아주머니가 너무 재촉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너와 의논하려고 왔어.”남서연은 괜히 애태우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유승아는 남서연을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서연아, 나 건이랑 단둘이 얘기하고 싶은데 너...”남서연은 급히 말했다.“두 분 말씀 나누세요. 전 먼저 가볼게요.”그녀가 말을 마치고 발걸음을 떼기도 전에 백건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너 갈 필요 없어. 여기서 들어.”남서연은 경악했고 유승아는 얼굴이 굳어지며 난처한 태도로 말했다. “건아, 그건 좀 아니지. 우리 두 사람 얘기야. 서연이는 외부인이고.”백건은 엄숙한 태도로 말했다.“외부인이 아니라 내 아내야.”남서연은 깜짝 놀랐고 유승아는 더욱 경악했다.두 사람은 놀란 얼굴로 백건을 바라보았다.생각지도 못한 남자의 말에 남서연은 어리둥절했다.벌써 그의 아내가 되는 건가?유승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두 사람... 만나기로 한 거야?”남서연은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그러자 백건이 또박또박 대답했다.“응. 몇 분 전에 결혼까지 약속했어.”유승아는 억지로 웃음을 짜내며 짐짓 대범한 척 말했다.“축하해.”“소파에 가서 앉아서 말해.”백건은 남서연의 손을 잡고 소파로 다가가 앉았다.유승아도 따라가 앉더니 침울하게 숨을 푹 내쉬었다.“우리 집 쪽 친척들은 이미 청첩장을 받았어. 다들 축하 전화를 걸어오고 있어. 오늘 아주머니께서 특별히 나를 찾아오셔서 결혼식은 반드시 거행될 거라고 하셨어. 어떻게든 너를 잡아서 교회에 묶어둘 테니까 안심하고 너의 신부가 되라고 하셨어.”백건이 되물었다.“넌 어떻게 생각하는데?”유승아는 남서연을 힐끔 쳐다보더니 말했다.“내가 뭘 어떻게 생각해? 오랫동안 네 여자친구였으니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잖아.”백건은 서둘러 남서연을 바라보며 나지
그녀에게 보여줄 수 없는 사진은 무엇일까?여자 사진?남서연은 기분이 가라앉아 말했다.“나 먼저 돌아갈게요.”그러자 백건이 그녀에게 다가갔다.“나랑 같이 집에 가서 어른들께 상황을 설명해 드리자.”“안돼요.”남서연은 긴장감에 못 이겨 안절부절했다.“일단 아직은 안돼요. 내가 먼저 가서 가족들 생각을 알아보고 다시 결정해요.”“어떤 상황이든, 어떤 결과든, 나 혼자 감당할 거니까 내 걱정은 하지 마.”“서두르지 말고 우리 천천히 얘기해요. 내가 우리 가족들 설득하고 오빠는 오빠 가족들 설득해요. 네?”백건은 여전히 변수가 있을까 봐 걱정했다.그러나 너무 성급하게 행동해 남서연을 놀라게 해서 일을 망칠 수는 없었다.“그래. 네 말대로 해.”남서연은 그가 덮은 앨범을 가리키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덤덤하게 물었다.“누구 사진이에요?”백건은 고개를 돌려 협탁을 보더니 마음이 찔려 말했다.“내 사진이야.”그건 백건이 전에 몰래 찍었던 남서연의 사진이었다.결혼 후에만 그녀에게 모든 것을 고백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그가 한 모든 것들이 오랫동안 계획한 거라고 말할 수 없었다.어머니의 강력한 방해를 무릅쓰고 그는 강력한 권한을 동원하여 인사팀을 통해 남서연의 면접을 합격시키고 그녀를 ND에 무사히 입사하게 했다.또 직권을 이용하여 남서연을 데리고 해외 출장을 갔다. 그 목적은 바로 남서연을 가족의 울타리에서 벗어나게 만든 다음 그 기회를 빌려 잠자리를 갖고 그녀를 임신시키는 것이었다.두 차례의 성관계에도 보호조치를 하지 않은 것도 그녀를 임신시키기 위함이었다.그는 감히 남서연에게 말할 수 없었다. 남서연이 그를 비열하다고, 수단이 더럽다고, 파렴치하다고 생각할까 봐 두려웠다.결혼하고 나서 다시 그녀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천천히 용서를 빌어야 했다.남서연은 더 이상 캐묻지 않고 돌아서서 방을 나갔다.백건은 그녀의 뒤를 따라가며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 그녀의 발이 미끄러질까 봐 보호했다. 남서연은 남자가 조심스럽게 자신을 보호하
심장이 두근두근 떨려서 목구멍에서 튀어나올 것 같았다.그녀는 초롱초롱한 큰 눈으로 물끄러미 백건을 바라보며 머리가 하얘졌다.결혼이라는 두 글자가 백건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그녀에게 너무 큰 유혹이었다.그녀가 당황하고 있을 때, 백건은 갑자기 몸을 기울여 왼쪽 무릎을 그녀 앞에 꿇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놀란 그녀는 소파에 붙으며 경악한 채 그를 바라보았다.남자는 한쪽 무릎을 꿇고 그녀의 손을 꽉 잡고 뜨거운 눈빛으로 부드럽게 말했는데 매우 절실해 보였다.“서연아, 나와 결혼해줘. 응?”‘지금 아이를 위해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프러포즈를 한 거야?’남서연은 아주 기뻤지만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괴롭고 불안했다.“두 집안 어른들 모두 찬성하지 않을 거예요.”“너만 원한다면 그런 것들은 전부 내가 알아서 해.”남서연은 차마 배 속의 아이를 다치게 할 수 없었다. 가족 모두가 반대하지 않는다면, 그녀가 오랫동안 짝사랑해 온 남자와 결혼할 수 있는 것도 좋은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었다.현실 생활에서 많은 부부가 선을 보고 결혼하니 먼저 결혼하고 사랑하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결혼 후에 그녀가 잘 보인다면 백건도 그녀를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남서연은 멋진 미래를 상상하며 참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백건은 감격에 겨워 붉어진 눈시울이 순식간에 흠뻑 젖었다. 어지러운 숨결로 소파에 앉더니 남서연을 덥석 품에 끌어안았다.남자의 동작은 절박했고 강렬한 포옹에 그녀는 몸이 아팠다.남서연은 그의 등 뒤에 두 손을 널어놓고 턱을 그의 어깨에 괴고는 물끄러미 천장을 바라보았다.귓가에 남자의 무거운 호흡과 함께 약간 울먹이는 쉰 목소리가 들렸다.“고마워. 서연아. 정말 고마워. 반드시 좋은 남편과 좋은 아빠가 될게. 절대 실망하게 하지 않을게. 최선을 다해서 네게 가장 행복한 미래를 줄게.”남서연은 마치 구름 위를 떠다니는 듯 몽환적이고 아름다웠다.다만, 앞으로 어떻게 가족을 대해야 할까?아이 때문에 결혼하게 되면 백건은 앞으로 후회하지 않을까?
남서연은 고개를 숙이고 슬픈 듯 중얼거렸다.“나 임신했어요.”백건은 심장이 움찔했고 온몸은 걷잡을 수 없이 흥분했다. 그는 제자리에서 거의 뛰기라도 하듯 벌떡 일어났다. 가슴의 흥분을 터뜨리기 위해 미친 듯이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꾹 눌러 참았다.‘서연이가 내 아이를 임신했다고? 나 아빠가 되는 거야? 서연이 아이의 아빠? 이거 지금 꿈 아니지?’그는 갑작스러운 행복을 애써 눌렀다.남서연은 그의 반응에 깜짝 놀라 그를 올려다보니 남자는 주먹을 불끈 쥐고 그녀를 등지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이 남자가 대체 어떤 마음인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그녀와 마찬가지로, 이런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까?그녀처럼 망연자실할까?이미 마음의 준비를 한 남서연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책임지라고 찾아온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다만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에 오빠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서요. 만약 수술하게 되면 나와 함께 가줘요.”백건은 무거운 몽둥이에 얻어맞은 것 같았다.순식간에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그는 재빨리 자리에 앉았다. 얼굴빛은 굳어졌고 말투는 엄숙했다.“뭐? 수술한다고?”남서연은 주눅이 들어 쳐다보며 말했다.“네. 혼전 임신은 안 돼요.”가족들이 만약 그녀가 혼전임신이라는 것을 안다면 반드시 백건을 때려죽일 것이다.숨이 가빠진 백건은 두 손을 꼭 잡았고 엄숙한 말투에 약간의 온기를 더해 부드럽게 달랬다.“서연아, 아이는 포기할 수 없어. 내게 책임질 기회를 줄 수 없어? 나 좋은 아빠가 될게.”남서연은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백건을 바라보며 멍해졌다.그녀의 생각과 달랐다.그녀는 백건이 그녀보다 더 이 아이를 원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아이의 존재가 그를 위험하게 만들 테니까.백건은 긴장된 듯 입술을 오므리고 침을 삼키며 중얼거렸다.“그리고 너만 괜찮다면 나... 좋은 남편이 될 수도 있어.”남자는 주먹을 문지르며 가늘게 떨릴 정도로 긴장했고 호흡이 가빠졌다. 그는 남서연을 똑바로 바라보며 그녀의 시주를 기
남서연은 복잡하고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저예요.”백건은 숨이 거칠고 오랫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으며 말이 막힐 정도로 긴장했다.그는 남서연이 무슨 일로 먼저 전화를 걸었는지 몰라 계속 그녀가 먼저 입을 열기를 기다리고 있다.“지금... 시간 있어요?”남서연이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쭈뼛쭈뼛 물었다.백건이 다급하게 대답했다.“있어.”“잠깐 만나서 얘기할래요?”“좋아.”백건이 곧바로 대답하더니 또 물었다.“어디서 볼래? 데리러 갈게.”남서연이 생각해보니 밖에는 보는 눈이 많아 안전할 것 같지 않았다.“데리러 올 필요 없어요. 내가 오빠 집으로 갈게요. 반 시간이면 도착해요.”“좋아.”남서연은 전화를 끊고 일어서서 마스크를 쓰고 공중화장실을 나섰다.한편, 공항 가는 차에 타고 있던 백건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명령했다.“차 돌려서 집으로 가.”“대표님, 비행기 시간 이미 다 됐어요.”백건은 정색해서 말했다.“이번 행사 취소하고 바로 집으로 가.”하현우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방금 그 전화를 들으니 아마 남서연일 것이다.백건에게 새 시즌 발표회는 취소할 수도 있고 연기할 수도 있고 없어도 되는 일이다.그러나 남서연을 만날 어떤 기회도 그는 놓칠 수 없었다.하현우는 차를 돌려 집으로 돌아갔다....30분 후.남서연은 산 중턱 별장에 와서 막 초인종을 누르려는데 하현우가 이미 입구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가 문을 열고 공손히 인사했다.“서연 아가씨, 안녕하세요. 들어오세요.”남서연은 살짝 놀랐다가 하현우인 걸 발견하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별장으로 걸어 들어갔다.그녀는 경치가 아름다운 화원의 앞마당을 지나 웅장한 큰 집으로 들어갔다.문은 열려 있고 백건은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는 흰색 셔츠에 검은색 정장 바지를 입고 있어 우아하고 멋스러우며 준수한 매력을 자랑했다.남자는 그윽한 눈동자로 남서연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를 다시 만난 남서연은 마음이 혼란스럽고 저도 모르게 긴장했다. 마음속에 토끼 한 마리가 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