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현이 헤실헤실 웃으며 얘기했다.“밖에 안 나가면 되죠! 아까는 형부가 날 제대로 지키지 못한 탓이에요. 내 얼굴에 크게 상처가 남게 되면 형부가 날 책임져야 해요!”정민아는 이마를 짚으며 얘기했다.“얼음팩을 쓰라면 좀 말을 들어. 헛소리 늘어놓지 말고. 여자애가 못 하는 말이 없어. 넌 부끄러운 줄도 몰라? 언니 말 좀 들어. 얼른 가!”그 모습을 본 임은숙은 불안해서 눈가의 근육이 부르르 떨렸다.큰딸이 이미 이 데릴사위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 작은딸까지 이 데릴사위한테 빠져버린다면 임은숙은 그냥 강에 뛰어들고 싶은 지경이었다.아까 사희진이 어떻게 되었는지 직접 눈으로 목격했기에, 임은숙은 김예훈에게 함부로 화를 내지 못했다. 그저 눈을 대굴 굴리더니 얘기했다.“우리 사위, 오늘 밤은 네 덕분이야. 네가 아니었다면 민아는 큰 화를 입었을 거야. 내 입장도 좀 생각해 줘. 난 모두 너희를 위해서 그렇게 했던 거야! 그러니 제발 화내지 마!”김예훈은 그저 웃었다. 임은숙의 성격이 어떤지 진작알고 있었고 이미 습관도 되었다.“됐어, 가서 민아랑 텔레비전이나 봐. 나랑 네 아빠가 치우면 되니까.”임은숙은 부드럽게 웃으며 얘기했다.사람들은 모두 놀라서 잠시 굳어버렸다. 임은숙이 언제 이렇게 나긋나긋하게 얘기한 적이 있었던가?하지만 다들 정신을 차렸다.아까 김예훈이 사희진을 때리던 모습이 얼마나 머릿속에 깊이 박힌 것인지. 임은숙이 아무리 길길이 날뛰는 사람이라고 해도 지금의 김예훈에게 설거지를 하라고 얘기할 담은 없었다. 게다가 오늘 김예훈이 이렇게 나온 것은 정동철과 맞서 싸우는 것과도 같았다. 그러니 정동철도 참지 않고 죄를 물으러 찾아올 것이다.지금 조용히 설거지하면 김예훈에게 구박받는 사람처럼 보여 나중에 책임을 미룰 수 있지 않은가. 임은숙의 생각을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다들 그저 임은숙이 겁을 먹은 것으로 생각했다.김예훈과 정민아가 가서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것을 본 임은숙은 차갑게 웃었다.두 시간 후, 볼 만큼 본 김
두 사람은 옷을 잘 여미고 잠이 들었다. 누구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새벽 두 시가 되었을 때, 갑자기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놀란 김예훈이 정신을 차려봤지만 울리는 것은 그의 핸드폰이 아니었다.정민아가 허둥지둥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이내 낯빛이 어두워지더니 얘기했다.“뭐? 사희진의 일행이 모두 죽었다고?”그 말을 들은 김예훈의 표정도 그대로 굳어버렸다.오늘 사희진을 죽이지 않은 것은 정민아를 위해 퇴로를 마련해 주기 위해서였다.하지만 사희진이 죽다니.이건 최종호가 죽던 것과 비슷한 일이었다.추측할 필요도 없었다. 상대는 무조건 김예훈을 노리고 온 것이다.정민아는 단지 그사이에 말려들었을 뿐이고....반 시간 후. 김예훈과 정민아 일가는 모두 장례식장에 도착했다.김예훈 일행이 도착했을 때, 장례식장 앞에는 적지 않은 비싼 차들과 경찰차들이 있었다. 조용해야 할 장례식장이 지금은 적지 않은 사람들로 인해 북적였다. 모두 사희진의 일 때문이었다.사희진이 죽은 것은 별일이 아니나 부산 견씨 가문과 엮인 사람이기에 작은 일도 아니었다. 그래서 경찰서에서는 이 사건을 빠르게 해결해야 했다.영안실에 김예훈 등 사람들이 도착했다. 그러자 내부와 외부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다시 모인 정씨 가문 사람들도 있었다.정동철과 정가을도 말이다.정동철은 정교하게 조각된 지팡이를 들고 있었는데 지팡이의 손잡이에는 용의 머리가 있었다.사희진의 시체를 보는 정동철은 두려움과 분노가 공존하는 표정을 지었다.두려움의 이유는 부산 견씨 가문에게 어떻게 둘러대야 할지를 몰라서였다. 아무리 그래도 사희진은 견씨 가문을 지키던 사람이었으니까.분노한 이유는 감히 자신의 체면을 짓밟아버린 채 사희진을 바로 죽인 놈이 있다는 것이었다.이 고수가 옆에 없으면 정동철은 감히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옆의 정가을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매우 슬퍼하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그녀의 친어머니가 돌아가신 줄 알 것이다.하지만 너무 연기
“만약 너희들이 저 불효녀를 빨리 설득했더라면 내가 사희진을 시켜서 가문의 법도대로 처리하라고 이를 일도 없었겠지! 그렇지 않았다면 사희진은 너희 집에 갈 일도 없었고 이런 일을 당하지도 않았을 거야! 너희가 죽인 건 아니지만 너희는 사희진의 죽음과 꼭 연관이 있어! 사희진은 부산 견씨 가문에서 모시던 사람이야. 그런 사희진이 죽었으니 너희는 무조건 책임을 져야 해!”정동철이 휘두르는 폭행을, 정군과 임은숙은 피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곧 머리가 깨져 피가 흘렀다.“할아버지, 사실도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사람부터 때리다뇨!”정민아와 정소현은 자기 부모가 맞는 것을 보고 달려들어 그들을 지켰다.“다 가서 죽어!”정민아가 나오자 정동철은 더욱 분노해서 힘껏 지팡이를 휘둘렀다.지팡이의 끝이 정민아의 이마를 내치려던 순간.탁.뒤에 서 있던 김예훈이 앞으로 나와 지팡이를 손으로 막고 차갑게 얘기했다.“어르신, 지금은 법치 사회입니다. 예전처럼 함부로 폭력을 휘두를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에요. 이러시면 법을 위반하시는 겁니다. 게다가 내 앞에서 민아를 해치는 걸 두고 볼 수가 없어요.”“네 이 데릴사위 따위가, 정말 네가 대단한 줄 아나 봐? 감히 내 앞에 끼어들어!?”정동철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예전의 다른 일은 얘기하지 않겠어. 오늘 밤 사희진의 사지를 부러뜨린 건 바로 너잖아! 그러니 네가 원인 제공자야, 안 그래?”“제가요?”김예훈이 차갑게 웃었다.“내가 사희진을 죽이려면 한방이면 충분해요. 그렇게 복잡하게 힘 뺄 필요 없어요. 게다가 사희진이 떠난 후, 나는 계속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어요. 모든 사람이 증인이 되어줄 수 있다고요! 어르신, 아무리 제게 죄를 뒤집어씌우고 싶으셔도 증거도 없이 얘기해도 되는 겁니까?”“너...”김예훈이 반박하자 정동철은 화가 나서 바로 벌떡 튀어 오를 뻔했다.그는 분노에 가득 찬 시선으로 정군과 임은숙을 보며 얘기했다.“너희 둘이 왜 임무를 완성하지 못했는지 알 것 같구나! 감히 데릴사위가 머
“내가 한 말이 소용없다고? 견씨 가문 가주가 와도 소용없다고?!”정동철은 차갑게 웃더니 김예훈을 훑어보았다.“김예훈, 너 설마 김세자가 되었다고 해서 감히 내 앞에서 허세를 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내가 예전의 나로 보여? 내가 경기도 정씨 가문의 가주가 된 그 순간부터, 너 같은 자식들은 날 건드리지도 못한다고. 알아?! 이리 와! 김예훈을 잡아서 목부터 부러뜨려라! 사희진 님 가시는 길, 길동무라도 보내드려야지!”정동철이 명령을 내렸다.그 순간, 보디가드 몇 명이 나타났다. 이 사람들은 모두 견청룡이 정동철에게 붙여준 보디가드였는데 모두 실력이 뛰어나고 과감했다. 그들은 명령만 듣는 위험한 존재였다.눈 깜짝할 사이, 총구가 김예훈에게로 겨누어졌다.“안돼!”정민아는 저도 모르게 김예훈을 안고 바닥으로 넘어졌다.탕.이때, 다섯 개의 총구에서 나온 총알이 김예훈을 향해 돌진했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른 속도였다.김예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정민아를 안고 바닥에서 한 바퀴 굴렀다.쓱.총을 꺼내 든 보디가드들은 모두 목을 부여잡고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들의 목에는 독이 묻은 검이 박혀있었다.다른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형사로 보이는 사람이 움직여 손을 젓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검을 휘둘렀다.털썩.길을 막고 있던 보디가드들은 몸을 부르르 떨더니 목을 부여잡고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이 ‘형사’는 두 손에 검을 들고 빠르게 김예훈이 있는 곳으로 달려들어 왔다.하지만 김예훈이 정민아를 안고 있는 것을 보고 순간 뒤로 물러났다.그와 동시에 김예훈은 정소현을 끌어당겨 자기 뒤로 숨겼다.두 사람이 거리를 두고 물러났다.“뭐 하는 사람이야!”정동철이 저도 모르게 고함을 질렀다.쓱.그 ‘형사’는 몸을 움직여 수 미터를 날아올랐다. 기다란 일본 칼을 들어 바로 정동철의 목에 겨누었다.죽음의 그림자가 정동철을 감쌌다.분노를 쏟던 정동철은 몸을 흠칫 떨더니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상대는 바로 정
김예훈은 정민아와 정소현을 보호하며 정군과 임은숙 쪽으로 왔다. 그리고 바닥에서 총을 주워 그들에게 주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도록 했다.그리고 김예훈은 걸어 나와 정중앙에 섰다.일본의 사이키 닌자는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그의 목표는 김예훈이다.그러니 김예훈의 곁에 있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사이키 닌자가 왜 갑자기 그를 향해 달려드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김예훈은 다른 것을 확신했다.바로 최종호와 사희진이 다 사이키 닌자 손에 죽었다는 것이다.“머저리 같은 김예훈! 너에게 3초 준다. 와서 꿇어!”그 ‘형사’는 차가운 시선으로 김예훈을 노려보며 얘기했다.“그렇지 않으면 이 노인네를 죽여버릴 거야!”그렇게 말하며 그는 정가을을 발로 차서 쓰러뜨린 후, 발밑에 밟았다. 그 모습을 본 김예훈은 시선이 약간 떨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시끄러웠던 방안은 삽시에 조용해졌다.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그 ‘형사’에게 집중되었다. 부산 견씨 가문의 보디가드들은 표정이 굳었다. 총으로 ‘형사’를 조준한 채 금방이라도 그의 목숨을 빼앗으려고 했다.“어르신을 놓아줘!”“가주를 놓아줘!”“말을 듣지 않으면 쏜다!”보디가드들이 살기를 드러내며 위압감을 풍겼다. 마치 당장이라도 싸울듯한 기세였다.그 모습을 본 정동철은 마음이 놓여 차가운 얼굴로 얘기했다.“당신이 무슨 사람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 신분을 확실히 알고 이런 짓을 벌이는 건가? 난 부산 견씨 가문의 방계, 경기도 정씨 가문의 가주야! 부산 견씨 가문은 10대 명문가 중의 하나고! 네가 감히 날 건드린다면 견청룡 세자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세자가 네 가문을 멸하고 가족까지 찾아내 다 죽일 거야! 넌 당연히 시체도 찾기 어려울 정도가 되겠지!”바닥의 정가을도 겨우 말을 꺼냈다.“여기는 다 우리의 사람들이야. 우리를 건드리는 건 죽음을 자초하는 것과 다름없어. 넌 도망치지 못할 거야!”‘형사’는 두 사람을 무시한 채 차가운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아직도 안 와? 정말 내가
정동철은 아파서 숨이 차오르는 기분이었다. 크게 호흡하느라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그는 큰 소리로 김예훈을 욕하고 싶었지만, 온몸에 힘이 빠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정씨 가문은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놀라서 입을 딱 벌렸다. 일본인이 전혀 기회도 주지 않고 이렇게 잔인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이렇게 대화할 때는 천천히 손을 쓰는 게 정상이었다.김예훈의 얼굴에 고통스러운 표정이 드러났다. 그는 걱정이 되는지 정가을을 한번 보았다. 그리고 걱정스러운 표정 대신 엄숙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내가 건너가는 건 괜찮지만 정가을은 풀어줘! 걔는 이 사건과 아무 상관이 없어!”정가을의 표정이 약간 변했다.우두둑.‘형사’는 아무 말 없이 바로 정가을의 왼손을 부러뜨렸다.“악!”정가을도 비명을 내질렀다. 전통 무술을 수련해 실력이 웬만한 사람들보다는 뛰어난 그녀지만, 정가을은 아파서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마치 돼지 도살장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의 비명이었다. 미리 이 ‘형사’의 손을 빌려 김예훈과 정민아를 죽이기 위해 손을 쓰지 않았던게 그게 오히려 독이 된 셈이었다. ‘형사’는 차갑게 물었다.“언제 건너올 거야!”정가을이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는 것을 본 정동철이 고통스러워하며 소리쳤다.“김예훈, 얼른 건너오지 못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널 죽여버릴 거다!”정가을도 원망스레 김예훈을 쳐다보았다. 김예훈을 바로 죽이지 못해 안타까울 지경이었다. 말이라도 하지 않던가. 그가 말할 때마다 이 ‘형사’는 그들을 밟아 죽일 기세로 뼈를 부러뜨렸다.김예훈은 매우 화가 난 듯 차가운 시선으로 그 ‘형사’를 쳐다보며 차갑게 얘기했다.“난 네가 감히 우리 한국에서 부산 견씨 가문의 사람을 죽일 수 있을 거로 생각하지 않아. 그 후과는 너뿐만이 아니라, 너희 일본에서도 감당할 수 없을 거니까!”정가을의 몸이 살짝 떨렸다. 그녀는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푹.‘형사’는 차갑게 손에 든 일본 장검을 한
그 모습을 본 정씨 가문의 사람들과 보디가드들도 놀라서 등골이 오싹해졌다.사희진 뿐만 아니라 정가을도 죽고 정동철까지 죽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이건 부산 견씨 가문이 성남 나아가서 경기도 인력을 다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형사’는 차가운 표정으로 둘러보다가 몸을 움직여 바로 정민아가 있는 곳으로 달려들었다.퍽.김예훈은 그의 동작을 미리 눈치채고 앞으로 나서서 주먹을 그의 얼굴에 꽂았다. 퍽.‘형사’의 몸은 뒤로 밀려났다. 그리고 동시에 검붉은 피를 뿜어냈다. 하지만 그는 손을 저어 총을 꺼내든 보디가드들을 때려눕혔다. “죽여라!”남은 보디가드들은 총을 꺼내지 못해 칼을 뽑고 달려들었다.정동철이 죽고, 정가을도 죽었다. 만약 그 범인까지 놓치게 된다면 그다음에 죽는 것은 이 보디가드들일 것이다.열몇 명의 보디가드들이 강압적으로 밀어붙였다. 날붙이가 부딪히는 소리가 장내를 가득 채웠다.궁지에 몰린 쥐처럼 싸우는 보디가드 앞에서, ‘형사’는 매우 침착하고 차가운 모습을 보여주었다.달려드는 보디가드를 본 그는 손의 장검을 빠르게 휘둘렀다. 그 동작은 정말 빠르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챙.붉은 피가 계속해서 쏟아져 나왔다. 과열된 상황에 쌍방의 신경이 팽팽하게 당겨졌다.일본 장검을 휘두를 때마다 시체가 하나씩 늘어갔다.붉은 피가 영안실에 넘치도록 흘러 잔인하고 흉측스러워 보였다.눈 깜빡할 사이에 열몇 명의 보디가드들은 절반 이상이 죽었다. 하지만 이 ‘형사’는 지친 기색도 없이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칼을 휘두르고 있었는데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끈질기고 잔인한 그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몸이 바르르 떨렸다.하지만 그도 분명히 상처를 입었다. 이곳에서 여러 명과 싸우기에는 공간이 너무 작았고, 또 그 ‘형사’의 실력이 그 정도 급이 되지 않은 원인도 있었다.하지만 몇 분이 지나고 그 보디가드들은 모두 바닥에 쓰러졌다.정씨 가문 사람들은 놀라서 소변을 지린 사람까지 있었다. 하나 같이 바닥에서 기어 다니며 살려달라
인하준은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돌아올 때, 주의했겠지? 뒤에 따라 붙지 않았는지 확인했나?”‘형사’가 고개를 저으며 얘기했다.“인하준 님 걱정하지 마십쇼. 우리 사이키 닌자는 항상 조심스럽게 임무를 수행합니다. 이번에 실패했지만 제가 상부에 얘기해 더 뛰어난 실력자를 보내 일을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인하준 님의 발목을 잡지 않을 겁니다!”“알겠으니 일단 물러가라. 이 돈은 병원비로 쓰고. 김예훈이 네 거처를 발견하면 그때는 끝장이야.”인하준은 은행 카드 한 장을 꺼내 바닥에 던졌다.‘형사’는 굽신거리며 손을 뻗어 그 은행 카드를 가지려고 했다. 그러나 이때, 인하준은 차가운 눈으로 옷에 숨겼던 총을 꺼내더니 바로 ‘형사’의 머리를 겨누었다.“인하준 님, 왜...”탕.‘형사’가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인하준은 바로 방아쇠를 당겨버렸다.주변의 부하들은 놀랍지도 않다는 듯 담담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바닥의 시체를 본 인하준은 시체를 향해 침을 퉤 하고 뱉더니 차갑게 얘기했다.“일본인 주제에 이런 일도 제대로 처리 못 하면서 허세는. 살아있을 자격이 없어.”“당신 말이 맞아. 이런 일본인은 확실히 죽어야 해.”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인하준의 몸이 흠칫 굳었다. 그는 손에 쥔 총을 들어 올리고 고함을 질렀다.“누구야! 당장 튀어나와!”어둠 속에서 그림자가 눈 깜빡할 사이에 튀어나왔다.인하준은 차가운 표정으로 그를 보다가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김예훈?!”김예훈은 자연스럽게 모닥불 옆으로 와서 하얀 정장 차림의 인하준을 훑어보더니 담담하게 얘기했다.“부산 용문당의 사람인가?”하얀 정장 차림의 인하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래, 나는 인씨 가문의 인하준이다.”“사람을 시켜 나를 죽이려고 했잖아. 해명이 필요한데.”김예훈이 담담하게 얘기했다.“해명?”인하준은 가볍게 제스처를 했다. 그리고 주위에 다른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차갑게
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일본인이 말 잘하는 걸로 유명하던데 오늘 그걸 직접 경험할 줄이야. 대한민국 무신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으면 분명 믿었을 거야. 그런데 입만 번지르르하고 배신에 익숙한 일본인이 한 말을 어떻게 믿으라고. 내가 곧 죽을 나이가 된 건 맞지만 알건 다 알아. 남양국과 대한민국 간의 분쟁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 그런데 만약 언젠가 일본이 목적을 달성하는 날이 다가온다면 우리 남양국도 좋은 날이 없을 건 확실해. 공과 사를 불문하고 내가 너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설득에 실패한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면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얼마든지 덤벼. 지옥으로 보내줄 거니까.”아마미네 토시로는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속으로는 김예훈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진주·밀양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세력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거지? 김예훈을 죽이지 않았다간 앞으로 일본인이 진주·밀양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거야.”“불가능할 텐데? 지금은 물론 전성기 시절에도 나를 죽이지 못했을 거야. 나를 죽이려면 아마 야마자키파 전 수장인 야마모토 타케시를 모셔 와야 할 거야.”양상철은 태연하기만 했다.“넌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어.”아마미네 토시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분은 더 이상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 너 같은 잡것들이 어르신을 방해하지 않게 내가 노력할 수밖에.”아마미네 토시로는 또 알약을 하나 삼켰다.알약을 삼키자마자 그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눈동자가 새빨개지기 시작했다.다음 순간 양상철을 향해 비수를 날렸다.양상철은 넓은 소매를 휘둘러 비수를 한쪽으로 내팽개쳤다.펑.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숲속에 불꽃이 튀겼다.이 모습에 양상철은 속으로 일본인이 정말 뻔뻔하다고 욕했다.‘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 정정당당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옆길로 샐 궁리만 한다니. 정말 염치가 없네.’공격을 피한 양상철은 앞으로 나
오륜 사찰 금지구역.아마미네 토시로는 복부 상처를 감싸 쥔 채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다.그는 곧 알약 하나를 삼키고는 절벽 끝에 엎드려 망원경으로 아래쪽 상황을 지켜보았다.잠시 후 그는 얼굴이 약간 창백해지더니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혜선 스님이 아직 저 자식을 죽이지 않았다니. 역시 여자 등이나 처먹는 기생오라비가 맞았어. 여자들마다 아까워서 죽이지 못하잖아.”아마미네 토시로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이곳에 남긴 흔적을 없애고는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일어서는 순간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무언가를 짐작한 듯 재빨리 거즈로 상처를 감싸고는 검을 쥐고 심각한 표정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1분 1초가 흘러가면서 주변 공기는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다.이 순간은 1분이 마치 1년처럼 느껴졌다.잠시 후, 마침내 숲속에서 어떤 노인이 뒷짐을 쥐고 서서히 걸어 나왔다.그는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면서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아마미네 토시로를 쳐다보았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맞은편에 있는 노인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남양 무신 양상철?”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나를 알아봤으면 너의 아들보고 너한테 전하라고 한 말도 들었을 텐데. 지금 보니 내 말을 귓등으로 흘린 모양이군. 왜. 10년 동안 너무 조용하게 지냈더니 나를 잊은 거야?”남양 무신 양상철을 알고 있는 아마미네 토시로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남양국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섬라국과 화국에 의해 멸망하지 않은 것도, 심지어 동해 해역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양상철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전해지기로는 대한민국 출신인 그의 조상님이 남양국으로 이주한 뒤 혼자 힘으로 이 나라를 일궈냈다고 했다.남양 무신은 남양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양국을 쥐락펴락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남양국에는 무신이 한 명뿐이지만 단 한 명으로 모든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적어도 아마미네 토시로는 지금 상태로는 절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총사령관님은 젊고 멋있는 분이야. 포스까지 장난 아니라고. 그분은 우리 대한민국 국방부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무슨 염치로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는 거야? ‘총사령관’이라는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혜선 스님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 이유만으로도 난 네가 너무 싫어졌어. 오륜 사찰에 사람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되는 규칙만 없었더라면 넌 오늘 살아서 나가지도 못했을 거야.”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내가 한 말은 다 사실인데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네.”혜선 스님은 김예훈이 우상인 총사령관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김예훈을 쫓아내. 저 자식이 원하든 말든 진주 밖으로 쫓아내라고. 그리고 앞으로 김예훈이 총사령관이라고 자칭하거나 진주·밀양에 발을 내딛는 순간 오륜 사찰에서 죽여버릴 거라는 공식적인 입장도 전해.”혜선 스님은 말을 끝내자마자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다음 순간,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제자들이 나타나 검으로 김예훈을 겨냥했다.그중 한 명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김예훈, 꺼져.”김예훈은 이들을 무시한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혜선 스님을 바라보며 말했다.“혜선 스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전해. 나를 오륜 사찰에서 쫓아내는 건 상관없는데 진주·밀양에서 쫓아낼 생각은 하지도 마. 내가 총사령관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한마디만 물을게. 김현민이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걔가 과연 전설 속 당도 부대 총사령관일까? 나이, 실력은 막론하고, 정말 김현민이 총사령관이라고 생각해? 총사령관님은 유라시아 전쟁에서 5대 강국을 단숨에 제압하고 혼자 힘으로 일본의 수많은 검신, 음양 대가들을 물리치신 분이야. 총사령관님 같은 분이 굳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를 탐내서 일본인에게 굽신거릴까? 솔직히 말해서 김현민 같은 사람한테 총사령관이라는
“24시간 내로 진주에서 꺼져주시면 예전에 있었던 일을 따지지도 않을게요. 어쩌면 저희가 약간의 혜택도 드릴 수 있어요.”혜선 스님의 진지한 말투에 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성녀님, 저희 오늘 두 번째로 만나는 거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도 싫으세요? 제가 정말 진주를 떠났으면 좋겠어요?”“네. 김예훈 씨가 진주에 오고부터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고요.”혜선 스님은 차분한 모습으로 제자가 건넨 차를 마시며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의 기둥과도 같아요. 김예훈 씨 존재만으로도 진주·밀양에 피바람이 불고 있는데 하루빨리 떠났으면 좋겠어요. 안동 김씨 가문을 위한, 진주·밀양을 위한, 김예훈 씨 자신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 간단한 조건을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혜선 스님,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진 걸 보면 김현민이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거 아니겠어요? 제가 있든 없든 수장 자리를 지켜낼 자격이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저랑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이 아닐까요? 이런 일로 제가 진주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혜선 스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씨,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예요?”“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해서 그래요. 제가 왜 진주를 떠나야 하는 거죠?”김예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이곳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제 자유 아닌가요? 아무도 저한테 뭐라 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요? 오륜 사찰이 아직 저한테 해명해야 할 것이 있는 건 둘째치고, 그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제가 실수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고 꺼지라는 거예요? 혜선 스님, 장사를 너무 잘하시네요. 오히려 제가 그 보잘것없는 몸매를 보고 눈을 버릴 뻔했는데도요? 서로 없었던 일로 하는 건 괜찮은데 이걸로 저를 협박해서 진주에서 쫓아내려
옷을 갈아입고 나온 혜선 스님은 정말 선녀와 다를 바 없었다.그녀는 유리알 같은 눈동자로 김예훈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제 목욕탕에 무단 침입했으니 김예훈 씨를 죽일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전에 선재 스님 사건 때 저희 오륜 사찰에 해명을 요구했었죠? 이제 서로 빚진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혜선 스님.”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성녀님의 알몸까지 봤는데 이대로 넘어간다고? 아, 선재 스님 사건을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면 누가 손해 보는 거지?’이때 한 여제자가 무의식적으로 혜선 스님을 힐끔 쳐다보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설마 오륜 사찰과 맨날 사이가 안 좋던 저 자식을 성녀님이 인정해버린 걸까?’김예훈은 그저 어이없기만 했다.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어쨌든 잘못한 것이 있으니 천천히 목욕탕에서 나와 혜선 스님이 살벌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향긋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그의 아무렇지 않은 행동에 한 제자가 말했다.“그건 성녀님께서 몸 닦는 수건인데...”퍽.제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혜선 스님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앞으로 걸어가 김예훈의 가슴팍을 쳤다.퍽.김예훈은 재빨리 손으로 막았지만 뻘쭘한 마음에 별로 힘을 쓰지도 않았다.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혜선 스님이 이미 수건을 빼앗아 간 후였다.혜선 스님의 표정은 다시 냉랭해지면서 김예훈을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이제 저희 오륜 사찰에 볼일 없을 것 같은데 이만 가시죠.”김예훈은 상대방의 분노를 느끼고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면 그녀가 칼을 빼 들고 죽일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돌아서서 말했다.“가긴 가겠지만 한마디만 할게요. 오늘 이 일이 정말 우연이라면 제가 해명해야 되겠지만...”김예훈은 말을 하다 말고 눈빛이 차가워지고 말았다.“만약에 오륜 사찰이 일본인과 손잡고 저를 함정에
“성녀님? 도포? 오륜 사찰? 당신이 바로 혜선 스님이에요?”보지 말아야 할 모습까지 다 봐버린 김예훈은 표정이 일그러져있었다.오륜 사찰의 성녀인 혜선 스님의 목욕탕에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을 보니 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하는지 이해할 것만 같았다.‘성녀의 목욕탕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계획이었나? 정말 그의 계획이라면 김현민이 자기를 죽일까 봐 걱정되지도 않았을까? 그리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김현민 그 자식이 성녀 혜선 스님을 마음에 품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혜선 스님은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애써 감정을 추스르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잠시 후, 갑자기 자기 목욕탕에 나타난 이 건방진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이때 혜선 스님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씨?”“뭐? 몇 번이고 우리 오륜 사찰의 얼굴에 먹칠하고 경매회까지 망친 그 김예훈?”“선재 스님을 해친 것도 모자라 3일 안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어?”“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성녀님, 저 자식이 이곳에 나타난 건 성녀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모욕이에요. 죽여야 한다고요.”오륜 사찰의 한 제자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곧장 달려들어 김예훈을 검으로 찌르려 했다.퍽.이때 혜선 스님이 손가락을 튕겨서 검을 날려버리고는 뒤돌아 병풍 뒤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진주에 어쩌다 천연 온천이 생겼는데 여기서 피를 볼 순 없지.”제자들 모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성녀님, 저희가 너무 성급했나 봐요. 지금 바로 저 자식을 데리고 나가서 죽여버릴게요.”제자들은 검을 빼 들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직 목욕탕에서 나오지 않은 김예훈을 째려보았다.‘계속 우리 오륜 사찰을 건들던 놈이 감히 성녀님 목욕탕에 뛰어들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툭하면 죽이느니 마느니 하지 말고 제 설명 좀 들어보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그래도 여자 목욕탕에 뛰어들어 못 볼 꼴
쨕.아마미네 토시로는 옆으로 날아가더니 세게 바위에 부딪히면서 피를 뿜어냈다.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비록 처음부터 온갖 함정까지 파놓으면서 김예훈을 평생의 적으로 대했지만 김예훈이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할 줄 몰랐다.연기까지 하면서 겨우 이곳까지 끌고 왔는데 김예훈을 죽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뺨 맞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정말 괴물이네.’퍽.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채로 이를 꽉 깨물더니 말없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검을 휘둘렀다.칼날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빠르고도 정확했다.김예훈도 무심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쨍’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또다시 스쳐 지나갔다. 김예훈은 절벽 끝에 서 있었고, 아마미네 토시로는 울창한 숲 변두리에 서 있었다.“대단한데?”아마미네 토시로는 칼날을 만지작거리면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너 같은 사람은 몇 년 더 지나면 아마 내가 너의 상대가 안 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널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자신 있었다면 왜 이런 꼼수를 부린 거지? 일본인은 무신 경지에 이르렀어도 결국엔 본성을 잃지 못하네. 네가 도망치려고 바다에 뛰어든 순간부터 넌 영원히 나를 따라잡을 수 없었어. 지금까지 너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도 네가 또 어떤 꼼수를 준비했는지 알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너무 실망이네.”“실망하긴 아직 이른 것 같은데?”아마미네 토시로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예훈,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어? 여기에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냐고. 모르고 있었다면 내가 알려줄까?”아마미네 토시로는 검으로 힘껏 바닥을 내리쳤다.쿵.격렬한 진동이 울리면서 김예훈이 서 있던 절벽이 순식간에 갈라졌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앞으로 던졌다.“풉.”몸에 검이 제대로 꽂힌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후회되지 않는 듯 미친 듯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반면으로
“풉!”핏덩이를 토해낸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었다.“김예훈, 역시 대단해. 어린 나이에 탑 무신 급 경지에 이르다니.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너 같은 사람이 우리 일본의 귀족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아마미네 토시로, 아무리 쓸데없는 소리를 해도 난 널 살려줄 마음이 없어. 요트에 있을 때 이미 이 구역 통신을 차단하라고 했거든. 간단히 말해서 네가 방금 나 몰래 보낸 메시지, 아무도 볼 수 없다는 뜻이야.”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이 살짝 굳으며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몇 분 전에 보낸 구조 요청 메시지가 발신 실패로 떠 있는 것이다.“이런 제기랄!”이 순간 아마미네 토시로는 본능적으로 고함을 질렀다.“정말 나랑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받아라! 불사참!”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양손에 들고 있던 검을 힘껏 내리쳤다.칼날이 얼마나 매서운지 마치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김예훈은 아무런 무기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찌푸린 채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아마미네 토시로가 이 기세를 몰아 검을 휘두를 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 김예훈을 스쳐 지나 산꼭대기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다.김예훈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무신이라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공격하는 척하면서 또 도망쳐?’“아마미네 토시로, 그만 도망치지?”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그만 쫓아오지?”아마미네 토시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울창한 숲을 이용해 김예훈을 따돌리려 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전혀 급할 거 없이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한 사람은 도망치고, 한 사람은 쫓아가는 것이 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쫓는 듯했다.곧 두 사람은 산 정상에 가까운 한 공터에 도착하게 되었다.먼저 땅에 발이 닿은 아마미네 토시로의 얼굴에는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다음 순간 그는 땅을 구르더니 미리
야마자키파 검신, 일본 무신, 황실 어의인 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명 눈치가 있는 놈이었다.오늘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까지 불러내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한 방에 무너질 줄 몰랐다.이런 상황에서 아마미네 토시로가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남아서 김예훈과 맞서 싸울 일은 없었다.그래서 상대를 존중하는 척 부하의 뺨까지 때리고, 부하의 시체로 요트 엔진을 고장 내서야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친 것이다.게다가 도망치는 경험까지 풍부해서 바다 한가운데에 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닷가에 도착해 있었다.김예훈은 요트 위에 남아있는 잔병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져 마치 어떤 신념이 완전히 무너진 듯했다.이들과 말 섞기도 싫은 김예훈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아마미네 토시로가 도망친 방향으로 쫓아갔다.어쨌든 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었기에 아무리 겁을 먹었다고 해도 실력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김예훈은 오늘로써 한 방에 끝내고 싶었다.아니면 어딘가 숨어서 언제 또 습격할지 몰랐다. 김예훈은 상관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안전 또한 고려해야 했다.아마미네 토시로도 김예훈이 놔줄 생각이 없어 보이자 속도를 내 바닷가의 울창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이 지역은 진주 태산 뒷산으로 진주 상류 인사들이 휴양하는 곳이라 절대 개발이 허락되지 않았다.이곳은 산짐승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진주에서 보기 드문 한적한 곳이었다.아쉽게도 지금의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온 힘을 다했더니 마침내 절벽 끝에 오래 방치된 정자 하나를 발견했다.그런데 숨을 돌리기도 전에 멀지 않은 숲속에서 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김예훈, 내가 이렇게까지 멀리 왔는데 좀 쉬면 안 돼? 요트에 그 많은 사람의 목숨으로는 부족했어? 왜 하필 나를 따라다니는 거야. 노인을 공경할 줄도 몰라?”아마미네 토시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