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 동료들은 이다은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었고 상사는 그녀의 실력을 인정하기 시작했으며 일은 점점 순조로워졌다.하지만 가정은... 이다은은 한마디로 말할 수 없는 느낌이 들었다.행복하다면 행복했다.남우영은 그녀에게 정말 친절하고 다정하게 잘 해주었다.그러나 그녀의 부모님은 줄곧 그녀의 결혼을 좋게 보지 않았고 늘상 이것저것 걱정했다.그리고 그 조금 유명한 인플루언서 공아영은 최근에 남우영과 점점 더 많이 연락하고 있었다.거의 매일 남우영에게 전화했다.남우영의 말을 들어보면 두 사람은 아마 공적인 일을 말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남우영과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를 더 좋아하게 되고, 좋아할수록 더 신경이 쓰였다.신경 쓸수록 그녀는 더욱 고통스러워졌다.그녀는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만약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남우영을 사랑하게 된다면 앞으로 이혼할 때 얼마나 고통스러울까?이다은은 생각만 해도 괴로웠다.저녁 무렵.남우영은 야근을 했고 이다은은 혼자 기사의 차에 앉아 집에 돌아왔다.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집안에 외부인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긴장하며 거실을 바라보았다.화려하고 세련된 옷차림을 한 여자가 작은 봉지를 들고 걸어 나왔다.이다은은 멍하니 서서 움직이지 않고 앞에 있는 익숙한 여자, 공아영을 바라보았다.“그쪽이 남우영이 성급하게 결혼한 아내예요?”공아영은 아주 담담한 눈빛으로 이다은을 위아래로 바라보며 약간 무시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난 우영이 친구예요. 전에 두고 간 물건 가지러 왔어요.”이다은은 불쾌하게 물었다.“그게 뭐죠?”공아영은 들고 있던 봉지를 가리키며 덤덤하게 말했다.“전에 여기 남겨뒀던 속옷과 일용품인데, 확인해 볼래요?”이다은은 들어오자마자 온몸이 저렸다.그녀는 주먹을 불끈 쥐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공아영은 환하게 웃으며 이다은의 곁으로 가서 그녀의 옆 캐비닛 위에 방문 열쇠를 놓았다.“열쇠는 돌려줄게요.”이다은은 그녀가
이다은은 고개만 끄덕일 뿐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그녀는 심적으로 지치고 피곤이 몰려왔다.어쩌면, 이것이 그녀가 재벌가에 뛰어든 대가일지도 모른다.“왜 그래?”남우영이 걱정스럽게 물었다.이다은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굳은 미소를 지었다.“아니야.”말을 마친 그녀는 전화를 끊었고 남우영은 제자리에서 멍해졌다.그녀는 평소 괜찮은 듯 보였지만 항상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남우영은 그녀의 부담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가정에 녹아들지 못하고, 그에게도 진심을 전하지 못하고 항상 거리감이 느껴졌다.남우영은 생각할수록 이상해져 휴대전화를 꺼내 공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무슨 일이야?”공지훈이 묻자 남우영은 베란다로 걸어가서 물었다.“오늘 우리 집에 물건 가지러 네가 갔었어?”“아닌데 왜?”“그럼 누가 갔어?”남우영이 긴장하며 물었다.“아영이가 갔어. 내가 오늘 너희 집에 가는 걸 알고 기어코 자기가 가겠다면서 열쇠를 뺏어갔어.”남우영은 어이가 없어서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무슨 일인데 그래? 아영이랑 무슨 불쾌한 일이라도 있은 말투네?”남우영은 한 손으로 허리를 짚고 분노했다.“내가 아니라 내 마누라가 네 여동생을 봤어.”공지훈은 경악했다.“뭐? 네 마누라? 너 결혼했어? 언제?”“말하자면 길어. 시간 있으면 다시 설명할게. 먼저 끊을게.”“잠깐. 뭐가 그리 급해. 얼른 얘기해봐.”“끊는다.”남우영은 말을 마치고 즉시통화를 중단했다.지금 그는 이다은이 오해했을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남우영은 집안을 샅샅이 뒤졌지만 이다은의 모습을 찾지 못했다.그는 황급히 휴대전화를 꺼내 이다은에게 전화를 걸었다.휴대폰이 캐비닛 위에 놓여 있고 벨이 울리지만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남우영은 정원을 나와 사방을 둘러보았다.과연 정자 쪽에서 이다은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의자에 앉아 조용히 조명 아래의 꽃을 보고 있었다.휘영청 밝은 달빛 아래, 정원의 불빛이 아련하고 아름답고 맑은 바람이 서서히 불어왔다.이다
M국, 변경.서다인은 꿈에도 예상치 못했다. 친오빠라는 자가 도박 빚을 갚기 위해 그녀를 2천만 원에 팔아버렸다!이 암담한 사기 센터에는 전화 사기, 인신매매, 장기매매, 구타와 학대가 매일 발생하고 있다. 이곳은 사람을 풀 베듯 함부로 죽이는 곳이다.서다인은 수려한 미모를 지녀 범죄자들에게 강제로 이끌려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있다.그녀는 죽을지언정 필사적으로 반항하여 혹독하게 두들겨 맞아 옷이 갈기갈기 찢어졌고 몸에 온통 상처투성이였다.서다인은 고통과 두려움에 휩싸여 절망의 끝자락에 놓였을 때 문득 남편 남하준이 떠올랐다.“제발 저 건드리지 마세요. 우리 남편더러 돈 보내오라고 할게요... 얼마든지 다 드릴 수 있어요.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그녀는 울먹이며 애원했다. 이건 최후의 몸부림이나 다름없다.금전 갈취는 그들의 업무 중 하나이다.앞장선 김호영이 화색을 띠며 서다인을 두들겨 패는 부하들을 멈춰 세우고 재빨리 그녀에게 휴대폰을 건넸다.“네 남편에게 40억 가져오라고 전해! 10원 한 장이라도 모자라기만 해봐. 그땐 여기 있는 우리 애들을 네가 전부 먹여 살려야 할 거야. 몸을 팔아서 손님들 돈을 벌어와야 한다고, 알아들었어?”서다인은 온몸에 소름이 쫙 돋고 겁에 질려 눈동자가 흔들렸다.짝사랑한 지 3년, 혼인 신고한 지 1개월이 지났지만 단 하루도 함께 지내지 않은 그녀의 남편이 진짜 40억을 내놓으며 그녀를 구할까?“알았어요.”서다인은 무기력하게 대답한 후 남하준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건 마지막 동아줄이다. 그녀의 생사가 걸린 마지막 전화 한 통이다.전화가 연결되자 수화기 너머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 누구세요?”그 순간 서다인은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진 것처럼 눈앞이 캄캄하고 마음이 텅 비었다.그녀는 아픈 몸을 이끌고 자리에서 일어나 초조하게 말했다.“저는 남하준 씨 아내 서다인이에요. 실례지만 남하준 씨 바꿔줄 수 있나요?”전화기 너머로 여자가 담담하게 말했다.“오빠 지금 낮잠 자고 있어요. 용건
국가의 안위를 위해 침략자를 몰아내며 피로 물든 전쟁을 이어가면서도 두려운 기색은 추호도 없었다.남하준은 중동 내부전쟁에 참가한 군사의 왕이고 위기에 처한 이 나라를 구한 영웅이며 가장 참혹한 전쟁에서 포위를 뚫은 신과 같은 존재인데 눈앞에 있는 연약한 여자가 그의 아내라니, 이건 당최 말이 안 되는 일이다.김호영은 못마땅하다는 듯이 부하를 타일렀다.“걱정들 붙들어 매. 남하준이 어떤 사람이야? 권력이 하늘을 찌르고 단지 이름 석 자만으로도 사람을 간담이 서늘해지게 하는데 그런 사람의 아내를 누가 감히 팔겠어? 내가 알기로 남하준은 아직 미혼이야. 아마 동명이인일 거야. 이년 남편한테 계속 연락해서 40억 갖고 오라고 해!”남자들은 계속 남하준에게 연락했다.서다인은 마음이 재가 되어 구석에 털썩 주저앉아 절망감에 휩싸인 채 두 눈을 질끈 감았다.얼마나 지났을까.귀가 쩌렁쩌렁 울리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콰당!”대지가 흔들릴 정도의 폭격 소리였다.서다인은 화들짝 놀라며 두 눈을 떴다.방에서 한창 카드놀이를 하며 서다인의 몸값을 기다리던 남자들이 식겁하여 넋을 놓았다.밖에 있던 부하들도 공포에 휩싸여 큰소리로 외쳤다.“보스, 큰일 났어요. 우리 대문이 폭발해버렸어요.”“폭발?”김호영은 겁에 질렸다.“누구 짓이야?”“그게... 군전 그룹 사람들이에요. 어마어마한 군부대가 거침없이 쳐들어와 우리 센터를 포위해버렸어요.”부하는 상공을 가리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전투기 헬리콥터도 두 대 더 있어요...”“필레 전쟁에 참여한 군전 그룹을 말하는 거야? 우린 이젠 뒈졌어!”이때 김호영이 가녀린 체구의 서다인을 잡아당기며 일그러진 표정으로 윽박질렀다.“네 남편이 정말 군전 그룹 수장 남하준이야?”서다인은 무기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김호영은 순간 미친 듯이 후회가 밀려왔다. 그는 서다인에게 총을 겨눈 채 밖으로 나갔다.사기 센터 밖에는 수십 대의 무장 차량이 이곳을 가지런히 에워쌌다.수백 명의 건장한 무장 병사가 강렬한
김호영은 겁에 질려 몸을 벌벌 떨며 끝까지 협박했다.“그럼 도련님 아내분과 함께 죽을 겁니다.”남하준은 살인에 늘 단호한 법이다. 그 누구에게도 협박당해보지 못한 그였기에 두 눈에 살기가 스쳤다!별안간 일곱 발의 탄알이 폭발하는 소리가 서다인의 고막을 울렸다.그녀는 몸을 움찔거리더니 온몸에 피가 굳은 듯 제자리에 경직되어서 두 눈만 질끈 감고 있었다.잔인한 참살이 이뤄지고 선홍빛 핏물이 창백한 그녀의 얼굴에 튀었다.이 순간 그녀가 남하준의 아내란 신분은 단지 우스갯소리에 불과했다. 이토록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니!남하준이 구한 건 그녀가 아니라 사기 센터에 갇힌 수천 명의 피해자였으니 실수로 그녀를 죽여도 전혀 괜찮겠지?!서다인은 한없이 연약한 몸으로 이런 충격을 견디지 못해 비통한 슬픔에 젖은 채 바닥에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군전 그룹 본사.M국 최대 규모의 무기 생산 기지이자 삼엄한 경계를 이룬 국영 병기 공장.“안돼...”악몽에서 놀라 깬 서다인은 땀에 흠뻑 젖어서 두 눈을 부릅떴다.그녀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의식이 흐트러진 채 사방을 둘러보다가 침대 맡에 서 있는 여자에게 시선이 멈췄다. 의학의 힘을 빌린 정교한 이목구비는 마치 인형 같았고 요염함 속에 은은한 청순함이 돋보였다.여자의 손에 쥔 쟁반에는 온수 한 잔과 전복죽 한 그릇이 놓여 있었다.“깼어? 오빠가 먹을 것 좀 가져다주라길래.”백하린이 차분한 말투로 말했다.“고마워요.”서다인은 친절하게 고마움을 표하고는 나른한 몸을 이끌고 겨우 침대에 일어나 앉았다.그녀는 종일 물 한 방울도 안 마셔서 지금 허기지고 온몸에 기운이 쫙 빠졌다.백하린은 입꼬리를 씩 올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나더러 네게 음식을 갖다 주라고 하긴 했지. 근데 아쉽게도 네가 대접받을 급은 아니잖아.”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백하린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수중의 음식을 바닥에 내던지고 본인도 잇따라 주저앉았다.물건이 깨지는 요란한 소리가 문밖까지 울려 퍼졌다. 백하린은 울먹이는 목
남하준이 한없이 차가운 눈길로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그 순간 뼈가 시릴 정도로 한기가 감돌았다. 남하준은 진중하면서도 냉담한 말투로 그녀에게 물었다.“무슨 뜻이지?”서다인은 굳건한 표정으로 그를 빤히 쳐다봤다.“우리 이혼해요.”그녀는 이 남자를 3년 동안 짝사랑하며 바라는 건 단 하나, 순수한 결혼생활뿐이었다.이젠 이 혼인 관계가 더는 순수하지 않으니 그녀도 굳이 타협하며 눈 감고 살아갈 필요가 없다.남하준은 서늘한 눈빛에 표정이 일그러졌다.뒤에 서 있던 비서실장 류청이 언짢은 말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름, 서다인, 나이 25세, M국 안성시 출신,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에 가정폭력 성향이 있고 어머니와 오빠는 도박에 빠져 빚이 산더미입니다.”서다인은 놀란 눈길로 류청을 쳐다봤다.류청은 거리낌 없이 계속 말을 보탰다.“서다인 씨는 중학교 3학년 때 중퇴하고 인터넷으로 만난 남자에게 사기를 당하여 유흥업소에서 몇 년 동안 아가씨로 몸담아왔습니다. 20살 때 해외에 있는 80세 노인에게 시집갔는데 2년도 안 돼 과부가 되었고 재산은 한 푼 상속받지 못했습니다.”“다인 씨는 기껏해야 초등학교 학력이고 이 몇 년 동안 아무런 성과도 이루지 못했습니다. 인간관계가 문란하고 복잡하며 성매매로 두 번 잡히고 성형을 15번 했습니다. 성병 치료 세 번에 알려진 남자친구만 32명입니다. 최대 5명까지 동시에 사귀었고 원나잇 상대는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3년 전에 M국으로 돌아와 일부러 어르신을 가까이하며 환심을 사려고 온갖 수단을 다 동원했죠. 그러다 결국 재벌가인 남씨 일가에 시집와서 도련님의 아내로 거듭났습니다.”서다인은 자신의 과거를 듣고 있자니 등골이 오싹해서 식은땀이 나고 머리가 곤두섰다.화려한 과거사에 그녀도 실로 놀라울 따름이었다.류청은 서다인의 신상정보와 과거의 흑역사를 적나라하게 캐내며 야유 조로 말했다.“서다인 씨 같은 사람이 도련님의 아내로 사는 건 하늘이 내린 축복이나 다름없는데 대체 무슨 염치로 이혼을 논하는
남하준은 아찔하고도 강렬한 수컷의 기운을 내뿜었다.“감히 날 협박해?”서다인은 그의 압도적인 기세에 숨이 막혀 질식할 것만 같았다. 그녀는 불안감에 떨며 조심스럽게 말했다.“제발 사람 강요하지 말아요.”남하준은 싸늘하고도 한없이 짙은 두 눈동자를 반짝이며 그녀의 얼굴을 담담하게 쳐다봤다.매끄럽고 탱탱한 피부 결과 또렷한 이목구비, 작고 동그란 얼굴은 젖살이 채 빠지지 않아 귀엽고 앙증맞을 따름이었다.그녀의 예쁘장한 얼굴은 백하린의 어릴 때 모습을 조금 닮아 있었다.남하준은 넋 놓고 바라보다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눈썹을 살짝 들썩거렸다.“네가 그 여자 어릴 때 모습이랑 비슷해지려고 갖은 수단을 부렸나 봐? 이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겠어. 이래서 할머니가 널 그렇게 좋아하셨구나.”그 여자 어릴 때 모습이라니?남하준이 말한 ‘그 여자’는 대체 누구일까?서다인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남하준이 침착하게 대답했다.“알았어, 네 요구 들어줄게.”그는 이 말만 남긴 채 부하를 데리고 방을 나섰다.그 순간 서다인은 어안이 벙벙했다.어떤 요구를 들어준다는 말이지?이혼 아니면 부부로서 잘 지내는 거?...밤이 깊어지고 청량한 바람이 불어왔다.류청이 저녁밥을 방 문 앞까지 가져왔고 서다인은 식사를 마친 후 방 안에서 병법에 관한 서적을 한 권 찾아내 흥미진진하게 새벽까지 책을 읽었다.피곤이 몰려오자 그제야 씻으러 들어갔다.욕실에서 30분을 씻은 후 갈아입을 옷이 없어 몸에 걸쳤던 때 묻은 옷을 깨끗이 빨아서 욕실 창문 밖에 내걸어놓고는 샤워가운을 두르고 밖으로 나왔다.별안간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그녀는 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라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남하준이 막 상의를 벗고 튼실한 몸매를 드러내며 버젓이 방에 나타난 것이다.건강한 피부색과 탄탄한 근육, 군살 하나 없는 완벽한 몸매에 간간이 옛 상처가 보여 남자의 매력이 더 물씬 풍겼다. 말 그대로 상남자였다.남하준이 상의 탈의한 채로 화끈한 몸매를 드러내며 그
남하준은 어두운 표정으로 정색하며 물었다.“이 남하준의 아내가 바닥에서 잔다고? 지금 누굴 능멸하는 거야?”막강한 남성호르몬과 아찔함 속에 스친 무언의 압박감에 서다인은 곧 질식할 것만 같았다.그녀는 복잡한 마음을 추스르며 잔뜩 긴장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는 그저... 하준 씨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니 우리가 함께... 함께 자는 게 마땅치 못하다고 생각했어요.”남하준은 눈썹을 치키며 입꼬리를 말아 올려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난 너한테 아무 감정 없어. 네가 발가벗고 내 앞에서 춤춘다 해도 쳐다보지 않을 거고 터치할 일은 더더욱 없어.”서다인은 자존심이 와르르 무너지고 가슴 깊숙이 있는 가장 연약한 곳을 찔린 듯 숨이 턱턱 막혔다.반박하고 싶었지만 목이 불에 타듯 따가웠고 입만 열면 이 서러운 감정이 한꺼번에 분출될까 봐 두려웠다.그녀의 맑고 영롱한 눈동자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서다인은 결국 아랫입술을 꼭 깨물고 침묵했다.그녀의 아름다운 눈동자에 수정처럼 맑은 눈물이 고인 순간 남하준은 무언가에 홀린 듯 잠시 넋을 놓았다.이어서 그는 옆자리에 등지고 누워 차갑게 명령했다.“불 끄고 이만 자.”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방 안의 조명이 어두워졌다.서다인은 칠흑같이 어두운 방 안을 쳐다보며 마음이 가라앉을 것만 같았다.그녀는 자세를 다잡고 편하게 누웠다.커다란 더블침대에 두 남녀는 각자 침대 양옆에 눕고 중간에 아주 넓은 거리를 두었다.이날 밤 서다인은 좀처럼 잠들지 못했다.새벽에 너무 피곤한 나머지 끝내 참지 못하고 스르륵 잠들었다.다음 날 이른 아침, 그녀는 벨 소리에 놀라서 깼다.비스듬히 눈을 뜨니 남하준이 멋진 검은색 군복 세트를 차려입고 위풍당당한 기운이 저절로 차 넘쳤다.이런 게 아마도 한 사람을 짝사랑하는 자의 마음가짐이겠지. 그가 나타난 곳마다 눈부신 아우라가 풍기는 그런 느낌.남하준이 전화를 받고 목소리를 낮췄다.“좋은 아침, 하린아, 무슨 일이야?”서다인은 백하린이 뭐라 말하는지 모르지만 남하
이다은은 고개만 끄덕일 뿐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그녀는 심적으로 지치고 피곤이 몰려왔다.어쩌면, 이것이 그녀가 재벌가에 뛰어든 대가일지도 모른다.“왜 그래?”남우영이 걱정스럽게 물었다.이다은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굳은 미소를 지었다.“아니야.”말을 마친 그녀는 전화를 끊었고 남우영은 제자리에서 멍해졌다.그녀는 평소 괜찮은 듯 보였지만 항상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남우영은 그녀의 부담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가정에 녹아들지 못하고, 그에게도 진심을 전하지 못하고 항상 거리감이 느껴졌다.남우영은 생각할수록 이상해져 휴대전화를 꺼내 공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무슨 일이야?”공지훈이 묻자 남우영은 베란다로 걸어가서 물었다.“오늘 우리 집에 물건 가지러 네가 갔었어?”“아닌데 왜?”“그럼 누가 갔어?”남우영이 긴장하며 물었다.“아영이가 갔어. 내가 오늘 너희 집에 가는 걸 알고 기어코 자기가 가겠다면서 열쇠를 뺏어갔어.”남우영은 어이가 없어서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무슨 일인데 그래? 아영이랑 무슨 불쾌한 일이라도 있은 말투네?”남우영은 한 손으로 허리를 짚고 분노했다.“내가 아니라 내 마누라가 네 여동생을 봤어.”공지훈은 경악했다.“뭐? 네 마누라? 너 결혼했어? 언제?”“말하자면 길어. 시간 있으면 다시 설명할게. 먼저 끊을게.”“잠깐. 뭐가 그리 급해. 얼른 얘기해봐.”“끊는다.”남우영은 말을 마치고 즉시통화를 중단했다.지금 그는 이다은이 오해했을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남우영은 집안을 샅샅이 뒤졌지만 이다은의 모습을 찾지 못했다.그는 황급히 휴대전화를 꺼내 이다은에게 전화를 걸었다.휴대폰이 캐비닛 위에 놓여 있고 벨이 울리지만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남우영은 정원을 나와 사방을 둘러보았다.과연 정자 쪽에서 이다은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의자에 앉아 조용히 조명 아래의 꽃을 보고 있었다.휘영청 밝은 달빛 아래, 정원의 불빛이 아련하고 아름답고 맑은 바람이 서서히 불어왔다.이다
사무실에서 동료들은 이다은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었고 상사는 그녀의 실력을 인정하기 시작했으며 일은 점점 순조로워졌다.하지만 가정은... 이다은은 한마디로 말할 수 없는 느낌이 들었다.행복하다면 행복했다.남우영은 그녀에게 정말 친절하고 다정하게 잘 해주었다.그러나 그녀의 부모님은 줄곧 그녀의 결혼을 좋게 보지 않았고 늘상 이것저것 걱정했다.그리고 그 조금 유명한 인플루언서 공아영은 최근에 남우영과 점점 더 많이 연락하고 있었다.거의 매일 남우영에게 전화했다.남우영의 말을 들어보면 두 사람은 아마 공적인 일을 말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남우영과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를 더 좋아하게 되고, 좋아할수록 더 신경이 쓰였다.신경 쓸수록 그녀는 더욱 고통스러워졌다.그녀는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만약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남우영을 사랑하게 된다면 앞으로 이혼할 때 얼마나 고통스러울까?이다은은 생각만 해도 괴로웠다.저녁 무렵.남우영은 야근을 했고 이다은은 혼자 기사의 차에 앉아 집에 돌아왔다.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집안에 외부인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긴장하며 거실을 바라보았다.화려하고 세련된 옷차림을 한 여자가 작은 봉지를 들고 걸어 나왔다.이다은은 멍하니 서서 움직이지 않고 앞에 있는 익숙한 여자, 공아영을 바라보았다.“그쪽이 남우영이 성급하게 결혼한 아내예요?”공아영은 아주 담담한 눈빛으로 이다은을 위아래로 바라보며 약간 무시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난 우영이 친구예요. 전에 두고 간 물건 가지러 왔어요.”이다은은 불쾌하게 물었다.“그게 뭐죠?”공아영은 들고 있던 봉지를 가리키며 덤덤하게 말했다.“전에 여기 남겨뒀던 속옷과 일용품인데, 확인해 볼래요?”이다은은 들어오자마자 온몸이 저렸다.그녀는 주먹을 불끈 쥐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공아영은 환하게 웃으며 이다은의 곁으로 가서 그녀의 옆 캐비닛 위에 방문 열쇠를 놓았다.“열쇠는 돌려줄게요.”이다은은 그녀가
이다은은 목을 축이고 얼른 말했다.“괜찮아요. 두 분 일이 중요하죠. 우리는 언제든 만날 수 있잖아요.”“네 부모님을 바꿔줘. 내가 직접 사과해야겠어.”이다은은 크게 당황했다.“괜찮아요. 정말 사과할 필요 없으세요. 제가 잘 말씀드릴게요. 이해하실 거예요.”“그래도 그건 좀 아니지.”이다은은 감히 신분과 지위가 높은 시어머니가 자기 부모에게 사과하게 할 수 없었다.분명 그들의 잘못이었다.그들의 실수로 부모님에게 약속 시간을 미리 알리지 않아 세 시간이나 늦었다.이미 충분히 미안한데 어떻게 시어머니가 그녀 부모님께 사과하게 할 수 있을까?이다은이 위로했다.“정말 괜찮아요.”정안은 서둘러 떠나느라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마디 보탰다.“다음에 우리가 꼭 직접 찾아뵐게.”이다은은 감히 많은 말을 하지 못했고 통화를 끊고 남우영을 바라보았다.남우영도 아버지가 보낸 메시지를 보았다.[상부에서 임무가 내려와서 반드시 돌아가야 해. 약속을 어겨서 정말 죄송하다고 네 장인장모께 전해. 다음에 직접 찾아뵙고 정식으로 사과할게.]남우영은 아버지의 상부가 바로 나라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휴가가 끝나기도 전에 돌아오라고 이렇게 서두르는 걸 보면 분명 나라의 큰일일 것이다.남우영은 이해하지만 그의 장인, 장모가 이해할지는 알 수 없었다.이다은은 뒷좌석의 부모를 돌아보며 말했다.“시부모님께서 상부로부터 국경으로 돌아오라는 명령을 받아서 오늘 만남은 취소됐어요. 어머님께서 다음에 직접 두 분을 찾아가 사과하고 싶대요.”이적과 김연아는 서로 눈이 마주치며 감출 수 없는 상실감이 가득했다.하지만 두 사람은 아무런 불평도 하지 못한 채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김연아는 거친 손으로 새 옷을 만지며 눈빛이 더욱 쓸쓸해졌다.김연아와 이적은 이것이 사돈이 그들에게 보여주는 위압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들은 이해하고 기꺼이 받아들였다.다만 이렇게 비싼 옷과 선물이 아쉬울 뿐이었다.몇 년 동안 저축한 돈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언제 이 선물을
양가 부모님이 만나는 날은 바로 다음 날로 정했다.이적과 김연아는 이 만남을 아주 중요시하고 또 두려워했다.아침 일찍 일어나자마자 모든 저축을 꺼내 선물을 사려고 했다.간단한 선물은 장군과 장군 부인이 마음에 들지 않으리라 생각해 이리저리 고르다가 가장 비싼 보양품을 골랐다.몇백만 원짜리 제비집, 그리고 인삼, 녹용 등 몇 가지 비싼 약재를 샀다.그들은 또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손질하고 자신들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옷과 신발을 샀다.정오가 되어서야 그들은 집으로 돌아왔다.남우영과 이다은은 그들을 찾느라 거의 미칠 지경이었다.그들이 새 옷을 입고, 멋진 헤어스타일을 하고, 값비싼 약재 선물 세트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보는 순간 두 사람은 눈이 휘둥그레졌다.남우영은 이미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데려왔고 몇 벌의 새 옷과 선물들을 준비해 놓았다.그런데 그들은 나가서 직접 준비하고 돌아왔다.“엄마, 아빠, 우영이가 준비하겠다고 말했잖아요? 근데 아침 일찍부터 휴대폰도 안 들고 나가서 이제 돌아와요? 대체 뭐 하는 거예요?”이적은 황급히 휴대전화를 꺼냈다.“나 갖고 나갔어!”꺼내고 보니 전원은 꺼져 있었다.아마 어젯밤 너무 긴장해서 충전하는 것을 잊은 모양이었다.남우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둘러 선물을 차에 실었다.“이제 가시죠.”남우영은 어젯밤에 식사를 아침 10시로 예약했다.8시에 일어나 한 시간 동안 준비하고 9시에 출발하면 10시에 안성에 도착하여 부모님과 만날 생각이었다.그런데 이적과 김연아가 아침 6시에 집을 나갔고 연락이 두절되었다.남하준과 정안이 호텔에서 두 시간을 기다려서야 그들이 출발했다.차로 한 시간 거리였으니 이건 남하준과 정안이 계속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었다.남우영은 전화해서 사과했고 정안은 괜찮다며, 천천히 와도 된다고 위로했다.이다은은 너무 미안하고 죄책감을 느꼈다.그녀 부모님의 무지와 지체 때문에 시부모님의 소중한 시간을 낭비했다.한 나라의 장군과 과학자에게 시간은 정말 소중하지만 사돈을 만나
“엄마!”이다은은 불쾌하게 말했다. “엄마 생각으로만 뭐든 판단하지 마세요.”김연아는 딸의 말에 더욱 화가 나 소리쳤다.“내가 먹은 소금이 너보다 훨씬 더 많아. 네가 뭘 알아?”“엄마,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받아들이기 어려워도 받아들이셔야죠.”김연아는 화가 나서 웃음을 터뜨리더니 주먹을 불끈 쥐었다.“내가 어떻게 감히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겠어? 네가 정치 집안에, 그것도 재벌가에 시집갔으니 우리가 기뻐해도 모자라지.”“근데 다은아, 여자 배우들 봤어? 인기도 많고 번듯한 직장을 가졌지만 재벌가에 시집간 후에도 여전히 남 눈치를 보며 생활하잖아. 어떤 사람들은 시어머니가 발 씻는 물까지 가져다주고. 넌 재벌가에 발 씻는 물을 가져다줄 사람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그건 신분 격차가 커서 시댁에서 며느리를 영원히 무시하기 때문이야.”남우영은 장인 장모의 비관적인 태도를 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번에 그들의 생각을 변화시킬 수 없었다.그들이 이런 걱정을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사람마다 생활하는 방식이 다르고 그들은 한평생 남 눈치를 보며 돈을 벌었다.이다은은 그들과 말이 통하지 않자 일어서서 단호하게 말했다.“난 이미 사실을 말했으니 받아들일 수 있으면 받아들이고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해도 변하는 건 없어요.”이다은은 방에 가서 문을 닫았다.김연아와 이적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남우영을 향해 약간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남우영이 진심을 담아 공손하게 말했다.“아버님, 어머님,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마시고 계속 안 좋은 쪽으로 생각하지 마세요. 다은이는 분명 행복하게 지낼 거예요.”김연아는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 딸을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지 모른다.그녀에게 조금이라도 허영심이 있었다면 딸이 이렇게 좋은 가문에 시집간 걸 알고 분명 기뻐할 것이고 심지어 희망도 볼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그녀의 마음속은 온통 걱정과 두려움뿐이며 딸이 이렇게 낮은 신분으로 재벌가에 시집가서 고생할까 봐 매우 두려웠다.“저희
김연아는 버럭 화를 냈다.“만약 정말 남 장군님 아들이라면 네가 주제도 모르고 넘본 거지. 이런... 어쩌면 좋아? 부모님들은 아셔? 어떤 태도셔?”“전에는 속이고 있다가 얼마 전에 아셨어요.”이다은이 답했다.그녀의 말을 들은 김연아는 더욱 화가 나서 이다은의 팔을 때리고 분노했다.“이 미친 계집애! 감히 남씨 가문에 결례를 범해!”이다은은 아파서 팔을 감쌌다.“아!”급해 난 남우영은 바로 이다은을 감싸 안으며 엄숙한 태도로 말했다.“어머님, 때리지 마시고 말로 하시죠.”김연아는 남우영에 놀라 급히 몸을 움츠리더니 겁에 질려 입을 열었다.“미안하네! 내가... 내가 좋은 말로 할 테니까 화내지 말게.”남우영은 그녀의 어투에서 당황함과 두려움을 알아챘다.신분 문제 때문에 그들은 분명히 자신의 장인 장모인데 지금 이렇게 비겁하고 소심하게 행동하고 태도도 공손해졌다.남우영은 이런 느낌을 좋아하지 않았다.“아버님, 어머님, 저를 무서워할 필요 없어요. 저도 그냥 평범한 사람일 뿐이고 두 분의 사위예요.”이적은 침을 꿀꺽 삼키고 황급히 말했다.“아니지. 자네가 어떻게 평범한 사람인가.”남우영은 어쩔 수 없이 가볍게 탄식했다.할머니는 잠시 바라보다가 궁금해서 물었다.“내 손녀사위가 어쨌다고?”이적은 할머니의 귀에 대고 말했다.“엄마, 다은이가 우리 몰래 중학교 동창과 결혼했는데 평범한 사람이라고 우리를 속였어요. 남 서방 아버지가 M국 장군이고, 어머니는 과학자이고 집안은 아주 부자예요.”할머니는 환하게 웃었다.“그럼 더 좋은 거 아니야? 세상에, 우리 다은이가 복도 많지. 그렇게 좋은 가문에 시집가다니. 이게 얼마나 많은 사람이 부러워하고 질투하는 일이야.”할머니의 성원에 남우영은 마음이 좀 편해졌다.이적과 김연아는 안색이 매우 좋지 않은데도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남우영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감히 동의하지 않는 말을 할 수 없었다.부모님이 설설 기는 모습이 이다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그들은 평생 사회의 밑바닥에서 착취
남우영은 전화를 끊고 이다은의 곁으로 돌아와 앉았다. 그는 한숨을 쉬고 고개를 옆으로 돌려 이다은의 안색을 살폈다.그녀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남우영도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쨌든 공적인 일이니 그는 간단하게 설명했다.“회사에서 새로 계약한 연예인인데 우울증에 걸려 정서적으로 많이 불안정해.”이다은은 에이스타 그룹 산하에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다만 자회사에서 계약한 연예인이 바로 대표에게 치근덕거릴 줄은 몰랐다.이다은은 농담조로 말했다. “아주 바쁜 대표님이네. 에이스타 그룹처럼 큰 회사는 관련된 업종도 많을 텐데 이렇게 손수 나서서 모든 직원을 돌보다니.”남우영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고 이다은을 몇 초 동안 바라보다가 뒤늦게 알아차렸다.“다은아, 왜 네 말에 씨가 있는 것 같지?”이다은은 입술을 오므리고 굳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어 별을 바라보았다.그녀도 자신의 말에 씨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질투심이 폭발한 여자들은 모두 이렇지 않은가?그러나 남우영에게는 자신이 질투한다는 것을 절대 들키고 싶지 않았다.이다은은 자리에서 일어나 시무룩하게 말했다.“우리 돌아가자.”“방금 왔는데 벌써 간다고?”“볼 것도 없잖아. 가자.”말을 마친 이다은은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다.남우영은 여기 야경도 제대로 다 보지 못했는데 벌써 가니 좀 아쉬웠다.할 수 없이 그녀를 따라갔지만 가는 길에 이다은은 말이 없었다.집에 도착한 후, 그녀는 잘 자라고 말하고는 바로 방으로 가서 잤다.이튿날 아침.집에는 외부인이 오지 않았다.아침을 먹을 때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웃고 떠들었다.하지만 남우영은 조금 긴장하고 망설였다.이다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언제까지 피할 수만은 없는 문제였고 남우영에게 돈이 많으니 그녀의 어머니가 어쩌면 좋아할지도 몰랐다.“할머니, 아빠, 엄마, 드릴 말씀이 있어요.”이다은이 용기 내어 말하자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남우영도 엄숙해져서 진지하게 입을
“어머니께서 반대하실까?”남우영은 걱정이 태산이었다.이다은은 벌써 그에게 겁을 주고 싶지 않았다.“반대하지 않으실 거야.”남우영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 낭만적이고 평화로운 야경을 보며 그는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이다은의 어깨를 잡고 몸을 기울여 그녀에게 키스하려고 했다.이다은은 긴장된 듯 눈을 감고 기대하며 살짝 입을 열었다.입을 맞추려는 순간 남우영의 휴대전화 벨이 울렸고 이다은은 깜짝 놀라서 눈을 떴다.남우영은 눈살을 찌푸리고 짜증스럽게 휴대폰을 꺼내어 발신자 표시를 한 번 보았다.공아영의 이름을 보자마자 남우영은 바로 끊었다.이다은도 이 이름을 보고 기분이 우울하여 못 본 척하며 입술을 오므리고 하늘의 달을 쳐다보았다.남우영이 전화를 끊고 계속 키스하려고 할 때 이미 좋은 분위기와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추워?”남우영은 침을 꿀꺽 삼키고는 부드럽게 물었다.이다은은 웃으며 답했다.“아니.”“여기...”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휴대전화 벨 소리가 다시 울렸다.남우영은 한숨을 내쉬고 휴대전화를 꺼내서 바로 끊었다.그러자 이다은은 짐짓 덤덤한 척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나 괜찮으니까 전화 받아.”남우영이 담담하게 말했다.“중요한 전화는 아니야. 그냥 사업 파트너일 뿐이야.”이다은은 인터넷을 통해 공아영이라는 여자를 알게 되었다.그녀는 재벌 공혁재의 손녀로, 별다른 직업이 없는 인플루언서였다.그런 여자가 대기업의 파트너가 될 수 있을까?이다은은 비록 사업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그렇게 쉽게 속을 사람은 아니었다.그녀는 남우영이 진실하지 못하다고, 의도적으로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녀가 캐묻지 않는다고 해서 개의치 않는 건 아니었다.다만 대놓고 신경 쓸 자신이 없었다.잠시 후, 공아영의 세 번째 전화가 걸려왔다.남우영이 끊으려고 하자 이다은이 먼저 입을 열었다.“얼른 받아. 이렇게 늦은 시간에 전화한 걸 보면 정말 중요한 일일 수도 있잖아?”이다은이 이렇게 말하자, 남우영은 지금 공아영의 전
이다은은 남우영이 적응을 못 할까 봐 밤새 안절부절못했다.그녀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휴대폰을 꺼내 남우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우영아, 괜찮아? 아니면 차를 몰고 읍내로 가서 호텔 잡을까?][나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엄살 많은 남자 아니야. 너희가 잘 수 있다면 나도 잘 수 있어.][하지만 넌 이렇게 낡은 방을 쓴 적이 없잖아? 침대도 작고 우리 아빠가 코도 곤단 말이야.]남우영은 입을 막고 웃는 이모티콘을 보냈다.[아버님은 벌써 코를 골기 시작하셨어. 하지만 이런 환경도 나쁘지 않아. 나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어릴 때 아빠가 나 데리고 야외에 가서 단련시키느라 비를 맞으며 풀밭에서 밤을 지새운 적도 있었어. 그래도 다음날 아무 문제도 없이 활기 차기만 했어.][그럼 내일 우리 부모님께 네 신분을 밝힐까?][내일도 그 친척들이 와?][아마 올 거야.]남우영은 눈을 가리고 웃으며 우는 이모티콘을 보냈다.[그럼 내가 말할 기회가 있을까?][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괜찮아. 좀 더 기다리자.][그래.]남우영이 아주 귀여운 이모티콘을 보내자 이다은이 답했다.[잘 자.]그러자 남우영은 불쌍한 이모티콘을 보내고 물었다.[진짜 자려고? 나와 더 얘기하고 싶지 않아?][너 안 힘들어?][전혀. 그냥 네가 좀 보고 싶어.][그럼 나와. 문 앞에서 기다릴게.]남우영은 답장하지 않았고 이다은이 방을 나왔을 때 마침 방에서 나오는 그를 보았다.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그들은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남우영이 궁금해서 물었다.“우리 어디 가?”그러자 이다은이 다정하게 속삭였다.“좋은 곳.”“어디?”이다은은 그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남우영은 이다은에 의해 뒷산의 한 비탈길에 도착했다.농촌의 달은 밝고 환하여 온 대지를 비추고 있었고 은은하고 희미하지만 흑백의 선명함을 드러내고 있었다.도로 상황이 선명하게 보이자 남우영은 휴대폰을 꺼내 손전등을 켜고 앞길을 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