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697화

Penulis: 윤지
정민기가 가져온 녹음 파일에서는 모든 것이 선명하게 들렸다.

윤소현이 외부 세력과 손잡고 정씨 가문을 와해시키려 한다는 것, 심지어 지엔의 주식까지 조작하려 한다는 사실까지.

박민정은 믿을 수 없었다. 그녀가 이토록 배은망덕할 줄이야.

이 일을 반드시 막아야 했다.

마침 정호철의 사무실이 바로 옆에 있었다. 그는 회사 내에서 오래된 경영진들에게 박민정이 휘둘릴까 걱정되어 틈틈이 찾아와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지 묻곤 했다.

하지만 박민정은 과거 그가 자신과 박예찬에게 가했던 행동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그에게 서늘하게 대했다.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업무뿐이었다.

정호철도 이를 알고 있었고 그가 아직 이곳에서 버틸 수 있는 건 순전히 박민정이 그를 내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더 이상 바랄 것도 없었다. 그저 조용히 정수미와 그녀의 가족을 지켜볼 수 있길 바랄 뿐이었다.

병원에서 정수미의 상태는 여전히 좋지 않았다. 깨어 있는 시간보다 혼수 상태로 지내는 시간이 더 길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틈틈이 윤소현의 딸을 찾아가 보곤 했는데 그 아이가 안쓰러워서 였다.

“소현이는 한 번이라도 와서 아이를 봤어?”

그녀가 묻자 비서가 고개를 저었다.

“큰아가씨께서 요즘 많이 바쁘신 듯합니다. 한 번도 다혜를 보러 오신 적이 없습니다.”

아이의 이름이 무색하게 윤소현은 한 번도 진심으로 이 아이를 아껴준 적이 없었다.

정수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태어나면서부터 불행을 짊어진 아이구나.”

비서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병실로 돌아가 쉬셔야 합니다, 대표님. 너무 오래 밖에 계시면 안 됩니다.”

“그래.”

병실로 돌아온 정수미는 문득 물었다.

“민정이는 회사에서 잘 지내고 있나?”

“정 매니저님께서 도와주고 계셔서 작은 아가씨께서는 큰 문제 없이 지내고 계십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

정수미는 힘없이 눈을 감았다.

“소현이를 주의 깊게 지켜보도록 해. 그 아이의 성격을 내가 잘 알잖아. 민정이의 아래에 머물고 있을 인물이 아니야.”

비서는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Lanjutkan membaca buku ini secara gratis
Pindai kode untuk mengunduh Aplikasi
Bab Terkunci

Bab terkait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98화

    “소현아, 엄마 퇴원 수속 밟아줘.”정수미가 말했다.오랜 세월 함께한 딸이었다. 비록 친딸은 아닐지라도 정이 들지 않을 수는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확인하고 싶었다. 윤소현이 정말로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인지.윤소현의 얼굴빛이 순간적으로 변했다.“좋아요, 지금 바로 다녀올게요.”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의기양양한 시선으로 비서를 힐끗 쳐다보았다.“비서님, 저야말로 엄마의 건강을 누구보다 걱정하는 사람이에요. 엄마가 저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면 훨씬 빨리 회복하실 거예요.”비서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그녀가 거만하게 병실을 나서는 모습을 바라보며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윤소현이 사라지자 비서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대표님, 절대 집으로 돌아가시면 안 됩니다.”왠지 모르게 정수미가 집으로 돌아가면 무언가 나쁜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그녀는 최상의 의료진에게 치료를 받고 있었고 정기적으로 검진도 받고 있었다. 그런데도 최근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었다.의사는 혹시 음식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이후, 의심을 거둘 수가 없었다.정수미는 그녀의 걱정을 눈치채고 조용히 손을 토닥였다.“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나는 안심할 수 없어.”비서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표님의 몸을 담보로 삼아선 안 됩니다.”“괜찮아.”정수미는 담담하게 미소를 지었다.“만약 정말로 소현이가 그랬다면 내가 괜한 정을 준 거겠지.”윤소현은 곧바로 퇴원 수속을 마쳤고 정수미를 집으로 데려갔다.하지만 첫날 밤 그녀는 아직 손을 대지 못했다.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실행에 옮길 생각이었다.한편, 지엔 그룹은 박민정이 취임한 후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고 직원들은 모두 만족스러워하며 입을 모았다.“다행히 새 대표가 박민정이지, 윤소현이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 이제야 안심하고 일할 수 있겠어.”“그러게 말이야. 윤소현이 대표였다면 우리 보너스는 커녕, 회사 분위기도 엉망이 됐을걸? 게다가 윤소현은 마치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화

    청명,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병원 문 앞에서.박민정은 가녀린 몸에 수척한 손으로 병원 임신 테스트 보고서를 들고 있었는데 보고서에는 임신이 아니라는 문구가 뚜렷하게 적혀 있었다!“결혼한 지 3년인데 아직도 임신 못 했어? 왜 이렇게 쓸모가 없니? 너 계속 임신 안 되면 유씨 일가에서 쫓겨나는 수가 있어. 그땐 우리 집안더러 어떡하라는 거야?”한수민은 하이힐을 신고 화려한 옷차림에 실망 가득한 표정으로 박민정에게 삿대질했다.박민정은 두 눈이 퀭하고 가슴에 꽉 막혔던 그 말들이 결국 한 마디로 함축되었다.“미안해요.”“엄마는 미안하단 말을 원하는 게 아니야. 얼른 남준의 아이를 낳으란 말이야. 알겠니?”박민정은 목이 확 메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결혼한 3년 동안 남편 유남준은 단 한 번도 그녀에게 곁을 안 주는데 어떻게 아이가 생길까?한수민은 약해빠진 딸의 모습을 바라보며 왜 저를 닮지 않았는지 원망스러울 따름이었다.그녀는 차가운 이 한마디를 내뱉었다.“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남준이한테 여자 한 명 찾아줘. 걔도 그럼 너한테 고마워할 거 아니야.”박민정은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떠나가는 엄마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봤다.친엄마란 자가 딸에게 지금 남편을 위해 여자를 찾아주란 말이나 내뱉고 있다니.그녀의 마음에 순간 찬바람이 휘몰아쳤다....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박민정의 머릿속엔 온통 엄마의 마지막 말만 감돌았다.문득 귓가에 굉음이 한바탕 울렸다.그녀는 자신의 병이 더 심해진 걸 알고 있다.이때 문득 휴대폰 문자 벨 소리가 울렸다.유남준의 3년을 하루 같이 보낸 문자였다.“오늘 밤 집에 안 가.”결혼한 이 3년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집에서 밤을 지새운 적이 없다.아내인 그녀를 터치한 적은 더더욱 없고.3년 전 신혼 첫날밤에 유남준이 했던 말을 그녀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너희 집안에서 감히 사기 결혼을 감행했으니 넌 인제 평생 고독하게 살 각오해.”평생 고독하게 살라고...3년 전 박씨 일가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2화

    「남준 오빠, 그동안 잘 못 지냈죠? 그 여자 안 사랑하는 거 알아요. 우리 오늘 밤 만나요. 오빠 너무 보고 싶어요.」휴대폰 화면이 어두워질 때까지 박민정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택시 타고 유남준의 회사로 가는 길에서 박민정은 창밖을 물끄러미 내다봤다. 비는 그칠 새도 없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유남준은 그녀가 회사로 찾아오는 걸 별로 반기지 않는다. 올 때마다 박민정은 뒷문에 있는 화물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니까.유남준의 전담 비서 서다희도 그녀를 보더니 차갑게 말했다.“오셨어요, 민정 씨.”유남준의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그녀를 사모님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그녀는 항상 떳떳하지 못한 존재니까.박민정이 휴대폰 주러 회사까지 찾아오자 유남준은 미간이 확 구겨졌다.그녀는 늘 이런 식이다. 점심 도시락, 서류, 옷, 우산까지 유남준이 놓친 걸 전부 회사로 보내온다.“말했잖아, 일부러 내 물건 주러 회사 안 와도 된다고.”박민정은 흠칫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미안해요, 깜빡했어요.”언제 기억력이 이렇게 나빠졌지?아마도 이지원이 보낸 문자를 보고 덜컥 겁이 나서 그랬나 보다.유남준이 갑자기 사라지기라도 할까 봐...떠나기 전 박민정은 고개 돌려 유남준을 바라보더니 끝내 참지 못하고 물었다.“남준 씨, 아직도 이지원 씨 좋아해요?”유남준은 요즘 들어 박민정이 참 이상했다.자꾸 뭘 까먹지 않나, 이상한 질문만 해대질 않나, 그의 아내가 되기엔 턱없이 부족한 모습이었다.유남준은 귀찮다는 듯이 대답했다.“그렇게 심심하면 뭐라도 할 일 좀 찾아.”박민정은 결국 정확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그녀도 전에 일자리를 구해봤지만 유씨 일가 어르신들이 그녀가 얼굴을 내비치면 가문의 체면만 깎는다고 단호하게 차단해 버렸다.유남준의 어머니 고영란은 그녀에게 거리낌 없이 쏘아붙였다.“너 정녕 온 세상에 알릴 생각이니? 우리 남준이가 청력에 문제 있는 장애인 아내를 찾았다고?”장애인 아내라...집에 돌아온 후 박민정은 최대한 바삐 돌아쳤다.먼지 하나 안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3화

    “아직 제대로 된 사랑도 못 해봤죠? 남준 오빠는 나랑 있을 때 밥도 직접 차리고 또 내가 아플 땐 제일 먼저 달려왔어요. 나한테 했던 가장 달콤한 말은 바로 ‘지원아, 난 네가 영원히 행복하길 바라’ 이 말이었어요... 오빠가 민정 씨한테는 사랑한다는 말 한 적 있어요? 전에 나한테 엄청 자주 했는데 그때마다 내가 오빠 유치하다고 항상 틱틱거렸거든요...”박민정은 묵묵히 들으며 이 3년 동안 유남준과 함께한 나날들을 되새겨보았다.그는 단 한 번도 음식을 차려본 적이 없다.그녀가 아플 때 관심의 말 한마디조차 없다.사랑한다는 말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박민정은 그녀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물었다.“할 얘기 다 했어요?”이지원은 흠칫 놀랐다. 그녀가 너무 차분해서인지 아니면 그녀의 맑은 눈동자가 사람 마음을 훤히 꿰뚫어 볼 것만 같아서인지 이유는 알지 못했다.그렇게 박민정이 떠난 후에야 정신을 가다듬었다.왠지 모르게 이지원은 지금 이 순간 꼭 마치 박씨 일가의 후원을 받던 가난한 고아 때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박씨 일가의 귀한 따님 뒤에서 이지원은 영원히 웃음 팔이 피에로 역할이었다....박민정이라고 그녀의 말을 듣고 아무렇지 않을 수가 있을까?12년이나 좋아했던 남자인데, 한때 그녀도 아이처럼 누군가를 좋아했었는데, 순수한 마음으로 뜨겁게 사랑했었는데...박민정은 문득 또다시 두 귀가 아파서 보청기를 빼내더니 그제야 선홍빛 핏물이 고인 걸 발견했다.그녀는 습관처럼 보청기에 묻은 핏자국을 깨끗이 닦고는 옆에 내려놓았다.잠이 오질 않아 휴대폰을 가져와 인스타그램을 열었는데 상단 스토리에 이지원 계정이 보란 듯이 초록색 테두리로 되어 있었다.클릭해 보니 박민정을 ‘친한 친구 리스트’에 넣어 오직 그녀에게만 보여주는 사진들이었다.첫 장은 대학교 때 이지원과 유남준이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둘은 나란히 서 있었고 유남준의 눈빛은 한없이 부드러웠다.두 번째 장은 둘의 카톡 대화 내용을 캡처한 사진이었다. 유남준은 너무나도 상냥한 말투로 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4화

    인제 보니 아빠는 유남준이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 걸 진작 알아챘나 보다.하지만 딸의 행복을 위해 유씨 일가와 계약을 체결했고 박민정도 소원대로 유남준에게 시집갈 수 있었다.그리고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두 사람이 결혼식도 올리기 전에 아빠가 갑작스럽게 교통사고를 당하셨다.만약 아빠가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남동생과 엄마도 계약을 위반하지 않을 텐데...박민정은 재산 양도 수속을 전부 장 변호사에게 건넨 후 집에 돌아가는 길에 길옆에서 이지원의 홍보 포스터들을 보게 됐다.포스터 속 그녀는 더없이 눈부시고 아름답고 해맑은 모습이었다.‘이젠 놓아줄 때가 됐어. 남준 씨도 나도 자유를 되찾아야지.’두원 별장에 도착한 그녀는 짐 정리를 마쳤다.결혼한 3년 동안 그녀의 짐이라곤 고작 캐리어 하나에 다 들어갔다.이혼합의서는 작년에 이미 장 변호사에게 부탁해 작성해달라고 했다.유남준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고 자괴감이 들고 마음이 약해진다.그녀는 진작 알아챘다. 둘 사이의 감정은 조만간 끝이 닿는다는 걸, 그래서 일찌감치 떠날 채비를 했다...저녁 시간, 유남준의 문자는 없었다.박민정은 용기 내어 그에게 먼저 문자를 보냈다.「오늘 밤 시간 돼요? 당신한테 할 얘기 있어요.」상대는 한참 동안 아무런 답장이 없었다.박민정은 어두운 얼굴로 생각했다.‘이젠 문자로 답장하는 것조차 싫은가 보네. 내일 아침에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지 어쩌겠어.’그 시각 유앤케이 그룹 대표이사 사무실 안.유남준은 문자를 확인하곤 휴대폰을 옆에 내려놓았다.절친 김인우가 소파에 앉아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끝내 못 참고 물었다.“민정 씨 문자야?”유남준이 묵인했고 김인우는 거리낌 없이 비난해 댔다.“이 귀머거리가 진짜! 제가 정말 유씨 가문의 사모님이라도 된 줄 아나? 어딜 감히 남편을 감시해? 남준아, 너 설마 걔랑 평생 시간 끌려는 건 아니지? 박씨 일가는 인제 아무것도 아니야. 걔 남동생 박민호는 회사도 운영할 줄 모르는 바보 멍청이라고. 얼마 안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5화

    박민정은 제 방으로 돌아가 약을 한 움큼씩 퍼먹었다.귓등을 만져보니 손끝에 피가 잔뜩 묻어나왔다.순간 의사의 당부가 뇌리를 스쳤다.“박민정 씨, 사실 많은 질병의 악화는 환자의 기분과 관련이 있어요. 반드시 정서적 안정을 유지하고 낙관적인 태도로 치료에 적극 협조해야 합니다.”낙관적이라, 말이 쉽지.박민정은 최대한 유남준의 말을 되새기지 않으려고 베개에 머리를 파묻고 두 눈도 질끈 감았다.날이 어렴풋이 밝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잠들지 못했다.약이 작용했는지 청력도 조금은 회복됐다.그녀는 창밖에 쏟아지는 햇빛을 넋 놓고 한참 바라봤다.“비 그쳤네.”한 사람을 포기하게 만드는 원인은 단 한 가지만이 아니다.날이 갈수록 점점 더 많이 쌓이다가 결국 사소한 일로 폭발하게 된다. 그건 차가운 말 한마디가 될 수도 있고 아주 사소한 일이 될 수도 있다.오늘 유남준은 외출하지 않았다.이른 아침부터 소파에 앉아 박민정이 사과하고 후회하길 기다렸다.결혼생활 3년 동안 그녀도 종종 화낼 때가 있었다.하지만 매번 울고 난 후 얼마 가지 않아 바로 사과했다.이번에도 별다를 것 없다고 굳게 믿는 유남준이다.박민정은 세안을 마치고 평소처럼 어두운 톤의 옷을 입고 나왔는데 캐리어와 서류도 손에 들고 있었다.그녀가 서류를 건넨 순간 유남준은 이혼합의서라는 몇 글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남준 씨 시간 될 때 연락해요.”그녀는 담담하게 이 한마디만 내뱉고는 캐리어를 끌고 문밖을 나섰다.비가 그치고 하늘이 맑게 갰다.박민정은 그 순간 마치 다시 태어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유남준은 이혼합의서를 손에 쥐고 소파에 앉은 채 온몸이 돌처럼 굳었다.그는 한참 넋 놓고 있었다.박민정의 뒷모습까지 눈앞에서 사라진 후에야 그녀가 떠났다는 걸 알아챘다.다만 그 답답함도 한순간일 뿐, 그는 곧장 차가운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녀가 집 나간 걸 아예 신경 쓰지 않는 듯싶다.어차피 그의 전화 한 통, 말 한마디이면 박민정은 얌전히 옆에 돌아와 여느 때보다 살갑게 대할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6화

    업무상의 문자 말곤 지금까지 꼬박 하루가 지났는데 박민정은 그에게 사과의 전화나 문자 한 통도 없다.“언제까지 참는지 두고 봐!”유남준은 휴대폰을 옆에 내던지고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걸어갔다.냉장고 문을 연 순간 그는 어안이 벙벙했다.음식 외에 갖가지 한약들이 들어 있었는데 대충 하나 꺼내 보니 ‘불임 치료, 1일 5팩’이란 문구가 적혀 있었다.불임 치료...유남준은 고약한 한약 냄새를 맡으며 전에 박민정의 몸에서 났던 약 냄새가 이 한약이란 걸 깨달았다.그는 속으로 차갑게 웃었다. 둘 사이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제아무리 약을 먹는다고 임신이 될까?유남준은 가차 없이 약을 내던지고 인제야 그녀가 화난 연유를 알 것만 같아 마음이 홀가분해졌다.침실로 들어간 그는 푹 휴식을 취했다.박민정이 없으니 앞으론 돌아오고 싶을 때 마음껏 돌아와도 된다, 일부러 그녀를 피하지 않아도 된다.그날 밤 유남준은 아주 잘 잤다.오늘은 절친 김인우와 함께 골프 치러 가는 날이다.하여 아침 댓바람부터 옷방에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거실에 나왔는데 습관처럼 오늘 집에 안 온다는 말이 튀어나왔다.“나 오늘...”박민정은 이젠 집에 없다. 앞으론 그녀에게 이런 말을 할 필요도 없다.골프장.유남준은 한껏 들뜬 마음으로 흰색 운동복을 입고 있었는데 잘생긴 얼굴이 오늘따라 더 자상해 보였다.훤칠한 체구에 골프장에 서 있으니 영화배우를 방불케 했다.스윙 한 번에 홀인원이다.절친 인우가 옆에서 칭찬을 남발했다.“남준이 오늘 컨디션 좋은데. 너 무슨 좋은 일 있어?”박민정이 유남준과 이혼하려는 일은 어제에 걸쳐 주변 사람들이 거의 다 아는데 김인우가 모를 리 있을까?그저 유남준의 입으로 한 말을 직접 들어야 진작 밖에서 기다린 이지원을 안으로 들여보낼 수 있으니 슬쩍 떠본 것이다.유남준은 물 한 모금 마시고 넌지시 대답했다.“별거 없어. 그냥 민정이랑 이혼하려고.”두 귀로 직접 들었지만 김인우는 여전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유남준의 절친으로서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7화

    이전 같으면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아도 미세한 소리가 들렸으니까.박민정은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 머리맡에 둔 쓰디쓴 약을 입에 물었다.어제는 3년 동안 지낸 두원 별장에서 나와 먼저 본가로 돌아갔는데 문 앞에서부터 엄마와 동생 박민호의 목소리가 들렸다.“내가 왜 저런 쓸모도 없는 딸을 낳았지? 3년 동안 남준이가 글쎄 걔를 건드리지도 않았대! 온전한 여자도 아닌 주제에 이혼할 생각까지 해?”분노에 찬 한수민의 말이 예리한 칼날처럼 박민정의 심장을 난도질했다.엄마 눈엔 대체 어떤 여자만이 온전한 사람일까? 박민정은 알지 못했다.남편에게 사랑받는 여자? 혹은 아이를 낳아 키우는 여자?동생 박민호의 말이 더 한심했다.“누나는 우리 집안 사람 같지 않다니까요. 다들 그러는데 유남준 첫사랑이 돌아왔대요. 누나가 이혼 안 해도 조만간 그 집에서 내쫓길 거라고요. 그럴 바엔 차라리 뒷일을 고려하는 게 낫지 않겠어요? 얼마 전에 최명길 대표의 아내분이 돌아가셨잖아요. 우리 누나가 비록 청력에 문제 있긴 하지만 80이 넘은 영감탱이에겐 횡재나 다름없죠...”박민정은 그 말들을 되새기며 두 눈이 퀭해졌다.그녀는 애써 단념하려고 휴대폰을 꺼냈는데 문자가 한 통 와 있었다.유남준인 줄 알았는데 열어보니 장 변호사님이라고 적혀 있었다.「민정아, 양도협의서를 유남준 씨한테 보내줬는데 태도가 썩 친절치 못했어. 앞으로 더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박민정은 장명철에게 답장을 보냈다.「수고하셨어요, 명심할게요.」문자를 보낸 후 그녀는 한참 넋 놓고 있었다.자신에게 남은 얼마 안 되는 재산을 전부 유남준에게 준 건 얼마나 고상해서가 아니다.단지 그에게 너무 많이 신세 지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결혼 전의 계약서대로 거액의 재산을 그에게 돌려주지 못하는 게 참 유감스러웠다. 아마 평생 결혼 사기죄라는 누명을 쓰고 살아가야 할 듯싶다.박민정은 이틀 동안 아무것도 안 먹어도 전혀 배고픈 줄 몰랐다.그저 주위가 너무 조용하니 이런 정적이 두렵게 느껴졌다.보청기도

Bab terbaru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98화

    “소현아, 엄마 퇴원 수속 밟아줘.”정수미가 말했다.오랜 세월 함께한 딸이었다. 비록 친딸은 아닐지라도 정이 들지 않을 수는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확인하고 싶었다. 윤소현이 정말로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인지.윤소현의 얼굴빛이 순간적으로 변했다.“좋아요, 지금 바로 다녀올게요.”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의기양양한 시선으로 비서를 힐끗 쳐다보았다.“비서님, 저야말로 엄마의 건강을 누구보다 걱정하는 사람이에요. 엄마가 저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면 훨씬 빨리 회복하실 거예요.”비서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그녀가 거만하게 병실을 나서는 모습을 바라보며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윤소현이 사라지자 비서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대표님, 절대 집으로 돌아가시면 안 됩니다.”왠지 모르게 정수미가 집으로 돌아가면 무언가 나쁜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그녀는 최상의 의료진에게 치료를 받고 있었고 정기적으로 검진도 받고 있었다. 그런데도 최근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었다.의사는 혹시 음식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이후, 의심을 거둘 수가 없었다.정수미는 그녀의 걱정을 눈치채고 조용히 손을 토닥였다.“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나는 안심할 수 없어.”비서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표님의 몸을 담보로 삼아선 안 됩니다.”“괜찮아.”정수미는 담담하게 미소를 지었다.“만약 정말로 소현이가 그랬다면 내가 괜한 정을 준 거겠지.”윤소현은 곧바로 퇴원 수속을 마쳤고 정수미를 집으로 데려갔다.하지만 첫날 밤 그녀는 아직 손을 대지 못했다.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실행에 옮길 생각이었다.한편, 지엔 그룹은 박민정이 취임한 후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고 직원들은 모두 만족스러워하며 입을 모았다.“다행히 새 대표가 박민정이지, 윤소현이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 이제야 안심하고 일할 수 있겠어.”“그러게 말이야. 윤소현이 대표였다면 우리 보너스는 커녕, 회사 분위기도 엉망이 됐을걸? 게다가 윤소현은 마치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97화

    정민기가 가져온 녹음 파일에서는 모든 것이 선명하게 들렸다.윤소현이 외부 세력과 손잡고 정씨 가문을 와해시키려 한다는 것, 심지어 지엔의 주식까지 조작하려 한다는 사실까지.박민정은 믿을 수 없었다. 그녀가 이토록 배은망덕할 줄이야.이 일을 반드시 막아야 했다.마침 정호철의 사무실이 바로 옆에 있었다. 그는 회사 내에서 오래된 경영진들에게 박민정이 휘둘릴까 걱정되어 틈틈이 찾아와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지 묻곤 했다.하지만 박민정은 과거 그가 자신과 박예찬에게 가했던 행동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그에게 서늘하게 대했다.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업무뿐이었다.정호철도 이를 알고 있었고 그가 아직 이곳에서 버틸 수 있는 건 순전히 박민정이 그를 내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그는 더 이상 바랄 것도 없었다. 그저 조용히 정수미와 그녀의 가족을 지켜볼 수 있길 바랄 뿐이었다.병원에서 정수미의 상태는 여전히 좋지 않았다. 깨어 있는 시간보다 혼수 상태로 지내는 시간이 더 길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틈틈이 윤소현의 딸을 찾아가 보곤 했는데 그 아이가 안쓰러워서 였다.“소현이는 한 번이라도 와서 아이를 봤어?”그녀가 묻자 비서가 고개를 저었다.“큰아가씨께서 요즘 많이 바쁘신 듯합니다. 한 번도 다혜를 보러 오신 적이 없습니다.”아이의 이름이 무색하게 윤소현은 한 번도 진심으로 이 아이를 아껴준 적이 없었다.정수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태어나면서부터 불행을 짊어진 아이구나.”비서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이제 병실로 돌아가 쉬셔야 합니다, 대표님. 너무 오래 밖에 계시면 안 됩니다.”“그래.”병실로 돌아온 정수미는 문득 물었다.“민정이는 회사에서 잘 지내고 있나?”“정 매니저님께서 도와주고 계셔서 작은 아가씨께서는 큰 문제 없이 지내고 계십니다.”“그렇다면 다행이군.”정수미는 힘없이 눈을 감았다.“소현이를 주의 깊게 지켜보도록 해. 그 아이의 성격을 내가 잘 알잖아. 민정이의 아래에 머물고 있을 인물이 아니야.”비서는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96화

    박민정은 이상했다. 진서연이 화장실에 들어간 지 한 시간이 넘었는데,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 혹시 변비라도 걸린 걸까?그녀는 여전히 얌전히 기다리고 있는 정민기를 보며 진서연에게 전화를 걸었다.“서연아, 왜 아직도 안 나오는 거야?”진서연은 우물쭈물하며 물었다.“민기 씨... 갔어요?”박민정은 의아했다.“아니, 안 갔는데? 왜?”“그럼 전 계속 화장실에 있을래요. 그 사람이 가고 나면 나갈게요.”진서연은 더 이상 과거에 좋아했던 사람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박민정은 그제야 그녀가 나오지 않는 이유를 깨달았다.“서연아, 민기 씨는 널 기다리려고 여기 있는 거야. 그냥 나와.”“절 기다린다고요?”진서연은 이해하지 못하다가 곧 고개를 저었다.“됐어요, 그냥 가라고 해 주세요.”그녀는 다시 상처받고 싶지 않았다.“그래도 네 생각 안 들어보고 싶어? 대체 무슨 일로 널 찾아온 건지 궁금하지도 않아?”“이제는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진서연은 한숨을 쉬며 구석에 몸을 웅크렸다.박민정은 어제 그녀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내가 대신 물어봐 줄까?”박민정은 정민기가 진서연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지는 않았다.진서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정말 가능해요? 그럼... 도와주세요.”“알았어.”전화를 끊은 박민정은 정민기에게 다가갔다.“서연이가 속이 안 좋은 것 같아요. 서연이를 찾은 이유가 뭐예요? 내가 대신 전해줄까요?”정민기는 그녀가 배가 아프다는 말에 바로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었다.“혹시 뭘 잘못 먹었어요? 약이라도 가져다줄까요?”박민정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그는 역시 진서연을 좋아하는 게 맞았다.아니었으면 그녀가 배가 아픈 것보다 자신을 왜 피하는지 먼저 물었을 테니까.정민기가 약을 가지러 가려 하자 박민정은 그를 붙잡았다.“어젯밤에 서연이한테 한 말, 거짓말이었죠? 난 알아요. 민기 씨가 서연이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요.”정민기의 걸음이 멈췄다.“그리고... 서연이와 에리의 관계, 진짜인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95화

    정민기는 박윤우의 말에 흥미가 동했다.“서연이 아줌마가 왜?”박윤우는 입을 삐죽이며 능청스럽게 말했다.“서연이 아줌마 정말 괜찮은 사람이에요. 귀엽고 싸움도 잘하고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매력이 많죠.”그는 일부러 이런 식으로 말을 했다.정민기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고 운전 속도도 들쭉날쭉해졌다.“그래?”“당연하죠. 예전에 엄마랑 같이 일할 때도 고객들이 줄줄이 서연이 아줌마한테 관심을 보였어요.”박윤우는 턱을 괴고 고개를 갸웃했다.“솔직히 아저씨도 좀 분발해야 해요. 맨날 저런 무표정한 얼굴로 있으니까 여자들이 다 도망가는 거잖아요.”“아저씨도 이제 제법 나이가 많으신데 부모님이 결혼하라고 안 하셔요?”부모 얘기가 나오자 정민기는 순간적으로 표정이 딱 굳어졌다. 그는 박윤우가 계속 말하는 걸 막으며 단호하게 말했다.“숙제는 다 했어? 안 했으면 빨리 해.”박윤우는 더 놀리고 싶었지만 숙제 얘기가 나오자 바로 입을 다물었다.정민기는 박윤우를 유치원에 내려주고 돌아가는 길에 무의식적으로 그의 말이 떠올랐다. 원래 그는 다른 남자들과 자신을 비교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쩐지 자신이 에리나 진서연의 과거 남자들과 비교하면 어떤지 생각하고 있었다.그러다 보니 어느새 차는 지엔 그룹 앞에 멈춰 서 있었다.정민기는 지엔 그룹 외부에서 진서연이 쉴 때쯤 이야기를 나누려고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그런데 문득, 눈에 띄는 한 차량이 있었다. 그는 직업적 감각으로 이상함을 느꼈고 잠시 지켜보았다. 그러자 곧 차에서 두 사람이 내렸다.한 사람은 윤소현, 다른 한 사람은 그녀의 아버지 윤석후였다.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 후 잠시 기다리자 최현아와 그녀의 시아버지 유석진까지 차에서 내렸다.몇 마디 인사를 나눈 후 그들은 모두 같은 차에 올라탔다.정민기는 이들이 분명 뭔가 꿍꿍이가 있다고 직감하고 즉시 차를 몰아 뒤를 밟았다.차는 한 호텔 앞에 멈춰섰고 정민기는 조용히 그들을 따라 호텔로 들어갔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94화

    “안 중요하다고요?”진서연은 더욱 서러워졌다.“어디가 안 중요해요? 난 정말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지금 당장 대답해 봐요. 날 좋아해요, 안 좋아해요?”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좋아하면 좋아하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지 대체 뭐가 중요하지 않다는 거야?’그녀의 손에 쥐어진 정민기의 옷이 구겨질 정도였다. 정민기는 눈빛을 잠시 깔며 살짝 짜증이 섞인 기색을 보였다.“안 좋아해요.”그는 한때 사람을 잘못 본 적이 있었지만 이제 확실해졌다. 진서연 역시 과거의 약혼녀와 다를 바 없다는 걸. 그렇다면 그가 다시 마음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진서연은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 한가득 타오르던 열기가 순식간에 식어갔다.“정말이에요?”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이제 나가줄래요?”정민기의 냉정한 한마디에 진서연은 선뜻 발을 뗄 수 없었다. 그렇게 쉽게 물러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정말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그럼 왜 처음에 나랑 연애를 시작했어요?”그녀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다.“이 세상에 연애를 하면 꼭 끝까지 함께해야 하는 법이라도 있어요? 사귀기 전엔 몰랐지만 이제는 알겠어요. 우리는 안 맞아요.”정민기는 단호하게 말을 끝맺고 방으로 돌아서려 했지만 걸음을 멈추고 다시 한마디 덧붙였다.“에리 씨랑 사귀는 거 아니었어요? 왜, 하나로는 부족해요?”“네?”그 한마디에 진서연의 인내심이 터져버렸다. 그녀는 주먹을 불끈 쥐고 그대로 정민기에게 날렸다.사실, 정민기는 충분히 피할 수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는 피하지 않았다.그녀의 주먹이 그대로 그의 얼굴에 꽂혔다.“그, 그게... 왜 안 피한 거예요?”그녀의 주먹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손을 내린 순간, 정민기의 날카로운 이목구비 위로 짙푸른 멍이 퍼지는 것이 보였다.정민기는 싸늘한 표정으로 물었다.“이제 됐어요?”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며 진서연은 더 이상 버텨도 소용없음을 깨달았다. 그녀의 손이 천천히 아래로 떨어졌다.“그래요. 이제 알겠어요. 지금 당장 떠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93화

    “보스, 역시 대기업은 우리 같은 작은 회사와는 차원이 다르네요. 아까 대단한 사람들을 정말 많이 봤어요.”진서연이 감탄하며 말했고 박민정도 살짝 긴장한 기색이었다.“그러게, 앞으로 배울 것도 많겠어.”“네, 근데 오늘 윤소현이 망신당한 건 정말 통쾌했어요.”진서연은 윤소현의 잘난 체하는 태도가 정말 싫었다.박민정은 그녀와 함께 사무실로 돌아온 후, 오늘 회의 내용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보자마자 깜짝 놀라고 말았다.윤소현이 며칠 사이에 회사에 단행한 개혁이 예상보다 훨씬 컸던 것이다. 회사의 모든 인사 배치가 그녀의 손을 거쳤다.이를 본 박민정의 눈빛이 깊어졌다.그녀는 속으로 자신의 계획을 정리했다. 시간이 늦어졌지만 진서연은 좀처럼 돌아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서연아, 이제 그만 쉬어.”“저 가기 싫어요.”진서연은 자신이 머무는 곳을 떠올리는 순간, 정민기와 함께 있는 것이 떠올라 가기가 싫어졌다. 그를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지는 듯 아팠는데 오직 일에 몰두할 때만이 모든 걸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그제야 박민정은 진서연과 정민기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떠올렸다.“보스, 저 요즘 민기 씨 생각만 하면 가슴이 답답해요.”진서연이 훌쩍이며 말했다.“울고 싶을 정도로 속이 막막해요.”박민정이 그녀를 조용히 안아주며 등을 가만히 토닥였다.“괜찮아. 언젠가 너도 너를 진심으로 사랑해 줄 사람을 만나게 될 거야.”하지만 그 말에 진서연은 오히려 더 속상해졌다.“보스도 민기 씨가 저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거죠?”박민정이 순간 당황하며 급히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그런 뜻이 아니었어.”“그런데도 절 좋아했다면 왜 저랑 헤어졌겠어요?”진서연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민기 씨가 날 좋아하지 않았던 게 맞는 것 같아요.”박민정이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실연당한 사람을 위로하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나.한편 옆에서 조용히 있던 유남준이 시계를 힐끗 보았다.벌써 밤 11시였다.‘얘는 상황 파악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92화

    “소현아, 무슨 일이니?”정수미는 윤소현이 왜 전화를 걸었는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하며 물었다.윤소현은 입술을 삐죽이며 불만을 드러냈다.“엄마, 왜 민정이를 회사에 들이신 거예요? 게다가 회사의 모든 업무를 민정이에게 맡기다니요?”“그야 당연한 일이지. 앞으로 민정이가 회사를 맡게 될 거야. 그러니 네가 잘 도와주도록 해라.”정수미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윤소현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당장 따지고 싶었지만 다행히 윤석후가 그녀를 말렸다.윤소현은 간신히 감정을 다잡고 목소리를 낮췄다.“엄마, 저도 이해해요. 민정이가 엄마의 친딸이니 회사를 물려주시는 게 당연하죠. 하지만 지금 민정이는 회사 업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잖아요. 이런 식으로 대표 자리에 앉으면 직원들이 납득하지 않을 거예요.”“그래서 배우게 하려고 회사에 들인 거다. 걱정 마라, 이미 내부 직원들에게 다 얘기해 뒀으니 누구도 반발하지 못할 거야.”정수미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설마 네가 못마땅한 건 아니겠지?”그 말에 윤소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그녀는 겨우 입을 떼었다.“그, 그럴 리가요.”“그럼 됐다. 이제 내 몸도 점점 나빠지고 있으니 앞으로 민정이를 잘 도와줘라. 날 실망시키지 말거라.”정수미는 전화를 끊었는데 그녀의 눈빛에는 깊은 우려가 서려 있었다.한편, 윤소현은 분을 참지 못하고 이를 악물었다.그녀는 목소리를 죽여 중얼거렸다.“저 늙은 여우, 너무하잖아! 이제 친딸이 생겼다고 나 같은 양녀 따위는 완전히 내팽개치는 거야? 게다가 내가 그 애를 돕게 만들다니! 웃기고 있네! 차라리 그냥 죽어버리지 그래?”윤석후가 그녀를 얼른 끌어당겨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데려갔다.“소현아, 진정해. 정수미 저 늙은 여자가 얼마나 더 살겠냐?”윤석후가 낮은 목소리로 달랬다.“여태껏 회사 사정을 전혀 몰랐던 애송이가 하루아침에 대표가 됐다고 해 봐. 정수미가 죽고 나면 우리가 그 애를 쥐락펴락하는 건 식은 죽 먹기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91화

    “그래.”윤석후는 윤소현을 따라 곧장 1층으로 내려갔다.그러나 막상 내려가서 본 광경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수많은 고위 임원들에게 둘러싸인 인물은 다름 아닌 박민정이었다.그녀는 단정한 정장을 입고 있었고 풍겨 나오는 분위기는 정수미와 꼭 닮아 있었다.정호철은 그녀를 보자마자 마치 젊은 시절의 정수미를 다시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대표님.”그가 공손히 인사하자 뒤따르던 임원들도 일제히 머리를 숙였다.“대표님”이에 박민정은 조용히 미소 지으며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별말씀을요. 대표님께서 이제 막 오셨으니 우선 위층으로 가서 이야기를 나누시죠.” 정호철이 말했다.“좋아요.”박민정은 정호철의 안내를 받으며 위층으로 향했다. 그러나 가는 길에 그녀는 예상치 못한 누군가와 정면으로 마주치고 말았다.윤소현이었다. 그녀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한 표정이었다.윤소현은 박민정이 바로 코앞까지 다가오자 결국 더는 참지 못하고 길을 막아섰다.“박민정,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이어 그녀는 분노에 찬 시선으로 정호철을 노려보았다.“아저씨! 설마 이 사람이 아저씨가 말한 신임 대표라는 거예요?”“그래요.” 정호철이 단호하게 대답했고 순간 윤소현의 머릿속은 텅 빈 듯 멍해졌다.“말도 안 돼! 겨우 저런 보잘것없는 촌뜨기가 무슨 자격으로 회사를 맡아요?”그러나 이번에도 정호철은 단호했고 그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작은 아가씨는 정 대표님의 친딸이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 대표님께서 직접 이분을 지엔의 대표로 임명하셨습니다.”이 두 마디가 마치 거대한 바위처럼 윤소현의 가슴을 짓눌렀다.그녀는 주먹을 꽉 쥐었는데 손톱이 손바닥을 깊숙이 파고들 정도였다. 그녀는 떨리는 시선으로 박민정을 노려보았다.“박민정, 대체 무슨 수를 쓴 거야? 왜 엄마가 너한테 회사를 맡긴 거지?”하지만 박민정은 그 질문에 답하지 않았고 그저 조용히 그녀를 스쳐 지나가려 할 뿐이었다.그러나 윤소현은 포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90화

    박민정은 유남준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럼 뭘 봐야 하죠?”“지금은 몸과 정신을 잘 추슬러야 해. 내일 출근해서 회의 도중 졸고 있으면 안 되잖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네 위치를 확고히 하는 거야. 나머지는 내가 정리해 줄 테니까.”그의 말을 듣자 박민정도 슬슬 피곤함이 밀려왔다. 그녀는 노트북을 닫으며 말했다.“그럼 나 먼저 쉬러 갈게요. 당신도 일찍 자요.”“응.”그녀가 방으로 들어간 뒤 유남준은 노트북을 꺼주고 휴대폰을 들었다.그는 전화를 걸어 차분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내일 민정이가 지엔에 출근해. 혹시라도 해결 못 할 일이 생기면 즉시 나한테 보고해.”지엔 그룹 안에도 유남준의 사람이 있었다....윤소현은 최근 들어 더욱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었다.병원에서 몇 차례나 아이의 위독 통보를 보냈지만 그녀는 그 모든 연락을 무시했다.한편, 그녀는 아버지 윤석후를 회사로 들여보냈고 부녀가 함께 회사를 점점 혼란스럽게 만들어가고 있었다.그러나 그들은 몰랐다. 정수미는 이미 박민정을 새 총괄자로 임명하고 회사를 넘길 준비를 마쳤다는 사실을.다음 날 아침,회사의 분위기는 한껏 들떠 있었다.새로운 변화가 일어날 것을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모두 긴장감에 휩싸여 있었다.한편, 윤소현은 출근하자마자 사무실을 새롭게 단장할 계획을 세웠다.“이 물건들은 전부 대표님이 좋아하던 것들입니다. 정말 다 버리시겠습니까? 만약 대표님이 회복되신다면 찾으실 텐데요...”비서가 조심스럽게 묻자 윤소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그럼 창고에 쌓아 두면 되겠네.”“하지만...”“하지만은 무슨. 지금 회사 관리는 내가 하고 있어. 내 스타일대로 꾸미는 게 당연하지 않겠어?”그녀는 단호히 말했고 그때 윤석후가 들어왔다.“딸, 내 사무실은 옆방으로 하면 되겠군.”그가 가리킨 곳은 정호철의 사무실이었다.그 순간, 사무실 문이 열리며 정호철과 함께 고위 임원들이 줄지어 들어왔다. 정호철은 어제 박민정과 만났던 지라 상황을 잘 파악하

Jelajahi dan baca novel bagus secara gratis
Akses gratis ke berbagai novel bagus di aplikasi GoodNovel. Unduh buku yang kamu suka dan baca di mana saja & kapan saja.
Baca buku gratis di Aplikasi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