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녀석! 죽고 싶어? 너 같은 촌뜨기가 감히 우리 누나 손을 건드려?”김예훈이 누군지 자세히 보기도 전에 화가 잔뜩 난 육성운은 김예훈의 손을 쳐냈다.임강호는 눈살을 찌푸리며 무언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 입을 열지 않았다.오히려 그 도인이 헛기침하며 말했다.“여러분, 사모님은 귀신에 씌었습니다. 방금 부인을 위해 체내의 악령을 빼냈는데 왜 함부로 그녀를 건드리나요. 비록 좋은 뜻으로 상처를 보려고 한 건 알겠으나 만에 하나 다른 악령이 몸에 다시 들어간다면 저 따위는 감히 해결할 수 없게 됩니다!”말이 끝나자 모두 어리둥절했다.김예훈은 몸을 돌려 눈을 가늘게 뜨고 범령산에서 온 도인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범령산의 박수무당이시죠? 사모님이 뭐에 중독됐다거나 다른 이유가 있어서 지금 이러는 게 아니라 귀신에 씌었다고 확신하나요?”박수무당은 웃으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무 말 하지 않는 박수무당을 보자 육성운은 크게 웃으며 앞으로 와 말했다.“박수무당님, 너무 감사합니다!”그 후 임강호를 보며 말했다.“매형, 제가 이번에 우리 누나한테 들어간 귀신을 완전히 없애버리려고 범령산에 가서 박수 무당을 특별히 모셔 왔어요. 그리고 저는 박수무당이 무조건 해결해 줄 거라고 믿어요.”그의 말을 듣고 개량한복을 입은 몇몇 여성이 눈을 반짝이며 박수무당을 봤다.이 무당이 그렇게 대단하면 그녀들의 운을 바꿔 부잣집에 시집가게 해줄지도 모른다.“박수무당님, 정말 감사합니다.”임강호도 웃으며 박수무당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자기의 아내는 귀신에 씌고부터 사람이 완전히 제정신이 아니게 됐다. 한의든 중의든 양의든 아니면 불교의 고승이나 기독교의 퇴마사든, 유명하든 안 유명하든 다 불렀지만, 그 누구도 아내를 멀쩡히 되돌릴 수 없었다.그러나 박수무당은 해냈다. 부인을 잠들게 한 것만 봐도 박수무당은 문제가 뭔지 확실히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이전에 아내가 발작하기만 하면 오랜 시간 지속돼 매번 임강호가 애를 먹었다.그리고 지금
박수무당은 손가락을 짚어보고 계산하더니 한숨을 쉬며 말했다.“아. 이렇게 된 거구나. 임 선생님, 저는 비록 이 저택이 원래 어떤 용도로 사용됐는지는 모르고 어떤 곳이었는지 모르지만... 그러나 이 저택 중간에서 서늘한 원기가 느껴집니다. 아마 누군가 이곳에서 억울하게 죽은 모양입니다. 부인은 여자여서 몸도 약하고 체내에 음기도 많습니다. 그래서 아마 부인께서는 저도 모르게 음기 본체와 부딪혔거나 너무 가까이해서 이렇게 귀신에 홀린 거 같습니다!”박수무당은 말은 전부 일리 있어 보였다.“아 그런 일이군요!?”임강호는 모두 깨달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박수무당님, 이걸로 유인해서 해결될까요?”“당연하죠! 임 선생님, 조금만 기다리세요!”뒷마당에 한 조용한 구석을 짚더니 말했다.“임 선생님, 저기입니다. 만약 제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저곳에 먼지로 가득한 우물이 있을 것입니다. 우물 안에는 백골 한 구가 있을 것이니, 사람을 시켜 백골을 꺼내고 지폐를 준비해 주시면 제가 굿을 하겠습니다. 굿을 하면 부인의 모든 일이 해결될 것입니다.”“뭐가 그렇게 신통한 거야?”하나도 믿지 않은 임시아는 이 박수무당이 자신들을 속이고 있다고 생각했다.임강호도 믿지 않았지만, 손을 흔들며 육성운보고 다른 사람과 가서 확인해 보라 했다.30분 뒤 육성운이 다급하게 뛰어와 말했다.“매형, 정말로 그 뒷마당에 낡은 우물에서 백골 한 구를 발견했고 아마 몇백 년은 더 돼 보였습니다.”임강호는 더욱 한숨을 쉬며 박수무당에게 두 손 모아 공손하게 말했다.“무당님, 이번에 정말 감탄했습니다. 이제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말만 해주세요.”박수무당은 뒷짐을 지고 말했다.“지금부터 이 고인을 위해 굿을 할 것이니 원혼이 다 사라지면 부인이 깨어나 다시 이전처럼 활력을 찾을 것입니다.”“무당님, 감사합니다. 부인만 회복한다면 서운하지 않게 더 챙겨드리겠습니다!”임강호는 흥분했다.이 저택에 들어오고부터 이 부부는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지금 임강호
물러가라!박수무당은 지금 분명 물러가기를 요청하고 있다.임강호는 김예훈을 높게 여기지만 자기 아내가 더 중요한 건 사실이다.임강호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김예훈 군, 내 아내 상황을 봐서 알겠지만, 확실히 귀신에게 홀렸어. 이 일은 박수무당님께 맡기고 내 체면을 봐서라도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말아줘.”“들었어?”애초에 김예훈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육성운은 일부러 더 도발했다.“풍수지리나 점술 같은 건 전문적인 것들이야. 너 같은 애송이는 모르면 빠져. 박수무당님이 화나서 가버리면 책임질 거야?”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문제는 이씨 부인은 귀신에 홀린 게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주술에 걸려서 몸이 통제된 것뿐이에요. 지금 이렇게 안정을 찾고 조용히 잠을 자는 건 박수무당님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주술이 해 질 무렵에 위력이 가장 강해서 지금 힘을 누적하고 있는 거예요. 해가 질 때쯤 사모님을 이용해서 어르신을 죽일 거예요. 그때가 되면 사모님은 힘이 세져서 어쩌면 총칼을 들어도 감당하지 못할 거예요... 그래서 지금 주술을 풀지 않으면 밤이 되면 골치 아파져요.”김예훈이 당당하게 말하자 박수무당은 화가 나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네 이놈, 지금, 이 지경까지 왔는데 아직도 아무 소리나 지껄이고 있는 거야? 주술? 네가 주술이 뭔지나 알아? 너 ‘주역’ 봤어? 도법의 도자도 모르면서 지금 나한테 주술 같은 최고의 도법을 논하는 거야? 가당키나 해?”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도법은 모르지만 모든 살인 술을 다 알고 있어. 주술이 아무래 강해도 살인 술 중 하나일 뿐이야. 돼지를 본 적이 없다고 해서 돼지고기를 못 먹어 본 건 아니잖아?”박수무당은 김예훈을 가리키며 말했다.“네 이놈! 내가 똑똑히 말해줄게. 해가 질 때를 떠나서 밤이 돼도 사모님한테서는 아무 일도 안 일어날 거야! 내가 굿을 잘 끝내고 사모님 몸 안에 남아 있는 나쁜 기운들을 다 빼내면 모든 게 다 좋아질 거야! 모르면 나가! 계속 내 능력을 모욕하면 나 정말 이 일에서 손
김예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임시아는 김예훈이 가자 급히 쫓아 나갔다.그 뒤에서 이 모습을 본 육성운은 표정이 좋지 않아졌다.육성운은 임시아에게 다른 마음을 품고 있어 한 번도 다른 남자가 곁에 가게 내버려두지를 않았다.하지만 김예훈이......임씨 가문 저택 밖에서 김예훈은 택시를 타고 떠나려고 하고 있었다.임시아는 빠르게 달려가 낮은 목소리로 사과했다.“예훈 씨, 죄송해요. 제 양아버지가 양어머니를 끔찍이 생각해서 그래요. 그 박수무당은 저도 믿지 않아요. 그리고...”김예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박수무당이 실력이 있는 사람일 수는 있어요. 하지만 주술은 사람이 행한 짓이에요. 제가 비록 상대의 계략을 잘 알아보지는 못했지만, 상대는 오랫동안 계획했기 때문에 사모님만 노리지 않았을 거예요... 아마도 사모님 이용해서 어르신을 죽이려 할 가능성이 커요. 그러니 시아 씨, 준비해 놓으세요.”말을 마치고 김예훈은 임씨 가문 저택을 떠났다.임시아는 이런 상황에서 김예훈이 아직도 임강호를 걱정해 부끄러웠다.임시아는 김예훈에게 호텔까지 바래다줄지를 물어봤고 김예훈이 내릴 때쯤 선물을 하나 꺼내 건네줬다.김예훈은 임시아가 임강호를 대신해 사과하려는 마음을 알고 걱정하지 않고 선물을 들여다보고 집어넣었다.선물은 다른 것이 아닌 보이차였다. 색은 거무스름했고 딱히 특별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임시아가 직접 준비해 선물을 준다는 것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김예훈은 로얄 스위트룸에서 한 시간 정도 잠시 휴식을 취하자,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임시아인 줄 알았던 전화는 조인국이었다.조인국은 계속 소식을 기다리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직접 전화해 밥을 먹으러 오라고 했다.김예훈은 또 온 가족이 싸울까 봐 원래 거절하려 했으나 조인국이 그렇게 놔두지를 않았다.결국, 김예훈은 어쩔 수 없이 밥을 먹으러 갔다....오후 다섯 시, 김예훈은 로제리타 호텔을 떠나 조인국 집으로 발걸음
육성운을 차갑게 훑어본 김예훈이 말했다.“난 여자를 뺏은 적이 없는데.”김예훈의 말을 들은 육성운은 자신이 김예훈을 제압했다고 생각하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육성운이 입을 열기도 전에 김예훈이 계속 싸늘하게 말했다.“넌 나한테 여자를 뺏길 자격도 없어. 왜냐하면 급이 안 맞거든.”“급이 안 맞는다고?”잠시 당황한 육성운은 큰 소리로 폭소하며 하찮다는 눈빛을 하고 말했다.“김예훈, 혹시 정말 자기를 큰 인물로 생각하는 건가? 사기 쳐서 우리 매형 눈에 들었다고 이 바닥에서 뭐라도 된 것 같아? 나를 업신여길 자격이라도 생긴 거 같아? 그래, 우리 매형이 이전에는 널 중요시하긴 했지, 심지어 임시아보고 널 챙기라고 까지 말 했어. 그런데 오늘 일을 겪고도 매형 눈에 네가 중요할 거로 생각해? 내가 똑똑히 말하는데 지금 내가 네 사지를 다 부러뜨려도 우리 매형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걸? 내가 보기에 넌 임씨 가문 등에 기생하지도 못할 쓰레기일 뿐이야!”육성운은 오만하게 말하며 담배 연기를 내 뿜었다.그러고는 앞으로 걸어 와 담배 연기를 김예훈 얼굴에 뿜으며 차갑게 말했다.“임시아를 생각해서 내가 오늘 널 죽이지는 않을게! 하지만 죽이지 않는다고 가만히 내버려둔다는 뜻은 아니야! 지금 무릎 꿇고 스스로 손 한쪽을 잘라, 그리고 앞으로 평생 임시아 옆에 얼씬도 안 한다고 맹세하면 내가 그냥 보내줄게! 그렇지 않고 내가 나설 때는 이 정도에서 끝내지는 않을 거야.”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네 이름이 육성운, 맞지? 손을 쓰기 전에 한 가지 물어나 보자. 이전에 우리 만난 적 있어?”육성운이 차갑게 말했다.“없어.”“그럼 내가 이전에 너한테 잘못한 적 있어?”“아니. 없어!”“그러면 왜 지금 나보고 무릎 꿇으라고 하고 또 내 손을 부러뜨리고 싶은 거야? 또 이유 설명도 없이. 혹시 나한테 그러고도 어떻게 될지 생각 안 한 거야?”김예훈의 표정이 싸늘했다.“이유? 좋아 이유가 듣고 싶으면 말해줄게.”육성운은 김예훈 얼굴에 담배를
쾅 소리가 울려 퍼졌다.육성운은 치여 토요타 프라도 앞 범퍼로 날아가 그대로 헤드라이트를 부쉈다.순간이었지만 빨간 피가 육성운의 이마에서 흘러내렸고 물고 있던 시가도 바닥에 떨어뜨렸다.치이.김예훈은 멈추지 않고 바닥에 떨어진 시가를 들어 육성운의 이마에 그대로 지져버렸다.“아악!”육성운은 목이 찢어지라 비명을 질렀다.백도 정도 되는 매우 뜨거운 시가의 담뱃불이 그대로 살에 닿아, 소리 지르지 않으면 인간도 아니다.육성운은 고통으로 인해 온몸을 떨며 머리를 들어 시가를 피하려 했다.하지만 머리를 들려 할 때 김예훈은 손가락으로 육성운의 입을 벌려 시가를 그대로 집어넣었다.육성운은 하늘이 떠나가라 비명을 질렀다.현장에 있던 사람은 모두 얼어붙었다.그 누구도 김예훈이 감히 육성운을 누르는 상황이 펼쳐질 줄은 상상도 못 해 모든 사람이 당황했다.같이 온 사람들은 혼이 나갔다. 이 좁은 부산에서 감히 육성운을 건드리는 사람은 처음이다.아무리 거칠고 버릇없는 무례한 조직 사람도 육성운의 지위를 알게 되면 굽신거리며 자리를 떴다.육성운을 건드린다? 그건 스스로 저승길로 걸어가는 거나 마찬가지다.같이 온 사교계의 여자들은 입을 틀어막았다. 지금 공포에 휩싸여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여기서 끝이 아니다. 김예훈은 바닥의 굴러다니는 돌을 주워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그대로 내리쳤다팍.“나보고 꿇으라고?”팍.“사람들까지 불러 나를 귀찮게 해?”팍.“내가 임강호 어르신과 사이가 좋고, 임시아와 아는 사이인 게 너한테 죄를 짓는 거라고?”팍.“넌 네가 왕이라도 된 거 같아? 툭 하면 나보고 꿇으라 하고, 뭐만 하면 손을 자르라 하고! 네가 감히?”벽돌이 깨지며 육성운의 머리에서도 피가 흘러 얼굴이 엉망이 됐다.“김예훈, 감히 날 건드려? 감당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해?”육성운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팍.김예훈은 육성운의 뺨을 그대로 내리쳤다.“그래 건드렸다. 그래서 뭐? 뭘 얼마나 감당해야 하는데? 내가 똑똑히 말하는데. 난 오늘 너
육성운은 세자도 도련님도 아니지만 문제는 육성운의 누나가 극성이라 남들 못지않게 육성운을 애지중지했다!그래서 툭하면 임강호를 등에 업고 밖에서 위세를 부려 임시아의 눈길까지 끌었다.간혹 다른 지역에서 부산으로 넘어와 설쳐 대도 육성운은 절대로 가만두지 않고 그대로 잔인하게 바닥으로 떨어뜨리며 죽여버렸다.얼마 전 서울에서 큰소리치며 온 부잣집 도련님도 육성운의 여자를 뺏으려다 그대로 소리 소문 없이 죽었다.그는 육성운이다.육성운은 그 누구도 두려워한 적이 없다.그러나 오늘 한낱 촌뜨기한테 처참히 밟혔다.육성운은 오늘 일로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한낱 촌뜨기가 뒷일은 생각도 안 하고 자기를 때리고 심지어 사람까지 불러오라 했다.참을 수 없는 분노로 육성운은 아픈 것도 잊었다.빠르게 육성운과 그 패거리들은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하기 시작했다.김예훈은 그저 휴대폰을 들고 게임을 하며 신경도 안 쓰고 기다리고 있었다.김예훈은 누구도 부를 생각을 안 하고 조용히 조용히 기다렸다.이런 덤덤함은 육성운의 눈살을 더욱 찌푸리게 했다.우우우.10분도 채 안 돼서 지프차 몇 대가 줄을 지어 나타났다.랭글러, 프라도, 벤츠 G클래스, 롤스로이스 컬리넌...다시 말해 값비싼 고급 지프차가 전부 나타났다.여기서부터 부산 사람들이 딱 봐도 매우 거친 지프차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그리고 부산에서 인맥이 넓은 육성운은 오늘 유명한 도련님들은 전부 불러 모았다.이 유명한 도련님들을 한데 묶어 지프차 클럽이라고 한다.이름만 자동차 클럽이지 사실상 부잣집 남자들과 유명한 도련님들의 사교 모임이다.이전에 우지환이 벤츠 G클래스를 구입한 이유도 이 모임에 들어가기 위해서다.빠르게 이 부잣집 남자들이 한둘씩 차에서 내렸다. 누구는 골프채를 들고 누구는 야구 방망이를 들었다. 다시 말해 필요한 건 다 들고 있었다.또 이렇게 허세 부리는 상황에 여자가 빠지면 섭섭하니, 많은 사람이 예쁜 여자 파트너를 데리고 왔다.순식간에 현장은 참으로 장관이
“어떻게 되는데?”김예훈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다음은 어떻게 되냐면, 네 발을 부러뜨리고 네 뺨을 몇 대 때리겠지?”“멍청아. 이 지경이 됐는데도 허세를 부려? 내가 말하는데, 내가 용문당 최산하 도련님도 불렀어. 이따 뵙고도 네가 지금처럼 내다기를 바란다!”한낱 촌뜨기가 감히 겨루다니. 육성운은 지금 정말로 화가 났다.김예훈이 웃으며 말했다.“그래? 넌 최산하를 보면 실망할걸?”쾅.두 사람이 말을 오고 갈 때 토요타 프라도 한 대가 다가왔다. 검푸른 빛깔로 뒤덮인 깔끔한. 차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다가와 그곳에 있던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줬다.이 토요타 프라도는 그대로 정 중앙으로 와 육성운 앞에 멈춰 섰다.팍팍팍.열여덟 명 정도 되는 양복을 입은 흉악한 남자들이 차 문을 박차고 나왔다. 이들은 허리춤에 무언갈 잔뜩 달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이건 총이었다.이들은 육성운이 부른 클럽 친구들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의 기세로 서 있었다.곧이어 어울리지 않는 양복을 입었지만, 붕대를 감은 최산하가 차에서 내렸다.왼손과 왼발이 모두 부러져 있지만, 최산하는 여전히 의기양양해서 목발을 짚고 있어도 여전히 위협감을 주며 아랑곳하지 않는 당당함을 보였다.방금까지도 앞을 가로막던 사람들은 홍해가 갈라지듯 양옆으로 조용히 빠르게 비켰다.“최산하 도련님, 드디어 오셨군요!”최산하가 김예훈을 보기도 전에 육성운은 이미 차 위에서 뛰어 내려와 빠르게 최산하의 앞으로 달려와서 그의 시선을 가로막았다.“때마침 잘 오셨습니다! 세상 물정 모르는 촌뜨기가 감히 우리 부산 지프차 클럽 사람을 건드리고 저까지 때렸습니다! 매우 거만한 게 저보고 전화해서 사람을 불러오라고 하고 제 손발을 부러뜨린다고 소리칩니다! 제가 최산하 도련님이 오신다니까 도련님은 개만도 못한다고까지 말했어요! 도련님, 저는 절대로 못 참습니다!”이때 육성운은 최산하가 얼마나 험악하고 성질이 괴팍한지 알고 있어, 계속 거짓말을 해가며 일을 부풀렸다.지금 육성운은 최산하의 힘을 빌
“바깥 세상?”김예훈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다른 건 더 이상 말하지 않겠어. 듣자 하니 요즘 리카 제국 쪽에서 독감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가 약탈을 해서 많은 가게가 문을 닫았다고 하더라?”“그게 네가 말하는 문명이니?”“그리고 영국 제국은 크리스마스 금지령을 무시하고 밤새도록 파티를 벌여 독감 감염률이 치솟았다던데 이게 네가 말하는 문명이야?”“아니면 유라시아 전쟁에서 영국 제국이 세탁 세제 몇 봉지를 갖다가 유라시아 일부 국가들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모독하고 이를 빌미로 사람들한테 군사적, 재정적 제재를 가한 게 네가 말하는 문명이야?”장무준은 잠시 멍하니 있더니 차갑게 말했다.“어디서 주워들은 근거 없는 말들이지? 이 나라 사람들이 함부로 퍼뜨린 루머 아니야?”“난 왜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없지? 증거 있어?”“증거 없으면 말 함부로 하지 마. 비방죄로 널 고소할 수도 있어!”장무준이 화를 내며 언성을 높였다.김예훈은 귀찮아서 더 이상 논쟁할 생각이 없었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래, 이런 얘기를 하고 싶지 않으면 다른 얘기 좀 해보자.”“내 기억이 맞다면 며칠 전 한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을 때 영국 제국의 기자가 한국의 독감 백신이 효과가 있느냐고 물었었지?”“맞아. 물을 만하잖아. 무슨 문제제라도 있어?”장무준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한국이 어떻게 독감 백신을 생산할 수 있겠어? 자기기만 하는 거잖아.”“자기기만?”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영국 제국의 기자가 이 질문을 하기 전에 무엇을 했는지 알아?”“그 사람이 백신 접종할 기회를 얻기 위해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온갖 노력을 다했고 결국은 백신을 맞았어.”“그러고 나서 기자회견에서 그런 질문을 내뱉은 거야.”“이런 이중 잣대와 뻔뻔함이 네가 말하는 문명이라고?”“너!”장무준은 너무 화가 나서 온몸이 떨렸다.이 사건은 실제로 일어났고 국제적으로 큰 웃음거리가 되었다.김예훈은 계속해서 담담하게 말했다.“
“그만하고 우린 이제 시즌 호텔 경매장으로 가야 해.”“여기서 더 이상 역겹게 굴지 말고 이제 꺼져.”장무준은 조금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동하임의 매혹적인 몸을 힐끗 쳐다본 후 몸을 돌려 마리아와 함께 자리를 떠날 준비를 했다.결국은 영국 제국의 황족이 되고 황위 계승권의 기회를 얻는 게 자신의 평생소원이었다.설사 그 황위 계승권이 실현하기 어려운 멀고 먼 꿈일지라도 장무준은 기꺼이 지금과 같은 선택을 할 것이었다.김예훈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장무준을 바라보다가 마침내 참지 못하고 차갑게 입을 열었다.“장무준, 똥 먹었어? 입냄새가 왜 그렇게 심해?”김예훈의 말을 들은 장무준의 얼굴이 차갑게 변했다.동하임은 김예훈을 이 일에 끌어들이는 걸 원치 않아 급히 김예훈을 잡아당겼다.“김예훈 도련님, 그만해요. 저런 놈이랑 말 섞지 말아요.”“이 뻔뻔스러운 놈이 나한테 무릎 꿇고 빌 때가 곧 올 거예요.”동하임의 단호한 태도를 보고 김예훈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 동하임의 사적인 일이라 그가 너무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하지만 김예훈이라는 이름을 들은 장무준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네가 바로 그 버르장머리가 없고 노인을 존중할 줄도 모른 데다 동씨 가문에 빌붙어서 진주에서 온갖 허세를 부리는 물러터진 놈이구나.”“물러터진 놈?”김예훈은 장무준의 말이 도대체 어디서 굴러 나온 말인지 몰라 그저 담담하게 장무준을 바라보기만 했다.“물러터진 놈이 아니야?”장무준은 경멸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동씨 가문에 빌붙어서 일본의 귀빈들한테 손댄 것도 모자라 감히 진주 전임 총독한테도 손을 대다니!”“능력은 눈곱만큼도 없으면서 어디서 허세야?”“완전 세상 물정을 모르는 놈이네.”“설마 자기가 뭐라도 된 줄 알아?”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왜? 내가 너희 집 어르신 뺨을 때린 게 불만인가 봐?”장무준은 차갑게 말했다.“불만인지 아닌지가 문제가 아니라 네가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야!”“네 놈이 영국 제국의 황
외국 여자의 말을 들은 장무준은 역겨움과 혐오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바라보았다.그는 동하임을 위아래로 훑어본 후 김예훈을 경멸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입을 삐죽거렸다.“어쩐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어디서 악취가 진동하더라니, 네 몸에서 나는 냄새였구나!”“동하임, 마리아 씨가 너한테서 어떤 악취가 난다고 했는지 알아?”“궁상맞은 냄새가 난다고 했어!”“동씨 가문은 어떻게 보면 별 보잘것없는 가문인데 자기네가 무슨 상류층 가문이라도 되는 것처럼 감히 진주 상류층에 끼려고 해?”“너희 동씨 가문의 그런 염치없는 모습이 참 구역질이 날 정도로 역겨워!”“특히 동하임 넌 영국 제국의 황녀에 비하면 길가의 개에 불과해!”장무준의 눈에는 거리낌 없는 경멸이 깃들어 있었다.“당장 이 기생오라비를 데리고 꺼져!”“앞으로 절대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참, 혼약은 할아버지한테 취소하라고 할 거야.”“그전에 조건이 하나 있어.”“바로 너랑 이 기생오라비가 장씨 가문 문 앞에서 3일 밤낮으로 무릎을 꿇고 비는 거야!”“3일 채우면 넌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어!”장무준의 빈정거림에 매서운 기운이 동하임의 온몸을 휘감아 돌았다.그녀는 장무준을 차갑게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장무준, 고작 며칠 동안 외국인 행세를 했다고 해서 자기가 무슨 영국 제국의 개라도 된 줄 아나 봐?”“잘 들어!”“파혼의 결정권은 나한테 있어!”“장무준 네놈이 3일 밤낮으로 우리 가문 문 앞에서 무릎 꿇고 빌면 파혼을 동의할 거야!”“그렇지 않으면 이 내연녀랑 부부가 될 생각은 꿈도 꾸지 마!”“내연녀?”장무준은 동하임을 차갑게 바라보았다.“더러운 년, 말조심해!”“네 눈앞에 있는 여인은 영국 제국의 황녀고 영국 제국 황위의 49번째 계승자야!”“이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공주고 네가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존재야. 너랑 너희 동씨 가문이 평생 떠받들고 모셔야 하는 존재라고!”“감히 누구한테 내연녀라고 하는 거야?”“미친 거 아니야?”“마리아 씨가 나
“장무준 저 자식이 어렸을 때부터 영국 제국에서 자라서 결국 영국 제국 황실 방계의 여자 친구를 찾은 듯해요.”“저런 친밀한 모습이 해외에서 일어난 거라면 나랑은 아무 상관이 없어요.”“심지어 저 자식이 우리 가문이랑 진작에 파혼했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도 저희 동씨 가문이랑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근데 지금 우리 동씨 가문이랑 파혼도 하지 않고 내가 마중 나올 거란 걸 뻔히 알면서도 외국 여자를 데리고 와서 내 뒤통수를 치잖아요.”“절대 가만히 있을 수 없죠!”동하임은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자신의 약혼자인 저 남자한테 관심이 없지만 자신과 동씨 가문에 먹칠하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이 일이 일단 진주·밀양 두 도시에서 퍼지게 되면 동씨 가문이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게 뻔했다.김예훈은 동하임의 심정을 이해했다. 그는 살짝 웃으면서 물었다.“그럼 이제 어쩌려고요?”“저 남자한테 가서 당신을 좋아하는지, 결혼은 할 것인지 물어볼 건가요?”“죽어도 싫어요!”동하임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간단하네요. 이왕 여기까지 온 거 가서 분명히 말해줘요.”“두 사람 사이에 사랑이 없는 거면 장씨 가문 쪽에서 자발적으로 파혼하게끔 만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거 아니에요?”김예훈은 장무준이 장현준의 손자란 걸 알고 있었지만 동하임이 조용히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랐다.어찌 됐든 동씨 가문과 장씨 가문이 이 지경에 이른데에는 자신한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으니 동씨 가문을 도와 이 일을 최대한 조용히 해결해야 했다.자신이야 나중에 진주·밀양을 떠날 거라서 상관이 없지만 동씨 가문은 여기에 뿌리를 박고 살아야 할 사람들이었다.동하임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파혼하고 싶은 건 맞아요. 하지만 일이 그렇게 간단할 것 같지 않아서 그래요.”“장무준이 지금 이 관건적인 시기에 돌아왔는데 순순히 파혼할까요?”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순순히 파혼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그 남자 교육
다음 날 시즌 호텔 로얄 스위트 룸에서 깊이 잠들어 있던 김예훈은 다시 한번 끊임없는 노크 소리에 잠이 깼다.김예훈은 시계를 보고 나서 힘없이 문 열러 갔고 문 앞에 단정하게 차려입은 동하임을 보자 한숨을 쉬며 말했다.“동하임 씨, 지금 아침 9시예요. 나 조금만 더 자게 해줘요!”“좀 푹 쉬게 내버려둬요!”화장한 동하임의 안색이 안 좋았고 그녀는 김예훈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나랑 같이 공항에 누구 좀 데리러 가요!”김예훈은 자세히 물어보려고 했지만 동하임의 안색이 좋지 않을 걸 보자 침묵을 지켰다.얼마 지나지 않아 동하임의 포로쉐 911은 고속도로를 미끄러지듯이 달리다 진주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동씨 가문의 사람은 이미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동하임이 다가오는 것을 보자 급히 달려가 주차를 도와주고 한 레스토랑의 위치를 알려주었다.안색이 좋지 않은 동하임은 에르메스를 들고 성큼성큼 걸어갔다.김예훈은 뭔가 물어보고 싶었지만 일단 입을 꾹 다문 채 따라나섰다.그는 도대체 무슨 상황이길래 평소에 냉담한 동하임을 이토록 화나게 하는지 궁금했다.곧 두 사람은 레스토랑 입구에 도착했다.거대한 레스토랑은 이미 통째로 예약된 상태라 다른 손님은 없었고 모든 웨이터가 한 테이블 귀빈들한테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테이블 중앙에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남자는 서울 사람으로 잘생긴 외모에 큰 키를 가지고 있는 듯했고 금색 안경을 끼고 있었으며 점잖고 우아한 귀족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그의 맞은편에는 영국 제국의 외국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그녀의 외모와 몸매는 그런대로 괜찮았고 관건적인 것은 독특한 기질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김예훈은 그것이 영국 제국 황족만이 가질 수 있는 기질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차렸다.그녀의 외모는 영국 제국의 장공주과는 조금 차이가 났지만 특유의 기질은 숨길 수 없었다.그러한 사람이 진주 국제 공항에 나타났다는 자체만으로 뭔가 있어 보이는 듯했다.몇몇 젊은이들이 레스토랑 바깥 구석에 몰래
“제 기억이 맞다면 전에 손자분이 동씨 가문과 혼약을 맺었었죠?”“명목상으로는 동하임의 약혼자 맞죠?”김현민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장현준은 약간 어리둥절해했다가 그 당시 동씨 가문이 아직 집권하지 않았을 때 장씨 가문과 혼약을 맺었던 게 떠올랐다.하지만 그의 손자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오만하고 자부심이 강해서 서울 사람들을 경멸했고 오직 영국 제국 황실의 사위가 되기만을 원했다.그래서 그는 영국 제국으로 유학 갔고 황실 방계인 여친을 찾은 후에는 진주로 돌아오는 일이 거의 없었다.김현민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장현준은 그 일을 완전히 잊고 있었을 거다.김현민은 이어서 말했다.“어르신의 표정을 보니 제가 제대로 기억한 것 같네요.”“오늘 동하임이 현장에서 김예훈을 건드리려면 자신의 시체를 밟고 가라는 둥, 그런 말을 했다고 들었어요.”“그 말이 퍼지게 되면 장씨 가문의 체면이 구겨질 게 뻔해요.”“어쨌든 동하임은 어르신의 손자며느리이고 아직 파혼하지 않았잖아요.”“제가 보기에는 손자분이 돌아와서 동하임을 교육 좀 시켜야한다고 생각해요. 진주에서 누가 더 권력이 있는지 동씨 가문에 단단히 알려야죠!”“고작 동씨 가문 주제에 집권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장씨 가문의 은혜는 싹 다 잊은 거잖아요.”“게다가 동씨 가문을 망가뜨리면 김예훈이 계속해서 큰소리칠 수 있을까요?”“그 사람이 평성에서 아무리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진주에서는 뿌리 없는 초목일 뿐이에요.”“동씨 가문과의 인연만 끊어버린다면 얼마든지 밟고 올라설 수 있지 않겠어요?”“게다가 그 사람이 이번에 영국 제국을 거듭해서 모욕했는데 어르신 손자분과 황실 여자 친구가 같이 돌아와서 김예훈의 낯짝을 세게 후려갈겨 버리면 얼마나 속 시원하겠어요?”장현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웃으며 말했다.“김 수장님 역시 명성대로 인재시네요. 직접 나서지 못하는 대신 전략과 배치를 아주 완벽하게 짜놓으셨네요.”“어떻게 체면을 되찾을 수 있을까 한참 골머리를 앓고 있었는데 급한 마
장현준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다가 물었다.“용현성이 김예훈을 제압하지 못할 거란 걸 진작에 예상했던 거예요?”“용현성은 용문당 집법부대의 부당주고 용문당 36개 지회를 총괄하는 사람이에요.”“그런데 김예훈이 어떻게 감히 용현성의 체면을 구길 수 있어요?”김현민은 직접 장현준에게 차 한 잔을 따라주면서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간단해요. 김예훈이 부산 용문당 회장 신분만 갖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회장이라는 신분은 그 사람한테 단지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덤일 뿐이에요.”“그 사람의 진짜 정체는 아마 어르신도 들어봤을 거예요.”“경기도 김세자요!”“진주 이씨 가문의 이일메 큰 어르신도 그 사람을 건드렸다가 패배의 쓴맛만 봤어요.”“심지어 경기도 제일의 명문가의 모든 자원이 그 사람의 손에 들어가 있어요.”“그런 사람은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죠.”“게다가 용 어르신과 어르신께서 아무런 준비 없이 공격해서 큰 코만 다치게 된거예요.”김현민의 담담한 말투와 달리 그의 얼굴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가득해 보였다.장현준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다가 김현민을 응시하며 약간 화가 난 듯이 말했다.“그럼 왜 우리가 움직이기 전에 얘기하지 않았어요?”“제가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는데도 제 말을 안 들으셨잖아요.”“제가 어르신한테 그 사람의 진짜 정체를 미리 말해줬다고 해도 어르신의 성격과 용어르신의 독단성을 감안했을 때 제 말을 들어주고 믿어줬을까요?”김현민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면서 그에게 차근차근 미끼를 던졌다.“어르신과 용 어르신께서 정신을 집중하고 힘을 합쳐서 세상 물정 모르는 그놈을 처리해 버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두 분께서 미리 패배의 쓴맛을 맛보는 거예요.”“그래야 두 분께서 그런 놈을 상대하려면 아예 손을 쓰지 않거나 손을 쓴다면 바로 죽여버려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될 거니깐요.”그 말을 들은 장현준의 표정이 바뀌었고 안색이 많이 누그러졌다.잠시 후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김 수장님은 날 위해서 나설
남윤지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곧 김현민이 누구를 말하는지 알아차리고 살짝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애초에 그 두 늙은이를 내보낸 건 단지 두 가지 목적을 위해서였잖아요.”“첫 번째 목적은 이 기회를 빌려 용문당이 김예훈에 대해 얼마나 관대한지 그 한계를 알아내기 위해서였고요.”“그리고 두 번째는 일본이 김예훈 측과의 싸움에서 패배돼서 이번에는 영국 제국의 힘을 빌려서 그놈을 죽이려고 했잖아요.”“이제 그 두 늙은이는 도련님이 예상했던 대로 쓸모가 없어졌고 마침 저희가 계획했던 대로 흘러가고 있으니 잘된 거 아니에요?”김현민은 담담하게 말했다.“계획은 그렇긴 한데 안타깝게도 변수가 생겼어.”“어떤 사람들은 자기 주제도 모르고 아직도 자신이 권력을 쥐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단 말이지.”김현민의 얼굴에 비웃음이 번졌다.“어떤 사람들이요?”남윤지는 생각에 잠긴 듯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거실 문 앞에서 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잠시 후 코가 시퍼렇게 멍이 들고 얼굴이 부어오른 장현준이 거실 문을 열고 김현민 앞으로 걸어가 앉았다. 그의 얼굴은 끊임없이 일그러지면서 변화하는 동시에 원한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김 수장님, 김예훈 그놈 뭐예요?”“고작 용문당 회장 주제에!”“어떻게 감히 내 얼굴에 손을 대요!”“게다가 날 서양 놈들의 개라고까지 했어요!”“그놈을 당장 죽여버려요! 김 수장님, 내 원한을 꼭 갚아줘요!”“별거 아닌 놈이 감히 전임 총독의 얼굴을 때리다니!”“그놈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앞으로 어떻게 진주·밀양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어요?”“또 어떻게 영국 제국 황실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겠어요?”장현준은 자신과 김현민의 신분 차이를 잊은 채 붉게 부어오른 얼굴에는 증오와 사나움만 가득했다.이어서 장현준은 그의 부하들 앞으로 다가가서 그들의 얼굴을 내리치기 시작했다.“쓸모없는 것들! 이 쓸모없는 것들아!”“날 보호하지 않고 뭘 했던 거야?”“영국 제국의 퇴역 기사라면
김예훈은 생각하더니 또 말했다.“그리고 김현민이 일본, 영국과 결탁한 의혹이 있는 것과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큰 어르신의 생신날 김현민이 상속받으려 한다는 소문을 퍼뜨려 주세요. 소문을 퍼뜨린 사람이 누군지 모르게 여러가지 버전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퍼뜨려 주세요. 김현민이 밖에 나가 스트레스를 풀 수 있게 긴장감을 줘야죠. 맨날 집에서 음모와 계략을 연구하는 것도 정신상태에 좋지 않거든요.”김현민이라는 사람은 너무 계산적이고, 자기 보호에 강했다. 그런 그에게 짜증 날 대로 짜증 난 김예훈은 이렇게라도 그를 압박하고 괴롭혀 보기로 했다.그가 미쳐 날뛰기 시작해야 자기가 짜놓은 판이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네. 알겠어요. 지금 바로 알아볼게요.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동씨 가문은 그래도 진주에서 어느 정도 힘이 있어서 이런 일은 쉽게 처리할 수 있거든요.”김예훈은 웃으면서 다시 한번 상황을 정리했다.김현민 같은 사람을 상대하려면 너무 의도적으로 계획하면 안 되었다. 너무 티 나게 하면 그가 눈치챌 수 있었다.오히려 이런 무심한 계획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김예훈이 미간을 찌푸린 채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있던 동하임은 갑자기 웃더니 그에게 다가가 차를 한 잔 따라주었다.“도련님께서 저희 동씨 가문에 이렇게 잘해주시는데 마땅히 내놓을 것도 없고 해서 제 몸을 바치는 거 어떨까요?”농담처럼 보이지만 사실 큰 용기를 낸 것이다.김예훈만 원한다면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튈 것이 분명했다.“하하하.”김예훈은 웃음을 터뜨리며 오른손으로 동하임의 손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하임 씨, 농담도 참. 아무리 그래도 저는 하임 씨 아버지의 친구이자 하임 씨의 삼촌이 되는 사람이에요. 이런 농담으로 저를 화나게 하면 제가 어떤 벌을 내릴지도 몰라요.”동하임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도련님께서 이런 걸 좋아하셨어요? 그러면 삼촌, 저한테 어떤 벌을 주실 건데요?”김예훈은 갑자기 주제가 잘못된 것 같아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