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517화

작가: 김나비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2-24 19:00:00
지아는 가면으로 가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얼굴은 특별히 아름답지 않았지만, 그녀가 미소를 지을 때면 검은 눈동자가 햇살을 받아 얼굴 전체에 신비로운 빛을 더해주었다.

저녁 햇살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그 순간, 지아는 등 뒤로부터 뱀처럼 날카로운 시선을 느꼈다.

그녀는 갑자기 뒤를 돌아보았는데, 조금 전 논두렁에서 보았던 노파가 눈에 들어왔다.

노파의 시선은 지아와 시하가 맞잡은 손 위에 머물렀으나, 특별히 감정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심지어 전에는 도망치듯 사라졌던 노파가 이번에는 대담하게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도련님, 세라를 추모하러 오셨군요?”

시하가 천천히 손을 거두며 담담히 대답했다.

“네, 오랜만입니다.”

이화천은 차에서 몇 가지 선물을 내려놓으며 노파와 친숙하게 인사를 나누었다. 둘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인 듯했다.

노파는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말했다.

“밥은 다 차려뒀어요. 곧 날이 어두워지고 길도 험하니, 오늘 밤은 자그마한 제 집에서 묵고 가세요.”

시하가 고개를 돌려 지아를 바라보았다.

“시간이 늦었으니 하룻밤만 묵고 가시죠.”

지아의 시선이 그 노파에게 머물렀다.

‘아무래도 수상해.’

하지만 과거의 진실을 확인하고 싶던 참이었기에, 지아는 그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

“네, 도련님 말씀대로 할게요.”

우순자가 자연스럽게 시하의 휠체어를 밀며 그와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얼굴이 예전보다 훨씬 좋아 보이시네요. 그 시간 동안 잘 극복해 주셨다니, 하늘에 있는 세라도 이제는 마음이 놓일 것 같습니다.”

지아는 묵묵히 두 사람의 뒤를 따랐다.

시하가 웃으며 대답했다.

“다 소 선생님 덕분이에요. 선생님께서 제 불면증을 치료해 주셨고, 살아갈 용기를 북돋아 주셨거든요.”

우정순이 지아를 힐끗 보며 말했다.

“나이가 어려 보이는데, 실력이 대단하신 모양이네요.”

지아는 그 노파의 말투에서 어딘가 모르게 묘한 적대감을 느꼈다.

“도련님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입니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18화

    지아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아주머니, 왜 그러세요?” 우순자가 당황한 듯 베갯잇을 재빨리 주워 들며 말했다.“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자꾸 손이 미끄러지네요.” 그녀는 서둘러 침구를 정리하고 나서 덧붙였다.“불편하겠지만 하루만 버텨주세요.”“참, 부엌에 고기를 끓여 둔 걸 깜빡해서 이만. 더 이상 방해하지 않을게요.” 우정순은 서둘러 방을 떠났다. 빠르게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지아는 심상치 않은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바로 이때, 도윤에게서 온 전화가 울렸다. [지아야, 조사에 진전이 있어서 전화했어. 강세라 씨의 가족은 몇 년 전에 죽은 게 맞아. 하지만...] 도윤은 말끝에 약간의 여운을 남겼다.지아가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하지만 뭐?” [수상한 점이 있어. 당시 소시하는 병원에서 수술받고 있었고, 강세라 씨 가족의 시신을 수습한 사람은 먼 친척이었다고 하더라고. 그분들이 묻힌 곳은 ‘살구꽃 마을’인데, 그 시골 지역에서는 무슨 일이 있든 온 마을이 도와주는 게 관례래. 특히 장례식은 날짜를 잡고 최소 3일에서 7일간 치르는데, 때로는 좋은 날을 기다리느라 열흘, 보름, 심지어 한 달을 기다리기도 한다더라고. 하지만 강세라 씨 가족은 사고 이튿날 대충 장례를 치렀어.] 도윤은 잠시 멈추었다가 계속 말했다.[가난한 마을일수록 장례 절차에 엄격하고, 특히 가족 모두가 사고로 죽었다면 죽은 자의 원한을 풀어주기 위해 더 신중하게 진행하는 법이잖아. 그런데 강세라 씨 가족의 장례는 이상하리만치 간단하게 끝났어.][그 점이 좀 의심스러워. 조금만 더 시간을 주면 더 많은 정보를 찾아낼 수 있을 거야.]지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고마워, 도윤 씨.” 하지만 도윤은 이내 불만 섞인 목소리로 대꾸했다.[가족끼리 고맙다니, 조금 섭섭하네.][지아야, 소씨 가문 사건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해. 거기 오래 머무르는 건 위험하다고.]지아도 상황이 점점 위험해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시하와 시후

    최신 업데이트 : 2024-12-24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19화

    아이들은 지아를 가장 신뢰했다. 심지어 지아가 무언가 의도적으로 행동할 때, 아이들은 그녀에게 이유가 있다고 믿을 정도였다. 시하 역시 지아의 행동을 잠시 의아하게 여겼지만, 밖에서 그녀가 자신을 특별히 챙겨준다는 생각에 깊이 의심하지는 않았다. 일주일간의 동거로 인해 지아의 인품은 이미 신뢰받고 있었고, 그녀가 아이까지 데리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일을 벌이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 눈에는 두 사람의 관계가 유난히 친밀하게 보였다.지아는 틈틈이 우정순을 주의 깊게 살폈는데, 그녀의 눈빛에는 독기가 스며 있었다. 그녀들의 눈이 마주쳤을 때, 우정순은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내 착각이 아니었어. 저 여자는 분명 뭔가를 숨기고 있다고!’ 식사가 끝난 후, 산골 마을은 완전히 어둠 속에 잠겼다.조용한 밤, 작은 벌레들의 울음소리와 가끔 들리는 개 짖는 소리만이 마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밤바람이 부드럽게 불어오자, 경호원들을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주변을 순찰하며 위험 요소를 점검했다. 후에는 두 명이 교대로 야간 경비를 맡고, 나머지는 차로 돌아가 쉬기로 했다. 지아는 우정순에게 부탁해 뜨거운 물을 받았고, 평소처럼 시하의 족욕을 도왔다. 평소에는 침술을 하곤 했지만, 오늘 밤은 마사지로 대신할 생각이었다. 방에 들어선 우정순은 지아와 시하가 마주 보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마치 완벽한 한 쌍처럼 보이는 그 장면에 우정순은 주먹을 꽉 쥐었다. 지아는 그녀의 시선을 감지하고 물었다.“아주머니, 무슨 일 있으세요?” 우정순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조금 전에 마을에서 연락이 왔어요. 곧 정전이 된다는데, 도시처럼 밝지 않아서 깜깜한 밤에 불편하실까 봐 알려드리러 왔어요.”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시죠.”지아는 손을 거두며 말했다. ‘그런 상황에서 무슨 일을 벌일지 보고 싶은걸?’ 지아는 순순히 방으로 돌아갔고, 우정순은 그녀를 방까지 친절히 배웅하며 말했다.“가끔은 밤에 산에서

    최신 업데이트 : 2024-12-24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20화

    몇 분간 조용히 기다린 후, 지아는 살금살금 문을 열고 나갔다.무무는 몸에 방울을 달고 있었고,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확신할 수 없었기에, 지아는 아이를 방 안에 남겨두기로 했다. 문을 나서자, 소씨 가문의 경호원들이 문 옆에 기대어 깊은 잠에 빠진 것이 보였다. 심지어 차 안에 있는 경호원들도 모두 잠들어 있었다. 마치 마녀가 마법을 부려 세상이 전부 꿈속에 빠져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그 가짜 우정순이 하려는 일은 분명 시하 도련님과 관련이 있을 거야.’지아는 잠든 사람들이 생명에는 지장이 없음을 확인한 후, 몰래 시하의 방 앞으로 다가갔다. 녹슨 유리창의 틈새를 통해 방 안을 들여다보니, ‘우정순’으로 보이는 사람이 등을 돌린 채 서 있었다. 지아의 예상대로, 그 가짜 우정순은 이미 가면을 벗어 던진 채, 놀랍도록 청초하고 매혹적인 얼굴을 드러내고 있었다. 지아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저 사람은... 강세라?!’ ‘죽은 거 아니었어?’세라는 얇은 흰색 실크 드레스를 입고 머리를 늘어뜨린 채 있었다. 그녀의 몸매는 매혹적이었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유려한 실루엣이 드러났다. 시하는 식사 중에 섭취한 약물 때문에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세라는 그의 침대 곁에 앉아 그의 뺨을 어루만졌다.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강세라는 왜 자기 죽음을 가장한 걸까?’ ‘소씨 가문의 다른 가족들도 정말 죽은 게 맞을까?’ 세라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시하에게 입을 맞췄고, 과거의 애정을 나눌 것처럼 보였다.지아는 조용히 발길을 돌려 밖으로 나왔고, 원봉과 원설을 깨웠다. 눈을 뜬 두 사람은 곧장 어지러움을 호소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저희가 잠들다니요!” 두 사람은 훈련을 통해 높은 경계심을 지니고 있었음에도, 지아가 눈앞에 올 동안 깨닫지 못했다는 사실에 스스로를 자책했다. 지아가 손가락을 입에 대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목소리 낮추세요. 아마 약에 취한 걸 거예요. 저를 따라오세요.”

    최신 업데이트 : 2024-12-25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21화

    처음에 원봉과 원설은 믿지 못하고 망설였지만, 모든 쥐가 사람을 해치려는 기색 없이 흙 속으로 파고들어 작은 앞발로 흙을 파내는 모습을 보자, 두 사람이 눈은 휘둥그레졌다.원봉은 핸드폰을 꺼내 이 장면을 촬영해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생각했다.‘진짜 죽이는데?!’ 쥐들의 도움으로 곧 관이 드러났다. 어두컴컴한 관은 달빛 아래에서 기묘하고 음산한 분위기를 풍겼다.하지만 지아는 전혀 두려움 없이 검은 관을 가리키며 말했다.“열어보세요.” “예.”두 사람은 재빠르게 관에 박힌 못을 제거하고 뚜껑을 열 준비를 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관 속을 들여다본 두 사람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관 안에는 인간의 유골이라고는 없고, 야생 고양이와 개의 뼈만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무슨 일이죠? 강세라 씨 가족은 모두 죽었다고 하지 않았나요?” “나머지 관도 열어볼까요?” “그럴 필요 없어요. 관부터 다시 묻어주세요.” 지아가 핸드폰으로 관 손을 촬영하여 증거를 남겼고, 무무는 다시 피리를 불어 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쥐들은 지시에 따라 질서 있게 흩어져 사라졌고, 집에서 키우는 동물처럼 순종적으로 굴었다. 두 사람이 흙을 덮는 동안, 지아는 촬영한 영상을 시후에게 보냈다. 이번 여정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다. 커다란 단서를 발견했으니 말이다. 시후는 지아의 메시지를 받고 곧장 전화를 걸어왔다.[지아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지아는 자신이 발견한 사실을 하나하나 상세히 설명했다.“진짜 강세라는 죽지 않았어요. 그 여자는 자기 죽음을 가장한 연극을 벌여서 시하 도련님에게 죄책감을 심어준 거라고요. 물론, 그 여자의 가족도 이 연극에 동참했고요. 저는 이 모든 게 오래전부터 계획된 함정이라고 생각해요. 강세라조차도 누군가의 말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다고요.” 시후가 분노를 억누르며 물었다.[왜 이렇게까지 치밀하게 일을 꾸미는 거지? 왜 직접적인 방법을 쓰지 않는 거냐고!] “아마도 주목받는 걸 피하기 위해서

    최신 업데이트 : 2024-12-25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22화

    “우린 이미 정체를 들켰어요! 여긴 위험합니다. 어서 떠나야 한다고요!” 원봉이 다급히 말했다. 지아가 유리병 하나를 던져주며 말했다.“해독제예요. 모두 깨워서 정신 차리게 하세요. 이 마을에서 나가는 길은 단 하나뿐이니, 아직 멀리 가지는 못했을 거예요. 무엇보다 시하 도련님의 안전을 지키는 게 최우선이예요, 아시겠죠?” 시후가 증원을 보냈지만, 가장 빠른 헬리콥터도 도착하려면 최소 30분은 걸렸다. “예.”모두가 깨어난 뒤, 이화천은 여전히 어질어질한 머리를 흔들었다.“방금 아내에게 무사하다고 전화했는데, 어쩌다 잠든 거죠? 머리가 어질어질하네요.” 평소에는 약기운이 완전히 사라져야만 깨어났기 때문에 몸이 멀쩡했지만, 이번에는 강제적으로 깨워서 그런지 불편함이 느껴졌다. “이 집사님, 시하 도련님이 강세라한테 끌려갔어요. 얼른 쫓아가야 해요!” “잠꼬대하시는 겁니까? 세라 아가씨는 이미 죽은 지 몇 년이나 지났다고요. 지금쯤이면 뼛가루도 남지 않았을 텐데...” “강세라와 그 여자의 가족들이 모두 죽은 척했던 거예요. 방금 이 집사님이 잠들어 있는 사이에 제가 직접 묘를 파헤쳐 확인했어요. 그 여자가 가짜 우정순 아주머니로 변장해 시하 도련님을 데려고 갔단 말이에요! 시하 도련님이 위험해요!!” 지아는 짧은 한마디로 상황을 요약했다.하지만 정보량이 너무 많은 탓에 이화천은 아직 이해하지 못한 표정이었다. “됐어요, 더 이상 설명할 시간이 없어요. 어서 강세라의 뒤를 쫓으세요!” “그럼... 소 선생님은요?” “저는 사람들과 마을을 수사할게요. 강세라는 혼자니까, 시하 도련님처럼 다리가 불편한 사람을 멀리 데려가지는 못했을 거예요. 아직 이 마을 어딘가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첫째 도련님께는 이미 상황을 알렸고, 증원도 곧 도착할 거예요. 시간이 없으니 빨리 움직이세요!” 지아는 이화천을 차에 태워 보냈다. 원봉이 다소 초조한 얼굴로 말했다.“만약 그 여자에게 공범이 있다면, 여기 남아 있는 게 더 위험한 선택이 될

    최신 업데이트 : 2024-12-25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23화

    지아는 신중히 생각했다. ‘만약 강세라가 정말로 시하 도련님의 목숨을 원했다면, 지난 몇 년간 충분히 기회가 있었을 거야. 시하 도련님은 이미 몇 번이고 죽었어야 했다고.’ 하지만 세라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것만으로도 그녀에게 시하를 해치려는 의도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겠는가. 지아는 세라가 자신을 바라보던 눈빛과 시하가 무덤 앞에서 했던 말을 떠올렸다.‘강세라는 내가 의도적으로 시하 도련님에게 호의를 베푸는 모습을 보면서, 강한 질투심을 느꼈을 거야.’ ‘그럼 예전처럼 시하 도련님을 사랑하면서, 왜 시하 도련님의 곁을 떠나려 했던 걸까?’ 결국 세라가 오늘 밤 시하를 데리고 간 것은 충동적인 선택이었을 것이었다. 따라서 시하는 당장 생명의 위협은 없겠지만, 시간이 길어지면 상황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빨리 두 사람을 찾아야 해.’이 마을은 크지 않지만, 사람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특히 이곳은 외딴 시골이라 도시처럼 집마다 CCTV가 설치된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밤이 되어 어둠이 짙어지면 가시성도 매우 낮아졌다. 즉, 외부의 도움 없이는 수색이 간단하지 않을 터. 지아는 남은 희망을 개들에게 걸기로 했다. 무무는 지아의 손을 잡고 걱정하지 말라는 손짓을 했다. “엄마는 이미 최선을 다했어요. 만약 그 삼촌한테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해도, 그건 운명일 뿐인 거예요.” 무무처럼 어린아이도 아는 사실을 지아가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지아는 이상하게도 시하의 비극적인 과거에 마음이 쓰였다.‘시하 도련님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어.’ 다행히 하늘은 지아의 간절함을 외면하지 않았다.곧 개들이 단서를 발견한 듯한 신호를 보내온 것인데, 지아와 일행은 개들이 향하는 방향으로 따라갔다.예상대로, 강세라는 시하를 마을 안에 남겨둔 듯했다.개들은 한 숲으로 들어갔다.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숲은 달빛조차 들어오지 않아 음산하고 어두웠다. 나뭇가지 사이로 간혹 새들이 날아다니고, 부엉이가 구슬프게 울어댔다.이 분위

    최신 업데이트 : 2024-12-26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24화

    임무를 마친 시골 개들은 한쪽에 앉아 있거나, 무무의 곁을 맴돌며 꼬리를 흔들고 혀를 내밀었다. 마치 아이에게 잘 보이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지아가 작은 목소리로 일행에게 말했다.“강세라는 분명히 대비책을 세웠을 거예요. 조심하세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원봉은 이미 나무문을 열고 있었다. 문 아래로 이어진 것은 나무 계단이었고, 안쪽은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은 지하실처럼 보였다. 두 사람은 계단을 따라 조심스레 내려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래에서 지아를 불렀다.“시하 도련님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강세라는 보이지 않는 상태입니다!” 지아도 계단을 내려갔다.그곳에는 시하가 나무 침대 위에 멀쩡히 누워 있었지만, 강세라는 온데간데없었다. 과연 세라가 이번에 시하를 데려간 것은 충동적인 선택이었다.심지어 지아가 이렇게 빨리 자신의 흔적을 찾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결국 혼자 힘으로는 시하를 먼 곳으로 옮길 수 없었던 강세라는 그를 이 지하실에 숨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계산은 잘못됐다. 지아는 세라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움직였고, 그녀는 서둘러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시하 도련님은 괜찮아요. 날이 밝으면 깨어나실 겁니다.” “그럼 저흰 이제 어쩌죠? 곧장 돌아갈까요?”“급할 거 없어요. 두 분은 일행을 데리고 강세라의 행방을 계속 찾아보세요. 그 여자는 마을 밖으로 나갔다고 해도 멀리 가지 못했을 거예요. 저는 시하 도련님과 함께 여기서 소 선생님의 지원을 기다릴게요. 아무래도 함부로 움직이는 건 위험하니까요.” 마을 주변은 모두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밤에는 시야가 매우 제한적이었다.만약 누군가 길목에 매복하고 있다면, 그들의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즉, 움직이지 않는 것이 최고의 방어였다. 지아와 무무는 시하의 곁에서 밤을 지새웠다. 하지만 세라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정체가 드러난 이상, 지금은 나서지 않으려는 듯했다. 다행히 시하에게 별다른 이상이 없었기에, 지아는 조금이나마 마음이

    최신 업데이트 : 2024-12-26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25화

    지아는 모든 사람을 물러가게 한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도련님, 첫째 도련님께서 저를 불러들인 이유는 도련님의 병을 치료하기 위함이었지만, 도련님께 말씀드리지 않은 사실이 한 가지 있었어요.” 시하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그게 뭐죠?” “지난 몇 년간 소씨 가문에서 일어난 일들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에요. 첫째 도련님은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일을 꾸몄다고 의심하고 계셨고요. 그래서 저는 도련님을 치료하는 핑계로 그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온 거예요.” 시하는 바보가 아니었다. 그는 방금 지아의 말을 이해하고, 휠체어 팔걸이를 꽉 붙잡으며 차갑게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러니까, 제 사고도 누군가의 계략이었다는 겁니까?” “네, 교통사고뿐만 아니라, 강세라에 관한 일까지도 누군가 미리 설계한 계획이었어요.” “말도 안 돼요!”시하는 격렬하게 반응했는데, 다리가 멀쩡했다면 금방이라도 일어나 소리칠 기세였다. 그의 창백했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저와 세라는 진심으로 사랑했어요. 누가 그런 짓을 설계했다는 거죠?” “두 분의 사랑이 진심이었던 건 저도 알지만, 누군가의 계략 속에 있던 것도 사실이에요.” 지아는 핸드폰을 꺼내 묘지를 파헤친 사진을 보여주었다. “이것 좀 보세요.”시하는 사진 속 익숙한 장면을 보고 처음에는 분노했다.“대체 무슨 짓을 한 겁니까?! 죽은 자는 편히 쉬어야 하는데, 감히 이런 짓을...”하지만 그의 말은 이내 ‘뚝’ 끊기고 말았다.‘저건... 인간의 유골이 아니라, 야생 동물의 뼈...?’사진은 아주 생생했기에, 시하는 단번에 그 뼈가 작은 동물의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 이게...”“보시는 그대로예요. 강세라 씨 가족의 묘지에는 아무도 묻혀 있지 않았습니다. 강세라 씨도 죽지 않았고요.” 지아는 차분한 태도로 설명을 이어갔다.“어젯밤에 제 눈으로 생생히 강세라 씨를 봤습니다.” “세라를 봤다고요?”시하가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말도 안 돼요

    최신 업데이트 : 2024-12-26

최신 챕터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61화

    시하는 시언이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했다.“나도 잘못이 있어. 그동안 책임은커녕 모두에게 짐이 되었으니까.” “그만 좀 하세요!”지아가 탁자를 치며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지금은 서로에게 사과할 때가 아니에요. 여러분이 이럴수록 심세호를 기쁘게 할 뿐이라고요. 아직 비행기 사고로 대표님의 사망을 확정할 수는 없어요. 섣불리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요.” 지아는 곧은 자세로 서 있었다.‘내가 소씨 가문에서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여러분은 최악의 상황도 대비해야 해요. 만약 대표님께서 정말 돌아가셨다면, 여러분이 아들로서 소씨 가문을 지켜내야 한다고요. 가족을 슬프게 하고, 원수를 기쁘게 만드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해요.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사모님께서 어디에 계시는지 찾아내는 일이에요. 사모님은 최대한 빨리 눈을 치료해야 한다고요. 그렇지 않으면 회복이 불가능해질 거예요!” “게다가 소 대표님은 해외 사업을 접고 귀국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 일을 이어받을 사람이 필요해요. 나라에는 왕이 하루도 없어선 안 되는 법이잖아요. 이런 상태라면, 소씨 가문은 곧 무너지고 말 거라고요!” 이어서 지아는 시언에게 조언했다.“건강을 반드시 회복하셔야 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나아지셔야 가족 모두가 안정을 찾고 희망을 가질 수 있을 테니까요.”지아는 몇 마디로 어지러운 상황을 안정시켰다. 함께한 시간이 길지 않았고, 나이도 그들보다 어렸지만, 그녀의 말에는 이상할 정도의 신뢰감이 묻어나고 있었다. “맞습니다. 우리는 절대 무너지면 안 돼요. 소 선생님이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지아가 시후를 부축해 앉혔는데, 사실 지아가 가장 걱정하는 사람은 바로 소시후였다. 시후는 지아 다음으로 성공한 실험체였지만, 신장병은 여전히 완치되지 않은 상태였고, 예전보다 살아남을 확률이 조금 더 높아졌을 뿐이었다. 시후의 몸과 마음은 이미 지쳐 있었기에, 지아는 그가 버티지 못할까 봐 걱정되었다. 지아는 이런 걱정을 안고 시후를 부드럽게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60화

    지금 소씨 가문 사람들이 가장 듣기 싫은 소식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그 말이 전해지자 모두의 눈가가 떨리고,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장 집사님, 장 집사님은 집안의 어른이시잖아요. 어쩜 그렇게 경솔할 수 있으세요?” 지아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지아는 처음 소씨 가문에 왔을 때 자신을 맞이하던 장덕수의 침착함과 신중함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지금 이토록 당황하며 문턱에서 넘어질 정도로 급하게 들어왔다는 갓은, 사건이 간단하지 않다는 뜻이었다. “장 집사님, 대체 무슨 일이에요?”시월이 다급히 그를 부축하며 물었다. 장덕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께서 탑승하신 개인 비행기가... 비행 중에 화염에 휩싸였습니다. 비행기가... 폭발했다고요!” “뭐, 뭐라고요?!”시월은 그 자리에서 바로 기절하고 말았다. “월아!”시후는 곧장 시월을 안아 들었는데, 이는 혼란스러운 소씨 가문이 더욱 큰 혼란에 빠져드는 순간이었다. 지아는 빠르게 다가가 시월의 상태를 살폈다.“걱정하지 마세요. 아가씨는 단지 충격으로 실시하신 것뿐이에요. 잠시 쉬면 곧 깨어나실 거예요.” “누가 월이 좀 방으로 옮겨주세요! 휴식이 필요합니다!” “예, 도련님!”고용인이 시월을 방으로 데려가자, 거실에 남은 사람들의 표정은 말 그대로 참혹해졌다. 시후는 아직 치료받지 않아 병약한 얼굴로 서 있었고, 시언은 수술을 막 끝낸 상태에서 시하와 마찬가지로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게다가 시월은 너무 놀라 혼절하기까지.“형, 아버지는...”가장 강인하던 시언의 눈시울조차 붉어져 있었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은 장남인 시후였다. 그는 집안의 가장으로서, 누구보다 힘들었지만 지금은 더욱 강한 척해야만 했다. “괜찮을 거야. 단지 비행기 사고일 뿐이야. 기적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시하는 두 주먹을 꽉 쥔 채 휠체어를 세게 내리쳤는데, 그의 눈가도 붉게 물들어 있었다. “분명 심세호가 한 짓이야! 사랑이 증오로 변한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59화

    다행히 지금은 60년 전처럼 정보가 부족한 시대가 아니어서, 원하기만 하면 충분히 알아낼 수 있을 것이었다. 게다가 조경숙은 조씨 가문 출신으로, 이름 높은 명문가 자제였다.집안에는 여섯 명의 오빠가 있었고, 조경숙은 유일한 딸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온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랐다. 즉, 집안의 보석 같은 존재로, 아름다운 외모와 온화한 성품을 겸비한 인물이 된 것이었다.조경숙은 성인이 되기 전부터 이미 여러 집안에서 혼인을 청했고, 심지어 해외의 명문가들도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조경숙의 수많은 구혼자 중에서도 한 사람만이 유독 특별했다.그 시절 조경숙을 쫓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부호들이었기에, 단순히 재산만으로는 그들의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하지만 그중 한 명은 천재 발명가로 불리며, 동시에 뛰어난 의술로 이름을 떨쳤던 인물이었다. 그의 사랑은 그야말로 뜨겁고 격렬했으며, 조경숙을 얻기 위해 극단적인 행동까지 서슴지 않았다.조경숙이 소임호에게 마음을 두고 있었음에도, 그는 결코 그녀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소임호가 무슨 방법을 썼는지, 그 천재 발명가는 갑작스레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 의학 미치광이의 소개서를 읽은 지아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역시 지아의 직감은 틀리지 않았다. 그 천하의 악당 같은 의학 천재는 루이스가 길러낸 첫 번째 제자였는데, 이미 사제 관계가 파탄 나긴 했으나, 지아는 그를 ‘선배’라고 불러야 했다. ‘이미 파문되었다던 그 사람이 사모님과 그렇게 깊은 연관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어.’ ‘그래서 그 사람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피부에서 별다른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던 거구나.’그의 나이를 추정하면 이미 50세가 되었을 것이었다.얼굴은 가면으로 감출 수 있겠지만, 몸은 속일 수 없지 않겠는가?그 사람의 피부는 마치 20대나 30대처럼 매끄럽고 탱탱해, 지아는 그가 소명담이 아닐 거라고 의심하지 못했다. 루이스 역시 젊음을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58화

    조경숙이 갑자기 납치되면서 소씨 가문의 안팎은 큰 혼란에 빠졌다. 심지어 병상에 누워 있던 시언조차 몸을 일으키려 애썼으니 말이다. 시후는 곧장 소명담의 본가로 향했다.‘사람은 도망칠 수 있어도 근거지는 숨길 수 없는 법이지.’ 하지만 소명담을 잡기도 전에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한편, 지아는 무무의 머리를 땋고 있었는데, 아이의 머릿결은 매끄럽고 윤기가 흘러, 까만 머리카락이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도윤은 모녀의 곁에서 작은 수납 상자를 들고 서 있었고, 상자 안에는 아이들의 머리끈과 머리핀들이 가득했다. 도윤이 초록색 리본 모양의 머리핀을 건넸다.“이걸로 하자. 초록색이 예쁘잖아.” 지아는 그것을 받아 무무의 머리를 묶어주었고, 아이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우리 딸, 정말 예쁘다.”무무의 초록색 눈동자에 웃음기가 만연해지는 순간이었다. 아이는 한 손으로 지아를, 다른 손으로 도윤을 잡고 아주 행복해했다. 바로 이때, 진봉이 급히 들어왔다.“사모님, 나쁜 소식입니다!” 지아는 대충 짐작이 갔다.“소명담이 도망친 거야?” 이는 지아도 예상했던 일이었기에,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소명담이 그렇게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해 온 일을 소씨 가문 사람들이 이렇게 쉽게 막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아니요, 죽었습니다.”지아가 빗을 들고 있던 손을 멈추며 물었다.“뭐라고? 죽었다고?” 이것은 지아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말도 안 돼!’“그게 말이 돼? 설마... 그 사람 뒤에 또 다른 누군가가 있는 걸까?” 지아는 과거 자신과 대면했던 소명담을 떠올렸다.‘그 사람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깊이를 알 수 없는 사람이었어.’‘그런 사람이 갑자기 죽었다고?’ 그때 진환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제가 다시 설명하겠습니다. 진봉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것 같네요.”“소명담은 죽은 게 맞습니다만, 죽은 지는 이미 수년이 지났다고 합니다.” “그럼... 지금까지 우리가 본 소명담은 누군가가 변장했던 거야?” 지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57화

    아무도 소시월의 입가에 떠오른 희미한 미소를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옆에서 조용히 관찰하던 지아는 시월의 표정을 정확히 포착했다. 시월은 마치 자기 행동을 들킨 것처럼 고개를 돌려 지아와 눈을 마주쳤다. 곧이어 시월은 다시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소 선생님, 왜 그러세요?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요?” 지아가 침착하게 대답했다.“아니요, 아가씨께서 너무 아름다워서 그냥 한 번 더 보고 싶었을 뿐이에요.”시월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지아의 팔을 살며시 잡았다.“소 선생님, 오랫동안 고생하셨으니 잠시 옆 방에서 쉬는 게 어떠세요? 여긴 우리가 지키고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요.” 지아는 은근히 자기 손목을 향하는 시월의 시선을 감지했다.그 손목은 몇 년 전 도윤의 총에 맞았던 곳이었다. “아가씨, 왜 그러세요?” “피부가 정말 하얗고 매끄러우시네요. 정말 부러워요. 평소엔 어떻게 관리하세요?” 지아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아가씨, 사모님께서 갑자기 사라지셨는데도 그다지 걱정하지 않으시네요? 평소에 가족에게 효심이 지극하신 분이, 왜 이런 일엔 관심이 적으신 거죠?” 지아의 말은 정확히 급소를 찔렀고, 시월은 당황한 듯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우리 소씨 가문에 이렇게 많은 일이 연달아 터지는데, 제가 어떻게 신경 쓰지 않을 수 있겠어요? 그저 지금은 제가 조급해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그래서 오빠들을 도와 손님들을 챙기려 했던 거라고요.”“그런데 소 선생님께서 갑자기 저를 의심하는 듯한 질문을 하시니까 조금 속상하네요.” 두 사람은 몇 번의 수를 주고받았지만, 어느 쪽도 명확한 단서를 잡지 못했다.시월은 지아의 정체를 의심했다. 그녀는 지아의 손목에 총상 흉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눈앞의 지아는 매끈한 손목을 가지고 있었으며 전혀 총알 자국이 없었다. 지아 역시 시월에게서 의심스러운 점을 느꼈다.하지만 모든 증거가 소명담을 가리키고 있었고, 시월과는 아무런 관련이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56화

    “세라야, 네가 알고 있는 모든 걸 말해줘.”시하가 부드럽게 설득했다. 시하와 강세라의 대화는 다른 방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시하 오빠의 미남계가 통한 모양이네요.” 시후는 책상을 세게 내리치며 분노했다.“역시 그 자식일 줄 알았어! 망할 자식 같으니라고!” 지아는 마음 한편이 실망스러웠다. 지아는 모든 일이 시월과 연관이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 그렇지 않았다. 그 순간, 양지운이 검사 결과를 들고 들어왔다. “소 선생님, 사모님께서 사용하시는 화장품과 약물을 검사했는데, 매일 사용하시는 안약에서 추가적인 약물이 발견됐습니다. 그 약물은 정기적으로 사용할 경우 시력을 저하시켜 실명에 이를 수 있습니다!” “나쁜 새X!” 시후가 분노하며 벌떡 일어섰다.“드디어 증거를 잡았어! 양 비서, 당장 그 자식을 붙잡아! 우리 소씨 가문을 이렇게 망쳐놓다니, 여태까지의 모든 대가를 치르게 해주자고!”“예!”시하가 시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형, 너무 화내지 마. 화내다 몸 상하면 안 되잖아. 이제 그 능구렁이를 잡았으니, 나도 안심이야.”지아는 옆에서 말없이 상황을 지켜보았다.“지아야, 왜 아직도 그렇게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어? 모든 게 네 계획대로 되고 있잖아. 혹시 뭔가 잘못된 거라도 있어?” 지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모든 게 계획대로라는 게 오히려 마음에 걸려요. 너무 순조롭잖아요.” “순조로운 게 어때서?” “그냥 좀 불안해요. 물론 제가 괜한 걱정을 하는 걸 수도 있겠지만요.”“이제 원인을 찾았으니, 사모님께선 약물을 끊은 후에 제대로 진찰받고 휴식까지 취하시면 시력을 회복할 수 있을 거예요.” “좋아, 나는 이 좋은 소식을 시언이한테 알려야겠어. 마음 놓고 푹 쉴 수 있도록 말이야.”“저도 같이 갈게요.” 지아는 곧 동이 트려는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했다.‘모든 일이 해결되었으니, 남은 일은 소 선생님께 맡기면 될 거야.’ 하지만 그때 불길한 소식이 전해질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양지운이 급히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55화

    강세라의 얼굴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안 돼요, 절대 안 돼요.” “왜 안 된다는 거야? 네가 걱정하는 게 뭔지 말해줘. 내가 전부 해결해 줄게.” 시하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때 우리가 헤어지지 않았다면, 우리에겐 아마 아이도 있었을 거야. 네가 그랬잖아, 너 닮은 아들이랑 나 닮은 딸 하나씩 낳고 오순도순 살자고. 세라야, 시간을 더 낭비하려는 건 아니지?” 강세라가 머뭇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나는 이미 큰 금기를 어겼어. 나는 한낱 바둑돌일 뿐인데, 바둑돌은 임무 대상에게 감정을 가져서는 안 되는 법이잖아. 하지만 나는 이제 시하 씨의 따스함을 외면할 수가 없어.’ 강세라는 이미 시하를 해친 적이 있었다. 그 후로 수년이 지났지만, 그녀는 단 하루도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으며, 시하에 대한 사랑 또한 포기할 수 없었다.“세라야, 두려워하지 마. 네 배후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반드시 널 지켜줄 거야.” 강세라는 눈물로 얼굴이 범벅이 되어 말했다.“하지만 내 가족이 아직 그 사람들의 손에 있어요. 내가 입을 열면, 내 가족들이 죽을 거라고요! 내 조카는 곧 초등학교에 입학할 예정이에요. 이제야 인생의 시작을 앞두고 있는데...!” 강세라는 얼굴을 가린 채 울음을 터뜨렸다.“가족이 위협받는 바람에, 나는 그동안 당신을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어요. 내가 원망스럽다면 내 목숨을 가져가도 좋아요. 나는 절대로 말할 수가 없으니까요.”“세라야, 소 선생님을 암살하려던 건 이미 실패했어. 우리가 너를 잡았다는 소식도 벌써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아. 네가 말하지 않아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거야.” 강세라는 그제야 눈을 크게 떴고, 시하의 손목을 꽉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시하 씨, 나는...” “지금은 나를 믿어야 해. 나만이 진심으로 너를 도우려는 사람이니까. 가족이 걱정되는 거라면 안심해도 돼. 나는 이미 삼 일 전부터 네 가족들의 행방을 알아냈고, 사람을 보내 보호하고 있었어. 믿기 어렵다면 지금 바로 전화해서 확인해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54화

    직접 마주한 이 순간, 지아의 말이 진실임이 입증되었다. 처음부터 강세라가 그에게 접근한 이유는 목적이 있었던 것이었다. 시하가 강세라의 입에 물린 천을 제거하자, 강세라의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며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미안해요.”강세라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을 속였어요.” 시하는 강세라를 와락 끌어안았다.“세라야, 네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아? 네가 살아 있다니 정말 다행이야.” 강세라는 시하가 진실을 알게 된 후 분노할 줄 알았지만, 그는 그녀를 꼭 안으며 뜨거운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시하 씨, 당신을 속였는데도 날 원망하지 않는 거예요?” “원망해, 어떻게 원망하지 않을 수 있겠어? 하지만 네가 살아 있는 것에 비하면 그까짓 건 아무것도 아니야. 너도 알지? 난 수년 동안 밤낮으로 신께 기도했어. 왜 죽은 사람이 내가 아니고 너였어야 했냐고. 너만 살아 있다면 나는 모든 걸 포기할 수 있다고.” 시하는 곧장 강세라의 손발을 풀어주기 시작했다. 강세라는 아직도 자신이 꿈을 꾸는 것 같았다.“그럼 소 선생님과는...” “소 선생님은 네가 살아 있다는 걸 내게 알려준 사람이야. 그때의 나는 널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지만, 기회가 없어서 소 선생님께 도움을 청해 이런 연극을 꾸몄던 거야.”“세라야, 내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사랑한 사람은 오직 너뿐이야. 내 마음은 한 번도 변한 적 없었어.” 세라의 몸을 묶고 있던 줄이 모두 풀리자, 두 사람은 재회한 기쁨에 망설임 없이 서로를 끌어안았다. “알아요, 그동안 당신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요.”“미안해요, 시하 씨, 내가 당신을 이렇게 만든 거예요.” “세라야, 다시 나한테 돌아와 줄래? 난 너 없이는 살 수가 없어.” “나는...”강세라는 머뭇거리며 지난날 자신이 저질렀던 일들을 떠올렸다. 그녀는 시하가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받아들일 리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다리를 다쳐서 싫어진 거야?” “아니에요! 절대 그런 거 아니에요!”강세라가 시하의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53화

    “도윤 씨, 당신이랑 함께 떠날게. 하지만 강세라의 일을 마무리할 시간을 줘. 그 여자의 일이 끝나는 대로 떠나자, 응? 그리고 사모님의 눈 치료도 약속했단 말이야. 더 지체되면 사모님은 정말 시력을 잃게 될지도 몰라.” “지아야, 네가 의술에 뛰어난 건 알겠지만, 세상에는 너만큼 뛰어난 의사도 많아. 내가 두려운 건 네가 더 깊이 관여하다가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거야... 여긴 A시가 아니야. 일이 더 크게 번지면 나도 널 지킬 수 없을지도 몰라.” 지아는 도윤의 단호한 결심을 느끼고 간절히 부탁했다.“3일, 3일만 더 있으면 안 될까?” 도윤은 결국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래, 딱 3일이야. 3일 후에는 나랑 집으로 가야 해, 알았지?”두 사람은 꽤 오랜만에 만난 터라 서로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지금 지아에겐 해야 할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강세라는 그들 뒤에 숨어 있는 진범을 잡을 중요한 열쇠였다. ‘강세라가 모든 걸 털어놓기만 하면, 삼 일도 걸리지 않아 모든 미스터리가 풀릴 거야.’ 지아는 이 소식을 소씨 가문 사람들에게 알렸고, 소식을 접한 시후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정말 잡았어? 나도 곧 갈게.][맞다, 지아야, 네가 말한 대로 어머니께서 최근에 사용하신 약과 화장품 샘플을 검사에 맡겼어. 곧 결과가 나올 거야.]“좋아요.”지아는 이 소식을 시하에게도 전하며 긴 시간 대화를 나눴다. 시하는 멍한 표정을 지었는데, 이 모든 것이 꿈처럼 느껴진 듯했다. 시하는 수년 동안 강세라의 죽음에 얽매여 살아왔다. 이전에 지아가 강세라가 살아있을 가능성과 그 의도를 추측했을 때도, 그것은 단지 말뿐인 존재였다. 하지만 이제 강세라가 실제로 잡혔다는 사실 앞에서, 시하의 마음은 복잡해졌다.강세라가 단순히 죽음에서 돌아온 것이라면 시하는 기뻤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모든 증거는 강세라가 소씨 가문을 공격하는 계획에 가담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강세라를 향한 사랑과 증오가 뒤섞인 시하는 그녀를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