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요 몇 년 동안 변진희는 백채원을 자신의 친딸처럼 대했지만, 백채원은 하루도 그녀를 자신의 어머니로 여기지 않았다.백정일과 진수련은 어릴 때부터 혼인이 있었고, 결혼 후, 그는 진수련에 대해 아주 냉담했다. 진수련은 우울증에 시달려 결국 백채원이 몇 살 때 세상을 떠났다.그녀가 죽자 백정일은 변진희와 재결합 했고, 백채원은 이 모든 것을 변진희의 탓으로 간주했다.그러므로 그녀는 변진희를 수도 없이 괴롭혀, 심지어 변진희를 유산하게 하여 그때부터 아이를 낳을 수 없게 했다.겉으로 백채원은 변진희와 별일 없는 것 같지만, 오직 그녀 자신만이 변진희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 수 있었다. 하물며 변진희는 소지아의 엄마이기도 했다.소지아에 대한 노여움과 함께 백채원은 변진희에게 화풀이를 했다.만약 예전 같으면 그녀는 변진희를 아랑곳하지 않았겠지만, 오늘은 뜻밖에도 변진희의 손을 잡고 다가갔다.두 사람은 사람들 앞에서 무척 조화로운 장면을 이루었다.변진희는 마음속으로 은근히 기뻐했다. 필경 최근 몇 년간 백채원은 그녀의 어머니의 죽음을 자신의 탓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변진희도 어머니로서 백채원의 느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그녀는 소지아에게 주지 못한 모성애를 모두 백채원에게 기탁했는데, 백채원이 그녀를 어떻게 대하더라도 그녀는 언젠가 백채원이 반드시 자신을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마치 지금 그녀가 이미 자신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을 보고, 변진희는 막대한 영광을 느꼈다.많은 사람들은 재빨리 두 사람에게 아첨했고, 백채원은 시간이 다 된 것을 보고 먼저 입을 열었다.“엄마, 지아는요? 배에 오른 지 이렇게 오래 되었는데도 왜 우리에게 인사를 하지 않은 거죠?”“그 아이는 어릴 때부터 고집이 세서 어떻게 너보다 철이 들었겠어? 그녀가 혼자 있고 싶으면 그냥 내버려둬.”변진희는 소지아의 그 싸늘한 모습을 떠올리더니, 이런 경사스러운 날에 그녀를 부르고 싶지 않았다.“그런 게 어딨어요? 만약 지아가 엄마에게 의견이 있다면, 내가 그녀에게 잘
문을 여는 순간, 백채원은 변진희의 손을 잡고 환하게 웃으며 온화한 목소리를 냈다.“엄마, 우리는 그래도 가족이니 앞으로 지아도 우리 집에 자주 올 수 있죠.”“채원아, 네가 이렇게 생각하니 나도 마음이 놓이는구나. 나는 너희 자매가 마음이 맞지 않을까 봐 걱정했는데.”변진희는 그녀가 무슨 속셈을 하고 있는지 조금도 몰랐고, 소지아가 다시 사이가 좋아지는 것에만 전념하고 있었다.백채원이 지금 얼마나 흥분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오는 길에 그녀는 이미 수없이 소지아의 무척 낭패한 모습을 상상했다.문이 천천히 열리자, 안에 있는 사람을 보았을 때, 모두들 멍해졌다.백채원의 웃음도 얼굴에 굳어졌다.소파에서 두 사람이 뒤엉키고 있었다.이도윤은 외투를 벗고 흰색 셔츠만 입고 있었고, 단추는 여자에 의해 잡아당겨 든든한 근육을 드러냈다.평소의 엄숙하고 자제하는 모습에 비해 그의 이런 방탕한 모습은 너무 보기 드물었다.그는 한 여자를 품에 안고 있었고 문을 여는 순간 가장 먼저 여자의 얼굴을 품속으로 숨겼다.모두들 여자의 가녀린 허리와 밖으로 드러난 팔이 눈처럼 하얀 것만 보였다.아무도 그가 단지 그의 전처와 다시 사랑에 불타오른 것을 알지 못하고, 그저 이 대표가 몰래 바람을 피우다 잡힌 것으로 여겼다.호족에서 이것은 매우 흔한 일이었다. 결국 많은 남자들은 겉으로 보기엔 듬직했지만, 뒤에서는 하나같이 바람둥이었다.하지만 그는 이도윤이었다!요 몇 년 동안 그에게 달려드는 여자는 수없이 많았지만, 결국 손발이 부러진 채 던져나왔다.백채원은 그가 유일하게 공개한 약혼녀로서 등장하자마자 그는 애처가의 이미지로 유명했다.그래서 세상 사람들의 눈에 가정을 위주로 하는 이도윤이, 아들의 돌잔치에서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다니, 이건 좀…….여금청은 이미 그의 품속에 있는 사람이 바로 소지아라는 것을 알아차렸고, 안색은 매우 보기 흉해졌다.결국 백채원도 이도윤에게 의지하고 있었으니, 자신이 직접 이도윤의 일에 끼어든 이상, 그녀는 망했다.주식은 커녕
뜨거운 열기를 가지고 있던 백채원은 지금 물 한 대야에 흠뻑 맞은 것처럼, 온몸이 차갑고 피조차 굳어진 것 같았다.그녀는 자신의 몸이 억제할 수 없이 떨고 있고 또 심장도 은근히 아픈 것을 발견했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았다.“당, 당신들 무엇을 하고 있는 거죠?”익숙한 오프닝,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가 그녀의 불안한 마음을 드러냈다.소지아는 원래 고개를 들어 지금 그녀의 안색이 전의 자신처럼 창백한지 보려고 했다.‘이도윤의 사랑을 받다가 또 다시 무시 받는 기분은 엄청 나쁘겠지?’이도윤이 아들의 돌잔치에서 바람을 피운 일이 곧 인터넷에서 터질 것이고, 그녀는 이도윤과 백채원이 망신을 당하게 할 것이다!그러나 그녀의 뒤통수에 놓인 그 손은 마치 강철처럼 그녀가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게 했고, 소지아는 매우 불만스러웠다.이도윤은 소지아를 껴안고 있었고, 모든 사람들은 그가 백채원에게 해명하길 기다리고 있었다.그의 첫 반응은 옆에 벗은 양복 외투를 들고 소지아의 노출된 피부를 덮는 것이었다.그리고 그는 소지아를 안고 높은 곳에서 백채원을 내려다 보았는데, 눈빛의 냉기는 그토록 뚜렷했다.“당신은 당신의 어리석은 행동 때문에 대가를 치르게 될 거예요.”말을 마치고 이도윤은 성큼성큼 떠났고, 설명도 심지어 아무런 위로도 없었다.오직 끝없는 오만만이 있을 뿐이었다.그리고 백채원을 광대처럼 옆에 내팽개쳤다.그는 백채원에게도 설명하지 않았으니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모두가 기대하던 서로를 욕하는 장면은 나타나지 않았고, 이도윤은 떠날 때까지 도도하고 오만했으며 도리여 백채원이라는 장본인을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했다.흩어진 군중들은 비웃기 시작했다.“난 정말 이 대표가 그녀를 엄청 사랑하는 줄 알았지.”“이건 너무 창피하지. 남편은 말할 것도 없고, 내 남자친구가 감히 바람을 피운다면, 나는 당장이라도 올라가서 그와 그 여우 같은 년을 죽도록 때렸을 텐데.”“쯧쯧, 네 남편이 대표님이라면 손을 쓸 수 있겠냐?
백채원은 미친 듯이 방 안의 물건을 마구 부쉈고, 지금 이도윤의 품에 안겨 있는 소지아과 천양지차였다.주위에 사람이 없을 때에야 소지아는 그의 품에서 머리를 내밀었다.눈송이가 흩날리는 갑판 위에는 이도윤의 차가운 목소리가 감돌았다.“이렇게 하니까 만족하는 거야?”이도윤은 바보도 아니었으니 소지아의 성격으로 어떻게 이런 곳에서 그와 관계를 맺을 수 있겠는가?일이 시작되기 전에 그는 이미 어느 정도 알아차렸는데, 그는 사실 거절할 수 있었다.그러나 오늘, 그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다만 그는 백채원이 이렇게 멍청해서 그녀 자신을 궁지로 몰릴 줄은 몰랐다.소지아는 그를 향해 눈을 깜박였다.“왜 만족하지 않겠어? 원래 백채원이 나를 괴롭히려고 했는데, 너 설마 마음이 아픈 건 아니지?”이도윤의 눈동자는 칠흑같이 어둡고 불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그는 어두운 얼굴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소지아, 그녀에게 약간의 교훈을 주기 위해 자신의 명예까지 걸다니. 넌 도대체 이긴 거야 아니면 진 거야?”이도윤은 원래 자신의 정서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었다. 소지아의 행동은 그로 하여금 단번에 모든 정서를 발산하게 했다.“너 이렇게 하면, 그저 그녀의 체면을 잃게 했을 뿐, 다른 실질적인 일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 거야? 이 바닥이 얼마나 더러운지 모두가 잘 알고 있으니, 다만 웃고 지나갈 뿐, 그녀의 지위는 여전히 흔들릴 수 없어.”“그런데 너는 상간녀로 욕을 먹어야 하지. 만약 내가 제때에 네 얼굴을 덮지 않았다면, 지금부터 너는 유명해졌을 거야. 앞으로 넌 어떻게 살아갈 건데? 넌 이미 졌어.”그의 격노한 눈빛을 마주한 소지아는 웃고 있었다.“웃어? 웃을 기분이 있는 거야?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알고?”“기껏해야 천만 사람들에게 욕을 얻어먹는 거 아니겠어? 내가 만약 정말 그 지경으로 됐으면, 이도윤, 넌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니야? 왜 오히려 이렇게 화를 내는 거니?”소지아는 마치 그의 아픈 곳을 잡은 듯 그의 목을 끌어안은 손은
그러나 소지아는 담담하게 웃었다. “나는 그 아이가 너에게 있어 단지 날 복수할 카드라고 생각했거든.”“어떻게 그런 생각을 한 거지?” 이도윤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는데, 오늘 밤의 소지아가 좀 이상하다고 느꼈다.원래 몇 마디 더 하려고 했는데, 백채원이 이런 소란을 피웠으니, 그는 백채원이 벌여 놓은 난장판을 수습하러 가야 했다.그를 기다리는 것은 훌쩍거리는 백채원 말고 또 지옥 같은 백씨 가문 사람들이 있었다.그는 객실의 방 카드를 소지아에게 건네주었다.“먼저 방으로 돌아가서 옷 갈아입어.”옷만 갈아입으면 방금 전 사람이 그녀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을 이도윤은 쉽게 평정할 수 있었다.그는 소지아가 마음속으로 무엇을 궁리하고 있는지 몰랐다. 전의 어색함을 완화하기 위해 원래 10시에 시작할 예정이었던 불꽃놀이는 두 시간 앞당겼다.매우 추운 날씨에 불꽃놀이가 하늘로 날아오르자 구경하러 온 많은 손님들의 시선을 끌어들였다.눈이 두껍게 쌓인 갑판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며 시끌벅적했다.현란한 불꽃놀이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동안의 어색함을 잠시 잊고 이 순간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게 했다.높은 자리에 있어도 이 찰나의 아름다움을 거부하는 사람은 없었다.물론 얼굴을 가리고 끊임없이 우는 여금청을 제외하고. 양기범은 그녀의 곁에 서서 위로했다.“다 큰 사람이 생각도 없는 거니.”여금청은 지금 아주 후회하고 있었다. 백채원에게 맞은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소지아였다.“내가 어떻게 그녀의 남자가 이 대표님이라는 것을 알았겠어, 만약 대표님이 이 일을 계획한 사람이 나란 것을 알았다면, 주식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 집안도 정말 끝장났어!”“그래서 네가 멍청한 거야.”“반장!”여금청은 전혀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단순한 그녀는 소지아가 이도윤과 바람난 정부라고 생각했다.정부라도 그건 이도윤의 여자였다.이도윤이 자신의 사람을 감싼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여금청은 조급해하며 발을 동동 굴렀고
이지윤은 밤낮으로 소지아와 다시 만나기를 바랐기에 즉시 비틀비틀 소지아를 향해 달려갔다.소지아는 미소를 띠고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아가야, 이 이모랑 같이 떠날래?”이지윤은 그녀가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그녀가 자신을 향해 손을 내민 이상, 그도 그녀의 손을 잡으면 된다.그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뚱뚱한 손을 소지아의 손에 놓고 소지아가 그를 안도록 내버려두었다. 그리고 그는 소지아의 목을 끌어안았다.이지윤은 먼저 강아지처럼 그녀를 문지르며 다정하게 ‘엄마’ 라고 불렀다.소지아는 아련하게 그를 바라보았다.“바보야, 난 너의 엄마가 아니야. 너는 날 이모라고 불러야 해.”이때 모든 사람들은 유람선 앞에 모여 물 위의 불꽃놀이를 구경했고, 그녀는 아이를 안고 막힘없이 돌아갔다.소지아는 아이를 자신의 방으로 안았고, 방에는 작은 케이크가 있었는데, 그녀는 아이에게 생일모자를 쓰고 촛불을 켜고 부드럽게 생일축하노래를 불러주었다.이지윤은 그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몰랐지만, 그녀가 웃으니 그도 웃었다.소지아는 작은 상자에서 작은 금 목걸이를 꺼냈는데, 모양이 독특하고 귀여우며 재질이 아주 좋아 그 위에는 윤자가 조각되어 있었다.“이것은 이모가 나 자신의 아기에게 준비한 건데, 결국 그에게 써주지 못했어. 네가 그의 이름을 가져갔으니, 너한테 줄게.”꼬마는 손을 내밀어 금을 잡으려고 했고, 싱글벙글 웃는 모습은 이도윤과 흡사했다.소지아는 금 목걸이를 그의 목에 걸고 또 이지윤의 얼굴에 뽀뽀를 했다.“아가야, 생일 축하해.”그녀는 자신의 아이가 죽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컸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이지윤을 애틋하게 바라보았다.소지아는 케이크 두 조각을 잘랐고, 크림과 과일을 골라냈다. 이지윤은 숟가락을 들고 아직 밥을 먹을 줄 몰라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어 뚱뚱한 손을 마구 흔들었다.아니면 고개를 숙이고 그릇에 엎드려 핥았는데, 그의 작은 코에도 크림이 조금 묻었다.소지아는 부드럽게 그를 바라보았다.“얼굴에 다 묻었잖아.”그녀는 웃
바닷바람이 세차게 불어오자 녀석은 그녀의 품에서 바람을 피했고, 눈송이는 두 사람 곁에서 펄럭였다.소지아는 먼 바다를 가리키며 말했다.“내 아이는 바로 거기에서 사라졌어. 그는 너처럼 행복하지 못했거든. 이모의 뱃속에서 꺼낼 때 이미 호흡이 없어져서 그는 아직 이 햇빛을 만끽하지 못했어.”“아가야, 바다 밑에 혼자 있으면 춥겠지? 너도 가서 그와 같이 있어줄래? 금방 물에 들어가면 좀 춥겠지만, 물은 곧 너의 폐로 번질 것이고, 넌 폐가 곧 폭발할 것 같아 매우 아프고 괴로울 거야. 그리고 구조를 요청하고 싶은데 한 글자도 말하지 못할 것이고, 그렇게 천천히 의식을 잃고 어둠 속에 빠질 거야…….”“그리고 마지막에는 영원히 이 세상에서 사라져, 그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겠지. 너는 그가 가장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를 잃으면 그도 반드시 슬퍼할 거야.”소지아는 그의 뺨을 주무르며 자신을 비웃었다.“적어도 내 아이처럼 태어났을 때부터 떠나기까지 전부 비극은 아닐 거야.”그녀는 아이의 손을 잡고 한 걸음 한 걸음 유람선의 가장자리를 향해 걸어갔다.“지윤아, 봐, 오늘 밤의 눈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크지. 너 혼자 물속에 있으면 틀림없이 매우 추울 거야. 두려워하지 마. 엄마는 너에게 한 친구를 데려왔어.”깊이가 보이지 않는 바다는 마치 괴물처럼 입을 크게 벌리고 악랄하게 포효하며 모든 것을 삼키려 했다.소지아는 부드럽게 이지윤에게 미소를 지었다.“미안해, 아가야, 너에게 빚진 것은 내가 다음 생에 다시 갚아줄게.”주은청이 케이크를 가지고 돌아오자 곁에는 이미 어린 녀석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았다.아이는 걸음을 뗀 후부터 자주 떠돌아 다녔는데, 다행히 이지윤은 팔과 다리가 짧아서 먼 곳으로 도망갈 수 없었다.그녀는 케이크를 들고 쫓아 나왔고, 계속 그를 불렀다.“도련님, 또 어디로 숨었어요?”텅 빈 복도를 보면서 주은청은 이제야 두려움을 느꼈다.그녀가 케이크를 들고 돌아온 지 불과 수십 초밖에 되지 않았는데, 막 걸음을 뗀 아이
“봐, 오늘 밤 눈이 너무 예쁘지.”“이도윤, 오늘은 우리 아기의 기일이잖아. 이 일년 동안 넌 그를 잠시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어?”“나는 그 아이가 너에게 있어 단지 날 복수할 카드라고 생각했거든.”이도윤은 그제야 깨달았다. 그는 소지아의 목적이 백채원이라고 생각하고 이지윤을 홀시했다.그녀가 특별히 오늘을 선택한 것은 이지윤을 그녀의 아이에게 바치는 제물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이렇게 되면 소지아는 자신과 백채원에게 호되게 복수할 수도 있었다.이도윤은 조급하면서도 화가 났다. ‘소지아는 역시 소지아였어. 그녀는 종래로 극단적인 생각을 내려놓은 적이 없었어!’짧디짧은 1분이란 시간 동안, 이도윤은 마음속으로 안달이 났고, 손바닥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그는 단숨에 꼭대기 층으로 달려갔다. 이번 불꽃놀이는 이미 끝났고, 다음 것으로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온 세상이 갑자기 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오직 그가 미친 듯이 위층으로 올라가는 발자국 소리만 들렸다.2층의 갑판은 텅 비어 있었다. 이도윤이 변두리로 달려갔을 때, 바다는 여전히 소란스럽게 포효하면서 선체를 호되게 부딪치며 큰 물보라를 튀겼다.그는 어떤 사람의 그림자도 볼 수 없었다.‘내가 늦게 왔나?’이도윤은 온몸이 마치 얼음 구덩이에 빠진 것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차가웠다.이때 아래층에서 갑자기 주은청의 감격에 겨워 우는 소리가 울렸다.“도련님, 왜 여기까지 오신 거예요? 저 정말 놀랐어요! 찾았어요, 도련님 찾았어요!”이 소리를 듣고 이도윤은 마치 죽음에서 벗어난 듯 큰 몸은 땅에 쓰러졌다.방금 달려서 생긴 뜨거운 땀이 바람에 날리자 온몸이 차가웠고 그는 큰 손으로 가슴을 안았는데 안의 심장이 거의 튀어나올 것 같았다.그는 얼굴을 가리고 웃으며 생전 처음으로 이런 불안한 느낌을 맛보았다.지옥에서 천당으로 가는 것도 이 정도에 불과했다.그는 지금 나무통 뒤에 숨어 있는 소지아가 몸을 웅크리고 하늘에서 끊임없이 떨어지는 흰 눈을 보고 있는 것을
시월도 소영수의 침상에 엎드린 채 흐느꼈다.“할아버지, 조금만 더 기다려주지 그러셨어요... 저희가 마지막 모습을 뵐 수 있었을 텐데요...” “아가씨,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어르신께서는 너무 갑작스럽게 가셨고,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아마 마음의 상처를 받으신 게 큰 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시하가 억지로 눈물을 삼키며 이를 악물었다.“집사님, 소식을 철저히 숨겼는데, 어떻게 할아버지께서 알게 되신 거죠? 대체 누굽니까? 누가 전화를 한 겁니까?”“이미 번호를 추적해 봤는데, 해외에서 걸려 온 가상번호였습니다. 발신자의 신원은커녕 구체적인 IP 주소조차 찾을 수 없었어요. 아무래도 처음부터 철저히 준비한 모양입니다.” 양준철의 두 주먹은 떨리듯 꽉 쥐어졌고, 붉게 충혈된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그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내기만 하면, 그놈을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뼈까지 갈아버려서 죽어서도 편히 잠들지 못하게 할 거라고요!” 40년 전만 해도 양준철의 수법은 세상을 공포에 떨게 했다. 양준철은 어릴 때부터 거리에서 생계를 이어갔고, 살아남기 위해 무슨 짓이든 저질렀다. 소영수가 양준철을 부하로 삼은 것도 그의 잔혹함을 높이 샀기 때문이었는데, 사람들은 양준철의 이름만 들어도 겁에 질릴 정도였다.하지만 그런 양준철이 지켜야 할 은인이 눈앞에서 허망하게 떠나버렸다. 이는 양준철에게 있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오빠, 지금은 큰 오빠가 없으니까 오빠가 결단을 내려야 해. 할아버지 장례는 어떻게 할 거야?” 시하는 피눈물을 머금은 듯 입술을 깨물며 입을 열었다.“입관하고 조용히 묻어 드리자. 최소한... 할아버지께서 편히 잠들도록 해드려야지. 양 집사님, 장례를 준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시하는 소영수의 시신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할아버지, 평생을 할머니 곁에 가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이제야 소원을 이루셨네요.”“하지만 이렇게 급히 떠나시다니... 다 제 잘못입니다.
시월이 방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놀라 황급히 뛰어 들어왔다. “오빠, 괜찮아?” 멀찍이 떨어져 있던 지아가 차분하게 말했다.“아가씨, 멀리 떨어지세요. 감정 상태가 아주 불안정한 것 같아요. 아가씨까지 다칠 수도 있어요.”“우리 오빠가 왜 이렇게까지 된 거예요?” 장덕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방금 어르신의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대표님께서는 아직 비행기 사고로 연락이 안 되고, 시언 도련님은 이제 막 수술을 마친 터라, 지금 집안을 돌볼 수 있는 사람은 시하 도련님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소식을 전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할아버지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예요?”시월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할아버지가 왜요?” “집안에 닥친 변고를 들으신 순간 심장 발작으로...” “거짓말! 그 따위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집어치우라고!!” 시하는 옆에 있던 신발을 장덕수에게 집어 던졌고, 깜짝 놀란 장덕수는 급히 몸을 움직였다. “다 끝났어요, 시하 도련님도 미쳐버리셨다고요!” 지아가 침착하게 말했다.“두 분은 나가 있으세요. 시하 오빠는 제가 돌볼게요. 지금은 큰 충격을 받아서 안정할 시간이 필요해요.”“안 됩니다, 소 선생님, 그건 너무 위험해요. 도련님이 정신을 잃고 선생님을 다치게 할지도 모릅니다.”“괜찮아요. 시하 오빠의 다리 상태를 모르시는 것도 아니잖아요. 저를 해칠 수 없을 거예요.” 지아가 무무를 불러 문을 잠그자, 방 안에는 차가운 공기만이 남았고, 피리 소리가 은은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문밖에서는 장덕수가 안절부절못하며 한숨을 내쉬었다.“이걸 어쩌죠... 도련님께선 원래도 심신이 불안정하셨는데, 이번 일로 완전히 무너지신 모양입니다. 이 와중에 어르신까지...”“본가로 갑시다!”목소리의 주인공은 시언이었다. 모두 고개를 돌리자, 휠체어에 앉은 그의 모습이 보였다.흉터를 감싼 붕대가 여기저기 엉성하게 드러났지만, 시언의 표정만큼은 이전과 다르게 단단하고 결의에 차 있었다. “오빠...”시
그 순간, 지아의 말에 시하의 눈빛이 굳어졌다.“그러니까... 아직 우리 가문에 스파이가 있다는 거야?”“잘 생각해 보세요. 소명담의 부검 결과가 나왔잖아요. 그 사람이 죽은 건 불과 몇 년 전이에요. 즉, 심세호가 그 사람의 신분을 사용한 것도 몇 년 안 되는 일이라는 뜻이죠.”“하지만 소씨 가문의 불행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잖아요. 족히 십여 년은 되었다고요! 내부에서 도와주는 자가 없었다면, 그 사람이 이렇게 순조롭게 일을 진행할 수 있었겠어요?”지아의 지적에 시하는 마침내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지아야, 네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들었어.” “물론 오빠를 탓할 수는 없어요. 소씨 가문에 끊임없이 일어나는 일들 때문에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원래 당사자는 상황을 제대로 살필 수 없는 법이잖아요.”“상대는 십 년, 아니 그 이상의 시간을 들여 판을 짰을 거예요. 혼자만의 힘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을 거란 뜻이죠.” 시하의 얼굴에 깊은 걱정이 스쳤다.“그럼 큰형이 더 위험하다는 말이잖아?”조경숙이 끌려간 것도 끝이 아닐 수 있었으며, 어쩌면 그게 시작일 지도 모를 일이었다. “안 돼, 큰형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해. 지금 저렇게 나서는 건 누군가의 함정에 빠져드는 것일 뿐이라고!” 시하는 안절부절못하며 목소리를 높였다.“형한테 당장 알려야겠어. 그리고 이 일은 할아버지께 비밀로 해야 해. 요즘 들어 할아버지의 건강이 많이 나빠지셨어. 이 사실을 알게 되시면 그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실 거야.” 지아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시하를 달래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문밖에서 갑자기 노크 소리가 울렸다. “누구야?!”시하의 얼굴에는 불안이 그대로 드러났는데, 극도의 긴장 속에서 작은 소리조차 불길하게 들리는 듯했다.“도련님, 큰일 났습니다!”또 장덕수의 목소리가 들리자, 시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설마가 사람을 잡는다더니...”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제가 먼저 나가 볼게요.”지아가 시하의
시월이 고개를 끄덕였다.“오빠, 절대 오빠를 실망하게 하지 않을게요. 그러니까 오빠도 건강을 잘 챙겨야 해요.” “그래.”시후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나는 아버지 일부터 정리할게. 월아, 집안을 부탁해.” “오빠, 걱정하지 마세요. 집안일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떠나기 전, 시후는 문득 걸음을 멈추고 덧붙였다.“그리고 월아, 소 선생님도 우리 사람이야. 무슨 일이든 소 선생님께 털어놓고 도움을 받도록 해.” “네, 알겠어요.”사람들 앞에서의 시월은 언제나 순종적이고 단아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문이 닫히는 순간, 그녀의 표정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시월의 얼굴은 감출 수 없는 분노로 가득해졌다. “죽일 X! 그 X이 뭔데 나랑 같이 소씨 가문을 관리한다는 거야?” 심장후는 그런 시월의 손을 잡으며 위로했다.“됐어, 우리 계획은 이미 반이나 성공했잖아. 이제 소씨 가문은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할 거야. 이미 도마 위에 올라간 생선이나 다름없으니, 더 이상 발버둥칠 여력도 없을 거라고.” “그래도 분하단 말이야. 지금이야말로 소씨 가문을 접수하기 가장 좋은 기회인데...” “소시후도 너를 걱정해서 그러는 걸 거야. 네가 혼란에 휩싸일까 봐 두려운 거지. 여태 기다렸는데, 이제 와서 조급해할 거 없어. 조금만 진정해 봐.” 시월은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다리를 꼬며 담배를 꺼내 들었는데, 심장후는 서둘러 그녀에게 불을 붙여 주었다. 빨간 입술 사이로 한 줄기 연기가 피어오르고, 시월의 얼굴은 어느새 차분함을 되찾았다. “소씨 가문의 인간들 따위는 두렵지 않아. 이제 남은 건 그 노친네 하나뿐이야. 그 인간만 죽으면 소씨 가문은 완전히 끝장날 거라고. 한 명은 팔 하나를 잃었고, 하나는 절름발이가 됐잖아? 이제 별거 아닌 잡것들만 남았어.”“하지만 그 노친네는 만만치 않은 상대잖아.” “그래봤자 그 노친네의 시대는 가고, 우리의 시대가 왔어. 늙은 데다가 병까지 든 노친네가 무슨 힘을 쓰겠어? 내가 불쏘시개 하나만 더 던지면, 불길은
시후도 맞장구쳤다.“역시 우리 월이가 생각이 깊구나.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야.” “왜요, 오빠?”“상대의 목표는 우리 부모님뿐만이 아니야. 우리는 연이어 위기에 처했고, 이제 남은 건 너 하나뿐이야. 그 사람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월아, 앞으로는 외출할 때 늘 경호원을 대동하고, 출발 전에 차량도 철저히 점거해야 해. 그리고 당분간은 모든 공개 활동을 중단하도록 해.” 시월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큰오빠, 저는 우리 소씨 가문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요. 우리 가문은 대대로 이어져 왔고, 아빠도 많은 걸 바치셨잖아요. 아빠가 심혈을 기울인 모든 게 물거품이 되는 건 싫어요. 지금은 저만이 가문을 책임질 수 있는데, 저는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복잡해질까 봐 걱정된다고요!”“네 마음은 잘 알겠어. 하지만 지금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아. 월아, 넌 우리 가문의 마지막 희망이야. 오빠들이 너를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잖아. 게다가 아버지도 떠나시기 전에 시간을 벌 수 있는 준비를 해두셨을 테니까, 당분간은 집에만 있는 게 좋을 것 같아. 어디든 나가면 안 돼, 알겠지?” 시후가 시월의 어깨를 두드리며 다정하게 말했다.“너 자신을 꼭 돌봐야 해. 오빠들은 너까지 잃고 싶지 않아.” “형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월이를 꼭 지킬 겁니다.” “그래.”시후가 고개를 돌려 심장후를 바라보았다.“장후야, 우리가 이 사건과 연관 있는 심세호라는 사람을 찾아냈는데, 혹시 심씨 가문의 사람일까?” 심장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형님께서 말씀하시는 심세호가 저희 할아버지의 사생아인지는 모르겠네요. 저희 아버지에게 큰아버지 이전에 사생아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 사람은 할아버지를 무대에서나 볼 수 있는 하찮은 술집 여자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이었어요.”“하지만 그 술집 여자와 사생아 모두 우리 심씨 가문에서는 인정받지 못했죠. 제 아버지조차 그 사람과 왕래가 거의 없었으니, 우리 같은 후손들은 더 말할 것도 없죠.
지아는 새로 등장한 인물이 너무도 당황스러웠다. 낯선 얼굴이었지만, 소시월과의 관계는 아주 가까워 보였다. 지아의 의문을 눈치챘는지, 시후가 차분히 설명했다.“심씨 가문의 장남, 심장후예요. 월이의 약혼자이기도 하죠.” ‘심씨 가문?’지아는 순간 이 세상이 참 좁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돌고 돌아 같은 곳으로 되돌아온 셈이었으니 말이다. 도윤의 어머니인 심예지 역시 심씨 가문의 사람이었으나, 과거의 그녀는 사랑을 택하며 심씨 가문과의 인연을 끊었다. 그런 심씨 가문의 후계자가 소시월의 약혼녀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었다.두 사람의 대화가 이어지자, 심장후가 자연스럽게 지아를 바라보았다. “이분은...?”시월이 눈물을 훔치며 소개했다.“내가 얘기했던 뛰어난 의술을 갖춘 소 선생님이셔. 우리 시하 오빠가 마음에 두고 있는 분이기도 하지.” 지아가 심장후의 손을 잡아끌며 지아 쪽으로 향했다.“소 선생님, 제 약혼자예요.” “안녕하세요.”지아가 무심한 듯 담담하게 인사했다. “소 선생님, 반갑습니다. 젊은 나이에 그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졌다니, 정말 존경스럽습니다.”지아는 고개를 끄덕일 뿐, 더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심장후 역시 지아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시후에게 걱정스러운 눈길을 돌렸다.“소 대표님께서는...” 지아의 눈빛이 경계심으로 살짝 굳어지자, 시월이 급히 설명했다.“미안해, 오빠, 내가 이야기했어. 장후 오빠랑 전화하면서 울음을 참지 못하는 바람에...” 시후는 이런 일을 외부에 알리고 싶지 않았지만, 시월과 장후의 사이를 알기에 더 이상 따지지 않았다.원래 올해 두 가문이 결혼 문제를 상의할 계획이었으나, 지금 같은 상황에선 모든 것이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괜찮아, 장후도 우리 소씨 가문의 사람인 셈이니까.” 이미 온 사람을 돌려보낼 수도 없었으니, 시후는 애써 평정심을 유지했다.하지만 미세하게 떨리는 그의 손끝은 마음속의 혼란을 드러내고 있었다. “우리 아버지께서 타신 비행기가 폭발했어. 아
시하는 시언이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했다.“나도 잘못이 있어. 그동안 책임은커녕 모두에게 짐이 되었으니까.” “그만 좀 하세요!”지아가 탁자를 치며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지금은 서로에게 사과할 때가 아니에요. 여러분이 이럴수록 심세호를 기쁘게 할 뿐이라고요. 아직 비행기 사고로 대표님의 사망을 확정할 수는 없어요. 섣불리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요.” 지아는 곧은 자세로 서 있었다.‘내가 소씨 가문에서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여러분은 최악의 상황도 대비해야 해요. 만약 대표님께서 정말 돌아가셨다면, 여러분이 아들로서 소씨 가문을 지켜내야 한다고요. 가족을 슬프게 하고, 원수를 기쁘게 만드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해요.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사모님께서 어디에 계시는지 찾아내는 일이에요. 사모님은 최대한 빨리 눈을 치료해야 한다고요. 그렇지 않으면 회복이 불가능해질 거예요!” “게다가 소 대표님은 해외 사업을 접고 귀국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 일을 이어받을 사람이 필요해요. 나라에는 왕이 하루도 없어선 안 되는 법이잖아요. 이런 상태라면, 소씨 가문은 곧 무너지고 말 거라고요!” 이어서 지아는 시언에게 조언했다.“건강을 반드시 회복하셔야 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나아지셔야 가족 모두가 안정을 찾고 희망을 가질 수 있을 테니까요.”지아는 몇 마디로 어지러운 상황을 안정시켰다. 함께한 시간이 길지 않았고, 나이도 그들보다 어렸지만, 그녀의 말에는 이상할 정도의 신뢰감이 묻어나고 있었다. “맞습니다. 우리는 절대 무너지면 안 돼요. 소 선생님이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지아가 시후를 부축해 앉혔는데, 사실 지아가 가장 걱정하는 사람은 바로 소시후였다. 시후는 지아 다음으로 성공한 실험체였지만, 신장병은 여전히 완치되지 않은 상태였고, 예전보다 살아남을 확률이 조금 더 높아졌을 뿐이었다. 시후의 몸과 마음은 이미 지쳐 있었기에, 지아는 그가 버티지 못할까 봐 걱정되었다. 지아는 이런 걱정을 안고 시후를 부드럽게
지금 소씨 가문 사람들이 가장 듣기 싫은 소식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그 말이 전해지자 모두의 눈가가 떨리고,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장 집사님, 장 집사님은 집안의 어른이시잖아요. 어쩜 그렇게 경솔할 수 있으세요?” 지아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지아는 처음 소씨 가문에 왔을 때 자신을 맞이하던 장덕수의 침착함과 신중함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지금 이토록 당황하며 문턱에서 넘어질 정도로 급하게 들어왔다는 갓은, 사건이 간단하지 않다는 뜻이었다. “장 집사님, 대체 무슨 일이에요?”시월이 다급히 그를 부축하며 물었다. 장덕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께서 탑승하신 개인 비행기가... 비행 중에 화염에 휩싸였습니다. 비행기가... 폭발했다고요!” “뭐, 뭐라고요?!”시월은 그 자리에서 바로 기절하고 말았다. “월아!”시후는 곧장 시월을 안아 들었는데, 이는 혼란스러운 소씨 가문이 더욱 큰 혼란에 빠져드는 순간이었다. 지아는 빠르게 다가가 시월의 상태를 살폈다.“걱정하지 마세요. 아가씨는 단지 충격으로 실시하신 것뿐이에요. 잠시 쉬면 곧 깨어나실 거예요.” “누가 월이 좀 방으로 옮겨주세요! 휴식이 필요합니다!” “예, 도련님!”고용인이 시월을 방으로 데려가자, 거실에 남은 사람들의 표정은 말 그대로 참혹해졌다. 시후는 아직 치료받지 않아 병약한 얼굴로 서 있었고, 시언은 수술을 막 끝낸 상태에서 시하와 마찬가지로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게다가 시월은 너무 놀라 혼절하기까지.“형, 아버지는...”가장 강인하던 시언의 눈시울조차 붉어져 있었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은 장남인 시후였다. 그는 집안의 가장으로서, 누구보다 힘들었지만 지금은 더욱 강한 척해야만 했다. “괜찮을 거야. 단지 비행기 사고일 뿐이야. 기적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시하는 두 주먹을 꽉 쥔 채 휠체어를 세게 내리쳤는데, 그의 눈가도 붉게 물들어 있었다. “분명 심세호가 한 짓이야! 사랑이 증오로 변한
다행히 지금은 60년 전처럼 정보가 부족한 시대가 아니어서, 원하기만 하면 충분히 알아낼 수 있을 것이었다. 게다가 조경숙은 조씨 가문 출신으로, 이름 높은 명문가 자제였다.집안에는 여섯 명의 오빠가 있었고, 조경숙은 유일한 딸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온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랐다. 즉, 집안의 보석 같은 존재로, 아름다운 외모와 온화한 성품을 겸비한 인물이 된 것이었다.조경숙은 성인이 되기 전부터 이미 여러 집안에서 혼인을 청했고, 심지어 해외의 명문가들도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조경숙의 수많은 구혼자 중에서도 한 사람만이 유독 특별했다.그 시절 조경숙을 쫓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부호들이었기에, 단순히 재산만으로는 그들의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하지만 그중 한 명은 천재 발명가로 불리며, 동시에 뛰어난 의술로 이름을 떨쳤던 인물이었다. 그의 사랑은 그야말로 뜨겁고 격렬했으며, 조경숙을 얻기 위해 극단적인 행동까지 서슴지 않았다.조경숙이 소임호에게 마음을 두고 있었음에도, 그는 결코 그녀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소임호가 무슨 방법을 썼는지, 그 천재 발명가는 갑작스레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 의학 미치광이의 소개서를 읽은 지아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역시 지아의 직감은 틀리지 않았다. 그 천하의 악당 같은 의학 천재는 루이스가 길러낸 첫 번째 제자였는데, 이미 사제 관계가 파탄 나긴 했으나, 지아는 그를 ‘선배’라고 불러야 했다. ‘이미 파문되었다던 그 사람이 사모님과 그렇게 깊은 연관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어.’ ‘그래서 그 사람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피부에서 별다른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던 거구나.’그의 나이를 추정하면 이미 50세가 되었을 것이었다.얼굴은 가면으로 감출 수 있겠지만, 몸은 속일 수 없지 않겠는가?그 사람의 피부는 마치 20대나 30대처럼 매끄럽고 탱탱해, 지아는 그가 소명담이 아닐 거라고 의심하지 못했다. 루이스 역시 젊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