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 지금이라도 세자님을 놓아준다면 이 사태를 수습할 기회를 줄게. 아니면 후과를 감당하지 못할 거야!”유화월은 고통을 참으면서 권총을 꺼내 김예훈을 겨냥했다.짝!김예훈은 오른손으로 견청룡의 뺨을 때리더니 그의 멱살을 잡고 있던 왼손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수십 자루의 권총이 자신을 향하고 있었지만, 김예훈은 여전히 담담한 표정이었다.“어디 한번 총알이 빠를지 아니면 내가 더 빠를지 확인해 볼래?”김예훈이 손에 힘을 주자 견청룡의 창백한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고, 두 눈마저 충혈되어 금방이라도 터질 듯싶었다.유화월 등은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당장이라도 김예훈을 향해 총을 쏘고 싶었지만 견청룡한테 해가 될까 봐 섣불리 움직일 수가 없었다.바로 이때, 문자를 받자마자 달려온 서진욱이 손에 총을 쥔 채 신속히 우현아를 보호했다.“무기들 내려놔.”김예훈이 다시 한번 말했다.“나도 모르게 너희 세자님의 목을 졸라 죽이는 날엔 다 같이 죽어야 할 거야.”김예훈의 말투는 담담했지만 살기가 가득했다.유화월 등은 비록 총을 들고 있었지만, 견청룡에게 해가 될까 봐 차마 움직일 수가 없었다.오히려 해롱해롱하던 견청룡이 갑자기 정신 차리더니 기괴한 웃음을 지었다.“네가 바로 김예훈이야?”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아니면 누구일 것 같은데?”“내 여자를 빼앗아 간 것도 모자라 감히 사람들이 보는 눈앞에서 나한테 손찌검하고 부산 견씨 가문을 모욕해? 아직 무서운 것이 없구나?”견청룡은 보잘것없다는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어디 한번 여기서 나를 죽여보든가. 아니면 내가 너희 가족들 모조리 죽여버릴 거니까.”김예훈은 고개를 젓더니 견청룡의 왼손을 꽉 잡았다.빠직!그대로 손이 부러진 견청룡은 극심한 고통으로 인해 아파서 쓰러질 것만 같았지만 그래도 체면을 지키느라 비명 대신 기괴한 웃음소리를 냈다.“김예훈, 네가 나를 건드린 후과를 알기나 알고 이러는 거야?”짝!김예훈이 그의 뺨을 때리면서 말했다.“네가 한번 알려줘 봐. 어떤 후
짝!김예훈은 또 한 번 견청룡의 뺨을 때리면서 차갑게 말했다.“다시 쓸데없는 말 한번 해보시든가? 그랬다간 너희 세자님의 뺨이 무사하지 못할 거니까. 네가 강할지 아니면 나의 손바닥이 강할지 어디 한번 지켜보자고.”유화월은 화가 나서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김예훈의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이 순간 함부로 입을 놀릴 수가 없었다.그녀는 본능적으로 김예훈이 만만찮은 놈이라는 직감이 들었고, 그가 고삐가 풀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현아야, 먼저 가서 별장에서 기다리고 있어.”김예훈은 우현아와 서진욱을 힐끔 쳐다보았다.우현아가 멈칫하더니 말했다.“안돼. 김예훈, 우리가 가버리면 너는 어떡해?”김예훈이 피식 웃었다.“걱정하지 마. 아무 일도 없을 거니까. 네가 이곳에 남아있으면 내가 실력을 발휘할 수가 없어. 그때 되면 정말 우리 아무도 이곳을 빠져나갈 수 없을 거야.”우현아가 말을 이어가려고 하자 김예훈이 서진욱에게 눈빛을 보냈다.서진욱은 바로 그의 뜻을 알아차리고 강제로 우현아를 끌고 이곳을 벗어나려고 했다.이때, 열몇 명의 정장남들이 출구를 가로막으면서 전혀 우현아와 서진욱을 보내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짝!“현아를 내버려 둬. 내 말 들었어?”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또 견청룡의 뺨을 때렸다.견청룡은 처참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더니 결국 명령을 내렸다.“놔 줘.”강압적인 김예훈의 모습에 많이 두려운 모양이었다.유화월은 이를 꽉 깨문 채 서서히 뒤로 물러서면서 정장남들에게 눈빛을 보냈다.샤샥!서진욱이 우현아를 데리고 이곳을 벗어나려던 순간, 두 명의 정장남이 그들을 향해 덮쳤다.퍽!김예훈은 다시 한번 견청룡의 머리를 기둥에 박아버렸다. 이번에는 힘이 어찌나 강했는지 머리가 깨질뻔했다.두 명의 정장남은 섣불리 승부수를 둘 수가 없어 그대로 동작을 멈추고 말았다.김예훈은 더는 말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되었는지 견청룡의 멱살을 잡은 채로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유화월을 쳐다보았다.그녀가 어떤 선택을
“다 같이 죽을 거라고?”김예훈은 견청룡의 얼굴을 툭툭 치더니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네가 보기에 너의 목숨은 귀하고 우리의 목숨을 천한 것 같아? 그러면서 뭐 우리랑 같이 죽겠다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견청룡이 미간을 찌푸렸다.“그러면 뭐 어떻게 하고 싶은데? 나의 인내심을 건드렸다간 후회할 틈도 없을 거야.”멀지 않은 곳에서 방지호가 바닥에 일어서면서 소리 질렀다.“김예훈, 어떤 사람은 건드려서는 안 되는 거야! 세자님은 전국영과는 다른 존재라고! 세자님을 건드렸다간 목숨마저 잃을 거야!”짝!김예훈이 이번에는 손에 힘을 모아 견청룡의 뺨을 때리자, 이빨 하나가 뚝 떨어졌다.“봐봐, 너희 부하가 말을 안 들으니 이렇게 된 거 아니야? 쓸데없는 말 할 때마다 뺨을 때리겠다고 했잖아. 아직 다섯 대가 남았어.”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견청룡의 뺨을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짝! 짝! 짝! 짝! 짝!뺨 다섯 대를 맞은 견청룡의 이빨이 우수수 떨어지고 말았다.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유화월과 방지호 등은 등골이 오싹해졌다.김예훈을 협박하고 싶은 말이 입가에 맴돌았지만, 섣불리 입 밖에 낼 수가 없었다.“봐봐. 이러니까 세상이 얼마나 조용해.”김예훈은 얻어터진 견청룡의 얼굴을 잡더니 피식 웃었다.“너희 부하들이 조용해졌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얘기해 볼까?”견청룡은 피를 토해내면서 표정이 확 바뀌더니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이렇게 말했다.“김예훈, 우리 둘 사이에 아무리 안 좋은 일이 있었다고 해도 난 너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것만은 인정해. 담도 크고. 너는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처음으로 상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한 존재거든. 영광이라고 생각해. 비록 내가 방심했지만 너의 실력만은 인정해. 그리고 현아 씨가 JK 그룹에서 자리 잡을 수 있게 도와줬다며. 그것도 아주 손쉽게. 이런 실력과 마음 씀씀이는 아주 보기 드물어. 아무리 내로라하는 사람이 부산에 많다고 해도 너 같은 사람은 찾아볼 수가 없어.”김예훈이 피식 웃었다.“세자님께
김예훈이 피식 웃고 말았다.“그러니까 견 세자님께서 나를 받아주겠다? 혹시... 어떤 조건을 만족시켜 줄 건지 들어봐도 될까? 과연 무슨 파격적 조건을 제시할 건지.”견청룡이 박장대소를 지었다.“아주 좋아. 나는 너처럼 깔끔한 사람이 좋아! 비록 오늘 내 부하들한테 손대고 내 체면도 말이 아니었지만 난 그래도 네가 아주 마음에 들어! 지금 바로 무릎 꿇고 내 부하가 되겠다고 하면 전에 정민이 받았던 대접을 똑같이 받게 해줄게! 무릎만 꿇는다면 내 오른팔이 되게 해줄게. 그러면 백낙당도 네 것이 될 거야. 하루아침에 아주 팔자를 고치게 되는 거지! 어때? 조건이 마음에 들어?”김예훈이 피식 웃더니 말했다.“괜찮네. 적을 상대로 이런 조건을 내놓다니, 존경스러울 따름이야. 그런데 말이야. 내가 그 조건에 부응하지 못할 것 같은데?”견청룡이 미간을 찌푸리면서 물었다.“왜?”김예훈이 그의 얼굴을 툭툭 치면서 말했다.“왜냐고? 나를 상대하기 전에 견 세자는 내 진짜 신분을 똑똑히 확인하지 못했나 봐? 아직 모르고 있다면 내가 직접 알려줄까?”견청룡은 표정이 확 바뀌더니 김예훈을 아래위로 훑어보고는 한참 뒤에 입을 열었다.“너, 도대체 누구야!”김예훈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내 이름이 김예훈이라는 것은 알고 있잖아. 나는 여러 가지 신분을 가지고 있어. 예를 들어 정씨 가문의 대리 사위이자 정민아의 남편, CY그룹의 대표. 그리고 성남에도 별명이 하나 있는데 바로 김세자라고...”두둥!이 말에 전체 로비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고 말았다.견청룡은 처음에 김예훈을 얕보고 있다가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유화월과 방지호 등도 표정이 확 변하면서 손에 쥐고 있던 총을 들어 다시 김예훈을 겨냥했다.이 순간, 제대로 된 적을 만난 것만 같았다.이들은 김예훈이 이런 신분을 가지고 있을지는 몰랐다.‘경기도 김 세자님이라고? 세자님, 도련님이라고 불리는 사람 중에 만만찮은 사람은 없는데...’견청룡은 놀라움도 잠시,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
견청룡은 살짝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이내 평정심을 찾으면서 말했다.“김 세자님께서 저를 죽이려고요? ““내가 이 물음에 대답하기 전에 이야기 몇 가지 들려주려고 해. 견 세자가 흥미를 느끼실진 모르겠지만.”김예훈의 의미심장한 표정에 견청룡은 피식 웃고 말았다.“제가 관심이 없다고 하면 안 하실 건가요?”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죽어도 의미 있게 죽으라고. 들을지 말지는 알아서 해. 첫 번째 이야기. 내 와이프가 부산 견씨 가문의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 내가 수소문하고 다녔지. 왜 성씨가 견씨가 아니라 정씨인지 궁금했거든. 나중에 견씨 가문의 사람이 성남시에 나타나고, 네가 CY그룹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제야 우리 와이프 일맥이 생각보다 유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거든. 나중에 부산 견씨 가문이 경기도 정씨 가문 일맥을 움직여 모든 자원을 통합시켰을 때 그제야 빙산의 일각을 보았지. 정씨 가문은 부산에서 쫓겨난 것이 아니라 경기도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경기도에 뿌리를 내렸더라고. 내가 성남시는 물론 전체 경기도를 대통합시켰으니 견씨 가문에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겠지. 그래서 힘을 모으려고 정씨 가문을 불러들인 거고. 하지만 철석같이 믿었던 정씨 가문의 어르신이 운이 안 좋게도 죽어버릴 줄은 몰랐겠지... 그래서 임시로 노선을 바꿔 정민아를 이용해 경기도 정씨 가문의 자원을 부산으로 끌어들이려고 했겠지. 정민아가 부산으로 복귀한다고 해도 이 집안의 주인이 될 수는 없겠지?”견청룡은 움찔하고 말았다.“경기도 정씨 가문은 우리 일맥에서 뿌리를 뻗은 일부분이에요. 만약 김 세자님께서 와이프 때문에 이러는 거라면 세자님의 체면을 봐서라도 정민아를 주인 자리에 앉힐게요. 그야말로 지위가 높은 자리지요!”김예훈이 피식 웃더니 말했다.“견 세자, 두 번째 이야기를 들어보지도 않고 결정을 내리시게?”견청룡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웃으면서 말했다.“계속하시죠.”김예훈이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두 번째 이야기는 조금 재미있을
“비록 너희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몰랐지만, 이 두 점은 확실했어. 첫째, 우충식을 부산 용문당 회장 자리에 앉혀서 부산 조직의 힘을 얻으려는 것. 둘째, 부산 최강자의 위치를 노리는 목적으로 임강호를 죽여서 부산 기관의 힘을 얻으려는 것. 이로써 너희들 목적이 뚜렷해졌지. 일본 사람들이 너희한테 얼마나 챙겨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익을 위해서 나라를 팔아넘기다니. 견세자, 이 말만은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정말 실망이네!”현장의 분위기는 싸늘함의 극치에 도달했다.김예훈이 해주었던 이야기 중에 첫 번째 이야기는 그래도 무난했지만, 두 번째 이야기는 견청룡의 뼈를 때리게 되었다.김예훈이 그저 사랑 쟁탈전 때문에 이곳에 나타난 줄 알았던 유화월 등은 온몸에 소름이 끼치고 말았다. 성남에서 부산까지, 이렇게나 많은 일이 발생했는지 몰랐다.유화월 등은 아예 김예훈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려고 했다.견청룡이 명령하기만 한다면 바로 방아쇠를 당길 것만 같았다.한참 뒤, 견청룡은 진지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계속해 보시죠.”그는 이제 겨우 시작일 뿐 이야기는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살짝 손아귀의 힘을 풀었다.“내가 처음에 부산에 온 목적은 네가 아니었어. 심지어 부산에 오기 전까진 너의 존재도 몰랐어. 그런데 부산에 와보았더니 모든 일이 너랑 밀접히 연관되어 있더라고. 전체 부산 견씨 가문에 문제가 있는진 몰라도 너희 일맥에는 무조건 문제가 있을 거야. 내 와이프가 부산 견씨 가문으로 돌아오겠다고 하는데 남편으로서 그 문제를 미리 처리해 줘야겠지?”견청룡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질문했다.“그래서, 저를 죽이시겠다고요?”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부산 용문당은 전체 용문당에서 아주 특별한 존재지. 우리나라 동남쪽 국경지대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회장 자리를 다른 나라에 넘겨줄 순 없지.”“이것이 바로 저를 죽이려는 두 번째 이유인가요?”김예훈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현아는 비록 나랑
김예훈이 웃으면서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까먹고 말해주지 않은 사실이 있어. 네가 나를 죽이려고 고용한 양진우는 이미 나한테 잡혔어. 목숨을 구제하려고 너의 비밀을 순순히 알려주더라고. 예를 들어 너의 안전을 책임지는 일본인 보디가드 공준호라든가. 지금쯤 진윤하를 막으러 갔겠지? 진윤하가 다쳐야 오늘 저녁에 있을 대회에서 우충식의 승산이 더욱 커지겠지?”견청룡의 표정은 어둡기 그지없었다.“그리고 또 너랑 양진우의 명령만 듣는 백 명 가까이 되는 사격수가 있다지? 만약 한 시간 전에 양진우가 그들한테 전화해서 모든 연락을 끊고 오늘 저녁에 있을 명령을 기다리라고 했다면 그래도 너의 안전을 책임질 사람이 언제든지 나타날 거라고 생각해?”견청룡은 멈칫하더니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유화월은 바로 핸드폰을 꺼내 임의의 사격수에게 전화했다가 역시나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았다.“연락이 안 돼요...”이는 그녀가 방금 보낸 메시지 역시 전송 실패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견청룡은 불안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뱉더니 말했다.“역시 김 세자님은 보기 드문 강적이네요. 그런데 여쭤볼 것이 있어요. 저를 죽이고도 혼자서 이곳을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견청룡은 정말 궁금했다.김예훈이 견청룡을 죽였다고 해도 부하들이 마구 쏜 총알에 맞아 죽으면 아무런 의미도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이때 김예훈이 온화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내가 왜 이곳을 벗어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 비록 내가 티 내지 않았지만, 정말 모르겠어? 내가 무술 고수인 거? 아무리 그래도 무신 급은 되잖아?”김예훈이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말에 유화월 등은 표정이 확 바뀌더니 예리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무신 급은 국방부에서는 물론, 외부에서도 보기 드문 존재였다.“무신 급이면 뭐 어때서요? 영원히 죽지 않는다는 법이 있어요? 전에는 김 세자님이 저랑 같이 죽을 자격이 못 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같이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네요!”다음 순간, 견청룡이 갑자기 명령을 내렸다.
견청룡의 표정은 어두워지고 말았다. 김예훈이 유화월의 사격술에서 그의 신분을 알아차릴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일본인이든, 인도인이든 가까이 지내고 있다는 것은 견청룡에게 인생의 오점과도 같은 일이었다.전국 10대 명문가 자체가 대한민국 최상위층의 이익을 대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이 최상위층에 속해있는 사람은 막무가내로 행동할지라도 어떤 일은 입 밖에 내서는 안 되었다.예를 들어 해외 세력과 연락을 주고받는 일처럼 말이다.이 사실이 알려지면 대한민국 최상위층에서 쫓겨날 뿐만 아니라 용연옥에서도 찾아올 것이었고 부산 견씨 가문 자체도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알려지는 것을 껴려할 것이었다.김예훈은 유화월을 무시하고 풀려난 견청룡을 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견세자, 내가 너를 왜 놓아줬는지 알아? 너 같은 인질이 필요 없거든. 나한테는 너희들이 길가에 있는 강아지, 고양이와 별반 다름없어. 그러니까 괜히 헛된 기대를 품지 말고, 무릎 꿇고 네 상황을 설명해 봐. 그러면 내가 놓아줄지 어떻게 알아?”김예훈은 고개를 비스듬히 하고 선량한 표정을 지었다.“무릎을 꿇으라고? 상황을 설명해 보라고? 나를 놓아줄 거라고? 김예훈, 이곳은 성남이 아니라 부산이야. 네가 행패 부릴 곳이 아니라고!”풀려난 견청룡은 사악한 표정으로 명령을 내렸다.“죽여버려!”열몇 명의 정장남이 순식간에 덮쳐들면서 손에 쥐고 있던 총으로 김예훈을 향해 사정없이 방아쇠를 당겼다.퍽!유화월은 어느샌가 사격 총으로 교체하고 한 움큼의 총알을 탄창에 결합하고는 김예훈을 향해 쏘아댔다.퍽!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김예훈은 몸을 피해 한 정장남의 옆으로 다가가 그의 손에서 권총을 빼앗더니 그를 방패막이로 삼았다.퍽!거대한 소리와 함께 정장남은 비명도 질러보지 못하고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나버리고 말았다.이때, 구석으로 피신한 견청룡은 두 부하를 데리고 어두운 표정으로 이곳을 벗어나려고 했다.피융! 피융! 피융!김예훈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방아쇠를 당겼다.그의
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일본인이 말 잘하는 걸로 유명하던데 오늘 그걸 직접 경험할 줄이야. 대한민국 무신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으면 분명 믿었을 거야. 그런데 입만 번지르르하고 배신에 익숙한 일본인이 한 말을 어떻게 믿으라고. 내가 곧 죽을 나이가 된 건 맞지만 알건 다 알아. 남양국과 대한민국 간의 분쟁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 그런데 만약 언젠가 일본이 목적을 달성하는 날이 다가온다면 우리 남양국도 좋은 날이 없을 건 확실해. 공과 사를 불문하고 내가 너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설득에 실패한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면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얼마든지 덤벼. 지옥으로 보내줄 거니까.”아마미네 토시로는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속으로는 김예훈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진주·밀양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세력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거지? 김예훈을 죽이지 않았다간 앞으로 일본인이 진주·밀양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거야.”“불가능할 텐데? 지금은 물론 전성기 시절에도 나를 죽이지 못했을 거야. 나를 죽이려면 아마 야마자키파 전 수장인 야마모토 타케시를 모셔 와야 할 거야.”양상철은 태연하기만 했다.“넌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어.”아마미네 토시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분은 더 이상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 너 같은 잡것들이 어르신을 방해하지 않게 내가 노력할 수밖에.”아마미네 토시로는 또 알약을 하나 삼켰다.알약을 삼키자마자 그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눈동자가 새빨개지기 시작했다.다음 순간 양상철을 향해 비수를 날렸다.양상철은 넓은 소매를 휘둘러 비수를 한쪽으로 내팽개쳤다.펑.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숲속에 불꽃이 튀겼다.이 모습에 양상철은 속으로 일본인이 정말 뻔뻔하다고 욕했다.‘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 정정당당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옆길로 샐 궁리만 한다니. 정말 염치가 없네.’공격을 피한 양상철은 앞으로 나
오륜 사찰 금지구역.아마미네 토시로는 복부 상처를 감싸 쥔 채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다.그는 곧 알약 하나를 삼키고는 절벽 끝에 엎드려 망원경으로 아래쪽 상황을 지켜보았다.잠시 후 그는 얼굴이 약간 창백해지더니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혜선 스님이 아직 저 자식을 죽이지 않았다니. 역시 여자 등이나 처먹는 기생오라비가 맞았어. 여자들마다 아까워서 죽이지 못하잖아.”아마미네 토시로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이곳에 남긴 흔적을 없애고는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일어서는 순간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무언가를 짐작한 듯 재빨리 거즈로 상처를 감싸고는 검을 쥐고 심각한 표정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1분 1초가 흘러가면서 주변 공기는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다.이 순간은 1분이 마치 1년처럼 느껴졌다.잠시 후, 마침내 숲속에서 어떤 노인이 뒷짐을 쥐고 서서히 걸어 나왔다.그는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면서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아마미네 토시로를 쳐다보았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맞은편에 있는 노인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남양 무신 양상철?”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나를 알아봤으면 너의 아들보고 너한테 전하라고 한 말도 들었을 텐데. 지금 보니 내 말을 귓등으로 흘린 모양이군. 왜. 10년 동안 너무 조용하게 지냈더니 나를 잊은 거야?”남양 무신 양상철을 알고 있는 아마미네 토시로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남양국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섬라국과 화국에 의해 멸망하지 않은 것도, 심지어 동해 해역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양상철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전해지기로는 대한민국 출신인 그의 조상님이 남양국으로 이주한 뒤 혼자 힘으로 이 나라를 일궈냈다고 했다.남양 무신은 남양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양국을 쥐락펴락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남양국에는 무신이 한 명뿐이지만 단 한 명으로 모든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적어도 아마미네 토시로는 지금 상태로는 절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총사령관님은 젊고 멋있는 분이야. 포스까지 장난 아니라고. 그분은 우리 대한민국 국방부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무슨 염치로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는 거야? ‘총사령관’이라는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혜선 스님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 이유만으로도 난 네가 너무 싫어졌어. 오륜 사찰에 사람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되는 규칙만 없었더라면 넌 오늘 살아서 나가지도 못했을 거야.”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내가 한 말은 다 사실인데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네.”혜선 스님은 김예훈이 우상인 총사령관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김예훈을 쫓아내. 저 자식이 원하든 말든 진주 밖으로 쫓아내라고. 그리고 앞으로 김예훈이 총사령관이라고 자칭하거나 진주·밀양에 발을 내딛는 순간 오륜 사찰에서 죽여버릴 거라는 공식적인 입장도 전해.”혜선 스님은 말을 끝내자마자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다음 순간,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제자들이 나타나 검으로 김예훈을 겨냥했다.그중 한 명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김예훈, 꺼져.”김예훈은 이들을 무시한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혜선 스님을 바라보며 말했다.“혜선 스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전해. 나를 오륜 사찰에서 쫓아내는 건 상관없는데 진주·밀양에서 쫓아낼 생각은 하지도 마. 내가 총사령관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한마디만 물을게. 김현민이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걔가 과연 전설 속 당도 부대 총사령관일까? 나이, 실력은 막론하고, 정말 김현민이 총사령관이라고 생각해? 총사령관님은 유라시아 전쟁에서 5대 강국을 단숨에 제압하고 혼자 힘으로 일본의 수많은 검신, 음양 대가들을 물리치신 분이야. 총사령관님 같은 분이 굳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를 탐내서 일본인에게 굽신거릴까? 솔직히 말해서 김현민 같은 사람한테 총사령관이라는
“24시간 내로 진주에서 꺼져주시면 예전에 있었던 일을 따지지도 않을게요. 어쩌면 저희가 약간의 혜택도 드릴 수 있어요.”혜선 스님의 진지한 말투에 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성녀님, 저희 오늘 두 번째로 만나는 거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도 싫으세요? 제가 정말 진주를 떠났으면 좋겠어요?”“네. 김예훈 씨가 진주에 오고부터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고요.”혜선 스님은 차분한 모습으로 제자가 건넨 차를 마시며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의 기둥과도 같아요. 김예훈 씨 존재만으로도 진주·밀양에 피바람이 불고 있는데 하루빨리 떠났으면 좋겠어요. 안동 김씨 가문을 위한, 진주·밀양을 위한, 김예훈 씨 자신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 간단한 조건을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혜선 스님,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진 걸 보면 김현민이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거 아니겠어요? 제가 있든 없든 수장 자리를 지켜낼 자격이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저랑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이 아닐까요? 이런 일로 제가 진주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혜선 스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씨,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예요?”“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해서 그래요. 제가 왜 진주를 떠나야 하는 거죠?”김예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이곳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제 자유 아닌가요? 아무도 저한테 뭐라 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요? 오륜 사찰이 아직 저한테 해명해야 할 것이 있는 건 둘째치고, 그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제가 실수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고 꺼지라는 거예요? 혜선 스님, 장사를 너무 잘하시네요. 오히려 제가 그 보잘것없는 몸매를 보고 눈을 버릴 뻔했는데도요? 서로 없었던 일로 하는 건 괜찮은데 이걸로 저를 협박해서 진주에서 쫓아내려
옷을 갈아입고 나온 혜선 스님은 정말 선녀와 다를 바 없었다.그녀는 유리알 같은 눈동자로 김예훈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제 목욕탕에 무단 침입했으니 김예훈 씨를 죽일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전에 선재 스님 사건 때 저희 오륜 사찰에 해명을 요구했었죠? 이제 서로 빚진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혜선 스님.”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성녀님의 알몸까지 봤는데 이대로 넘어간다고? 아, 선재 스님 사건을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면 누가 손해 보는 거지?’이때 한 여제자가 무의식적으로 혜선 스님을 힐끔 쳐다보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설마 오륜 사찰과 맨날 사이가 안 좋던 저 자식을 성녀님이 인정해버린 걸까?’김예훈은 그저 어이없기만 했다.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어쨌든 잘못한 것이 있으니 천천히 목욕탕에서 나와 혜선 스님이 살벌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향긋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그의 아무렇지 않은 행동에 한 제자가 말했다.“그건 성녀님께서 몸 닦는 수건인데...”퍽.제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혜선 스님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앞으로 걸어가 김예훈의 가슴팍을 쳤다.퍽.김예훈은 재빨리 손으로 막았지만 뻘쭘한 마음에 별로 힘을 쓰지도 않았다.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혜선 스님이 이미 수건을 빼앗아 간 후였다.혜선 스님의 표정은 다시 냉랭해지면서 김예훈을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이제 저희 오륜 사찰에 볼일 없을 것 같은데 이만 가시죠.”김예훈은 상대방의 분노를 느끼고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면 그녀가 칼을 빼 들고 죽일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돌아서서 말했다.“가긴 가겠지만 한마디만 할게요. 오늘 이 일이 정말 우연이라면 제가 해명해야 되겠지만...”김예훈은 말을 하다 말고 눈빛이 차가워지고 말았다.“만약에 오륜 사찰이 일본인과 손잡고 저를 함정에
“성녀님? 도포? 오륜 사찰? 당신이 바로 혜선 스님이에요?”보지 말아야 할 모습까지 다 봐버린 김예훈은 표정이 일그러져있었다.오륜 사찰의 성녀인 혜선 스님의 목욕탕에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을 보니 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하는지 이해할 것만 같았다.‘성녀의 목욕탕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계획이었나? 정말 그의 계획이라면 김현민이 자기를 죽일까 봐 걱정되지도 않았을까? 그리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김현민 그 자식이 성녀 혜선 스님을 마음에 품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혜선 스님은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애써 감정을 추스르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잠시 후, 갑자기 자기 목욕탕에 나타난 이 건방진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이때 혜선 스님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씨?”“뭐? 몇 번이고 우리 오륜 사찰의 얼굴에 먹칠하고 경매회까지 망친 그 김예훈?”“선재 스님을 해친 것도 모자라 3일 안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어?”“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성녀님, 저 자식이 이곳에 나타난 건 성녀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모욕이에요. 죽여야 한다고요.”오륜 사찰의 한 제자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곧장 달려들어 김예훈을 검으로 찌르려 했다.퍽.이때 혜선 스님이 손가락을 튕겨서 검을 날려버리고는 뒤돌아 병풍 뒤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진주에 어쩌다 천연 온천이 생겼는데 여기서 피를 볼 순 없지.”제자들 모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성녀님, 저희가 너무 성급했나 봐요. 지금 바로 저 자식을 데리고 나가서 죽여버릴게요.”제자들은 검을 빼 들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직 목욕탕에서 나오지 않은 김예훈을 째려보았다.‘계속 우리 오륜 사찰을 건들던 놈이 감히 성녀님 목욕탕에 뛰어들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툭하면 죽이느니 마느니 하지 말고 제 설명 좀 들어보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그래도 여자 목욕탕에 뛰어들어 못 볼 꼴
쨕.아마미네 토시로는 옆으로 날아가더니 세게 바위에 부딪히면서 피를 뿜어냈다.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비록 처음부터 온갖 함정까지 파놓으면서 김예훈을 평생의 적으로 대했지만 김예훈이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할 줄 몰랐다.연기까지 하면서 겨우 이곳까지 끌고 왔는데 김예훈을 죽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뺨 맞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정말 괴물이네.’퍽.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채로 이를 꽉 깨물더니 말없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검을 휘둘렀다.칼날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빠르고도 정확했다.김예훈도 무심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쨍’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또다시 스쳐 지나갔다. 김예훈은 절벽 끝에 서 있었고, 아마미네 토시로는 울창한 숲 변두리에 서 있었다.“대단한데?”아마미네 토시로는 칼날을 만지작거리면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너 같은 사람은 몇 년 더 지나면 아마 내가 너의 상대가 안 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널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자신 있었다면 왜 이런 꼼수를 부린 거지? 일본인은 무신 경지에 이르렀어도 결국엔 본성을 잃지 못하네. 네가 도망치려고 바다에 뛰어든 순간부터 넌 영원히 나를 따라잡을 수 없었어. 지금까지 너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도 네가 또 어떤 꼼수를 준비했는지 알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너무 실망이네.”“실망하긴 아직 이른 것 같은데?”아마미네 토시로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예훈,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어? 여기에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냐고. 모르고 있었다면 내가 알려줄까?”아마미네 토시로는 검으로 힘껏 바닥을 내리쳤다.쿵.격렬한 진동이 울리면서 김예훈이 서 있던 절벽이 순식간에 갈라졌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앞으로 던졌다.“풉.”몸에 검이 제대로 꽂힌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후회되지 않는 듯 미친 듯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반면으로
“풉!”핏덩이를 토해낸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었다.“김예훈, 역시 대단해. 어린 나이에 탑 무신 급 경지에 이르다니.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너 같은 사람이 우리 일본의 귀족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아마미네 토시로, 아무리 쓸데없는 소리를 해도 난 널 살려줄 마음이 없어. 요트에 있을 때 이미 이 구역 통신을 차단하라고 했거든. 간단히 말해서 네가 방금 나 몰래 보낸 메시지, 아무도 볼 수 없다는 뜻이야.”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이 살짝 굳으며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몇 분 전에 보낸 구조 요청 메시지가 발신 실패로 떠 있는 것이다.“이런 제기랄!”이 순간 아마미네 토시로는 본능적으로 고함을 질렀다.“정말 나랑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받아라! 불사참!”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양손에 들고 있던 검을 힘껏 내리쳤다.칼날이 얼마나 매서운지 마치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김예훈은 아무런 무기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찌푸린 채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아마미네 토시로가 이 기세를 몰아 검을 휘두를 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 김예훈을 스쳐 지나 산꼭대기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다.김예훈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무신이라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공격하는 척하면서 또 도망쳐?’“아마미네 토시로, 그만 도망치지?”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그만 쫓아오지?”아마미네 토시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울창한 숲을 이용해 김예훈을 따돌리려 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전혀 급할 거 없이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한 사람은 도망치고, 한 사람은 쫓아가는 것이 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쫓는 듯했다.곧 두 사람은 산 정상에 가까운 한 공터에 도착하게 되었다.먼저 땅에 발이 닿은 아마미네 토시로의 얼굴에는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다음 순간 그는 땅을 구르더니 미리
야마자키파 검신, 일본 무신, 황실 어의인 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명 눈치가 있는 놈이었다.오늘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까지 불러내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한 방에 무너질 줄 몰랐다.이런 상황에서 아마미네 토시로가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남아서 김예훈과 맞서 싸울 일은 없었다.그래서 상대를 존중하는 척 부하의 뺨까지 때리고, 부하의 시체로 요트 엔진을 고장 내서야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친 것이다.게다가 도망치는 경험까지 풍부해서 바다 한가운데에 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닷가에 도착해 있었다.김예훈은 요트 위에 남아있는 잔병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져 마치 어떤 신념이 완전히 무너진 듯했다.이들과 말 섞기도 싫은 김예훈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아마미네 토시로가 도망친 방향으로 쫓아갔다.어쨌든 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었기에 아무리 겁을 먹었다고 해도 실력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김예훈은 오늘로써 한 방에 끝내고 싶었다.아니면 어딘가 숨어서 언제 또 습격할지 몰랐다. 김예훈은 상관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안전 또한 고려해야 했다.아마미네 토시로도 김예훈이 놔줄 생각이 없어 보이자 속도를 내 바닷가의 울창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이 지역은 진주 태산 뒷산으로 진주 상류 인사들이 휴양하는 곳이라 절대 개발이 허락되지 않았다.이곳은 산짐승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진주에서 보기 드문 한적한 곳이었다.아쉽게도 지금의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온 힘을 다했더니 마침내 절벽 끝에 오래 방치된 정자 하나를 발견했다.그런데 숨을 돌리기도 전에 멀지 않은 숲속에서 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김예훈, 내가 이렇게까지 멀리 왔는데 좀 쉬면 안 돼? 요트에 그 많은 사람의 목숨으로는 부족했어? 왜 하필 나를 따라다니는 거야. 노인을 공경할 줄도 몰라?”아마미네 토시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