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꺅!”처참한 비명과 함께 타케이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거품을 토해내면서 경련을 일으켰다. 마치 누군가 비수로 심장을 찌르고 있는듯했다.기세가 하늘을 찌르던 아까와는 달리 지금은 고통스러울 뿐이었다.살려달라고 말할 힘도 없는 타케이는 유일하게 할수 있는 것이 비명과 경련뿐이었다.이 모습은 그야말로 죽기보다도 못해 보였다.“타케이 도련님!”“어떻게 된 일이지?”“저놈이 무슨 마법이라도 건 거야?”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타케이를 보고있던 진세은과 일본인들은 제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김예훈이 손가락을 튕기는 바람에 타케이가 쓰러질 줄 몰랐다.우연인지, 김예훈한테 진짜 그런 능력이 있는 건지는 몰랐다.이때 겸손을 지키던 야마구치파 어르신 한명이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 그러다 갑자기 무언가 생각나는 것이 있는지 타케이한테 달려가 오른손으로 그의 가슴에 있는 맥을 짚었다.일본 야마구치파의 장로인 사카모토 류이치는 타케이의 전담 보디가드였다.의술과 무술에 능통한 그는 타케이 몸에 있던 심장약을 꺼내 그의 입에 넣어주었다.한 알이면 바로 효과 보던 약이 아무런 작용 없자 타케이는 여전히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사카모토 류이치는 표정이 변하더니 주사기 하나를 꺼내 빨간 액체를 타케이 몸에 주입했다.하지만 여전히 아무런 작용도 없자 은침을 꺼내 신속하게 여기저기 꽂았다.김예훈은 그 모습을 흥미진진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마지막 침이 꽂히는 순간, 타케이는 그제야 한숨을 내쉬었다.이때 김예훈이 배시시 웃으면서 말했다.“아무리 의술이 좋아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을 거예요. 이 사람은 이미 병신이 되어버렸거든요.”이때 타케이의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또다시 경련을 일으키고 말았다. 몸에 꽂혀있던 은침이 휘어지는 바람에 더욱 고통스러워 바닥에서 뒹굴기 시작했다.진세은이 심각하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이봐요, 당신이 한 짓 맞죠? 도대체 타케이 도련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예요?”김예훈을 쳐다보던 사람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손가락을 튕겼
사카모토 류이치가 최선을 다해봐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타케이가 더이상 거품도 토해내지 않고, 경련을 일으킬 힘도 없는지 호흡이 고르지 않는 것을 보니 더이상 오래 버티지 못할 것만 같았다.진세은은 타케이가 이대로 자기 앞에서 죽어버리면 야마구치파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무섭기 그지없었다.진세은은 김예훈이 무섭긴 해도 이를 꽉 깨물면서 말했다.“1분만 줄 테니 타케이 도련님을 당장 살려내요. 아니면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니까요.”김예훈이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말했다.“그래요? 그러면 어떻게 저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건지 한번 지켜볼까요?”딱.이때 김예훈이 또 한 번 손가락을 튕기자, 타케이는 온몸이 굳어버리면서 눈알까지 튀어나와 코와 입에서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 참담한 모습은 마치 언제든지 숨을 거둘 것만 같았다.아까까지만 해도 어떻게 해보려던 진세은은 더이상 움직이지도 못했다.바로 이때,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던 김현민이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는지 말했다.“타케이 도련님은 심장병을 앓고 있어. 거기다 파란색 알약을 드셨으니 자극적인 소리만 내도 심장이 견디지 못하는 거고. 그러니까 손가락을 튕기는 건 파란색 알약을 드신 타케이 도련님한테나 먹히는 기술이라고.”김현민은 그래도 눈앞에 보이는 것에 속아 넘어가지 않고 바로 진실을 밝혔다.그러면서 속으로는 이러한 상황에서 김예훈이 손가락을 튕기는 것만으로 현장을 압도한 것에 감탄하고 있었다.멈칫한 허유주는 다시 아까 있었던 일을 돌이켜보았다. 타케이가 파란색 알약을 먹었을 때 가슴을 움켜쥐고 있었던 것이 생각나 어쩌면 정말로 심장병을 앓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다 진세은도 정신 차리고 김현민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에 다시 안색이 밝아졌다.김예훈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든 이제는 그를 죽여버릴 자신이 있었다.“세 번째로 손가락을 튕기지 않는 이상 타케이 도련님은 다시 살아날 수 있어. 그런데 세 번째로 손가락을 튕기는 순간 무조건 목숨을 잃게 돼.”김현민의 판단에
사카모토 류이치가 누구인가?’일본 야마구치파의 장로이자 탑 장병급 실력자인 그는 곧 무신 급 실력자로 거듭날 사람이었다.그런데 진세은은 추문성이 그저 밀양 추씨 가문의 도련님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그런데 탑 장병급 실력자를 이렇게 쉽게 무너뜨린다고?’다른 사람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추문성은 차가운 표정으로 앞으로 다가가 또다시 당도를 휘둘렀다.아무런 기교도 없이 그저 쏜살같이 휘두를 뿐이었다.김예훈의 말대로 살벌한 무술 세계에선 스피드가 생명이었다.사카모토 류이치는 그의 공격을 막아보려고 다시 검을 들었다.쨍그랑!당도와 검이 서로 마주친 순간, 사카모토 류이치는 표정이 확 변하고 말았다.다음 순간, 사카모토 류이치는 타케이가 있는 곳까지 연신 물러서서야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사카모토 류이치는 입에서 피를 뿜어냈다.진세은 등은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언제부터 이렇게 대단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던 거야?’김현민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추문성을 힐끔 쳐다보게 될 정도였다.그제야 사람들은 김예훈이 왜 허유주 대신 사과를 받아내겠다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추문성 같은 고수가 지켜주고 있어서 그럴만한 용기가 있었다고 생각했다.추문성의 실력에 감탄하고 있던 진세은 일행은 의기양양해하는 김예훈을 가소롭게 쳐다보았다.“이런 제기랄!”대한민국 젊은이한테 패배하자 사카모토 류이치는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이때, 그가 오른손을 휘두르는 순간 수십 자루의 비수가 날아왔다.쨍! 쨍! 쨍!이때 추하린이 손에 쥐고 있던 당도로 모든 비수를 막아냈다.옆에서 구경하고 있던 홍성파 사람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이 비수들은 그들의 몸에 박히고 말았다.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이들은 하나같이 시커메진 얼굴을 하고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홍성파 사람들이 순식간에 몇십 명이 쓰러지자, 현장 분위기는 얼어붙고 말았다.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진세은은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이런 제기랄!”자기 공격으로 자기편을 죽여버린
퍽!바닥에 무릎 꿇고만 사카모토 류이치는 시체로 변해 온몸이 굳어버리고 말았다.분명 야마구치파의 장로이자 탑 장병급 실력자인데 어떻게 대한민국의 평범한 젊은이한테 패배할 수 있는지 몰랐다.아무리 이해되지 않고, 믿기 어렵다고 해도 바뀌지 않는 현실이었다.현장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지고, 사람들은 놀라운 표정으로 당도를 쥐고 있는 추문성을 쳐다보았다.몇몇 일본인들은 꿈인지 생시인지 확인해 보려고 자기 뺨을 때리기도 했다.그렇게 대단한 사카모토 류이치가 대한민국의 젊은이한테 죽임을 당하다니.눈가를 파르르 떨고 있던 무신 급 실력자인 김현민은 바로 추문성이 최근에 고수의 지도를 받았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것이 아니라면 이 정도의 실력을 보일 수가 없었다.그러다 시선이 김예훈을 향하게 되었다.‘설마 저 새끼가 추문성을 가르친 건가? 그래서 추씨 가문에서 기꺼이 저 자식을 모시는 건가?’이런 생각에 김현민의 눈빛에는 살기가 더욱 진해졌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가 김현민의 가장 든든한 뒤패였기 때문에 아무도 이 자리를 위협하는 사람이 없어야 했다.김예훈을 죽이진 못해도 그를 철저히 짓밟아 버리고 싶었다.이때 정신을 차린 진세은이 이를 꽉 깨물면서 사악한 미소로 말했다.“우리 홍성파, 야마구치파랑 끝까지 해보시겠다? 그러면 기꺼이 함께해 드리죠.”진세은의 표정은 극도로 어두웠다.사카모토 류이치가 죽고, 타케이도 목숨을 구제할 수 있을지 몰랐기 때문에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었다.야마구치파에 제대로 설명을 내놓기 전에 자기가 모든 죄를 뒤집어쓸지도 몰랐다.그래서 자기 앞날을 위해서든, 홍성파의 체면을 위해서든, 야마구치파한테 밉보이지 않기 위해서는 김예훈을 죽여버려야만 했다.이때 진세은의 명령하게 수십 명의 홍성파 부하들이 살기를 뿜어내면서 다가왔다.“죽여버려!”홍성파 부하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 김예훈과 추문성에게 총구를 겨눴다.긴장감의 극치에 도달한 순간, 어느 누가 움직이기라도 한다면 여기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장병급 실력자인 추문성 앞에서는 아무리 홍성파라고 해도 아무것도 아니었다.진주·밀양 용전 사람들이 움직이기도 전에 모든 것이 끝나버리고 말았다.표정이 확 변한 진세은은 룸을 벗어나고 싶었다.“진세은 씨, 저를 아직 죽이지도 못했는데 이대로 도망치려고요? 너무 예의가 없는거 아니에요? 여기가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가도 되는 그런 곳인 줄 알았어요?”김예훈은 일어나 진세은 옆으로 다가가 그녀의 얼굴을 툭툭 쳤다.마법에 걸린 것처럼 온몸이 굳어버린 진세은은 뒤로 물러서고 싶어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뭘 어쩌려고 이러는 거예요? 어디 제 털끝 하나 건드려 보든가요!”밖에서 달려 들어오려던 홍성파 부하들은 추문성과 진주·밀양 용전 사람들에 의해 제지당하고 말았다.“그게 어려운 줄 알았어요?”김예훈은 검지로 진세은의 턱을 들어 올리더니 뺨을 두 대 때렸다.쨕! 쨕!진세은의 얼굴은 뺨 자국이 나 있는 채로 퉁퉁 부어오르기 시작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태생 미인이라 여전히 예뻤다.“얼굴에 손댔는데 뭐 어쩔 거예요?”어릴때부터 맞아본 적 없는 진세은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김예훈! 죽여버릴 거야!”쨕!김예훈이 또 그녀의 뺨을 때렸다.“나를 죽여버리겠다고? 지금 네 목숨이 내 손에 달려있다는 거 몰라?”쨕!“이 바닥에서 지낸 세월이 얼마인데 이런 상황에서는 용서를 빌어야 한다는 거 몰라? 그런데 감히 날 협박해? 미쳤어?”쨕!“어떻게 일본인을 도와 같은 대한민국 사람을 괴롭힐 수 있어. 넌 치욕스러운 것이 뭔지 몰라?”쨕!“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내 앞에서 잘난 척하는 거야. 어디서 나온 용기인 거냐고.”한마디 할 때마다 때린 바람에 진세은은 뺨을 열몇 대씩이나 맞고 말았다. 얼굴이 퉁퉁 부어오른 진세은은 마지막 오만감과 자존심마저 모두 상실했다.퍽!김예훈은 진세은을 발로 걷어차 허유주 앞에 무릎을 꿇렸다.“허유주가 용서할 때까지 무릎 꿇고 있어. 함부로 일어서는 순간 죽은 목숨일 거야
차가운 목소리가 갑작스럽게 룸에서 울려 퍼졌다.사람들은 소름 끼치는 느낌에 본능적으로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나름대로 자기 실력에 자신 있던 사람들도 상대방이 보이지 않아 간담이 서늘해졌다.얼굴을 부여잡고 있던 진세은은 멈칫하고 말았다.“라이언 킹 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희 홍성파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이놈을 죽여주시기를 바랍니다.”라이언 킹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진주·밀양 사람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한숨을 크게 들이마셨다.라이언 킹은 홍성파 중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소문으로는 홍성파가 외래침략을 막으려고 그녀를 해외에서 고가로 모셔 왔다고 했다.그런데 그런 사람이 진세은 옆을 지킬 줄 몰랐다.라이언 킹만 있으면 진세은은 절대적으로 안전했다.소문으로는 라이언 킹이 곧 무신 급 실력자가 될 장병급 실력자라고 했기 때문에 김예훈이 죽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장병급과 장벽급 사이에도 크나큰 차이가 있어 추문성이라고 해도 그를 보호해 줄 수가 없었다.라이언 킹 앞에서는 이제 막 장병급이 된 추문성은 아무것도 아니었다.홍성파에서 숨겨둔 실력자가 그야말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젊은이, 홍성파와 야마구치파는 너같이 보잘것없는 사람이 건드릴 만한 존재가 아니야. 지금 기회를 줄게. 자기 뺨을 열대 때리고, 타케이 도련님을 살려주면 목숨만은 구제해 줄게. 만약 이 기회를 거절하면 내가 직접 너의 사지를 찢어버릴 거야.”마치 저승사자의 말투처럼 차갑고 음흉하기만 했다.사람들은 그대로 소름이 끼치고 말았다.이때, 누군가 귀신처럼 창문을 통해 들어와 모습을 드러냈다.검은 복장에 드리워진 금발 머리를 한 이는 어마어마한 포스를 풍기고 있었다.길에서 만났다면 폐지 줍는 할머니라고 오해했을 수도 있었다.그녀의 발이 바닥에 닿은 순간, 타일이 아무런 소리 없이 가루로 변해버리고 말았다.이런 어마어마한 포스에 사람들은 한숨을 크게 들이마셨다.이 기세에 눌린 사람들은 바닥에 무릎을 꿇기도 했다. 그야말로 천하무적의 기세에
“어디서 감히!”진주·밀양에서 활개 치면서 다니던 라이언 킹은 얼굴이 어두워지고 말았다.명문가에서도 그녀의 체면을 세워줄 정도였는데 말이다.심지어 홍성파보다도 더 명성이 있었는데 피도 안 마른 놈한테 이런 치욕을 당할 줄 몰랐다.다음 순간, 쓸데없는 말하기 싫은 라이언 킹은 바로 쏜살같이 김예훈 앞으로 날아가면서 그의 멱을 따려고 손을 뻗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하게 쳐다볼 뿐 움직이지도 않았다.라이언 킹의 손이 김예훈에게 닿기도 전에 옆에서 당도가 날아왔다.멈칫한 라이언 킹은 본능적으로 뒤돌아서면서 오른손으로 당도를 막았다.둥!거대한 파동에 사람들의 옷자락과 머리카락마저 흩날렸다.그저 부잣집 도련님인 줄로만 알았던 추문성이 이 정도로 대단할 줄 몰랐는지 사람들은 놀라운 표정을 짓고 말았다.당도 부대는 역시나 장병급 실력자만 양성해 내는 곳이었다.‘부잣집 도련님이 당도 부대에 얼마나 있었길래 이런 실력을 갖추고 있는 거야?’추문성은 뒤로 세 발짝 물러나 당도를 든 채 김예훈 앞을 가로막았다.이때 라이언 킹이 골드 장갑을 마찰시키자 듣기 싫은 소리가 들려왔다.이때 그녀가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말했다.“이봐, 장병급 실력자 보디가드를 옆에 두고 있다고 뭐라도 되는 줄 알았어? 내가 이 자기 주제도 파악 못 하는 추씨 가문 도련님을 죽인 뒤에 너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야.”라이언 킹은 딱 봐도 김예훈이 아무런 실력도 갖추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김예훈이 추문성을 믿고 이렇게 잘난 척하는 줄 알고 있었다.이때 김예훈이 찻잔을 만지작거리면서 말했다.“두고 보시죠.”라이언 킹은 피식 웃더니 또다시 추문성을 향해 공격해 왔다.홍성파 고수라고 불리는 그녀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을수가 없었다.겉으로는 비쩍 마른 미친 할머니처럼 보였지만 공격이 날카롭기만 했다.매번 공격할 때마다 피비린내가 날 정도였으니 말이다.그녀가 추문성의 당도를 맨손으로 막아버리는 바람에 끝내 피를 보고 말았다.비록 중요 부위는 찔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김예훈 뒤에 서 있던 진주·밀양 용전 사람들도 일그러진 표정으로 총을 꺼내 홍성파 부하들을 겨냥했다.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열세에 처해있게 된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하지만 진퇴양난의 상황에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이들 역시 속으로는 김예훈이 너무 거들먹거린다는 생각을 하고있었다.‘홍성파가 용전처럼 도리를 따지고, 룰을 지키는 조직인 줄 아나 봐. 우리 몇 명으로 어떻게 홍성파를 제압하려고 그러는 거지? 말도 안 돼.’투닥투닥.공격을 주고받고 있는 사이, 라이언 킹은 갑자기 표정이 확 변하더니 몸에 지니고 있던 비수 하나를 꺼냈다.라이언 킹은 갑자기 추문성 발밑까지 굴러가 살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비수를 내밀었다.아무 생각 없는 행동인 것 같았지만 추문성의 요충을 노리고 있었다.파란 불빛을 띠고 있는 비수에 찔리는 순간 추문성은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비수가 얼마나 날카로운지 피 냄새가 맡아지기도 했다.일반인이 이런 상황을 맞이했다면 피하지도 못하고 무서워서 미쳐버렸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이때, 차가운 표정을 하고 있던 추문성이 동반자살을 택하면서 당도를 내리 찔렀다.만약 라이언 킹이 계속 추문성을 죽이는 것을 택한다면 똑같이 추문성의 당도에 의해 두 동강 날 것이 뻔했다.등골이 오싹해진 라이언 킹이 김예훈을 힐끔 쳐다보았을 때, 그는 웃고 있었다.‘아까까지만 해도 이러지 않더니. 김예훈 저놈의 말을 듣고 목숨까지 내놓기로 한거야.’추문성이 동반자살을 택한다고 해도 라이언 킹은 아직 죽고 싶지 않았다.홍성파 고수로서 매일 아무 걱정 없이 크루즈나 들락거리는 사람이 죽고 싶을 리가 없었다.다음 순간, 라이언 킹은 어쩔 수 없이 노리던 부위를 피해 비수로 추문성의 당도를 막았다.쨍!두 사람은 몸이 굳어져 버리더니 동시에 뒤로 튕겨 나갔다.“풉!”바닥에 떨어진 순간, 창백한 얼굴로 피를 토해낸 추문성과는 달리 라이언 킹은 피를 꾹 삼키면서 크게 숨을 내쉬었다.라이언 킹은 추문성 같은 젊은이를 상대로 양쪽 모두 크게 다칠
“쓰레기”라는 세 글자에 김서하의 눈가가 살짝 떨렸다.“김예훈 씨, 당신 말 대로 우리 모두 사업하는 사람들끼리 당신이 반격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이건 확실하게 현민이 잘못이 맞으니 제가 돌아가면 반드시 단단히 교육시켜서 직접 사과하게 할게요. 그러니 김예훈 씨도 성의를 보여주셨으면 해요. 그래야 우리 모두 오해를 풀고 앞으로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요? 필경 현민이도 그렇고 김예훈 씨도 모두 큰 일을 할 사람인데 이렇게 싸우면 다른 경쟁자들에게만 좋은 일이 되는 거잖아요.”김예훈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성의를 보여달라고요? 그럼 먼저 멀리도 말고 바로 어제 용문도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시는 건 아니겠죠? 야밤에 오륜 사찰의 선재 스님이 부하들을 거느리고 와서 저를 죽이려고 했어요. 말로는 오해를 풀자고 하면서 매번 저를 죽이려고 하는 건 무슨 경우인가요? 심지어 저를 박연서 사모님 댁으로 가게 만든 것도 당신들이 꾸민 거잖아요.”김예훈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휴대폰을 꺼내 낯선 전화번호로부터 받은 메시지를 보여주었다.“삑!”메시지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김서하는 자기도 모르게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세우고 김예훈을 노려보며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이 메시지는 누가 보낸 건가요?”김서하는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 김현민의 부하일 거라는 생각에 분노가 치밀었다.만약 정말로 그녀의 추측이 맞는다면 안동 김씨 내부에 김현민을 죽이려는 세력이 있다는 것이다.순간 김서하는 오늘 자기가 직접 김예훈을 찾아온 것은 뜻밖의 행운이라고 생각했다.김예훈은 비웃는 표정을 전혀 숨기지 않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사모님, 이쯤 되면 더 이상 연기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이 메시지는 당연히 김현민이 보낸 것이고 저를 임수민 구하러 가게 해서 박연서 사모님을 만나게 하려는 계획이었잖아요. 당신들이 박연서 사모님의 손을 빌려 저를 죽이려는 것인지, 아니면 저의 손을 빌려 박연서 사모님을 어떻게 하려는 건지는 잘 모르지만 어찌 됐든 당신들의 계
“사모님이 초대하시는데 제가 왜 거절하겠어요?”김예훈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김서하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는 김서하가 도대체 무슨 속셈인지 알고 싶었기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에 올라타고 안전벨트를 했다.김예훈이 차에 타자 김서하는 가볍게 웃으며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페라리 488은 자신의 존재를 뽐내며 맹수와 같이 순환고속도로를 향해 질주했다.차가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김예훈이 고개를 돌려 김서하에게 물었다.“사모님, 정말로 저와 함께 비를 구경하면서 드라이브하려고 오신 건 아니죠? 저는 사모님과 함께 비 구경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거든요. 그러니 이제 솔직하게 말씀하시죠.”김서하는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바로 말했다.“김예훈 씨가 우리 넷째 언니의 병을 고칠 수 있다면서요. 그리고 그 대가로 조건을 걸었다고 들었어요.”김예훈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사모님, 역시 소식이 빠르시네요. 저의 조건이 무엇인지 아시는 것 같은데요. 그건 바로 김현민을 양자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거였어요.”김예훈의 말에 들은 김서하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아주 간단한 한마디였지만 실제로 그 조건 때문에 김현민은 정정당당하게 안동 김씨 가문의 당주가 될 자격을 잃게 될 것이다.그야말로 사람을 죽이고 마음마저 짓밟는 격이다.“김예훈 씨, 잘 모르는 것이 있는 것 같은데요. 당신이 아무리 잘나간다고 해도 안동 김씨 가문의 일에 간섭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김서하가 계속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현재 권력 교체의 중요한 시기예요. 외부 사람들에게는 평온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은 내부적으로 엄청 치열하거든요. 아무리 진주·밀양 두 도시의 거물이라 할지언정 안동 김씨 가문의 싸움에 끼어들면 무사하지 못할 거예요. 그런데 당신이 혼자서 거기에 끼어들겠다는 건 스스로 화를 자초하는 거예요.”김서하는 말하면서 액셀러레이터를 더 밟았다.그녀의 오른쪽 다리의 치맛자락이 살짝 흩날리더니 보는 사람이 섬뜩할 정도로 새하얀 속살이 드러났다.김서하의 적나라한 유혹
“내가 김예훈을 설득해 볼게. 그런데 계속해서 제멋대로 행동하면 죽여버릴 수밖에.”김서하는 어떻게든 김현민을 수장 자리에 앉히고 싶었다.비록 큰 피해를 준 김예훈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지만 그가 양보하기만 한다면 진주·밀양 용전을 내놓을 마음도 있었다....시즌 호텔.하늘에서는 가랑비가 쏟아졌고, 호텔 전체가 안개에 휩싸이고 말았다.토요타 프라도에서 내려 호텔 로비로 들어가려던 김예훈 뒤로 갑자기 자동차 경적소리가 울려 퍼졌다.곧이어 그의 앞에 페라리 488 한대가 멈춰 섰다.창문이 내려가면서 백옥과도 같은 아름다운 얼굴에 샤넬 드레스를 입고 구찌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는 요정 같은 얼굴이 보이자 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상대는 바로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김서하였다.갑작스러운 등장이 놀랍긴 했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은 아니었다.김병욱이 이 큰일을 꾸민 걸 보면 무조건 박연서가 10년 전 사건을 재조사하려는 것을 김현민에게 알려줬을 것이고, 이 타이밍에 김서하가 찾아온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그런데 예상치 못한 것은 싸우러 총이나 칼을 들고 온 것이 아니라 홀몸으로 찾아왔다는 것이다.김예훈은 이 상황이 너무나도 의외였다.김서하도 의문스러운 그의 표정을 감지했는지 핸들을 잡고 창가에 기대어 김예훈을 향해 피식 웃었다.“김예훈 씨, 저랑 대화 좀 나눌까요? 비 오는 날 고속도로 풍경이 꽤 볼만한데 한번 보실래요?”침착하고 여유로운 표정, 무심하면서도 약간의 유혹이 담겨있는 말투였다.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이 둘이 꽤 괜찮은 사이라고 오해할 만도 했다.이순간 김예훈은 두 손을 창문에 갖다 대면서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사모님, 제 기억이 맞는다면 저희 둘은 적대적인 관계가 아닌가요? 그것도 깊은 원한이 있는 그런 관계 말이에요. 언제부터 저희가 비 오는 날 같이 드라이브하는 사이가 된 거죠? 말도 안 되잖아요.”김예훈은 그녀의 손에서 진주·밀양 용전을 빼앗아 왔는데 자신을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천
김서하는 김현민의 말을 듣고서야 조금씩 차분해지기 시작했다.“맞아. 그깟 임수민의 말을 들어줄 사람은 없을거야. 그런데 이런 사람을 살려두는 건 위험 요소가 될 수밖에 없어. 기회를 봐서 일본인한테 처리해달라고 해.”김서하는 단 한마디로 임수민의 생을 마감시켜 버렸다.바로 이때, 김병욱의 핸드폰이 갑자기 진동하기 시작했다.그는 구석에 가서 전화를 받더니 표정이 갑자기 심각해지기 시작했다.이어 그는 헐레벌떡 달려오더니 김현민한테 말했다.“도련님, 큰일 났어요. 방금 별장에서 전해온 소식인데 박연서 사모님께서 10년 전 사건을 다시 조사하겠다고 하네요. 김예훈이 설득하기도 했고, 임수민의 증언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높아요.”쨍그랑.김서하는 표정이 다시 창백해지면서 손에 들고 있던 샴페인 잔을 바닥에 떨어뜨렸다.김현민도 표정이 변하면서 앞으로 걸어가 무릎 꿇고 있는 김만태를 발로 걷어찼다.“이런 병신. 너 같은 병신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된 거잖아. 안 돼. 박연서가 10년 전 사건을 다시 조사하게 해서는 안 돼. 이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이 다 죽을 수도 있고 나까지 수장 자리에 앉지 못할 수 있어.”김서하는 어두워진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현민아, 흥분하지 마. 그때 그 사건 흔적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했어. 박연서가 아무리 대단해도 증거를 찾아내는 건 불가능할 거야. 어차피 그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은 다 죽었어.”김서하는 이어 살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곽영현 일행을 쳐다보았다.필요하다면 이 사람들도 죽어야 할 운명이었다.김현민은 눈앞에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면서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다 내가 신뢰하는 부하들인데 아쉽더라도 정말 죽여야 하는건가? 하지만 정말 그랬다간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수장 자리도 지킬 수 없을텐데?’다음 순간, 김현민은 억지로 냉정을 취하면서 말했다.“고모, 저희끼리 알고 있는 건 괜찮을 거예요. 기껏해 다 같이 잘되거나 다같이 망하는 거겠죠. 그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은 어차피 다 죽었는데 아무것도
“비록 10년이나 지난 사건이긴 하지만 밝히려고 하면 분명 단서가 보일 거예요. 굳이 증거가 필요할까요? 제가 증거를 보여주면 안동 김씨 가문 수장님이 과연 믿어줄까요?”박연서의 표정은 더욱더 어두워지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김 도련님, 오늘은 이만 가보셔야 할 것 같아요. 빨리 답변드릴게요. 만약에 진짜라면 그 조건이 아니더라도 김현민은 절대 수장 자리에 앉을 수 없어요.”김예훈은 일어나 연락처를 남긴 후에 추하린을 데리고 이곳을 떠났다.김윤후 등은 휘둥그레한 모습으로 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이들은 김예훈이 뺨 몇 대와 말 몇 마디로 안동 김씨 가문, 심지어 진주·밀양의 판도를 뒤집어 놓았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퍽.김예훈이 안동 김씨 가문 별장을 떠났을 때, 빅토리아 항구에 있는 한 건물에는 김서하가 일그러진 얼굴로 테이블을 내리쳤다.안동 김씨 가문에 심어놓은 스파이가 보내온 사진을 보면서 표정이 극도로 어두워졌다.“김현민, 네 부하들은 어쩜 다 병신들밖에 없어. 어떻게 임수민 그년한테 우리 대화 내용을 듣게 할수 있냐고. 심지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별장에 들어서게 하다니. 걔가 박연서를 믿고 따르는 사람이었다는 거 몰라? 그년이 살아있기만 하면 들은 거 전부 다 박연서한테 전할 거라고. 그때되면 네가 수장 자리에 앉는 것도 문제일 거야. 김현민, 요즘 너무 편해서 그래? 아랫사람도 잘 간수하지 못할 정도로?”김병욱, 곽영현, 남지훈은 맞은편에 서서 서로 눈치만 볼 뿐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김만태는 무릎 꿇고 바닥에 머리까지 박으면서 말했다.“사모님, 제 잘못이에요. 제가 조금만 더 빨리 쫓아갔다면 그년을 죽였을 거예요. 그러면 김예훈과 추하린이 기회를 틈타 별장으로 몰래 들어갈 일도 없고요.”“고모, 그만 탓해요.”김현민은 김서하에게 차를 건네면서 웃으며 말했다.“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잖아요. 임수민 그년이 중요한 순간에 박연서에게 도움을 요청할 줄은 누가 알았겠어요. 만태도 최선을 다했어요
“멈춰. 아무도 움직이지 마.”바로 이때, 다시 평온을 되찾은 박연서가 갑자기 비틀거리며 일어났다.“김 도련님께서는 지금 내 병을 치료하는 중이야. 너무 무례하게 대하지 마.”김윤후가 멈칫하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사모님, 이 새끼가...”“괜찮아. 정말 내 병을 치료해 주는 중이니까.”박연서는 처음에는 김예훈이 건방지다고 생각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검은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 이순간 그녀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것처럼 표정이 훨씬 편안해 보였다.김윤후 등은 그녀의 표정을 보며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맨날 우울하고 차갑기만 하던 사람이 이제야 되살아난 것 같네. 그래. 바로 이래야지.’김예훈이 뺨으로 박연서의 가슴 한쪽에 고여있던 묵은 피를 뚫어낸 것이다.이건 또 무슨 치료법이람?김윤후 등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진주 10대 명의, 유럽 의학 대가, 일본 왕실 어의도 속수무책이었는데 이 김예훈이라는 놈이 뺨으로 바로 해결했다고? 믿을 수가 없어.’“사모님, 제가 뺨으로 사모님 마음속에 오랫동안 쌓여있던 분노를 깨워드린 거예요. 10년 동안 가슴을 답답하게 했던 것을 토해내게 한 거죠. 앞으로 한 달 동안은 편히 잠들 수 있을 거예요. 더 이상 악몽에 시달려 매일 밤 아들을 잃었던 그날로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김예훈은 휴지를 꺼내 손가락을 닦았다.“그런데 이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에요.”박연서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렸다. 마치 다시 태어난 것처럼 훨씬 개운해진 느낌이었다.이순간 그녀는 더 이상 김예훈을 의심하지 않고 진지하게 말했다.“젊은 나이에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님이 되고, 경기도 토박이인 이일매, 김병욱을 하룻밤 사이에 해결한 것도 다 이유가 있었네요. 전에는 의심한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없네요. 조건을 들어줄게요.”박연서의 말에 보디가드들은 표정이 확 변하고 말았다.김예훈의 조건을 들어주겠다고 한 것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에 곧 피바람이 불 것임을 의
얼굴이 창백해진 박연서는 잠시 후 아랫입술을 깨물며 말했다.“김 도련님은 역시나 대단한 분이시네요. 김 도련님께서 알아차렸다면 굳이 저도 숨기지 않을게요. 10년 전 저한테 아들이 있었던 건 맞지만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되어 이 세상을 떠났어요. 이것이 바로 저를 우울하게 만든 이유이기도 하죠. 그동안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에서 이 일을 언급한 적도 없는데 김 도련님께서 어디서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만 물을게요. 제 병을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지. 제 아들을 돌려주기라도 할 거예요?”박연서는 모든 걸 내려놓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아들이 다시 살아나야만 이 병이 나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아니면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이때 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제 요구만 들어주시면 그 병을 치료해 드리겠다고 말씀드렸어요.”박연서는 눈빛이 차가워지면서 천천히 말했다.“제가 요구를 들어줬는데도 해결하지 못하면요?”“사모님께서 동의하기만 하면 무조건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 게다가 제가 무슨 능력으로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안주인인 사모님을 속이겠어요. 아무튼 아무도 치료할 수 없는 병인데 한번 시도해 보는 게 어떨까요?”박연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김 도련님, 이 조건을 들어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나 해요? 제가 김현민, 심지어 전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사람들과 등을 돌리는 거나 다름없어요. 즉 이 세상과 등지는 거죠. 제 병을 치료해 줄 수 있다고 해서 제가 이렇게 큰 대가를 치러야 할까요?”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분명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 거예요. 그리고 절대 후회하게 안 할 자신도 있고요.”박연서는 잠깐 침묵하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요. 그 조건을 들어주긴 하겠지만 효과가 있는지부터 봐야겠어요. 제가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까요? 아니면 며칠동안 먼저 조용히 쉬고 있을까요?”“필요 없어요.”김예훈은 고개를 흔들며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박연서의 뺨을 때렸다.쨕!뺨
박연서의 명령에 보디가드들은 잠시 망설이다 하나둘씩 주저하며 총을 내려놓았다.그들은 한편으로는 박연서의 안전을 지키고 싶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어 내적 갈등을 겪고 있었다.“김 도련님이라고 하셨죠? 미안해요. 저희 윤후가 너무 충동적이었죠? 착한 아이예요. 저를 보호하려고 그랬던 거예요.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기를 바랄게요.”이때 박연서가 표정이 좋지 않은 김윤후를 쳐다보며 냉랭하게 말했다.“김윤후, 얼른 김 도련님께 사과해.”김윤후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사모님, 저희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에서 외부인이 김 도련님으로 불릴 자격이 있을까요...”박연서는 얼굴이 약간 어두워지며 차갑게 말했다.“내가 있다면 있는 거야. 얼른 사과해!”김윤후는 눈가를 파르르 떨면서 어렵게 앞으로 걸어가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김 도련님, 죄송해요.”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윤후 씨도 사모님을 보호하느라 그런거 알아요. 윤후 씨를 탓할 마음 없어요. 그런데 아랫사람으로서 주인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 좋을 거예요. 저는 성격이 좋아서 이대로 넘어가지만 다른 사람이었다면 윤후 씨는 이미 죽었을지도 몰라요.”원래 불만이 많았던 김윤후는 김예훈이 방금 자신을 쉽게 제압한 장면이 떠올라 눈꺼풀이 떨렸다.아무리 김예훈의 나이가 어려 보이고 사기꾼처럼 보인다고 해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총격전에서 임수민을 구한 것도 모자라 박연서 앞에서 소신 있게 할 말을 다 하는 것만으로도 능력 있는 사람인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최소한 진주·밀양에서 김현민 외에는 박연서 앞에서 여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젊은이는 없었기 때문이다.“아랫사람을 잘 가르치지 못한 저의 잘못도 있죠.”박연서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제가 대신 사과의 말씀을 드릴게요.”“괜찮습니다.”김예훈도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의 잘못도 있죠. 의사도 아니면서 치료해 드릴 수 있다고 했으니까요. 믿지 못하는 것도 정상이죠.”박연서는 반짝이는 두 눈으로 쳐다보면서 김예훈에게 앉으라
두둥!김예훈이 이 말을 내뱉는 순간 모든 사람의 얼굴이 변하고 말았다.몇몇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보디가드들도 하나같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이들은 앞으로 걸어 나와 김예훈의 이마에 총을 갖다 대면서 차가운 표정으로 물었다.“이런 제기랄. 도대체 뭐하는 놈이길래 우리 사모님과 김현민 도련님 사이를 이간질하는 거야. 그리고 어떻게 사모님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면서 치료해 주겠다고 할수 있어? 얼마나 많은 의사가 속수무책이었는지 알아? 머리털도 제대로 안 자란 놈이 우리 사모님을 치료해 주겠다고? 어디서 잘난 척이야.”그는 김예훈이 박연서의 심리 질환을 알아채서 놀라운 모양이다.하지만 그래도 김예훈이 이 병을 고칠 수 있을 거로 생각하지 않았다.그리고 이런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도 누군가 시켜서 일부러 박연서와 김현민 사이를 이간질하는 거로 보였다.이곳이 피를 보면 안 되는 박연서의 휴양지만 아니었다면 진작에 방아쇠를 당겼을 것이다.“이 새끼가. 여기가 어떤 곳인 줄 알고. 여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별장이라고. 이곳에서 헛소리하면 어떻게 될지 생각이나 해봤어? 눈치 있는 사람이면 얼른 사모님께 사과하고 꺼져. 아니면 어떻게든 너를 죽여버릴 거니까.”이순간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고 있는 보디가드는 탑 장병급 실력자로 보였다.김예훈은 박연서의 보디가드마저 탑 장병급 실력자일 줄은 몰랐다.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상할 것도 없었다. 박연서의 신분으로 탑 장병급 실력자를 보디가드로 들이는 것도 정상이었다.계속 기운을 모으는 중이던 보디가드는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김예훈이 사과하지 않거나 이곳을 떠나지 않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총을 쏠 기세였다.이때 김예훈은 총을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팅.탑 장병급 실력자인 보디가드는 반응할 틈도 없이 거대한 힘이 밀려오는 느낌을 받고 총을 제대로 잡지도 못했다.그는 깜짝 놀라 미친 듯이 방아쇠를 당겼지만 총알이 전부 천장을 향해 날아갔다.그리고 그가 다른 행동을 취하기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