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316화

Author: 윤지
서다희는 민수아에게 들은 이야기를 바로 유남준에게 전했다.

“대표님, 사모님께서 에리와 계약한 이유에 대해 말씀하신 적 있으신가요?”

그 말을 들은 유남준은 서류를 넘기다 말고 순간 가슴이 답답해졌다.

‘얘기하기는커녕 혹시라도 화내게 할까 봐 어제 물어볼 생각조차 못 했는데.’

마음속 깊은 감정을 서다희에게 이야기할 수 없었던 유남준이 바로 물었다.

“민수아 씨가 또 뭐라고 했어?”

“별건 아니고요 그냥 에리가 사모님한테 평범하게 대하는 것 같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서다희가 답하자 유남준 주위의 공기가 눈에 띄게 차가워졌다.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화 풀 곳이 마땅치 않았던 유남준이 서다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요즘 한가하지?”

서다희는 유남준의 말에 당황했다.

“근무 중에 여자 친구랑 수다 떨 시간도 있고 아주 한가한 가 보네.”

서다희는 말문이 막혔다.

서다희는 억울했지만 유남준의 잔소리를 듣고 결국 풀이 죽은 채로 사무실을 나갔다

‘다시는 대표님한테 개인적인 이야기는 하지 말아야지. 냉정하고 무정해!’

...

PMJ 그룹.

아침 촬영을 마친 에리가 박민정이 아직 회의실에서 나오지 않은 것을 알고 주변을 서성이며 진서연 쪽으로 가 물었다.

“대표님 이번 프로젝트 미팅은 꽤 오래 걸리네요. 아직 안 끝났어요?”

설인하가 입을 열었다.

“해외에서 온 큰 클라이언트인 것 같아요. 대표님이 아는 분이라고 하시니 오래 걸릴 만도 하죠.”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회의실 문이 열리고 박민정과 연지석이 함께 나왔다.

두 사람은 환하게 웃으며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에리는 그 장면을 보고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

본능적인 경계심인지 아니면 같은 감정을 품은 대상을 알아본 것인지 에리는 연지석을 보며 그 어떠한 호감도 느끼지 못했다.

연지석의 예리한 시선도 에리를 발견하고는 설인하와 다른 여자들을 훑은 후 에리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에리 씨! 명성은 익히 전해 들었습니다.”

연지석이 에리에게로 곧장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에리도 예의 바르게 연지석의 손을 맞잡았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17화

    연지석이 돌아왔다는 소식은 유남준에게 가장 먼저 전해졌다.서다희가 혀를 찼다.“에리라는 대스타를 해결하기도 전에 죽마고우가 오다니. 어렵다, 어려워.”“네가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누구도 너를 벙어리라고 생각하지 않아.”유남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일갈했다.그는 이내 서다희에게 지시했다.“염혜란 쪽 일은 잘 지켜봐야 해. 절대 실수는 안 돼. 그리고 제일 좋은 의사를 찾아서 치료를 시켜.”“알겠습니다.”유남준이 서다희에게 지시를 내릴 때 병원에는 이미 여러 전문의가 도착해 있었다.박민정이 전화를 받았을 때 의사가 말했다.“민정 씨, 국내 전문가들이 모두 도착했습니다. 바로 염 여사님 검사를 진행해도 될까요?”“전문가요?”박민정은 전문의를 보낸 적이 없는데 모두 도착했다는 소식에 의아함을 느꼈다.“그 전문의들은 누구 지시로 온 건가요?”의사도 의아해하며 물었다.“민정 씨가 지시한 게 아닌가요? 잠시만요, 다시 확인해 보겠습니다.”확인해 본 결과 그 전문가들은 정씨 가문에서 보낸 사람들이었다.박민정은 함미현에게 연락하여 그녀가 지시한 것인지 물었다.함미현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윤소현 아닐까요?”‘윤소현? 이런 일을 할 리가 없지.’박민정은 의심을 거두지 않으며 말했다.“이건 윤소현 방식 같지 않아서요. 같이 가서 확인해 보죠.”“그래요.”박민정과 연지석은 점심을 먹은 후 병원으로 향했다.연지석은 아직 회사에서 자리 잡지 못해 잠시 PMJ 그룹에 머물고 있었다.에리는 여러 번 그에게 가서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지만 매번 매니저에게 막혔다.“네가 함부로 건드릴 사람이 아니야.”이미 유남준에게 당한 적이 있던 터라 매니저는 에리가 불필요한 싸움은 피하기를 원했다.“알았어.”에리는 체념하며 매니저를 따라갔다.한편 박민정과 함미현은 병원에 도착해 전문가들을 만났다.의사들은 그냥 돈이 많다고 해서 초빙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의사들은 박민정과 함미현을 쳐다보고는 바로 박민정에게 다가갔다.“정 대표님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18화

    함미현은 정수미가 염혜란에게 의사를 붙여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정말 좋은 마음에서 보낸 걸까?’속으로는 의심했지만 그녀는 평온한 표정으로 감사 인사를 건넸다.“고마워요. 엄마.”“내가 해야 할 일이지. 널 이렇게 키우는 것도 쉽지 않으셨을 텐데 안 그래도 기회만 되면 보답하고 싶었어. 다 나으면 같이 병문안 가자.”정수미가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좋아요.”전화를 끊은 함미현이 박민정을 바라보며 물었다.“다 들으셨죠?”“네.”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정말 좋은 마음으로 보낸 걸까요?”함미현은 여전히 믿지 못했다.박민정도 확신하지는 못했지만 그녀 나름대로 분석했다.“정수미가 정말로 아주머니 목숨을 노리고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돌아오지 않았을 거예요.”“그렇긴 하지만 제 앞에서 착한 척만 하는 거라면요?”함미현은 여전히 정수미가 좋은 사람이라고 믿지 않았다.윤소현이 그녀에게 정수미의 부정적인 면을 많이 이야기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사이 염혜란을 살펴본 전문가들이 병실을 나왔다.그들은 함미현에게 염혜란은 치료가 가능하지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그럼 얼마나 걸릴까요?”함미현이 바로 물었다.“최대 일주일 정도 걸릴 겁니다.”의사가 답했다.“일주일이요? 정말 다행이네요. 감사합니다. 선생님.”함미현은 진심 어린 감사를 건넸다.박민정은 의사의 말을 듣고 정수미의 성의가 진심 어린 마음이었음을 눈치챘다.정말 염혜란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면 이런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었다.염혜란이 건강을 회복하면 함미현이 사실을 알게 될 것이었고 정수미는 그 사실에 관해 설명할 방법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의사들은 정수미의 지시로 염혜란을 치료하기 위해 해당 병원에 남아 있었다.함미현은 여전히 불안한 마음을 떨치지 못했지만 정수미에게 전화를 건 후 병원에 남았다.다른 한 편, 정씨 가문.윤소현이 궁금해하며 물었다.“엄마, 미현이는 아직 안 들어왔어요?”“양어머니 돌보러 갔어.”정수미는 자신이 의사를 보내 염혜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19화

    함미현은 병원에서 염혜란의 상태가 조금씩 나아지는 것을 지켜보았다.아직 말은 못 하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을 해치지는 않았다.“엄마, 정말 나를 전혀 기억 못 하는 거야?”함미현이 염혜란에게 물었다.염혜란이 멍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갈라진 입술로 무언가 말하려는 듯해 보였다.그러나 그녀는 갑자기 두려워하는 듯 구석으로 몸을 움츠리며 떨었다.“미현아.”윤소현이 문밖에서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들어왔다.윤소현의 등장으로 염혜란의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한 함미현은 그녀에게로 향했다.다른 사람이 없음을 확인한 함미현이 한쪽 무릎을 굽히며 입을 열었다.“소현 씨, 분부하실 일이라도 있으신가요?”윤소현은 그녀의 겸손한 태도를 즐기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했다.“별일은 아니고 혼자서 아주머니를 돌본다고 하길래 도와주러 왔어.”“도와주신다고요?”함미현이 놀라며 손을 저었다.“아닙니다. 괜찮아요. 혼자 할 수 있어요.”‘나쁜 년. 아무 이유도 없이 나를 도와줄 리 없어. 또 민정 씨에게 해코지하려고 그러나?’“우리 사이에 그렇게 예의 차릴 필요 없어. 이제 한 가족이니 언니로서 네 일을 모른척하고만 있을 수는 없지.”윤소현은 그 말과 함께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고 병실로 향했다.“어이구, 아주머니 상태는 왜 아직도 이래? 일주일이면 괜찮아진다고 하지 않았어?”함미현은 윤소현을 따라 들어오며 답했다.“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의사들이 그렇게 말했으니 호전이 있겠죠.”윤소현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로 염혜란의 옆으로 갔다.염혜란은 윤소현을 보자마자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미친 듯이 손을 휘둘러 공격해 왔다.“엄마!”함미현이 급하게 소리쳤다.윤소현은 놀라서 뒷걸음질을 치며 비난했다.“이 미친 여자야!”놀란 윤소현이 손을 들어 염혜란을 때리려고 할 때 함미현이 급하게 그녀에게 사과했다.“소현 씨, 제발 너그럽게 봐주세요. 엄마가 아프셔서 그러는 거예요. 원래 그런 사람은 아니에요.”평소 같으면 윤소현은 절대 이런 상황을 참지 않았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20화

    윤소현은 함미현과 함께 병실에 있으면서 염혜란을 처치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박민정이 보낸 경호원들이 너무 철저히 지키고 있어 그녀가 염혜란에게 접근할 때마다 감시를 받고 있었다.그런 상황에서 윤소현은 염혜란에게 손댈 기회가 없었다.저녁이 되어 윤소현은 함미현과 함께 간병인 실로 향했다.문 하나만 열면 바로 염혜란에게 갈 수 있는 곳이었다.새벽쯤 윤소현은 밀려오는 잠을 참으며 침대에서 일어나 조심조심 염혜란의 병상 옆으로 다가갔다.염혜란은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윤소현은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에게 나쁜 일을 지시했지만 직접 움직이는 건 처음이었다.“믿을만한 놈이 하나도 없어.”윤소현은 미리 준비해 놓은 약과 주사기를 꺼내 염혜란의 팔에 주사를 놓았다.통증에 의해 깨어난 염혜란은 비록 말은 하지 못했지만 소리를 질렀다.깜짝 놀란 윤소현은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염혜란은 간병인을 했었고 시골 출신이라 건강을 회복한 후 체력은 임산부보다 뒤떨어지지 않았다.그녀는 윤소현의 손을 잡고 주사기를 떨어뜨렸다.그때 소란스러운 소리에 병실 밖에서 대기하던 경호원들이 바로 문을 열고 들어와 불을 켰다.“뭐 하는 거야!”윤소현은 급히 주사기를 침대 아래로 밀어 넣으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저는 그냥 일어나서 아주머니 상태를 확인한 거예요. 왜 들어오셨죠? 깜짝 놀랐잖아요.”소란스러움에 깨어난 함미현이 달려왔다.병실 안에서 염혜란이 떨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왼손은 오른팔을 감싸고 있었다.“엄마, 왜 그래?”놀란 함미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염혜란에게 달려갔고 염혜란은 윤소현을 바라보며 두려움에 떨더니 입에서 거품을 뱉어내며 쓰러졌다.윤소현은 그 모습을 보고 남몰래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이 늙은 년을 처리했어!’“빨리. 빨리 의사를 불러.”함미현은 급하게 응급 벨을 눌렀다.다른 한편 박민정은 갑자기 꿈속에서 깨어났고 선잠을 자던 유남준도 그녀의 기척에 잠에서 깼다.“무슨 일이야?”박민정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21화

    정씨 가문.정수미는 단잠을 자던 중 전화로 인해 깨어났다.그녀는 전화를 받고 상대방이 하는 말을 들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정말 그렇게 말했나요?”“네. 제가 똑똑히 미현 아가씨가 하는 말 들었습니다. 미현 아가씨께서 돈과 권력을 위해 대표님을 속이셨다고 하셨어요. 말씀하시면서도 대표님을 엄마가 아닌 대표님이라 지칭하셨고 자기 때문에 염혜란이 그렇게 된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함미현과 윤소현을 지켜보던 사람은 함미현이 한 말만 듣고 윤소현이 한 말을 듣지 못했다.정수미가 주먹을 꽉 움켜쥐며 물었다.“그래서 뭘 속였죠?”사실 정수미도 속으로 생각하는 바는 있었지만 자기 생각을 믿기에는 너무 충격적이었다.“잘 모르겠습니다. 이게 아마 미현 아가씨가 소현 아가씨를 두려워하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정수미는 더 이상 잠을 이룰 수 없었다.침대에서 일어난 그녀는 한여름임에도 불구하고 오싹함을 느꼈다.“알았어요. 주소 보내줘요. 염혜란 씨 보러 가야겠어요.”“네. 알겠습니다.”정수미는 전화를 끊고 손을 내려놓았다.발코니로 걸음을 옮긴 그녀는 검을 하늘을 바라보며 공허하고 슬픈 마음을 느꼈다.그녀는 단지 자신이 낳은 딸, 이 세상에 있는 그녀의 유일한 혈육을 찾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녀는 딸이 자신을 미워하기를 원하지 않았다.‘왜 미현이는 내가 염혜란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걸까?’정수미는 목구멍이 뭔가에 막힌 듯한 답답함을 느꼈다.무슨 일이 있어도 진실을 밝혀야 했다. 함미현이 그대로 자신을 오해하도록 놔둘 수는 없었다.정수미가 차에 올라타자 기사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 몸도 안 좋으신데 쉬시는 게 어떠세요? 월요일 아침에 병원에 가셔도 되잖아요. 길이 꽤 멀어서 최소 세 시간 이상 걸릴 거예요.”정수미가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차에서도 쉴 수 있잖아요.”“알겠습니다.”기사가 시동을 걸고 운전을 시작하자 정수미가 눈을 감았다.하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어렵게 얕은 잠에 빠졌지만 꿈에서 20여 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22화

    정수미는 박민정의 시선을 마주하고 알 수 없는 불편함을 느꼈다.낯설지 않은 눈이었다. 오히려 친숙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박민정은 정수미와 마주치자 예의 있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정 대표님. 오랜만입니다.”정수미는 그녀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두 딸 때문에 정수미는 박민정에게 호감을 느낀 적이 없었다.“그래. 오랜만이네. 이렇게 이른 시간에 여긴 어쩐 일이야?”그녀는 먼저 말을 꺼냈다.“병원에 당연히 친구 보러 왔죠. 정 대표님도 그렇지 않으세요?”박민정은 정수미가 염혜란을 보러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정수미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지.”“그럼 같이 갈까요?”박민정이 제안하자 정수미는 거절하지 않고 대답했다.“좋지.”박민정은 앞서 걸었고 유남준은 그녀의 옆에서 따라갔다.정수미는 그 둘을 보며 윤소현이 항상 말하던 박민정과 유남우의 관계를 떠올렸다.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뒤따르던 정수미가 유남준에게 말했다.“유 대표님, 이렇게 이른 시간에 함께 오시는 걸 보니 아내를 정말 아끼시는군요. 앞으로도 아내를 잘 지켜주세요.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주지 마시고요.”정수미의 말에 유남준과 박민정은 모두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박민정은 정수미가 자신의 딸인 윤소현을 위해 가시 돋친 말을 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지금까지 그녀는 유남우에게 관심을 둔 적도 부적절한 행동을 한 적도 없었다.유남준은 정수미의 말을 알아차리고 돌아서며 말했다.“저는 제 아내를 믿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른 사람의 가정사에는 신경 쓰지 마시고 딸이나 잘 보살펴 주시죠.”정수미는 그의 말에 순간적으로 얼어붙으며 말문이 막혔다.옆에서 걷고 있던 비서가 정수미에게 다가서며 말했다.“유남준이 정말 박민정과 유남우 사이의 일을 모르는 걸까요?”“글쎄. 모른 척하는 사람에게 굳이 알려줄 필요는 없지.”정수미는 딸인 윤소현의 말이 맞다고 믿으며 유남준의 말을 신경 쓰지 않았다.두 일행은 동시에 수술실 앞에 도착했다.함미현과 윤소현은 박민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23화

    박민정은 영상을 들여다보며 충격을 받았다.영상 속에는 윤소현이 저지른 죄행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는데 박민정은 윤소현이 이토록 잔인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영상이 아니었다면 박민정은 윤소현이 한 일이라고 확신하지 못했을 것이다.유남준 역시 영상을 보고 믿을 수 없다는 듯 충격에 빠졌다.박민정이 핸드폰을 꺼내며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지만 유남준이 그녀를 막아섰다.“잠깐만.”“왜요?”명확한 증거가 있으니 윤소현은 자신이 한 일에 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다.“이 영상만으로 윤소현을 확실하게 몰아세울 수 없어. 지금 아주머니에게 수술해 주고 있는 사람들이 누구 사람인지 생각해 봐.”박민정이 순간 깨달았다.“이해했어요. 저 사람들이 윤소현이 아주머니를 해친 게 아니라, 주입한 약물이 해로운 것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다는 거죠?”“그래.”유남준은 박민정이 자신의 의도를 이해한 것에 안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박민정은 그제야 조금 전까지 자신이 너무 흥분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시 생각해보니 유남준이 막아서 다행이었다.그녀는 경호원에게 핸드폰을 건네며 말했다.“영상은 저한테 보내주세요.”“네.”경호원은 빠르게 영상을 박민정의 이메일로 보내주었다.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수술실 문이 드디어 열렸다.의사가 문을 열고 나오자 함미현이 급히 달려가며 물었다.“선생님, 어머니는 어떻게 됐나요?”의사가 깊은숨을 내쉬며 답했다.“마지막 인사를 드리러 가세요.”그 말에 함미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왜 이렇게 됐죠? 어젯밤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어떻게 갑자기 돌아가실 수 있어요?”의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정수미를 바라보았다.정수미는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앞으로 다가갔다.“미현아, 너무 괴로워하지 말고 먼저 어머니께 가서 마지막 인사라도 드려.”함미현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급히 수술실로 뛰어갔다.정수미는 의사를 한쪽으로 불러내며 조용히 말했다.윤소현도 그 모습을 보고 뒤따르려 했지만 정수미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24화

    애초 그녀가 함미현에게 박민정의 자리를 대체하라고 하지 않았다면 자신도 이렇게 큰 변화를 겪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동하의 병은 영원히 치유되지 않을 것이다.염혜란은 후회하지 않았지만 죄책감을 느꼈다.그녀는 박민정을 바라보았다.박민정은 그녀가 자신에게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는 것 같아 앞으로 다가갔다.윤소현은 염혜란이 박민정에게 진실을 말할까 봐 가슴이 조마조마했다.염혜란은 마지막 힘을 다해 한마디 했다.“미... 안... 해요.”그녀의 손이 침대에서 떨어지며 그녀는 더 이상 숨을 쉬지 않았다.함미현은 완전히 무너져 내리며 오열하기 시작했다.“엄마!”윤소현은 염혜란이 숨을 거두는 것을 보고 한숨을 돌렸다.‘늙은 년이 내 이름을 말하지 않아서 다행이네.’박민정은 염혜란이 자신에게 왜 미안하다고 했는지 계속 생각했다.‘왜 나한테 사과하는 거지?’박민정은 이해할 수 없었다.그때 정수미가 밖에서 들어오며 염혜란이 그렇게 세상을 떠난 것을 보고 안타까워했다.그녀는 함미현 곁으로 다가가 말했다.“미현아, 너무 슬퍼하지 마. 그렇게 울다가 몸 상한다.”함미현은 정수미의 목소리를 듣고 염혜란이 그녀 때문에 죽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고개를 들고 정수미를 노려보았다.그 시선에 정수미는 가슴이 내려앉았다.함미현은 주먹을 꽉 쥐고 억눌린 분노를 참으며 말했다.“엄마랑 단둘이 있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요?”정수미는 잠시 망설였지만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그녀와 윤소현, 박민정은 수술실을 나섰다.밖은 이미 밝아져 있었다.수술실 안에서는 함미현의 통곡 소리가 들렸고 밖에서 그 소리를 듣고 있던 정수미는 걱정스러운 한편 괴로운 마음도 들었다.‘미현이가 왜 나를 그런 눈으로 본 걸까? 마치 내가 염혜란을 죽였다는 듯이 봤는데...’윤소현이 혼란스러워하는 정수미에게 다가갔다.“엄마, 어제 밤새 쉬지 못하셨죠? 제가 바래다 드릴게요.”그녀의 눈빛은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정수미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미현이 기다려야지

Latest chapter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94화

    “안 중요하다고요?”진서연은 더욱 서러워졌다.“어디가 안 중요해요? 난 정말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지금 당장 대답해 봐요. 날 좋아해요, 안 좋아해요?”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좋아하면 좋아하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지 대체 뭐가 중요하지 않다는 거야?’그녀의 손에 쥐어진 정민기의 옷이 구겨질 정도였다. 정민기는 눈빛을 잠시 깔며 살짝 짜증이 섞인 기색을 보였다.“안 좋아해요.”그는 한때 사람을 잘못 본 적이 있었지만 이제 확실해졌다. 진서연 역시 과거의 약혼녀와 다를 바 없다는 걸. 그렇다면 그가 다시 마음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진서연은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 한가득 타오르던 열기가 순식간에 식어갔다.“정말이에요?”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이제 나가줄래요?”정민기의 냉정한 한마디에 진서연은 선뜻 발을 뗄 수 없었다. 그렇게 쉽게 물러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정말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그럼 왜 처음에 나랑 연애를 시작했어요?”그녀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다.“이 세상에 연애를 하면 꼭 끝까지 함께해야 하는 법이라도 있어요? 사귀기 전엔 몰랐지만 이제는 알겠어요. 우리는 안 맞아요.”정민기는 단호하게 말을 끝맺고 방으로 돌아서려 했지만 걸음을 멈추고 다시 한마디 덧붙였다.“에리 씨랑 사귀는 거 아니었어요? 왜, 하나로는 부족해요?”“네?”그 한마디에 진서연의 인내심이 터져버렸다. 그녀는 주먹을 불끈 쥐고 그대로 정민기에게 날렸다.사실, 정민기는 충분히 피할 수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는 피하지 않았다.그녀의 주먹이 그대로 그의 얼굴에 꽂혔다.“그, 그게... 왜 안 피한 거예요?”그녀의 주먹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손을 내린 순간, 정민기의 날카로운 이목구비 위로 짙푸른 멍이 퍼지는 것이 보였다.정민기는 싸늘한 표정으로 물었다.“이제 됐어요?”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며 진서연은 더 이상 버텨도 소용없음을 깨달았다. 그녀의 손이 천천히 아래로 떨어졌다.“그래요. 이제 알겠어요. 지금 당장 떠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93화

    “보스, 역시 대기업은 우리 같은 작은 회사와는 차원이 다르네요. 아까 대단한 사람들을 정말 많이 봤어요.”진서연이 감탄하며 말했고 박민정도 살짝 긴장한 기색이었다.“그러게, 앞으로 배울 것도 많겠어.”“네, 근데 오늘 윤소현이 망신당한 건 정말 통쾌했어요.”진서연은 윤소현의 잘난 체하는 태도가 정말 싫었다.박민정은 그녀와 함께 사무실로 돌아온 후, 오늘 회의 내용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보자마자 깜짝 놀라고 말았다.윤소현이 며칠 사이에 회사에 단행한 개혁이 예상보다 훨씬 컸던 것이다. 회사의 모든 인사 배치가 그녀의 손을 거쳤다.이를 본 박민정의 눈빛이 깊어졌다.그녀는 속으로 자신의 계획을 정리했다. 시간이 늦어졌지만 진서연은 좀처럼 돌아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서연아, 이제 그만 쉬어.”“저 가기 싫어요.”진서연은 자신이 머무는 곳을 떠올리는 순간, 정민기와 함께 있는 것이 떠올라 가기가 싫어졌다. 그를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지는 듯 아팠는데 오직 일에 몰두할 때만이 모든 걸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그제야 박민정은 진서연과 정민기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떠올렸다.“보스, 저 요즘 민기 씨 생각만 하면 가슴이 답답해요.”진서연이 훌쩍이며 말했다.“울고 싶을 정도로 속이 막막해요.”박민정이 그녀를 조용히 안아주며 등을 가만히 토닥였다.“괜찮아. 언젠가 너도 너를 진심으로 사랑해 줄 사람을 만나게 될 거야.”하지만 그 말에 진서연은 오히려 더 속상해졌다.“보스도 민기 씨가 저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거죠?”박민정이 순간 당황하며 급히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그런 뜻이 아니었어.”“그런데도 절 좋아했다면 왜 저랑 헤어졌겠어요?”진서연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민기 씨가 날 좋아하지 않았던 게 맞는 것 같아요.”박민정이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실연당한 사람을 위로하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나.한편 옆에서 조용히 있던 유남준이 시계를 힐끗 보았다.벌써 밤 11시였다.‘얘는 상황 파악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92화

    “소현아, 무슨 일이니?”정수미는 윤소현이 왜 전화를 걸었는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하며 물었다.윤소현은 입술을 삐죽이며 불만을 드러냈다.“엄마, 왜 민정이를 회사에 들이신 거예요? 게다가 회사의 모든 업무를 민정이에게 맡기다니요?”“그야 당연한 일이지. 앞으로 민정이가 회사를 맡게 될 거야. 그러니 네가 잘 도와주도록 해라.”정수미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윤소현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당장 따지고 싶었지만 다행히 윤석후가 그녀를 말렸다.윤소현은 간신히 감정을 다잡고 목소리를 낮췄다.“엄마, 저도 이해해요. 민정이가 엄마의 친딸이니 회사를 물려주시는 게 당연하죠. 하지만 지금 민정이는 회사 업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잖아요. 이런 식으로 대표 자리에 앉으면 직원들이 납득하지 않을 거예요.”“그래서 배우게 하려고 회사에 들인 거다. 걱정 마라, 이미 내부 직원들에게 다 얘기해 뒀으니 누구도 반발하지 못할 거야.”정수미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설마 네가 못마땅한 건 아니겠지?”그 말에 윤소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그녀는 겨우 입을 떼었다.“그, 그럴 리가요.”“그럼 됐다. 이제 내 몸도 점점 나빠지고 있으니 앞으로 민정이를 잘 도와줘라. 날 실망시키지 말거라.”정수미는 전화를 끊었는데 그녀의 눈빛에는 깊은 우려가 서려 있었다.한편, 윤소현은 분을 참지 못하고 이를 악물었다.그녀는 목소리를 죽여 중얼거렸다.“저 늙은 여우, 너무하잖아! 이제 친딸이 생겼다고 나 같은 양녀 따위는 완전히 내팽개치는 거야? 게다가 내가 그 애를 돕게 만들다니! 웃기고 있네! 차라리 그냥 죽어버리지 그래?”윤석후가 그녀를 얼른 끌어당겨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데려갔다.“소현아, 진정해. 정수미 저 늙은 여자가 얼마나 더 살겠냐?”윤석후가 낮은 목소리로 달랬다.“여태껏 회사 사정을 전혀 몰랐던 애송이가 하루아침에 대표가 됐다고 해 봐. 정수미가 죽고 나면 우리가 그 애를 쥐락펴락하는 건 식은 죽 먹기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91화

    “그래.”윤석후는 윤소현을 따라 곧장 1층으로 내려갔다.그러나 막상 내려가서 본 광경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수많은 고위 임원들에게 둘러싸인 인물은 다름 아닌 박민정이었다.그녀는 단정한 정장을 입고 있었고 풍겨 나오는 분위기는 정수미와 꼭 닮아 있었다.정호철은 그녀를 보자마자 마치 젊은 시절의 정수미를 다시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대표님.”그가 공손히 인사하자 뒤따르던 임원들도 일제히 머리를 숙였다.“대표님”이에 박민정은 조용히 미소 지으며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별말씀을요. 대표님께서 이제 막 오셨으니 우선 위층으로 가서 이야기를 나누시죠.” 정호철이 말했다.“좋아요.”박민정은 정호철의 안내를 받으며 위층으로 향했다. 그러나 가는 길에 그녀는 예상치 못한 누군가와 정면으로 마주치고 말았다.윤소현이었다. 그녀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한 표정이었다.윤소현은 박민정이 바로 코앞까지 다가오자 결국 더는 참지 못하고 길을 막아섰다.“박민정,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이어 그녀는 분노에 찬 시선으로 정호철을 노려보았다.“아저씨! 설마 이 사람이 아저씨가 말한 신임 대표라는 거예요?”“그래요.” 정호철이 단호하게 대답했고 순간 윤소현의 머릿속은 텅 빈 듯 멍해졌다.“말도 안 돼! 겨우 저런 보잘것없는 촌뜨기가 무슨 자격으로 회사를 맡아요?”그러나 이번에도 정호철은 단호했고 그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작은 아가씨는 정 대표님의 친딸이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 대표님께서 직접 이분을 지엔의 대표로 임명하셨습니다.”이 두 마디가 마치 거대한 바위처럼 윤소현의 가슴을 짓눌렀다.그녀는 주먹을 꽉 쥐었는데 손톱이 손바닥을 깊숙이 파고들 정도였다. 그녀는 떨리는 시선으로 박민정을 노려보았다.“박민정, 대체 무슨 수를 쓴 거야? 왜 엄마가 너한테 회사를 맡긴 거지?”하지만 박민정은 그 질문에 답하지 않았고 그저 조용히 그녀를 스쳐 지나가려 할 뿐이었다.그러나 윤소현은 포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90화

    박민정은 유남준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럼 뭘 봐야 하죠?”“지금은 몸과 정신을 잘 추슬러야 해. 내일 출근해서 회의 도중 졸고 있으면 안 되잖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네 위치를 확고히 하는 거야. 나머지는 내가 정리해 줄 테니까.”그의 말을 듣자 박민정도 슬슬 피곤함이 밀려왔다. 그녀는 노트북을 닫으며 말했다.“그럼 나 먼저 쉬러 갈게요. 당신도 일찍 자요.”“응.”그녀가 방으로 들어간 뒤 유남준은 노트북을 꺼주고 휴대폰을 들었다.그는 전화를 걸어 차분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내일 민정이가 지엔에 출근해. 혹시라도 해결 못 할 일이 생기면 즉시 나한테 보고해.”지엔 그룹 안에도 유남준의 사람이 있었다....윤소현은 최근 들어 더욱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었다.병원에서 몇 차례나 아이의 위독 통보를 보냈지만 그녀는 그 모든 연락을 무시했다.한편, 그녀는 아버지 윤석후를 회사로 들여보냈고 부녀가 함께 회사를 점점 혼란스럽게 만들어가고 있었다.그러나 그들은 몰랐다. 정수미는 이미 박민정을 새 총괄자로 임명하고 회사를 넘길 준비를 마쳤다는 사실을.다음 날 아침,회사의 분위기는 한껏 들떠 있었다.새로운 변화가 일어날 것을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모두 긴장감에 휩싸여 있었다.한편, 윤소현은 출근하자마자 사무실을 새롭게 단장할 계획을 세웠다.“이 물건들은 전부 대표님이 좋아하던 것들입니다. 정말 다 버리시겠습니까? 만약 대표님이 회복되신다면 찾으실 텐데요...”비서가 조심스럽게 묻자 윤소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그럼 창고에 쌓아 두면 되겠네.”“하지만...”“하지만은 무슨. 지금 회사 관리는 내가 하고 있어. 내 스타일대로 꾸미는 게 당연하지 않겠어?”그녀는 단호히 말했고 그때 윤석후가 들어왔다.“딸, 내 사무실은 옆방으로 하면 되겠군.”그가 가리킨 곳은 정호철의 사무실이었다.그 순간, 사무실 문이 열리며 정호철과 함께 고위 임원들이 줄지어 들어왔다. 정호철은 어제 박민정과 만났던 지라 상황을 잘 파악하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89화

    연지석의 말을 듣고 박민정은 문득 깨달음이 찾아왔다.“좋아. 한번 해볼게.”그녀도 자신의 능력을 키워보고 싶었다. 동시에 이번 기회를 통해 정수미와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응.”결정을 내린 후 박민정의 기분도 한결 가벼워졌다.연지석은 그녀가 더 이상 고민하지 않는 걸 확인한 후에야 자리를 떠났다.그녀는 곧바로 정수미에게 전화를 걸어 회사 일을 맡아보겠다고 전했다.정수미는 그 말을 듣고 오후에 병원으로 먼저 들르라고 했다. 그리고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라고 했는데 박민정은 모두 받아들였다.그녀는 유남준에게도 메시지를 보내 오늘은 데리러 오지 않아도 된다고 알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유남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왜 그래?”박민정은 그제야 그에게 상황을 설명했다.유남준은 이 일이 제법 의외였다. 하지만 정수미가 박민정에게 회사를 맡기려 한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박민정이 이를 받아들였다는 점이 놀라웠다.박민정은 덧붙였다.“지석이가 그러더라고요. 문제를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고.”전화기 너머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그 후, 유남준이 낮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너무 늦지 않게 들어와.”그러나 그의 마음은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그녀가 자신의 말이 아니라 연지석의 말에 설득 당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박민정은 전화를 끊고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정수미의 병실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는데 멀리 떨어져 있던 주주들까지 급히 병원을 찾을 정도였다.비서는 병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박민정을 보자마자 반갑게 맞이했다.“작은 아가씨, 안으로 들어가시죠. 안에 계신 분들은 모두 지엔 그룹의 주주들과 고위 임원들입니다. 대표님께서 미리 만나보라고 하셨어요.”정수미가 미리 이들을 불러놓은 듯했다. 나이 지긋한 주주들과 임원들은 그녀를 보고 모두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작은 아가씨.”박민정이 공손하게 인사를 주고받으며 병실 안으로 들어가자 정수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88화

    정수미의 말이 끝나자 박민정뿐만 아니라 곁에 있던 비서까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여전히 충격이 가시지 않은 박민정이 정신을 가다듬고 곧바로 거절했다.“죄송해요. 저는 회사를 제대로 운영할 자신이 없어요.”그러나 정수미는 담담하게 말했다.“괜찮아. 그냥 스스로를 단련한다고 생각하면 돼.”“이렇게 중요한 문제는 차라리 윤소현 씨에게 맡기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박민정이 다시 말했다.예상했던 반응이었다. 박민정이 선뜻 수락하지 않으리라는 걸 정수미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예전에 동생에게 배운 방법을 쓰기로 했다.“민정아, 내 몸 상태는 날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어. 솔직히 내가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그런 나의 마지막 소원조차 들어줄 수 없니?”“소현이는 회사를 경영할 사람이 아니야. 만약 그 애에게 회사를 넘긴다면 지엔 그룹은 끝장날 거야.”“그리고 생각해 봐. 넌 내 친딸이야. 당연히 네가 회사를 맡아야 하는 거 아니겠니?”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정수미의 말에 박민정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지금 그녀는 자신의 회사 하나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자신이 거대한 지엔 그룹을 책임질 수 있을까?“안 돼요. 저는 정말 감당할 수 없어요. 만약 소현 씨가 마음에 안 드신다면 차라리 전문적인 경영인을 고용하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그러자 정수미는 다시 설득했다.“그럼 이렇게 하자. 네가 직접 경영하는 게 부담스럽다면 나를 도와줘. 중요한 일이 생기면 네가 나한테 보고하고 내 의견을 물어보는 거야. 어때?”“나는 지금 병원에 있어서 직접 나설 수도 없어. 그런데 다른 사람은 아무도 믿을 수가 없어. 내 친딸인 너밖에 믿을 사람이 없단다.”그 말에 박민정의 마음이 흔들렸다. 오랜 침묵 끝에 그녀는 겨우 입을 열었다.“조금 더 생각해 볼게요.”“그래. 충분히 고민해 보고 결정하거라. 생각이 정리되면 내게 연락해 줘.”그렇게 말한 후, 정수미는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곧 심한 기침이 터져 나왔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87화

    지엔 그룹의 사람들은 모두 잘 알고 있었다. 윤소현이 정수미에게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를. 그러니 그 누구도 감히 그녀를 거스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사실 정수미의 건강 상태는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 그녀가 세상을 떠나기만 하면 지엔 그룹은 당연히 윤소현의 것이 될 터였다.불만이 있어도 함부로 입 밖에 낼 수 없는 상황. 그렇기에 병원에서 요양 중인 정수미는 회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윤소현은 회사를 접수하는 한편, 자신의 뜻을 따르지 않는 이들을 하나씩 내몰았다. 특히 정수미의 말을 충실히 따르는 오래된 간부들은 모두 그녀 손에 의해 잘렸다.며칠 전 유남준이 풀어준 정호철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지엔 그룹에서 나와 걸음을 옮기면서도 정호철는 그곳에 대한 미련을 별로 느끼지 않았다.그는 요즘 병원 근처를 자주 찾아와 멀리서 조용히 정수미를 지켜보곤 했다. 그녀가 무사하기만을 바라면서.그런 그를 정수미의 비서가 발견했다.“정 매니저님? 여기서 뭘 하고 계세요? 혹시 대표님을 뵈러 오셨나요?”순간 정호철은 머쓱한 표정을 짓더니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아, 그게... 그냥 지나가던 길이었어요. 우연히.”그러나 그의 어설픈 변명이 정수미 곁에서 잔뼈가 굵은 비서를 속일 리 없었다.비서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마침 지나가신 김에 들어가 보시죠. 대표님께서 병원에만 계시느라 몹시 지루해하셨거든요.”그렇게 정호철은 반쯤 떠밀리듯 정수미의 병실로 들어서게 되었다.병실에는 약 냄새가 가득 배어 있었다. 거북한 냄새 속에서 창백한 얼굴로 누워 있는 정수미의 모습이 더욱 안쓰럽게 느껴졌다.“대표님,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되신 겁니까?”정호철은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이번에도 그저 평소처럼 앓다가 금방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정수미는 그런 그의 반응이 오히려 우습다는 듯 담담히 말했다.“이전부터 이랬어. 별일 아니야.”그러면서 문득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런데 지금 시간이면 회사에 있어야 할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86화

    문밖에 갇힌 채 굳게 닫힌 문을 바라보며, 유남준의 눈에는 어쩔 수 없는 무력감이 서렸다.그는 대체 언제쯤 아내와 제대로 함께 지낼 수 있을까?두 사람은 이미 오래된 부부나 다름없건만 정작 함께하는 모습은 연애 초기보다도 못했다.오전 아홉 시가 넘어서야 윤소현은 정수미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들었고 곧장 병실로 향했다.그곳에서 정수미가 의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본 순간, 그녀의 마음은 불안감으로 가득 찼다.“엄마, 깨어나셨어요? 왜 비서에게 미리 연락하라고 하지 않으셨어요?”정수미는 차가운 시선을 그녀에게로 돌리더니 먼저 의사에게 나가달라고 한 후에야 입을 열었다.“비서에게 들었어. 너랑 민정이가 밤새 나를 지켰다고. 괜히 너희 휴식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어.”긴장된 마음으로 한 걸음씩 다가서며 윤소현이 말했다.“엄마, 전 엄마 딸이에요. 그런 걸 신경 쓸 필요가 어디 있어요?”이어서 그녀는 걱정스럽게 물었다.“지금 몸은 좀 어떠세요? 의사 선생님은 뭐라고 하시던가요?”“많이 나아졌어.”정수미가 잠시 말을 멈춘 뒤 덧붙였다.“의사 말로는 아마도 상한 음식을 먹은 탓일 거라고 하더구나.”“어제 저희가 요리사에게 같은 음식을 다시 만들게 했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무언가 찾아내셨나요?” 윤소현은 다급히 물었는데 혹여 정수미가 진실을 알게 될까 두려웠다.그러나 정수미는 고개를 저었다.“의사는 음식에서 아무런 문제도 발견하지 못했어. 아마도 고객과 외식하는 자리에서 뭔가 잘못된 걸 먹었을 거라고 하더구나.”그 말을 듣고서야 윤소현은 긴장했던 마음을 살짝 놓을 수 있었다. 다행히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모양이었다.“앞으로는 꼭 조심하셔야 해요.”“그래야겠지.” 정수미가 고개를 끄덕였으나 그녀가 윤소현을 바라보는 눈빛은 묘하게 의미심장했다.“엄마, 민정이는 어디 갔어요?”주위를 둘러보던 윤소현은 박민정이 보이지 않자 자연스레 물었다.“이제 난 괜찮으니 민정이에게 돌아가 쉬라고 했어.”“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만약 엄마께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