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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2화

작가: 무솔레
백건은 남우영이 다가오는 모습을 보고 손에 들고 있던 집게를 건네며 입을 열었다.

“너도 알잖아, 내 팔은 안쪽으로 굽는다는 걸.”

남우영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이렇게 단호하게 거절을 당할 줄은 몰랐다. 정말 최고의 외삼촌이 틀림없었다.

그는 집게를 받아 들고 와규 한 점을 올려 구웠다.

“배고프니?”

백건이 남우영을 바라보며 물었다.

남우영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집사람이 너무 긴장한 것 같아서요. 통 먹지를 못하네요. 제가 좀 구워서 가져다줘야겠어요.”

백건은 앞쪽에 앉아 있는 이다은을 슬쩍 쳐다보았다.

“자신감이 부족한 것 같아 보이네.”

남우영은 간단히 대답했다.

“네.”

백건이 그를 바라보며 이어 말했다.

“혹시 이 여자 때문이야? 그동안 다른 여자들과는 전혀 인연이 없었던 이유가.”

남우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백건은 감탄하듯 말했다.

“너 정말 너희 아버지를 똑 닮았구나, 정말 한결같은 남자야.”

남우영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에이, 그런 외삼촌은 뭐 엄청 자유로운 스타일이신가 봐요? 외삼촌도 예전엔…”

백건은 재빨리 손을 내저으며 남우영의 말을 끊었다.

“그만! 다른 얘기 하자고.”

남우영은 가볍게 웃었다. 괜히 쿨한 척하는 외삼촌에 어이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그는 대화 주제를 바꾸기로 했다.

“서연이 출산 예정일은 언제예요?”

“다음 달이야.”

“그럼 얼마 안 남았군요.”

“응.”

“떨리시나요?”

“그럼, 당연히 떨리지. 아빠가 되는 게 처음이라.”

남우영은 백건 옆으로 다가가 몸을 기울이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외삼촌, 서연이랑 결혼한 거, 사실 속도위반 때문이었죠?”

“아니야.”

남우영은 이어서 말했다.

“비록 해프닝이었지만, 어쨌든 그걸 핑계로 결혼을 결심한 거잖아요.”

백건은 짧게 한숨을 내쉬고 몇 초간 잠시 침묵했다. 그러다 남우영을 옆으로 흘깃 바라보며 말했다.

“넌 이미 네가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에 골인했잖아. 그래 놓고는 뭘 그렇게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거야? 임신 문제는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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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이다은은 불쾌한 기색으로 눈썹을 찌푸리며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나랑 결혼한 이유가 너희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해서였어?”남우영은 당황한 나머지 급히 말했다.“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그럼 대체 뭐야?”그녀는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물었다.“왜 그렇게까지 애를 갖고 싶어 하는데?”“너도 알잖아.”“아니, 난 모르겠는데?”남우영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너 때문에 불안해. 혹시라도 아이가 생기면 네가 날 떠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랬어.”“내가 널 사랑하지 않는다면 애가 한 명이든 열 명이든 결국엔 널 떠나게 되어있어.”말을 맺기가 무섭게 이다은은 단호한 눈빛으로 문을 열고 나가더니 별장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남우영은 황급히 그녀를 따라 달려갔다. 한걸음에 이다은의 손목을 붙잡으며 불안과 초조함이 가득 찬 채로 간절히 물었다.“여전히 나랑 이혼하고 싶은 거지?”이다은은 지쳐 보였다. 그녀는 담담한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남우영, 넌 정말 말이 안 통해.”남우영은 붉어진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 마디 한 마디 힘을 줘 말했다.“왜겠어? 다 너 때문이잖아.”그는 비겁할 정도로 그녀를 붙잡고 싶었다. 어떻게든 이 결혼을, 이 관계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왜 내 탓으로 돌리는 건데?”이다은도 화가 난 듯했다.그녀도 예상하지 못했다. 첫 부부 싸움이, 하필이면 아이 문제 때문일 줄은.남우영은 쓴웃음을 지었다. 눈가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다은아, 네 눈엔 내가 없어. 네 마음이 느껴지질 않아. 사랑이라고 부를 만한 게, 단 하나라도 있긴 해?”그 순간, 이다은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하지만 애써 삼켰다.그녀는 서운함과 분노가 뒤섞인 목소리로 쏘아붙였다.“네가 뭔데 그런 말을 해?”남우영도 더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 목소리가 한층 높아졌다.“정말 사랑이 느껴지지 않으니까!”이다은은 분노에 차 발을 굴렀다.“남우영, 넌 진짜 나쁜 놈이야.”그녀는 두 손으로 그를 밀쳐냈다. 돌아서서 눈물을 훔치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1073화

    그녀는 언제나 주변과 어딘가 동떨어진 느낌을 주었다.파티가 끝난 뒤, 남우영은 이이다은을 태우고 집으로 향했다.차 안에서 남우영은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피곤해?”이다은은 눈을 감은 채 나직이 대답했다.“응, 조금.”“집에 가면 족욕을 준비해 줄게. 마사지도 해주고…”그 말에 이다은은 움찔하며 정신을 차렸다. 순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괜찮아, 정말 괜찮아. 너도 피곤할 텐데, 나까지 신경 쓰지 마.”남우영은 살짝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그래? 나도 족욕하고 싶은데, 네가 해줄래? 마사지도 해줘.”이다은은 순간 얼어붙었다.남우영은 그녀의 당황한 얼굴을 힐긋 바라보며 되물었다.“내가 해주는 건 싫고, 네가 해주는 것도 싫고. 도대체 어쩌라는 거야?”이다은은 입을 삐죽이며 뾰로통하게 중얼거렸다.“그건 네가 힘들까 봐 그런 거지.”“난 하나도 안 힘든데.”이다은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마지못해 말했다.“알겠어, 집에 가면 마사지해 줄게.”남우영은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좋아.”“넌 정말…”이다은은 무언가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남우영은 가볍게 웃고는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우리 가족 말이야, 널 정말 좋아해.”이다은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조용히 말했다.“응, 나도 느꼈어. 사실 내가 어디 특별해서 좋아하시는 게 아니라, 원래 좋은 분들이라서 그런 거야.”남우영은 잠시 침묵했다. 말없이 깊은 생각에 잠긴 듯했다. 차 안의 공기가 조용히 가라앉았다.오랜 침묵 끝에, 남우영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다은아, 우리… 아이를 가져볼래?”이다은은 순간 멍해졌다.치맛자락을 꼭 쥔 손이 살짝 떨려왔다. 설렘과 긴장이 뒤섞인 감정이 밀려왔다.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남우영이 덧붙였다.“아이가 생기면 더 안정감을 느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우리 결혼생활도 더 돈독해질 거고.”그녀는 남우영의 이런 생각이 싫었다.에이스타 그룹에서 그녀의 커리어는 이제 막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1072화

    백건은 남우영이 다가오는 모습을 보고 손에 들고 있던 집게를 건네며 입을 열었다.“너도 알잖아, 내 팔은 안쪽으로 굽는다는 걸.”남우영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이렇게 단호하게 거절을 당할 줄은 몰랐다. 정말 최고의 외삼촌이 틀림없었다.그는 집게를 받아 들고 와규 한 점을 올려 구웠다.“배고프니?”백건이 남우영을 바라보며 물었다.남우영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집사람이 너무 긴장한 것 같아서요. 통 먹지를 못하네요. 제가 좀 구워서 가져다줘야겠어요.”백건은 앞쪽에 앉아 있는 이다은을 슬쩍 쳐다보았다.“자신감이 부족한 것 같아 보이네.”남우영은 간단히 대답했다.“네.”백건이 그를 바라보며 이어 말했다.“혹시 이 여자 때문이야? 그동안 다른 여자들과는 전혀 인연이 없었던 이유가.”남우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백건은 감탄하듯 말했다.“너 정말 너희 아버지를 똑 닮았구나, 정말 한결같은 남자야.”남우영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에이, 그런 외삼촌은 뭐 엄청 자유로운 스타일이신가 봐요? 외삼촌도 예전엔…”백건은 재빨리 손을 내저으며 남우영의 말을 끊었다.“그만! 다른 얘기 하자고.”남우영은 가볍게 웃었다. 괜히 쿨한 척하는 외삼촌에 어이가 없었다.어쩔 수 없이 그는 대화 주제를 바꾸기로 했다.“서연이 출산 예정일은 언제예요?”“다음 달이야.”“그럼 얼마 안 남았군요.”“응.”“떨리시나요?”“그럼, 당연히 떨리지. 아빠가 되는 게 처음이라.”남우영은 백건 옆으로 다가가 몸을 기울이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외삼촌, 서연이랑 결혼한 거, 사실 속도위반 때문이었죠?”“아니야.”남우영은 이어서 말했다.“비록 해프닝이었지만, 어쨌든 그걸 핑계로 결혼을 결심한 거잖아요.”백건은 짧게 한숨을 내쉬고 몇 초간 잠시 침묵했다. 그러다 남우영을 옆으로 흘깃 바라보며 말했다.“넌 이미 네가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에 골인했잖아. 그래 놓고는 뭘 그렇게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거야? 임신 문제는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두는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1071화

    그녀를 맞이하기 위해 남씨 가문은 온 마음을 다해 준비했다. 가족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였고, 그녀를 위한 환영 파티까지 열렸다.정원에는 세련된 정장을 갖춰 입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진수성찬과 좋은 술이 차려져 있었다. 한쪽에서는 피아니스트가 우아한 선율을 연주하고 있었으며, 정원의 장식에도 그녀를 환영하는 문구가 걸려 있었다.이다은은 남우영의 손을 꼭 잡고 서 있었다. 잔뜩 긴장한 채, 어색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그가 소개하는 가족들을 하나하나 마주했다.마지막에는 얼굴이 뒤섞여 보이기 시작했다. 너무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다가와, 누가 누구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그때, 남우영이 그녀의 귓가에 부드럽게 속삭였다.“걱정 마, 우리 가족은 다 좋은 사람들이야. 다들 널 마음에 들어 할 거야.”이다은도 느낄 수 있었다.이런 계층의 사람들을 직접 마주해보니 알 수 있었다. 돈 많고 권력이 있는,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오히려 품격이 있었다.그들은 TV나 영화 속 부유층처럼 속물적이지 않았다. 누군가를 높이고 낮추며 서열을 매기는 태도도 없었고, 그녀의 출신이나 학력을 문제 삼는 시선도 존재하지 않았다.그녀가 들은 것은 오직 따뜻한 칭찬뿐. 모두가 그녀의 장점만을 이야기했다.특히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그녀를 유난히 마음에 들어 했다.그리고 이 집안에서 가장 사랑받는 손녀인 남서연 또한 그녀를 반겼다.그녀가 특별해서가 아니었다. 남우영이 선택한 사람이기 때문이었다.그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남씨 가문의 모든 이가 자연스레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당연한 듯했다.“새언니, 그거 알고 계세요?”남서연은 둥그렇게 부른 배를 가만히 감싸며 투덜거렸다.“오빠가 예전에 그랬어요. 세상에서 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은 언제나 저라고요.”이다은은 잔잔한 미소를 머금었다.남서연은 눈을 가늘게 뜨며 남우영을 힐끗 쳐다보았다.“근데 말이죠, 오빠가 결혼한 이후로 제 위치가 완전 바닥으로 곤두박질쳤어요. 이젠 두 번째 손가락에도 못 낀다니까요.”이다은은 의아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1070화

    이다은은 황급히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 내가 본 건 공아영 씨였어.”“너한테 뭐라고 했는데?”이다은은 안도의 숨을 내쉬더니 얼굴에 한줄기 미소가 번졌다.“뭐, 그냥 오해할만한 애매한 말들을 했지”남우영은 그녀의 희고 부드러운 손을 어루만지며 천천히 말했다.“그러니까, 분명 신경 쓰면서도 내게 말하지 않은 거야?”이다은이 마음이 켕겨 침묵했다.“우리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명색에 부부야. 너도 그때 좋은 남자를 만나 안정된 삶을 살기 위해 맞선을 본 거 아니었어? 성급히 결혼하던 그때 그 자신감은 다 어디로 갔어?”이다은은 씁쓸하게 웃었다.“난 나와 조건이 비슷한 남자를 고르고 싶었는데 신데렐라가 될 줄이야.”“사람이 더 나은 삶을 사는 건 좋은 거 아니야?”“당연히 좋지.”이다은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남우영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애정을 가득 담고 있었지만 유감이 깃들어 있었다.그녀는 남우영이 갑자기 왜 이렇게 자신을 쳐다보는지 몰랐다.남우영은 숨을 푹 내쉬더니 한 손으로 이다은의 어깨를 잡고 그녀를 품으로 꼭 껴안았다.남자에게 안긴 이다은의 호흡에는 남자의 온몸에서 흐르는 좋은 향기가 가득했다.그는 더욱 꽉 껴안고 여자의 어깨에 머리를 묻고 마치 상처를 입은 사자처럼 위로를 구했다.이다은은 갑자기 분위기가 왜 이렇게 가라앉았는지 몰랐다.손으로 그의 허리를 안고 몸으로 그의 두터운 가슴을 맞대고 있었다.시간이 1분 1초 지나갔지만 남우영은 놓을 생각이 없었고 더욱 꽉 껴안아 그녀의 연약한 목살 안으로 볼을 비볐다.이다은은 그의 뜨거운 호흡에 목이 간지럽고, 말하고 싶어도 말하기 민망하고, 자신의 말이 분위기를 방해할까 봐 두려웠다.달빛이 짙어지자 이다은은 희미하게 남우영의 잠긴 목소리를 들었다.“다은아, 너 나 좋아해?”이다은은 순간 멍해졌다.남우영은 눈을 질끈 감고 계속 중얼거리는 말투에는 비굴한 간청이 가득했다.“난 정말 너를 사랑해. 그러니까 나를 조금이라도 좋아해 주면 안 될까?”이다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1069화

    이다은은 고개만 끄덕일 뿐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그녀는 심적으로 지치고 피곤이 몰려왔다.어쩌면, 이것이 그녀가 재벌가에 뛰어든 대가일지도 모른다.“왜 그래?”남우영이 걱정스럽게 물었다.이다은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굳은 미소를 지었다.“아니야.”말을 마친 그녀는 전화를 끊었고 남우영은 제자리에서 멍해졌다.그녀는 평소 괜찮은 듯 보였지만 항상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남우영은 그녀의 부담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가정에 녹아들지 못하고, 그에게도 진심을 전하지 못하고 항상 거리감이 느껴졌다.남우영은 생각할수록 이상해져 휴대전화를 꺼내 공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무슨 일이야?”공지훈이 묻자 남우영은 베란다로 걸어가서 물었다.“오늘 우리 집에 물건 가지러 네가 갔었어?”“아닌데 왜?”“그럼 누가 갔어?”남우영이 긴장하며 물었다.“아영이가 갔어. 내가 오늘 너희 집에 가는 걸 알고 기어코 자기가 가겠다면서 열쇠를 뺏어갔어.”남우영은 어이가 없어서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무슨 일인데 그래? 아영이랑 무슨 불쾌한 일이라도 있은 말투네?”남우영은 한 손으로 허리를 짚고 분노했다.“내가 아니라 내 마누라가 네 여동생을 봤어.”공지훈은 경악했다.“뭐? 네 마누라? 너 결혼했어? 언제?”“말하자면 길어. 시간 있으면 다시 설명할게. 먼저 끊을게.”“잠깐. 뭐가 그리 급해. 얼른 얘기해봐.”“끊는다.”남우영은 말을 마치고 즉시통화를 중단했다.지금 그는 이다은이 오해했을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남우영은 집안을 샅샅이 뒤졌지만 이다은의 모습을 찾지 못했다.그는 황급히 휴대전화를 꺼내 이다은에게 전화를 걸었다.휴대폰이 캐비닛 위에 놓여 있고 벨이 울리지만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남우영은 정원을 나와 사방을 둘러보았다.과연 정자 쪽에서 이다은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의자에 앉아 조용히 조명 아래의 꽃을 보고 있었다.휘영청 밝은 달빛 아래, 정원의 불빛이 아련하고 아름답고 맑은 바람이 서서히 불어왔다.이다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1068화

    사무실에서 동료들은 이다은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었고 상사는 그녀의 실력을 인정하기 시작했으며 일은 점점 순조로워졌다.하지만 가정은... 이다은은 한마디로 말할 수 없는 느낌이 들었다.행복하다면 행복했다.남우영은 그녀에게 정말 친절하고 다정하게 잘 해주었다.그러나 그녀의 부모님은 줄곧 그녀의 결혼을 좋게 보지 않았고 늘상 이것저것 걱정했다.그리고 그 조금 유명한 인플루언서 공아영은 최근에 남우영과 점점 더 많이 연락하고 있었다.거의 매일 남우영에게 전화했다.남우영의 말을 들어보면 두 사람은 아마 공적인 일을 말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남우영과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를 더 좋아하게 되고, 좋아할수록 더 신경이 쓰였다.신경 쓸수록 그녀는 더욱 고통스러워졌다.그녀는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만약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남우영을 사랑하게 된다면 앞으로 이혼할 때 얼마나 고통스러울까?이다은은 생각만 해도 괴로웠다.저녁 무렵.남우영은 야근을 했고 이다은은 혼자 기사의 차에 앉아 집에 돌아왔다.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집안에 외부인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긴장하며 거실을 바라보았다.화려하고 세련된 옷차림을 한 여자가 작은 봉지를 들고 걸어 나왔다.이다은은 멍하니 서서 움직이지 않고 앞에 있는 익숙한 여자, 공아영을 바라보았다.“그쪽이 남우영이 성급하게 결혼한 아내예요?”공아영은 아주 담담한 눈빛으로 이다은을 위아래로 바라보며 약간 무시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난 우영이 친구예요. 전에 두고 간 물건 가지러 왔어요.”이다은은 불쾌하게 물었다.“그게 뭐죠?”공아영은 들고 있던 봉지를 가리키며 덤덤하게 말했다.“전에 여기 남겨뒀던 속옷과 일용품인데, 확인해 볼래요?”이다은은 들어오자마자 온몸이 저렸다.그녀는 주먹을 불끈 쥐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공아영은 환하게 웃으며 이다은의 곁으로 가서 그녀의 옆 캐비닛 위에 방문 열쇠를 놓았다.“열쇠는 돌려줄게요.”이다은은 그녀가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1067화

    이다은은 목을 축이고 얼른 말했다.“괜찮아요. 두 분 일이 중요하죠. 우리는 언제든 만날 수 있잖아요.”“네 부모님을 바꿔줘. 내가 직접 사과해야겠어.”이다은은 크게 당황했다.“괜찮아요. 정말 사과할 필요 없으세요. 제가 잘 말씀드릴게요. 이해하실 거예요.”“그래도 그건 좀 아니지.”이다은은 감히 신분과 지위가 높은 시어머니가 자기 부모에게 사과하게 할 수 없었다.분명 그들의 잘못이었다.그들의 실수로 부모님에게 약속 시간을 미리 알리지 않아 세 시간이나 늦었다.이미 충분히 미안한데 어떻게 시어머니가 그녀 부모님께 사과하게 할 수 있을까?이다은이 위로했다.“정말 괜찮아요.”정안은 서둘러 떠나느라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마디 보탰다.“다음에 우리가 꼭 직접 찾아뵐게.”이다은은 감히 많은 말을 하지 못했고 통화를 끊고 남우영을 바라보았다.남우영도 아버지가 보낸 메시지를 보았다.[상부에서 임무가 내려와서 반드시 돌아가야 해. 약속을 어겨서 정말 죄송하다고 네 장인장모께 전해. 다음에 직접 찾아뵙고 정식으로 사과할게.]남우영은 아버지의 상부가 바로 나라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휴가가 끝나기도 전에 돌아오라고 이렇게 서두르는 걸 보면 분명 나라의 큰일일 것이다.남우영은 이해하지만 그의 장인, 장모가 이해할지는 알 수 없었다.이다은은 뒷좌석의 부모를 돌아보며 말했다.“시부모님께서 상부로부터 국경으로 돌아오라는 명령을 받아서 오늘 만남은 취소됐어요. 어머님께서 다음에 직접 두 분을 찾아가 사과하고 싶대요.”이적과 김연아는 서로 눈이 마주치며 감출 수 없는 상실감이 가득했다.하지만 두 사람은 아무런 불평도 하지 못한 채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김연아는 거친 손으로 새 옷을 만지며 눈빛이 더욱 쓸쓸해졌다.김연아와 이적은 이것이 사돈이 그들에게 보여주는 위압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들은 이해하고 기꺼이 받아들였다.다만 이렇게 비싼 옷과 선물이 아쉬울 뿐이었다.몇 년 동안 저축한 돈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언제 이 선물을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1066화

    양가 부모님이 만나는 날은 바로 다음 날로 정했다.이적과 김연아는 이 만남을 아주 중요시하고 또 두려워했다.아침 일찍 일어나자마자 모든 저축을 꺼내 선물을 사려고 했다.간단한 선물은 장군과 장군 부인이 마음에 들지 않으리라 생각해 이리저리 고르다가 가장 비싼 보양품을 골랐다.몇백만 원짜리 제비집, 그리고 인삼, 녹용 등 몇 가지 비싼 약재를 샀다.그들은 또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손질하고 자신들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옷과 신발을 샀다.정오가 되어서야 그들은 집으로 돌아왔다.남우영과 이다은은 그들을 찾느라 거의 미칠 지경이었다.그들이 새 옷을 입고, 멋진 헤어스타일을 하고, 값비싼 약재 선물 세트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보는 순간 두 사람은 눈이 휘둥그레졌다.남우영은 이미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데려왔고 몇 벌의 새 옷과 선물들을 준비해 놓았다.그런데 그들은 나가서 직접 준비하고 돌아왔다.“엄마, 아빠, 우영이가 준비하겠다고 말했잖아요? 근데 아침 일찍부터 휴대폰도 안 들고 나가서 이제 돌아와요? 대체 뭐 하는 거예요?”이적은 황급히 휴대전화를 꺼냈다.“나 갖고 나갔어!”꺼내고 보니 전원은 꺼져 있었다.아마 어젯밤 너무 긴장해서 충전하는 것을 잊은 모양이었다.남우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둘러 선물을 차에 실었다.“이제 가시죠.”남우영은 어젯밤에 식사를 아침 10시로 예약했다.8시에 일어나 한 시간 동안 준비하고 9시에 출발하면 10시에 안성에 도착하여 부모님과 만날 생각이었다.그런데 이적과 김연아가 아침 6시에 집을 나갔고 연락이 두절되었다.남하준과 정안이 호텔에서 두 시간을 기다려서야 그들이 출발했다.차로 한 시간 거리였으니 이건 남하준과 정안이 계속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었다.남우영은 전화해서 사과했고 정안은 괜찮다며, 천천히 와도 된다고 위로했다.이다은은 너무 미안하고 죄책감을 느꼈다.그녀 부모님의 무지와 지체 때문에 시부모님의 소중한 시간을 낭비했다.한 나라의 장군과 과학자에게 시간은 정말 소중하지만 사돈을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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