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97화

작가: 도토리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09-20 18:00:00
백아영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이현무를 바라봤다.

“너 이 녀석, 여기는 왜 또 온 거야?”

이현무는 문옆에 서서 수줍게 새끼손가락을 잡으며 입을 열었다.

“스파이 누나랑 같이 놀고 싶어요.”

이성준이 데려간 지 하룻밤 만에 다시 찾아온 거 보면 몰래 도망친 게 틀림없다.

더 이상 이성준한테 혼나고 싶지 않았던 백아영은 마지못해 말했다.

“너 이제 푹 쉬어야 해. 현무 말 잘 듣지? 얼른 가서 자...”

“저 엄청 많이 잤어요. 방안은 너무 답답해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스파이 누나 나랑 놀아줘요. 네?”

눈을 동그랗게 든 채 불쌍한 눈빛으로 간절하게 바라보는 이현무의 모습에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

1초 만에 마음이 흔들려 버린 백아영은 마지못해 그를 향해 손을 저었다.

“이리 와, 뭐 하고 싶어? 그런데 누나랑은 방안에서만 놀아야 돼.”

그녀는 여전히 갇힌 상태였고 이현무는 그녀의 손목에 묶인 쇠사슬을 바라보더니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문밖에서 모든 대화를 엿듣고 있던 이성준은 의외인 듯 깜짝 놀랐다.

‘정말로 현무가 직접 이 여자를 찾아온 거야?’

이성준은 살며시 방문을 열어 문틈으로 그들을 지켜봤다. 백아영의 맞은편에 앉아 손뼉 치며 즐거워하는 이현무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이성준이 지금껏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환한 미소였다. 그는 그제야 현무가 한창 뛰어다니며 놀아야 할 세 살짜리 아이에 불과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나 그와 백채영은 한 번도 이런 행복을 이현무에게 준 적이 없었다.

이성준은 입술을 깨물더니 한참을 망설이다 방문을 열었고, 문이 열리자 방안에서 들려오던 즐거운 웃음소리는 순식간에 멈췄다.

갑자기 나타난 그의 모습에 표정이 굳어버린 이현무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가자.”

이성준은 성큼성큼 다가가 이현무를 끌어올렸다.

떠나고 싶지 않았지만, 반항할 수 없었던 이현무는 마지못해 얼굴을 찌푸린 채 아쉬워하며 백아영을 바라봤고, 서러움으로 가득차 입을 삐쭉 내민 모습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터뜨릴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198화

    세 살이 되도록 이성준한테 부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이번이 처음이었다.이성적으로 그의 부탁을 들어주면 안 됐지만 이성준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기분이 좋아진 이현무는 활짝 웃었다.“아빠 최고!”웃던 와중에 그는 이성준은 아이들이 웃는 걸 가장 싫어한다는 백채영의 말이 문뜩 떠올라 재빨리 입을 가리고 다시 소심한 모습으로 돌아왔다....이성준은 위정의 제안으로 이현무와 연날리기에 도전했다.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잘못된 선택임을 깨달았고 당장이라도 위정을 죽이고 싶었다.왜냐하면... 다재다능한 이성준은 유일하게 연날리기 경험이 없었고 아무리 시도해도 떠오르지 않는 연을 보며 그저 멀뚱멀뚱 잔디 위에서 서로 멋쩍은 눈빛만 주고받았다.한참이 지나서야 이성준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우리 다른 거 놀까?”“좋아요...”이현무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실망감이 드러났고 그 모습에 이성준은 가슴이 미어졌다.“연날리기 딱 좋은 날씨네. 내가 도와줘?”수갑을 푼 백아영은 별장에서 돌아다닐 수 있는 자유를 얻었고, 어슬렁거리다가 마침 정원에서 연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이성준과 이현무를 발견했다.연을 손에 든 채 쩔쩔매는 이성준의 모습에 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이성준은 싸늘한 눈빛으로 백아영을 바라봤고 자신의 약점을 들켰다는 생각에 기분이 언짢아진 그는 도움 필요 없으니 당장 나가라고 말하려 했다.그러나 마침 이현무가 싱글벙글 웃으며 신이 나서 손뼉을 쳤다.“좋아요! 스파이 누나가 현무 도와줘요!”거절하고 싶은 말이 입가에 맴돌았지만, 신이 난 이현무를 바라보며 차마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다.“...”이성준의 싸늘한 시선을 뒤로하고 백아영은 침착하게 다가가 연을 집어 이현무의 손에 넣었다.“현무야, 여길 잡고 있어. 누나가 놓으라고 할 때 놓으면 돼.”이현무는 큰소리로 답했다.“네!”마침 연날리기 최적화된 계절인 봄이었고 거기에 백아영의 경험까

    최신 업데이트 : 2023-09-20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199화

    “고마워!”백아영은 재빨리 정신을 차려 이성준의 품에서 벗어났고 이런 상황에 불편함을 느꼈다.이현무는 손에 있던 연을 놓고 걱정스럽게 달려왔다.“스파이 누나, 괜찮아요? 어디 다친 데는 없어요?”백아영은 시선을 돌려 쭈그리고 앉아 이현무를 안았다.“누나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품 안이 텅 비자 이성준은 왠지 모를 허탈감이 들었고 방금 느꼈던 이상한 기분과 감정에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백아영을 바라봤다. 그녀와 백아영은 전혀 다른 두 사람임이 분명했지만, 그 찰나 느껴졌던 익숙한 느낌은 마치 백아영을 안고 있는 듯했다.자신을 바라보는 이성준의 시선에 저도 모르게 죄책감이 든 그녀는 머리 위에 큰 칼이 놓인 것처럼 안절부절못했다.백아영은 차마 이성준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고, 이현무와 함께 연을 날려야겠다는 생각에 고개를 돌렸다.“어머, 연이 날아갔네!”줄마저 끊겨있었다.“혹시 다른 연 있어?”이현무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발을 바라보더니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누나 발 삐끗한 거 아니에요? 잘 걷지도 못하잖아요.”발목을 접질린 건 맞지만, 자신의 가벼운 부상 때문에 이현무한테 피해 주고 싶지 않아 애써 웃으며 답했다.“정말 하나도 안 아파. 누나 지금 뛰어도 돼.”이현무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백아영을 잡더니 단호하게 말했다.“아빠가 아프면 뛰어다니지 말고 쉬어야 한다고 그랬어요. 누나 이제 다 나으면 같이 연 날려요.”“그래도...”백아영은 아직 이른 날씨를 바라봤다. 좋은 마음으로 도와주러 왔다가 괜히 부자의 오붓한 시간을 망친 듯한 느낌에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망쳐버린 시간을 어떻게 보상할지 고민하던 찰나 이성준이 입을 열었다.“현무야, 도우미 이모한테 들었는데 너 피크닉 가고 싶다며?”사실 이현무는 피크닉에 관심이 없었다. 그한테는 집에서 먹으나 밖에서 먹으나 별다른 거 없이 그저 똑같은 지루한 식사일 뿐이었다.세 식구가 함께 피크닉 가는 걸 백채영이 너무 원했기에 어쩔 수 없이 ‘체험’ 해야만 한다.이현

    최신 업데이트 : 2023-09-21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200화

    음식들을 좋아하는 게 눈에 보였지만 절대 많이 먹지 않았다.총 8가지의 음식이 있었는데 정말 여덟 입만 먹었고 수저를 내려놓았다. 누가 봐도 배불리 먹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정도인데 입을 닦더니 얌전히 자리에 앉아있었다.세 살배기 아이의 식탐과 활발함은 전혀 찾을 수 없었고 꼭두각시처럼 행동하는 모습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너무 마른 이현무의 모습이 의아한 듯 백아영은 상냥하게 물었다.“현무야, 배불렀어?”이현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이성준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몸에는 소심함과 신중함이 배어있었다. ‘무서워하는 거야? 설마 이성준이 정한 규정인가?’이성준이 정했다고 하기에는 누가 봐도 이현무를 많이 사랑하고 있었고 고작 음식으로 가혹하게 대할 사람은 아니었다...의혹투성이가 너무 많았지만 사사건건 참견할 수 없었던 그녀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아직 많이 남았잖아. 음식 낭비하는 건 안 좋은 거야. 더 먹어.”그녀는 이현무가 치킨을 좋아하는 걸 눈치채고 몇 조각 집어 앞접시에 놓았다.이현무는 치킨을 보더니 침을 삼켰고 먹고 싶은 마음을 애써 참으며 조심스럽게 이성준을 바라봤다. “아빠, 더 먹어도 돼요?”이씨 가문의 도련님으로서 모든 음식은 한 입만 먹을 수 있고 절대 많이 먹으면 안 된다고 교육한 사람은 백채영이었다. 많이 먹으면 아빠가 싫어한다는 말에 이현무는 지금껏 한 끼도 배불리 먹은 적이 없었다.이성준의 시선은 줄곧 백아영에게 머물러 있었고 이현무의 식습관 같은 건 눈치채지 못한 채 별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다행이다. 많이 먹어도 아빠는 날 미워하지 않았어!’이현무는 곧바로 활짝 웃으며 치킨 한 조각을 집어 이성준에게 건넸다.“아빠도 같이 먹어요.”이성준은 치킨처럼 우아하게 맛보기 힘든 음색은 질색이었는데 기대에 찬 이현무의 표정을 보고 마음이 녹아 자연스럽게 받았다.이성준의 고귀한 손에 기름진 음식이 들린 걸 처음 본 백아영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고 이성준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최신 업데이트 : 2023-09-21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201화

    이성준은 순식간에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의미심장하게 백아영을 바라봤고 치킨을 뜯고 있던 백아영은 그대로 얼어붙었다.‘엄마’라는 두 글자는 전류처럼 그녀의 심장을 찔렀고 기대에 찬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이현무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욕심이 생겼다.‘내 아들이면 얼마나 좋을까.’“이현무, 너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네 엄마는 나야!”분노에 찬 백채영이 화를 내며 다가오더니 바닥에 앉아있던 이현무를 단번에 끌어올렸다. “너 바보야? 어떻게 엄마를 바꾸려고 해?”백채영을 보자 이현무의 얼굴에 있던 미소는 순식간에 사라졌고, 얼굴은 두려움으로 가득 차 긴장한 채로 움직이지 못했다.그는 정자세로 꼿꼿이 서서 잘못을 빌고 있었다.“제가 잘못했어요...”백채영은 그를 꾸짖고 싶었지만, 이성준이 보고 있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분노를 억누르더니 곧바로 애교를 부리며 그를 바라봤다.“성준 씨, 봐봐. 세식구가 함께하는 피크닉에 날 안 부르니까 현무가 오해하잖아. 하마터면 다른 여자한테 엄마라고 할 뻔했어.”이성준의 눈빛은 싸늘하게 변했고 웃음기 사라진 이현무는 긴장한 채 입술만 뜯었다.백아영은 옆에 뻣뻣하게 앉아 있었고 백채영이 내뱉은 말은 그녀의 가슴을 후벼팠다.방금 전에 했던 착각이 우스울 정도로 이제야 정신을 차렸다. 이현무가 아무리 귀엽고 따른다고 해도 결국은 백채영의 아들이며 그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이성준과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세 식구고 백아영은 그저 외부인에 불과했다.입 안에 남은 치킨이 순식간에 쓴맛으로 변한 그녀는 당장 자리를 뜨고 싶었지만 이대로 순순히 보내줄 백채영이 아니었다.백채영은 이현무 손에 들린 치킨을 버리더니 역겹다는 듯이 아이의 손을 닦아주며 백아영을 바라봤다.“당신이 제갈 일가에서 보냈다던 그 여자예요? 내 아들이랑 남편한테 접근한 목적이 뭐예요?”4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다시 백채영과 마주했지만, 그녀에 대한 혐오감과 증오심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고 바라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날 지경이었다. 질투의 감정도

    최신 업데이트 : 2023-09-21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202화

    그 말을 들은 백아영은 기분이 언짢았다. 아이가 치킨을 좋아하는데 엄마라는 인간이 고작 닦기 힘들다는 이유로 못 먹게 하다니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말투에는 역겨움이 그대로 드러났고 현무가 음식을 한입씩 먹는 게 백채영이 가르친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정말로 백채영이 교육한 게 맞다면 왜 이런 짓을 한 거지?’백아영은 우울한 기분과 함께 의혹을 품은 채 점점 멀어졌다.이현무가 손 씻으러 간 틈을 타 백채영은 이성준의 옆으로 자리를 옮겼고 몸을 그에게 기댔다.“성준 씨, 너무 보고싶었어...”그녀의 몸이 다가간 순간 이성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백채영은 초라하게 카펫에 그대로 넘어졌다.“성준 씨...”표정이 얼어붙은 백채영을 신경조차 안 쓴 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옷차림을 정리하며 싸늘하게 말했다.“현무 이제 배부르니까 그만하자.”말을 마친 그는 긴 다리로 별장을 향해 걸어갔다.‘세 식구’라는 낭만적인 분위기를 즐기려고 부랴부랴 이곳까지 달려왔는데 시작하기도 전에 끝나버렸다.백채영은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지만, 감히 이성준 앞에서 분노를 드러내지는 못했다.짜증이 난 백채영은 내키지 않은 듯 곧바로 이성준을 뒤따라갔다.“성준 씨, 현무 부상이 아직 완전히 나은 것도 아니고... 엄마의 보살핌이 필요하지 않을까? 며칠만이라도 현무 옆에 있고 싶어.”행여나 이성준이 거절할까 봐 재빨리 말을 덧붙였다.“다른 여자한테 엄마라고 한 거 보면 현무도 내가 많이 보고 싶은가 봐.”결혼식 이후로 이성준은 자신이 백채영에 대한 마음이 조금도 없다는 걸 깨달았고 그녀의 탐욕과 사악함으로 인해 이성준의 인내심과 그녀에게 남아있던 일말의 감정마저 모조리 사라져 버렸다.결혼식을 취소한 이성준은 백채영에게 분명히 말했다.이성준은 아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면서 그녀에게도 경제적인 보상을 주기로 약속했고 그 약속 덕분에 백씨 일가는 대기업으로 성공할 수 있게 되었다.그의 제안에 흔쾌히 동의했던 백채영은 경제적인

    최신 업데이트 : 2023-09-21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203화

    순식간에 식욕이 없어진 백아영은 그대로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하지만 그건 현재의 스타일과 맞지 않다는 생각에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다가가 비웃으며 말했다.“남자가 야근하면서까지 잠자리를 피하는 건 채영 씨한테 문제 있는 거 아닌가요?”연기를 하고 있었던 건 맞지만, 아픈 구석을 찌른 그녀의 말에 백채영은 표정이 변하더니 화를 주체하지 못했다.“뭐라고요?!”백아영은 그녀를 무시한 채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멀어지는 백아영의 뒷모습에는 그녀에 대한 경멸과 조롱으로 가득 차 있었다.이성준에게 쫓겨난 건 둘째치고 수감자마저 자신을 무시하는 모습에 화를 참을 수 없어 욕설을 퍼부었다.“당신이 뭔데 함부로 말해요? 수감자인 주제에 뭐가 잘났다고! 그리고 당신같이 사악하고 더러운 인간은 성준 씨 침대에 발가벗고 누워도 눈길 한번 받지 못하고 쫓겨날 거예요.”그녀의 말에 백아영은 순간 움찔했다. 백채영 외에 다른 여자한테는 손조차 대지않으니 이성준은 정말 좋은 남자다.백아영은 쓴웃음을 지으며 입술을 깨물더니 더 이상 악을 쓰는 백채영을 거들떠보지 않고 계속 걸어갔다.펀치를 날렸지만 솜을 내려친 듯한 허탈한 느낌에 화가 풀리지 않았던 백채영은 답답한 마음을 안고 몸을 돌려 이현무의 방으로 향했다.몸이 회복되지 않은 채 낮에 신나게 놀았더니 엄청난 체력 소모에 피곤이 밀려온 이현무는 깊고 달콤한 잠을 자고 있었다.편안하게 잠이든 이현무의 얼굴을 바라본 그녀의 눈에는 사악함이 가득했고 곧바로 다가가 툭툭 치며 잠자고 있던 아이를 깨웠다.깜짝 놀라 잠에서 깬 이현무는 백채영의 모습을 보고 겁에 질려 무서운 듯 침대에 웅크린 채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예전에도 여러 번 한밤중에 깨운 적이 있었다. 백채영은 기분이 안 좋을 때마다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며 그를 괴롭혔다.“일어나. 나가자.”백채영의 명령에 이현무의 두 눈은 공포로 가득 차 있었다. 반항한 적도 있었지만 더 큰 벌이 내려졌고 잊을 수 없던 그날의 아픈 기억에 이제는 감히 반항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

    최신 업데이트 : 2023-09-22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204화

    백채영은 테이블을 가리키며 말했다.“너 연날리기 좋아하잖아. 가서 직접 만들어.”낮에 이성준이 아이와 함께 연을 날렸다는 소식을 들었고, 이현무와 함께 있으면 이성준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내일도 연을 날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현무가 즐거워하는 걸 지켜볼 수 없었던 백채영은 스스로 연을 만들게 시켰다. 그것도 밤새 내내!앞으로 연을 보는 것만으로도 두렵게 그에게 트라우마를 주고 싶었다.이현무는 테이블에 놓인 도구들을 보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저 할 줄 몰라요...”“모르면 배워. 할 수 있을 때까지 배우란 말이야. 오늘 밤에 다섯 개 만들지 못하면...”백채영은 핸드백에서 가느다란 바늘을 꺼내더니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오십번 찌를 거야!”가느다란 바늘을 보자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이현무는 두려움에 몸을 벌벌 떨었다.“안 돼요, 찌르지 마요. 지금... 바로 만들게요.”겁에 질린 이현무의 모습을 보고 비로소 기분이 상쾌해진 백채영은 바늘을 테이블 위에 놓은 채 여유롭게 자리에 앉았고 경멸하듯 중얼거렸다.“이것도 못 해, 저것도 못 해.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이렇게 멍청하니까 네 아빠가 널 안 좋아하는 거야. 너 때문에 아빠가 매일 집에 안 들어오잖아. 너 같은 애는 살아서 뭐 하니? 네가 직접 말해봐. 차라리 그냥 죽어.”이현무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그저 옆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가 말을 알아들을 때부터 백채영은 줄곧 이런 말만 했다.자신이 말 안 듣는 나쁜 아이라서 아빠가 싫어한다며 자책하면서 자라왔고, 그래서 가끔 이성준을 만나면 주눅이 들어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그런데...”이현무는 손을 잡아당기며 백채영의 말에 반박했다.“아빠가 오늘 저랑 놀아줬어요. 절 좋아하는 것 같아요...”“퉤!”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백채영은 혐오감이 가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아빠는 심심해서 너랑 연을 날린 것뿐이야. 정말 널 좋아하는 줄 알아? 멍청하게 줄 놓아버려서 널 더 싫어할 수도 있어!

    최신 업데이트 : 2023-09-22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205화

    그러나 그 생각은 잠시뿐이었다.백채영이 친모가 아니었다면 이씨 가문에 발조차 붙일 수 없다는 생각에 쓴웃음을 지었다.아이를 어떻게 다루던 그건 엄마의 자유였고 아무리 마음이 불편해도 간섭할 자격은 없었다. 결국 그녀는 남일 뿐이다.쓸데없이 참견했다가 백채영이 화가 나 이현무에게 더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았다.그녀는 답답한 듯 주먹을 불끈 쥐며 울분을 참았고 그렇게 일분일초가 흘러 어느덧 한 시간이 지났다.이현무는 마침내 연 하나를 만들었고 보물을 바치 듯 다급하게 백채영의 앞으로 가져갔다.“엄마, 연 만들었어요.”백채영은 연을 힐끗 쳐다보더니 바닥에 던진 후 하이힐로 밟으며 부숴버렸다.“왜 이렇게 못생긴 걸 만들었어. 꼴 보기 싫은 게 너처럼 못생겼네! 다시 해!”욕을 퍼붓는 그녀의 모습에 백아영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다시 분노가 치솟아 올랐다.이현무가 만든 연이 완벽하게 예쁜 건 아니었지만 세 살짜리 꼬마가 처음 만든 것치고는 너무 훌륭했고 칭찬받아 마땅한 수준이었다.백채영은 아이의 자존감을 무자비하게 짓밟았고 그 성과를 처참하게 무너뜨렸다.아무리 요구가 높더라도 아이를 이렇게 대해서는 안 된다!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백아영은 화가 난 채로 꽃방 입구를 향해 걸어갔고 마침 핸드폰이 울린 백채영은 전화를 받으며 급히 떠났다.그렇게 둘은 엇갈렸다.백아영이 꽃방으로 들어갔을 때 안에는 이현무밖에 없었다.“스파이 누나?”백아영을 발견한 그는 깜짝 놀라더니 재빨리 자신이 만들고 있던 연을 숨겼다.백채영은 자신이 시킨 일을 절대 다른 사람에게 알려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고 말하는 순간 더 심한 벌을 내릴 거라며 위협했다.겁에 질린 이현무의 모습을 바라보며 백아영은 가슴이 아팠다.“현무야, 연 그만 만들고 누나랑 같이 자러 가자.”졸려서 눈이 빨갛게 충혈된 채로 억지로 버티고 있던 이현무는 고개를 저었다.“아직 못 만들었으니까 자면 안 돼요. 엄마가 혼낼 거예요.”“누나가 있는 한, 엄마는 널

    최신 업데이트 : 2023-09-22

최신 챕터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6화

    분명 맛있는 음식인데도 백아영은 입맛이 없었다. 심지어 그녀는 몇 입 먹고 난 뒤 배가 아플 정도였다. 그녀는 이성준의 품에 안겨 얼굴빛이 하얗게 질렸다. 이성준은 긴장된 표정으로 그녀를 껴안고 자리에서 크게 화를 냈다. “윌리엄스, 혹시 음식에 독을 넣은거예요?!”윌리엄스는 놀라서 얼굴이 창백해져서 급히 변명했다.“아니요. 제가 어떻게 감히 그런 짓을 할 수 있겠어요!” 백아영은 힘겹게 이성준의 손목을 잡고 힘없이 입을 열었다. “윌리엄스가 독을 넣지 않았어. 내가...”“너 왜 그래?” 이성준은 땀을 뻘뻘 흘리며 백아영을 안은 팔뚝을 가볍게 떨었다. 백아영은 몹시 아팠지만 눈길은 부드러웠고 약간 희색을 띠었다. “윌리엄스에게 실례지만, 국왕께 하룻밤 묵을 방을 빌려달라고 부탁해 줘. 그리고 산부인과 의사를 불러줘.”이성준이 눈치를 채지 못하자 백아영은 창백한 얼굴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방금 맥을 짚었는데, 나 임신했어.” 이성준의 동공은 움츠러들었다가 한참 만에 겨우 회복되었다. 찰나의 놀라움 뒤에는 오히려 걱정이 밀려왔다.“임심했는데 통증이 이렇게 심해?”그는 조바심이 나서 윌리엄스에게 의사를 불러오도록 재촉했다. 백아영은 아파서 힘이 없었던 나머지 그의 품에 푹 기대어 있었다. 전에 백아영은 이런 비슷한 환경에서 한 아이가 강제로 유산되었다. 이번에도 그녀는 임신한 사실을 미리 알아차리지 못하고 산에 가서 실랑이를 벌였고, 이로 인해 병세가 심했다. 이 아이를 키우고 싶지만, 고생할까봐 걱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백아영은 가볍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정상적이야.”‘정상이라니?’ 이성준은 다른 여자가 임신을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몰랐지만, 백아영이 이렇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후회하기 시작했다. 진작 알았더라면 둘째를 갖지 않았을 것이다. 8개월 후. 산부인과 수술실 문이 열리자 이성준이 급히 달려들였다. 점잖던 남자는 안달복달한 얼굴로 물었다.“제 마누라는 어때요? 무사한가요?”“모녀는 무사합니다.”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5화

    집사는 경악했다.“폐하, 그들은 굴러들어 온 복도 차버리니 분명 본때를 보여줘야 하는데, 어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윌리엄스의 안색을 본 집사는 목이 메었다. “폐하, 왜 그러십니까?” 윌리엄스는 조금 전까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던 모습은 사라지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이성준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숨길 수 없는 경외와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고, 간신히 이빨 사이로 글자를 밀어냈다.이, 이 대표?” 이성준은 경멸하듯 그를 바라보며 비아냥거렸다.“윌리엄 집안의 자식이 확실히 다 컸네.” 윌리엄스의 얼굴이 더 새하얗게 질렸다. 엄청난 두려움이 엄습했다. 윌리엄스는 어렸을 때 이성준을 처음 만났다. 그때 이성준은 아직 소년이었지만, 기세가 등등하고, 과감하며, 감히 국왕인 윌리엄스의 아버지와 거래를 논했다. 그 당시 그의 아버지조차도 이성준을 대단하게 여겼다. 심지어 윌리엄스에게 앞으로 절대 이성준의 미움을 사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었다. 그렇지 않으면 온 나라의 세력이 처참하게 약해질 것이다. 윌리엄스는 어렸을 때부터 이성준은 악마라고 마음에 새겨 두었다. 게다가 윌리엄스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었다. 이성준은 그의 나라에 협조하지 않는 대신들은 피투성이가 되어 반년 동안 누워계셨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너무 커서 윌리엄스는 일찌감치 이번 생은 절대 H 국에 가지 않기로 했고, 절대로 이성준을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기존의 거래 협력을 모두 점진적으로, 완곡하게 해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항상 악마를 멀리하려고 했지만 이렇게 엮일 줄은 몰랐다. 백아영은 뜻밖에도 이성준의 아내였다! 어떤 생명의 은인 규칙, 첫눈에 반한 사랑 따위는 모두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는 어떤 계획도 할 수 없었다. 단지 자신의 왜 행동을 하기 전에 백아영의 신원을 조사하지 않았는지 후회되었다! 악마를 끌어들여 버렸다... “복을 차버린다나 뭐라나, 말을 그렇게밖에 못해?” 윌리엄스가 집사를 발로 매우 세게 찼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4화

    차에 타고 있던 남자들도 일어서더니 기세등등하게 백아영과 이성준을 포위했다. 험상궂은 얼굴의 한 남자가 환영 반 협박 반인 어투로 말했다. “두 분, 차에서 내리십시오.”차 밖에서는 윌리엄스가 활짝 웃으며 문 쪽을 바라보았다. 그는 백아영이 차에서 내리기를 목 빠지게 기다렸다. 곁에 있던 집사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폐하, 궁전의 수비를 모두 강화 완료했습니다. 궁전 주위에 800명의 호위 병사를 추가로 파견했어요. 이분들은 이미 독 안에 든 쥐가 되셔서 도망갈 수 없습니다.” “이혼 변호팀 사람들은 이미 도착하셨고 두 분이 차에서 내리시면 바로 처리할 수 있어요.”“폐하, 곧 미인을 품에 안게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윌리엄스의 입꼬리는 한껏 올라갔다. 산 위에서 백아영의 워낙 강인한 모습에 사람도모자라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지금은 백아영의 대단한 솜씨도, 그녀의 남편도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은 단념할 수밖에 없다. 모두 생명의 은인으로 보고 첫눈에 반하게 만든 백아영 탓이었다. 그는 이 나라의 왕이다. 그가 마음에 드는 한 반드시 그의 것이다. 또한 결혼 후 백아영을 자신의 매력에 매료시켜 점차 이성준을 잊게 할 자신이 충만했다. 윌리엄이 생각을 하던 중, 차 문이 열리고 관광버스에서 백아영이 내렸다. 윌리엄스는 넥타이를 매만지며 그녀를 반겼다.“아가씨, 또 뵙네요.”윌리엄스가 아양을 떠는 모습을 보고 백아영은 입을 다물었다. 백아영의 뒤로 큰 덩치의 이성준이 차에서 내렸다. 그녀의 머리 위로 이성준은 차갑게 말했다.“내 아내를 뺏으려는 게 너야?” 이성준은 포위망 속에 서 있었다. 다른 사람의 구역에서 그는 독 안에 든 쥐였지만 그는 움츠러들지도 않고 여전히 기세등등했다. 이성준의 기는 모두를 앞질러 버려 마치 모든 것을 장악하는 왕인 것 같았다. 그의 입에서 나온 서늘한 몇 글자가 사람을 더욱 섬뜩하게 했다. 집사는 높은 인물들을 많이 보았었기에 즉시 이성준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하지만 이곳은 그들의 궁전이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3화

    윌리엄스는 어안이 벙벙했다.백아영의 솜씨는 정말 놀라웠다. 그녀의 기묘한 침을 꽂는 기술이 더욱 놀라웠다. 보기만 해도 눈이 즐거워지는 백아영의 몸에는 빛이 보였다.그녀의 아름다움은 남달라서 비길 것도 없이 아름다웠다.백아영은 여전히 은침을 손에 들고 윌리엄스를 못마땅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만 좀 건드리세요. 알아들으셨죠?”“저는 당신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저는...”윌리엄스의 의욕 넘치는 말은 눈앞으로 가까워져 오는 침에 놀라 목이 메었다. 순식간에 덮쳐 온 위험과 두려움이 그를 본능적으로 입을 다물게 했다.백아영은 다시 경고했다.“잘 가세요. 바래다 드리지는 않을게요.”젊고 고집스러운 윌리엄스는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눈앞의 위협은 그를 이성적으로 뒤로 물러나 타협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백아영은 바늘을 다시 집어넣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네 부하는 경련을 일으키다가 10여 분 만에 의식을 회복했다. 그들은 서로를 부축하며 몸을 일으키자 멀리 떨어진 곳에 백아영이 보였다. 비록 뒷모습뿐이었지만 그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폐하, 죄송합니다. 저희가 너무 부족했어요.”윌리엄스는 백아영을 탐욕스럽게 바라보았다.“너희 탓이 아니야. 저 소녀가 너무 강할 뿐이야. 가자. 이제 내려가야지.”부하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 여왕님을... 그냥 이렇게 포기하시려고요?”윌리엄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도통 알 수 없었다.“그럼 내가 지금 뭘 할 수 있겠어?”말이 통하지도 않고 싸워서 이기지도 못하니 부하는 조용히 입을 꾹 닫았다.하지만 윌리엄스는 미소를 띠었다.“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뿐이야.”이성준은 열매 한 봉지 가득 따왔다. 그는 열매를 깨끗이 씻은 뒤 쟁반에 담아 백아영 앞에 대령했다. 하지만 안색이 좋지 않았다.“방금 돌아오는 길에 들었는데 누가 너를 귀찮게 했다면서?”백아영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시 도리도리 저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문제를 일으켰어.”이성준은 자초지종을 듣고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2화

    백아영은 잠시 멈칫하더니 웃었다. “아파서 머리까지 다쳤나. 걱정 마세요, 위험했지만 목숨은 건졌어요. 돌아가시면 의사부터 보세요. 잘 케어하면 큰 문제는 없을 거에요.”백아영은 진지하게 당부했지만 상대방은 한마디도 귀담아듣지 않았다.백아영이 그만 몸을 일으키려 하자 청년은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저 지금 진지해요.”“이것은 우리 윌리엄스 왕족의 규칙이기도 합니다. 생명을 구해준 은인은 반드시 몸으로 갚아야 합니다.”윌리엄스 왕족?백아영은 입헌군주제인 국가에 왔다. 이곳은 현대사회와 어우러졌지만 여전히 왕권을 시행하고 있다. 지금의 왕은 20대 초반의 청년으로 나이는 어리지만 듬직하고 성숙하며 상당한 재주를 가졌다고 전해졌다. 왕은 1년 넘게 국가 정무를 질서 있게 처리했다.다시 이 풋풋하고 고집 센 청년을 본 백아영은 목이 메었다. 왕은 소문과는 좀 다른듯했다.백아영은 청년한테 잡힌 손을 빼냈다.“그냥 눈에 보여서 구해준 거니 고마워하실 필요 없으세요. 그리고 저는 결혼까지 한 여자에요.”“결혼하셨군요...”청년은 매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젊고 예쁜 백아영이 일찍 결혼했으니 흔치는 않은 일이다. 그러나 청년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저는 재혼에 대해 편견이 없어요. 남편분과 이혼해도 그대를 왕후로 받아들일 수 있어요.”“저는 이혼할 생각이 전혀 없어요.”청년이 눈썹을 찡그렸다. 그는 그제야 난처한지 땅바닥에서 일어나 앉아서는 백아영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무슨 복잡한 일을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백아영은 혼자 심각하게 고민하는 청년이 이해가 되지 않아 벌떡 일어나 자리를 뜨려고 했다.곧이어 청년도 벌떡 일어났다. 너무 갑자기 몸을 일으킨 탓인지 몸을 휘청거리자 곁에 있던 남성이 얼른 그를 부축해 주었다.청년은 휘청거리는 몸을 아랑곳하지 않고 백아영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녀를 막아섰다. 그의 맑은 눈은 어느새 포악해졌다.“아가씨, 억양을 들어보면 외국인인 것 같네요. 아직 우리 윌리엄스 왕족의 룰에 대해 잘 모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1화

    하지만 백아영은 현무가 힘들어할까 봐 차마 너무 많은 프로젝트를 참가하지 못하게 하고 관광지 한 곳만 더 돌고 남원에 돌아갈 생각이었다.이성준은 진지하게 말했다. “출산 장려 정책은 참 옳아.”백아영은 어리둥절했다.“자식이 많아야 집도 떠들썩하고, 현무도 동생이 생기지.”어린 노동자가 하나 더 필요하다는 그의 뜻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이성준은 방긋 웃으며 백아영을 벽에 바짝 붙였다. “여보, 우리 현무에게 동생 만들어주자.”이날 현무와 백아영은 영상통화를 했다. “엄마, 안색이 안 좋아. 어디 아파?”화면 속에서 백아영의 안색은 살짝 하얗게 보였다.하지만 별다르게 불편한 곳은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낮에 산에 오르느라 피곤해서 그런가 봐. 괜찮아, 좀 쉬면 괜찮아 질 거야.” “그럼, 내일 일단 산을 내리지 말고 호텔에서 쉬는 거예요?”내일 하산할 예정이었지만 백아영은 단호하게 답했다.“맞아.”그제야 현무는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통화를 끊고 백아영의 이마에 길쭉한 손이 닿았다. 이성준은 그녀의 이마를 짚어보고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정말 괜찮은 거 맞아?”실제로 봤을 때 백아영은 이상이 없어 보였지만 이성준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백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괜찮아. 내가 의사인데 모르겠어?”“하룻밤을 묵어도 좋으니까, 난 네가 좋아하는 열매를 좀 따올게.”이 산의 열매는 특산물이었기에 백아영이 매우 좋아했다. 다음 날 아침 식사를 한 후, 이성준은 혼자 산꼭대기에 가서 열매를 땄고, 백아영은 아름다운 산기슭에 앉아 차를 마시며 아침 풍경을 감상했다. 그녀는 조용히 열매를 기다리고 있었다.기다리는 동안 찻집 안에서 갑자기 시끄러운 고함소리가 들려왔다.“도와주세요! 여기 도와주세요!”“의사 없어요? 응급처치할 줄 아는 사람 혹시 있어요? 좀 살려주세요! 저의 도련님을 살려주세요...”식당에서 대략 이십 대 초반의 한 청년이 땅에 누워있었다. 얼굴은 창백하고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0화

    한 달 뒤.인천공항에서 현무는 양복을 차려입고 반듯하게 서서 웃음을 가득 머금고 백아영을 배웅했다.“엄마, 걱정하지 말고 잘 놀다 와요. 여기 일은 저한테 맡겨요.” 현무는 이성준의 아들답게 한 달 만에 기본적인 경영 업무를 배웠고, 심지어 위정을 도울 수 있었다.또한 그는 이성준의 외아들인 만큼 이성그룹의 후계자로서의 면모를 갖추었다. 그는 다섯 살밖에 되지 않은 나이에도 모든 주주와 직원들을 위협하기에 충분했기에 일을 더 쉽게 추진할 수 있었다.게다가 이성준의 한 달간 밑받침을 잘 깔아놓은 덕에 안심하고 현무와 위정에게 이성그룹을 맡길 수 있게 되었다.위정의 불평도 적어졌다. 그는 앞으로 일할 날에 희망이 생긴 것 같았다.“내 아들 최고.”백아영은 현무를 꼭 끌어안고 그의 볼에 쪽 뽀뽀했다.“엄마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영상통화 해. 날마다 기분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이 있으면 나한테 말해줘.”“누가 감히 너를 괴롭히면, 엄마와 아빠가 바로 날아와서 때려 놓을 거야.”백아영의 품에서 현무는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순간 엘리트에서 어린 아기가 되어 자신도 모르게 품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하지만 이성준의 말과 백아영의 행복을 생각하며 현무는 마음을 가다듬고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였다.“엄마 걱정하지 마, 외삼촌과 위정 아저씨가 계셔서 아무도 날 못 괴롭혀. 내가 좀 더 크면 내가 엄마를 보호해야 해.”백아영은 감동되어서 감정이 벅차 놀랐다. 현무는 너무 든든한 아들이었다.선우경진은 팔짱을 낀 채 한쪽에 서 있었다. “이씨 가문의 일은 해결됐지만 아직 선우 일가가 남아있다는 것을 잊지 마.”“그리고, 여유가 있으면 새로운 아이템도 많이 생각해 둬.”한 달 동안 그들은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급한 불은 거의 다 껐다. 하지만 의학은 끝이 없고 신약 연구는 더 중요했기에 선우경진은 수시로 백아영을 감시했다.백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다른 곳에서 시야를 넓히고 영감을 얻으면 신약을 개발하는데 더 쉬웠다.이성준은 한쪽에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09화

    현무는 계획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지만, 다섯 살짜리 꼬마에게는 좀 시기상조였다. 하지만 이성준은 그런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그러나 이성준의 엄숙한 표정을 보니 바로 계획을 하나 만들어 내야 할 것 같았다.현무는 골똘히 생각했다.“공부를 열심히 해서 엄마를 기쁘게 해드리고 매일 엄마와 아빠와 함께 있고 싶어요.”“엄마를 기쁘게 해주는 것과 함께 있는 것을 동시에 이룰 수 없어.”“왜요?”현무가 공부해서 잘하고 매일 학교 갔다 오면 자연스레 백아영을 볼 수 있고 그녀도 즐거워하는 게 일상이었다.“너 그동안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잊었어?”현무가 네 살 되기 전까지 백아영은 그의 곁에 있어줄수 없었다. 백아영이 돌아온 후, 비록 온 가족이 드디어 모였지만, 우여곡절이 끊이지 않았고 때마다 백아영은 떠나야 했고, 항상 바쁜 일상에 기쁠 때도 있었지만 힘들 때가 더 많았다. 현무는 그런 백아영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엄마는 나와 함께 있어서 기분이 나쁜 거예요?”어린 현무의 얼굴에 미안한 기색이 돌기도 전에 이성준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너 때문이 아니야. 엄마가 놓인 상황 때문이지. 남원에서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일들과 언제든지 생기는 변화 때문이야.”“만약 누군가가 이 짐을 대신 나눠주고, 그런 일들을 완전히 해결해 주고, 엄마가 마음껏 여행을 다닐 수 있게 해준다면 매일 즐거워할 거야.”현무는 어리지만 총명해서 즉시 이성준의 뜻을 알아차렸다.“아빠, 제가 엄마의 일을 나누어서 해도 돼요?”이성준은 확신에 차서 말했다.“너는 할 수 있어.”“그런데 힘들 거야. 엄청 힘들 수 있어. 대신에 엄마를 오랫동안 못 볼 텐데, 그래도 할래?”현무는 힘든 것은 두렵지 않지만, 오랫동안 백아영을 볼 수 없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현무는 머뭇거렸다. 그는 섭섭해서 고뇌했다.“나 그냥 엄마랑 여행 가면 안 돼?”이성준은 자애로운 아버지의 미소를 지었다. “네가 경영대를 일찍 졸업하면 돼.”현무는 지능이 높아서, 월반하는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08화

    이성준은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나 은퇴할 생각이야.”‘역시!’백아영이 머릿속으로만 하던 황당한 추측을 이성준 입으로 직접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믿기지 않았다. 왜 이성준이 갑자기 도망 오려 했던 건지, 그리고 왜 그 큰 짐을 위정과 선우경진한테 내던졋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성준은 그들을 훈련하고 있었다.수단이 좀 잔인했을 뿐이다.“왜 갑자기 은퇴하고 싶은 거야?”백아영은 아직 앞날이 밝은 이성준이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이성준은 백아영을 응시하며 길고 가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쓱쓱 만졌다.“그동안 너무 고생 많았어.”이성준은 우여곡절이 끊이지 않아 수많은 고통을 겪었다.이성준의 괴로운 심정은 눈에 훤히 비쳤다. 그는 사실 오래전부터 은퇴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영아, 앞으로 남은 생 동안 나는 네가 조용하고 평온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은퇴하고 쇼핑센터를 떠나면 원한도 모두 훨훨 털어 버릴 수 있다. 두 사람은 세계 여행하며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기만 하면 된다.백아영의 머릿속은 멍해졌다.백아영은 이성준이 은퇴하고 싶어 하는 이유가 자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성준이 계획한 미래에 항상 그녀가 있었다. 그의 미래는 온통 백아영 한사람이었다.백아영은 감동되어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녀가 환상하던 미래는 정말 기대할 만한 것같았다.“하지만 지금은 내가 선우경진과 위정을 너무 과대평가한 것 같아.”겨우 보름밖에 안 되었는데, 그들은 고통을 호소하며 참지 못하는데 정말 큰 일이라면 더 감당하기 어려워할 게 뻔했다.이성준은 눈썹을 찡그리며 잠시 사색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현무 이제 다섯 살이니까 남자 다 됐지.”백아영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설마 현무에게 맡길 생각은 아니지?”이성준은 담담하게 되물었다.“안 될 게 뭐가 있어?”‘안 될 게 뭐가 있겠냐고? 현무 이제 겨우 다섯 살인데!’이성준은 여전히 꿈쩍하지 않았다. “내가 다섯 살 때, 이미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