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경은 숨통이 막힌 채 두 눈 부릅뜨고 도윤을 죽어라 쳐다보았다. ‘정말 믿을 수가 없군, 아무리 그래도 난 윗사람인데!!’“수경아!” 이남수는 재빨리 그녀의 입에서 수건을 꺼냈다.임수경은 습관적으로 계속 울며 하소연하려 했지만 도윤의 차가운 눈빛에 재빨리 울음을 그쳤다. 그리고 땅 위에 있는 이유민을 가리키며 말했다.“먼저 우리 유민이부터 구해야지.”이남수도 지금이 도윤과 다툴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유민의 안전이야말로 가장 중요했다.“됐어, 울지 마.”이남수는 임수경을 놓아준 후 진봉을 향해 걸어갔다.“유민이 풀어줘.”그는 비록 카리스마가 넘쳤지만 진봉은 그의 부하가 아니었으니 또 어떻게 그의 말을 들을 수 있겠는가?게다가 이남수가 어린 시절의 도윤에게 한 일들을 안 후, 진봉은 이남수에게 많은 원한을 품고 있었으니 그를 때리지 않는 것도 이미 대단한 선심을 베푼 것이었다. 그래서 그의 명령에 진봉은 못 들은 척했다.재차 무시를 당하자, 이남수의 안색은 순식간에 차가워졌다.“이 손 놓으라고, 귀가 먹은 거야?”진봉은 귀를 후비더니 건달처럼 이남수를 쳐다보며 말했다.“대표님의 명령 없인 풀 수 없어요.”“건방진 놈.”이남수는 포악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들어 진봉의 얼굴에 뺨을 내리치려 했다.진봉은 또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손을 댈 기회가 생기니 그는 놓치려 하지 않았다. 이남수는 그동안 줄곧 운동하는 습관을 유지해왔지만, 진봉은 평소에 덤벙거려도 나름 특전사 출신이었기에 상처를 입어도 이남수를 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이남수의 손을 뒤로 넘긴 후, 진봉은 입가에 여유로운 미소를 띠었다.“이 선생님, 저도 다른 방법이 없어요. 대표님께서 방해하는 사람을 전부 때리라고 하셨으니까요. 이것은 첫 번째 경고지만 다음번에는 더 이상 봐주지 않을 거예요.”이남수는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었는데, 자신이 뜻밖에도 젊은 사람에게 제대로 무시를 당하는 것을 보고 안달이 나면서도 화가 났다. 그래서 그는 도윤에게 화풀
이남수는 고개를 돌려 임수경을 바라보았다.“가겠다고 떠들던 사람은 당신 아니었어?”임수경은 억울함에 눈물을 흘렸다.“내가 여기에 있고 싶을 것 같아? 우리 아들이 불쌍해서 그러잖아. 그동안 그는 우리를 따라 창업하는 데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데.”말하면서 임수경은 어르신 앞에 무릎을 꿇었다.“아버님, 저희가 그동안 어떤 나날을 보냈는지 아세요? 제가 가난한 집안 출신이라 아버님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거, 저도 잘 알아요. 저를 무시하도 되지만, 제 아이는 또 무슨 잘못이 있겠어요? 유민이도 아버님의 손자인데, 그리고 남수 오빠가 좋아하는 사람은 분명히 저인데, 아버님은 오히려 오빠를 집안에서 쫓아냈죠. 그래서 저희가 결혼했더라도 항상 남의 손가락질을 받아야 했어요.”“그래도 유민이가 제일 불쌍하죠. 화목하고 정상적인 가정을 가질 수 있었지만, 여전히 사생아라는 죄명을 짊어져야 했으니까요. 어릴 때부터 유민이가 또래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매일 상처투성이가 된 채 돌아왔을 때, 엄마인 제가 마음이 얼마나 아팠는지 아세요? 유민이는 단지 억울한 아이일 뿐, 마땅히 도윤과 같이 귀족 학교에 다니면서 자유로운 삶을 누려야 했지만, 결국 남에게 꼬리표를 단 채 모욕까지 받아야 하다니, 그건 아니잖아요!”“남수 오빠는 비록 말을 거칠게 하지만 마음은 약해서 아버님이 오빠를 쫓아낸 그동안 오빠가 아버님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아시냐고요? 매번 아버님 생신이 될 때마다 오빠는 묵묵히 선물을 준비했지만 또 감히 아버님에게 보내지 못했어요. 그렇게 선물들은 집에 가득 쌓였고, 오빠는 혼자서 외롭게 술을 마셨죠.”“제발 너그러움을 베푸시고 유민이만 인정하세요. 그는 아버님의 친손자잖아요!”그러나 감정이 넘친 연설은 어르신의 동정심을 조금도 자아내지 못했다.어르신은 고개를 돌려 오 집사를 바라보았다.“가서 서재에 있는 그 상자 가져와.”오 집사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남수는 임수경을 일으켜 세우려 했는데, 그녀는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도리여 이남
이남수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그때 자신이 매일 바빠서 골머리를 앓았지만 임수경은 오히려 그에게 돈을 요구한 것을 떠올렸다.자신의 아버지가 중증에 걸렸다거나 어머니가 심장병이 도졌거나 아니면 남동생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었다.또 자신의 아버지가 중환자실에 있으니 하루만 해도 많은 돈이 필요하다고 했고 다른 각종 비용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이남수는 임수경에게 수십억을 주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또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며 돈을 달라고 했다.이남수에게 있어 임수경은 줄곧 깨끗하고 간단하며 돈을 탐내지 않은 여자였기에 그는 전혀 의심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들은 이미 부부이니 그의 돈이 바로 그녀의 돈이었다.다만 그때 이남수도 사정이 넉넉하지 않았다. 200억으로 회사를 차렸으니 자금이 많이 부족했다.매번 결산한 금액이 내려오면, 임수경은 여러 가지 이유로 돈을 가져갔고, 이남수는 확실히 매우 힘들었지만 종래로 불평한 적이 없었다. 그는 심지어 임수경의 아버지 병문안을 보러 가려고 했는데, 그녀는 그가 바쁘다는 이유로 필요 없다고 했다.그때의 이남수는 돈을 절약하기 위해 기사, 비서들을 전부 해고하여 매일 스스로 열심히 분투했고 심지어 한 번은 고객과 식사를 한 후 피곤해서 땅에 쓰러졌다.혼수상태에 빠지기 전, 이남수는 한 여자를 본 것 같았지만, 정신을 차린 후 그 여자는 이미 사라졌다. 그날부터 합작 금액은 점점 커졌고, 심지어 일부 회사는 보증금까지 면제해 주며 그 돈으로 반년 동안 재료 비용을 모으라고 했다.그리하여 이남수는 비로소 그 어려운 시절을 버틸 수 있었는데, 이 모든 것은 전부 다 심예지 덕분이었다.어르신은 또 한 묶음의 사진을 꺼냈다. 사진 속 그는 필사적으로 술을 마시며 접대하고 있었고, 다른 한 장의 사진에는 심예지가 레스토랑 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 다정하게 누군가의 다리를 주무르고 있었다. 그리고 임수경 일가족은 외국에서 휴가를 보내며 환하게 웃고 있었는데, 이것은 이남수의 처지와 선명한 대조를 이뤘다.‘나
임수경은 계속 변명하려 했지만 유력한 증거 앞에서 그녀의 말은 너무나도 보잘것없어 보였고, 그저 이남수에게 자신이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다.이남수는 임수경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처음으로 혐오에 가까운 정서를 드러냈다.“그만해. 이제 가자.”임수경이 어떤 사람이든, 그녀가 오늘 한 일은 이미 이남수의 인식을 초월했으며 또한 이남수를 망신시켰다. 그래서 남자는 재빨리 이곳을 떠나려 했다.임수경은 내키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저 이남수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비록 요 몇 년 동안 이남수에게서 충분히 많은 돈을 건졌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었으니 임수경은 또 어찌 이렇게 쉽게 그를 포기할 수 있겠는가.“그래, 오빠 말만 들을게. 우리 유민이 데리고 떠나자.”도윤은 가슴을 안은 채 차가운 눈빛으로 임수경을 바라보았다.“이유민이 떠날 수 있다고 말한 적 없는데.”임수경은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대체 언제까지 무릎 꿇게 한 건데?”“내가 만족할 때까지. 이유민이 저지른 그 일들만 해도 그는 천 번 만 번 죽어야 했어요. 오 집사, 이제 그만 손님들 배웅하지.”임수경은 여전히 울부짖고 있었다.“이도윤, 내 아들 풀어줘, 그렇지 않으면 난 당장 경찰에 신고할 거야.”“그래요, 신고해요. 나도 경찰들이 이유민이 무슨 짓을 했는지 조사하게 하고 싶거든요. 고의로 사람을 죽인 살인범? 아니면 일부러 공장에 불을 지핀 범인?”임수경은 비록 자기 아들이 밖에서 무엇을 했는지 모르지만 그래도 어르신의 뒤바뀐 태도를 통해 대충 짐작이 갔다. ‘유민이 이도윤에게 손을 써서 어르신으로 하여금 우리를 받아들이게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도윤에게 약점을 잡힌 게 분명해.’핸드폰을 들고 있던 임수경은 손이 살짝 떨렸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결국 그녀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도윤을 바라보더니 욕설을 퍼부었다.“이 양심도 없는 불효 자식, 너도 언젠가 큰 코 닥칠 거야!”심예지는 임수경의 옷깃을 잡아당기더니 힘껏 뺨을 두 대 후려쳤
모든 사람들은 주의력을 이남수의 혼란한 결혼 생활에서 문 앞의 여자에게로 옮겼고, 이정진과 심예지의 안색은 크게 변하였다.‘백채원이 어떻게 여기에? 우린 분명히 그녀에게 지아를 접근할 그 어떤 기회도 주지 않았는데.’‘누가 백채원을 도운 거지!’피투성이가 된 이유민은 마침내 승리자처럼 득의양양하게 웃기 시작했다.“형도 완전히 이긴 건 아니네.”도윤은 눈살을 찌푸렸다. 요 며칠간 그는 주모자를 찾느라 바쁘게 돌아쳤기에 이유민이 뜻밖에도 이런 짓을 꾸밀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지아는 이미 백채원을 보았으니 도윤은 아무리 서둘러도 똑똑히 설명할 수가 없었다.이때, 심예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오 집사, 손님들 배웅해.”오 집사도 눈치가 빨라서 이 명령을 듣고 재빨리 움직였다.“아가씨, 죄송하지만 오늘은 저희 가문의 개인 사정 때문에 손님을 맞이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백채원은 당연히 협조하지 않으려 했다. 그녀는 스스로 휠체어를 밀며 직접 도윤을 향해 돌진했다.“도윤 씨,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요? 전에 나와 결혼할 거라고 약속했잖아요! 당신이 떠난 그동안 난 매일 눈물을 흘렸고, 이제 나도 마침내 잘못을 깨달았어요. 앞으로 더 이상 소지아를 겨냥하지 않을 테니까 우리 예전으로 돌아가면 안 돼요? 나 정말 도윤 씨 없으면 안 된단 말이에요.”백채원이 말을 마치자, 심예지와 이정진은 표정이 어두워졌다.지아는 단지 기억을 잃었을 뿐, 멍청이가 아니었다. 울고 보채던 임수경도 이 순간 울음을 그치더니 백채원에게 눈을 돌렸다.새로운 폭풍이 이미 나타났다.도윤은 치근덕거리는 백채원을 아랑곳하지 않고 황급히 지아를 바라보았다. 지아의 안색은 아주 창백했는데,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조용히 그를 바라보며 울지도 떠들지도 않았다.그러나 이런 평온한 지아의 모습에 도윤은 오히려 더욱 당황해졌다.그리고 마침내 지아는 억지로 입을 열었다.“이분은…”도윤은 입을 벌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그가 어떻게 설명하든 이미 기만
도윤은 잽싸게 달려와 지아가 넘어지지 않도록 부축했지만, 그녀의 입에서는 피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이씨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고, 급히 지아를 에워쌌다.“의사는! 의사는 왜 아직도 도착하지 않은 거야?”도윤은 지아의 가녀린 몸을 안고 손을 내밀어 그녀의 입가에 묻은 피를 닦으려 했다. 그러나 그 새빨간 피는 마치 샘물처럼 솟아올라 그의 손과 지아의 달빛처럼 하얀 드레스를 붉게 물들였다.도윤은 점차 일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지아야, 어디 아파? 왜 그래?”옆에서 도윤이 묻는 말을 들은 건우는 놀라서 말문이 막혔다. 그가 떠난 지도 거의 2년이 되어갔다.“그래서 당신은 아직도 지아가 무슨 병에 걸렸는지 모르는 거예요?”도윤의 눈빛은 즉시 건우에게 떨어졌다.“병? 지아 도대체 어디가 아픈 건데?”건우는 도윤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고, 그저 안쓰러운 눈빛으로 지아를 쳐다보았다.“너 전에 말했지, 절대로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이 사람이 바로 네가 모든 것을 다 바쳐 사랑한 사람이야?”지아는 전에 자신과 도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도윤이 말한 것처럼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는 이씨 집안사람들과 함께 그녀를 위한 아름다운 거짓말을 꾸며냈다. 그러나 건우는 마치 그녀의 과거에 대해 알고 있는 것 같았다.지아는 대답하려 했지만 위가 너무 아팠다. 통증은 마치 덩굴처럼 다른 기관을 향해 만연되기 시작했고, 위가 아플 뿐만 아니라 심장과 오장육부까지 모조리 아팠다.그녀는 입을 열었지만 소리를 내지 못했고 그저 무릎을 꿇고 앉아 가슴이 찢어질 정도로 토할 수밖에 없었다.그 많은 피를 본 백채원은 놀라서 아예 입을 열지조차 못했고, 이정진과 심예지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다.도윤은 그런 지아를 보며 안절부절못했다. 그는 줄곧 타고난 이성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 전부 붕괴되었고, 건우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물었다.“지금 지아가 대체 무슨 병에 걸렸냐
도윤은 그 자리에 몸이 얼어붙었고 심예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심지어 이정진조차도 불가사의하다고 느꼈다.“헛소리, 지아가 몸이 얼마나 좋은데, 어떻게 암에 걸릴 수가 있겠어?”건우는 도윤의 손을 뿌리쳤고, 눈빛에 약간의 분노를 품고 계속 해석했다.“2년 전, 두 사람이 이혼할 때, 지아의 위암은 이미 중말기에 이르렀어요. 지금 지아의 증상을 보니 아마 말기에 이르렀을 거예요.”말기란 두 글자는 도윤의 머릿속을 스쳤고, 도윤은 그제야 다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지아는 토하느라 이미 온몸의 기운이 빠졌고, 도윤은 재빨리 그녀를 품에 안고 밖으로 달려갔다.“지아야, 괜찮아. 내가 곧 병원으로 데려다줄게. 넌 괜찮을 거야.”하늘은 언제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조용히 지아의 얼굴에 떨어졌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허약하게 도윤의 드리운 눈을 바라보았는데, 남자의 눈빛엔 은근히 눈물이 감돌았다. ‘이건 도윤의 눈물일까, 아니면 그냥 빗물일까?’그러나 모든 게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았다. 지아는 자신의 생명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결국 목에 걸려 가슴이 답답했다.지아를 안고 있는 도윤은 당황과 두려움에 몸을 휘청거리며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지금 그의 마음은 너무나도 혼란스러웠다.이 순간, 도윤의 머릿속에는 양요한이 한 말이 메아리쳤다.“대표님, M-1은 특수해서 일반인은 효과가 그리 뚜렷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노인과 어린아이, 그리고 임산부 외에 종양환자 역시 절대로 주사하면 안 됩니다.”“주사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데?”“M-1은 사람으로 하여금 기억을 잃게 하는 동시에 면역체계까지 자동으로 차단할 수 있습니다. 즉 종양 환자라면 이 약을 주사한 후, 면역체계는 예전처럼 암세포를 소멸하지 않을 것이고, 암세포는 짧은 시간 내에 빠르게 증가되어 심지어 온몸으로 퍼질 수도 있습니다.”도윤은 지아가 이런 병에 걸렸다는 것을 생각지도 못했다. ‘어쩐지 지아가 깨어난 후, 가끔 위가 아픈
지아는 응급실로 보내졌고, 이 소식을 들은 양요한은 하늘이 무너진 것 같았다. 그의 불안한 예감이 결국 현실로 되자, 그는 밤새 비행기를 타고 A시에서 날아왔다.응급실 밖, 도윤의 양복과 셔츠에는 지아의 피로 가득했지만 그는 상관하지 않고 그저 눈시울을 붉힌 채 바닥을 내려다보았다.진환은 조심스럽게 그에게 다가간 후, 재삼 고민하고서야 입을 열었다.“대표님, 방금 사람 시켜 임건우가 전에 일하던 병원에서 사모님의 검사 보고서를 찾아냈습니다.”손을 뒤로하고 서 있던 도윤은 표정이 차가웠고, 줄곧 자신의 생각에 잠겨 있었다. 진환이 입을 열고서야 그는 점차 정신을 차렸다.진환은 두 개의 보고서를 건네주며 말했다.“사모님께서 소 선생님을 돌보시다 쓰러질 때 검사를 받으신 적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그때의 보고서입니다. 임건우는 위 종양일 가능성이 있다며 위장 내시경과 다른 검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사모님은 이미 위암 3기에 이르렀습니다.”“그리고 두 번째 검사 보고서는 그때 양 의사에게 부탁하신 전신 검사의 결과입니다. 방금 조사를 거친 후, 저는 누군가 사모님의 CT 보고서에 손을 댄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때 사모님의 종양은 이미 가슴까지 퍼졌는데, 누가 의사를 매수하여 사모님의 보고서를 정상인의 것으로 바꾸었던 것입니다.”도윤은 검사 보고서에 적힌 종양의 크기를 바라보며 손가락이 가볍게 떨렸다.지아가 검사받은 시간을 보니, 기억이 타고난 도윤은 그날이 바로 지윤이 신생아 검사를 받았을 때란 것을 발견했다.그때 3개월 동안 삐져 있던 지아가 갑자기 그에게 전화를 걸었고,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지난날과 달리 엄청 피곤해 보였다. 지금까지도 도윤은 당시 지아가 한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이도윤, 우리 이혼하자.”‘그때 지아는 금방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것을 알아냈으니 틀림없이 매우 두려웠을 텐데.’‘하지만 난 뭐 하고 있었지? 쓸쓸한 방과 꽃병 속의 시든 꽃들은 모두 지아의 수상함을 말해주고 있었는데.’‘지아처럼 삶에 대한 열정이 넘친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