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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0화

작가: 김나비
소임호는 눈가가 붉어진 채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며 울고 있는 시월을 바라보았다.

그 소녀는 한때 소임호가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했던 사람이었다.

“아빠,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제가 아빠를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요!”

시월은 병상 앞에서 한참을 울었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을 수 없어서 마음속에 의문을 품었다.

“아빠...?”

시언은 마음속에 치밀어 오르는 증오를 억누르고, 최대한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월아, 아버지는 지금 많이 허약하셔.”

“아빠, 그럼 아무 걱정하지 마시고 푹 쉬세요. 집안일은 제가 잘 챙길게요.”

시월은 한참 동안 위로의 말을 전했지만, 소임호는 단지 짧게 ‘그래’라는 대답만 했다.

다만, 시월은 알아채지 못했지만, 침대를 꽉 잡은 소임호의 손등에는 불거진 핏줄이 선명했다.

소임호는 시월을 죽이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참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과거 시월이 저질렀던 일들을 떠올리면, 소임호는 결코 마음이 평온할 수 있었다.

‘우리 시영이는 이 냉혈한 때문에 죽임을 당했어. 시영이는 이국땅에서 세상을 떠났고, 죽기 전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조차 알 수가 없어. 심지어 시신을 거둘 사람도 없었다고.’

소임호는 많은 풍파를 겪은 사람이었지만, 이 상황에서는 도저히 평정을 유지할 수 없었다.

소임호는 눈을 감고 속으로 조용히 다짐했다.

‘지금은 참아야 해. 지아의 계획이 아직 진행 중이니, 절대로 폭발해서는 안 돼.’

소씨 가문 사람들이 시월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했는지, 그녀에게 얼마나 많은 이익과 기회를 제공했는지를 소임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소시월은 이미 보통 사람이 백 년을 노력해도 얻지 못할 만큼의 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시월은 전혀 만족하지 못했고, 끝까지 탐욕을 부렸다.

“큰오빠, 할 말이 있어요.”

“잘됐네, 나도 마침 할 말이 있던 참이야.”

두 사람은 한 명씩 방을 나섰고, 시후는 거실 소파에 앉아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빠, 오빠랑 연락이 안 되는 동안 우리 소씨 가문에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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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익은 방울 소리가 들리자 거대한 붉은 뱀이 빠르게 기어 왔다. 비록 진작에 이 뱀을 본 적이 있는 진봉과 지환이었지만, 이번에 다시 마주했을 때도 등골이 서늘해졌다. 산처럼 거대한 몸집의 뱀이 혀를 날름거리며 내뿜는 기운은 소름이 끼칠 정도였으니 말이다.특히 수직으로 된 동공이 사람을 바라볼 때면 진봉은 곧 세상을 떠난 외할머니를 만나러 갈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예린 역시 이렇게 큰 뱀은 처음 보는 터라 깜짝 놀랐다.게다가 그 뱀은 한 눈에도 독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에, 긴장한 예린은 몸을 움츠리며 숨을 죽였다. 하지만 일행 중 누구도 뱀을 피하려 하기는커녕 오히려 무무가 뱀을 향해 몇 걸음 다가갔다. “조심해!”예린은 본능적으로 무무를 잡아당기려 했으나,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그 거대한 뱀이 순순히 고개를 숙이며 무무 앞에 몸을 웅크린 것이었는데, 그렇게 거대한 몸집을 가진 뱀이 어린 소녀 앞에서 고분고분하게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무무는 거대한 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마치 ‘오랜만이야’라고 인사하는 듯했다. 예린은 지금껏 수많은 황당한 일을 겪었지만, 이런 장면은 처음이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무는 거대한 뱀 위에 올라타고 일행에게 손짓으로 말했다.“이제 출발해요!”지아의 상태는 조금도 지체할 수 없었고, 시월은 기진맥진한 상태로 입에는 헝겊이 물려 있고, 양손이 묶여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시월은 그저 묵묵히 일행을 따라가며 그 기괴한 숲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작은 마을은 여전히 옛 모습 그대로였고, 세월이 흘러도 바깥의 화려한 도시와는 달리 전혀 변화가 없었다. 아무리 5년, 10년이 흘러도 가장 원초적이고 순수한 모습을 간직한 그 모습 그대로였다. 마당에서 약초를 말리던 조원주는 방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무무는 재빨리 조원주를 향해 달려갔고, 조원주는 손에 든 당귀를 곧장 내려놓았다. “아가, 방학하면 날 보러 올 줄 알았단다.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니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34화

    예린은 급하게 도윤의 손을 붙잡으며 외쳤다.“오빠, 지금은 흥분하면 안 돼. 지금 상황에서 새언니를 살릴 유일한 방법은 저 여자를 살려두는 거란 말이야!” 도윤은 여전히 바닥에 쓰러져 있는 지아를 바라보며 분노를 억누르지 못한 채 총을 단단히 쥐었다.도윤의 손등에는 핏줄이 불거졌는데, 당장이라도 방아쇠를 당길 듯한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다 이 미친X 때문이야!’도윤의 손이 서서히 내려가는 모습을 본 시월은 속으로 안도하며 자신이 승부수를 제대로 던졌음을 확신했다. 시월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카드가 바로 지아였기 때문이었다. ‘모두가 아끼는 소지아를 이용하면, 아무리 이도윤이 날 미워한다고 해도 날 죽일 수는 없을 거야.’ 도윤은 속수무책으로 무무가 지아의 상태를 점검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무무가 손짓으로 말했다.“엄마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어요.” “저 여자가 한 말이 사실인지도 확인할 수 있어?”무무는 고개를 저으며 손짓했다.“겉으로만 봐서는 무슨 주술에 걸렸는지 알 수 없어요. 하지만 확실한 건 아직은 괜찮다는 거예요.” 그렇다 해도 무무의 얼굴에는 여전히 걱정이 가득했는데, 독벌레의 종류는 너무나 다양하고, 각각의 특성이 달랐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어떤 종류의 독벌레는 알을 낳고 부화하는 시간이 필요하기에 무무는 결단을 내렸다. “마을로 돌아가야 해요.” 지금 지아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외딴 산속에 있는 ‘그분’뿐이었다.“좋아, 지금 바로 헬리콥터를 준비할게.”무무는 시월을 가리키며 손짓했다.“저 사람도 데려가야 해요.” 시월은 비록 수화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무무의 행동과 분위기로 자신이 끌려가야 한다는 것을 눈치챘다. 도윤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자 시월의 얼굴에는 공포가 스쳐 지나갔다.“날 어디로 데려가려는 거야? 이도윤, 내가 말하는 대로 해야 소지아를 살릴 수 있어. 나를 풀어주지 않으면 소지아도 살 수 없을 거라고!” 예린은 차갑게 웃으며 시월의 입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33화

    지아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쓰러지자, 도윤은 순간 당황해 손도 쓰지 못했다. 사실 지금까지 벌어진 모든 일들은 단지 상대의 계획에 지나지 않았는데, 처음부터 그들의 목표는 지아였다.무무는 다급히 지아에게 달려갔다. 아이가 뛰기 시작하자 방 안은 방울 소리로 가득 찼고, 그것만으로도 무무가 얼마나 급한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도윤은 지아의 곁으로 달려가 무무를 보며 한 걸음 물러섰다. 도윤은 주술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서 지아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가 다시 멈칫하며 물러섰다.평소 침착하던 도윤의 목소리에는 미세한 떨림이 섞여 있었다.“무무야, 엄마는... 엄마는 괜찮은 거야?” 바닥에 누운 지아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는데, 겉모습만 보면 그저 잠들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무무가 지아의 상태를 확인하던 찰나, 뒤쪽에서 시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쓸데없이 시간 낭비할 거 없어. 소지아는 끝났다고!” 시월의 말이 끝나자마자 도윤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도윤은 분노에 가득 찬 눈으로 시월을 노려보더니, 시월이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의 목을 거칠게 붙잡아 벽에 내리쳤다. 쇠사슬이 철컥거리며 큰 소리를 냈고, 뒤이어 벽에 부딪힌 시월의 머리에서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월은 순간 머리가 어지러웠고, 천장이 빙글빙글 도는 듯했다. 하지만 눈을 뜨자마자 보인 것은 도윤의 붉게 충혈된 눈이었는데, 그 눈동자에는 극도의 분노와 증오가 담겨 있었다.시월은 그 눈빛을 보자 자신이 입을 열지 않으면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거라는 위기감을 느꼈다. “이도윤, 네가 날 죽이면 소지아도 살아남지 못할 거야! 방금 소지아를 문 독벌레는 내 몸에 있는 것과 연심독충으로 이어져 있어. 이 세상엔 단 한 사람만이 그 독벌레를 풀 수 있다고!” 도윤의 손에 힘이 들어간 순간, 시월이 핏빛으로 물든 아랫입술을 핥으며 다급히 덧붙였다.“연심독충은 매혹술의 대가라고도 불려. 원래 M족 여인들이 배신한 연인을 벌하기 위해 만든 건데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32화

    시월은 이미 기운이 다 빠져 있었지만, 자신이 가장 큰 눈엣가시로 여겼던 지아가 곧 눈앞에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속 깊은 곳에서 기쁨이 피어올랐다. 운명이 바뀐 그 순간부터 지아와 시월 사이에 평화란 있을 수 없었다.둘 중 하나가 죽어야 끝나는 관계였으니 말이다. 시월은 자신이 저지른 일로 인해 결코 좋은 결말을 맞지 못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내가 어떻게 죽든, 그건 한순간의 차이일 뿐 본질적으로 달라질 건 없어.’ ‘설령 소지아가 죽더라도, 그 뒤에는 소씨 가문, 부씨 가문, 이씨 가문이 남아 있으니 나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을 거야.” 그래서 시월은 처음부터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고, 시간을 끌기 위해 지아와 일부러 협력하는 척하며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독벌레는 종류가 매우 많고, 사람마다 길러내는 방식도 달랐는데, 지아는 상대가 어떤 종류의 독벌레를 사용할지 확신할 수 없었기에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고 온 신경을 집중한 채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계했다. 독벌레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반드시 인간의 피부에 접촉해야만 했는데, 독벌레가 공격하기 전에 피하기만 하면 괜찮을 것이라고 판단한 지아는 얼굴, 손, 목처럼 노출된 부위를 철저히 방어했다. “그래, 그렇다고 치자.”지아는 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로 말하며 시월의 눈동자를 주시했다. 잠시 후, 지아는 갑자기 앞으로 빠르게 뛰어들었다. ‘지금 내가 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시월을 방패로 삼는 것뿐이야.’ 지아는 정확한 타이밍에 시월을 잡아 앞으로 내세웠고, 마침내 마독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마독왕은 분명 과학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기괴한 생물이었는데, 여섯 개의 날개와 여덟 개의 다리, 두 개의 긴 촉수에 날카로운 송곳니가 달린 큰 입을 가진 벌레였다. 그 크기는 아기 주먹만 했고, 초록빛으로 반짝이는 눈은 마치 파리처럼 생겼다. 지아는 그 생물의 기괴한 모습에 단번에 역겨움이 밀려왔다. 그 벌레는 시월은 복부에 부딪힌 뒤 다시 날아오르려 했는데, 지아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31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바깥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들려왔다. 지아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방울 소리를 듣고 순간 긴장했고, 무무는 빠르게 바깥으로 달려갔다. 밖으로 나가 보니 일부 보초들이 쓰러져 있었다. 도윤이 무무를 재빨리 안아 들며 외쳤다.“어서 피해야 해!” 하지만 무무는 손으로 ‘걱정하지 마세요’라는 손짓을 보이며 도윤에게서 벗어났다. 예린은 독벌레에 대해서 잘 몰랐지만,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직감했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사람들이 쓰러진 걸 보면, 분명 독벌레와 관련이 있을 거야.’ 사실 조금 전 몰려왔던 독벌레 떼는 단지 상대방의 주의를 끌기 위한 미끼에 불과했는데, 그 틈을 타서 적은 또 다른 독벌레를 사용해 공격해온 것이었다. 도윤은 군사 작전에 익숙했지만, 레이더는 무인기를 탐지할 수 있을 뿐 진짜 벌레는 감지할 수 없었으며, 작고 미세한 벌레들은 사람도 모르게 신체에 침투해 생명을 앗아갈 수 있었다. 듣기엔 비현실적으로 들리지만, 실제로 겪어 본 사람들은 독벌레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무무는 곧장 쓰러진 사람들에게 달려갔다.그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증상을 보였는데, 입에선 하얀 거품이 흘러나오고, 눈을 뒤로 뒤집힌 채 온몸에서 심한 경련을 보이고 있었다. 심지어 입술은 빨갛게 변했다가 점점 푸른빛으로 바뀌어 갔다. 무무는 망설임 없이 자기 손목을 칼로 그어 흐르는 피를 그들의 입에 떨어뜨렸다. 아이의 피는 모든 독을 해결할 수 있었고, 도윤 역시 그 효과를 직접 목격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예린은 이 광경에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저게 네 살도 되지 않은 아이가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무무는 상황이 급박한 와중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아주 냉정하게 행동하고 있었다. “조심해!”도윤은 갑자기 예린을 밀쳐냈는데, 초록색 작은 벌레 한 마리가 예린에게 달려들던 참이었다.벌레는 허공에서 목표를 놓치자 바닥으로 떨어졌고, 순식간에 주변 바닥과 비슷한 색으로 몸 색상을 바꾸었다. “모두 조심해! 위장할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30화

    지금 상황은 꽤 난처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기세등등하던 시월은 이제 당황스러움과 수치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지아와 마찬가지로 시월 역시 군사적 대응에는 전혀 문외한이어서 진부한 사고방식으로 ‘독은 독으로 제압해야 한다’고 여겼지만, 모든 진리는 대포의 사정거리 안에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단 몇초만에 믿어왔던 ‘살인 독벌레’가 전부 타버린 것을 보고 시월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대단할 줄로만 알았던 살인 독벌레가 이렇게 순식간에 소멸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 시월은 더욱 흥분하기 시작했다.“소지아! 너와 난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야!” 지아는 느긋한 목소리로 대꾸했다.“됐어, 널 구하려고 온 지원군은 이미 전멸했어. 이제라도 솔직히 말하지 않으면 널 곧장 수술대에 올려버릴 거야.” 시월은 벽에 기대며 완전히 기력이 빠진 얼굴로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결국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 다 말하면 되잖아!”“내가 심세호에 대해 아는 건 별로 많지 않은데, 그 사람은 존재 자체가 워낙 신비한 사람이라 우리랑 손을 잡은 것도 일시적인 목표를 위해서였어. 사실 엄마가 납치당하기 전까지만 해도 난 그 사람의 목표가 우리랑 같은 줄 알았어. 그 사람이 소씨 가문을 노리고 있다고 생각했거든.”“넌 아직도 그분을 ‘엄마’라고 부르는구나. 그분이 얼마나 널 아꼈는지 안다는 뜻이겠지. 네가 조금만 더 많은 정보를 준다면, 우리는 그분을 구할 기회를 얻을 수 있어.” “그 사람은 천재 의학자이고, 이전엔 독충과 협력해서 항바이러스 약을 만든 적도 있어. 물론 효과는 좋았지만 부작용이 심한 탓에 금지 약물로 지정되긴 했지만, 그 사람이 가장 잘하는 건 독약이야! 그 사람은 몸 자체가 독으로 가득 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 나도 그 사람과 만날 때는 일부러 멀리 돌아가곤 했을 정도니까.” 잠시 말을 멈추었던 시월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아는 건 다 말했어. 이제 조경선을 잡고 싶다면 날 해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날 이용해서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29화

    지아는 무무가 전에 말했던 ‘시월 몸에 독벌레가 있다’는 말을 떠올렸지만, 시월의 손발은 모두 쇠사슬에 묶여 있었고, 독충을 조종하는 듯한 행동을 보이지도 않았다. “뭔가 잘못됐어. 시월은 직접 조종하는 주술사가 아니라, 몸 안에 독벌레가 들어 있었던 건가 봐!”무무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아의 추측에 동의했다. “밖에 있는 사람들을 어서 별장으로 들어오게 해야 해.” 진짜 위험한 건 시월이 아니라 그녀의 몸속에 있는 독벌레였다.그 독벌레는 일종의 위치 추적기 역할을 했고, 다른 독벌레들이 정확하게 시월의 위치를 찾아내게 할 수 있었다. 지금 하늘을 뒤덮고 몰려오는 수많은 벌레 역시 평범한 존재가 아닐 것이었으며, 적은 그 벌레들을 이용해 대규모 살상을 감행한 뒤, 시월을 구출하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높았다. 과거의 지아였더라면 이런 상황을 그저 황당한 이야기로 여겼을 터였다.하지만 지아는 무무와 함께 지냈던 산골 마을에서 경험한 일들을 통해 독벌레의 위력을 직접 목격한 바 있었다. 그 마을에는 수백 년 전부터 외부와 단절된 소수민족이 살고 있었고, 그 사람들은 주술을 다루는 데 뛰어났다. 무무는 난산으로 태어났고, 지아도 과다출혈로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가 겨우 목숨을 건졌는데, 무무는 태어날 때부터 초록빛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무무가 신의 아이라고 여겼는데, 마을에서는 아이에게 특별한 주술을 사용해 보호 의식을 치렀고, 그 결과 무무는 독이나 독벌레에 면역이 생겼다. 게다가 마을 사람들은 틈만 나면 무무에게 주술을 가르쳤고 아이는 빠르게 익혔는데, 지아도 몇 번 배우려고 했으나 전혀 재능이 없어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직접 다룰 수는 없었지만, 지아는 주술의 무서운 위력을 몇 번이고 목격하곤 했다.작고 미미한 독벌레는 사람 몸에 들어가면 그 사람을 조종할 수 있었고, 심지어 전설 속의 1급 암살자는 무형의 독벌레를 이용해 사람을 죽였으며, 외관상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지아는 그 암살자가 주술사일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28화

    지아는 위에서 내려다보며 비웃음 섞인 표정을 지었다. “너도 두려움을 느낄 줄 아는구나? 소시월,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널 죽이지 않을 거야. 대신 네가 그토록 집착하며 쌓아 올린 모든 걸 네 눈앞에서 무너뜨릴 거야. 무력함이 어떤 건지 똑똑히 알게 해 줄게.” “소지아, 이건 학대야! 너, 인간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거야?!” “인간성? 너한테도 그런 걸 보여줄 필요가 있나?” 지아는 시월의 손목을 단단히 움켜잡았는데, 이미 쇠사슬에 묶여 있는 시월은 제대로 저항할 수조차 없었다. 게다가 시월은 지아가 오기 전 예린에게 혹독한 고문을 당한 탓에 기운이 다 빠져 있었다. 시월은 결국 숨을 몰아쉬며 지아가 차가운 액체가 든 주사기를 자기 팔에 주입하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거 알아? 네가 내 적이라는 걸 모를 때도 나는 널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었어.” 곧 주사기 안의 액체가 모두 주입되었고, 지아는 시월의 손을 거칠게 놓아버린 뒤 그녀의 턱을 꽉 잡았다. “난 네가 똑똑하다는 걸 알아. 네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게 가족도 사랑도 아닌, 끝없는 권력과 부라는 것도 알지. 넌 필사적으로 네 몸속에 흐르는 가난한 산골 출신의 피를 지우고 싶어 했지만, 난 네가 겨우 걸쳐 놓은 그 고급스러운 가면을 하나씩 벗겨 줄 생각이야. 우선 이 얼굴부터 시작하는 게 어떨까?” 지아는 시월의 얼굴을 손끝으로 쓰다듬으며 조용히 말했다.“남의 얼굴로 참 오래도 살았네. 그동안 네 원래 얼굴은 다 잊어버렸지? 하지만 괜찮아, 내가 도와줄게.” “너는 내가 원래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잖아!” “아, 그래?”지아는 핸드폰을 꺼내 들며 말했다.“재미있는 사진이 몇 장 있는데, 한번 볼래?” 화면에는 시월이 어린 시절에 찍은 사진들이 나타났는데, 마지막 몇 장에는 지아가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찍혀 있었다. 하지만 시월은 한눈에 알아보았는데, 그 사람들은 시월이 태어난 산골 마을에 있는 친부모와 두 명의 남동생, 그리고 언니였다.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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