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윤은 지아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들은 후, 줄곧 괴로움에 빠졌다. 그는 한사코 마음속 깊은 곳의 괴물을 억압하면서 지아를 해칠까 봐 두려워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노는 여전히 치밀어 올랐고, 질투는 그의 이성을 완전히 망가뜨렸다.도윤은 한 번 또 한 번 자신에게 물었다.‘왜 그 아이가 내 것이 아닐까? 그러면 나도 이렇게 괴로울 필요가 없을 텐데.’진환은 그의 상처를 싸매면서 충고했다.“대표님, 좀 진정하세요. 더 이상 이렇게 자신을 다치게 하시면 안 돼요.”도윤은 쓴웃음을 지었다.“진환, 만약 너라면, 넌 어떻게 할 거야?”“대표님, 저에게 아직 아내가 없기 때문에 대표님에게 좋은 의견을 드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진환은 도윤이 지금 마치 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을 하는 사람과 같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애써 정신을 차리고 있었지만, 조금이라도 긴장을 풀면 사고가 날 수도 있었다.그래서 진환은 감히 건의할 수도 없고, 건의하지도 못했다.지아와 도윤이 오늘 이 지경으로 된 가장 주요한 원인은 역시 이예린이었다.두 사람 모두 도윤에게 있어 무척 중요한 사람이었고, 이예린이 아무리 잔인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녀는 도윤이 여러 해 동안 찾은 여동생이었다.그러나 이 가시를 뽑지 않으면, 지아는 영원히 도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사모님께서 이미 한 아이를 잃었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매우 긴 시간을 들여 그 상처를 치유했고, 그렇게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있어 이 아이는 그녀의 목숨입니다. 만약 대표님께서 마음대로 그녀의 아이를 건드렸다면…….”진환은 항상 일이 점점 더 극단적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방관자로서 그들이 보고 싶은 결과가 아니었다.“알아, 나야 당연히 알지.”도윤은 금방 미연의 입에서 지아가 어떻게 이겨냈는지를 알게 되었으니, 그녀는 누구보다도 이 작은 생명의 존재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나는 그녀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진 것을 용납할 수 없
도윤은 그런 소란을 피운 다음, 지아는 며칠 째 그를 보지 못했다.그러나 지아의 마음은 갈수록 불안해졌다.‘그 남자, 뭐라고 발견한 건가?’그러나 도윤이 만약 자신이 임신했다는 것을 알았다면 미쳐버릴 텐데, 절대로 말 한 마디 없이 그녀가 매일 잘 먹고 잘 자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최근에 지아는 음식을 많이 먹기 시작했는데, 그녀의 착각인지, 그 음식들은 모두 보양식이었다.지아는 미연에게 물어봤는데, 미연은 그녀가 주방에게 이렇게 준비하라고 분부했다고 말했다.결국 지아는 아이를 임신하느라 매일 엄청 힘든 데다, 입덧도 무척 심했기 때문에 반드시 영양을 많이 보충해야 했다.도윤이 없는 장원은 매일 무서울 정도로 조용했지만, 지아는 늘 폭풍우가 오기 직전이라 느꼈다.그녀가 매일 의심하는 모습을 보고 미연은 자기도 모르게 가볍게 웃었다.“아가씨, 너무 예민하게 굴지 마세요. 백씨 집안에서 비록 급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 백채원은 몸이 멀쩡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요구가 엄청 많대요. 그렇게 그 모양으로 됐는데 또 무슨 웨딩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 건지. 대표님은 그녀의 매달림에 시달려서 시간을 낼 수 없는 거예요.”매일 지아가 잠든 후에야 도윤은 밤에 몰래 들어와 깊이 잠든 그녀를 지켜보곤 했다.미연은 지아에게 불필요한 심리적인 부담을 줄까 봐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지아는 요즘 잠이 많아 수면의 질도 예전보다 많이 좋아져서 눈치채지 못했다.“그래, 그는 곧 결혼할 거야.”지아는 자신이 임신한 이후, 줄곧 아이에게 신경을 쓰며 이예린에 대한 관심조차 많이 줄었단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이예린이 도윤에 의해 통제되어 단독으로 된 산속의 별장에 갇혔고, 전 의료팀이 심리치료를 해주고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지아는 당분간 이예린을 만날 기회가 없었기에 복수조차 할 수 없었다.말하는 사이, 또 한 하인이 보양식을 가져왔다. 지아는 자신이 황제의 총애를 받는 황후와 같다고 느꼈다. 주방에서는 매일 방식을 바꾸어 그녀에게 음식을
지난번 섬에 도착했을 때, 도윤은 급히 지아와 소계훈을 데려온 후, 소시후에 대해 별로 관심을 돌리지 않았다. 듣자니 이미 귀국했다고 했는데, 자기가 지아를 데려갔다고 해서 다시 A시로 돌아와 지아를 빼앗을 뜻은 없었다.다시 말해서, 소시후에게 있어 지아는 아마도 일시적인 장남감에 불과했고, 그는 전혀 진심이 아니었다.도윤은 매우 화가 났다.그가 줄곧 사랑해온 여자가 남의 아이를 가졌는데, 그 남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다니.도윤은 자기가 어떤 심정으로 지아를 대해야 할지 몰랐다. 그는 요 며칠간 될수록 자신을 설득하여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었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그 잡종에 관한 일이었다.그는 아무리 자신을 설득해도 진정하고 그 잡종을 자신의 자식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20여 일이면, 곧 수술을 할 수 있을 거야.’‘지아는 몸이 별로 좋지 않아 보기만 해도 아주 말랐으니 그동안 영양을 많이 보충해야 해.’도윤은 또 사람 시켜 몸을 조리하는 식재료를 한 무더기 보냈다.밥을 먹은 다음, 소계훈은 몇 번이나 말을 하려다가 멈추었고, 지아는 그를 바라보았다.“아빠, 할 말 있으면 직접 하세요.”소계훈은 재삼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지아야, 너 손목 때문에 도윤에게 화가 난 거지? 내가 깨어난 후에 너희들 사이가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는데. 그는 너에게 잘 보이려고 애썼지만 너는 그를 똑바로 쳐다보지도 않다니. 요 며칠 그는 밥을 먹으러 돌아오지도 않고, 항상 널 피하고 다녔어.”“아빠, 나와 그 사이에는 확실히 문제가 좀 있어요. 그가 나를 피하는 것은 내가 지금 화 났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지아야, 전에 넌 그를 그렇게 좋아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이렇게 변한 거야? 평생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는 사람이 어딨겠어? 잘못을 알고 고치면, 그냥 넘어가도 되지 않을까?”지아는 사실을 말할 수 없는 데다가 임신 때문에 마음이 초조하여 더 설명할 생각도 없었다.“아빠, 우리 사이에는 별일 없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지아의 경계에 찬 눈빛을 보니, 도윤은 자신이 애인은커녕 지금은 지아의 마음속에서 원수와 다름없다는 것을 발견했다.도윤은 한숨을 내쉬었다.“지아야, 안심해. 난 너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야. 오늘 온 것은 그냥 네가 좋아하는 음악가 miss A가 음악회를 하러 왔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야. 표를 이미 샀으니 내일 함께 들으러 가자.”지아는 도윤을 쳐다보았는데, 그가 또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심했다.“지아야, 나 정말 다른 뜻이 없어. miss A는 최근 몇 년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난 네가 줄곧 그녀를 매우 좋아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이번 음악회는 아마도 그녀의 생애 마지막 공연일 거야. 나는 네가 놓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지아도 이 2년 반 동안 그 어떤 콘서트에도 가보지 못했다.마지막으로 이런 자리에 참석한 것은 3년 전 학교의 축제였다. 지아와 도윤은 커플룩을 입고 모자를 쓴 채 한 무리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제멋대로 노래를 따라 불렀다.그때의 지아는 활발하고 귀여웠고, 또 매우 해맑았으며 이 나이의 독특한 기질을 가지고 있었다.지금의 그녀는 죽어가는 듯 싸늘했고, 특히 한 쌍의 눈은 조금의 빛깔도 없었고 심지어 이 나이에 맞는 조금의 생기도 없었다.지아가 침묵하는 것을 보고 도윤은 표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는 목소리를 부드럽게 했다.“지아야, 난 네가 이 2년 동안 아주 힘겹게 지냈다는 거 다 알아. 나를 미워하고 원망해도 돼. 그러나 일이 이미 발생한 이상, 그 누구도 이 결과를 바꿀 수 없어. 나는 단지 네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야.”“알았어, 갈게, 나 졸려.”도윤도 지아를 방해하지 않고 몸을 돌려 떠났다.지아는 자신의 평탄한 아랫배를 만졌다. 그녀는 이 2년 간의 여러가지 압력 때문에 이미 정상인이 가져야 할 긍정적인 에너지를 상실했으며, 지금 그녀는 온통 살기로 가득했다.예전에는 그녀 혼자여서 상관없었지만, 지금은 뱃속에 작은 생명이 하나 더 생겼으니, 그녀는 아이를
미연은 지아의 뒤에 서 있었는데, 그녀가 한참 망설이는 것을 보고 입을 열어 물었다.“아가씨, 이 옷들이 마음에 드시지 않는 거예요?”“아니야, 아주 예뻐. 난 그냥 마음이 좀 짠해서 그래.”미연은 지아와 도윤의 과거에 대해 잘 몰랐기에 지금 이 순간 지아의 쓰라린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네가 대신 골라줘.” 지아는 아예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싸구려 옷을 입는 것에 익숙해져서 다시 이 명품들과 마주하니 그냥 황공할 뿐이었다.미연은 옷장 앞에 서서 옷을 고르면서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가씨는 몸매도 좋고 얼굴도 예쁘고 피부도 하얘서, 수건 하나만 둘러도 엄청 예쁠 텐데.”생각하면서 미연은 하얀색 원피스를 하나 골랐는데, 디자인이 대범하고 재단도 잘 되어 곳곳에서 우아함을 드러내고 있었다.“이걸로 입으세요. 저는 이 원피스가 아가씨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지아가 갈아입자, 미연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어머, 몸에 딱 맞네요. 아가씨는 딱 봐도 부족함 없이 자란 공주님이네요. 몸에서 뿜어 나오는 그런 기질은 다른 사람들 따라배우기도 힘들거든요.”“공주님?”지아는 왼손을 내밀었고, 하얀 피부에는 많은 굳은살이 박혀 있었다.아이를 잃은 그 해, 도윤은 지아를 괴롭히기 위해 일부러 그녀의 모든 카드를 압수했다.그리고 소씨 집안은 바로 파산했고, 소계훈은 또 병원에 입원했기에 지아는 매일 비싼 의료비를 물어야 했다.하지만 지아는 그때 가정주부가 되기 위해 학업을 포기했고, 교수님까지 감탄하던 우수한 의대생은 결국 노가다를 하는 지경에 몰렸다.총애를 받고 자란 공주님은 그제야 인간 세상의 고통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녀의 피아노를 치던 하얗고 보드라운 손은 한동안 굳은살 외에 수많은 작은 상처들로 가득 했다.특히 겨울에 일할 때, 지아는 동상에 걸려 손이 빨갛게 붓기도 했다.이 6개월 동안 지아는 그 아르바이트들을 그만 뒀기에 손은 좀 회복됐지만, 여전히 고생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미연은 지아의 약간 거칠어 보이는
미연은 마음씨가 착한 여자였다. 비록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녀는 줄곧 열심히 살아왔다.지아는 그런 미연에게서 예전의 자신을 본 것 같았다. 그녀는 활기찬 모습으로 웃으며 하루하루를 맞이했고, 마치 하늘이 무너져도 그녀를 쓰러뜨릴 수 없는 것만 같았다.“저처럼 이렇게 입꼬리를 살짝 올리시면 돼요. 아가씨가 자주 웃으셔야 뱃속의 아이도 따라서 기분이 좋아질 거예요.”미연의 미소가 너무 따뜻했는지, 아니면 아이에게 좋다는 말이 무심코 지아의 마음을 흔들었는지, 지아는 손을 자신의 배에 놓고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이때 햇빛이 그녀의 얼굴에 쏟아졌고, 모성애로 가득 찬 지아의 모습은 말도 안 될 정도로 아름다웠다.“아가씨, 웃으니까 정말 너무 예뻐요. 제가 본 사람들 중에서 아가씨가 가장 예쁘고 정교하게 생기신 것 같아요. 연예인으로 데뷔하면 인기가 장난도 아닐걸요.”지아는 씁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전에 의사로 되는 게 꿈이었는데, 만약…….‘나한테 무슨 만약이 있겠어?’지아는 이 아이가 무사히 태어나는 것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했기에, 더 많은 것은 바라지도 않았다.‘만약 내가 너무 욕심을 부리면, 하느님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까지 모두 빼앗아갈 거야.’지금까지 너무나도 많이 잃은 지아는 전전긍긍하며 그런 상상조차 할 엄두가 없었다.지아는 일어나서 떠났다. 축 처진 손이 약간 이상하지만 않았어도, 그녀는 정말 흠잡을 데 없이 아름답고 완벽했다.미연은 지아를 차 옆으로 데려다 주었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잘 놀다 오세요,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시고요.”도윤은 차에서 내려 직접 조수석의 문을 열어주었고, 지아를 부축하여 차에 올라탄 다음, 또 친절하게 그녀에게 안전벨트를 매 주었다.전에 두 사람의 사이가 좋았을 때, 지아가 가장 원했던 것이 바로 도윤이 하루 시간을 내서 자신과 함께 보내는 것이었다. 그럼 지아는 미리 캠핑할 물건을 준비하여 주말에 도윤과 교외로 캠핑을 가곤 했다.도윤은 그녀와
지아는 깔끔하게 말했고,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지금 그녀는 더 이상 도윤에 대한 감정이 조금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오직 증오밖에 남지 않았다.“알아.”만약 전에 지아가 이런 말을 했다면 도윤은 틀림없이 화를 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는 조금의 불만도 없었고 단지 죄책감만 느낄 뿐이었다.“난 지금 매일 눈을 뜰 때마다 너한테 어떻게 복수해야 할지를 생각하고 있어. 이도윤,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면서 헛수고하지 마. 너도 이제 내 원수니까.”“지아야, 난 그냥 너에게 잘해 주고 싶어서 그래.”신호등을 기다리는 틈을 타서 도윤은 과일차를 지아에게 건네주었다.“새콤달콤한 게 맛이 괜찮아.”지아는 참지 못하고 한입 마셨다. 그녀는 임신한 후 새콤달콤한 것을 각별히 좋아했는데, 과일차 안에 든 귤과 패션후르츠를 가장 좋아했다. 게다가 이 안에는 라임과 자몽까지 들어 있어 그 맛은 더욱 상큼했다.한 모금 마시는 걸로 부족해서, 지아는 아예 컵을 안고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새콤달콤한 맛은 쓰라린 위를 달랬고 그녀는 속이 많이 좋아졌다.도윤도 점차 근심을 내려놓으며 지아를 태우고 전에 두 사람이 자주 갔던 레스토랑으로 향했다.“음악회 들으러 가는 거 아니었어?”“시간이 아직 일러서. 넌 배 안 고파?” 도윤은 눈을 드리우며 부드럽게 지아를 바라보았다.“응.” 지아는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도윤도 화를 내지 않고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그럼 나랑 같이 좀 먹어줘.”말하면서 도윤은 손을 내밀었고, 예전처럼 지아의 손을 잡으려 했다.그러나 지아의 힘없이 늘어진 손을 잡자, 그는 놀라서 멈칫했다.한순간, 도윤은 뜻밖에도 지아의 손이 이렇게 된 게 다 자신 때문이란 것을 잊어버렸는데, 정신을 차리니, 죄책감이 밀려왔다.지아는 그런 도윤을 싸늘하게 비웃었다.“왜? 우리가 정말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도윤은 그녀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렸는데, 도중에 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엘리베이터에 들어갈 때, 도윤은 묵
날씨가 점차 더워지자, 반딧불이도 활동하기 시작했고, 고요한 밤 속에서 빛을 점점이 수놓았다.가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자, 지아는 재채기를 했다.“에취.”도윤은 그제야 일어나 유리병 하나를 들고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그는 꽤 오랫동안 잡은 것 같았는데, 유리병 안에는 대략 10여 마리의 반딧불이가 있었다.비록 그 작은 섬의 장관보다 못하지만, 유리병 속에서 반짝이는 모습은 여전히 아름다웠다.“배고프지?” 도윤은 자연스럽게 유리병을 건네주었지만 지아는 받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텐트에 걸어놓은 후 자신의 외투를 벗어 지아에게 걸쳤다.“요즘 온도가 따뜻해졌지만 이곳은 산속이라 여전히 좀 추워. 너 저녁때 아주 적게 먹었으니 지금쯤 배고프겠지? 내가 뭘 준비했는지 볼래?”지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냉담하게 도윤을 바라보았다.“날 이곳에 데리고 온 이유가 뭐지?”도윤은 그녀의 손을 잡고 롤 테이블 옆으로 걸어갔다.“오늘 저녁 물병자리 별똥별이 나타날 수 있거든. 전에 별똥별 보고 싶다고 했잖아.”예전의 지아는 소녀감성이 넘쳐서 이 세상의 아름다운 일들을 전부 느껴보고 싶었다.그때의 지아에게 있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별똥별을 기다리는 것은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할 수 있었다.다만 도윤은 그때 매우 바빠서 매번 약속을 어겼다.그러나 지아는 오히려 웃으며 도윤에게 말했다.“괜찮아,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엄청 많으니까 나도 천천히 기다릴 수 있어. 하나도 안 급해.”하지만 인생이 이렇게 변덕스러울 줄은 또 누가 알았겠는가. 그녀가 생각한 평생은 겨우 그 몇 년일 뿐이었다.롤 테이블에는 싱싱한 식재료가 놓여있었고, 솥 안의 물은 펄펄 끓고 있었다.천막 위에는 많은 별과 달 모양의 작은 등불이 걸려 있어 모든 것이 말이 안 될 정도로 아름다웠다.이것이 바로 지아가 줄곧 원하던 캠핑이었다. 어두컴컴한 야외에서 즐겁게 샤부샤부를 먹으며 하늘에서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는 것.도윤은 여태껏 잊은 적이 없었다.지아는 반딧불이로 만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