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손에 검사결과를 들고 이렇게 서럽게 우는 걸 보니 불치병에 걸린 게 틀림없나 봐요...임찬혁은 마음을 추스르고 눈물을 닦으며 유효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유 대표님, 아직도 멜튼 호텔에 있나요? 긴히 드릴 말이 있어요.”“지금 사무실에 있으니 할 말이 있으면 사무실로 오세요.”임찬혁의 갑작스러운 전화에 유효진은 이상한 느낌을 받았지만 더 캐묻지 않았다.그리고 전화를 끊자마자 비서가 문을 두드리며 사무실에 들어왔다.“유 대표님, 결과가 나왔어요.”비서가 두 손으로 유전자 검사결과를 유효진에게 건넸다.“네, 알겠으니 가서 일 보세요.”유전자 검사결과를 받긴 했지만 긴장된 마음에 바로 열어보지는 못했다. 잠깐 사이 그녀는 자신이 임찬혁과 연우가 친자관계가 성립되기를 바라는지 바라지 않는지조차 잘 몰랐다.그녀는 잠깐 생각을 한 후 유전자 검사서를 열었다.‘친자관계가 성립되지 않습니다.’유전자 감정 결과 연우와 양홍선은 아무런 친족 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즉, 임찬혁은 연우의 친아버지가 아니다.유효진의 추측이 맞았다. 임찬혁과 같은 날 술집에 가긴 했지만 그녀와 관계를 맺은 사람은 임찬혁이 아니었다.하지만 손에 검사결과를 들고 있는 그녀의 마음은 편치 않았고 왠지 아쉬움마저 느껴지는 듯했다.방금 유전자 검사결과를 받기 전 유효진은 술집의 5년 전 CCTV가 이미 다 사라져 확인이 어렵다는 전화를 받았다. 더 이상 그 어떤 곳에서도 그날의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연우의 친아버지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유효진은 또다시 혼자의 생각에 잠겼다. 5년 전 그날 밤으로 다시 돌아가 보면 그날 그녀는 비록 술을 많이 마셨지만 아직도 잠깐 잠깐의 기억들이 그녀 머릿속에 남아있다. 당시 유효진은 술을 많이 마셨고 상대방도 술을 많이 마신 듯했다.그렇다면 그들의 만남은 사고였고 상대방은 결코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다.그래서 유효진은 그 사람을 그렇게 미워하지 않는다.이것이 그녀가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별다른 단서를
“유전자 감정서 진짜예요. 제가 직접 병원에 가서 한 겁니다.”임찬혁은 유효진이 검사도 안 해보고 결과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만약 의심된다면 얼마든지 병원에 가서 한 번 더 검사할 수 있다.믿지 않는 건지, 믿고 싶지 않은 건지 도무지 그녀의 생각을 알 수 없었다. “그만 하세요. 저는 절대 믿지 않을 거니까.”유효진은 먼저 진행한 유전자 감정 결과에서 이미 결과를 확인했기에 임찬혁이 건네는 감정 결과가 무조건 거짓말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임찬혁이 고집을 부리면 부릴수록 그녀는 자기 생각에 더 확신을 가지게 되었고 그가 너무 위선적이라 생각했다. “알겠어요...” 순간 임찬혁의 기분은 한없이 가라앉았다. 보아하니 유효진은 자기를 싫어하고 자기가 연우의 친아빠가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그렇다면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사실을 증명할 필요도 없고 그저 앞으로 그들 모녀를 묵묵히 지켜주기만 하면 된다. “언니, 연우가 아픈 것 같아!”그때 유설진이 다급한 목소리로 사무실로 찾아와 초조한 표정으로 말했다.“뭐라고?”임찬혁과 유효진이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연우가 자기 친딸임을 알고 있는 임찬혁은 여느 때보다 더 긴장한 마음으로 유설진을 따라 밖으로 뛰어나갔다....경주 바로 인근의 도시 해주시에 있는 어느 밀실에서 두 사람의 대화가 오가고 있다.“형님, 방금 전해 들은 소식인데 임씨 집안의 그 자식이 이미 출소했대요. 우리가 다시 손을 쓸까요?”외눈에 칼자국 흉터가 있는 남자가 검은 옷으로 몸 전체를 숨긴 남자에게 공손히 말하고 있었다.5년 전, 그들은 정우명을 시켜 임찬혁을 모함해 감옥에 넣었다.“걔 지금 어떤 상황이야? 왜 이리 일찍 출소했대? 무슨 귀인이라도 만난 거야?”검은 옷의 남자는 조금 놀란 듯했다.“그 자식 아직도 유모를 따라 도시 외곽에 살고 있어요. 하지만 이미 송씨 가문의 미움을 샀나봐요. 송시후가 그 자식에게 선전포고를 했대요.”칼자국 남자는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유효진은 너무 의아했다. 임찬혁도 조금 전 연우가 건강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녀는 또 임찬혁을 의심한 건가?“너무 아파... 죽을 것 같아... 엄마...”그때, 연우의 몸이 갑자기 경련을 일으키기더니 입에서는 거품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윤 교수님, 이렇게 아픈데 어떻게 건강하다고 할 수 있습니까?”유효진은 뜨거운 가마솥 위에 있는 개미처럼 안절부절못했다. “연우야, 너 방금 뭐 잘못 먹은 거 아니야?”임찬혁은 연우가 일부러 무언가를 먹어서 지금 이런 행동을 한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렸다.“우리 조금 전까지도 계속 연우 옆에 있었는데 어디 먹을 시간이 있겠어요?”유효진은 임찬혁이 헛소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아마도... 이건 아이의 심리적 문제 때문이에요.”문밖으로 유효진을 불러낸 윤 교수의 얼굴은 많이 굳어 있었다.“최근 자극을 받을 만한 일이나 아니면 어린 시절 트라우마라든가 그런 건 없나요?”자극?어린 시절 트라우마?여기까지 생각한 유효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연우는 요 며칠 동안 매우 즐겁게 지냈다. 특히 임찬혁을 양아버지로 삼은 후에는 매일매일 행복에 겨워 어쩔 줄을 몰라했다.하지만 어린 시절 트라우마라면...“연우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없었어요...”잠시 생각에 잠겼던 유효진은 연우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라고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을 털어놓았다.“바로 그거예요!”유 교수는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제 생각에 연우는 아빠의 사랑이 부족해 계속 우울한 감정을 억누르면서 지내고 있었을 거예요. 그래서 지금은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어요. 그러다가 우울증이 막바지로 치달으면 자살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고 일련의 신체적 문제도 일으킬 수 있어요!”“네?”윤 교수의 청천벽력 같은 말에 유효진은 순간 얼굴이 창백해졌다.연우는 그녀의 목숨보다 더 소중한 존재이다. 그런데 이런 어린 나이에 우울증이라니! 그리고 엄마인 본인은 여태껏 그걸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는게 너무 마음이
“유전자 검사결과는 진짜예요...”임찬혁은 변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유효진은 그가 채 말하기도 전에 그의 말을 끊었다.“결과가 진짜면 아빠의 책임은 다해야 하지 않겠어요? 왜 저와 결혼하는 게 싫은데요? 그럼 위장 결혼은 어때요? 연우의 병이 완전히 좋아지면 그때 다시 이혼해요. 그때 제가 사례금으로 20억 원 드릴게요.” 유효진은 도도한 얼굴로 표정 변화 하나 없이 계속 말했고 임찬혁에게 반박할 틈조차 주지 않았다.“그래요. 결혼해요. 하지만 돈은 필요 없어요.”임찬혁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유효진이 본인을 오해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동안 그녀는 어머니를 잘 보살펴왔고 인간 됨됨이도 괜찮은 편이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친딸의 엄마이기 때문이다.이 몇 가지만으로도 임찬혁은 충분히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할 것이다.그날 당일은 시간이 너무 늦어 각자 집으로 돌아갔고 대신 다음 날 아침 그들은 일찍 구청에 가서 혼인신고를 했다. 유씨 집안 별장 안.“연우야, 엄마와 아빠는 이제 결혼했으니까 우리 연우는 앞으로 행복하게 지내기만 하면 돼. 다른 생각하지 말고. 알았지?”유효진은 연우에게 혼인신고서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에는 임찬혁과 유효진 모두 새하얀 셔츠를 입고 있어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의 커플 같았다. “앗싸! 연우에게 진짜 아빠가 생겼어!”연우는 한 손으로 임찬혁을 끌어안고 한 손으로 유효진을 끌어안은 뒤 두 사람의 볼에 입을 맞췄다.“아빠, 오늘 바로 이사 와서 같이 살아요!”임찬혁을 바라보는 연우는 어깨를 으쓱하며 무언의 눈빛을 그에게 전달하는 것 같았다. ‘아빠, 저 대단하죠? 아빠의 정규직 전환, 제가 해냈어요’“연우야, 걱정하지 마. 아빠 오늘 이사 올 거야.”임찬혁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유효진이 먼저 말했다.유효진은 ‘우울증’을 앓고 있는 딸이 이렇게 좋아하는 모습에 그녀의 심장까지도 사르르 녹는 듯했다. “요즘 회사가 너무 바빠서 일단 최대한 모든 것들을 간단하
"우리 결혼은 진짜가 아니고 이 모든 건 연우를 위한 일일 뿐이에요.”"그러니 우리는 아무 일도 일어날 수 없어요. 알겠죠?”임찬혁에게 반항할 자격이 어디 있겠는가?승낙할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허락 없이 내 물건 건드리지 마세요!”"밤에 잘 때 눈으로 함부로 굴리지 말고요!”5년 전 그날 밤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남자와 같은 방에서 지낸 적이 없었던 유효진은 구구절절 요구를 제출했다.그녀의 요구에 대해 임찬혁은 그대로 전부 받아들였다.말을 마친 유효진은 샤워하러 들어갔다.곧 욕실에서는 물소리가 들려오더니 문양이 그려진 욕실 문의 유리를 통해 희미하지만 시선을 사로잡는 유효진의 실루엣이 어렴풋이 보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유효진은 하얀 가운을 두르고 나왔다.하얗고 가는 목덜미, 그림처럼 정교한 쇄골 라인, 그리고 은은히 드러난 가슴골과 가운 아래로 보이는 곧고 가는 다리, 아무리 의지가 굳건한 임찬혁이라고 해도 이렇게 매혹적인 풍경에 저도 몰래 침을 삼켰다.유효진의 몸매는 정말 장난이 아니다.말라야 할 곳에는 군살이 하나도 없지만 가슴이나 엉덩이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빵빵했다.임찬혁은 감히 더 보지 못하고, 급히 고개를 돌렸다.더 보다가는 참지 못하고 짐승보다 못한 짓을 할지도 모를 것 같았다.임찬혁이 샤워하고 나왔을 때 유효진은 이미 바닥에 그의 잠자리를 마련해 놓았다.남녀는 밤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다음날, 임찬혁은 일찍 잠에서 깨어났다."유효진! 당장 나와!”"네가 무슨 짓 했는지 똑똑히 봐!”눈을 뜨자마자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방에서 나와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화려한 옷차림에 파마머리를 한 중년 여인이 루이뷔통 가방을 들고 씩씩거리며 쳐들어왔다.귀부인의 뒤에는 유설진이 다급히 말리고 있다."형부, 우리 엄마예요!”"엄마, 여긴 임찬혁이에요.”유설진이 소개해 주었다."장모님 안녕하세요."유효진의 어머니인 걸 알게 된 임찬혁은 급하게 인사를 했다."퉤! 어디서 친한 척이야. 너 같은 건
“뭐라고요? 송시후가 유씨 집안에 손을 쓰기 시작했다고요?”유효진은 입술을 깨물고 생각에 잠겼다. 송시후가 직접 자기를 상대로 싸움을 걸어올 줄 알았는데 이렇게 나온다면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절대 물러날 수 없었다!근데 지금은 자신으로 인해 집안에 폐를 끼치게 되었으니 마음이 복잡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것이다.“이제야 네가 얼마나 큰 사고를 쳤는지 알겠어?”이향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계속 말했다.“이번에야 그저 물건을 압류하는 거로 끝나지만 다음에는 목숨을 가지고 위협할 수도 있다고 !”“당장 이 임찬혁이랑 이혼하고 송씨 집안에 가서 잘못했다고 빌어. 시후 도련님 기분이 풀리면 아직 되돌릴 방법이 있어!”“송시후는 그냥 인간쓰레기예요. 내가 가서 잘못했다고 비는 건 제 발로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요. 그리고 난 절대 임찬혁 씨와 이혼하지 않아요.” 유효진은 바로 거절했다.연우를 위해 임찬혁과 결혼한 건데 어떻게 결혼하자마자 이혼한단 말인가?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게 어때서? 아이를 낳고 시든 꽃이나 다름없는 네가 그 몸뚱아리로 유씨 집안에 평안을 가져가 줄 수 있다면 남는 장사 같은데!”이향은 딸의 거절에도 강요했다.송시후가 딸을 침을 석 자나 흘릴 정도로 탐내고 있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 방법을 생각해 낸 것이다. 한마디로 유효진한테 몸으로 유씨 집안 마음을 되돌리라고 하는 것이다. “엄마 그건 언니한테 너무 불공평해요….”유설진이 듣다못해 나서서 유효진 편을 들었다“닥쳐! 여기가 지금 네가 끼어들 자리야?”이향의 호통에 유설진도 감히 대꾸할 수 없었다.아무래도 이 집안에선 늘 이향의 말이 곧 법과 같았기 때문이다.“병사가 공격해 오면 장군이 막고, 물이 밀려오면 흙으로 막는다고 송씨 집안이 뭐가 그렇게 대단해요. 일이 생겼으면 다들 힘을 합쳐 해결하는 게 첫 순서 아닌가요?”임찬혁은 유효진 앞을 가로막고 시큰둥하게 말을 꺼냈다.“송씨 집안이 대단하지 않다고?”이향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비
차를 내려 주위를 둘러보니, 분주해야 할 부두에 왠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오고 가는 배들이 사라졌고 건들건들해 보이는 사람들이 작은 무리를 지어 담배를 피며 놀고있었을 뿐이었다.사람이 얼마나 많은 지 백명은 넘을 것 같았다. 누가 보면 지하 소굴인 줄.부두에는 컨테이너들이 가지런히 쌓여 있었는데 모두 “유”의 글자를 띈 종이로 봉인되어 있는 걸로 보아서 “유”씨 네의 물건이 틀림없다.“뭐하는 사람이야! 눈 멀었어? 오늘 영업 안 하니까 빨리 꺼져, 네 다리까지 부서지고 싶지 않으면! ”임찬혁이 걸어오자 바로 한 양아치가 파이프를 들고 인찬혁을 가로막았다.부두의 광경을 본 사람들이라면 너 나 할 것없이 피해 다니는데 이 자식이 어디라고 감히!그들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이 아닌가?“파악! ”임찬혁은 아랑곳 하지 않고 싸대기를 날렸다.그 사람은 팽이처럼 바닥에서 몇 바퀴 돌더니 바닥에 누워 의식을 잃게 되었다.“이 새끼가! 어디서 죽을 짓을! ” 곧 사람들이 모두 무리 지어 그를 둘러쌌다.“어디서 온 새끼야! 너 혼자 강에 뛰어내려서 먹잇감이 되거나, 아님 우리가 토막내서 던져줄 테니, 골라 봐. ”그들은 사납게 성난 눈을 부릅뜨며 임찬혁을 둘러쌌다.“너네 관리자보고 나오라 해! ”임찬혁은 여전히 무서움이 전혀 없는 듯 여유로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내가 누구든 만날 사람처럼 보이나? ”곧이어 들려온 외침에 사람들이 갈라서더니 머리를 짧게 자른 중년의 남자가 임찬혁 앞으로 다가갔다.그는 입에 담배를 물고서 사납게 임찬혁을 위아래로 훑어봤다.“네가 여기 관리자야? ” 임찬혁이 물었다.“맞아! 내 이름을 들으면 네가 깜짝 놀랄 걸? ”“난 바로 위대헌, 이 부두를 관리하고 있지. 내 사람을 건드렸으니 성에 찰 물건을 준비해주던가, 아님 네 목숨을 여기 남겨두던가. ”이를 악물고 있는 위대헌의 눈에는 무서운 빛이 감돌았고 얼굴에는 살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송시후가 그에게 혜택을 주면서 유씨 네를 난처하게끔 하라고 했으니, 이
”우리 형님을 건드리다니, 죽여버려! ”“이 사람을 단단히 패주겠어! ”“우리의 실력을 보여주마! ”그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며 파이프와 칼을 들고 임찬혁을 향해 달려갔다.“솨악! ”그가 땅을 짓는 순간 총알마냥 거의 다여섯명을 밀쳐버렸다!삽시에 여기저기서 울부짖는 소리가 났다. 아마도 뼈가 부러진 듯 했다.임찬혁은 쏜살같이 한 사람의 손목을 세게 잡아버렸다.“칵! ”손목벼가 순식간에 부려지고 쥐고 있던 파이프도 임찬혁의 손에 갔다.“휘익 휘익! ”임찬혁 손의 파이프는 마치 생명을 가진 듯 마음껏 휘둘려졌다.파이프가 휘둘릴 때마다 사람이 쓰러졌다.삽시에 사람들은 종이인형마냥 임찬혁에 의해 쓰러졌고 몇 분도 안 돼서 위대헌의 사람들은 반도 안 남았다.“세상에! ”“이 자식 뭐 하는 사람이야! ”땅에 누워 신음소리를 내고 있는 사람들 외에 남은 사람들은 머뭇거리며 제자리에서 다리를 떨고 있었다.임찬혁의 실력이 굉장났다!순식간에 몇십명과 싸웠는데 힘든 기색이 전혀 안 났다.계속 이러다가는 모두 쓰러질 수가 있었다!“쫄지 말라고 새끼들아! ”이 말은 위대헌이 한 게 아니라 임찬혁이 한 말이었다.임찬혁도 오랜만에 이렇게 싸움하는 거라 한창 흥분되어 있는데 이 사람들이 갑자기 멈춰버린 것이다.말을 끝낸 그는 또 나서서 사람들을 향해 돌진했다.삽시간에 또 열몇명이 쓰러졌다!아직 서있는 사람들은 모두 강에 빠져버려 허우적댔다. 강물이 허우적대는 그들의 입에 들어갔고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이게 네 실력이야? ”임찬혁은 위대헌의 앞에 다가가서 파이프로 그의 머리를 목어 두드리듯 쳐댔다.이미 놀라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위대헌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숨도 못 쉬었다!“새끼야, 내가 경고하는데 난 백이 있으니까 막 나가지 마! ”말한는 위대헌은 무서움에 이까지 떨렸다.“네가 백이 있다고? ”“그럼 기회를 줄 테니 그 사람 불러 봐. ”임찬혁은 위대헌의 의자에 앉더니 담배를 한 가닥 빼서 불을 붙였다.위대헌의 백이 누군지 한
어쨌든 이 일은 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기에 골머리가 아팠지만 임찬혁은 어쩔 수 없이 육성재의 부탁을 들어주었다...하씨 가문.하찬림은 가죽 의자에 앉아 있었고 그의 옆에는 단발머리의 정장을 입은 여비서가 볼륨감이 넘치는 몸매를 자랑하고 있었다.늘씬하고 새하얀 다리는 검은 스타킹에 싸여 시시각각 여성스러운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제가 하라는 대로 다 했습니까? 효과는?”“분부하신 대로 홍보했고 이번 책임은 체스턴에게 모두 떠넘겼습니다. 중생환을 먹은 사람들에게 보상해 주겠다는 양해도 구했고요.”여비서는 공손한 표정으로 일일이 상황을 자세히 보고해주었다.“음, 아주 좋네요.”원하는 결과를 얻은 것인지 하찬림의 안색이 비로소 밝아지기 시작했다.오늘은 정말 도끼로 제 발등을 찍은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었다.임찬혁을 모함하려다 오히려 임찬혁의 회춘단이 만병통치약이 되고 중생환이 독이 된 것이다.다행히 일련의 조치를 통해 여론은 쉽사리 통제되었다.“임찬혁... 두고 봐, 국제 무도 대회 날 내가 널 어떻게 짓밟아버릴지.”하찬림이 이를 갈며 임찬혁의 이름을 곱씹었다.국제 무도 대회 날 임찬혁을 이기기만 하면 하찬림은 그동안 잃었던 모든 것들을 되돌릴 수 있다.“참, 내가 알아보라고 한 건 어떻게 됐습니까? 육소연과 임찬혁이 정말 혼약을 맺었단 말입니까?”“네, 두 사람이 처음 태어났을 때부터 약혼을 맺었는데 육소연이 계속 임찬혁을 못마땅해하는 바람에 관계가 불안정했다고 합니다.”그 순간, 하찬림의 어두운 얼굴에 음침한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찬혁아... 임찬혁, 전에 네가 바로 나와 손이림을 갈라놓은 장본인이지? 두고 봐.”“이번에는 내가 기필코 육소연을 꼬셔서 손에 넣을 테니 너도 어디 한번 망신당하는 꼴을 느껴봐.”...레드 로즈 바.임찬혁은 육성재의 전화를 끊은 후 또 팽런웅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임찬혁, 너 정말 국제 무도 대회에 참가할 거야? 만약 참가하지 않는다면 난 지금 당장 널 무도 협회에 가입시킬 수
...모두의 눈빛이 밝아지고 사람들은 기대 어린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어쨌든 용운 그룹이 옹호 그룹의 모든 자산을 삼켰고 하씨 가문의 사람까지 죽여 하씨 가문을 벼랑 끝까지 몰아붙였다. 게다가 지금은 명문 가문에 뒤지지 않는 영향력을 갖고 있지 않은가.만약 육소연이 정말 용운 그룹의 대표와 결혼을 하게 되면 그들 모두가 함께 덕을 볼 수 있다.“안 된다.”육성재가 단호한 목소리로 단칼에 잘라버렸다.“넌 이미 찬혁이와 약혼했는데 어떻게 다른 남자에게 고백할 수 있단 말이냐? 정녕 창피하지도 않단 말이냐?”임찬혁과 육소연 사이에는 이미 혼약이 잡혀있다. 이는 그와 임찬혁의 죽은 아버지가 정한 것인데 육성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혼인을 성사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슨 얼굴로 구천에 있을 친구의 얼굴을 본단 말인가?그러니 용운 그룹의 대표가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그는 꿋꿋이 임찬혁을 선택할 것이다.“아빠! 그 임찬혁 얘기는 꺼내지도 마! 임찬혁은 대리권을 육지영에게 줄지언정 나에게 주지 않는데 내가 왜 그런 무정한 사람과 결혼해야 하는 건데?”육소연이 얼굴을 홱 돌리며 화가 난 목소리로 외쳤다.“그 입 다물지 못해? 그 일은 찬혁이 탓이 아니야. 네가 먼저 찬혁이를 의심했잖니.”육성재 역시 회춘단 대리 문제에 관한 자초지종을 알고 있었고 임찬혁과 육지영 사이에 거래가 있었으니 임찬혁이 대리권을 육지영에게 주는 건 전혀 문제가 될 게 없었다.그리고 육성재가 보기에 그 회춘단에는 분명 놀라운 부의 가치가 숨겨져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딸이 임찬혁과 결혼한다면 그 재산 역시 공동 재산이 되지 않겠는가?하지만 육성재는 굳이 이 말을 하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 돈은 중요하지 않았다. 육성재는 오직 육소연이 임찬혁과 결혼하는 것만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싫어. 난 용운 그룹 대표가 좋아. 당장 내일이면 대표님한테 달려가서 고백할 거야.”“만약 아빠가 자꾸 임찬혁과 결혼하라고 달달 볶으면 차라리 죽어버리고 말테야.”육소연은 결연
방금 조용히 현장을 빠져나가는 체스턴을 발견한 임찬혁은 곧바로 상대가 도망갈 것을 예상하고 청룡을 파견하여 체스턴을 잡아 오라고 당부했다.사실 체스턴은 중생환을 가지고 용국에 들어오면서부터 이미 그의 죽음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같은 시각, 육씨 가문.육소연은 침실에 숨어 몰래 울음을 삼키며 절친 배두나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흑흑, 두나야, 임찬혁에게 정말 회춘단이 있었다니. 그런데 임찬혁이 회춘단의 대리권을 육지영에게 줬어. 이건 분명 일부러 나를 괴롭히는 거라고!”육소연의 입장에서 아무리 그녀가 임찬혁을 오해했다고 하더라도 회춘단의 대리권만큼은 그녀에게 넘겨줬어야 했다.육지영이 그녀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대리권을 육지영에게 줬다는 건 일부러 육소연과 맞서겠다는 뜻 아닌가?“임찬혁、 이 천벌 받아도 싼 놈... 네 아버지가 그렇게 잘해줬는데 그걸 그새 잊었던 말이야? 정말 배은망덕한 놈이 따로 없네.”배두나는 이번 발표회에 참석할 자격을 얻지 못했지만 발표회에서의 일은 진즉 전해 들었다.지금 회춘단은 서울에서 가장 핫한 상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니 이 시점에 회춘단의 대리권을 가진 사람이라면 분명 떼돈을 벌고도 남을 것이다.그리고 그녀가 보기에 임찬혁은 줄곧 육소연에게 잘 보여 육씨 가문의 사위가 되기 위해 하염없이 노력해왔었다. 그러니 육소연이 어떤 태도를 보이든 임찬혁이 한결같이 육소연에게 잘 보여야 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지금처럼 육소연에게 냉담하게 굴면서 다른 여자에게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흥, 설령 임찬혁이 나에게 대리권을 준다고 해도 난 그걸 원하지 않았을 거야.”육소연이 퉁명스럽게 대꾸하며 입을 삐죽였다.“괜찮아, 네 말대로 임찬혁은 정말 쓰레기 같은 남자야. 그러니 그 남자를 위해 슬퍼할 가치도 없어. 지금은 작은 성과를 거뒀을지 몰라도 용운 그룹 대표와는 비교할 가치가 되지 못해.”배두나가 육소연을 다독여주며 투덜거렸다.“너도 용운 그룹 대표가 정말 날 좋
이 모든 것은 임찬혁을 믿었기 때문이다.“걱정 마. 약속은 반드시 지킬 거야.”결국, 육씨 가문 전체에서 육성재를 제외하고 임찬혁을 믿어주는 사람은 오직 육지영뿐이었다.게다가 방금 어머니까지 모시고 와 약을 시험해 본 것도 작은 도움이 된 셈이니 임찬혁은 당연히 약속을 어길 리가 없었다.“잘됐네, 지영아. 네가 찬혁이를 믿은 건 옳은 선택이었어.”박영화와 육지영이 감격에 겨워 소리를 질렀다.임찬혁을 믿었다는 이유만으로 판이 이렇게까지 뒤바뀌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을 터.그러나 다른 한쪽에 서 있던 육소연의 안색은 종잇장처럼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애써 진정시키는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이 지금, 이 순간만큼은 바보처럼 느껴졌다.믿을 수 없다기보다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처음에 임찬혁은 그들에게 회춘단의 대리권을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그녀는 오히려 시큰둥하게 거절해버렸다.그런데 임찬혁의 말이 거짓이 아니었다니. 언제부터 사람 보는 눈이 이렇게까지 없었던 거지?지금 서울의 모든 사람들은 임찬혁 회춘단의 이 대리권을 구하기 위해 피 터지도록 경쟁하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체면 따위는 상관없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오직 육소연만이 도무지 자신의 체면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과거 너무 절대적으로 말을 해버렸기 때문이다.게다가 마음속의 그 거만함도 그녀가 먼저 고개를 숙이는 것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깊은 회의감이 솟구쳐올라오며 육소연은 감히 임찬혁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찬혁아, 이렇게 좋은 제품이 있는데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우리 사이에 대리 하나 맡겨주지 않는 것도 말이 안 되지?”육지영은 차마 티를 낼 수 없었지만 하미현은 아예 얼굴에 철판을 깔고 임찬혁에게 대리를 내놓으라며 요구했다.“허허, 전 분명 기회를 드렸고 거절한 건 숙모셨잖아요. 그런데 이제 와서 또 갖고 싶으세요?”임찬혁이 하미현을 빤히 쳐다보며 냉소를 지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하미현은 다른
이어 임찬혁은 또 혼수상태에 빠진 창운 도인에게 회춘단 한 알을 먹였다.“콜록콜록!”얼마 지나지 않아 연신 기침을 하더니 창운 도인이 정말 서서히 눈을 뜨는 게 아닌가. 순간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다.“대박, 회춘단이 이 정도로 신기하다고?”“죽은 줄 알았던 생쥐도 회춘단을 먹으니 다시 살아났다니까.”“혼수상태에 빠진 창운 도인도 살릴 수 있다니. 회춘단은 정말 미용 제품이 아니라 만병통치약이야.”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너나없이 입을 모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그리고 방금 중생환을 먹은 사람들은 마치 지푸라기라도 잡은 것처럼 연이어 임찬혁에게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제발 회춘단 하나만 주세요.”“저도 하나만 주세요. 죽고 싶지 않아요.”“당신이 내 목숨만 구해줄 수 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하겠습니다!”그들은 임찬혁에게 연이어 머리를 조아리며 애원했다.아직은 몸에 큰 반응이 없지만 미래의 어느 날 갑자기 중생환의 부작용이 닥치면 그땐 정말 끝장일지도 모른다.“걱정하지 마세요. 사람은 쥐보다 훨씬 강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들 역시 모두 중생환을 복용했지만 목숨을 위협할 정도는 아닐 거예요.”“그리고 회춘단은 곧 서울에서 판매될 예정이니 몇 알 복용하면 중생환의 악영향 정도는 쉽게 없앨 수 있습니다.”임찬혁은 눈물을 쏟아내는 사람들을 다독여주며 싱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람들도 괜찮다는 임찬혁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지만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임찬혁의 말을 믿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당연히 회춘단 한 알을 바로 먹을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임 선생님, 회춘단 대리점을 하고 싶은데 지금 200억의 계약금을 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샘플을 주실 수는 없을까요?”한 여자가 물었다.“가능합니다.”그 말에 임찬혁은 즉시 여인에게 회춘단 한 알을 건네주었다.“저도 회춘단 대리를 하고 싶습니다.”“저도 하겠습니다.”“임 선생님, 저한테도
중생환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다.이 일로 하찬림은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악명을 뒤집어쓰게 될 것이다.“하찬림 이 망할 자식아, 내가 널 얼마나 철석같이 믿었는데 나한테 독약을 먹여?”곧이어 한 중년 부인이 하찬림의 눈앞에 달려들어 멱살을 부여잡고 해명을 요구했다.방금 하찬림의 설득 하에 그녀도 중생환을 먹었기 때문이다.하여 우리 안에서 점점 죽어가는 쥐를 보며 화들짝 놀란 중년 부인은 당장이라도 눈물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나도 중생환을 먹었는데... 설마 나도 저 생쥐들처럼 죽게 되는 건가? 하찬림 이 개자식아!”“당신 제대로 해명 안 하면 가만 안 둘 거야.”방금 중생환을 먹었던 사람들이 모두 필사적으로 달려들어 하찬림을 에워쌌다.이제 목숨도 보장받지 못하는데 하찬림의 신분과 지위가 뭐가 중요하단 말인가?하찬림 역시 아무리 내공이 강해도 감히 일반인에게 손을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잘못하면 하씨 가문 전체가 나락으로 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제게 잠시만 시간을 주시면 꼭 합리한 설명을 하겠습니다.”“체스턴 군,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하찬림은 많은 사람들의 공격에 대응하며 다급히 체스턴을 찾아 헤맸지만 상대는 이미 감쪽같이 사라진 뒤였다.조금 전, 중생환의 일이 탄로 날 것을 미리 눈치챈 체스턴은 진즉 뒤꽁무니를 빼고 도망쳐버렸던 것이다.“체스턴!”“체스턴!”털끝 하나 보이지 않는 체스턴에 하찬림의 마음도 차갑게 식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제야 비로소 깨달았다. 이놈에게 속았구나.한편, 덩달아 당황해하는 하찬림의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더더욱 중생환에 문제가 있음을 단정했다.중생환을 먹은 사람들은 심지어 당장이라도 하찬림을 죽이고 싶은 마음마저 생겼다.“하찬림, 내가 널 죽여버릴 테다.”한 중년 아주머니가 손을 뻗어 하찬림의 얼굴을 도려냈다.악!외마디 비명과 함께 하찬림이 눈을 질끈 감았다. 아무리 내공이 높아도 일반인들의 공격은 전혀 피할 방법이 없었고 얼굴에는 핏자국이 번지며 하찬림의 모습은 더욱 초라해
시간이 1분 1초 흐르고 사람들의 시선은 전부 열 마리의 생쥐에게로 향해 있었다.“시간이 이렇게 흘렀는데 중생환을 먹은 생쥐들도 멀쩡하잖아. 그렇다면 중생환도 아무 문제 없다는 말 아냐?”20대 정도 되어 보이는 한 여자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녀는 이 구역에서 작게 소문난 부잣집 딸인데 이번에도 중생환의 분대리로 선발되었다.중생환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그녀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하찬림의 뒤를 따라 부자가 될 수 있다. 그러니 당연히 임찬혁의 말이 전부 거짓이길 바라는 것이다.“맞아요, 임찬혁이 헛소리를 한 게 틀림없어요. 만약 중생환에 정말 문제가 있다면 우리 하 대표가 모를 리 있겠어요? 그리고 또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실험을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임찬혁도 괜히 하 대표가 질투 나서 태클을 걸고 있는 게 분명하다니까. 하 대표의 제품이 회춘단 못지않게 훌륭하니까 일부러 이런 소란을 피우는 거 아니겠어. 이런 사람과 무슨 이야기를 더 하겠어. 당장 쫓아내자고...”...눈치를 보던 다른 대리상들도 너나없이 나서서 말을 보태기 시작했다.지금 그들에게 있어 임찬혁은 그들의 장사를 방해하러 온 눈엣가시일 뿐이다.어렵게 중생환의 대리권을 얻고 드디어 큰돈을 벌려는데 웬 낯선 남자가 이곳에 찾아와 중생환에 문제가 있다고 선포를 하니 이건 그들과 맞서고 들려는 게 아니면 뭐란 말인가?곧이어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의심이 가득한 눈초리로 임찬혁을 쏘아붙였다. 비록 임찬혁의 회춘단은 확실히 엄청난 효과를 지니고 있었지만 아무리 장사에 눈이 멀어도 난데없이 중생환이 위험하다고 유언비어를 퍼뜨릴 필요는 없었다.어쨌든 하영 그룹은 유명한 대기업이고 하찬림은 또 남부 군신의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으니 돈 때문에 자신의 명예를 훼손할 필요는 없었다.그러니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이렇게 대대적으로 중생환의 발표회를 열 수도 없었을 것이다.오히려 임찬혁이야말로 질투에 눈이 멀어 난데없이 소란을 피우러 온 입장이 되어버렸다.육소연의 눈동
“게다가 당신의 중생환은 사실 사람의 잠재력을 착취하는 부작용이 있잖아요. 심지어 강한 중독성까지 지니고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나라와 국민에게 재앙을 끼치는 마약과도 같은 존재 아니겠어요?”임찬혁의 매 한 마디, 한 글자가 모두의 귓가에 때려 박혔다.뭐라고?임찬혁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그들에게 있어 중생환은 신약과도 같은 존재로 모두가 하찬림을 숭배하며 존경해왔다. 그런데 설마 정말 임찬혁의 말처럼 그런 일이 생길까?체스턴의 파란 눈동자에 순간 당혹스러움이 스쳐 지나갔다.다른 사람들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체스턴만큼은 중생환의 뒤에 숨겨진 비밀을 잘 알고 있다. 임찬혁의 말은 정말 모두 사실이었다.‘뭐지? 임찬혁이 어떻게 이걸 알게 된 거지?’그의 중생환이 서양 국가에서 환영받지 못했던 이유도 바로 임찬혁이 말했던 부작용 때문이었다.하여 이곳저곳 쫓겨 다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용국의 시장을 노리게 된 것인데 이것마저 임찬혁에게 들켜버리다니...“건방진 소리!”하찬림이 불같이 화를 내며 으름장을 놓았다.“증거 있어? 증거도 없이 무작정 물어뜯는 건 예의가 아니지.”하찬림이 번뜩이는 눈빛으로 임찬혁을 노려보았다. 하찬림을 모욕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중생환을 비하하다니. 체스턴은 분명 그에게 중생환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보장했단 말이다.“그럼 제 회춘단에 금지 성분이 있다고 하셨는데 증거 있습니까?”“제 회춘단은 어떤 검사도 받을 수 있고 조금이라도 금지 성분이 검출된다면 어떤 대가도 치를 수 있습니다.”임찬혁은 두 눈을 부릅뜨고 하찬림을 똑똑히 바라보며 반박했다. 대화가 오가고 두 사람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았다.“물론 내 중생환도 얼마든지 검사를 받을 수 있지요. 조금이라도 부작용이 있다면 나도 어떤 대가라도 달게 받겠어.”하찬림도 임찬혁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제품에 자신감이 넘쳤다.애초에 하찬림은 중생환을 받을 때부터 모든 검사를 거쳐 조금의 금지 성분도 없다는 결과를 받게 되었었다. 하
하찬림뿐만이 아니다.체스턴, 전정우, 허원무, 곽해진 그리고 손강오까지 현장에 있던 모두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들은 모두 비즈니스계의 정상에 있는 인물이기에 식견이 매우 넓은 편이었다.그런데 회춘단의 효과가 이렇게 어마어마할 줄이야.이건 성공적인 프로젝트일 뿐이 아니었다. 아마 전 세계를 뒤져 보아도 이 정도의 돈줄은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직접 보지 않았다면 아마 임찬혁이 이렇게 좋은 제품을 내놓았으리라고 꿈에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 누구도 회춘단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는데 막상 회춘단의 상업적 가치를 확인하니 모두의 마음속에 욕심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만약 회춘단의 대리권을 얻을 수만 있다면 분명 떼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이럴 줄 알았으면 그렇게 절대적으로 말을 하지 않는 건데...한편, 육소연도 깜짝 놀란 듯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임찬혁이 했던 말이 전부 사실이라니.회춘단이 보여준 효과만 봐도 중생환을 넘어서는 건 물론이고 아마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돈을 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건 회춘단은 임찬혁이 직접 참여하여 연구 개발한 제품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회춘단의 모든 권한은 자연히 임찬혁의 손에 있다.회춘단의 대리권만 손에 쥔다면... 중생환의 대리를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우와! 회춘단의 효과가 이렇게 신기하다니...”육지영이 뛸 듯이 기뻐하며 외쳤다.회춘단을 먹고 생긴 변화는 단지 발의 흉터가 사라진 것 뿐만이 아니었다. 피부도 훨씬 좋아지고 안색도 전과 다르게 눈에 띄게 좋아졌다. 한 알을 복용했을 뿐인데 이 정도의 효과라니... 계속 복용하면 얼마나 예뻐질지 말할 필요도 없었다.“내가 시험해줄게요. 나한테도 한 알 줘봐요.”“저도, 저도.”...금세 수많은 여자들이 몰려들었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회춘단처럼 쉽게 비주얼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제품을 마주하니 여자들은 전부 이성을 잃고 만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