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유민은 오히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어르신을 부축하더니 공손하게 말했다.“할아버지, 아버지 말씀이 맞아요. 저를 인정하시든 인정하시지 않든 우리는 같은 피를 가지고 있는 가족이에요.”“그래요, 아버님. 그때 남수 오빠는 확실히 너무 충동적이었어요. 이제 오빠도 잘못을 깨달았고, 오늘 이렇게 찾아온 것도 특별히 아버님에게 사과하러 온 거예요. 그러니 이제 그만 용서해 주세요.”두 모자는 입만 열면 이씨 집안을 언급했고, 미리 준비를 하고 찾아온 게 분명했다.지아도 점차 진정을 되찾았다. 도윤에게 사고가 발생하자마자 그들이 찾아왔으니 세상에 이런 우연이 또 어딨겠는가?그리고 어르신은 지금 몸이 안 좋아서 그들을 욕할 힘조차 없었다. 이때 줄곧 입을 열지 않던 심예지가 차갑게 말했다.“당신들 귀가 먹은 거야 아니면 멍청한 거야? 어르신 말씀 못 들었어? 이남수, 만약 내가 잘못 기억하지 않았다면, 그때 당신은 이번 생에 다시는 이씨 집안에 발걸음을 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이제 와서 자신이 한 말을 번복하다니, 당신 그러고도 남자야?”이남수는 심예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많이 복잡했고 심지어 충격을 받았다.심예지는 요 며칠 줄곧 일부러 그와 맞서고 있었는데, 예전 같으면 이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심예지는 이남수를 아예 보지도 않았고 몸을 돌려 어르신의 응급약을 가져왔다.이를 본 임수경은 마침내 자신의 차례가 왔다고 생각하며 얼른 입을 열었다.“언니, 미안해요. 내가 남수 오빠 빼앗았다고 날 미워하고 있는 거, 나도 알아요. 나도 일을 이렇게 만들고 싶지 않았단 말이에요. 내가 오빠를 언니에게 돌려줄 테니까 이제 그만 오빠가 집으로 돌아오게 해줘요.”사실 이것은 임수경이 전에 쓰던 흔한 수단이었지만, 하필이면 이남수에게 아주 잘 먹혀 그는 듣자마자 바로 화를 내려 했다.이번에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심예지가 먼저 말했다.“임수경, 당신 정말 정신이 나갔구나? 말끝마다 날 언니라고 부르다니, 나랑 아주 친해?
심예지의 말에 이남수는 하마터면 화가 나서 숨이 넘어갈 뻔했다. 이전의 심예지는 늘 조심스럽게 그와 말을 했고, 지금처럼 그의 정곡을 쿡쿡 찌르는 사람과 전혀 달랐다. ‘이 여자의 입이 이렇게 대단했던가?’게다가 이남수는 임수경이 험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줄곧 마음 아파했던 것이다. 그러나 심예지가 갑자기 이렇게 대놓고 말하자, 임수경의 허리를 안고 있던 이남수는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을 주었다.옆에 있던 임수경은 이미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는데, 이번은 아마 진심이었을 것이다.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일이 바로 다른 사람이 그녀의 과거를 얘기하는 것이었고, 심예지는 정말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그녀를 비웃었다.“심예지, 당신 지금 윗사람으로서 대체 무슨 말을 지껄이는 거야. 무지막지한 여자 같으니라고, 창피하지도 않나 보군.” 이남수도 다른 말로 욕할 줄 몰라, 결국 이 몇 마디밖에 하지 못했다.이남수는 예전에 자주 심예지를 무지막지한 여자라고 말하곤 했다. 심예지는 계속 받아치려고 했지만, 이번에 지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이보세요, 지금 제 어머님과 이혼을 하셨든 안 하셨든, 정상인이라면 길을 지나가던 행인에게도 이런 말을 하지 않았겠죠. 하물며 어머님은 전에 이 선생님을 깊이 사랑했던 여자였고요.”심예지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지아를 바라보았는데, 아마 그녀가 나서서 자신의 편을 들어줄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 같았다.지아는 마음 속으로 좀 긴장되었지만, 더욱 많이 느낀 것은 분노였다.“두 분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두 번의 만남을 보면, 이 선생님의 부인은 마치 거머리처럼 제 어머님에게 달라붙었어요. 보기에는 온순해 보이지만, 사실 말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제 어머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고요. 그러나 이 선생님은 다짜고짜 어머님을 원망하시다니, 20년 전, 당신의 행위는 이것보다 더욱 악랄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겠네요.”“어머님은 과거에 이 선생님을 사랑한 것 외에 또 무슨 잘못이 있었겠어요? 어머님은 당신을
어르신은 눈을 들어 이유민을 바라보았고, 눈빛은 숨길 수 없는 매서움이 들어있었다.“뭐라고? 너 지금 무언가 알고 있는 거야?”이유민은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할아버지, 저는 할아버지와 따로 이야기 좀 하고 싶은데, 시간 되시는지 모르겠네요?”그는 웃고 있었지만, 눈 밑에는 독사처럼 악랄한 차가운 빛이 흐르고 있어 무척 오싹했다.어르신은 이유민을 한참 쳐다보더니 결국 입을 열었다.“서재로 따라와.”지아는 어르신을 문밖으로 부축했다. 어르신은 이유민과 집사만 들어가게 하고는 기타 사람들 모두 문밖에서 기다리라고 했다.지아는 마음속으로 불안하기 시작했다. 어르신은 지금 감정이 그리 안정되지 않았고, 또 나이가 들었으니 그녀는 어르신이 자극을 받을까 봐 매우 두려웠다.심예지는 지아의 손등을 두드렸다.“걱정 마, 어르신이 다 알아서 하실 거야.”말하면서 그녀는 지아를 데리고 테라스에 가서 앉았고, 사람 시켜 간식을 내오라고 한 다음 더 이상 이남수를 보지 않았다. 지아는 심예지의 위로에 과자 몇 조각을 먹으며 위의 불편함을 달랬다.이때 이 집사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심예지의 귓가에 대고 무슨 말을 했고, 지아는 재빨리 손에 든 포크를 내려놓으며 물었다.“검사 결과 나온 거예요?”심예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목소리를 낮췄다. “인체조직의 검사를 통해 아직 도윤 그 사람들 발견하지 못했어.” 지아는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다행이다.”이것은 아마 지금까지 가장 좋은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심예지는 자신의 손목에 찬 팔찌를 어루만지며 눈빛은 무척 차가웠다.‘현장에 아무도 없었고, 도윤도 지금 행방불명이야. 그런데 이유민이 지금 어르신을 방문하다니. 설마 도윤이 그의 손에 있는 것은 아니겠지? 도윤을 이용해 조건을 얘기하려는 건가?’지아도 물론 이 점을 생각했다. ‘이 나쁜 자식, 지금 어르신을 화나게 하려고 작정을 한 거야!’그러나 바보 같은 이남수는 아직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고, 심예지 앞으로 다가가더니 거만하게
옆에 있던 오 집사도 고개를 들어 이 건방진 사생아를 바라보았다.이유민은 어르신이 말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입을 열었다.“말하자면 할아버지도 너무 형 편만 드셨어요. 분명히 우리 아버지가 좋아하는 사람은 우리 엄마인데, 엄마를 막으면 그만이지만 왜 나까지 인정하려 하지 않는 거죠? 나에게 사생아라는 타이틀을 붙여 온갖 모욕을 당하게 하고. 그러나 형은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이 오히려 할아버지의 모든 사랑과 이씨 집안 모든 재산을 얻었다니, 이건 너무 불공평하지 않나요?”어르신은 손에 들고 있던 벼루를 세게 던졌다.“간통해서 낳은 자식 주제에 내 앞에서 소리 지를 자격이 있긴 한 거야? 그 당시 내가 네 엄마를 인정하지 않은 이상, 지금 역시 널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네가 뭔데 상속권을 원하는 거지? 꿈이나 깨!”이유민은 차갑게 웃었다.“그래요? 그럼 만약 할아버지가 중시하는 형이 죽었다면, 이렇게 큰 이씨 집안을 누구에게 물려주고 싶으신 거죠?”“그게 무슨 뜻이지?”이유민은 어르신을 향해 걸어갔고, 집사는 잔뜩 경계하며 그를 주시하였다.“어제 형이 사람 데리고 폐기 공장에 갔다고 들었는데, 쯧, 어쩜 이렇게 생각이 없는 거죠? 그곳은 전부 화학 공장이었는데, 유독 물질일 뿐만 아니라 그 주위에는 사람조차 없잖아요. 만약 무슨 일 생긴다면, 누가 구해줄 수 있겠어요?”어르신은 이유민을 조사하려고 했는데, 뜻밖에도 그가 자폭할 줄은 몰랐다.정확히 말하면 이유민은 지금 도윤을 이용하여 어르신을 협박하려고 하는 것인데, 이는 그에게 있어 천재일우의 좋은 기회였다.“도윤이 지금 네 손에 있는 거야?” 어르신은 그래도 침착한 편이어서 당장 호통치지 않았다.“할아버지도 참, 말씀을 그렇게 하시면 안 되죠. 제가 형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가장 먼저 구하러 간 건데. 제가 얼마나 큰 대가를 치르고 형을 구했는지 아세요?”“도윤은 어떻게 됐지?”“걱정하지 마세요. 같은 집안사람인 이상, 저야 자연히 그 누구보다도 형이 잘 살기를 원
지아의 질문에 이유민은 사악하게 웃었고, 마치 마침내 전쟁에서 이긴 장군이 이전의 수치를 설욕한 것 같았다.“형수님, 뭘 그렇게 조급해하는 거야. 그래도 형은 우리 아버지의 아들이니 내가 어떻게 그를 다치게 할 수 있겠어? 난 특별히 형을 구하러 갔는데, 지금 그는 중상을 입어서 아직도 수술 중이라고.”“도대체 무슨 일 생긴 거지? 도윤은 지금 어디에 있는 거냐고?”어르신은 염주를 천천히 만지작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도윤이 네 손에 있다고 한 이상, 증거는?”이유민은 휴대폰을 꺼내 몇 초 정도의 영상을 보여주었다. 영상 속 한 남자가 병상에 누워 구급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얼굴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주위도 전부 의사였다. 그러나 어르신은 그래도 그 사람이 바로 도윤이란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지금 상태는?”“응급처치를 받은 후, 지금 이미 위험에서 벗어났어요. 이것은 안심하셔도 돼요. 저에게 있어 형은 아주 중요한 도구이니 제가 또 어떻게 함부로 형을 괴롭힐 수 있겠어요?”이유민은 어르신의 약점을 잡았기에 더 이상 자신을 위장하지 않고 직접 도윤을 도구라고 불렀다.“고작 이 영상 하나 가지고 나더러 믿으라는 건가?”“할아버지야 당연히 저를 안 믿으셔도 되죠. 하지만 저를 이씨 가문의 손자로 인정하려 하지 않는 이상, 이도윤도 제 형이 아니겠죠? 만약 의사들이 최선을 다하려 하지 않는다면, 할아버지도 저 탓하지 마세요.”“이 빌어먹을 자식이.” 어르신은 이유민의 옷깃을 덥석 잡아당기더니 분노의 기색을 보였다.그러나 이유민은 여전히 침착했다.“할아버지, 왜 화를 내시고 그래요. 몸도 안 좋으신 분이. 저도 이러고 싶지 않았지만, 그러게 왜 굳이 저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거죠? 저는 단지 제가 누려야 할 모든 것을 되찾고 싶을 뿐인데.”오 집사와 지아도 어르신이 화가 나서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얼른 어르신을 말렸다. “할아버님, 일단 앉아서 좀 쉬세요. 이 일은 천천히 상의할 수 있잖아요. 도윤이 아직 살아있기만 하면 됐어
이유민은 자신의 본성을 철저히 폭로했고, 더 이상 자신의 날뛰는 모습을 숨기지 않았다. 도윤의 침착함에 비해 그야말로 천양지차였다.그는 한 걸음 한 걸음 지아 앞으로 걸어가더니 손을 내밀었다.“형수님, 앞으로 잘 부탁해.”이유민의 노골적인 시선에 지아는 손을 내밀지 않았고 그를 무시하며 어르신을 부축하러 갔다.“할아버님, 제가 방까지 부축해 드릴게요.”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일어나 방으로 돌아갔고, 오 집사는 그의 무기력한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할아버님, 정말 그 사람의 조건을 들어주시려고요?”“현재 우리는 아직 도윤의 소식이 없어. 만약 그자가 말한 것이 사실이라면, 나도 이렇게 할 수밖에 없구나. 그러나 안심해라. 몇 년 전에 난 이미 많은 중요한 자산과 주식을 도윤에게 주었으니, 설령 내가 그 사생아의 신분을 인정하고 공개한다 하더라도, 그 자산들은 모두 도윤의 명의로 되어 있어서 그는 건드릴 수 없다.”어르신의 눈빛에 교활함이 스쳤다.“지금 그 사생아의 유일한 카드가 바로 도윤이니, 나와 조건을 상의하려는 것을 봐서라도, 그는 우리보다 더 도윤이 살아있길 원할 거다. 물론 방금 우리에게 보여준 영상이 합성일 수도 있겠지. 그 녀석의 요구에 승낙하는 것은 잠시일 뿐, 만약 도윤이 그의 손에 없다면 우리는 재빨리 도윤을 찾아야 해.”그러나 어르신도 그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만약 이유민이 확신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절대로 이렇게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지아야, 낙심하지 마라. 우리는 꼭 도윤을 믿어야 한다.”“네.”지아는 어르신을 방으로 부축해 주었고, 어르신은 나무 의자에 누워서야 좀 편안해졌다.“지아야, 가서 내 안신향을 좀 피워라. 지금 머리가 아주 아프구나.”“네, 할아버님.”지아는 선반을 훑어보았는데, 그 위에는 아주 많은 고급 차들이 있었고, 또 일부 수제향도 있었다. 그녀는 향에 익숙하지 않아 선반을 이리저리 뒤적거렸다.이때, 지아의 팔꿈치는 향합 하나와 부딪쳤다. 안에 아
이씨 가문은 천지개벽의 변화를 맞이했다. 이유민이 서재에서 나올 때, 오 집사는 그의 뒤를 따랐는데 그 모습은 무척 득의양양했다.이때 심예지는 여전히 막장 드라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임수경은 일부러 연약한 척하고 있었고, 이남수는 능청스럽게 사랑하는 사람을 수호하기 위해 심예지의 손을 잡아당기고 있었는데, 이는 심예지를 화나게 했다.심예지는 이남수의 뺨을 세게 때렸고, 이남수는 즉시 멍해졌다. ‘오랜만에 봤는데, 심예지가 감히 날 때리다니.’그 바람에 임수경은 버럭 화가 나더니 즉시 앞으로 달려들어 심예지를 미친 듯이 공격했다. 집안은 엉망진창이 되었고, 여주인들끼리 머리를 잡아당기고 있었기에 하인도 누구를 말려야 할지 몰랐다.유독 이 집사가 잽싸게 달려와 임수경을 직접 땅에 쓰러뜨렸다. 임수경은 아파서 바로 울음을 터뜨렸고, 그 장면은 무척 혼란스러웠다.그리고 이때, 이유민이 나타났다.“우리 엄마한테 사과하세요.”심예지는 임수경 때문에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이 말을 듣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이유민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이유민을 본 적이 거의 없었는데, 그에 대한 기억은 여전히 어린 시절에 머물러 있었고, 그때의 이유민은 심지어 임수경 뒤에 숨어 있었다. 눈을 들어 보니, 이유민은 도윤과 약간 비슷한 얼굴에 차가운 웃음을 머금고 있었고, 그의 어머니처럼 아주 음흉해 보였다.“사과? 내가 왜?” 심예지는 자신의 치마를 두드리며 그들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이유민은 먼저 임수경을 자신의 뒤로 감싸더니 잠시 위로하고서야 고개를 돌려 다시 심예지를 바라보았다.“사람은 그래도 자신의 주제를 알아야 하죠. 아주머니가 변함없이 우리 아버지를 사랑한 것은 확실히 대단했고 저 또한 그런 아주머니가 많이 안타까웠는데.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 이렇게 여러 해 동안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하지만…….”그는 말머리를 돌렸다.“사람은 그래도 선을 넘지 말아야죠. 아주머니가 웃어른인 것을 봐서 저도 지나친
심예지는 어르신이 왜 타협했는지 모르지만 이유민이 이미 이씨 가문을 장악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지금 우리 아버지와 이미 이혼했으니 사실 아주머니도 우리 집안사람이 아니죠. 이씨 가문이 그동안 아주머니를 며느리로 인정한 것도 나름 은혜를 베푼 셈이니, 이제 우리 엄마가 돌아온 이상, 명실상부한 사모님은 아주머니가 아니잖아요. 제가 만약 아주머니라면 창피함을 당하지 않도록 스스로 이곳을 떠날 텐데 말이죠.”“유민아, 너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가 있어? 언니, 내가 유민이를 너무 오냐오냐해줬더니 아이 버릇이 아주 나빠졌네요. 그러니 그가 한 말 절대 마음에 두지 마요. 여기는 언니의 집이니까 얼마든지 남아있어요. 아무도 쫓아내지 않을 테니까.”임수경은 비록 사과하는 것 같았지만 사실 오히려 자신의 지위를 부각시키고 있었다. 성공적으로 본가에 들어올 수만 있다면 심예지를 괴롭힐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으니 지금은 이남수 앞에서 마음 넓은 척해야 했다.심예지는 두 손을 가슴에 얹었다.“그 엄마에 그 아들이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지, 당신들 대체 며칠 버틸 수 있을지 궁금하군.”말을 마치자 심예지는 소매를 뿌리치며 떠났고, 이 집사도 얼른 따라갔다.“사모님, 그 사람들은 지금 아주 날뛰고 있는데, 어째서 아직도 손을 쓰시지 않는 겁니까?”“어르신에게 다 생각이 있을 거야. 지금은 틀림없이 도윤 쪽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어르신이 타협을 한 것일 거야. 우선 조용히 지켜보자고. 너도 절대로 함부로 움직이지 말고.”심예지는 목소리를 낮추었다.“예, 알겠습니다, 사모님.”그리고 지아는 어르신의 방에서 다급히 나오자마자 이런 장면을 보았다.“어머님, 고생하셨어요.”심예지는 개의치 않고 웃으며 말했다.“이게 무슨 고생이야? 그이가 전에 한 짓과 비교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지. 참, 너 무슨 소식 못 들었어?”“이유민 그 사람…….”지아가 말을 하려고 할 때, 휴대폰이 갑자기 울리더니 그녀는 즉시 받았다.비록 낯선 전화번호였지만, 지아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